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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大選 포커스

그룹 인터뷰 - 20代가 생각하는 안철수

“좋긴 한데, 흠 있다면… 잘 모르겠다”(45%)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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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29세 “안철수 나와라” vs. 20~24세 “정치권에 나서지 마라”
⊙ 대선출마 언급 안 하는 부분에 대해 “전략적, 신중해 보인다”
⊙ “30대가 떠나도 최후까지 안철수 지지율 떠받치는 세대”

취재지원 : 이한솔月刊朝鮮 인턴기자 pubmonth@chosun.com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2012년 5월 30일 부산대 실내체육관에서 총학생회 초청 특별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 5월 30일 오후 6시 부산대 실내체육관 주변.
 
  대학생과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날은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하 정치인 직함 생략)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강연이 예정돼 있었다. 강연장에 입장하기 위한 행렬 속에 있던 두 남학생(부산대 2학년 재학)의 대화다.
 
  A: 근데 안철수는 왜 대통령에 나온다는 거냐?
 
  B: 대학생이 나오라고 하니까 나오나 보지. 근데 나온다냐?
 
  A: 모르지. 나는 아무튼 강의 듣고 안철수 사인 받아서 갈거야.
 
  B: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안철수가 너한테 사인을 해 주겠냐. 강의 끝나면 헬기 타고 갈걸? 이제 그 급은 됐잖아.
 
  강연은 총 2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부산대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는데, 대다수 사람들이 인원초과로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4시간 전부터 줄 선 사람들이 겨우 들어갔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대기해 있던 일부 사람들이 체육관 출입문을 세게 흔드는 바람에, 한때 주최 측과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뻔했다.
 
  강연장은 대학생과 일반시민들로 발 디딜틈 없이 빼곡했다.
 
  안철수가 강연 중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뭘까요?”라고 묻자, 한 학생이 “안철수!”라고 말했다. 순간 참석한 학생들이 박수를 치면서 ‘안철수’를 외쳐 댔다. 강연회장에서 느껴지는 안철수의 인기는 거의 연예인 수준이었다.
 
 
  20대와 30대의 차이
 
부산대에서 열린 안철수 강연을 듣기 위한 긴 행렬.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6월 23~24일에 조사한 결과를 보자.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20대는 전폭적으로 안철수를 밀었다. 20대의 34%, 30대의 26%, 40대의 16%, 50대의 6%, 60대의 8%가 ‘안철수가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답했다.
 
  20대와 30대가 모두 안철수를 1등으로 꼽았지만 이들 간에는 미묘한 차이가 보인다. 양자(兩者) 간 가상대결에서 이를 알 수 있다.
 
  20대는 ‘박근혜(朴槿惠) 대(對) 안철수’에서 ‘31% 대 61%’로 답했다. 안철수의 지지도가 박근혜보다 두 배 이상 높지만 안철수가 없는 양자 구도의 결과는 다르다. 20대는 ‘박근혜 대 문재인(文在寅)’에서 ‘51% 대 39%’로 답했다. 안철수가 없어진 빈자리를 문재인으로 대신하지 않고, 지지자 중 일부가 오히려 박근혜로 이동한 셈이다.
 
  동일한 질문에 대한 30대의 응답은 다르다. 30대는 ‘박근혜 대 안철수: 27% 대 66%’, ‘박근혜 대 문재인: 43% 대 49%’로 답했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팀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30대는 야권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무조건 반(反)새누리당입니다.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박근혜의 카운터파트를 지지합니다. 20대는 야권 성향으로 보기 애매합니다. 이들은 박근혜와 안철수가 대결할 때 안철수를 지지하지만, 박근혜와 문재인의 구도에서는 자신들이 잘 알지 못하는 문재인을 뽑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철수의 빈자리를 박근혜로 메우려는 이가 있습니다. 20대가 안철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20대가 안철수를 좋아한다는 것은 대다수가 안다. 또 20대가 그에게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는 것도 익히 짐작 간다.
 
