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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장 南景弼 의원

“6월 지방선거, 서울에서 제주까지 모두 질 수 있다”

김성동    ksd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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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DNA에는 공화당도 포함이 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긍정합니다. 물론 100%는 아니고, 공칠과삼(功七過三) 정도라고 봅니다”

⊙ 한나라당 親李, 親朴 갈등은 두 지도자(李明博, 朴槿惠) 책임
⊙ 세종시 문제에서 보여준 정치역량으론 개헌 어렵다
⊙ “이방호 지방선거 출마 문제는 당원들이 판단할 것”
⊙ 인재영입위원회 구성에 친박 배려하겠다
⊙ 세종시 수정안 국회 상정되면 부결 가능성 크다

남경필
⊙ 1965년 서울 출생.
⊙ 경복고·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예일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 15~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변인, 원내부대표,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4선(選)이다. 선수(選數)로만 보면 ‘국회의장급’이지만 그의 나이는 45세다. 게다가 동안(童顔)이다. 젊음이 무기였던 이 4선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개혁’이라는 용어를 선점하고 있는, 중도로 불리는 세력의 중심이다. 이회창(李會昌) 총재 시절 당내 개혁모임인 미래연대 초대대표를 맡았고, 현재는 통합과 실용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개혁은 기존 제도나 세력과의 부딪힘을 피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요란한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수 없다. 내리눌러서라도 조용하기를 바라고, 조용함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들은 눈엣가시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를 ‘패기 있는 젊은 정치인’이 아닌 아직 여물지 않은 ‘어린 정치인’이라고 본 탓일까. 제16대 대선(大選)이 있었던 2002년 한 해 동안 당시 원내 제1당이었던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은 후 그는 중앙당직을 맡지 못했다. 그가 2월 4일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됐다. 8년 만이다.
 
  2월 8일 그를 만났다. 그의 사무실인 의원회관 410호실에는 축하 화분들이 즐비했다.
 
 
  “당 지도부가 나를 껄끄러워 했을 것”
 
  ―축하 난이 많이 들어왔네요.
 
  “그러게요. 지방선거가 가까워서 그러나요?(웃음)”
 
  2002년 남 의원이 대변인에 임명된 배경에는 그의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도 한몫했다. 대변인이 갖고 있는 이미지로 낡고 보수적인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는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이번엔 6월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대중적 인지도와 국회의원 선수를 고려하면 그동안 임명 당직과는 큰 인연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요. 임명당직은 인사권자가 결정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인연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하니까 지도부 입장에서는 좀 껄끄러웠을 겁니다. 이번에도 저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좀 다른 소리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인재영입 기준은 어떤 겁니까.
 
  “단기적으론 지자체선거에 필요한 인물을 영입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 기준은 당선가능성입니다. 인지도가 낮을 수 있지만 도덕성과 능력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에게 ‘아, 저런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총선과 대선에 대비한 인재영입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조직과 방향이 어떤 것인지 토론을 하고, 적합한 인물들을 영입해야 할 것입니다.”
 
  ―염두에 둔 인물들은 있습니까.
 
  “현재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 변화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정도입니다.”
 
  ―어떤 변화를 대변해야 합니까.
 
  “우리 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디지털화입니다. 또 고령화, 다문화,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임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뚜렷한 변화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과거 한나라당이 노조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영입한 사람들은 한국노총 출신입니다. 지금 훌륭하게 일하고 계시지만, 앞으로 ‘비정규직, 민노총 목소리는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또 ‘다문화가정 여성과 아이들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은퇴 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세대들의 고민을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뽑아야 합니다.”
 
 
  “‘조용한 혁명’ 만들겠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 한나라당의 인재영입위원장은 김형오(金炯旿) 현(現) 국회의장이었다. 김 의장은 당시 서울시장 후보 영입을 놓고 이명박(李明博) 당시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당 대표 사이에서 의견조율에 실패하는 등의 이유로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또 인재영입위가 추천한 164명의 기초단체장 영입 대상자 전원이 당 최고위원회로부터 퇴짜를 맞은 것도 사퇴의 한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김형오 국회의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재영입위원장을 사퇴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 기초를 다 포함해서 한나라당 단체장 중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는 한나라당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모두 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내놓은 스티브 잡스가 ‘조용한 혁명’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한나라당에도 그것이 필요합니다.”
 
