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의 구제역 방역시스템으로는 연례행사 될 가능성 충분”
⊙ “민간단체의 대북 심리전단 살포를 보면 초창기의 순수함이 상당부분 퇴색”
⊙ 자라나는 세대의 안보관 확립 위해 白善燁 장군 조형물 건립 ‘관철’
⊙ 파주시 발전 위해 이화여대 유치는 반드시 필요… ‘캠프 하우즈’는 사업비 201억원 확보해
공원으로 조성
李麟載
⊙ 50세. 연세대 법학과 졸업. 同 대학원 법학박사.
⊙ 행정고시 26회. 내무부 서기관, 고양시 일산구청장, 경기도 문화관광국장, 파주시 부시장,
경기도 지방공무원교육원장 역임.
⊙ 現 파주시장(민주당, 득표율 43.83%).
⊙ 상훈 : 녹조근정훈장, 스페인 카를로스 국왕훈장.
⊙ 저서 : 《약속의 땅, 파주의 미래를 본다》.
⊙ “민간단체의 대북 심리전단 살포를 보면 초창기의 순수함이 상당부분 퇴색”
⊙ 자라나는 세대의 안보관 확립 위해 白善燁 장군 조형물 건립 ‘관철’
⊙ 파주시 발전 위해 이화여대 유치는 반드시 필요… ‘캠프 하우즈’는 사업비 201억원 확보해
공원으로 조성
李麟載
⊙ 50세. 연세대 법학과 졸업. 同 대학원 법학박사.
⊙ 행정고시 26회. 내무부 서기관, 고양시 일산구청장, 경기도 문화관광국장, 파주시 부시장,
경기도 지방공무원교육원장 역임.
⊙ 現 파주시장(민주당, 득표율 43.83%).
⊙ 상훈 : 녹조근정훈장, 스페인 카를로스 국왕훈장.
⊙ 저서 : 《약속의 땅, 파주의 미래를 본다》.
지난 4월 말 이인재(李麟載) 파주시장을 집무실에서 만났을 때, 그는 구제역 방역(防疫) 공로자 200여 명을 표창하고 서둘러 돌아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파주시는 구제역으로 전체 소·돼지의 85%를 잃었습니다. 연인원 4만5000명이 넘는 파주시민들이 추위에 떨어가며 자원봉사를 해주셨는데, 그분들 모두에게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죠.”
파주는 40여 일간 휘몰아친 구제역 광풍(狂風)으로 14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매몰처분’되는 등, 전국 지자체 가운데 이천·포천·안성·안동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피해를 보았다. 이인재 시장은 구제역 기간 내내 현장을 누비며 느낀 점을 A4용지 2장 분량으로 적어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 시장은 ‘현재의 방역시스템으로는 구제역이 연례행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사후처리보다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춰 축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고,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초 답신(答信)에서 “저도 구제역 방역현장에 다녀왔지만, 시장·군수를 비롯해 수많은 공직자가 추위와 싸우며 애쓰고 있었다”며 “보내준 의견은 구제역 방역과정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좋은 제안으로,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반영되도록 함께 검토하겠다”고 했다.
―유정복(劉正福) 농식품부 장관은 “파주에서 농장주가 안동에 다녀왔는데, 그것이 신고가 됐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며 파주가 사실상 구제역 전국 확산의 ‘주범’이라는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전혀 사실과 달라요. 파주시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조사를 의뢰했고, 검역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파주의 축산 관련 농장주가 안동에 다녀온 일도 없고, 기계제작 주문을 위해 안동의 구제역 발생 농장을 다녀온 파주의 한 가축분뇨처리 설비업체가 파주의 축산농가와 접촉한 사실도 없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파주가 경기 북부 확산의 발원지라면, 파주의 구제역 발생(2010년 12월 15일)이 양주·연천지역(2010년 12월 14일)보다 빨라야 하지 않을까요?”
―구제역을 치르고 보니 방역할 때 무엇이 가장 큰 문제던가요?
“농장 입구에 혹한기(酷寒期)에도 얼지 않는 방역기와 CCTV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릴 때는 소독액조차 얼어버리거든요. 지금처럼 도로를 막고 모든 차량을 방역하는 것보다 사료와 분뇨를 운반하는 ‘차량표시제’를 도입해 별도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겁니다. 축사(畜舍)가 밀집한 지역의 관공서에 차량용 방제기와 교통표지판 등 이동통제소 세트를 비치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살처분 대상 농가의 20%가 가축을 매몰할 땅이 없어 애를 먹었습니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군부대 야산 등 국·공유지에도 가축을 매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개별 축산농가의 시설을 현대화하고, 축산 허가제를 도입해 축산업의 전문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더군요.
