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 경사로에서 정지했다 출발해도 30cm 이상 안 밀리는 제동력
⊙ 일본 육상자위대 90식 전차보다 조종석 안락
⊙ 조종핸들은 승용차 핸들처럼 부드러워
⊙ 1500마력 전차엔진도 2007년 국산화 성공
⊙ 시속 70km의 속도감, 승용차 시속 120km보다 빠르게 느껴져
⊙ 일본 육상자위대 90식 전차보다 조종석 안락
⊙ 조종핸들은 승용차 핸들처럼 부드러워
⊙ 1500마력 전차엔진도 2007년 국산화 성공
⊙ 시속 70km의 속도감, 승용차 시속 120km보다 빠르게 느껴져
- K2 전차장석의 필자.
경남 창원시 대원동 63만㎡(약 19만평)의 부지에 자리잡은 현대로템 중기공장. 전방 기계화 사단에서 성능 테스트가 완료된 차기 전차 K2(일명 흑표)가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K2는 현대로템에서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을 시작, 2011년부터 육군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한다.
빗줄기가 가늘게 날리는 가운데 시제품 K2 전차 두 대가 굉음을 내며 2km의 주행시험 트랙을 시속 70km의 속력으로 내달렸다. 凹凸(요철) 도로를 40km 속도로 달려 31%의 경사로를 넘은 K2전차는 360도 회전 묘기까지 선보였다.
먼저 戰車長(전차장)석에 올라 60%의 경사로에서 K2의 제동능력을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K2 전차의 높이는 225cm, 캐터필러는 120cm 남짓했다. 최신형 전차의 추세에 맞게 K2는 적에게 탐지되기 어렵도록 전차 높이를 최대한 낮춰 설계했다고 한다.
현대로템의 권혁민 연구원(포탑 전장체계 담당)은 “비 오는 날 전차에 오르다 미끄러지면 인대가 늘어나거나 찰과상을 입는다”면서 “기갑병과가 전통적으로 軍紀(군기)가 센 이유도 잦은 부상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차장석으로 다리를 집어넣다가 전차 안으로 빠지고 말았다. 날카로운 특수 알루미늄강에 걸려 둔부에 상처가 났고, 전차 내부의 쇠붙이에 긁혀 오른쪽 정강이가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K2 시제 전차 3대는 전방 기계화 사단에서 1년6개월간의 성능테스트를 마치고 ‘친정’인 현대로템 공장으로 돌아와 점검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K2의 야전 성능테스트 결과,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60% 경사에서 밀리지 않는 제동능력
전차가 경사 60%의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필자의 몸이 뒤로 젖혀지면서 포신이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포수석에 탑승한 권혁민 연구원은 “전차가 작전할 수 있는 최대의 야전 경사각이 60%”라고 말했다. 또 다른 K2 전차 한 대가 스키 중급자 코스 정도의 측면 30% 경사에서 지면에 매미처럼 붙어 있었다.
전차가 60% 경사에서 정지하자 나무에 매달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권 연구원은 “정지했다가 다시 출발해도 30cm 이상 밀리지 않는다”면서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비탈길 테스트를 할 때와 똑 같다”고 했다.
K2는 브레이크를 풀었다가 다시 출발했는데, 조금 움찔할 뿐 거의 밀리지 않고 경사로 정상까지 올라갔다. 55t의 육중한 쇳덩어리가 가파른 경사에서 1t도 안되는 자동차보다 밀림 현상이 없었다. 권 연구원은 “K2는 최고시속 70km로 달리다 급정거를 해도 24m 이내에서 정지할 수 있는 제동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K2가 다시 정상에서 곤두박질쳐 내려갔다. 경사로를 오를 때는 포신이 하늘을 향해 뻗치더니 내려갈 때는 땅에 닿을 듯 아슬아슬했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몸이 위 아래로 출렁거렸다. 천천히 내려가던 K2가 갑자기 60%의 경사로를 후진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후진으로 오르던 K2는 서스펜션(현가장치)인 ISU를 이용, 오른쪽 왼쪽으로 전차의 자세를 낮추었다. ISU 서스펜션은 산악지형에서 사격자세를 자유롭게 취하기 위한 장치로서 우리나라의 K1·K1A1·K2 전차, 일본의 90式(식) 전차가 ISU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미국 등은 평지나 사막전투용 전차이기 때문에 ISU 자세모드가 필요 없다고 한다.
포탑 상단의 두꺼운 裝甲(장갑)은 전장에 나가는 將帥(장수)의 갑옷 같았다. 포가 탱크의 공격력이라면 장갑은 방어력이다. 권투에 비유하자면 포는 주먹, 장갑은 맷집 정도가 될 것이다.
55구경장 120mm 활강포
등판시험장 앞에 깊이 2.1m의 浸水(침수) 도하장이 보였다. 3세대 전차는 5m 수심은 거뜬히 건너야 한다. K2 전차는 4.1m 깊이의 강바닥을 달려 물 밖으로 나오면서 곧바로 전투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현재 미군의 주력 전차인 에이브람스(M1A2 SEP)는 잠수 깊이가 1.98m이고, 우리 군의 주력 전차인 K1A1은 2.2m인 데 비해 K2는 잠수 깊이가 두 배 정도 향상된 셈이다.