  ―너무 엄살 아닙니까.
 
  “선거는 구도, 인물, 정치상황이 70~80%를 차지합니다. 첫째, 구도 측면에서 한나라당은 내부도 분열돼 있고, 바깥에는 친박연대라는 어정쩡한 형태의 정당이 있습니다. 반면에 야권은 통합논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은 지자체 선거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수도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야권은 이해찬 전 총리가 모든 것을 조율하고, 통합해 가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분열의 길을 가고 있는데 저쪽은 통합의 길을 간다면 불리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닙니까.”
 
  ―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새 인물 영입 아닙니까.
 
  “그건 부분에 불과합니다. 정두언(鄭斗彦) 의원이 하고 있는 선거기획, 정병국(鄭柄國) 사무총장이 하고 있는 당의 변화 등이 한꺼번에 맞아떨어져야 시너지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친이 친박 갈등 해소하려면 국민경선이 정답
 
  ―김형오 인재영입위원장 사퇴의 근저에는 대선을 앞둔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근혜 대표의 불신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갈등 내재 정도가 아니라 분출되고 있습니다. 앞날이 험난해 보이는데요
 
  “저는 아주 재미있게 일할 생각입니다. 인재영입위에 친박계 의원들도 대거 참여하도록 할 겁니다. 저는 진영(陳永) 의원 같은 친박 핵심 의원과 친이 쪽에서도 합리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시겠습니다. 까놓고 얘기할 것입니다. ‘친박을 죽인다’, ‘친이를 죽인다’는 얘기가 안 나오도록 투명하게 할 생각입니다.”
 
  ―매사 대립하는 친이, 친박이 사안마다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그건 정치의 몫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한나라당에는 정치가 없었습니다. 토론, 소통이 없었습니다. 한나라당이 삐거덕거리는 것을 막지 않고 지방선거에 임한다면 팔 하나를 뗀 것처럼 불이익이 커질 것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분열적 요소를 없애는 것이 첫째입니다.”
 
  ―일각에선 친이, 친박이 차라리 갈라서라고 하던데.
 
  “지금 두 계파는 도장만 안 찍었지 이혼상태입니다. 그런데 이혼하려고 판사 앞에 갔던 부부도 다시 합치는 경우가 있거든요. 해결책은 공천제도 개혁입니다. 지금 이 갈등의 원천도 공천이잖아요. 열심히 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고, 엉뚱한 사람이 특정계파라고 해서 이익을 받는 것을 없애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권력자들의 선의를 믿는 것보다, 국민의 건강한 상식을 믿는 ‘국민경선제도’가 맞습니다.”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이 2010년 2월 4일 국회 대표실에서 정몽준 대표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함께 박수 치고 있다. 왼쪽부터 남경필 인재영입위원장, 정병국 사무총장, 정 대표, 정미경 대변인,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
 
 
총리 진퇴 문제 스스로 고민할 시점 올 것

 
  ―김문수(金文洙) 경기지사는 16대 공천심사위원장 때 상당한 물갈이를 했는데요.
 
  “한나라당에서 공천영입을 제일 잘한 분은 15대 총선 때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문수 지사,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홍준표 의원을 끌어들였는데, 인재영입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때의 외연확대가 현재 한나라당 생동력의 원천입니다.”
 
  ―최근 정운찬(鄭雲燦) 국무총리가 “자기 계파 보스 따라 세종시 문제 찬반 입장이 달라진다”고 비판했는데 정말 한나라당 사정이 그렇습니까.
 
  “예, 있습니다. 그런데 양쪽이 서로 욕할 처지가 못 됩니다. 이건 누가 누구를 뭐라고 할 문제가 아니라 한나라당의 고질적인 암입니다. 정 총리도 그런 말씀을 할 처지는 아니라고 보고요.”
 