  그렇다면 20대는 왜 안철수가 좋은 걸까. ‘안철수’라는 사람을 언제부터 알았으며, 지난 10개월 동안 그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껴서 출마 안 했으면 좋겠다”
 
안철수를 ‘20대 멘토’로 만드는데 역할을 했던 ‘청춘콘서트’. 지난 2011년 9월 7일 현장에 참석한 ‘시골의사’ 박경철(왼쪽)과 안철수.
  《월간조선》은 지난 7월 8~11일에 서울 시내 20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평균연령은 23.7세이고, 남자 105명, 여자 59명 등 총 164명이 응답했다. 또 안철수 지지자와 반대자를 선별해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철수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면 좋겠느냐’에 대해 응답자 전체의 52%(85명)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면 좋겠다’는 31%(51명), ‘모르겠다’는 17%(28명)였다. ‘안철수 대선(大選) 참여 반대’를 표시한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는데, ‘안철수가 싫어서’ 반대하는 이는 극소수뿐이었다.
 
  정치 참여 반대자 85명 중 45%는 ‘정치는 좀 다르다’는 식(式)이었고, 나머지 40%는 ‘사회의 멘토로 남아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의 정치 참여는 마땅찮아 했지만, 전체 응답자(164명)의 42%가 ‘대선후보가 된다면 안철수를 뽑겠다’고 했다. ‘안 뽑겠다’는 33%, ‘잘 모르겠다’는 25%였다.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달라”
 
  27세 대학생(남)은 “안철수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왕 한다면 전적으로 지지해서 그분이 꿈꾸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선 출마 반대, 하지만 나올 경우 찍는다’고 답했다. 25세의 한 대학생(남)은 “대통령이 되어 국민을 도우려는 것보다 지금처럼 개인 재단과 같은 식으로 사회에 도움을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많이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선거에 나오면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세의 한 대학생(여)은 “그냥 안철수가 정치판에 들어서는 것이 너무 싫다”고 답했다. 그 외에 안철수를 찍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교수, 학자는 어울리지만 정치는 어울리지 않아서’(27·남·대학생), ‘성공한 사업가와 정치인은 다르니까’(29·남·직장인)라고 말했다. 한 여대생은 “안철수는 굉장히 훌륭한 분이고 정말 존경한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쌓은 뒤에 대선에 출마했으면 좋겠다”며 “이번 대선에 나오면 찍을지 말지 모르겠다”고 했다.
 
  20대의 반응에 대해 미디어리서치 회사인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이렇게 해석했다.
 
  “20대의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가 그만큼 크다고 해석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안철수가 정치판에 들어가면 오염될 것이다, 기존 정치인과 별다를 것이 없게 변질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당신은 우리 사회의 꼿꼿한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라. 그러기 위해 나오지 말아라’는 겁니다. 안철수를 아끼면서 한편 걱정이 되는 거죠. 막상 안철수가 나올 경우 이들이 ‘키다리 아저씨’를 안 찍을까요?”
 
  이상환(李相煥)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분석은 이렇다.
 
  “안철수에 대한 호감은 기존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 즉 네거티브 투표(negative voting)에 따른 지지입니다. 안철수에 대한 합리적 평가에 따른 결과가 아직 아닙니다. 그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지지도가 변할 수 있습니다. 그 역시 실망감을 줄 수밖에 없을 거라는 한계의식에서 정치권에 나서지 않기를 바란다고 봅니다.”
 
  ‘안철수가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20대 지지자들의 의견은 비슷했다.
 
 
 
핵심 지지세력 25~29세

 
《월간조선》이 실시한 설문조사 문항.
  ‘기업가로서 훌륭한 능력을 봤고 기존의 정치인과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28·남·대학생), ‘사람들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24·남·대학생), ‘정치적으로 신선한 인물이 필요하다’(27·남·회사원), ‘어차피 능력은 해 보기 전에 모르는 거니까 최소한 도덕적 자격이라도 갖춘 사람이 좋다’(20·여·대학생), ‘고질적인 당파 정치에 얽매이지 않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21·남·학생),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27·남·방송PD) 등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안철수의 대선 출마 여부’를 20~24세와 25~29세로 나눠서 보면 결과가 다르다는 점이다.
 
  20~24세는 ‘출마 안했으면 좋겠다’(59%)가 ‘출마 했으면 좋겠다’(24%)를 앞섰다. 하지만 25~29세는 ‘출마 안했으면 좋겠다’(40%)가 ‘출마했으면 좋겠다’(42%)에 뒤졌다. 20대 후반으로 갈수록 안철수의 대선 출마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많은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제19대 총선 기준) 20대 선거인수(유권자수)는 총 67만6760명(전체 선거인수의 16.4%)이다. 40대(21.8%), 60세 이상(20.7%), 30대(20.4%)보다 적다.
 
