⊙ 한국 鄕防 예비군용 총기 중 38%가 2차대전 때 생산한 카빈소총
⊙ “카빈은 수리부속 없어 고장 날 경우 부품 빼내 돌려막기 해야”
⊙ 다른 소총에 비해 운동에너지 떨어져 유효사거리에서 쏴도 살상력 낮아
⊙ “국가비상사태 시 반드시 응소하겠다”는 예비군은 응답자의 28.4%뿐
⊙ 예비전력관리 군무원 4100명 평균 연봉 6735만원, 예비군 1일 훈련비는 1만원
⊙ “카빈은 수리부속 없어 고장 날 경우 부품 빼내 돌려막기 해야”
⊙ 다른 소총에 비해 운동에너지 떨어져 유효사거리에서 쏴도 살상력 낮아
⊙ “국가비상사태 시 반드시 응소하겠다”는 예비군은 응답자의 28.4%뿐
⊙ 예비전력관리 군무원 4100명 평균 연봉 6735만원, 예비군 1일 훈련비는 1만원
- 《조선일보》사 직원들의 예비군훈련. 모두 카빈 소총을 들고 있다.
3월 20일 대전의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사격 훈련 도중 사고가 발생했다. 한 예비군이 쏜 총알이 표적이 아닌 총기 거치대에 맞아, 이때 튕긴 파편이 옆에 대기 중이던 다른 예비군의 오른쪽 관자놀이에 박힌 것이었다. 이날 훈련장에서 사격용으로 쓰던 총은 M1카빈이었다. 이 총은 그동안 만든 지가 오래돼 안전성 문제에 대한 지적이 계속 제기됐었다.
《2011 한국군 무기연감》에 따르면 카빈소총에는 기본형 M1카빈, 자동발사장치를 갖춘 M2카빈 등이 있다. 원래 카빈(Carbine)은 총신(銃身)이 짧고 가벼운 기병총을 가리킨다. 1926년 개발돼 50년대 중반까지 미군의 제식 소총으로 이용된 M1개런드는 총신이 길고 무거워 소대장 이상의 지휘관, 무전병, 후방지원 부대원이 쓰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비(非)전투요원이 갖고 다니기 편하게 미(美) 육군은 소총과 권총의 중간 정도 성능을 가진 소총이 필요했다.
“카빈 소총 상당수가 사격에 부적합”
윈체스터사(社)는 미 육군의 요구로 M1카빈을 개발했다. M1카빈(이하 카빈) 제원은 ▲구경 7.62mm ▲전장 90.5cm ▲무게 2.48kg ▲장탄수 15/30발 ▲유효사거리 200m 등이다. 이 총은 M1개런드에 비해 유효사거리와 살상력이 떨어지지만, 갖고 다니기가 편한 장점이 있었다.
카빈은 1941~45년간 총 632만 정이 생산됐다. 우리 국군(國軍)도 6ㆍ25전쟁 이후 미군으로부터 대량으로 받아 제식소총으로 사용했다. 이후 1960년대 후반까지 카빈은 우리 상비전력의 기초를 담당하다가 미군으로부터 M16을 받은 이후 예비군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예비군은 2012년 1월 편성 기준으로 동원예비군(1~4년차) 150만명, 향토방위(이하 향방)예비군 150만명으로 총 300만명이다. 현재 훈련 전체 혹은 일부를 면제받는 보류자는 70개 직종 71만3000명이다. 결과적으로 동원 125만명, 향방 103만명이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중 동원예비군의 개인화기는 현역과 동일한 수준으로 각 동원사단에 보관돼 있다.
문제는 향방예비군이다. 국방부는 “총기 수요의 100%를 충족한다”고 밝혔지만, 총기별 보유현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향방예비군용 총기는 M16A1 64만 정, 카빈 39만 정으로 편성돼 있다.
우리 군(軍)이 보유한 카빈은 가장 최근의 생산 시점으로 따져도 67년이 된 총이다. 신제품이 아니라 약 30~40년간 사용해 내구연한도 물론 넘겼다. 2010년 국정감사 당시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예비군 부대들에 직접 확인한 결과 카빈 소총 상당수가 노후화돼 실사격에 부적합한 상태”라며 “국방부의 실태 파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은 M1개런드와 더불어 1986년과 1991년 2차례에 걸쳐 31만 정을 ‘골동품’으로 미국에 수출한 적이 있다. 예비군훈련 때 다른 나라에서 골동품으로 수입한 총을 받은 경험자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제가 군대에서 K-2를 썼거든요. 아무리 예비군이지만 할아버지 때나 쓰던 걸 주면서 훈련하라니까 솔직히 웃기죠. 쏘면 제대로 나가기나 할까 궁금하더라고요. 전쟁 났을 때 그런 총 받으면 불안해서 어떻게 싸우겠어요.”(예비군 6년차 정모씨)
“처음에 받을 때는 신기했어요. 영화나 게임에서만 보던 거잖아요. 사격훈련 때 약실에 탄피가 걸려 옛날 총인 걸 실감했어요. 우리나라가 북한도 아니고 제대로 된 총 하나 마련할 돈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아직도 카빈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어요.”(예비군 5년차 이모씨)
“탄환 위력이 권총보다 조금 더 셀 뿐”
카빈의 ‘실전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해 20년 넘게 총기 개발에 종사한 전문가 박모씨에게 물었다. 박씨는 “임진왜란 때 쓰던 조총도 관리만 잘했다면 사격이 가능하다”며 “2차대전 때 생산된 카빈이라도 고장이 나지 않고, 탄약만 충분하다면 실전(實戰)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총마다 요구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K-2가 총기운용 측면에서 카빈보다 우수하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K-2나 M16A1은 연속 발사가 가능하지만, 카빈은 단발(單發)식입니다. 연사를 위해 자동발사장치를 달았더라도 K-2보다 격발 시 반동이 심합니다. 사수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명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옛날 총이니까 인체공학적 측면에서 봐도 뒤처지고요. K-2는 한국인 체형에 맞게 설계해 견착감이 좋아 정확도가 높습니다.”