“축산도 일정 규모 이상의 축산업을 할 경우에는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정부는 축산농가의 위생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제역 파동을 막을 수 있습니다. 파주시는 지하수 오염을 막기 위해 ‘매몰지 사후관리팀’을 가동했고, 파주시 농장주 800여 명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인재 시장은 “사람들은 구제역을 천재지변(天災地變)처럼 얘기하지만, 길을 사이에 두고 방역을 열심히 한 농가는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구제역 최초 발병(發病)에 대한 도덕적 해이(解弛)도 상당부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살처분한 다음, 정부에서 무조건 100% 보상해 주는 것보다 축산농가도 책임소재를 따져 보상금을 차등 지급해야 맞다”고 했다.
그는 “구제역은 ‘세균과의 전쟁’이고, 역설적으로 철저히 관리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구제역이 사람에게 전염되는 질병이 아니라고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집권하려면 대북관 확고히 해야”
이인재 파주시장의 소속정당은 민주당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천안함 폭침(爆沈)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저지른 북한을 비난하는 등 ‘우파적(?) 행보’를 해왔다. 그는 특히 “한 일간지에서 나를 ‘보수꼴통 좌파’라고 해 한참을 웃었다”면서 “나처럼 보수도 좌파도 아닌 평범한 애국시민이 뉴스거리가 되는 것은 잘못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포를 쏘는 북한만 적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도 적이 있다”면서 “종북(從北)주의자들의 술책이 통하지 않도록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파주시 관계자들은 “이인재 시장은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내무부 공무원, 고양 일산구청장, 경기도 문화관광국장, 파주시 부시장 등을 지내며 비교적 정치색이 없는 처신을 해왔다”면서 “이인재 시장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파주시장에 당선될 때 민주당 도움을 별로 받지 않았다는 점도 소신(所信) 있게 행동할 수 있는 힘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세력이 약한 파주에서 한나라당 소속 류화선(柳和善) 당시 시장과 황진하(黃震夏) 의원의 갈등 덕에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시장에 당선됐기 때문에, 보수적인 지역정서를 의식한 정치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전 정치인이라기보다 평생을 공직(公職)에 있던 사람입니다.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건 사실이지만, 지역발전의 적임자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당적(黨籍)은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시장을 하면서 ‘초당적(超黨的)으로 일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시정(市政)에 여야가 있을 수 있습니까. 그런 점에서 전 민주당 사람이라기보다 ‘파주당(坡州黨)’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모 자치단체장이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우리 군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자 자극받은 북(北)이 우리 군 포진지를 집중 공격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면서 “안보에는 여야(與野)가 따로 없고, 민주당도 안보 현안을 한나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챙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파주는 접경지역이면서 우리나라 안보의 보루(堡壘)입니다. 정파(政派)보다는 시민의 안위(安危)가 최우선이라는 제 소신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민주당은 시장님의 ‘우파적 행보’에 대해 불쾌해하지는 않습니까.
“(웃으며) 글쎄요. 비공식적으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는 못 들었습니다. 저는 민주당 이념을 지금도 지지하고 있고, 지방선거 때도 민주당 인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앞으로 민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안보문제, 북한문제 등에 대해 한나라당보다 화끈한 안보관, 대북관을 이야기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최근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에 14개월째 계류돼 온 ‘북한인권법안’의 상정을 또다시 거부했습니다. 민주당은 “북한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정치적 인권보다 생존권, 먹을 권리부터 챙겨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북한인권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이야기를 꺼내야 합니다. 침묵이 최선은 아닙니다. 왜 북한의 인권을 말하면 안 되는지 민주당은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은 ‘다 좋은데, 인권문제를 꺼내면 북한이 대화를 거부할 것’이라고 말할 겁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7년 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고, 그럼에도 북한은 ‘스토커’란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미국에 대화를 애걸하고 있습니다.”
‘쇼’ 차원의 대북 전단살포는 반대
―보수단체들이 임진각에서 대북(對北) 전단을 살포하는 것에 대해 파주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임진각에서 대북 심리전을 전개하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북한은 지난 2월 27일 대북전단 살포 행사를 겨냥해 ‘심리적 발원지에 대한 조준사격’ 위협을 가하고 있고, 임진각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불안감과 함께 이를 저지하기 위한 물리적 충돌도 불사한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5일 임진각에서의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 희생자 합동위령제는 우려와 달리 충돌없이 끝났습니다. 주민과 상인들이 피해를 입고 반대하는 일에 대해 시장은 ‘주민편’일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북 심리전단을 풍선을 통해 날리는 것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조준사격’ 운운하는 것은 대북심리전의 효과가 있다는 방증이거든요.”
그는 “대북심리전은 군(軍)에서 심리전의 일환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탈북단체나 보수단체 등 민간에서 대북 심리전단을 살포하는 것을 보면 초창기의 순수함이 상당히 퇴색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정말 북한동포를 위한 취지로 북한에 풍선을 보낸다면, 임진각에서 기자들 불러놓고 하는 이벤트성 ‘쇼’ 말고, 현지 주민들의 처지를 감안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미리 보도자료를 내 전단을 날려보내러 간다는 사실을 요란하게 알리고, 행사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대문짝만 하게 찍어 홍보하는 풍토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그는 “심리전단 살포를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다’면서 임진각에서 강행하기보다 지혜롭게 주민들과 마찰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그렇게 우매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결국 상대방의 전략에 말려들기만 할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임진각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파주의 시민단체 가운데는 순수하지 못한 단체도 끼어 있다는 말인가요?