  20대 중 ‘안철수 나와라’를 외치는 25~29세는 여태까지 가장 투표를 하지 않은 세대였다. 이들은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37.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20~24세는 45.4%였고, 전체 평균 투표율은 54.4%였다.
 
  홍영림 팀장은 “20대가 안철수를 지지하는 것은 전혀 새롭지 않지만, 안철수가 나와서 이들의 투표율을 높인다면 대선이 초박빙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5~29세의 11%는 ‘안철수가 나오면 그를 찍기 위해 투표장에 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안철수와 상관없이 투표할 것’이라는 답이 75%, ‘그날 돼 봐야 알겠다’는 8%뿐이었다.
 
  반면 20~24세는 ‘그날 돼 봐야 알겠다’는 답이 전체의 20%였다. ‘안철수가 나오면 그를 찍기 위해 투표장에 갈 것’이라는 답변은 8%, ‘안철수와 상관없이 투표할 것’이 68%였다.
 
  28세의 취업준비생(여)은 설문에 대해 ‘안철수가 대선에 나왔으면 좋겠다, 민주당 후보이기를 바란다, 10개월 동안 의사표명을 하지 않은 것은 정치적 압박 때문이다, 그를 뽑기 위해 투표장에 가겠다’고 답했을 정도로 ‘골수 안철수 팬’이다. 그의 말은 이렇다.
 
  “안철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굳이 투표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그저 그렇다고 생각하거든요. 안철수라면 현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 같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어요.”
 
  ―왜 민주당 후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민주당이 좋아서 후보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에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는데, 그 가능성이 새누리당, 무소속일 때보다 민주당 후보여야 될 것 같아서 그렇다는 거죠. 기존 정치권의 입장에서 보면 안철수를 영입해야 한다, 뭐 이런 식이지만, 반대로 안철수 입장에서 어느 것이 가장 본인에게 유리할까를 생각하는 거죠. 안철수가 안 나오는 대선은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요.”
 

 
  “안철수가 김두관 찍으래도 안 찍는다. 안철수가 아니니까”
 
안철수가 아무 의사표명을 하지 않는 가운데, 박근혜(왼쪽), 문재인(가운데), 김두관 등은 잇달아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안철수는 박근혜, 문재인, 김두관(金斗官) 등과 함께 유력한 대권후보다. 새누리당 박근혜와 야당 단일후보 안철수의 가상 대결에서는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정치의 기현상이다. 2007년 대선 1년 전이었던 2006년에 대권 도전을 선언하지 않은 고건(高建) 전(前) 총리의 지지율이 30%대였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불과 두 달뿐이었다. 안철수는 ‘대권 도전’을 선언한 적이 없음에도 10개월 이상 지지율 30%대를 고수하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안철수의 지지율 중 상당수는 20대가 떠받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2006년에 고건을 밀었던 사람이 40대라면, 안철수를 미는 사람은 20~30대입니다. 30대는 저쪽(새누리당)을 타도할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이 안철수여서 밉니다. 안철수가 나오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대안을 만들어야죠. 만일 안철수에 대한 지지율이 15%대로 떨어진다면, 그중 상당수는 20대일 겁니다. 20대는 그냥 남아 있어요. 다른 후보에 대해 판단 자체를 안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을 서울시장 선거처럼 생각하면 야권의 패인이 될 겁니다. 20대는 안철수는 지지하지만, 김두관을 좋아하지 않아요. 안철수가 김두관을 지지한다고 해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안철수가 아니니까요. 20대는 혼란에 휩싸이는 거죠.”
 
 
 
박근혜·문재인이 따라잡을 수 없는 안철수의 힘

 
  20대가 안철수를 바라보는 시선의 대부분은 ‘긍정’이었다.
 
  ‘안철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의 58%는 V3, 백신, CEO, 교수, 학자, 엘리트 등 직위 또는 직함을 떠올렸다.
 