박씨는 “카빈은 수리부속 재고(在庫)도 없고, 대체부품도 구할 수 없다”며 “만약 고장이 날 경우 같은 계열의 총에서 부품을 빼내는 ‘돌려막기’가 유일한 수리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고장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가 잘 돼왔고, 수리부속이 충분하다는 전제하에서 카빈이 실전에 무리가 없는 소총인 건 맞습니다. 문제는 구식(舊式) 총을 사용함으로써 향방예비군들의 사기와 훈련성취도를 떨어뜨리는 겁니다. 현역 시절에는 K-2, 동원예비군은 M16A1, 향방예비군은 카빈이니까 훈련 간 연결도 매끄럽지 않고요. 60년 전 총으로 훈련하는데,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장난처럼 느껴지지요.”
총기전문가 홍희범(42) 《월간 플래툰》 편집장도 “카빈의 유효사거리는 200m로 아쉬운 대로 쓸 만한 총”이라면서도 “워낙 오래되다 보니 실전에서 문제없이 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홍 편집장은 “실전 사용 결과 단점이 다수 발견된 총이어서 교체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와의 문답이다.
―명중률이나 견착감 외에 어떤 단점이 있습니까.
“미군은 이 총을 정식 소총이 아니라 보조화기로 개발했습니다. 탄환(彈丸)의 위력이 권총보다 조금 더 셀 뿐이에요. 그에 비해 K-2나 M16A1 탄약 구경은 5.56mm이고, 끝이 뾰족하니까 관통력이 우수합니다. 한마디로 인체에 더 강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죠.”
市街戰 해야 하는 향방예비군에게 카빈은 부적합
―6ㆍ25사변 때 아군이 카빈으로 중공군(中共軍)에게 사격했지만, 방한복(防寒服)을 뚫지 못할 정도로 약했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그 얘기는 약간 과장된 거고요, 카빈이 혹한기에 오(誤)작동이 일어나는 경우는 있습니다. 살상력이 떨어지는 것도 맞습니다. 다른 소총에 비해 운동에너지가 떨어지거든요. 교전(交戰) 시 적 전투력을 무력화시키는 게 핵심인데, 적이 총알에 맞아도 멀쩡한 상태에서 반격하게 되는 건 치명적인 결함이죠. 현대전에는 방탄복(防彈服)을 입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카빈은 개인화기로 적합지 않습니다.”
―우리 전투 교리에 따르면 전장에서 사격할 때 조정간을 ‘단발’에 놔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카빈의 실용성이 크게 떨어지진 않네요.
“교리상 탄약을 아끼기 위해 단발식으로 놓고 사격을 하게 돼 있는 건 맞지만, 그건 원(遠)거리에서 적을 포착했을 때만 유효합니다. 근접거리에서는 연사를 해야 합니다. 적이 밀려오는데 탄약을 아끼는 건 말이 안 되죠. 특히 시가전(市街戰)에서 반자동ㆍ자동 여부는 매우 중요하고, 생존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물론 실제로 쏠 기회는 많지 않겠지만, 시가전을 주로 해야 하는 향방예비군 임무와 반자동 소총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카빈은 내구연한이 25년이기 때문에 실제 쓸 수 있는 총은 얼마 없지 않습니까.
“총기 사용연한을 확실하게 증명해 주는 자료는 없습니다. 밀봉보관을 해서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작동 여부는 모르는 일이죠. 국방부가 장부상으로 파악한 수량과 정비 상태가 실제와는 다를 가능성이 크거든요. 사용 여부, 관리 상황에 따라 총기 상태가 각기 차이가 클 겁니다. 이건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한 알기 어렵죠.”
두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카빈은 ‘문제가 있는 총’이거나 ‘실전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총’이다. 이들이 ‘총기 교체’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990년대부터 제기됐던 지적이다.
1999년 9월 육군은 “예비군 부대의 전력을 정규군 수준으로 향상하기 위해 낡고 성능이 안 좋은 무기체계를 내년부터 2010년까지 신형무기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도 무기 교체 계획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교체 계획을 밝혔었다. 2004년 4월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후방지역 전투부대와 예비군의 전력을 대폭 보강키로 했다”며 “수년 내에 일반 예비군에게 지급되는 개인화기를 현재의 카빈소총에서 M16으로 모두 교체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체 건수는 2005년 2500정, 2006년 2400정에 그쳤다. 당시 카빈이 73만 정이었던 걸 감안했을 때 ‘2300년’에야 비로소 향방예비군 개인화기가 M16A1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후에도 노후 총기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2011년 국방부는 “2007년부터 현역에 매년 K-2를 2만 정씩 보급했고 2015년까지 예비군 총기를 교체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국방부의 계획대로라면 2015년에도 약 31만 정이 향방예비군 개인화기로 남게 된다. 2012년 3월 현재 카빈 39만 정을 2015년까지 전량 교체하기 위해서는 매해 K-2 10만 정을 보급해야 한다.
장구 확보율도 50% 미만
문제는 총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향방 전투장비 확보율도 미미하다. 2010년 자료로는 평균 확보율이 48.9%인데, 품목별로 편차가 크다. 전투를 수행할 때 다 중요한 장비들이지만, 생존에 필수적인 품목이 매우 부족하다. 품목별로 살피면 ▲방탄(헬멧) 38.6% ▲방독면 36.9% ▲천막 14.6% ▲담요 18.9% ▲비옷 35.8% ▲물통 49.1% ▲요대 85.7% ▲반합 89.6% ▲야삽 93.7% 등이다.
