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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판 斥和碑 새 로마자표기법이 불러올 국가적 위기

강행하면 10조원의 낭비 초래… 엉터리 주체성으로 地球村의 웃음거리 될 것

강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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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관행과 외국인 무시한 관료적 무지·독선을 고발한다

「자이옹기」 고등학교?
  7월 초순 어느 더운 여름날 서울 영동大路 경기고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도로표지판을 바꾸고 있었다. 국립국어연구원이 고안하여 지난 7월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국어로마자표기법」에 따라 경기고등학교의 Kyoˇnggi는 Gyeonggi로, 학여울역의 Hakyoˇul은 Hangnyeoul로, 선릉역의 Soˇlluˇng는 Seolleung으로, 영동교는 Yoˇngdonggyo에서 Yeongdonggyo로, 봉은사는 Pong-uˇnsa에서 Bong-eunsa로 바뀌었다.
 
  한글로마자표기법을 모르는 외국사람의 입장에서 논란의 중심이었던 반달표(ˇ)와 유·무성음을 무시하고 종래의 표기와 새 표기를 비교하여 읽어보았다. 「키옹기/쿄♥기」가 「자이옹기/졔옹기」(영어사전을 보면 gy로 시작되는 단어는 「자이」로 발음)가 되고, 한글에서 g는 ㄱ으로 읽는다는 것을 아는 경우에도 「가이옹기/계옹기」(영어에서 구분하는 유성음까지 감안하면 그아이옹기/그예옹기)가 된다. 「하키오울/하쿄울」이 「항나이오울/항녜오울」로, 「솔룽」이 「세올리웅」으로, 「용동교」가 「아이옹동교/예옹동교」로, 「퐁운사」가 「봉윤사」(유성음 감안하면 브옹윤사)로 헷갈렸다. 반달표를 무시해도 옛날방식이 실제음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새 표기법과 비슷하게 쓰던 예전에 IMF에 근무하는 영국 친구가 여의도를 지나다가 모음이 6개인 Yeoeuido를 보고 「아이오에우이도」 「예오이우이도」 하다가 못 읽은 일이 생각났다. Youˇido로 적으면 「요위도/유이도」로라도 읽을 수나 있지 모음이 많아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몰라했다.
 
 
  「철저하게 한국인 중심의 主體性」
 
 
  국립국어연구원이 5년간의 연구와 공청회를 거쳐 확정 발표한 새 로마자표기법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특수부호 반달표(ˇ)와 어깻점(′)은 없앤다.
 
  2) ㄱ, ㄷ, ㅂ,ㅈ은 위치에 상관없이 g, d, b, j로 한다(예:부산〈Busan〉 대구〈Daegu〉 김포〈Gimpo〉 금강〈Geumgang〉 가곡〈Gagok〉/종전 말머리에는 k, t, p, ch 말 중간에는 g, d, b, j).
 
  3) ㅋ, ㅌ, ㅍ, ㅊ은 k, t, p, ch로 한다(종전 k′, t′, p′, ch′).
 
  4) 모음 어, 으는 eo, eu로 한다(종전 o ˇuˇ).
 
  5) ㅅ은 항상 s로 적는다(예 : 신라〈Silla〉/종전 ㅅ과 모음ㅣ가 어울릴 때는 sh 〈Shilla〉).
 
  6) 人名 회사명 단체명은 慣用을 허용한다(예:성씨 김〈Kim〉 김치〈Kimchi〉 태권도〈Taekwondo〉 현대〈Hyundai〉 삼성〈Samsung〉). 그러나 처음 시작하는 경우는 새 표기법에 따라 표기할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
 
  이와 같이 새 표기법을 마련한 국어연구원측은 종래의 MR방식(맥큔-라이샤워 표기법)은 「아마추어 작품」으로서 「진작에 청산했어야 할 부당한 표기법이고 舊惡」이라고 평가하고,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다」 「지나치게 어려웠다」 「국어에 꼭 필요한 구별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새 「국어의 로마자표기법」을 만들게 되었다는데 지금까지 보도된 새 표기법의 개정취지는 다음과 같다.
 
  1) 로마자표기가 영어표기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2) 철저하게 한국인 중심의 주체성을 목표로 했다.
 
  3) 어디까지나 한국어의 표준발음과 언어정서에 맞게 했다.
 
  4) 한국인에게는 의미가 없는 유성음과 무성음의 구별을 없앴다.
 