  전체의 39%가 생각하는 안철수는 이렇다. 청렴함, 자기희생, 바름, 올바른 기업가, 젊음, 변화, 신지식인, 된사람, 멘토, 순수, 신뢰, 정직 등이었다. 이들은 안철수를 ‘20대의 멘토’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오늘날 ‘멘토(mentor·스승 역할을 하는 사람)와 멘티(mentee·조언을 받는 사람)’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언제부터 이 단어가 필수 용어로 사용된 것일까. 20대를 연구하는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신익태 소장이 말하는 ‘멘토’의 시작은 이렇다.
 
  “멘토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2000년대 후반 정도로 보입니다. 대학에 왔지만 스스로 주체적인 대학생활을 영위할 수준이 안 된다는 판단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었죠. 고등학교 때까지 정해진 틀에서 지낸 신입생에게 갑자기 무한 자유를 줬을 때 그들이 방황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하면 ‘나는 나홀로족’이라는 대학생이 전체의 30%입니다. 담임선생도 엄마도 없고, 수강신청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외연수는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이들은 혼란스러워합니다. 어찌 보면 요즘의 20대들이 과거보다 약해서라고 볼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이들을 끌고 가려는 차원에서 멘토와 멘티 개념이 나왔습니다. 이전 세대가 술 마시고 놀면서 대학 1학년을 시작했다면 이들은 다릅니다. 대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자칫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긴장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멘토라는 존재가 내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된 겁니다.”
 
  ―이들에게 안철수는 어떻게 멘토가 됐습니까.
 
  “주위에서 누구나 다 취업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안철수는 ‘꼭 대기업만이 목표일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본인 역시 주어진 틀을 박차고 다른 인생을 개척했습니다. 성공까지 이뤄 냈죠. 이런 모습에 대학생들이 열광하는 겁니다. 나에게 다른 길을 가라고 하는 사람, 그리고 실제로 성공한 사람, 우리를 누구보다 이해하는 사람, 만일 저런 사람이 정치를 한다면 우리를 위해 하지 않을까 라고 받아들입니다. 박근혜나 손학규(孫鶴圭), 문재인 누구도 갖지 못한 장점이죠.”
 
  ―안철수가 주는 위로가 거기서 끝일 뿐, 대책이 없다는 비판의식은 없을까요.
 
  “이들은 반값등록금 공약을 해 봐야 결국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약속보다는 내가 가진 느낌, 신념을 믿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을 중시하고, 심정적으로 나와 가까운 사람을 찾는 거죠.”
 
  ―안철수는 누구보다 보수적인 삶을 살았고 기득권층인데 가깝게 느낍니까.
 
  “자신들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20대의 사고를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이해 가지 않을 겁니다. 20대에게 ‘총학생회’는 ‘축제 때 연예인 부르는 사람들’ 정도입니다. 지난 3월 총선 때 조사한 결과가 있습니다. 교수님은 대충 수업을 하는 사람, 하지만 내 성적은 상대평가에 의해 냉정하게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가 기득권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스토리있고 일관성 있는데 간단 명료하게 말하는 사람이 20대를 이해한다니까 그냥 가깝게 느끼는 겁니다.”
 
 
  ‘무릎팍도사’ 보고 생각 바뀌어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안철수.
  안철수를 지지하는 여대생 5명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이 중 세 명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안철수연구소’의 대표로서 안철수를 알고 있었다고 했고, 두 명은 ‘무릎팍도사’(MBC의 토크쇼프로그램으로 2011년 10월 종영)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E: 안철수라는 이름은 알았지만 관심이 없었죠. ‘무릎팍도사’에 출연했을 때 모습이 신선했어요. 세상은 어두움, 부패, 반항으로 가득찬 곳인 줄 알았는데 안철수를 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성공했는데 깨끗하고, 원래 의사였는데 그걸 버리고 새로운 공부를 했다잖아요. 자기가 스스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인간이라고 했어요. 근 10년 동안 의대공부 하다 다른 도전을 한 건 20대에 와 닿는 얘기죠. 항상 진로를 고민하는데, 저런 삶도 있구나 싶었어요. 또 비효율적으로 살아도 성공할 수 있고, 기업하면서 백신 무료로 나눠 주고 좋은 일 할 수 있구나 싶고요.
 
  B: 저는 안철수에 대해 몰랐어요. ‘무릎팍도사’ 본 이후에 궁금해서 일부러 찾아봤어요. 그냥 롤모델이 되던데요.
 