권 연구원은 “K2가 잠수 도하를 할 때 스노클이라는 공기흡입구(커다란 빨대)를 달고 강바닥을 운행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차가 잠수를 하여 도하하는 경우는 급박한 전투상황에서나 사용되는 방법이고, 대부분은 공병대가 전차 도하용 주교나 부교를 건설해 도하한다. K2는 잠수 도하를 위해 완벽하게 밀폐돼 있기 때문에 화생방전이 벌어져도 전차 승무원들은 안전하다고 한다.
K2는 55구경장 120mm 활강포로 주행간 사격이 가능하다. 활강포란 포신에 腔線(강선)이 없는 포로서, 강선포와 달리 직사화기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55구경장이란 포신의 길이를 나타내는 용어로, 구경 120mm에 55를 곱하면 포신의 길이가 된다고 한다.
현재 야전의 주력전차인 K1의 포는 105mm이고, K1A1 전차는 120㎜포(44구경장)다. 반면 K2의 主砲(주포)는 K1A1보다 포신이 1.3m 정도 긴 120㎜ 55구경장 활강포를 장착하고 있고, 신형 전차포탄을 갖춰 화력도 향상됐다. 개발 과정에서 K2는 140mm 활강포를 장착하려 했으나 장약의 ‘불완전 연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120mm 활강포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K2의 활강포는 미국의 에이브람스(44구경장 120mm), 독일의 레오파드(55구경장 120mm), 러시아의 T-90S(125mm)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포신은 전차의 성능과 직결되는 것으로 포신이 길면 사거리가 늘어난다.
중기기술팀 김순환 과장은 “K2 전차는 21세기의 네트워크 전장 환경을 고려해 디지털 기반과 인간공학적 설계로 전투효율을 극대화시킨 신개념의 전차”라면서 “K2는 근거리 또는 원거리에서 발사되는 對(대)전차 미사일과 로켓탄(RPG)을 탐지해 연막탄으로 교란시키는 ‘능동방호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K2는 신소재 장갑재와 능동방호시스템 등으로 생존성이 더욱 강화됐다고 한다. 또 미사일·레이저 경고장치와 유도교란 통제장치, 복합연막탄 발사장치 등을 갖춰 날아오는 적의 대전차 미사일을 빗나가게 할 수도 있다. 김순환 과장은 “미사일을 직접 맞혀 파괴하는 능동방호장치도 2011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라면서 “이렇게 우수한 전차를 당초 600여 대 구매하려던 예산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절반으로 삭감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오토매틱 승용차와 똑같아
전차 조종을 위해 포탑의 전차장석에서 전차 정면의 조종석으로 이동했다. 현장 관계자들이 “무면허 운전사에게 핸들을 맡기면 어떡하느냐”고 했지만 “전차가 포를 쏘면서 움직이는 자동차지 별거냐” 하며 조종에 도전했다.
필자는 2006년 7월, 일본 육상자위대 후지학교에서 일본의 주력 90式(식) 전차 조종석에 탑승했다 빠져나오지 못해 혼쭐이 난 기억을 떠올렸다. 중기조종팀 소속 조종수 김기수씨는 “전차는 被彈(피탄) 면적을 줄이기 위해 몸집을 줄였기 때문에, 좁은 전차에서 생활하려면 체구가 작아야 유리하다”고 했다. 그는 “발을 의자에 딛고 다리를 구부리며 의자에 앉으라”고 코치했다.
조종석 내부는 육상자위대의 90식 전차보다 넓고 아늑했다. 어지러운 계기판을 들여다보니 승용차의 계기판과 비슷했다. 전차를 左右(좌우)로 조종할 수 있는 봉처럼 생긴 ‘조향 핸들’이 자동차로 말하면 핸들이다.
김기수씨의 설명대로 주 전원을 켜고, 연료펌프 버튼을 누른 다음 엔진시동 버튼을 누르자 자동차 시동걸 때와 똑같이 “웅~!”하고 엔진이 켜졌다.
조종석 화면에 구간거리 15km, 누적거리 ‘10811’이란 숫자가 나타났다. 1만km 정도를 주행한 ‘신차’였다. 오른쪽에 자동차의 자동변속기와 똑같은 1단, 2단, 3단, AUTO, P(주차) 레버가 있었다. 전진, 중립, 후진 모드가 있는 것은 자동차와 같았으나, ‘선회 모드’가 있다는 것이 자동차와 달랐다.
김기수씨는 “기어 중립버튼을 해제하고, 전진 혹은 후진을 선택하면 출발한다”고 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중립버튼 해제, AUTO 모드를 놓은 다음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고 가속페달을 살짝 밟자 K2는 “우~웅~!” 하면서 55t의 육중한 쇳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1500마력에서 뿜어나오는 엔진의 힘은 대단했다.