종합하면 비상시에 향방예비군 10명 중 4명은 헬멧도 쓰지 못한 채 70여 년 전 총을 들고 싸워야 한다. 2명 중 1명은 탄입대가 없기 때문에 전투복 주머니에 탄알집을 넣어야 하고, 비가 오면 그대로 맞아야 한다. 10명 중 6명은 생화학전 생존에 필수적인 방독면을 쓰지 못한다. 잠도 3인용 천막에서 15명이 자야 한다. 그나마 모든 품목이 현역에서 도태된 중고품이고, 상태에 따라 A, B, C, D급으로 분류돼 있어 보유물자 전량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향방 전투장비는 1970년 예비군이 창설됐을 당시에는 방위성금으로 확보했다. 1987년 방위성금이 폐지되면서 현역들이 쓰고 남은 물자가 예비군용이 됐다. 2003년에 다시 예비군 전력 자체적으로 장구류를 확보했는데, 연평균 투입 예산은 3억원 정도였다. 2006년에는 향토방위설치법 시행령에 지자체 육성자금으로 장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명시해, 국방예산과 함께 지출하고 있지만, 개선이 안 되고 있다.
《월간조선》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공용(共用)화기 확보율도 저조하다. 예비군용 공용화기는 기관총, 유탄발사기, 무반동총, 박격포 등이다. 유탄발사기와 박격포 확보율은 각각 76%다. 기관총은 작년까지 LMG30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올해 모두 없앴다. 국방부는 M16소총에 양각대를 부착하는 방법으로 이를 대체해 소요의 86%를 확보했다지만 소총이 기관총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유효사거리, 운동에너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LMG30의 구경은 7.62mm, 유효사거리는 1000m인 데 비해 M16A1은 5.56mm/ 460m다. 급탄방식도 탄알집 장전식이라 탄띠형인 기관총에 비해 번거로움이 예상된다. LMG30을 없앴다면 비슷한 수준의 다른 무기로 대체해야 하는 것이 맞다. 공용화기는 전투장비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이 정도로는 제대로 된 중ㆍ소ㆍ분대 전투를 할 수가 없다.
물론 향방예비군은 일선에서 싸워야 하는 상비군, 동원예비군과 임무가 다르긴 하다. 향방예비군은 비상시에 자기 거주지 부근의 주요 시설과 길목에 진지를 구축하고 경계를 선다. 하지만 요즘 전장에 전후방이 없다는 건 상식이다. 현대 장기전에서는 후방 예비군의 임무가 특히 중요하다. 유사시 북한의 20만 특수부대가 우리 후방으로 침투할 경우 이들을 맞아 싸워야 하는 게 향방예비군이다. 특수훈련을 받고, 우수 장비를 갖춘 북한 특수부대를 상대하므로 향방예비군의 무장 수준은 최소한 적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월등해야 한다.
예비군 중 75%가 주특기와 개인화기에 대해 몰라
향토예비군이 창설된 때는 1968년 4월이다. 같은 해 1월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북한에 의한 미(美) 푸에블로호 납북사건이 발생하자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향토예비군 설치를 지시했다. 1970년대 당시는 우리 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던 때였다. 1969년 7월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괌에서 “미국은 앞으로 아시아에서 군사개입을 피하고, 과잉개입을 하지 않으며, 측면지원한다”는 내용의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듬해 미국은 우리 측에 주한(駐韓)미군 2만명 감축을 통보했다. 박 대통령은 중화학공업 육성을 통해 자주국방력 건설을 도모했다. 이후 예비군은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운다”는 표어처럼 국방과 경제 부문에서 ‘전사(戰士)’로 활약했다.
“내 고향, 내 직장, 내가 지킨다”는 구호를 내걸고 첫걸음을 뗀 향토예비군은 그해 10월 울진ㆍ삼척 무장공비 소탕에 투입돼 전과(戰果)를 올렸다. 실전경험을 쌓은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있었고, 무기ㆍ장비도 당시 상비전력 수준과 비슷한 ‘강군(强軍)’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450만명을 넘었던 예비군은 국가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태동기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1970년 6대 대선에 신민당 후보로 출마한 김대중(金大中) 의원은 “예비군은 정권 유지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며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낙선했고, 예비군제는 유지됐다. 예비군이 창설 4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 남게 된 것은 ‘정권의 도구’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안보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제력과 군사력이 필요하다. 경제력이 있어야 군사력을 확보하고, 군사력이 뒷받침돼야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구가할 수 있다. 따라서 예비군은 경제력을 먼저 건설하기 위해 채택된 군사력 확보 방법이다. 만약 예비전력이 없다면 상비전력으로 충당해야 한다. 소요 예산이 폭증하는 만큼 경제 건설에 쓸 수 있는 자원은 줄어들게 된다. 이런 이유로 북한에 맞서 상비전력의 운용 부담을 덜고, 유사시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예비전력을 유지하는 것은 북한의 위협이 있는 한 필수적이다.
북한도 예비군의 전략적 가치를 알고서 ‘독재체제 수호’를 위해 ‘전 인민의 무장화’ 노선을 내걸었다. 북한은 14~60세에 해당하는 주민의 30%가 전시동원 대상으로 편성돼 훈련을 받는다. 《2010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교도대 60만명, 노농(勞農)적위대 570만명, 붉은청년근위대 100만명, 준(準) 군사부대 40만명 등 총 770만명의 예비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교도대는 우리의 동원예비군과 유사한 조직으로 예비전력의 핵심이다. AK소총으로 무장하고, 정규보병사단 수준의 공용화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 동원예비군 훈련이 2박3일 일정으로 연 1회 시행되는 것에 비해 교도대는 연 40일(자대 훈련 10일, 동원 30일) 동안 훈련을 받는다. 무장과 훈련 면에서 정규군에 준하는 조직이다.