“전 반드시 그렇다고 봅니다. ‘무건리 훈련장’ 확장을 위해 인근 오현리 주민들을 보상하는 과정에서 젊은 대학생들이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면서 주민들 사이에 끼어들어 협상을 방해하는 것을 보고 기가 찼습니다. 주민들과 접촉하면서 저는 ‘불순한 세력이 끼어들어 협상이 정치적으로 변질된다면, 군은 절대로 여러분의 땅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처음에 동요했지만, 나중에는 진상을 알게 됐고 ‘왜 방학 때 남의 동네에 와서 지랄이냐’며 학생들과 좌파단체들을 쫓아냈습니다. 그 후 협상은 일사천리로 잘 마무리됐습니다.”
白善燁 장군 조형물 건립 ‘관철’
이인재 시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1일, 판문점·제3땅굴·비무장지대(DMZ)·민통선·자유의 다리·임진각 등 파주 관내에 있는 ‘분단의 현장’들을 돌아봤다고 한다. 그는 “그때 젊은 세대에게 6·25전쟁의 비극을 알려주기 위한 안보기념물을 파주 관내에 설치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6·25전쟁 때 파주에서 1사단장으로 북한군의 공격을 저지한 백선엽(白善燁) 장군께서 파주시청을 몸소 방문해 ‘평화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며, 자유는 결코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라는 말씀을 들려주신 적이 있는데, 그때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6·25와 같은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막고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의 국가관·안보관이 명확하게 정립돼야 합니다. 적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백 장군의 나라사랑 정신을 후손에게 가르칠 수 있는 조형물이 그래서 필요한 겁니다.”
이인재 시장은 통일부, 관내 1사단 등과 조형물 건립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고, 백 장군을 찾아 이 같은 방안을 설명했다. 김문수(金文洙) 경기도지사와도 기념물의 형태, 설치장소와 예산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조형물은 ‘6·25전쟁 참전기념비’로 해 임진각 ‘평화의 종(鐘)’ 비탈면에 조성한다.
파주시는 조형물을 조성한 뒤, 지난해 3월 만들어진 1사단의 백 장군 기념석과 연계해 안보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백선엽 장군 조형물 설치 사실이 알려지자, 좌파 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러나 이인재 시장은 단호했다.
“미국 전사(戰史)에도 ‘한국전의 영웅’으로 기록된 분을 ‘친일파’로 몰아세우는 우리 민족은 정말 어떤 사람들일까, 회의가 들 정도였습니다. 못난 민족이지요. 시(市) 예산도 아니고 도비(道費)로 건립하는 것임에도, 일부 사회단체가 ‘시장을 규탄한다’면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건립이 확정되니까 ‘백선엽 장군 선양비’라는 명칭을 바꾸고, ‘조형물에 백선엽 장군의 얼굴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까지 요구하더군요.”
이인재 시장은 “경기도 문화관광국장으로 일하던 2001년 당시, 임창열(林昌烈) 경기지사를 도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에 ‘한국 마라톤의 영웅’ 황영조(黃永祚) 선수의 동상을 세운 적이 있다”면서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접경지역인 파주에 6·25 참전기념비를 세우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했다. 현재 황영조 선수의 동상은 바르셀로나의 명물(名物)로 자리 잡았고, 이인재 시장은 이 공로로 우리 정부와 스페인 카를로스 국왕으로부터 각각 훈장을 받았다.
3·1절 행사, 파주市 주관으로 치러
이인재 시장은 “올해부터 기초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3·1절 행사, 8·15 광복절 행사를 파주시 주관으로 치르기로 했다”면서 “군인은 총(銃)으로 나라를 지키지만 파주시민은 확고한 정신무장으로 파주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국가관을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학생 3명 중 1명은 6·25전쟁이 조선시대에 일어난 전쟁, 남침(南侵)을 ‘남한이 북한을 공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수세력이 좌파들의 역사왜곡에 안일하게 대응하다 ‘바보’가 된 케이스입니다.”
그는 “좌파들은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인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을 4·19혁명을 탄압한 ‘독재자’로 부각해 실패한 지도자로 몰아가지만 그분의 공과(功過)는 구분해야 한다”면서 “그는 이미 100년 전 구한말(舊韓末)의 어려운 여건 아래에서 국민 주권국가를 건설하려다 사형선고를 받기도 했고, 극심한 좌우대립 속에서 국제정치와 남북관계를 꿰뚫어 보는 혜안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을 세운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盧武鉉) 정부는 ‘국정’이던 국어·국사 교과서를 ‘검인정’으로 바꾸었습니다. 국민들이 국사교과서 왜곡에 강력히 반발하자 이명박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에서 만든 근현대사와 같이 왜곡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한국사를 2012학년도 고교 입학생부터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습니다.
