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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聖煥의 시각] 과잉 유동성 논란

정신없이 풀려나간 그 많은 ‘현금’들은 어디로 숨었을까?

최성환    sungchoi@korea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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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돈은 많이 풀렸지만 유통되지는 않고 있다.
가뭄이라 해서 댐에서 물을 대량으로 내려보내도 금방 논과 밭에 고루 물이 들어가지는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지금은 인플레 걱정보다는 경기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이 최우선 과제


崔聖煥
⊙ 1956년 대구 출생.
⊙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大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大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26조원. 지난 5월 중순 하이닉스 有償增資(유상증자) 청약에 몰린 돈이다. 36.3대 1의 경쟁률에다 기업공모 청약액으로 사상 최대기록을 세웠다. 비슷한 시기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무려 285대 1.
 
  경기는 아직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갈 곳 없는 돈들이 여기저기 휩쓸고 다니는 모양새라는 주장이 나올 만도 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 단기 부동자금 또는 과잉 유동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은 물론 집값과 주식값이 급등하는 이른바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시중에 돈이 얼마나 많기에 이 같은 현상과 주장이 나오고 있는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유동성 자금은 811조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수시 입출금식 예금이 192조원으로 가장 많고 CD(양도성 예금증서)·RP(환매채)·표지어음이 122조원, MMF(머니마켓펀드)가 120조원, 6개월 미만 정기예금과 은행신탁이 66조원, 증권사 RP와 고객예탁금이 59조원 등이다.
 
  이 같은 단기유동성은 최근 2~3년 사이 소득증가율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작년 말 단기유동성은 749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2.5% 증가한 반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5.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명목GDP 대비 단기유동성 비중이 2007년 말 68.3%에서 2008년 말에는 73.1%로 높아졌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는 단기유동성이 불과 4개월 사이에 62조원(8.3%)이나 급증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명목GDP 대비 단기유동성 비중이 80%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소득증가는 지지부진한데 시중에 흘러다니는 단기유동성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 보자. 유동성이란 무엇이고, 그중에 단기유동성은 또 무엇인가. 왜 단기유동성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가. 현재의 단기유동성 또는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는 전체 유동성이 지나치게 많다고 할 수 있는가. 과잉 (단기)유동성 문제를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늘어난 (단기)유동성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 또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인가. (단기)유동성의 부작용을 사전에 막기 위해 어떤 정책적 조치가 필요한가.
 
  ‘유동성’은 영어 ‘liquidity’를 번역한 용어다. 물이나 액체처럼 흘러다니는 돈, 즉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量(양)을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사실 돈, 通貨(통화), 유동성을 별 차이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돈을 관리하는 중앙은행은 물론 경제학자, 기업가, 정부도 시중에 돈이 얼마나 많은가에 대한 통계가 있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시중에 돈이 지나치게 많아도, 지나치게 적어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돈의 양을 재는 통계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는데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도 종류(유동성 또는 현금화의 정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가능한 대로 비슷한 종류끼리 묶었다. 이렇게 태어난 돈의 양과 관련된 지표가 M1, M2, L 등으로 ‘통화지표 또는 유동성지표’라고 부른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현금 보유 부추겨
 
  M1은 통화지표 중 포괄범위가 가장 좁아 ‘협의통화’라고도 한다.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에 예금취급기관(은행과 저축은행 등)의 決濟性(결제성) 예금을 더한 것이다. 결제성 예금은 당좌예금 또는 보통예금과 같은 요구불예금과 저축예금 및 수시입출식예금 등을 말한다. 그러니까 M1은 현금 또는 입출금이 자유로워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을 말한다. 현금화할 수 있는 정도, 즉 유동성의 정도가 가장 높은 돈의 양이다.
 
  M2는 M1보다 넓은 의미의 통화라고 해서 ‘廣義(광의)통화’라고 부른다. M1에다 예금취급기관의 準(준)결제성 예금을 합한 것이다. 준결제성 예금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금전신탁, CD, 수익증권, 금융채, 발행어음 등을 포함한다. 이때 만기 2년 이상의 長期(장기) 금융상품은 제외함으로써 M2는 M1보다는 유동성의 정도가 낮지만 상당한 유동성을 가진 금융상품들을 포함하는 통화지표라고 할 수 있다.
 