  5) 반달표(ˇ)와 어깻점(′)이라는 특수부호 때문에 한국사람은 물론 외국사람도 이해가 어려웠고 컴퓨터 표기도 불가능하고 정보검색도 어려워 편리하게 로마자로 옮기도록 하였다
 
  이러한 취지 아래 개정된 새 표기법은 특수부호 없이 26개의 로마자만으로 우리 표준발음에 가장 가까운 표기를 사용하고, 한국어의 특성을 살려 우리말을 편리하게 로마자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새 표기법으로 바뀜에 따라 전국 도로표지판의 70%는 바뀔 것으로 추정하고 그 비용은 5000억~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MR방식은 「舊惡」?
 
 
  기록에 의하면 1835년 선교사 멧허스트가 한국 서적을 번역하면서 시작된 한글의 로마자표기법은 지금까지 160여 년 동안 40여 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모두 이론적으로 또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어 정착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는데 그 중에서 60여 년 전에 고안된 MR방식이 가장 문제가 적은 것으로 인정되어 지금 국제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MR방식(정확히는 McCune-Reischauer한글로마자표기법)은 기독교 선교사 집안의 아들로 서울서 태어나 연희전문의 崔鉉培(최현배) 선생과 鄭寅燮(정인섭) 선생 밑에서 한글을 공부하고 한글의 로마자표기법을 연구한 조지 맥큔(George McCune)과, 역시 기독교 선교사 집안의 아들로 東京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 東京대학 北京대학에서 동아시아의 역사와 언어를 공부한 후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동양문화사(East Asia: The Great Tradition)」를 지은 하버드대학의 에드윈 라이샤워(Edwin O. Reischauer 미국 국무부에 근무하면서 1945년 한반도 통일을 위한 소련과의 협상안도 마련한 인연이 있고 일본대사도 역임)는 1937년에 서울에서 「맥큔-라이샤워 한글로마자표기법」을 고안하였는데 지금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정부는 최초로 MR방식을 공식적으로 한글의 로마자표기법으로 채택했다. 그후 1959년에 당시 문교부는 소리와 관계없이 글자대로 표기하는 「轉字法」(전자법)을 채택하여 우리는 공식적으로 MR방식과 함께 두 가지 방식이 혼용되어 이름과 지명이 뒤죽박죽이 되는 혼란의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이때 새 표기법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충북의 청주와 전북의 정주가 같이 「Chongju」로 표기되어 미군이 정주를 폭격할 것을 청주를 폭격하였다』고 하고, 반대론자들은 「독립문」이 「개갈비문」(Dogribmun), 「거북선」이 「지오부그시온」(Geobugseon)이라고 싸우는 웃지 못할 얘기가 나온 것이다.
 
  1984년 정부는 「19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하여 수많은 외국손님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하여 다시 MR방식(약간의 수정이 있어 당시 문교부의 영문 첫 글자를 따 MOE방식으로도 불림)을 채택하게 되었다.
 
 
  공청회에서 반대 많아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60여 년 동안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정착되어 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2002 서울월드컵」을 앞두고 거꾸로 「轉字法」을 기본으로 한 새 표기법이 발표됨으로써 또다시 우리의 로마자표기법은 혼란 속으로 표류하게 되었다.
 
  군국주의 일본이 식민지 조선반도를 영원한 일본 영토로 삼기 위하여 조선사람들에게 조선말을 금지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일본말을 쓰도록 강제한 조선어(한글) 말살정책이 있기 직전의 암흑기에 맥큔과 라이샤워는 기독교의 박애정신에 따라 누구의 지시도 재정지원도 없이 연구하여 고안한 MR방식에 대해 감사는 하지 못 할지라도 「아마추어 작품」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것」 심지어 「진작에 청산했어야 할 부당한 표기법인 舊惡」으로 욕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한국에서 오랜 세월을 살면서 崔鉉培 선생 밑에서 한글의 로마자표기법을 연구한 맥큔과, 영어권에서 동아시아의 역사와 언어에 대하여 최고의 석학으로 인정하는 라이샤워를 아마추어라면 프로는 누구란 말인지?
 