  ―세종시 출구전략을 언급하면서 “정 총리도 상황에 따라서는 물러날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저는 세종시가 사회적 이슈가 안됐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죽은 세종시를 대통령께서 살려냈습니다. 어찌됐건 결말을 지어야 하는데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현 상태를 인정하고 출구전략을 짜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정권의 명운을 거는 것입니다. 후자는 국민투표인데, 당내 반발과 야당의 반발이 거세집니다. ‘전국을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것이냐’라는 비판을 뚫고 가야 하기 때문에 난관이 많을 겁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국회 내에서 당론 없이 표결하는 방식’, ‘부결될 것을 각오하고 개정안을 상정하는 방식’, ‘부결될 것이 두려워 과정을 밟지 않는 것’입니다. 어쨌든 ‘총리가 진퇴문제를 본인 스스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통과될 수 있겠습니까.
 
  “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나라당 당직 인선을 보면 인재영입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다 친이인데 또 출발이 잘못된 것 아닙니까.
 
  “지금부터 통합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합니다. 공천심사위 구성, 인재영입위 구성, 선거대책위 구성에서 친박을 우대하는 인선을 해야 하고, 인재영입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최소한 불이익을 받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방호(李方鎬) 전(前) 사무총장이 최근 경남지사에 도전하겠다고 했습니다. 친이·친박 분란의 단초를 제공한 분 중 한 사람인데,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볼 때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전략공천이 아니라, 경선이라면 여기저기서 붙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겠죠. 과거처럼 하지 말라고, 감금하고 때릴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지금 한나라당에는 그럴 만한 정치력도 없어요.”
 
  ―이재오(李在五) 국민권익위원장도 당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입니까.
 
  “들어오는 것은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시기와 모양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최대 관심지역은 서울입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오세훈(吳世勳) 현 시장과 함께 원희룡(元喜龍), 나경원(羅卿瑗) 의원이 도전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 의원과는 오랜 기간 뜻을 함께해 왔는데 혹시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후보가 있습니까.
 
  “선거는 승리가 중요합니다. 누구도 지금 당선 안정권이 아닙니다. 오세훈 시장, 원희룡, 나경원 의원에 대한 개인적 지지는 없습니다. 다 원점에서 생각할 것입니다.”
 
 
  “2012년 대선에 중도세력이 도전하도록 할 것”
 
   ―당내 중도를 자임하고 있습니다. 당권도 중도세력이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에 중도세력이 있습니까. 있다면 누굽니까.
 
  “첫째, 계파에서 자유로운 분입니다. 계파에 속해 있더라도 너무 매몰돼 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이념적인 지향점입니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따뜻한 보수의 면모와 정책을 가진 사람들을 중도라고 생각합니다.”
 
  ―숫자로 계산해 주시죠.
 
  “어떤 기사를 보니, 25~30명을 중도라고 해 놨습니다. 친이에서는 정두언, 정태근 의원이고 친박에서는 진영, 이혜훈 의원 등이 중도 정책을 끌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중도라는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도세력이 당권에 도전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그룹에 그럴 만한 역량을 갖춘 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지금 지도자들에 비하면 아직 모자라죠. 그러나 ‘계파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상황을 우리 당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모자라더라도 계파에서 자유롭고 미래 가치를 추구하는 세력이 있다면 투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희에게도 분명한 정책적 좌표들을 만들어내지 못한 문제가 있지만, ‘저평가 블루칩’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도세력이 대권에도 도전해야 한다고 했는데 차기 대선을 말하는 건가요?
 
  “네, 차기입니다. 우리 중도세력이 그나마 당의 변화를 일으켜서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는 데 일조를 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우리도 당내 줄서기에 가담했다는 점일 겁니다. 이해관계에 의해 흩어졌다가 다시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한 세력으로서 사람을 키워내고 차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룹이 됐을 때, 비로소 중심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대선 때는 줄을 서지 말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게 지난한 일이라는 게, 남 의원 본인도 겪었지만 지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중도에 계셨던 분들도 친이든, 친박이든 선택을 강요받았지 않았습니까. 다음 대선에는 그런 상황을 견뎌낼 힘이 생길까요?
 