‘초보 전차운전사’도 당장 몰 수 있어
시속 30km 스피드로 500여m를 달려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거추장스럽게 커 보이던 브레이크도 발에 익자 자동차 브레이크보다 편리했다. 그러나 자동차 핸들에 해당하는 조향 핸들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만 오른쪽으로 치우치면 차체가 ‘휙휙’ 돌아갔다. ‘초보 전차 조종수’가 핸들을 마구 돌리는 탓에 K2는 셰도 복싱을 하는 권투선수처럼 움직였다.
김기수씨는 “회전 버튼을 누르고 원하는 방향으로 조향 핸들을 돌리라”고 했다. 회전 버튼을 누르고 가속페달을 밟자 전차가 회전하는 것이 느껴졌다. 조향 핸들을 빨리 돌리자 회전은 그것에 맞춰 더욱 빨라졌다.
그는 “지금 선회축(pivot) 모드는 機動路(기동로)를 따라 움직이는 전차가 敵(적) 목표물에 대한 사격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포신은 그대로 두면서 전차 몸통만 회전하는 것”이라면서 “전차에는 피봇 기능이 있어 내부에 있으면 전차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전차 내 잠망경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주변 경관이 바뀌고 있었다.
운전을 마치고 조종석에서 빠져 나오자 현대로템 관계자들은 “민간인 최초의 K2 운전”이라면서 “1억원짜리 ‘벤츠 E350 아방가르드’ 83대를 운전한 느낌이 어떠냐”고 농담을 건넸다.
조종체험 현장에는 塗裝(도장)하지 않은 신형 K1A1 전차가 있었다. 내부를 들여다 보니 전차장이 뒤에 앉고, 포수가 앞에 앉는 ‘복좌식’ 구조였다. K2는 전차장과 포수가 나란히 앉는다.
권혁민 연구원은 “K1A1은 탄약수가 승차해 수동으로 포탄을 장전하기 때문에 승무원이 4명 필요한 데 비해 K2는 자동 탄약장전으로 탄약수가 필요 없어 승무원(조종수, 포수, 전차장)이 3명뿐”이라고 했다.
분당 10발 장전
전차에서 砲手(포수)는 포의 방향, 즉 전방에 대한 사격조준을 담당한다. K2 전차는 戰車長(전차장)용 관측장비와 포수용 관측장비가 서로 연결돼 있어, 전후좌우 목표물을 조준컴퓨터에 입력해 사격할 수 있다.
포수 조준경은 여러 개의 모듈로 구성된다. 열상모듈, 주간망원경, 레이저 거리측정, 주간 TV카메라 모듈 등이다. 포수석 오른쪽에 망원경, 거리측정 모듈이 있고, 왼쪽에는 열 영상화면과 TV카메라 모듈이 있었다.
포수 조준경 아래쪽 화면에는 전술상황 정보와 디지털 전장지도(내비게이션), 무장관련 내용이 디스플레이됐다. K2 전차에 장착된 열 영상시스템은 ‘라만 레이저 거리측정기’로 야간에 최대 8km를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민 연구원은 “K2 전차는 9km 내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탐지해 4km 이내에서 적인지 아군인지 식별에 들어간다”면서 “굳이 비교하자면 K1 전차가 흑백TV라면 K1A1 전차는 컬러TV, K2 전차는 HDTV”라고 했다.
K2 전차 내부는 일명 LCD 모니터라는 ‘표적전시기’가 장치돼, 포수가 조준경으로 보는 목표물이 추적돼 화면에 나타난다. 권혁민 연구원은 “전차장이 보는 시선이나 포수의 시선에 따라 포탑이 움직이도록 돼 있어, 순식간에 사격이 이뤄진다”면서 “게다가 K2 전차는 안정화 장치(Stabilizer)가 돼 있어 左右高低(좌우고저) 평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주행 중 사격이 가능하다”고 했다.
K2는 어느 조건하에서도 분당 10발을 장전할 수 있다. 북한군 전차는 화기 제어장치가 없을 뿐 아니라 분당 2~3발 정도를 수동으로 장전하기 때문에 전투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차엔진도 국산화
다음은 K2의 주행성능을 체험하기로 했다. K2는 공장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소음기를 부착했다. 정대범 과장은 “K1A1은 최고 60km의 스피드를 내지만, K2는 최고시속 70km로 달린다”고 했다.
전차의 시속 70km는 승용차로 말하면 시속 120km 정도로 느껴진다고 한다. 육중한 물체가 달릴 때는 승용차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더구나 K2는 비포장도로 주행 스피드가 시속 52km, 출발하여 시속 32km까지 도달 시간이 8초라고 한다. 머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찬 공기가 뺨을 때렸다. 조종수는 필자에게 속도감을 더해 주기 위해 주행트랙을 두 차례나 내달렸다.
