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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들의 야구 외 숨은 長技·特技

노름은 구대성, 술은 김기태, 팔굽혀 펴기는 김병현(2000개), 영어실력은 마해영

이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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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전자오락엔 구대성이 단연 최고. 대학 시절부터 「게임의 황제」로 소문나.
●술고래는 김기태, 마해영, 문동환, 임선동 등… 임선동은 한자리서 양주 세 병 마셔. 김동기·김상기 형제 한자리서 생맥주 2만2500cc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선동열에게 만루홈런 친 유승안, 이강돈도 비슷한 상황서 사이클링 히트 기록.
●앉은 자리에서 계란 한 판을 먹어치우는 심정수, 고기 10인분 해치우는 박찬호.
  구대성과 유승안 코치의 한 판 대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야구대표팀 몇 명이 몰래 호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바람에 큰 말썽이 됐었다. 메달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도박을 했으니 국내 여론이 따가운 것은 당연했다. 그나마 야구팀이 사상 처음으로 메달(동메달)을 획득하면서 카지노 사건은 더 이상 크게 확대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왕 카지노를 했다면 외화를 획득(?)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선 말이 없다. 그런 점에서 프로야구계 도박 「高手(고수)」들이 불참한 것이 아쉽다.
 
  대표적인 「고수」로 대부분의 선수들은 한화에서 뛰다가 지난해 말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와 계약한 具臺晟(구대성)을 주저없이 꼽는다. 具臺晟은 올림픽 3, 4위전에서 일본타자들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한국에 동메달을 안긴 주인공이다.
 
  具는 상대 타자의 심리를 잘 읽고 배짱이 두둑해야 살아남는 프로야구 투수라 그런지 도박판에서도 같은 모습으로 실력자들을 압도한다. 두둑한 배짱과 뛰어난 상대 패 읽기가 그의 장기다. 그의 실력은 지도자 가운데 「高手」인 柳承安(유승안) 前 한화 코치와의 승부에서 가름이 났다고 한다. 둘이 대결한 종목은 포커였다. 레이스가 한창 진행중인 순간 具臺晟이 수표 한 장을 던지며 특유의 배짱 베팅을 했다. 이에 柳코치는 長考(장고) 끝에 「콜」을 포기했다. 본인도 「2 포카드」를 쥐고 있었지만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기 때문. 具臺晟이 어떤 것을 쥐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柳코치로서는 具臺晟에게 삼진을 당한 꼴이 됐다.
 
  그러나 그 판을 지켜봤던 구경꾼들에 의하면 오히려 柳코치가 한 수 위라고 입을 모은다. 具臺晟의 카드를 읽고 그 좋은 패를 던진 柳코치가 진정한 실력자라는 것이다.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야구는 실력보다는 승부욕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특성으로 화투와 카드를 즐기는 선수도 많은 편이다. 특히 투수와 포수들이 그렇다. 상대 타자의 생각을 읽어야 하는 포지션이기에 돈보다는 「승부」의 묘미를 더 좋아한다. 「국보급」 투수로 명성을 떨치던 宣銅烈(선동열) KBO 홍보위원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이 방면의 실력이 대단하다. 1999년 한화에게 첫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긴 李熙守(이희수) 前 감독도 숨은 실력자로 통한다. 고스톱 패 읽는 솜씨가 상대팀 작전을 간파하는 것보다도 뛰어나다고 한다.
 
 
  『니들 포르노 보고 있지, 빨리 문 열어』
 
  지난해까지 경인방송에서 朴贊浩(박찬호) 경기 중계를 진행한 朴魯俊(박노준) 해설위원의 일화다.
 
  1985년 고려대는 대만으로 轉地(전지)훈련을 갔었다. 4학년이었던 朴위원은 선배로서 훈련 뒤 피로에 지친 후배들을 위해 호텔 숙소에서 고스톱판을 벌였다. 멤버는 吉洪圭(길홍규), 陳正弼(진정필·이상 은퇴). 그런데 당시 고려대 감독은 선수의 숨통을 조금도 열어주지 않기로 유명한 崔南洙(최남수) 감독(작고)이라 혹시나 생길 수 있는 기습 공격을 막기 위해 일단 방문을 걸어 잠근 뒤 「선수」들과 예행연습을 했다. 朴위원이 짠 작전은 이랬다.
 
  첫단계 崔감독이 오면 담요로 화투를 덮고 침대 밑으로 숨긴다. 둘째 각자 침대로 재빨리 들어가 자는 척한다. 준비를 완벽히 한 선수들은 재미있게 고스톱을 쳤다.
 