우리 향방예비군과 성격이 비슷한 노농적위대는 전(戰)ㆍ평(平)시 후방지역 방어, 정규군의 작전지원 등을 하는 조직으로 연 160시간을 훈련한다. 이들은 58식 자동보총(AK-58) 등을 개인화기로 보유하고 있으며, 장사정포, 대공미사일까지 갖췄다.
그러나 우리 예비군의 현실은 정반대다. 특히 향방예비군은 앞서 살핀 것처럼 무기와 장비가 예전 그대로이고, 훈련도 형식적이다. 훈련 보상을 비롯한 처우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2006년 이근식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예비군 700명을 대상으로 한 ‘예비군 의식 조사’는 이를 잘 말해준다. 설문 결과 “국가비상사태 시 반드시 응소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대상자 중 28.4%뿐이었다. “주특기 및 개인화기에 대해 아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75%가 “잘 모른다”고 답했다. 예비군 훈련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는 응답자의 55%가 교육ㆍ훈련이라고 답했다. 25.2%는 훈련시설ㆍ장비를, 18.6%는 훈련보상비에 대해 언급했다.
순수예비전력 예산은 국방예산의 1/273
예비군이 ‘군인’ 같지 않은 이유는 역시 ‘돈’ 때문이다. 2010년 6월 권태오 당시 국방부 동원기획관(현 8군단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은 예산 규모만 따지면 현역 1명의 비용이 예비군 3명과 같은 수준인데, 우리는 현역 1명의 비용이 예비군 151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예비군 예산의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2012 국방예산’은 32조9576억원이다. 현재 K-2 소총의 국방부 조달가는 약 84만원. 향방예비군 소요량 39만 정을 K-2로 갖추려면 올해 국방예산의 1%도 되지 않는 3270억원이면 일시에 해결이 가능한 문제다. 발표한 것처럼 순차적으로 2010년까지 진행했어도 국방예산 규모로 볼 때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국방예산의 세부내용을 보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올해 우리 국방예산 중 예비군 관련 예산 비중은 1.2%다. 이는 2003년 이후 계속 감소 추세였던 것이 2010년 1.18%에서 조금 증가한 것이다. 예비군제가 발달한 미국과 이스라엘이 각각 국방비의 6%와 10%를 지출하는 것과 우리 현실은 대조적이다.
그런데 이 돈도 대부분 인건비로 쓰인다. 예비전력 관리 예산 3970억원 중 예비전력 관리 군무원 인건비로 2761억원이 지출된다. 2012년 3월 기준 향방예비군 중대장(5급)과 행정 담당 군무원(7급)은 4100명인데, 1인당 6735만원의 연봉을 받는 셈이다.
예비군은 감소 추세인데도 중대장 정원은 20년째 줄지 않는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동원ㆍ향방예비군을 지금의 1/2 수준인 150만명으로 감축할 계획이지만, 현재 군무원 정원은 2030년까지 유지할 생각이다. 정년도 2022년까지 60세로 늘어난다. 예비군 군무원 시험 응시자격은 전투 및 일부 기술병과 출신 예비역 대위, 소령급 장교에게 주어진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제대군인을 재취업시키기 위한 용도로 예비군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순수 예비군 운영ㆍ전력관리 예산은 1209억원이다. 이는 전체 국방예산의 0.36%에 불과한 규모지만, 그나마 최근에 늘어난 것이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은 연평균 480억원이 쓰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2008년 658억원 ▲2009년 749억원 ▲2010년 973억원 ▲2011년 1107억원으로 늘었다.
1209억원으로 예비군훈련장을 확보하고 보강하면 남는 돈은 929억원. 예비군 유지ㆍ훈련에 투자하는 돈은 1인당 3만1000원인 셈이다. 여기서 1일 훈련보상비 1만원씩을 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현행 예비전력 예산으로는 전력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무기교체, 장구 획득을 위해서는 상비군 무기와 장구가 도태될 때까지 기다리다 재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필중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국방부가 예산 제약 때문에 현재와 같은 예비군 유지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은 불가피한 부분이 없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갈수록 비중이 줄어드는 국방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예비군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말이다.
“예비군 제도는 제한된 자원과 재원을 가지고 국방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겁니다. 어느 국가나 유사시를 대비한 군사전략이 있고, 그에 따라 전투병력을 비롯한 적정군사력 수준이 도출됩니다. 그 수준을 충족하기 위한 군사력 건설 과정에서 예비군의 역할을 극대화해 경제적 국방을 이뤄야 합니다. 지금처럼 형식적으로 운영할 거라면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교수는 “미국은 맥나마라 국방장관 때부터 군사력에서 상비군과 예비군의 비중을 5:5로 정하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 국방도 이제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하면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케네디 정부 당시 국방장관을 역임한 맥나마라는 포드사(社) 사장 출신의 경영자로서 국방을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국방예산과 전략의 합리화를 추진하면서 자원의 분배와 사용의 효율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의 말처럼 예비군은 평소에 적은 투자를 하고, 유사시 효과적 대처를 할 수 있는 제도다. 냉전 이후 세계 각국은 경제적인 군사력 건설을 위해 상비군을 감축하고, 소수정예화했다. 대신 예비군제를 운용하며 동원체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여전히 ‘냉전’이 진행 중인 우리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예비군의 존재 의미가 무색한 현 상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이런 내용들에 대해 국방부에 질의했다.
예비전력 예산, 국방비의 2~3%는 돼야
―예비군의 전략적 가치가 여전한가요.
“남북 대치 상황에서 예비군은 전시 현역 군부대의 동원 소요를 충족시키고 후방지역 향토방위 작전의 주 전력입니다. 또 적의 전쟁도발을 억제, 적정 규모의 상비전력 유지, 경제적 국방에 기여하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해야 할 핵심전력입니다.”
―낡은 총을 바꾸고 공용화기를 확보할 계획은 있습니까.