  “지금부터 각오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친이든, 친박이든 제가 생각하는 기준과 원칙에 맞지 않으면 다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또 듣든지, 안 듣든지 대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것이 연습이고 준비입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친이 진영에 섰는데 선택을 해야 한다는 주변의 강박 때문이었습니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죠. 당시 일종의 강박을 느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때 저는 ‘한나라당 대선후보로서는 이명박 후보가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집권하기 위해서는 이 후보가 필요했습니다. 당시 원희룡 의원이 후보 경선에 출마를 했는데 ‘당신을 도와주겠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경선이 박빙이 되면 나는 이명박 후보를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거기에 따라서 행동을 한 것입니다. 제가 이명박 지지선언을 했을 때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개판 쳐도 공천 주는 게 문제”

 
남경필 의원이 이끌었던 한나라당 미래모임은 2006년 당 대표 경선에 독자 후보를 내기도 했다. 당시 미래모임이 당 대표 후보로 뽑은 권영세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남 의원(맨 오른쪽).
  ―대권 도전과 맞물려 있는 게 개헌 문제인데 이명박 정부에서 개헌이 가능하겠습니까.
 
  “개헌은 해야 합니다. 지금은 대통령 1인이 모든 것을 갖는 권력 구조입니다. 지방분권도 안된 상황에서, 미국보다 강력한 대통령을 탄생시키니까, 죽기살기로 싸움박질을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 권한을 뺏어서 국회에 주자는 것인데, 정당의 신뢰, 국회의 신뢰를 높이지 않고서는 개헌은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게다가 세종시 문제에서 보여주는 정치력으로는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떤 권력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까.
 
  “개인적으론 내각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내각제 국가인 일본의 정치수준이 우리보다 월등한 점이 없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결국 분권형 대통령제냐, 4년 중임제냐 둘 중 하나가 될 것인데 그걸 하려면 공천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국회라고 할 수 있는데 왜 정치가 자꾸 희화화되는 겁니까.
 
  “공천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인사가 만사’라고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정치인의 인사는 결국 공천 아닙니까. 그걸 권력자들이 잡고 비합리적 기준으로 하니까 문제입니다. 자기와 가까우니까 개판을 쳐도 공천을 주고, 열심히 한 사람은 반대편이니까 공천을 안 줍니다. 국회폭력이 왜 일어납니까. 국민들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공천권자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공천을 받을 때 국민들을 두려워하게 만들면 됩니다. 만일 세종시 문제를 크로스보팅으로 하자고 하면 이번에는 투표를 기명으로 할 것이냐, 무기명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다투게 될 겁니다. 무기명, 기명이 왜 중요합니까. 다 공천권자를 보기 때문이죠.”
 
  ―국회의원 공천에 국민경선제를 도입하자는 말이죠?
 
  “어떤 기업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인사 기준이 있지 않으면 망하게 돼 있습니다. 현재 우리 정당들은 그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망하는 길로 자꾸 가는 것입니다. 일반 기업, 공기업, 공무원들도 인사제도가 엉망이어서 고과를 제대로 반영 안 하면 그 조직이 개판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 우리 정당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4대강 천천히, 순차적으로 하자
 
  ―효율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과거에는 그렇게 해도 됐죠. 과거 정주영 회장이 하던 인사방식이 성공했다고 해서 지금 현대에서 인사를 그대로 하면 지금 견뎌낼 수 있겠어요? 이병철 회장의 당시 인사방식이 성공했다고 해서 지금 적용하면 그게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이명박 정부 2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중도실용을 표방하고 나서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그런 정책들을 서민들은 체감을 못하고 있잖아요.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들이 나와야 하고, 그것이 국회 내에서 입법화되는 과정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종시는 적절치 않은 의제였던 것 같습니다. 4대강 살리기도 기본적인 방향엔 동의하지만, 속도전으로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속도전으로 나가는 것도 괜찮은 것 아닙니까.
 
