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이후에 詩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는 600만 명의 유대인이 가스실에서 사라진 「아우슈비츠」 대학살 이후 詩는, 다시 말해 문학과 예술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그것은 아우슈비츠가 단지 한 개인의 狂氣(광기)가 아닌 近代性(근대성)의 狂氣이며, 아우슈비츠의 비극이 유대인들만의 비극이 아니라, 근대를 살아가는 자들의 공통된 운명임을 강조한 것이었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유대계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Imre Kertesz·73)는 바로 그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 온 작가이다. 스웨덴 翰林院(한림원)은 그의 작품이 『역사의 야만적 자의성에 대항한 개인의 연약한 경험을 옹호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케르테스에게 『아우슈비츠는 정상적인 서구 역사의 바깥에서 일어난 예외적 사건이 아니며, 근대적 인간의 타락을 보여 주는 궁극적 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소설을 구상할 때는 언제나 아우슈비츠를 생각했다』고 한다.
케르테스는 1929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그는 열네 살의 어린 나이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로 보내졌다. 이듬해 다시 독일의 부셴발트 수용소로 이감됐다가 1945년 독일 패전과 함께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당시 나치 수용소에서 처형된 유대계 헝가리인은 60만 명에 이른다.
19세의 케르테스는 부다페스트의 「빌라고샤그」 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이 신문은 기관지로 전락했고, 그는 1951년 해직됐다. 이후 그는 니체,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 독일계 철학자들의 저서를 번역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의 첫 소설 「운명없는 인간들」은 1965년 완성됐지만, 빛을 보기까지는 10년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헝가리에서는 별다른 반응조차 얻지 못했다. 그의 작품에 주목한 것은 독일이었다. 「운명없는 인간들」에 이어 「좌절(1988)」과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1990)가 속속 독일어로 번역됐고, 수많은 문학상이 주어졌다. 스웨덴과 프랑스에서도 독자들이 생겨났다. 「운명없는 인간들」에는 15세 소년이 話者(화자)로 등장한다. 이 소년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비극을 예감조차 못한 채 나치 수용소로 보내진다. 그러나 케르테스는 이 작품에서 소년이 묘사하는 나치의 잔학성에 대해 준비된 대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도덕적인 분노나 형이상학적인 항의를 일방적으로 퍼붓지 않는다.
케르테스 자신은 「순응」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1956년 소련 탱크가 부다페스트를 짓밟았을 때 그는 아우슈비츠의 악몽을 다시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공산 독재 정권에 협력할 것을 거부했으며, 이후 헝가리內에서 망명 아닌 망명의 고립된 생활을 영위해야 했다.
「좌절」에서는 「운명없는 인간들」에 나오는 바로 그 소년이 다시 話者로 등장해 아우슈비츠를 이야기한다. 다만 소년은 이제 청년이 됐다. 소설 속에서 그는 아우슈비츠에 관한 기억을 책으로 출판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나 막상 출판사를 구했을 때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시장에 나돌아 다닐 것이라는 현실에 공허감과 혐오를 느낀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에서는 자신의 아이를 좀처럼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 하는 동일 話者가 나온다. 아우슈비츠를 허용한 세상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이 소설 3부작 외에도 케르테스는 소설적 형식의 문화비평집 「갤리 다이어리」(1992), 편지와 에세이를 묶은 「문화로서의 홀로코스트」(1993), 「사형집행대의 총이 再장전될 때 흐르는 침묵의 순간」(1998), 「망명 언어」(2001) 등의 책을 썼다.