  문제가 발생했다. 방에서 TV를 시청하던 崔감독이 TV에서 포르노 비디오가 상영되자 『만약 선수들이 이걸 보면 안 될 텐데…』하면서 선수들 방으로 달려간 것.
 
  마침 朴위원 방으로 찾아간 崔감독은 방문이 열리지 않자 『니들 포르노 보고 있지. 빨리 문 열어』라고 소리쳤다. 갑작스런 감독의 순시에 놀란 朴위원 등은 일부러 자고 일어난 목소리로 『저희 자고 있는데요』라고 하면서 각자 정해진 룰대로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화투 처리. 朴위원은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화투를 침대에 감추지 못하고 화장실 변기 속으로 집어 넣고 물을 내려버렸다. 어쨌든 崔감독은 방으로 들어와 『너희 비디오 보고 있었지』라고 다그쳤다. 朴위원은 『우리 자고 있었는데요』라고 받아쳤고 이에 崔감독은 『자긴 뭘 자. 문 사이로 불빛이 보였는데. 혹시 너희 고스톱 친 거 아니야』라고 윽박질렀다.
 
 
  구대성은 「게임의 황제」
 
  순간 당황한 朴위원은 『아닙니다. 저희가 고스톱했으면 두 번 다시 야구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위기를 모면한 朴위원 등은 급히 화장실로 갔다. 혹시나 화투를 회수할 수 있을까 해서다. 다행히 화투가 변기 구멍을 막는 바람에 물이 넘쳐 화투를 건지는 데는 성공했다.
 
  한편 崔감독은 李曉奉(이효봉·現 SBS스포츠채널 기자), 金應國(김응국·롯데) 등이 묵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냄새가 났기 때문. 역시 이곳도 문이 꽁꽁 잠겨 있었지만 崔감독은 비상키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순간 왼손잡이인 金應國이 왼손으로 화투패를 던지고 있었다. 崔감독은 『꼼짝마』 그랬고 완벽하게 걸린 金應國 등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향후 벌어질 일에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崔감독이 남긴 말은 『야구도 못하는 것들이 고스톱이나 하구 말이야』였다.
 
  이들에 대한 체벌은 같은 학년의 동료들이 「방망이」를 드는 것으로 끝났다. 고스톱 선수들은 대략 50대씩 맞았다고 한다.
 
  도박과는 성질이 다르지만 역시 승부욕이 중요시되는 전자오락 게임에서도 具臺晟이 톱이다. 야구 게임은 물론이고 일반 게임도 두루 즐기는 具臺晟은 자타공인 게임 9단 정도의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
 
  具臺晟은 대학시절부터 「게임의 황제」로 명성을 떨쳤다. 한양대 주변의 오락실에서 50원짜리 동전 한 번 넣고 하루종일 게임을 즐기는 그였다. 오락실 주인이 돈을 주면서 등을 떠밀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具臺晟이 슬롯머신과 게임의 천국인 일본으로 진출했으니 조금은 걱정이 된다.
 
 
 
술집 술 떨어질 때까지 마신다

 
  운동선수가 대체로 일반인보다 술이 센 편이다. 아무래도 매일 운동하다 보니까 체력적으로 술을 이기는 능력이 강하다. 야구계에서도 「술고래」는 많다. 현역 가운데는 金杞泰(김기태·삼성), 馬海泳(마해영), 文東煥(문동환·이상 롯데), 林仙東(임선동·현대)이 센 편에 속한다.
 
  먼저 金杞泰의 경우는 술을 즐기는 스타일. 한 번에 퍼붓는 양도 대단하지만 매일 마시는 양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金杞泰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술 한잔 대접하겠다는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데 선뜻 따라 갔다간 제정신으로 귀가할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술 실력을 가름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한번에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이 점에서는 馬海泳, 文東煥, 林仙東 등이 실력가로 분류된다. 馬海泳은 『양주는 물론 폭탄주도 주는대로 마실 수 있다』고 한다. 文東煥도 만만치 않다. 맥주, 양주, 폭탄주 등을 가리지 않고 새벽까지 마시는 스타일인데 다음날 선발 등판해도 술자리가 생기면 자리를 뜨지 않는다. 이에 대해 馬海泳은 『文東煥이 술을 잘 마시는 것은 역시 타고난 체력 때문』이라며 자신보다도 조금 더 잘 마신다고 시인한다.
 