“국사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넘어간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역사의 기본 줄기를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도 교과서 문제를 손대고 있지만, 눈치를 보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전 세계 국가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성공한 역사’로 평가하는데, 왜 우리만 스스로 ‘실패한 역사’라며 폄하해야 합니까?”
―이화여대 파주캠퍼스는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방부와 이화여대 간 부지매각 협상이 결렬됐다는 뉴스도 들립니다. 주한미군 부대가 떠난 부지에 대학들이 캠퍼스 이전을 한다며 몰려왔는데, 지금처럼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한미군이 반환한 공여지(供與地)는 6군데 152만4507㎡(약 46만 평)에 달합니다. 미군 공여지는 국방부 땅도 있지만, 사유지(私有地)도 있습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린 토지들이죠. 지방자치단체와 대학들이 주민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생략한 결과입니다. 좌파의 논리처럼 ‘미군(美軍)이 점령하던 땅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구호성 멘트들은 폼은 나지만 현실성은 떨어집니다. 임진강 북쪽의 민통선(民統線) 안에 있는 ‘캠프 그리브스’처럼 적(敵)의 포 사정권 안에 들어 있는 땅을 통째로 내놓으라 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국방부도 이화여대 부지를 가지고 ‘땅장사’하려는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국방부가 감정평가액인 652억원보다 3배나 높은 1750억원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건물 주변의 ‘임야’까지 ‘잡종지’로 본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협상이 전향적인 방향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주시와 경기도 발전을 위해 이화여대 유치는 반드시 필요하고, 조리읍의 ‘캠프 하우즈’는 올해 사업비 201억원을 확보해 공원 등으로 조성할 것입니다.”
이인재 시장은 “미군 공여지의 기름 유출로 인한 토양오염은 거의 대부분 치유됐다”면서 “이화여대가 들어갈 캠프 에드워드 등 공여지 대부분은 환경단체의 입회하에 검증 작업을 마쳤다”고 했다.
―올해 추진하려는 주요사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올해는 교육예산을 작년보다 3배나 늘려 165억원으로 잡았습니다. 초등학교 전 학년의 무상급식은 물론, 낡은 컴퓨터를 교체하고 보조교사 등의 채용도 지원합니다. 또 9월 말에 파주 출판도시에서 ‘책 축제’를 열 계획입니다. 실속 있게 준비하기 위해 ‘국제’라는 말도 빼라고 했습니다. 관련 예산 12억5000만원도 편성했고, 경기도에서 지원받기로 했습니다. 세계적인 책 축제로 만들기 위해 출판인들과 논의 중입니다.
특히 올해는 파주시의 ‘기초체력’을 다질 겁니다. ‘빚 안 지고 살자’는 목표 아래 알뜰하게 살림하겠습니다. 지방채(地方債)를 내지 않는 대신, 지난해처럼 국비(國費)를 최대한 유치하려고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이 예산의 필요성을 중앙정부에 충분히 이해시켜 공감대를 얻어내려 애쓰고 있습니다. 임기 내에 빚 1600억원 중 1000억원을 갚으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겠지만 올해처럼 예산운용을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공약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파주까지 연장될 수 있습니까?
“경기도 의회가 GTX 노선연장 타당성 조사용역비를 전액 삭감했습니다. 그래서 파주시 자체로 예산을 세워 GTX 파주 연장 용역을 맡겼습니다. GTX 사업은 국토부가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확정했고 경기도는 2018년 개통을 목표로 내년 중반기에 착공할 것을 국토부에 건의하는 등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국토부와 경기도 등 관계기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겁니다. 7만 평이 요구되는 기지창 부지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GTX는 수도권 내 핵심 교통수단이 될 것이고, 향후 인구 80만명의 파주시가 배제되는 일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통일 한국의 남북 접근성 확보를 위한 주요 거점노선 확보 차원에서도 GTX 노선연장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파주의 대표 브랜드는 ‘쌀’과 ‘책’, 그리고 ‘반도체’”
―신세계 첼시프리미엄 아웃렛,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등 아웃렛 매장들이 파주에 들어서면서 자유로가 극심한 교통체증을 앓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교통수요에 대한 대책은 없습니까?
“지난 3월 18일 개장 이래 한 달 만에 100만명이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예상을 초월한 것입니다. 주차시설이 1700여 대임에도 주차난이 심각합니다. 8월 중 750여 대의 주차공간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입니다. 개장과 세일기간이 겹쳐 쇼핑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민원인들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민원인들이 실·국장을 뛰어넘어 시장을 만나면 실·국장들이 곤란해질 텐데요?