  A: 저는 원래 안철수에 대해 알고 있어서 새롭지는 않았어요.
 
  사회: ‘무릎팍도사’ 출연 이후에 많은 대학생이 안철수에 대해 새롭게 바라봤고, 이후 ‘청춘콘서트’를 시작했는데요. 안철수에 대한 이미지가 연예인과 비슷한가요.
 
  C: 안철수를 멘토라면서 ‘청춘콘서트’ 쫓아다니는 애들을 보면 좀 한심해요. 자기 살길을 자기가 찾는 거지, 왜 그런 거에 의지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저도 안철수가 똑똑해서 좋기는 한데, 그런 식으로 안철수 좋아하는 거는 좀 아닌 것 같은데요. 다른 정치인이 워낙 아니니까 안철수가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요.
 
  A, B, D: 안철수의 바른 모습이 좋은 거지 연예인이랑은 다르죠.
 
  D: 안철수는 나 같은 보통사람인데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고 노력해서 이룬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B: 상식이 통하는 사람. 그게 안철수죠.
 
  D: 그죠, 상식이죠. 안철수를 보고 진보냐 보수냐 말하는 건 말이 안돼요. 안철수 본인이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했잖아요. 오히려 상식과 비(非)상식의 차이인데 그게 마음에 와 닿았어요.
 
  A: 얼마 전에 박근혜가 출마선언 하면서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얘기했을 때 끔찍하던데요. 박근혜가 말하는 나라는 ‘내 아버지의 나라’ 같아요.
 
  C: 박정희 시대까지 좌악 떠오르면서 아휴, 저 사람이 뭔데 나로 하여금 이런 생각까지 들게 하나 싶었어요. 분위기도 좀 싫다고 해야 하나. 박근혜 이길 사람은 안철수니까.
 
 
  “MB와 반대 이미지로 본다”
 
  20대가 안철수를 바라보는 ‘바름, 멘토’의 이미지 형성에 대해 황상민(黃相旻)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안철수가 성철스님, 김수환 추기경 같은 종교인이었다면 이런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았을 겁니다. 작은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또 망하고, 돈이 없지만 바르게 살았어도 지금과 같이 반응하지 않을 겁니다. 안철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입니다. 학벌과 조건을 갖췄어요. 거기에 플러스, 나름 깨끗한 면이 있으니까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닙니까. 몇 달 전 중·고생 학부형을 대상으로 한 면담에서 많은 사람이 ‘나중에 내 자식이 안철수 같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서울대 나왔죠, 부자죠. 의사였는데, 지금은 교수까지 하죠. 젊은이들은 자신과 다를수록 공감합니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 와서 위로를 하면 ‘너나 신경써’라고 하지만, 훨씬 잘난 사람이 위로하면 위로를 받는 겁니다. 20대가 김어준(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 진행자)에 공감하는 것과 안철수에 대한 공감은 전혀 다릅니다. 안철수는 정말 잘나서, 그럼에도 나를 이해해 주니까 20대의 멘토로 각인된 겁니다. 현(現) 대통령과의 반대적인 이미지로 안철수를 좋아하는 측면이 있고요.”
 
  ―무슨 얘깁니까.
 
  “여태까지의 투표 성향을 보면, 현재의 대통령에 실망하면 그 대통령과 반대되는 사람을 찾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안철수 자체만을 갖고 부각을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20대에게 MB는 ‘폭주하는 증기기관차’입니다. 반대의 이미지는 ‘전기자동차’인데 그런 이미지를 가장 잘 나타내는 사람이 안철수 같은 사람이죠. 20대는 MB를 비도덕적이라고 바라보기 때문에 ‘도덕 대통령’에 대해 갈구하는 것이고, MB가 독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안할 것 같은 ‘소통형 대통령’을 찾는 겁니다.”
 
  ―20대가 느끼는 노무현(盧武鉉)에 대한 생각과 안철수가 상관이 있을까요.
 