“카빈소총은 2015년까지 M16으로 전량 교체하고, 2016년부터는 현역 전력화를 고려해 K-2로 교체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공용화기도 현역 전력화 및 부대 개편과 연계해 조기에 확보토록 하겠습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방독면, 방탄 등을 비롯한 향방 장구의 보유율 향상 방안은 있습니까.
“향방 장구의 경우 현재 보유율은 평균 73%입니다. 지난해 55%에서 18% 증가한 겁니다. 2020년까지였던 계획을 현 장관 취임 이후 수정해 2015년까지 630억원을 들여 장구 보유 수준을 100%로 올릴 계획입니다. 올해에는 137억원을 투자해 생존에 필수적인 방탄, 방독면 등을 사고 전체 보유율을 평균 79%로 향상시킬 예정입니다.”
―제대군인의 취업을 위해 예비군 조직을 유지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예비전력 관리 군무원은 예비군 중대 및 지역대 지휘관, 동원지원단, 동원보충대대 등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직은 향후 예비전력 정예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고, 직위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방예산 중 순수예비전력 예산이 0.4%에 불과한데, 이걸로 예비전력 확보가 가능합니까.
“그건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상비전력에 대부분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비전력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예비군 무기와 장비 현대화, 전투물자 확보, 훈련장 과학화 등이 필요하지만, 국가재정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예비전력 예산이 국방비의 2~3% 수준은 돼야 합니다.”⊙
《2011 한국군 무기연감》에 따르면 카빈소총에는 기본형 M1카빈, 자동발사장치를 갖춘 M2카빈 등이 있다. 원래 카빈(Carbine)은 총신(銃身)이 짧고 가벼운 기병총을 가리킨다. 1926년 개발돼 50년대 중반까지 미군의 제식 소총으로 이용된 M1개런드는 총신이 길고 무거워 소대장 이상의 지휘관, 무전병, 후방지원 부대원이 쓰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비(非)전투요원이 갖고 다니기 편하게 미(美) 육군은 소총과 권총의 중간 정도 성능을 가진 소총이 필요했다.
“카빈 소총 상당수가 사격에 부적합”
윈체스터사(社)는 미 육군의 요구로 M1카빈을 개발했다. M1카빈(이하 카빈) 제원은 ▲구경 7.62mm ▲전장 90.5cm ▲무게 2.48kg ▲장탄수 15/30발 ▲유효사거리 200m 등이다. 이 총은 M1개런드에 비해 유효사거리와 살상력이 떨어지지만, 갖고 다니기가 편한 장점이 있었다.
카빈은 1941~45년간 총 632만 정이 생산됐다. 우리 국군(國軍)도 6ㆍ25전쟁 이후 미군으로부터 대량으로 받아 제식소총으로 사용했다. 이후 1960년대 후반까지 카빈은 우리 상비전력의 기초를 담당하다가 미군으로부터 M16을 받은 이후 예비군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예비군은 2012년 1월 편성 기준으로 동원예비군(1~4년차) 150만명, 향토방위(이하 향방)예비군 150만명으로 총 300만명이다. 현재 훈련 전체 혹은 일부를 면제받는 보류자는 70개 직종 71만3000명이다. 결과적으로 동원 125만명, 향방 103만명이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중 동원예비군의 개인화기는 현역과 동일한 수준으로 각 동원사단에 보관돼 있다.
문제는 향방예비군이다. 국방부는 “총기 수요의 100%를 충족한다”고 밝혔지만, 총기별 보유현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향방예비군용 총기는 M16A1 64만 정, 카빈 39만 정으로 편성돼 있다.
우리 군(軍)이 보유한 카빈은 가장 최근의 생산 시점으로 따져도 67년이 된 총이다. 신제품이 아니라 약 30~40년간 사용해 내구연한도 물론 넘겼다. 2010년 국정감사 당시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예비군 부대들에 직접 확인한 결과 카빈 소총 상당수가 노후화돼 실사격에 부적합한 상태”라며 “국방부의 실태 파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은 M1개런드와 더불어 1986년과 1991년 2차례에 걸쳐 31만 정을 ‘골동품’으로 미국에 수출한 적이 있다. 예비군훈련 때 다른 나라에서 골동품으로 수입한 총을 받은 경험자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제가 군대에서 K-2를 썼거든요. 아무리 예비군이지만 할아버지 때나 쓰던 걸 주면서 훈련하라니까 솔직히 웃기죠. 쏘면 제대로 나가기나 할까 궁금하더라고요. 전쟁 났을 때 그런 총 받으면 불안해서 어떻게 싸우겠어요.”(예비군 6년차 정모씨)
“처음에 받을 때는 신기했어요. 영화나 게임에서만 보던 거잖아요. 사격훈련 때 약실에 탄피가 걸려 옛날 총인 걸 실감했어요. 우리나라가 북한도 아니고 제대로 된 총 하나 마련할 돈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아직도 카빈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어요.”(예비군 5년차 이모씨)
“탄환 위력이 권총보다 조금 더 셀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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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M-2카빈소총을 미국에 골동품으로 수출한 바 있다. |
“K-2나 M16A1은 연속 발사가 가능하지만, 카빈은 단발(單發)식입니다. 연사를 위해 자동발사장치를 달았더라도 K-2보다 격발 시 반동이 심합니다. 사수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명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옛날 총이니까 인체공학적 측면에서 봐도 뒤처지고요. K-2는 한국인 체형에 맞게 설계해 견착감이 좋아 정확도가 높습니다.”