  L은 ‘광의유동성’으로 가장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M2에다 다음 세 종류의 돈을 합하면 L이 된다. M2에서 제외됐던 만기 2년 이상의 장기 금융상품, 생명보험회사와 증권금융회사 등 기타금융회사의 보험계약준비금·환매조건부채권매도·장단기 금융채·고객예탁금, 기업과 정부 등이 발행하는 기업어음·회사채·국공채 등의 유가증권을 추가한 것이다. 말 그대로 가장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로 한 나라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유동성의 크기를 측정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통화지표는 모두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작성, 발표하고 있는 반면, 앞서 언급한 단기유동성은 금융감독원이 따로 작성하고 있는 非(비)공식자료다. 만기가 6개월 미만의 단기 금융상품들을 더한 것이므로 M1과 M2 사이에 있는 통화지표라고 할 수 있다.
 
  결제성 예금만이 아니라 만기가 6개월 미만으로 언제든지 현금화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들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따로 단기유동성이라고 부를 만한 지표다. M1으로도 단기자금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는 하지만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금융상품을 모두 포함하는 단기유동성이 보다 단기자금 동향을 더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을 보다 짧은 만기로 가져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들 수 있다. 경기의 급속한 침체에 이은 회복 난망,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금리하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상호작용하면서 자금이 단기부동화하고 있다.
 
  향후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개인이나 기업이 예비적 동기로 더 많은 돈을 확보하고자 나설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는 신용경색 현상이 발생할 경우 기업들은 현금(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게 된다. 예를 들어 회사채처럼 장기금융상품을 고금리로 발행해서 조성한 자금을 MMF와 같은 낮은 금리이지만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자금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금융위기 극복과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대거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중에 돈은 많아졌지만 金利(금리)가 빠르게 낮아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의 파장
 
지난 5월 5일 인천 청라지구에서 분양하는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예비 청약자들. 청약 경쟁률이 무려 285대1이나 됐다.
  작년 10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실질예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실질예금금리는 예금금리(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저축성수신의 평균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나머지를 말하는데 작년 7월 국제원유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前年 同月(전년 동월)대비 5.9%로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소폭의 마이너스(-0.23)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예금금리는 오름세를 타면서 작년 10월에는 실질예금금리가 +1.51%로 돌아섰다. 그러나 10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예금금리가 급락하기 시작, 올 2월에는 실질예금금리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4월에도 실질예금금리는 -0.72%를 기록했다. 5월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로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예금금리가 4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을 경우 실질예금금리는 0% 또는 소폭의 플러스로 돌아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질예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결국 은행에 돈을 넣어 놓으면 손해가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낮은 이자에 장기로 돈을 넣어 놓기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금리가 크게 낮아질 경우 평소에 위험을 기피하던 투자자들도 주식투자와 같은 위험이 높은 자산투자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단기금융상품에 머물러 있게 된다. 개인들의 경우 그간에 큰 손해를 봤다가 어느 정도 만회한 주식형 펀드를 환매한 후 직접 주식투자에 나서면서 고객예탁금이나 CMA(종합자산관리계좌)가 늘고 있는 것도 단기유동성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여기다 은행들이 중소기업과 家計(가계)부문에 대한 대출을 줄이거나 증가율을 둔화시킨 것도 단기유동성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부문으로 파급되면서 중소기업과 가계부문의 부실채권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은행권이 대출을 확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최근 수년간 실물부문의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과도하게 이루어졌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중소기업 전반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로 신용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추가로 확대하기도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출하기보다는 MMF와 같은 단기금융상품으로 돈을 굴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통화유통속도 최저수준
 
  그렇다면 시중에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라마다 경제마다 경제구조와 商(상)관행, 결제행태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득증가율보다 통화증가율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가 상당기간 계속되면 물가상승 또는 집값이나 주식값의 거품과 같은 부작용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그간의 역사적 경험이 말해 주고 있다.
 
  서두에서 본 것처럼 최근 유동성은 물론 단기유동성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M2 증가율이 명목GDP 증가율을 크게 웃돌고 있다. 유럽과 일본, 우리나라 역시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작년 10월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인하 공조에 나서면서 더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를 보면 미국의 경우 명목GDP 증가율이 -0.4%(이하 전년 동기 대비)였던 반면 M2 증가율은 9.6%에 달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명목GDP 증가율은 -1.6%였지만 M2 증가율은 11.5%로 크게 높았다.
 