  “20대가 기억하는 노무현은 대통령 끝날 무렵부터 봉하마을에 있던 그 노무현입니다. 30~40대가 기억하는 노무현이 아닙니다. 봉하마을에서 연예인 수준으로 살다가 자살해서 죽은, 불쌍한 노무현이라고 기억합니다. 만약 문재인이 MB에 대한 실망에 플러스로 노무현에 대한 향수를 같이 가져갔다면, 20대의 패턴이 달랐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재인이 노무현과 일정 부분 선을 그었고, 그 부분을 20대는 실망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안철수가 더욱 부각되는 거죠.”
 
 
  “최적 타이밍 찾느라 미루는 것”
 
  다시 안철수 지지자 여대생 5명과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사회: 안철수가 여태까지 대권 도전을 선언하지 않은 부분은 지지자들로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A: 계산중이신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제일 정확한 포인트를 찔러서 야권에 힘을 실을까 머리를 굴리는 거죠.
 
  사회: 실망스럽지 않나요?
 
  A: 왜 실망스러워요. 전략적으로 이쪽(야권)에 힘을 실어 주려고 하는 건데.
 
  B: 저는 오히려 계속 선언을 안 하는 것이 불안 요소를 덜어 주는 것 같아요. 충분히 고민한다는 얘기니까요.
 
  E: 그게 똑똑한 거잖아요. 안철수가 상황을 잘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야권이 경선을 통해 누군가를 내세워도 약하고, 또 야권 단일후보를 뽑을 때를 본다는 느낌일까? 박근혜를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보는 것 같은데.
 
  A: 펀치 포인트를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B: 줄다리기를 잘하는 거죠. 최적의 타이밍 찾기.
 
  C: 안철수를 순진하다고만 하는데 이제는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요.
 
  사회: 그럼 안철수는 언제 대선 출마를 선언해야 하나요.
 
  B: 민주당 경선 끝나고요. 그 전에 나오면 민주당 경선에 왜 참여 안 하냐고 할 테니까.
 
  A: 10월까지 안 나와도 괜찮아요. 그때까지 준비하고 계획하고 나온다는 거니까요. 어느 정도 하고 있는 건데, 빨리 선언해라 말라는 아니죠.
 
  《월간조선》의 설문조사 결과는 비슷했다.
 
  ‘안철수가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면서 10개월 동안 정치 선언을 하지 않은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의 49%는 ‘신중해 보인다’고 했다. ‘우유부단해 보인다’는 29%였다. 기타로 ‘개인의 자유다’, ‘이미지 때문에 망설인다’라는 답이 많았다. 물론 반대 의견이 있다.
 
  24세의 회사원(남)은 “기존의 정치인보다 정직하고 청렴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국민에게 기대감만 불어넣고, 정작 본인의 거취에 대해 결정을 하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했다. 25세 대학생(남)은 보다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보였다.
 
  “안철수는 철저한 기회주의자라고 봅니다. 한 강연에서 대권 출마를 묻는 질문에 ‘50년 살면서 내 모든 선택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했다.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지는 대로 하겠다’는 등의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해서 자신에게 쏟아질 견제를 최소화했습니다. 본인은 진보나 보수 어느 진영의 논리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까지의 행적은 좌파의 주장에 동의하는 모습이죠. 그러면서 좌파에서 한걸음 물러나서 좌파가 맞는 비는 피하고 있습니다. 박원순(朴元淳)과의 ‘쪽지정치’, 문재인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갑자기 ‘강연정치’를 시작한 점을 볼 때 분명 대통령 감은 아닙니다.”
 
 
  간첩 없다는 발언, 큰 문제 안된다
 
  《월간조선》의 설문 내용 중에는 ‘안철수의 이념이 보수, 진보, 중도 중 어떤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응답자의 51%가 ‘중도’, 42%가 ‘진보’라고 답했다. 곧이어 안철수의 ‘대한민국에 간첩이 어디 있느냐’는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응답자의 답변은 “무책임하다”와 “그럴 수 있다”로 엇갈렸다. 그런데 이념을 묻는 질문에 대한 20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크게 관심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25세의 대학원생(여)의 얘기다.
 
  “개인적 신념 발언이든, 의도적 정치적 발언이든 공감합니다. 대체 색깔 논쟁은 언제까지 할 건가요. 이것이 정치적 가십거리에 오를 만큼 중요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빨간 발언 한마디에 죽자고 달려드는 이런 저질 한국 사회는 언제 바뀔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주의 정치 인사 말 한마디에 물고 늘어지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28세 대학생(남)은 “빨갱이를 떠나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들이 밥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관심없다’, ‘언제 그런 말 했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반응에 대해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당연하다”고 했다.
 