정 과장은 “전차 엔진은 자동차 엔진의 3배 정도 크기로, 이 엔진을 가지고 50t이 넘는 하이테크 쇳덩어리를 시속 70km로 달리게 할 만큼 엔진효율이 좋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세계에서 다목적 전차를 자체 생산하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이스라엘, 한국뿐이다. 전차 스피드는 K2와 레오파드2S가 시속 72km로 가장 빠르고, 미국의 에이브람스(M1A2 SEP)가 68km, 러시아 T-90S가 65k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엔진마력은 K2가 1500마력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고, 러시아 T-72 전차는 780마력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K2 전차의 체계개발 사업을 완료하고 현재 ‘파워팩’(Power Pack·엔진, 변속기 및 냉각장치)의 국산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권혁민 연구원은 “파워팩 국산화 사업이 완료되면 K2 전차는 국내 순수 독자개발 모델로서 세계 최고의 名品(명품)무기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국방과학연구소(ADD)는 K2 전차 개발 당시 파워팩을 수입해 장착하기로 했었다고 한다. K2 전차에 장착할 파워팩이 부피가 작고 고출력을 내는 1500마력급으로 해야 하는데 국내 기술로는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수출을 염두에 둔 전차개발이었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파워팩을 국내 개발하자고 요구했다. 한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엔진기술 수준은 자동차용 400마력 이하와 장갑차용 750마력 급이 개발·운용되고 있었습니다. 선박용 대형 엔진은 해외 면허 생산되고 있었고, K2에 적합한 중형급 소형 고속엔진은 시장수요가 적어 개발을 엄두도 못 냈습니다. 게다가 전차용 변속기는 變速(변속), 操向(조향), 制動(제동) 기능을 함께 갖는 특수 변속기로서, 특정 차량마다 별도의 모델이 요구되기 때문에 시장성이 매우 작아 정부와 업체 모두 개발을 꺼리는 실정이었습니다.”
정부는 ‘파워팩’이 국산 개발이 가능한 분야인가에 대한 논의를 거쳐 결국 t당 1500마력의 디젤 전차 파워팩을 별도사업으로 추진키로 결정했다. 결국 K2 전차는 독일의 파워팩을 장착해 개발하고, 1500마력 파워팩 국내 개발은 2005년 6월 두산과 STX가 맡아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기술진은 초기 개발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2007년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2010년 2월 개발을 완료해 2011년 K2 전차 전력화 시점에 국산 파워팩을 탑재하기로 했다.
K2 예산 삭감, 방산수출에도 타격 우려
1976년 7월 초, 정부는 현대측에 국산전차를 만들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당시 美製(미제) M-48A1 전차 개량사업에 착수했고, 1978년 4월 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창원공장에서 최초로 국산전차 성능시험을 실시했다. 이로써 한국은 자유진영 국가 중 아홉 번째로 전차 생산국가 반열에 올랐다.
이후 현대로템(당시 현대정공)은 1987년 7월 K1 전차(일명 88전차)를 본격 생산했다. 현대로템은 1996년 미국과 기술협력을 통해 120mm 활강포를 장착하고 특수장갑을 채용한 K1A1 전차 개발에 성공했다. K1A1 전차 개발(국산화율 82%)을 계기로 현대로템은 독자모델의 전차를 생산할 수 있는 轉機(전기)를 마련했다.
한국전쟁 초기, 단 한대의 전차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한국군은 북한군의 T-34 전차 200여 대 앞에 숱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59년이 지난 지금, 한국군은 세계적인 수준의 K2 전차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로템 창원공장 내에 있는 전차박물관에서 金洛會(김낙회) 이사(중기공장장)는 “차기 전차 K2는 순수 국내기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K2는 기동력, 화력, 사격통제, 생존성 등 모든 부분에서 선진국이 개발한 최신예 전차를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K2는 성능이 뛰어난 데다 가격이 저렴해 수출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한다. 현대로템은 2008년 7월 29일 터키의 오토카社(사)와 K2의 전차개발기술을 제공해 터키 전차개발을 기술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터키의 차기 전차 개발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현대로템이 선진 경쟁국가들을 제친 것이다.
박종령 부장은 “한국이 방위산업 수출을 시작한 이래 4억 달러 계약은 최대 규모”라며 “지속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향후 4년 내 세계 50위권의 방산업체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동국가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 K2 전차 구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침체를 이유로 올해부터 시작되는 차기 전차 K2의 신규 양산사업 예산과 생산대수가 대폭 줄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11월 국회상임위의 2009년 국방예산안 심의에서 K2 전차 전체예산(사업기간 2009~2017년)을 당초 계획된 5조7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유지비용 제외)으로 1조8000억원 삭감키로 결정했다고 보고했다.
K2전차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연구개발, 현대로템에서 생산한다. 대당 가격은 83억원 가량이며, 올해 편성 예산 144억원 가운데 국회에서 74억원이 감액돼 70억원이 올해 사업착수 예산으로 반영됐다.
국방부는 전체 양산 예산과 대수를 줄이는 대신, 2011년과 2012년 45대씩 모두 90대를 생산할 예정이던 K2 전차를 2011년 45대, 2012년 60대로 늘려 모두 105대를 조기에 생산하겠다는 입장이다.