  林仙東은 외모에서 드러나듯 술을 잘 마시게 생겼다. 키가 무려 187cm. 몸무게는 0.1t에 육박한다. 그가 한번 작심해서 마시면 양주 3병은 기본, 이후로는 아무도 모른다. 술자리에 같이 있는 이들이 먼저 술에 취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일이다.
 
  흘러간 스타들로는 金用熙(김용희) 전 삼성 감독, 金容哲(김용철) 전 현대 코치, 桂瀅鐵(계형철) 삼성 코치가 술이 매우 세기로 유명하다. 이들은 주량 자체가 계산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경기 전날도 술집의 술을 모두 비울 때까지 마실 정도로 술을 사랑한다.
 
  역시 술 잘하는 金應龍(김응룡) 삼성 감독도 술에 얽힌 비화가 많은 편. 金감독이 해태에서 사령탑을 맡고 있던 1986년의 일이다. 당시 신인이었던 포수 張彩根(장채근)은 주전인 金戊宗(김무종·은퇴) 때문에 출장기회가 없어 늘 불만이었다. 한 번은 대구 원정길에 선배인 李順喆(이순철·現 LG 코치)이 張彩根에게 위로주를 샀다. 술을 마실 만큼 마신 張彩根은 李順喆의 『金감독에게 가서 한 번 따져봐라』는 장난기 섞인 말에 감히 있을 수 없는 도전을 하고 말았다. 사실 張彩根은 金감독 방까지 갔지만 벨을 누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옆에서 『넌 절대로 못할 거다』고 놀린 李順喆이 벨을 누르고 도망간 것이다. 일은 저질러졌고 金감독은 『누구냐』고 호통을 쳤다. 張彩根은 『접니다』라고 어울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는데 『내일 와』라는 대답만 들었다. 술김인지 張彩根은 화가 났고 순간 문을 쾅쾅 두드리고 말았다. 이때 문을 열고 나온 金감독은 큼지막한 손으로 張彩根을 후려쳤다. 나가 떨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뒷날 張彩根은 『한바탕 따지고 왔다』고 하는데 이를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유승안, 숙취 상태에서 만루홈런
 
  金감독에게 도전한 선수는 또 있다. 李炳勳(이병훈·은퇴)이다. 1995년 하와이 轉地훈련이 막바지에 접어들 즈음에 金감독은 모처럼 선수들에게 자유시간을 줬다. 단, 밤 12시까지는 숙소로 복귀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있었다. 시간 엄수는 대부분이 지켰다. 딱 한 선수만 시간을 어기고 말았다. 술 잘하는 李炳勳이 그 주인공으로 호텔 로비에서 시간을 재고 있는 金감독에게 걸리고 말았다. 순간 李炳勳은 술 마시지 않은 척하며 슬그머니 지나가다가 호텔 로비에다 구토를 하고 말았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金감독은 일단 방으로 돌아갔다. 이상하게도 다음날 선수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 金감독은 오히려 무덤덤하게 넘어갔다. 이유인 즉 『너무 기가 막혀 할 말을 잊어버렸다』는 것이었다. 훗날 金감독은 선수생활을 길게 하지 못한 李炳勳을 가리켜 『술만 아니었으면 재능 있고 재미있는 괜찮은 놈』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柳承安 前 한화코치의 취중 홈런도 유명하다. 빙그레(現 한화) 소속이던 柳承安은 1989년 5월9일 술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해태 宣銅烈에게 만루홈런을 빼앗은 적이 있었다. 「취권 홈런」인 셈인데 눈감고 휘두른 것이 담장을 넘어갔다고 당시 고백했다.
 
  알아주는 술꾼 李康敦(이강돈)도 술로 대기록을 세운 주인공이다. 1987년 8월27일 OB(現 두산)전에서 李康敦은 취중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경기 당일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로 전날 술을 마음놓고 마셨다가 갑자기 비가 그치는 바람에 낭패를 볼 뻔한 李康敦은 얼떨결에 제정신으로도 치기 힘든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싸움닭」으로 알려진 趙啓顯(조계현·두산)도 술에 얽힌 일화가 있다. 연세대 시절 영원한 라이벌인 고려대와 신입생 환영회를 같이 했을 때 趙啓顯은 연세대의 술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초장부터 소주 10병을 들이 마셨다. 순간 고려대 선수들은 趙啓顯의 엽기에 놀라 연세대의 승리를 선언하고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趙啓顯은 화려한 신고식을 한 뒤 사라졌다. 아무도 그날 그의 행방을 아는 선수는 없었다.
 