  그러나 시중에 유동성이 크게 늘었다고 해서 무조건 돈이 넘쳐난다고 할 수는 없다. 또 하나 봐야 할 통계가 통화유통속도다. 돈이 돌아다니는 유통 정도를 보여주는 통화유통속도는 통상 명목GDP를 M2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분기별 유통속도를 보면 올해 1분기에 0.687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0.8대를 유지해 오다가 2008년 1분기에 0.778로 하락한 뒤 올 들어 0.6대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돈은 많지만 돈이 시중에서 잘 돌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가운데 단기부동화가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생겨난 단기유동성이 거꾸로 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먼저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자금은 단기 금융상품으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수신구조도 단기화되어 수신 및 여신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될 것이다. 이때 금융기관의 만기구조 단기화는 주식시장, 채권시장, 부동산시장 등의 변동성을 높여 자산가격의 급등락과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자금이 금리변동에 따라 급속하게 움직이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결국 단기유동성이 증가할 경우 금융자산뿐 아니라 비금융자산의 안정도 크게 저해되면서 금융시스템과 경제시스템의 불안정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단기부동화 계속될 것

 
  시중 자금의 단기부동화는 실물경제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금이 단기부동화된다는 것은 곧 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하기보다는 금융권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특히 금융시장의 안정과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거나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더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금융시장의 여수신구조 단기화로 인한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기업 등 자금수요자들의 장기차입 요구를 수용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 투자를 늘리기는커녕 줄일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생산성 저하, 고용위축, 실업률 증가로 나타나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성장률은 둔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대로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가 계속될 경우 향후 경기회복기에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나타나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도 한동안 低(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자금의 단기부동화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한생명 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자금의 단기부동화가 경기에 약 6개월 정도 後行(후행)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올해 2분기(4~6월)를 경기 低點(저점)으로 본다면 단기부동화가 내년 상반기에 가야 진정되면서 감소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글로벌 경기침체인 데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추가 부실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요국 정부의 저금리 및 유동성 공급 정책 추진 등을 감안할 경우 시중 유동성과 그에 따른 단기부동화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단기급등한 후 최근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는 주가와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개인부문 자금의 단기부동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는 한꺼번에 해소하기가 매우 어렵다. 어느 한두 사람의 행태가 아니라 경제와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금융회사, 기업, 개인들이 주어진 여건에 따라 자금을 운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린다는 것이 말은 쉬워도 실제는 쉽지 않다. 마치 가뭄에 댐의 물을 대량으로 내려보낸다고 해서 금방 논과 밭에 골고루 물이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것과 같다. 특히 중간에 저수시설과 배수로시설 등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을 경우에는 더욱더 힘든 작업이다.
 
 
  신용경색 발생
 
  저수시설과 배수로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논으로 들어가는 물꼬를 제대로 트지 못하면 요즘처럼 돈이 많다고는 하는데 내 돈은 없는 경우가 될 것이다. 이처럼 시중에 돈은 많다는데 내 돈은 없는 현상을 이른바 ‘신용경색(credit crunch)’이라고 부른다.
 
  돈을 생산적인 부문, 즉 기업 쪽으로 돌리기 위한 정책적 조치는 크게 구조조정, 규제완화, 심리적 안정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신속하면서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날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차별화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살아날 기업들의 투자심리와 실질적 투자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는 것이다. 동시에 환율 및 금리안정 등을 통해 기업과 개인들의 투자마인드를 안정시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회복기미를 보이는 국내 경제가 하반기에 가서 주춤하지 않도록 추경예산의 신속한 투입은 물론,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재정투입도 고려해야 한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소득 및 고용의 증가로 나타나지 못하면 자금의 단기부동화도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유동성이 지나치게 많으므로 금리를 올려 이를 거둬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볼 것인가.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6월 초 “세계 경제가 오는 9∼10월께 변곡점을 맞고, 내년 상반기에는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현재의 위기가 끝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 총재와 유럽중앙은행 고위간부 등도 비슷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지금 당장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서 유동성을 흡수하라는 말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단기)유동성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고 시중에 돈을 푼 인위적인 조치의 결과였다. 돈이 넘쳐날 것을 알면서도 苦肉之策(고육지책)으로 돈을 풀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경기가 회복된 후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것은 말 그대로 경기가 회복된 후의 일이다. 지금은 경기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이 최우선 과제다. 물론 경기회복 후의 부작용을 예상해 미리 ‘出口(출구)전략’을 짜놓고 금리를 인상하기 전이라도 단계적·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회수하는 시나리오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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