“민원인들은 절차 밟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분들은 시장을 만나려고 택시 타고, 버스 타고 온 겁니다. 저는 시간이 정 없을 때는 제 집무실에서 서류결재를 병행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도와드리고 싶은데, 법규가…’라는 말은 ‘시장의 언어’가 아닙니다. 실제로 민원인들이 그렇게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많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시장이 민원인들을 만나지 않으면 소통이 안 되고 집회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실·국장들도 좋아하고, 파주경찰서장도 제게 ‘고맙다’고 합니다. 덕분에 집회가 없다면서….”
이인재 파주시장은 2000년 경기도 문화관광국장 시절, 이천의 세계 도자기 엑스포를 유치했고, 파주 부시장 시절에는 임진각 현대화와 파주 출판단지 1단계 마무리 작업을 했다. ‘문화 마인드’를 가진 셈이다. 기자가 “파주 하면 떠오르는 하나의 대표 브랜드가 없다”고 하자, 이 시장은 기자에게 왼쪽 양복 깃에 달린 배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디자인한 배지에는 쌀, 반도체, 그리고 책이 있습니다. 쌀은 농업도시 파주의 ‘근본’입니다. 그 위에 우리의 정신을 살찌우는 출판단지가 있고, ‘미래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통일한국의 ‘먹을거리’는 파주가 다 준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파주시는 구제역으로 전체 소·돼지의 85%를 잃었습니다. 연인원 4만5000명이 넘는 파주시민들이 추위에 떨어가며 자원봉사를 해주셨는데, 그분들 모두에게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죠.”
파주는 40여 일간 휘몰아친 구제역 광풍(狂風)으로 14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매몰처분’되는 등, 전국 지자체 가운데 이천·포천·안성·안동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피해를 보았다. 이인재 시장은 구제역 기간 내내 현장을 누비며 느낀 점을 A4용지 2장 분량으로 적어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 시장은 ‘현재의 방역시스템으로는 구제역이 연례행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사후처리보다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춰 축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고,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초 답신(答信)에서 “저도 구제역 방역현장에 다녀왔지만, 시장·군수를 비롯해 수많은 공직자가 추위와 싸우며 애쓰고 있었다”며 “보내준 의견은 구제역 방역과정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좋은 제안으로,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반영되도록 함께 검토하겠다”고 했다.
―유정복(劉正福) 농식품부 장관은 “파주에서 농장주가 안동에 다녀왔는데, 그것이 신고가 됐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며 파주가 사실상 구제역 전국 확산의 ‘주범’이라는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전혀 사실과 달라요. 파주시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조사를 의뢰했고, 검역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파주의 축산 관련 농장주가 안동에 다녀온 일도 없고, 기계제작 주문을 위해 안동의 구제역 발생 농장을 다녀온 파주의 한 가축분뇨처리 설비업체가 파주의 축산농가와 접촉한 사실도 없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파주가 경기 북부 확산의 발원지라면, 파주의 구제역 발생(2010년 12월 15일)이 양주·연천지역(2010년 12월 14일)보다 빨라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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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재 시장이 구제역 방역 현장을 돌며 느낀 점을 적어 청와대에 보내자 이명박 대통령은 “보내준 의견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반영되도록 검토하겠다”며 답장을 보내왔다. |
“농장 입구에 혹한기(酷寒期)에도 얼지 않는 방역기와 CCTV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릴 때는 소독액조차 얼어버리거든요. 지금처럼 도로를 막고 모든 차량을 방역하는 것보다 사료와 분뇨를 운반하는 ‘차량표시제’를 도입해 별도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겁니다. 축사(畜舍)가 밀집한 지역의 관공서에 차량용 방제기와 교통표지판 등 이동통제소 세트를 비치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살처분 대상 농가의 20%가 가축을 매몰할 땅이 없어 애를 먹었습니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군부대 야산 등 국·공유지에도 가축을 매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개별 축산농가의 시설을 현대화하고, 축산 허가제를 도입해 축산업의 전문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더군요.
“축산도 일정 규모 이상의 축산업을 할 경우에는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정부는 축산농가의 위생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제역 파동을 막을 수 있습니다. 파주시는 지하수 오염을 막기 위해 ‘매몰지 사후관리팀’을 가동했고, 파주시 농장주 800여 명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인재 시장은 “사람들은 구제역을 천재지변(天災地變)처럼 얘기하지만, 길을 사이에 두고 방역을 열심히 한 농가는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구제역 최초 발병(發病)에 대한 도덕적 해이(解弛)도 상당부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살처분한 다음, 정부에서 무조건 100% 보상해 주는 것보다 축산농가도 책임소재를 따져 보상금을 차등 지급해야 맞다”고 했다.