  태평양(現 현대) 포수였던 金東基(김동기·은퇴)와 좌완투수로 활약한 그의 형 金相基(김상기)의 술 싸움도 웃음거리다. 소문난 주당인 둘은 술이 누가 센지 맥주로 대결한 적이 있다. 이때 둘이 마신 맥주는 2만2500cc. 결과는 아직도 아무도 모른다. 서로 자기가 1만1500cc를 마셨다고 우기기 때문이다.
 
  야구가 배트를 들고 하는 스포츠라 그런지 선수들은 당구와 골프에도 조예가 깊다.
 
  먼저 당구. 지난해 12월 선수협에 단체로 가입하기로 결정한 LG 선수단은 서울 송파구 신천역 부근에서 가입신청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많은 선수단이 모일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아 장소를 고른 곳이 부근 당구장. 별 뜻은 없었지만 상징하는 이미지는 역시 야구 선수와 당구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선수들 가운데는 李强喆(이강철·삼성)을 고수로 여기는데 수준은 왼손과 오른손을 합쳐 600이라고 한다.
 
  당구 하면 역시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 번이나 이끈 金在博(김재박) 현대 감독. 金감독은 공인 700점이지만 1000점을 놓고도 진 적이 없다고 한다. 당구를 배우게 된 동기는 경북중학교 시절 金감독의 집 2층에 당구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맛들인 당구로 지금의 高手가 되었다. 金감독은 중학교 때 실력이 200점이었다.
 
  일본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뛰고 있는 「바람의 아들」 李鍾範(이종범)도 당구에 자신 있는 선수다. 공인 500점이다. 宣銅烈도 짠 300점의 실력을 갖춰 잡기의 팔방미인이다.
 
  골프도 야구선수들이 즐기는 스포츠다. 동작이 비슷해서 그런지 非시즌 때 필드를 찾는 선수가 많다. 골프계의 화신은 해설가에서 지도자로 변신한 李光權(이광권) 한화 코치. 평균 드라이버 飛거리가 280야드이며 컨디션이 좋을 때 68타까지 쳤다고 한다. 핸디캡은 마이너스 1 정도다. 李코치 말고도 李相潤(이상윤) 해태 코치, 白仁天(백인천) SBS 야구해설위원 등도 골프 예찬론자이다.
 
 
 
팔굽혀 펴기는 김병현·박찬호·최익성

 
  朴贊浩(박찬호)가 시속 160km에 가까운 빠른 볼을 던질 수 있는 비결은 강한 어깨와 굵은 허벅지다.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꾸준한 훈련을 통한 몸 관리가 지금의 朴贊浩를 만들었다. 朴贊浩는 야구 시즌과 非시즌을 가리지 않고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로 유명한데 특히 「팔굽혀 펴기」는 수백 개를 너끈히 한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朴贊浩를 능가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朴贊浩가 소속된 LA 다저스와 같은 서부지구에 속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잠수함 투수」 金炳賢(김병현)이다. 金炳賢은 하루에 2000개도 했다고 한다. 국가대표로 같이 활약했던 白在鎬(백재호·한화)는 『金炳賢은 엽기 그 자체다』며 『메이저리그의 내로라 하는 홈런타자를 삼진잡는 것이 우연은 아니다』며 혀를 내둘렀다. 새미 소사를 삼진으로 처리한 것이 모두 팔굽혀 펴기로 이뤄졌다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이밖에도 팔굽혀 펴기에서는 팀 이적을 자주한 崔益誠(최익성·해태)도 한 축에 낀다.
 
  야구선수들은 바둑에 대해서 관심이 많지만 하는 이는 적은 편이다. 그래도 「高手」는 존재한다. 鄭求善(정구선) 前 한화 코치는 아마 5단의 실력을 소유하고 있다. 현역시절 슬러거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늘 조용하지만 타석에선 큰 홈런 타구로 관중을 매료시켰다. 鄭求善은 외모에 있어 徐奉洙(서봉수) 프로를 많이 닮은 편이다. SK 와이번스의 姜秉徹(강병철) 감독도 바둑에 조예가 깊다. 1984년과 1992년 롯데 사령탑으로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2번이나 일궈낸 姜감독은 아마 4단이다. 감독들 가운데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실력이다.
 