박씨는 “카빈은 수리부속 재고(在庫)도 없고, 대체부품도 구할 수 없다”며 “만약 고장이 날 경우 같은 계열의 총에서 부품을 빼내는 ‘돌려막기’가 유일한 수리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고장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가 잘 돼왔고, 수리부속이 충분하다는 전제하에서 카빈이 실전에 무리가 없는 소총인 건 맞습니다. 문제는 구식(舊式) 총을 사용함으로써 향방예비군들의 사기와 훈련성취도를 떨어뜨리는 겁니다. 현역 시절에는 K-2, 동원예비군은 M16A1, 향방예비군은 카빈이니까 훈련 간 연결도 매끄럽지 않고요. 60년 전 총으로 훈련하는데,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장난처럼 느껴지지요.”
총기전문가 홍희범(42) 《월간 플래툰》 편집장도 “카빈의 유효사거리는 200m로 아쉬운 대로 쓸 만한 총”이라면서도 “워낙 오래되다 보니 실전에서 문제없이 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홍 편집장은 “실전 사용 결과 단점이 다수 발견된 총이어서 교체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와의 문답이다.
―명중률이나 견착감 외에 어떤 단점이 있습니까.
“미군은 이 총을 정식 소총이 아니라 보조화기로 개발했습니다. 탄환(彈丸)의 위력이 권총보다 조금 더 셀 뿐이에요. 그에 비해 K-2나 M16A1 탄약 구경은 5.56mm이고, 끝이 뾰족하니까 관통력이 우수합니다. 한마디로 인체에 더 강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죠.”
市街戰 해야 하는 향방예비군에게 카빈은 부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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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게임 장비를 이용해 모의 시가전을 하는 예비군. 홍희범 편집장은 “시가전을 해야 하는 향방예비군에게 카빈은 부적합한 총”이라고 말했다. |
“그 얘기는 약간 과장된 거고요, 카빈이 혹한기에 오(誤)작동이 일어나는 경우는 있습니다. 살상력이 떨어지는 것도 맞습니다. 다른 소총에 비해 운동에너지가 떨어지거든요. 교전(交戰) 시 적 전투력을 무력화시키는 게 핵심인데, 적이 총알에 맞아도 멀쩡한 상태에서 반격하게 되는 건 치명적인 결함이죠. 현대전에는 방탄복(防彈服)을 입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카빈은 개인화기로 적합지 않습니다.”
―우리 전투 교리에 따르면 전장에서 사격할 때 조정간을 ‘단발’에 놔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카빈의 실용성이 크게 떨어지진 않네요.
“교리상 탄약을 아끼기 위해 단발식으로 놓고 사격을 하게 돼 있는 건 맞지만, 그건 원(遠)거리에서 적을 포착했을 때만 유효합니다. 근접거리에서는 연사를 해야 합니다. 적이 밀려오는데 탄약을 아끼는 건 말이 안 되죠. 특히 시가전(市街戰)에서 반자동ㆍ자동 여부는 매우 중요하고, 생존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물론 실제로 쏠 기회는 많지 않겠지만, 시가전을 주로 해야 하는 향방예비군 임무와 반자동 소총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카빈은 내구연한이 25년이기 때문에 실제 쓸 수 있는 총은 얼마 없지 않습니까.
“총기 사용연한을 확실하게 증명해 주는 자료는 없습니다. 밀봉보관을 해서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작동 여부는 모르는 일이죠. 국방부가 장부상으로 파악한 수량과 정비 상태가 실제와는 다를 가능성이 크거든요. 사용 여부, 관리 상황에 따라 총기 상태가 각기 차이가 클 겁니다. 이건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한 알기 어렵죠.”
두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카빈은 ‘문제가 있는 총’이거나 ‘실전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총’이다. 이들이 ‘총기 교체’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990년대부터 제기됐던 지적이다.
1999년 9월 육군은 “예비군 부대의 전력을 정규군 수준으로 향상하기 위해 낡고 성능이 안 좋은 무기체계를 내년부터 2010년까지 신형무기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도 무기 교체 계획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교체 계획을 밝혔었다. 2004년 4월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후방지역 전투부대와 예비군의 전력을 대폭 보강키로 했다”며 “수년 내에 일반 예비군에게 지급되는 개인화기를 현재의 카빈소총에서 M16으로 모두 교체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체 건수는 2005년 2500정, 2006년 2400정에 그쳤다. 당시 카빈이 73만 정이었던 걸 감안했을 때 ‘2300년’에야 비로소 향방예비군 개인화기가 M16A1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후에도 노후 총기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2011년 국방부는 “2007년부터 현역에 매년 K-2를 2만 정씩 보급했고 2015년까지 예비군 총기를 교체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국방부의 계획대로라면 2015년에도 약 31만 정이 향방예비군 개인화기로 남게 된다. 2012년 3월 현재 카빈 39만 정을 2015년까지 전량 교체하기 위해서는 매해 K-2 10만 정을 보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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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예비군은 M-16소총으로 훈련 받는다. |
종합하면 비상시에 향방예비군 10명 중 4명은 헬멧도 쓰지 못한 채 70여 년 전 총을 들고 싸워야 한다. 2명 중 1명은 탄입대가 없기 때문에 전투복 주머니에 탄알집을 넣어야 하고, 비가 오면 그대로 맞아야 한다. 10명 중 6명은 생화학전 생존에 필수적인 방독면을 쓰지 못한다. 잠도 3인용 천막에서 15명이 자야 한다. 그나마 모든 품목이 현역에서 도태된 중고품이고, 상태에 따라 A, B, C, D급으로 분류돼 있어 보유물자 전량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향방 전투장비는 1970년 예비군이 창설됐을 당시에는 방위성금으로 확보했다. 1987년 방위성금이 폐지되면서 현역들이 쓰고 남은 물자가 예비군용이 됐다. 2003년에 다시 예비군 전력 자체적으로 장구류를 확보했는데, 연평균 투입 예산은 3억원 정도였다. 2006년에는 향토방위설치법 시행령에 지자체 육성자금으로 장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명시해, 국방예산과 함께 지출하고 있지만, 개선이 안 되고 있다.