  “20대가 안철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면 국정운영 경험이 없고, 안보의식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그냥 안철수는 청렴하다 도덕적이다, 그것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고 그것이 사라지면 싫어지는 겁니다. 20대는 김제동(방송인)을 재미있어해요. 김제동의 사고가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고, 좋은 사람 덜 나쁜 사람으로 접근합니다. 30대와 완전히 다르죠. 30대는 누군가를 ‘옳고 그름’으로 평가하지만 20대는 ‘좋고 덜 좋고’로 바라봅니다. 따라서 30대는 ‘적 아니면 아군’이라는 의식이 있을 수 있지만, 20대는 이런 가치판단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지난번 총선 때 문성근이 ‘옳고 그름’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20대 마음을 얻을 수 없었던 겁니다. 30대는 비판뿐인 대책 없음에 화를 내지만, 20대는 아니에요. 그냥 나와서 ‘20대를 사랑한다, 우리는 소통국가다, 우리는 하나다’라고 하면 다 찍는 겁니다.”
 
  ―안철수 교수의 ‘청춘콘서트’처럼 그냥 이해한다는 말을 반복해도 되겠군요.
 
  “30대는 이 강연을 들으면 ‘실컷 말하더니 대책이 없고 가져갈 것도 없네’라고 말합니다. 20대는 그냥 나를 이해한다니까, 다르게 살아도 된다니까, 그렇게 말한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니까 이상 끝입니다. 그럼 나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 줄 건데의 이슈는 이들에게 없습니다. 기성세대가 안철수는 정책이 없다, 대북관(對北觀)·외교정책·복지에 대해 의사표명을 안 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20대는 관심 없습니다.”
 
  이상환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대에게 이념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다. 이념에 따라 정책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선호해 본인의 이념을 규정한다. 진보가 정의라는 도식이 통했던 때가 있었지만, 최근 통합진보당 구당권파가 이런 인식을 흔들어 놓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철수가 민주당 후보여야 하나, 무소속(혹은 제3정당) 후보여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체의 79%가 ‘무소속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후 ‘무소속 후보’를 선택한 응답자에게 ‘민주당 후보로 나오면 지지할 것이냐’를 물었더니 20대 초반과 중·후반의 답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안철수를 비판하는 대학생
 
  25~29세는 “안철수가 무소속(혹은 제3정당) 후보이기를 바라지만 민주당 후보라도 찍겠다”가 전체의 68%였다. 반면 20~24세는 같은 질문에 대해 ‘민주당 후보여도 찍겠다’는 응답이 46%, ‘민주당 후보라면 안 뽑는다’가 54%였다.
 
  또 다른 20대 그룹의 얘기를 들어 보자.
 
  A, B, C는 안철수에 대해 비판적이고, D와 E는 안철수를 지지한다.
 
  D: 청춘콘서트 되게 좋다고 하던데요. 요즘 대학교로도 강연 많이 해서요. 거기 다녀온 애들은 다 생각이 달라져서 왔더라고요.
 
  E: 안철수가 하는 이런 얘기들이 좋아요. 아, 이런 것들을 정치에 적용하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랄까. 제가 이과생이라서 과학을 공부한 것도 좋아요.
 
  A: 청춘콘서트 하면서 그 사람이 강조한 건 소통이잖아요. 안철수 하면 딱 생각나는 건 소통밖에 없어요. 또 다른 비전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냥 딱 하나예요. 그런데 좀 답답해요. 자기 의견 말도 안 하고, 무슨 바보인가.
 
  D: 예전이 좋았어요. 20대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그러면서 동경의 대상인 그때가. 스토리가 있으니까 ‘저 사람은 저렇게 살아왔구나’ 그렇게 와 닿았는데, 요즘은 정치 얘기만 나오니까 답답하죠.
 
  B: 작년까지만 해도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안철수의 등장은’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드디어 우리도 민주주의다. 대학생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모두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구나 했는데. 박원순 지지한다고 했을 때도 그냥 그랬는데. 지금 대선이 코앞인데 얘기도 안 하고, 무슨 비전인지도 모르겠고, 유권자 입장에서는 답답하죠.
 