  공청회에서 많은 학자들이 반대했고 외국인들은 모두가 종래의 MR방식이 좋다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특히 지난 6월17일에 있은 공청회에서는 발제 및 토론자들은 로마자표기법 개정은 사안이 워낙 중요하고 학자들간에 의견 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좀더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 그리고 새 표기법에 의하더라도 한글 모음 21개 중 영어발음 기준으로는 5개만 맞고 로마어(라틴어)발음 기준으로도 13개만 맞기 때문에 두 방법 모두 맞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립국어연구원은 모든 주장들을 다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해 시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일단 새로운 표기법이 정해진 후에는 잘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7월4일 문화관광부는 홍보와 국민교육기간도 없이 개정 로마자표기법을 7월7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하고 서울시는 오는 10월에 열리는 ASEM회의 때문인지 즉시 영동대로의 도로표지판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숨겨진 국수주의』
 
 
  한국에 오래 살고 한국말을 하는 어떤 외국인 대학교수는 국어연구원의 새 표기법에 대하여 『한국사람에게 편리한 것은 이미 한글 그 자체가 있다. 한국말을 못하는 세계의 모든 사람은 불편하다(not convenient for the rest of the world)』, 『외국인에게는 한글 그 자체로 쓴 것과 같이 접근하기 힘든 새 표기법은 숨겨진 국수주의(only unveiled nationalism)다』라는 극단적인 비판을 하면서 외국인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은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코리아타임스(2000.7.15)는 종래의 MR방식을 계속 사용할 것을 천명하면서 새 표기법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한 면에 가득 실었다.
 
  ―새 로마자표기법 개정은 한국사람 위주로 하여 목표설정이 잘못되었다. 「웃기는(ridiculous)」, 「난폭한(outrageous)」, 「비참한(disastrous)」 일이다.
 
  ―한국학을 전공하는 영어권 학자와 영어신문이나 영어방송 관계자는 심의에 참여하지 못했다. 공청회를 열었을 때 그들은 이미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그들은 초청된 몇몇 외국인의 어떤 얘기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어떤 서울대 교수는 새 표기법을 「아주 잘된 애국자의 작품(a well done piece of work by a patriot)」이라고까지 했다.
 
  ―소비자중심 사회에서 사용자 편리(user-friendly)를 무시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로마자표기법은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을 위한 것으로 믿고 있다. 한국사람 이외의 세계 모든 사람은 압도적으로(almost exclusively) MR방식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안팎을 막론하고 이 방식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다.
 
  ―세종대왕이 지지할까? 새 표기법은 한글을 격하시키고 「또다른 한글의 창제」와 같다.
 
  ―로마자표기법 문제는 단순히 언어학적인 관점에서만 따질 것이 아니고 경제적인 측면이 검토되어야 한다. 그 새 표기법에 따른 비용은 한국정부가 추정한 4조원보다 많은 10조원, GDP의 3% 정도가 될 것이다.
 
  ―새 표기법은 단순히 도로표지판의 改替(개체) 정도가 아니다.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르노는 『Pusan에서 Busan으로 이전했다』고 세계에 알리는 데 돈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지도제작업자, 여행업자, 언론인, 사업가, 외국 정부, 주한미군, 항공사 등은 Kimhae에서 Gimhae로 바뀌는 데 따른 엄청난 작업을 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MR방식으로 즉시 되돌아오든지 아니면 연기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표기법 개정에 따라 일어나는 문제를 다루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회도 외교통상부도 방관하고 있다.
 
  ―「1988 서울올림픽」을 발표할 때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세올」했듯이 「eo」는 「어」로 발음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국어연구원으로부터 「매우 나쁜 권고(very bad advice)」를 받았다.
 
  ―반달표와 어깻점 같은 특수부호는 MR방식에서 정확한 발음을 위하여 예비적으로 쓰이는 것이고 독일어도 영어로 표기할 때 움라우트(¨)를 생략하듯이 생략해도 문제가 없다. 국어연구원이 컴퓨터에서 두 특수부호가 사용 불가능하다는데 독어나 불어 등 영어 이외의 모든 서양언어에서는 특수부호를 사용하고 있는데 착각을 한 것 같다.
 
  ―외국 정부 관리, 학자나 기업인들은 10년 넘게 한글의 로마자표기법을 배워 사용하고 있는데 정작 한국사람들은 1984년 MR방식이 채택된 후 적절한 교육이 없었다. 새 방법은 어떻게 교육시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대실패(fiasco)」가 될 것이다. 「문화적 무지와 획일성에 의한 관료적 횡포(bureaucratic ‘tyranny’ of cultural ignorance and conformity)」에 복종시키려는 것이다. 미국에 있는 군사자료뿐 아니라 외국의 모든 학술자료들은 모두 MR방식으로 되어 있다.
 
  ―내년의 「한국 방문의 해」와 「2002 월드컵」을 앞두고 새 표기법을 시행하는 것이 적절한가?
 