군 전문가들은 “K2는 육군의 핵심 전력증강사업인데 올해 국방예산 28조6379억원 가운데 방위력 개선사업비가 8조5954억원으로, 이 중 K2 전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4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우리 군에서 많이 사용하지도 않는 전차를 어떻게 해외에 수출할 수 있겠는가” 하고 우려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정부와 군이 경제성 있는 장비 개발을 요구하고 있어 개발 초기부터 저비용·고효율 장비 개발이라는 모토하에 비용을 고려한 설계(DTC)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현 수준의 K2 전차 가격은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최신예 전차와 비교해 볼 때, 충분한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방위사업청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전차를 개발해 놓고도 당초 계획했던 대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원가를 공개하라는 일부의 주장은 기업비밀 차원을 넘어 해외 수출협상에 큰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빗줄기가 가늘게 날리는 가운데 시제품 K2 전차 두 대가 굉음을 내며 2km의 주행시험 트랙을 시속 70km의 속력으로 내달렸다. 凹凸(요철) 도로를 40km 속도로 달려 31%의 경사로를 넘은 K2전차는 360도 회전 묘기까지 선보였다.
먼저 戰車長(전차장)석에 올라 60%의 경사로에서 K2의 제동능력을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K2 전차의 높이는 225cm, 캐터필러는 120cm 남짓했다. 최신형 전차의 추세에 맞게 K2는 적에게 탐지되기 어렵도록 전차 높이를 최대한 낮춰 설계했다고 한다.
현대로템의 권혁민 연구원(포탑 전장체계 담당)은 “비 오는 날 전차에 오르다 미끄러지면 인대가 늘어나거나 찰과상을 입는다”면서 “기갑병과가 전통적으로 軍紀(군기)가 센 이유도 잦은 부상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차장석으로 다리를 집어넣다가 전차 안으로 빠지고 말았다. 날카로운 특수 알루미늄강에 걸려 둔부에 상처가 났고, 전차 내부의 쇠붙이에 긁혀 오른쪽 정강이가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K2 시제 전차 3대는 전방 기계화 사단에서 1년6개월간의 성능테스트를 마치고 ‘친정’인 현대로템 공장으로 돌아와 점검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K2의 야전 성능테스트 결과,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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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창원공장 테스트 트랙에 도열한 K2 전차들. |
60% 경사에서 밀리지 않는 제동능력
전차가 경사 60%의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필자의 몸이 뒤로 젖혀지면서 포신이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포수석에 탑승한 권혁민 연구원은 “전차가 작전할 수 있는 최대의 야전 경사각이 60%”라고 말했다. 또 다른 K2 전차 한 대가 스키 중급자 코스 정도의 측면 30% 경사에서 지면에 매미처럼 붙어 있었다.
전차가 60% 경사에서 정지하자 나무에 매달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권 연구원은 “정지했다가 다시 출발해도 30cm 이상 밀리지 않는다”면서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비탈길 테스트를 할 때와 똑 같다”고 했다.
K2는 브레이크를 풀었다가 다시 출발했는데, 조금 움찔할 뿐 거의 밀리지 않고 경사로 정상까지 올라갔다. 55t의 육중한 쇳덩어리가 가파른 경사에서 1t도 안되는 자동차보다 밀림 현상이 없었다. 권 연구원은 “K2는 최고시속 70km로 달리다 급정거를 해도 24m 이내에서 정지할 수 있는 제동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K2가 다시 정상에서 곤두박질쳐 내려갔다. 경사로를 오를 때는 포신이 하늘을 향해 뻗치더니 내려갈 때는 땅에 닿을 듯 아슬아슬했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몸이 위 아래로 출렁거렸다. 천천히 내려가던 K2가 갑자기 60%의 경사로를 후진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후진으로 오르던 K2는 서스펜션(현가장치)인 ISU를 이용, 오른쪽 왼쪽으로 전차의 자세를 낮추었다. ISU 서스펜션은 산악지형에서 사격자세를 자유롭게 취하기 위한 장치로서 우리나라의 K1·K1A1·K2 전차, 일본의 90式(식) 전차가 ISU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미국 등은 평지나 사막전투용 전차이기 때문에 ISU 자세모드가 필요 없다고 한다.
포탑 상단의 두꺼운 裝甲(장갑)은 전장에 나가는 將帥(장수)의 갑옷 같았다. 포가 탱크의 공격력이라면 장갑은 방어력이다. 권투에 비유하자면 포는 주먹, 장갑은 맷집 정도가 될 것이다.
55구경장 120mm 활강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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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에서 도하 훈련중인 K2 전차. K2는 4.1m 깊이의 강바닥을 달려 물 밖으로 나오면서 곧바로 전투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
등판시험장 앞에 깊이 2.1m의 浸水(침수) 도하장이 보였다. 3세대 전차는 5m 수심은 거뜬히 건너야 한다. K2 전차는 4.1m 깊이의 강바닥을 달려 물 밖으로 나오면서 곧바로 전투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현재 미군의 주력 전차인 에이브람스(M1A2 SEP)는 잠수 깊이가 1.98m이고, 우리 군의 주력 전차인 K1A1은 2.2m인 데 비해 K2는 잠수 깊이가 두 배 정도 향상된 셈이다.