《월간조선》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공용(共用)화기 확보율도 저조하다. 예비군용 공용화기는 기관총, 유탄발사기, 무반동총, 박격포 등이다. 유탄발사기와 박격포 확보율은 각각 76%다. 기관총은 작년까지 LMG30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올해 모두 없앴다. 국방부는 M16소총에 양각대를 부착하는 방법으로 이를 대체해 소요의 86%를 확보했다지만 소총이 기관총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유효사거리, 운동에너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LMG30의 구경은 7.62mm, 유효사거리는 1000m인 데 비해 M16A1은 5.56mm/ 460m다. 급탄방식도 탄알집 장전식이라 탄띠형인 기관총에 비해 번거로움이 예상된다. LMG30을 없앴다면 비슷한 수준의 다른 무기로 대체해야 하는 것이 맞다. 공용화기는 전투장비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이 정도로는 제대로 된 중ㆍ소ㆍ분대 전투를 할 수가 없다.
물론 향방예비군은 일선에서 싸워야 하는 상비군, 동원예비군과 임무가 다르긴 하다. 향방예비군은 비상시에 자기 거주지 부근의 주요 시설과 길목에 진지를 구축하고 경계를 선다. 하지만 요즘 전장에 전후방이 없다는 건 상식이다. 현대 장기전에서는 후방 예비군의 임무가 특히 중요하다. 유사시 북한의 20만 특수부대가 우리 후방으로 침투할 경우 이들을 맞아 싸워야 하는 게 향방예비군이다. 특수훈련을 받고, 우수 장비를 갖춘 북한 특수부대를 상대하므로 향방예비군의 무장 수준은 최소한 적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월등해야 한다.
예비군 중 75%가 주특기와 개인화기에 대해 몰라
향토예비군이 창설된 때는 1968년 4월이다. 같은 해 1월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북한에 의한 미(美) 푸에블로호 납북사건이 발생하자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향토예비군 설치를 지시했다. 1970년대 당시는 우리 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던 때였다. 1969년 7월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괌에서 “미국은 앞으로 아시아에서 군사개입을 피하고, 과잉개입을 하지 않으며, 측면지원한다”는 내용의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듬해 미국은 우리 측에 주한(駐韓)미군 2만명 감축을 통보했다. 박 대통령은 중화학공업 육성을 통해 자주국방력 건설을 도모했다. 이후 예비군은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운다”는 표어처럼 국방과 경제 부문에서 ‘전사(戰士)’로 활약했다.
“내 고향, 내 직장, 내가 지킨다”는 구호를 내걸고 첫걸음을 뗀 향토예비군은 그해 10월 울진ㆍ삼척 무장공비 소탕에 투입돼 전과(戰果)를 올렸다. 실전경험을 쌓은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있었고, 무기ㆍ장비도 당시 상비전력 수준과 비슷한 ‘강군(强軍)’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450만명을 넘었던 예비군은 국가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태동기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1970년 6대 대선에 신민당 후보로 출마한 김대중(金大中) 의원은 “예비군은 정권 유지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며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낙선했고, 예비군제는 유지됐다. 예비군이 창설 4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 남게 된 것은 ‘정권의 도구’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안보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제력과 군사력이 필요하다. 경제력이 있어야 군사력을 확보하고, 군사력이 뒷받침돼야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구가할 수 있다. 따라서 예비군은 경제력을 먼저 건설하기 위해 채택된 군사력 확보 방법이다. 만약 예비전력이 없다면 상비전력으로 충당해야 한다. 소요 예산이 폭증하는 만큼 경제 건설에 쓸 수 있는 자원은 줄어들게 된다. 이런 이유로 북한에 맞서 상비전력의 운용 부담을 덜고, 유사시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예비전력을 유지하는 것은 북한의 위협이 있는 한 필수적이다.
북한도 예비군의 전략적 가치를 알고서 ‘독재체제 수호’를 위해 ‘전 인민의 무장화’ 노선을 내걸었다. 북한은 14~60세에 해당하는 주민의 30%가 전시동원 대상으로 편성돼 훈련을 받는다. 《2010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교도대 60만명, 노농(勞農)적위대 570만명, 붉은청년근위대 100만명, 준(準) 군사부대 40만명 등 총 770만명의 예비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교도대는 우리의 동원예비군과 유사한 조직으로 예비전력의 핵심이다. AK소총으로 무장하고, 정규보병사단 수준의 공용화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 동원예비군 훈련이 2박3일 일정으로 연 1회 시행되는 것에 비해 교도대는 연 40일(자대 훈련 10일, 동원 30일) 동안 훈련을 받는다. 무장과 훈련 면에서 정규군에 준하는 조직이다.
우리 향방예비군과 성격이 비슷한 노농적위대는 전(戰)ㆍ평(平)시 후방지역 방어, 정규군의 작전지원 등을 하는 조직으로 연 160시간을 훈련한다. 이들은 58식 자동보총(AK-58) 등을 개인화기로 보유하고 있으며, 장사정포, 대공미사일까지 갖췄다.