그는 지난해 스페인 신문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언제나 유대인이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은 의지와 관계없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는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새 소설을 집필 중이다. 「청산」이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아우슈비츠를 다룬 마지막 소설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아우슈비츠 생존자가 아니라 아우슈비츠 이후 세대를 다루고 있다. 아우슈비츠 이후 세대 역시 그에겐 역사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불행한 세대인 것이다. ●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는 600만 명의 유대인이 가스실에서 사라진 「아우슈비츠」 대학살 이후 詩는, 다시 말해 문학과 예술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그것은 아우슈비츠가 단지 한 개인의 狂氣(광기)가 아닌 近代性(근대성)의 狂氣이며, 아우슈비츠의 비극이 유대인들만의 비극이 아니라, 근대를 살아가는 자들의 공통된 운명임을 강조한 것이었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유대계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Imre Kertesz·73)는 바로 그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 온 작가이다. 스웨덴 翰林院(한림원)은 그의 작품이 『역사의 야만적 자의성에 대항한 개인의 연약한 경험을 옹호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케르테스에게 『아우슈비츠는 정상적인 서구 역사의 바깥에서 일어난 예외적 사건이 아니며, 근대적 인간의 타락을 보여 주는 궁극적 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소설을 구상할 때는 언제나 아우슈비츠를 생각했다』고 한다.
케르테스는 1929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그는 열네 살의 어린 나이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로 보내졌다. 이듬해 다시 독일의 부셴발트 수용소로 이감됐다가 1945년 독일 패전과 함께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당시 나치 수용소에서 처형된 유대계 헝가리인은 60만 명에 이른다.
19세의 케르테스는 부다페스트의 「빌라고샤그」 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이 신문은 기관지로 전락했고, 그는 1951년 해직됐다. 이후 그는 니체,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 독일계 철학자들의 저서를 번역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의 첫 소설 「운명없는 인간들」은 1965년 완성됐지만, 빛을 보기까지는 10년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헝가리에서는 별다른 반응조차 얻지 못했다. 그의 작품에 주목한 것은 독일이었다. 「운명없는 인간들」에 이어 「좌절(1988)」과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1990)가 속속 독일어로 번역됐고, 수많은 문학상이 주어졌다. 스웨덴과 프랑스에서도 독자들이 생겨났다. 「운명없는 인간들」에는 15세 소년이 話者(화자)로 등장한다. 이 소년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비극을 예감조차 못한 채 나치 수용소로 보내진다. 그러나 케르테스는 이 작품에서 소년이 묘사하는 나치의 잔학성에 대해 준비된 대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도덕적인 분노나 형이상학적인 항의를 일방적으로 퍼붓지 않는다.
케르테스 자신은 「순응」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1956년 소련 탱크가 부다페스트를 짓밟았을 때 그는 아우슈비츠의 악몽을 다시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공산 독재 정권에 협력할 것을 거부했으며, 이후 헝가리內에서 망명 아닌 망명의 고립된 생활을 영위해야 했다.
「좌절」에서는 「운명없는 인간들」에 나오는 바로 그 소년이 다시 話者로 등장해 아우슈비츠를 이야기한다. 다만 소년은 이제 청년이 됐다. 소설 속에서 그는 아우슈비츠에 관한 기억을 책으로 출판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나 막상 출판사를 구했을 때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시장에 나돌아 다닐 것이라는 현실에 공허감과 혐오를 느낀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에서는 자신의 아이를 좀처럼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 하는 동일 話者가 나온다. 아우슈비츠를 허용한 세상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이 소설 3부작 외에도 케르테스는 소설적 형식의 문화비평집 「갤리 다이어리」(1992), 편지와 에세이를 묶은 「문화로서의 홀로코스트」(1993), 「사형집행대의 총이 再장전될 때 흐르는 침묵의 순간」(1998), 「망명 언어」(2001) 등의 책을 썼다.
그는 지난해 스페인 신문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언제나 유대인이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은 의지와 관계없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는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새 소설을 집필 중이다. 「청산」이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아우슈비츠를 다룬 마지막 소설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아우슈비츠 생존자가 아니라 아우슈비츠 이후 세대를 다루고 있다. 아우슈비츠 이후 세대 역시 그에겐 역사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불행한 세대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