권 연구원은 “K2가 잠수 도하를 할 때 스노클이라는 공기흡입구(커다란 빨대)를 달고 강바닥을 운행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차가 잠수를 하여 도하하는 경우는 급박한 전투상황에서나 사용되는 방법이고, 대부분은 공병대가 전차 도하용 주교나 부교를 건설해 도하한다. K2는 잠수 도하를 위해 완벽하게 밀폐돼 있기 때문에 화생방전이 벌어져도 전차 승무원들은 안전하다고 한다.
K2는 55구경장 120mm 활강포로 주행간 사격이 가능하다. 활강포란 포신에 腔線(강선)이 없는 포로서, 강선포와 달리 직사화기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55구경장이란 포신의 길이를 나타내는 용어로, 구경 120mm에 55를 곱하면 포신의 길이가 된다고 한다.
현재 야전의 주력전차인 K1의 포는 105mm이고, K1A1 전차는 120㎜포(44구경장)다. 반면 K2의 主砲(주포)는 K1A1보다 포신이 1.3m 정도 긴 120㎜ 55구경장 활강포를 장착하고 있고, 신형 전차포탄을 갖춰 화력도 향상됐다. 개발 과정에서 K2는 140mm 활강포를 장착하려 했으나 장약의 ‘불완전 연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120mm 활강포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K2의 활강포는 미국의 에이브람스(44구경장 120mm), 독일의 레오파드(55구경장 120mm), 러시아의 T-90S(125mm)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포신은 전차의 성능과 직결되는 것으로 포신이 길면 사거리가 늘어난다.
중기기술팀 김순환 과장은 “K2 전차는 21세기의 네트워크 전장 환경을 고려해 디지털 기반과 인간공학적 설계로 전투효율을 극대화시킨 신개념의 전차”라면서 “K2는 근거리 또는 원거리에서 발사되는 對(대)전차 미사일과 로켓탄(RPG)을 탐지해 연막탄으로 교란시키는 ‘능동방호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K2는 신소재 장갑재와 능동방호시스템 등으로 생존성이 더욱 강화됐다고 한다. 또 미사일·레이저 경고장치와 유도교란 통제장치, 복합연막탄 발사장치 등을 갖춰 날아오는 적의 대전차 미사일을 빗나가게 할 수도 있다. 김순환 과장은 “미사일을 직접 맞혀 파괴하는 능동방호장치도 2011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라면서 “이렇게 우수한 전차를 당초 600여 대 구매하려던 예산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절반으로 삭감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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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구경장 120mm 활강포로 무장한 K2 전차가 야외 기동훈련 중 사격하고 있다. |
오토매틱 승용차와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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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석에서 조종핸들을 손에 쥔 필자. |
필자는 2006년 7월, 일본 육상자위대 후지학교에서 일본의 주력 90式(식) 전차 조종석에 탑승했다 빠져나오지 못해 혼쭐이 난 기억을 떠올렸다. 중기조종팀 소속 조종수 김기수씨는 “전차는 被彈(피탄) 면적을 줄이기 위해 몸집을 줄였기 때문에, 좁은 전차에서 생활하려면 체구가 작아야 유리하다”고 했다. 그는 “발을 의자에 딛고 다리를 구부리며 의자에 앉으라”고 코치했다.
조종석 내부는 육상자위대의 90식 전차보다 넓고 아늑했다. 어지러운 계기판을 들여다보니 승용차의 계기판과 비슷했다. 전차를 左右(좌우)로 조종할 수 있는 봉처럼 생긴 ‘조향 핸들’이 자동차로 말하면 핸들이다.
김기수씨의 설명대로 주 전원을 켜고, 연료펌프 버튼을 누른 다음 엔진시동 버튼을 누르자 자동차 시동걸 때와 똑같이 “웅~!”하고 엔진이 켜졌다.
조종석 화면에 구간거리 15km, 누적거리 ‘10811’이란 숫자가 나타났다. 1만km 정도를 주행한 ‘신차’였다. 오른쪽에 자동차의 자동변속기와 똑같은 1단, 2단, 3단, AUTO, P(주차) 레버가 있었다. 전진, 중립, 후진 모드가 있는 것은 자동차와 같았으나, ‘선회 모드’가 있다는 것이 자동차와 달랐다.
김기수씨는 “기어 중립버튼을 해제하고, 전진 혹은 후진을 선택하면 출발한다”고 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중립버튼 해제, AUTO 모드를 놓은 다음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고 가속페달을 살짝 밟자 K2는 “우~웅~!” 하면서 55t의 육중한 쇳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1500마력에서 뿜어나오는 엔진의 힘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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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전차를 시속 30km 속도로 조종했다. |
시속 30km 스피드로 500여m를 달려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거추장스럽게 커 보이던 브레이크도 발에 익자 자동차 브레이크보다 편리했다. 그러나 자동차 핸들에 해당하는 조향 핸들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만 오른쪽으로 치우치면 차체가 ‘휙휙’ 돌아갔다. ‘초보 전차 조종수’가 핸들을 마구 돌리는 탓에 K2는 셰도 복싱을 하는 권투선수처럼 움직였다.