그는 “구제역은 ‘세균과의 전쟁’이고, 역설적으로 철저히 관리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구제역이 사람에게 전염되는 질병이 아니라고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집권하려면 대북관 확고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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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매몰지 지하수 오염 우려를 씻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가 지난 4월 13일 파주읍 부곡리 마을에 수돗물을 공급한 가운데 이인재 파주시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통수식 참석 인사들이 수돗물을 틀어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
파주시 관계자들은 “이인재 시장은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내무부 공무원, 고양 일산구청장, 경기도 문화관광국장, 파주시 부시장 등을 지내며 비교적 정치색이 없는 처신을 해왔다”면서 “이인재 시장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파주시장에 당선될 때 민주당 도움을 별로 받지 않았다는 점도 소신(所信) 있게 행동할 수 있는 힘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세력이 약한 파주에서 한나라당 소속 류화선(柳和善) 당시 시장과 황진하(黃震夏) 의원의 갈등 덕에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시장에 당선됐기 때문에, 보수적인 지역정서를 의식한 정치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전 정치인이라기보다 평생을 공직(公職)에 있던 사람입니다.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건 사실이지만, 지역발전의 적임자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당적(黨籍)은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시장을 하면서 ‘초당적(超黨的)으로 일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시정(市政)에 여야가 있을 수 있습니까. 그런 점에서 전 민주당 사람이라기보다 ‘파주당(坡州黨)’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모 자치단체장이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우리 군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자 자극받은 북(北)이 우리 군 포진지를 집중 공격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면서 “안보에는 여야(與野)가 따로 없고, 민주당도 안보 현안을 한나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챙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파주는 접경지역이면서 우리나라 안보의 보루(堡壘)입니다. 정파(政派)보다는 시민의 안위(安危)가 최우선이라는 제 소신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민주당은 시장님의 ‘우파적 행보’에 대해 불쾌해하지는 않습니까.
“(웃으며) 글쎄요. 비공식적으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는 못 들었습니다. 저는 민주당 이념을 지금도 지지하고 있고, 지방선거 때도 민주당 인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앞으로 민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안보문제, 북한문제 등에 대해 한나라당보다 화끈한 안보관, 대북관을 이야기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최근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에 14개월째 계류돼 온 ‘북한인권법안’의 상정을 또다시 거부했습니다. 민주당은 “북한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정치적 인권보다 생존권, 먹을 권리부터 챙겨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북한인권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이야기를 꺼내야 합니다. 침묵이 최선은 아닙니다. 왜 북한의 인권을 말하면 안 되는지 민주당은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은 ‘다 좋은데, 인권문제를 꺼내면 북한이 대화를 거부할 것’이라고 말할 겁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7년 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고, 그럼에도 북한은 ‘스토커’란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미국에 대화를 애걸하고 있습니다.”
‘쇼’ 차원의 대북 전단살포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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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 임진각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20여 개 탈북자단체가 북한 김정일의 70번째 생일을 맞아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대북전단을 북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
“북한은 지난 2월 27일 대북전단 살포 행사를 겨냥해 ‘심리적 발원지에 대한 조준사격’ 위협을 가하고 있고, 임진각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불안감과 함께 이를 저지하기 위한 물리적 충돌도 불사한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5일 임진각에서의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 희생자 합동위령제는 우려와 달리 충돌없이 끝났습니다. 주민과 상인들이 피해를 입고 반대하는 일에 대해 시장은 ‘주민편’일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북 심리전단을 풍선을 통해 날리는 것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조준사격’ 운운하는 것은 대북심리전의 효과가 있다는 방증이거든요.”
그는 “대북심리전은 군(軍)에서 심리전의 일환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탈북단체나 보수단체 등 민간에서 대북 심리전단을 살포하는 것을 보면 초창기의 순수함이 상당히 퇴색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정말 북한동포를 위한 취지로 북한에 풍선을 보낸다면, 임진각에서 기자들 불러놓고 하는 이벤트성 ‘쇼’ 말고, 현지 주민들의 처지를 감안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미리 보도자료를 내 전단을 날려보내러 간다는 사실을 요란하게 알리고, 행사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대문짝만 하게 찍어 홍보하는 풍토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그는 “심리전단 살포를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다’면서 임진각에서 강행하기보다 지혜롭게 주민들과 마찰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그렇게 우매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결국 상대방의 전략에 말려들기만 할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임진각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파주의 시민단체 가운데는 순수하지 못한 단체도 끼어 있다는 말인가요?
“전 반드시 그렇다고 봅니다. ‘무건리 훈련장’ 확장을 위해 인근 오현리 주민들을 보상하는 과정에서 젊은 대학생들이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면서 주민들 사이에 끼어들어 협상을 방해하는 것을 보고 기가 찼습니다. 주민들과 접촉하면서 저는 ‘불순한 세력이 끼어들어 협상이 정치적으로 변질된다면, 군은 절대로 여러분의 땅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처음에 동요했지만, 나중에는 진상을 알게 됐고 ‘왜 방학 때 남의 동네에 와서 지랄이냐’며 학생들과 좌파단체들을 쫓아냈습니다. 그 후 협상은 일사천리로 잘 마무리됐습니다.”