  “위험부담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어떤 게 옳을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 등 변수도 생각해야죠. 한번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4대강 사업입니다. 청계천처럼 멋지게 펼쳐지면 좋겠지만, 4대강은 규모나 변수들이 다른 것 아닌가요? 그런 부분이 걱정됩니다.”
 
  ―너무 청계천에 맞춰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요. 4대강 살리기는 4대강 수질 개선이라는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란 주장도 많잖아요?
 
  “수질개선을 위해선 필요한데, 임기 내 마치려다가 만약 수질개선이 안되는 쪽으로 가게 되면 누가 책임을 지나요?”
 
  ―그런 감시와 견제를 국회가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얘기했던 것이 천천히, 순차적으로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현재는 정부 뜻대로 가고 있는데, 준설하면서 생기는 문제들, 지천오염이 해결 안된 상태에서 보를 막는 것들이 꼭 나쁜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그쪽으로 간다면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나름 계속 소신있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 웬만한 배짱과 소신 없이는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자신이 있습니까.
 
  “중요한 것은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광역단체장에 새로운 인물영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과학적인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토론을 하고 설득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조용한 혁신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왜 그런 부분들이 안됐을까요.
 
  “소통이 문제입니다. 이는 지도자들의 책임입니다.”
 
  ―지도자라면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 중 정확히 누구에게 있습니까.
 
  “똑같습니다. 저는 정말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지도자 바로 밑의 핵심세력이라는 분들의 과잉충성 때문에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 아닙니까.
 
  “그런 상황 역시 지도자가 만드는 것입니다. 지도자가 쓴 얘기를 듣고, 정말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피드백(feedback)을 하면 아랫사람들은 앞다퉈 쓴소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쓴 얘기를 할 때 ‘이 ××가 어디다 대고’라고 하면 그 뒤로는 한마디도 안 하고, 듣기 좋은 얘기만을 하게 됩니다. 대통령과 정당의 지도자들은 주변 사람을 탓할 일이 아닙니다. 결국은 그런 분위기를 지도자가 만드는 것입니다.”
 
 
  “한나라당과 내 색깔은 맞다”
 
  ―현재 4선인데, 항상 개혁적인 편에 서 왔습니다. 국민들에게 비치는 이미지도 그렇습니다. 처음 국회의원이 되어 한나라당을 이렇게 바꾸겠다는 생각을 기준으로 할 때 한나라당은 얼마나 변화한 것 같습니까.
 
  “절반쯤 왔다고 봅니다.”
 
  ―처음에 지향했던 한나라당의 변화는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제가 생각하는 것도 많이 진화했기 때문에 그때와 단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일례로 그때는 의총에서 다른 얘기 하면 소리를 질렀어요. ‘그것만이라도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그런 면에서는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의 뿌리를 공화당부터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3당 합당 이후라고 보십니까.
 
  “한나라당의 DNA에는 공화당도 포함이 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긍정합니다. 물론 100%는 아니고, 공칠과삼(功七過三) 정도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을 우리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정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그들을 찍은 사람들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한나라당과 남 의원의 색깔이 맞다고 보십니까.
 
  “그럼요. 한나라당의 성격에 서민, 공동체, 배려, 자유에 방점을 더 찍으면, 제 색깔입니다. 일단 제가 어떤 인간인지 파악했습니다. 좋아하고, 혐오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판단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보수입니다. 왜냐하면 보수가 가장 중시해야 할 가치 중 하나가 자유입니다. 저는 누가 날 억압하는 걸 싫어합니다. 특히 정치권력, 금권, 폭력이 저를 억압하는 것이 너무 싫습니다. 인터넷에서 시민적인 권리를 제약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그런데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이 마치 자유의 확대를 반대하는 듯한데 이건 잘못된 것입니다. 기본적인 가치인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사진 : 서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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