김기수씨는 “회전 버튼을 누르고 원하는 방향으로 조향 핸들을 돌리라”고 했다. 회전 버튼을 누르고 가속페달을 밟자 전차가 회전하는 것이 느껴졌다. 조향 핸들을 빨리 돌리자 회전은 그것에 맞춰 더욱 빨라졌다.
그는 “지금 선회축(pivot) 모드는 機動路(기동로)를 따라 움직이는 전차가 敵(적) 목표물에 대한 사격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포신은 그대로 두면서 전차 몸통만 회전하는 것”이라면서 “전차에는 피봇 기능이 있어 내부에 있으면 전차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전차 내 잠망경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주변 경관이 바뀌고 있었다.
운전을 마치고 조종석에서 빠져 나오자 현대로템 관계자들은 “민간인 최초의 K2 운전”이라면서 “1억원짜리 ‘벤츠 E350 아방가르드’ 83대를 운전한 느낌이 어떠냐”고 농담을 건넸다.
조종체험 현장에는 塗裝(도장)하지 않은 신형 K1A1 전차가 있었다. 내부를 들여다 보니 전차장이 뒤에 앉고, 포수가 앞에 앉는 ‘복좌식’ 구조였다. K2는 전차장과 포수가 나란히 앉는다.
권혁민 연구원은 “K1A1은 탄약수가 승차해 수동으로 포탄을 장전하기 때문에 승무원이 4명 필요한 데 비해 K2는 자동 탄약장전으로 탄약수가 필요 없어 승무원(조종수, 포수, 전차장)이 3명뿐”이라고 했다.
분당 10발 장전
전차에서 砲手(포수)는 포의 방향, 즉 전방에 대한 사격조준을 담당한다. K2 전차는 戰車長(전차장)용 관측장비와 포수용 관측장비가 서로 연결돼 있어, 전후좌우 목표물을 조준컴퓨터에 입력해 사격할 수 있다.
포수 조준경은 여러 개의 모듈로 구성된다. 열상모듈, 주간망원경, 레이저 거리측정, 주간 TV카메라 모듈 등이다. 포수석 오른쪽에 망원경, 거리측정 모듈이 있고, 왼쪽에는 열 영상화면과 TV카메라 모듈이 있었다.
포수 조준경 아래쪽 화면에는 전술상황 정보와 디지털 전장지도(내비게이션), 무장관련 내용이 디스플레이됐다. K2 전차에 장착된 열 영상시스템은 ‘라만 레이저 거리측정기’로 야간에 최대 8km를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민 연구원은 “K2 전차는 9km 내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탐지해 4km 이내에서 적인지 아군인지 식별에 들어간다”면서 “굳이 비교하자면 K1 전차가 흑백TV라면 K1A1 전차는 컬러TV, K2 전차는 HDTV”라고 했다.
K2 전차 내부는 일명 LCD 모니터라는 ‘표적전시기’가 장치돼, 포수가 조준경으로 보는 목표물이 추적돼 화면에 나타난다. 권혁민 연구원은 “전차장이 보는 시선이나 포수의 시선에 따라 포탑이 움직이도록 돼 있어, 순식간에 사격이 이뤄진다”면서 “게다가 K2 전차는 안정화 장치(Stabilizer)가 돼 있어 左右高低(좌우고저) 평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주행 중 사격이 가능하다”고 했다.
K2는 어느 조건하에서도 분당 10발을 장전할 수 있다. 북한군 전차는 화기 제어장치가 없을 뿐 아니라 분당 2~3발 정도를 수동으로 장전하기 때문에 전투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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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신예 전차들. 좌로부터 독일의 레오파드2A6, 미국의 에이브람스(M1A1), 러시아의 T-90, 일본의 TKX(시제차량), 프랑스의 르클레르 전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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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경사로를 오르는 K2 전차. 정지했다 다시 출발해도 뒤로 밀리지 않을 만큼 제동능력이 강하다. |
전차의 시속 70km는 승용차로 말하면 시속 120km 정도로 느껴진다고 한다. 육중한 물체가 달릴 때는 승용차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더구나 K2는 비포장도로 주행 스피드가 시속 52km, 출발하여 시속 32km까지 도달 시간이 8초라고 한다. 머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찬 공기가 뺨을 때렸다. 조종수는 필자에게 속도감을 더해 주기 위해 주행트랙을 두 차례나 내달렸다.