  E: 정치적으로 포탄이 날아올까 두려운 거죠. 지금 너무 두려운 거예요. 제가 안철수를 좋아하는데 기득권이다 보수다 뭐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성향이 좋은 거죠.
 
 
  도덕적 결함이 나온다면…
 
  A: 보수나 진보 뭐 이런 거는 상관이 없는데, 안철수한테 만약에 흠이 생기면 중도층에서 아예 턴(지지철회)할 것 같은데요.
 
  B: 사소한 거라도 못 넘어갈 거 같아요. 너무 깨끗해 보이니까, 뭐 숨겨져 있 으면 좀 그렇지 않나?
 
  C: 학문에 대한 거짓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확실히 모르지만 문대성 사건처럼 논문조작이나 이런 흠이 나온다면 그래도 명색이 학자인데. 의대 말고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성공한 것까지는 좋은데 그런 게 있으면 학자로서 이미지가 한 번에 무너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월간조선》의 설문 중에서 ‘안철수가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만일 개인적인 흠이 부각된다면 어떨 것 같나’는 문항이 있었다. 응답자의 45%는 ‘잘 모르겠다’고 했고, 23%는 ‘지지를 철회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안철수는 지지할 것이다’는 32%였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안철수의 도덕이 문제가 된다면 20대가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만일 안철수 같은 사람이 명백하게 다른 사람의 자료를 표절했다거나, 청소 아줌마 월급을 주지 않았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겁니다. 안철수는 도덕, 청렴, 상식으로 포장돼 있습니다. 가식적인 이미지가 아닙니다. 20대가 이를 진정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대선 출마 선언을 늦게 하든, 일찍 하든, 간첩 없다는 발언을 하든 상관이 없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청소 아줌마 월급을 주지 않았거나, 정말 작은 도덕적 결함이라도 나타난다면 20대는 난리가 날 겁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대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철수가 출마를 선언하고 언론에서 그에 대한 검증에 들어갈 경우에 20대는 언론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철수에게 흠을 낼수록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흠으로 얘기하면 MB부터 내려와야지’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언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20대가 좋아하고 지지하는 대상을 흠낼 때 ‘믿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천안함 같은 심리가 나오는 겁니다. 20대의 안철수에 대한 사랑은 무조건적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허리케인으로 변할 수 있는 ‘산들바람 20대’
 
  ‘유권자’ 20대의 속마음은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가지각색이다. 문제는 이들이 올 연말 대선에서 일으킬지 모르는 ‘바람’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신익태 소장의 말은 이렇다.
 
  “오늘날의 20대를 ‘바람의 세대’라고 부릅니다. 실체가 없고 왔다 갔다 합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과 같은 세대입니다. 산들바람일 때는 상관없지만, 언제든 허리케인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어떤 폭발물이 이들의 네트워크인 ‘페이스북’ 등과 결합되면 말입니다. 평상시에는 정치인에 대해 느낌도 없고, 대통령이 뭘 하는 자리인지, 정당이 무엇인지 관심이 없지만, 이들에게서 정치적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안철수뿐입니다. 박근혜가 페이스북에 백날 얘기해도 20대가 ‘공유’한다며 버튼을 누르지 않지만, 안철수가 얘기하면 다릅니다. 바람세대가 12월을 어떻게 맞아들일는지 궁금합니다.”
 
  이상환 교수는 “안철수의 ‘강연정치’는 사회 하층민이나 50대 이후의 세대에게 파급력이 없지만 20대에게는 영향력이 컸다. ‘강연정치’가 끊임없이 이슈를 창출한다면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상민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바람이 불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번 총선에서는 정치적 쏠림이 없었습니다. 아직도 대선에 대해 쏠림 현상은 없어 보이지만, 안철수가 나온다면 어떻게 포장하느냐가 문제 될 겁니다. 20대가 ‘나꼼수’, ‘힐링캠프’(SBS 토크쇼 프로그램) 등을 보면서 본인들이 쏠림이 없는 것보다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낫다는 것을 조금씩 경험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예전에 ‘정부가 뭘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내가 힘(투표권)이 있는데 직접 나서서 받아 내자’는 걸 체험하고 있다고 할까요. 반값등록금 문제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이를 경험한 20대에 도화선이 될 무언가가 나오면 폭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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