白善燁 장군 조형물 건립 ‘관철’
이인재 시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1일, 판문점·제3땅굴·비무장지대(DMZ)·민통선·자유의 다리·임진각 등 파주 관내에 있는 ‘분단의 현장’들을 돌아봤다고 한다. 그는 “그때 젊은 세대에게 6·25전쟁의 비극을 알려주기 위한 안보기념물을 파주 관내에 설치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6·25전쟁 때 파주에서 1사단장으로 북한군의 공격을 저지한 백선엽(白善燁) 장군께서 파주시청을 몸소 방문해 ‘평화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며, 자유는 결코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라는 말씀을 들려주신 적이 있는데, 그때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6·25와 같은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막고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의 국가관·안보관이 명확하게 정립돼야 합니다. 적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백 장군의 나라사랑 정신을 후손에게 가르칠 수 있는 조형물이 그래서 필요한 겁니다.”
이인재 시장은 통일부, 관내 1사단 등과 조형물 건립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고, 백 장군을 찾아 이 같은 방안을 설명했다. 김문수(金文洙) 경기도지사와도 기념물의 형태, 설치장소와 예산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조형물은 ‘6·25전쟁 참전기념비’로 해 임진각 ‘평화의 종(鐘)’ 비탈면에 조성한다.
파주시는 조형물을 조성한 뒤, 지난해 3월 만들어진 1사단의 백 장군 기념석과 연계해 안보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백선엽 장군 조형물 설치 사실이 알려지자, 좌파 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러나 이인재 시장은 단호했다.
“미국 전사(戰史)에도 ‘한국전의 영웅’으로 기록된 분을 ‘친일파’로 몰아세우는 우리 민족은 정말 어떤 사람들일까, 회의가 들 정도였습니다. 못난 민족이지요. 시(市) 예산도 아니고 도비(道費)로 건립하는 것임에도, 일부 사회단체가 ‘시장을 규탄한다’면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건립이 확정되니까 ‘백선엽 장군 선양비’라는 명칭을 바꾸고, ‘조형물에 백선엽 장군의 얼굴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까지 요구하더군요.”
이인재 시장은 “경기도 문화관광국장으로 일하던 2001년 당시, 임창열(林昌烈) 경기지사를 도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에 ‘한국 마라톤의 영웅’ 황영조(黃永祚) 선수의 동상을 세운 적이 있다”면서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접경지역인 파주에 6·25 참전기념비를 세우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했다. 현재 황영조 선수의 동상은 바르셀로나의 명물(名物)로 자리 잡았고, 이인재 시장은 이 공로로 우리 정부와 스페인 카를로스 국왕으로부터 각각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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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6일, 이인재 파주시장(왼쪽)과 파주시의 자매도시인 캐나다 코퀴틀럼(Coquitlam)시의 리처드 스튜어트 시장이 파주개성인삼축제 인삼 캐기 체험장에서 직접 캔 6년근 인삼을 들어 보이고 있다. |
“학생들에게 국가관을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학생 3명 중 1명은 6·25전쟁이 조선시대에 일어난 전쟁, 남침(南侵)을 ‘남한이 북한을 공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수세력이 좌파들의 역사왜곡에 안일하게 대응하다 ‘바보’가 된 케이스입니다.”
그는 “좌파들은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인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을 4·19혁명을 탄압한 ‘독재자’로 부각해 실패한 지도자로 몰아가지만 그분의 공과(功過)는 구분해야 한다”면서 “그는 이미 100년 전 구한말(舊韓末)의 어려운 여건 아래에서 국민 주권국가를 건설하려다 사형선고를 받기도 했고, 극심한 좌우대립 속에서 국제정치와 남북관계를 꿰뚫어 보는 혜안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을 세운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盧武鉉) 정부는 ‘국정’이던 국어·국사 교과서를 ‘검인정’으로 바꾸었습니다. 국민들이 국사교과서 왜곡에 강력히 반발하자 이명박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에서 만든 근현대사와 같이 왜곡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한국사를 2012학년도 고교 입학생부터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습니다.
“국사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넘어간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역사의 기본 줄기를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도 교과서 문제를 손대고 있지만, 눈치를 보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전 세계 국가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성공한 역사’로 평가하는데, 왜 우리만 스스로 ‘실패한 역사’라며 폄하해야 합니까?”
―이화여대 파주캠퍼스는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방부와 이화여대 간 부지매각 협상이 결렬됐다는 뉴스도 들립니다. 주한미군 부대가 떠난 부지에 대학들이 캠퍼스 이전을 한다며 몰려왔는데, 지금처럼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한미군이 반환한 공여지(供與地)는 6군데 152만4507㎡(약 46만 평)에 달합니다. 미군 공여지는 국방부 땅도 있지만, 사유지(私有地)도 있습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린 토지들이죠. 지방자치단체와 대학들이 주민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생략한 결과입니다. 좌파의 논리처럼 ‘미군(美軍)이 점령하던 땅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구호성 멘트들은 폼은 나지만 현실성은 떨어집니다. 임진강 북쪽의 민통선(民統線) 안에 있는 ‘캠프 그리브스’처럼 적(敵)의 포 사정권 안에 들어 있는 땅을 통째로 내놓으라 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국방부도 이화여대 부지를 가지고 ‘땅장사’하려는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국방부가 감정평가액인 652억원보다 3배나 높은 1750억원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건물 주변의 ‘임야’까지 ‘잡종지’로 본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협상이 전향적인 방향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주시와 경기도 발전을 위해 이화여대 유치는 반드시 필요하고, 조리읍의 ‘캠프 하우즈’는 올해 사업비 201억원을 확보해 공원 등으로 조성할 것입니다.”