정 과장은 “전차 엔진은 자동차 엔진의 3배 정도 크기로, 이 엔진을 가지고 50t이 넘는 하이테크 쇳덩어리를 시속 70km로 달리게 할 만큼 엔진효율이 좋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세계에서 다목적 전차를 자체 생산하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이스라엘, 한국뿐이다. 전차 스피드는 K2와 레오파드2S가 시속 72km로 가장 빠르고, 미국의 에이브람스(M1A2 SEP)가 68km, 러시아 T-90S가 65k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엔진마력은 K2가 1500마력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고, 러시아 T-72 전차는 780마력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K2 전차의 체계개발 사업을 완료하고 현재 ‘파워팩’(Power Pack·엔진, 변속기 및 냉각장치)의 국산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권혁민 연구원은 “파워팩 국산화 사업이 완료되면 K2 전차는 국내 순수 독자개발 모델로서 세계 최고의 名品(명품)무기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국방과학연구소(ADD)는 K2 전차 개발 당시 파워팩을 수입해 장착하기로 했었다고 한다. K2 전차에 장착할 파워팩이 부피가 작고 고출력을 내는 1500마력급으로 해야 하는데 국내 기술로는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수출을 염두에 둔 전차개발이었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파워팩을 국내 개발하자고 요구했다. 한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엔진기술 수준은 자동차용 400마력 이하와 장갑차용 750마력 급이 개발·운용되고 있었습니다. 선박용 대형 엔진은 해외 면허 생산되고 있었고, K2에 적합한 중형급 소형 고속엔진은 시장수요가 적어 개발을 엄두도 못 냈습니다. 게다가 전차용 변속기는 變速(변속), 操向(조향), 制動(제동) 기능을 함께 갖는 특수 변속기로서, 특정 차량마다 별도의 모델이 요구되기 때문에 시장성이 매우 작아 정부와 업체 모두 개발을 꺼리는 실정이었습니다.”
정부는 ‘파워팩’이 국산 개발이 가능한 분야인가에 대한 논의를 거쳐 결국 t당 1500마력의 디젤 전차 파워팩을 별도사업으로 추진키로 결정했다. 결국 K2 전차는 독일의 파워팩을 장착해 개발하고, 1500마력 파워팩 국내 개발은 2005년 6월 두산과 STX가 맡아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기술진은 초기 개발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2007년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2010년 2월 개발을 완료해 2011년 K2 전차 전력화 시점에 국산 파워팩을 탑재하기로 했다.
K2 예산 삭감, 방산수출에도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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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를 후진하며 자세제어 시범을 보이는 K2. |
이후 현대로템(당시 현대정공)은 1987년 7월 K1 전차(일명 88전차)를 본격 생산했다. 현대로템은 1996년 미국과 기술협력을 통해 120mm 활강포를 장착하고 특수장갑을 채용한 K1A1 전차 개발에 성공했다. K1A1 전차 개발(국산화율 82%)을 계기로 현대로템은 독자모델의 전차를 생산할 수 있는 轉機(전기)를 마련했다.
한국전쟁 초기, 단 한대의 전차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한국군은 북한군의 T-34 전차 200여 대 앞에 숱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59년이 지난 지금, 한국군은 세계적인 수준의 K2 전차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로템 창원공장 내에 있는 전차박물관에서 金洛會(김낙회) 이사(중기공장장)는 “차기 전차 K2는 순수 국내기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K2는 기동력, 화력, 사격통제, 생존성 등 모든 부분에서 선진국이 개발한 최신예 전차를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K2는 성능이 뛰어난 데다 가격이 저렴해 수출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한다. 현대로템은 2008년 7월 29일 터키의 오토카社(사)와 K2의 전차개발기술을 제공해 터키 전차개발을 기술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터키의 차기 전차 개발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현대로템이 선진 경쟁국가들을 제친 것이다.
박종령 부장은 “한국이 방위산업 수출을 시작한 이래 4억 달러 계약은 최대 규모”라며 “지속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향후 4년 내 세계 50위권의 방산업체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동국가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 K2 전차 구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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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전차는 현존 전차 가운데 가장 빠른 시속 70km의 스피드를 낸다. |
K2전차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연구개발, 현대로템에서 생산한다. 대당 가격은 83억원 가량이며, 올해 편성 예산 144억원 가운데 국회에서 74억원이 감액돼 70억원이 올해 사업착수 예산으로 반영됐다.
국방부는 전체 양산 예산과 대수를 줄이는 대신, 2011년과 2012년 45대씩 모두 90대를 생산할 예정이던 K2 전차를 2011년 45대, 2012년 60대로 늘려 모두 105대를 조기에 생산하겠다는 입장이다.
군 전문가들은 “K2는 육군의 핵심 전력증강사업인데 올해 국방예산 28조6379억원 가운데 방위력 개선사업비가 8조5954억원으로, 이 중 K2 전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4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우리 군에서 많이 사용하지도 않는 전차를 어떻게 해외에 수출할 수 있겠는가” 하고 우려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정부와 군이 경제성 있는 장비 개발을 요구하고 있어 개발 초기부터 저비용·고효율 장비 개발이라는 모토하에 비용을 고려한 설계(DTC)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현 수준의 K2 전차 가격은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최신예 전차와 비교해 볼 때, 충분한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방위사업청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전차를 개발해 놓고도 당초 계획했던 대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원가를 공개하라는 일부의 주장은 기업비밀 차원을 넘어 해외 수출협상에 큰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