그러나 우리 예비군의 현실은 정반대다. 특히 향방예비군은 앞서 살핀 것처럼 무기와 장비가 예전 그대로이고, 훈련도 형식적이다. 훈련 보상을 비롯한 처우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2006년 이근식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예비군 700명을 대상으로 한 ‘예비군 의식 조사’는 이를 잘 말해준다. 설문 결과 “국가비상사태 시 반드시 응소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대상자 중 28.4%뿐이었다. “주특기 및 개인화기에 대해 아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75%가 “잘 모른다”고 답했다. 예비군 훈련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는 응답자의 55%가 교육ㆍ훈련이라고 답했다. 25.2%는 훈련시설ㆍ장비를, 18.6%는 훈련보상비에 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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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을 하는 노농적위대. 북한은 570만명인 노농적위대를 비롯해 교도대, 붉은청년근위대 등 총 770만명의 예비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
‘2012 국방예산’은 32조9576억원이다. 현재 K-2 소총의 국방부 조달가는 약 84만원. 향방예비군 소요량 39만 정을 K-2로 갖추려면 올해 국방예산의 1%도 되지 않는 3270억원이면 일시에 해결이 가능한 문제다. 발표한 것처럼 순차적으로 2010년까지 진행했어도 국방예산 규모로 볼 때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국방예산의 세부내용을 보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올해 우리 국방예산 중 예비군 관련 예산 비중은 1.2%다. 이는 2003년 이후 계속 감소 추세였던 것이 2010년 1.18%에서 조금 증가한 것이다. 예비군제가 발달한 미국과 이스라엘이 각각 국방비의 6%와 10%를 지출하는 것과 우리 현실은 대조적이다.
그런데 이 돈도 대부분 인건비로 쓰인다. 예비전력 관리 예산 3970억원 중 예비전력 관리 군무원 인건비로 2761억원이 지출된다. 2012년 3월 기준 향방예비군 중대장(5급)과 행정 담당 군무원(7급)은 4100명인데, 1인당 6735만원의 연봉을 받는 셈이다.
예비군은 감소 추세인데도 중대장 정원은 20년째 줄지 않는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동원ㆍ향방예비군을 지금의 1/2 수준인 150만명으로 감축할 계획이지만, 현재 군무원 정원은 2030년까지 유지할 생각이다. 정년도 2022년까지 60세로 늘어난다. 예비군 군무원 시험 응시자격은 전투 및 일부 기술병과 출신 예비역 대위, 소령급 장교에게 주어진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제대군인을 재취업시키기 위한 용도로 예비군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순수 예비군 운영ㆍ전력관리 예산은 1209억원이다. 이는 전체 국방예산의 0.36%에 불과한 규모지만, 그나마 최근에 늘어난 것이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은 연평균 480억원이 쓰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2008년 658억원 ▲2009년 749억원 ▲2010년 973억원 ▲2011년 1107억원으로 늘었다.
1209억원으로 예비군훈련장을 확보하고 보강하면 남는 돈은 929억원. 예비군 유지ㆍ훈련에 투자하는 돈은 1인당 3만1000원인 셈이다. 여기서 1일 훈련보상비 1만원씩을 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현행 예비전력 예산으로는 전력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무기교체, 장구 획득을 위해서는 상비군 무기와 장구가 도태될 때까지 기다리다 재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필중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국방부가 예산 제약 때문에 현재와 같은 예비군 유지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은 불가피한 부분이 없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갈수록 비중이 줄어드는 국방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예비군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말이다.
“예비군 제도는 제한된 자원과 재원을 가지고 국방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겁니다. 어느 국가나 유사시를 대비한 군사전략이 있고, 그에 따라 전투병력을 비롯한 적정군사력 수준이 도출됩니다. 그 수준을 충족하기 위한 군사력 건설 과정에서 예비군의 역할을 극대화해 경제적 국방을 이뤄야 합니다. 지금처럼 형식적으로 운영할 거라면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교수는 “미국은 맥나마라 국방장관 때부터 군사력에서 상비군과 예비군의 비중을 5:5로 정하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 국방도 이제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하면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케네디 정부 당시 국방장관을 역임한 맥나마라는 포드사(社) 사장 출신의 경영자로서 국방을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국방예산과 전략의 합리화를 추진하면서 자원의 분배와 사용의 효율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의 말처럼 예비군은 평소에 적은 투자를 하고, 유사시 효과적 대처를 할 수 있는 제도다. 냉전 이후 세계 각국은 경제적인 군사력 건설을 위해 상비군을 감축하고, 소수정예화했다. 대신 예비군제를 운용하며 동원체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여전히 ‘냉전’이 진행 중인 우리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예비군의 존재 의미가 무색한 현 상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이런 내용들에 대해 국방부에 질의했다.
예비전력 예산, 국방비의 2~3%는 돼야
―예비군의 전략적 가치가 여전한가요.
“남북 대치 상황에서 예비군은 전시 현역 군부대의 동원 소요를 충족시키고 후방지역 향토방위 작전의 주 전력입니다. 또 적의 전쟁도발을 억제, 적정 규모의 상비전력 유지, 경제적 국방에 기여하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해야 할 핵심전력입니다.”
―낡은 총을 바꾸고 공용화기를 확보할 계획은 있습니까.
“카빈소총은 2015년까지 M16으로 전량 교체하고, 2016년부터는 현역 전력화를 고려해 K-2로 교체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공용화기도 현역 전력화 및 부대 개편과 연계해 조기에 확보토록 하겠습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방독면, 방탄 등을 비롯한 향방 장구의 보유율 향상 방안은 있습니까.
“향방 장구의 경우 현재 보유율은 평균 73%입니다. 지난해 55%에서 18% 증가한 겁니다. 2020년까지였던 계획을 현 장관 취임 이후 수정해 2015년까지 630억원을 들여 장구 보유 수준을 100%로 올릴 계획입니다. 올해에는 137억원을 투자해 생존에 필수적인 방탄, 방독면 등을 사고 전체 보유율을 평균 79%로 향상시킬 예정입니다.”
―제대군인의 취업을 위해 예비군 조직을 유지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예비전력 관리 군무원은 예비군 중대 및 지역대 지휘관, 동원지원단, 동원보충대대 등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직은 향후 예비전력 정예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고, 직위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방예산 중 순수예비전력 예산이 0.4%에 불과한데, 이걸로 예비전력 확보가 가능합니까.
“그건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상비전력에 대부분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비전력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예비군 무기와 장비 현대화, 전투물자 확보, 훈련장 과학화 등이 필요하지만, 국가재정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예비전력 예산이 국방비의 2~3% 수준은 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