이인재 시장은 “미군 공여지의 기름 유출로 인한 토양오염은 거의 대부분 치유됐다”면서 “이화여대가 들어갈 캠프 에드워드 등 공여지 대부분은 환경단체의 입회하에 검증 작업을 마쳤다”고 했다.
―올해 추진하려는 주요사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올해는 교육예산을 작년보다 3배나 늘려 165억원으로 잡았습니다. 초등학교 전 학년의 무상급식은 물론, 낡은 컴퓨터를 교체하고 보조교사 등의 채용도 지원합니다. 또 9월 말에 파주 출판도시에서 ‘책 축제’를 열 계획입니다. 실속 있게 준비하기 위해 ‘국제’라는 말도 빼라고 했습니다. 관련 예산 12억5000만원도 편성했고, 경기도에서 지원받기로 했습니다. 세계적인 책 축제로 만들기 위해 출판인들과 논의 중입니다.
특히 올해는 파주시의 ‘기초체력’을 다질 겁니다. ‘빚 안 지고 살자’는 목표 아래 알뜰하게 살림하겠습니다. 지방채(地方債)를 내지 않는 대신, 지난해처럼 국비(國費)를 최대한 유치하려고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이 예산의 필요성을 중앙정부에 충분히 이해시켜 공감대를 얻어내려 애쓰고 있습니다. 임기 내에 빚 1600억원 중 1000억원을 갚으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겠지만 올해처럼 예산운용을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공약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파주까지 연장될 수 있습니까?
“경기도 의회가 GTX 노선연장 타당성 조사용역비를 전액 삭감했습니다. 그래서 파주시 자체로 예산을 세워 GTX 파주 연장 용역을 맡겼습니다. GTX 사업은 국토부가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확정했고 경기도는 2018년 개통을 목표로 내년 중반기에 착공할 것을 국토부에 건의하는 등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국토부와 경기도 등 관계기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겁니다. 7만 평이 요구되는 기지창 부지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GTX는 수도권 내 핵심 교통수단이 될 것이고, 향후 인구 80만명의 파주시가 배제되는 일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통일 한국의 남북 접근성 확보를 위한 주요 거점노선 확보 차원에서도 GTX 노선연장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파주의 대표 브랜드는 ‘쌀’과 ‘책’, 그리고 ‘반도체’”
―신세계 첼시프리미엄 아웃렛,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등 아웃렛 매장들이 파주에 들어서면서 자유로가 극심한 교통체증을 앓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교통수요에 대한 대책은 없습니까?
“지난 3월 18일 개장 이래 한 달 만에 100만명이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예상을 초월한 것입니다. 주차시설이 1700여 대임에도 주차난이 심각합니다. 8월 중 750여 대의 주차공간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입니다. 개장과 세일기간이 겹쳐 쇼핑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민원인들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민원인들이 실·국장을 뛰어넘어 시장을 만나면 실·국장들이 곤란해질 텐데요?
“민원인들은 절차 밟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분들은 시장을 만나려고 택시 타고, 버스 타고 온 겁니다. 저는 시간이 정 없을 때는 제 집무실에서 서류결재를 병행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도와드리고 싶은데, 법규가…’라는 말은 ‘시장의 언어’가 아닙니다. 실제로 민원인들이 그렇게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많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시장이 민원인들을 만나지 않으면 소통이 안 되고 집회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실·국장들도 좋아하고, 파주경찰서장도 제게 ‘고맙다’고 합니다. 덕분에 집회가 없다면서….”
이인재 파주시장은 2000년 경기도 문화관광국장 시절, 이천의 세계 도자기 엑스포를 유치했고, 파주 부시장 시절에는 임진각 현대화와 파주 출판단지 1단계 마무리 작업을 했다. ‘문화 마인드’를 가진 셈이다. 기자가 “파주 하면 떠오르는 하나의 대표 브랜드가 없다”고 하자, 이 시장은 기자에게 왼쪽 양복 깃에 달린 배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디자인한 배지에는 쌀, 반도체, 그리고 책이 있습니다. 쌀은 농업도시 파주의 ‘근본’입니다. 그 위에 우리의 정신을 살찌우는 출판단지가 있고, ‘미래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통일한국의 ‘먹을거리’는 파주가 다 준비하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