  이들보다는 떨어지지만 선수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宋津宇(송진우)도 바둑을 곧잘 두는 편이다. 7급되는 실력이지만 宋津宇 역시 승부욕이 강해 그 이상이라는 얘기도 있다. 한편 宋津宇는 바둑말고도 다른 雜技(잡기)에도 능하다고 한다. 도박을 즐기지는 않지만 수 읽기에 능하고 당구도 잘치는 편에 속한다. 왼손잡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한번 잡기에 손을 대면 요령을 쉽게 터득하는 스타일이다.
 
 
  노래는 강혁, 춤은 홍성흔·정수근
 
  대부분의 선수들이 歌舞(가무)에 소질이 있다. 경기에서 이기면 흥겨워서 부르고 지면 속상해서 노래를 부른다. 한국 사람치고 노래 싫어하는 이가 없다고 하는데 야구판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18번」은 하나씩 갖고 있다.
 
  진짜 가수 뺨치는 선수는 姜赫(강혁)이다. 경기장에서 조용한 편인 姜赫은 마이크만 잡으면 두 얼굴의 사나이로 돌변한다. 흘러간 노래부터 최신 가요까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노래에 관해선 천부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다.
 
  姜赫의 노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할까. 단적인 예로 姜赫은 가수 이정봉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해 노래를 불렀다. 단순한 친분을 떠나 실력으로써 인정받고 출연한 것이다.
 
  춤은 신세대 선수들이 강한 편. 노래와 마찬가지로 무대만 갖춰지면 뒤꽁무니 빼는 선수 없이 저마다의 춤을 과시한다. 신세대 선수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洪性炘(홍성흔·두산)은 야구장에서 보여주는 멋진 제스처로 유명한데 그 솜씨는 스테이지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수려한 마스크와 근육질의 체구를 바탕으로 춤추는 모습은 마치 라틴 음악의 왕자인 리키 마틴을 연상시킨다.
 
  같은 팀 동료인 鄭守根(정수근)도 춤꾼이다. 별명 자체가 「트위스트 김」이라 춤 솜씨를 안 보고도 그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작고한 前 MBC 청룡(現 LG) 金貞洙(김정수)도 춤을 잘 춘 선수였다. 1983년 삼성과의 경기에서 승리 타점을 올리고 코미디언 李朱一(이주일)의 춤을 그대로 흉내내 홈 팬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영어 실력은 마해영이 최고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요즘 선수들은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 1998년부터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기 시작한 용병들과 자주 어울리다 보니까 영어 사용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신세대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朴贊浩(LA 다저스), 金炳賢 등으로 인해 더욱 영어 공부에 열심이다.
 
  가장 영어 실력이 좋은 선수로는 롯데의 馬海泳을 꼽을 수 있다. 대학시절부터 학원을 다니며 영어회화에 열심이었던 그는 미국인과 큰 불편 없이 자기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팀 내 용병들이 馬海泳을 자주 찾으며 친하게 대한다. 1999년 용병들 가운데 최고의 스타였던 펠릭스 호세는 馬海泳이 들려주는 상대팀 투수들에 대한 장단점을 전해 듣고 그 해 메이저리그 시절 못지않은 호쾌한 타격을 자랑했다고 한다.
 
  馬海泳의 실력은 지난해 유망 고교선수 영입을 위해 방한했던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스카우터와의 자리에서도 증명됐다. 우연히 갖게 된 만남에서 馬海泳은 한국 야구의 수준과 자신의 소개를 멋들어지게 해 텍사스 스카우터가 감탄까지 했다. 1999년 프로야구 타격왕에다 영어까지 잘했으니 놀랄 수밖에. 馬海泳의 영어 실력은 아내 내조도 크다. 아내가 영어 강사이기 때문이다.
 
  지도자 가운데서는 楊相汶(양상문) 롯데 코치를 영어박사로 꼽는다. 석사 출신인 楊코치는 고려대 시절부터 운동과 학업을 게을리 한 적이 없는 모범생으로 프로 선수로 뛸 때도 원정가는 버스 안에서 책을 들고 다니며 영어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楊코치는 「구타」로 유명했던 崔南洙 당시 고려대 감독에게 한 번도 매를 맞아본 적이 없는 유일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楊코치는 또 단체 체벌에서도 늘 빠졌다고 한다. 단체 체벌이 있으면 崔감독은 『相汶이는 빠져』라고 해 주위의 선후배들에게서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 번에 계란 한 판을 먹어치우는 沈正洙(심정수·두산), 고기 10인분을 단숨에 해치우는 朴贊浩 등 여러 가지 장기를 갖고 있는 선수들은 많다. 숨은 장기로 인해 더욱 사랑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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