 
  자가당착의 반론들
 
 
  외국인들의 위와 같은 반응에 대한 새 표기법을 만든 국어연구원이나 옹호론자들의 신문에 보도된 반론들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위에서 나온 핵심사항들에 대하여는 말이 없거나 반론이 다른 반론을 否認(부인)하는 자가당착의 논리에 빠져 있다.
 
  ―종래 MR식 표기법에서는 「도동」을 「Todong」, 「독도」를 「Tokto」로 적는데 왜 같은 「도동」의 「동」은 「d」로 적고 「독도」의 「도」는 「t」로 표기하는지 한국인은 알 수 없다. 새 표기법에서는 「고구마」에서와 같이 소리가 어떻게 들리든 「koguma」로 하지 않고 동일한 「ㄱ」은 동일한 「g」로 적어 「goguma」로 한다. 「박」씨, 「독도」, 「거북선」의 경우는 「Bag」, 「Dogdo」, 「Geobugseon」이 아니라 「ㄱ」이 자음 앞이나 마지막에 오는 경우는 「Bak」, 「Dokdo」, 「Geobukseon」으로 한다.
 
  ―종래의 MR방식은 서양인들의 귀에 들리는 소리에 의존하여 「Jeju」가 「Cheju」로 되었다. 「독립문」, 「학여울」같이 소리가 변할 때에는 「Dogribmun」, 「Hagyeoul」이 아니라 들리는 소리에 따라 「Dongnimmun」, 「Hangnyeoul」로 적는다.
 
  ―로마자표기법은 표기하려는 말이 어디까지나 한글이며 따라서 철저하게 한국인 중심의 주체성을 목표로 했다. 한국인에게 의미가 없는 무성음과 유성음의 구분을 없앴다/새 표기법은 외국인이 읽을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신라」를 「Sinla」로 하지 않고 외국인이 발음하기에 편하게 「Silla」로 한다.
 
  ―5년간 공청회 등 이만큼 많은 의견수렴을 거친 정부정책은 드물 것이다. 로마자표기법의 개정작업을 맡을 기관이나 학자들을 국내외에 찾아봤으나 적절한 기관이 없어 국립국어연구원에 맡겼다.
 
  위에 적은 국어연구원과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말들은 앞말을 뒷말이 치고 뒷말이 앞말을 치니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하면 투자요 남이 하면 투기」라는 논리다.
 
 
  영어표기법은 따로 만든다?
 
 
  우리의 말과 글을 사랑하고 바로 쓰기에 노력하며 살아온 필자는 외국인들의 반응과 새 표기법을 마련한 국어연구원의 反論들을 읽어보고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혹감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경제와 對外분야에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한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에서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로마자표기법에 대한 필자의 기본적인 입장은 새 방식뿐 아니라 종래 MR방식에 대하여도 깊이 연구한 바도 없고 이론적으로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 두 가지 방식 모두 문제도 있고 예외도 있고 근본적으로 한글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어연구원의 발표를 보고 19세기 대한제국 흥선대원군의 쇄국주의와 미국 먼로 대통령의 고립주의(Monroe Doctrine)가 연상되었다.
 
  청나라와 일본의 문호를 개방시킨 歐美(구미) 열강이 조선의 문호개방을 요구하였을 때 진보적인 사람들의 문호개방 주장을 무시하고 흥선대원군은 전국에 斥和碑(척화비)를 세우며 힘의 뒷받침 없이 쇄국정책을 고수하다가 거센 파도같이 밀려오는 세계 조류에 휩쓸려 그의 세도정권은 몰락하고 한반도의 식민지를 자초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유럽의 간섭을 차단시키기 위한 미국 먼로 대통령의 힘을 바탕으로 한 고립정책은 성공했다.
 
  우리 경제의 對外의존도는 70%를 넘고 무역거래의 90% 이상이 미국 달러로 표시되고 영어로 거래된다. 우리의 국방도 유엔군의 주둔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시대를 맞아 미국이 주도하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새로운 경제질서가 이미 급속히 발전되고 있어 영어의 소통이 그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저하게 한국인 중심의 주체성을 목표로」 「어디까지나 한국어의 표준발음과 언어정서에 맞게」 「한국인이 편리한」 새 로마자표기법을 만들었다니 시대에 맞는 발상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로마자표기법이 영어표기법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는데 새 표기법은 1000년 전에 살던 로마제국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영어표기법은 새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한국인에게는 의미가 없는 유성음과 무성음의 구별을 없앴다』는데 다른 언어전문가에 의하면 한국사람은 표기는 달리하지 않아도 자음이 머리에 올 때는 무성음(ㄱ을 k)으로 중간에 올 때는 유성음(ㄱ을 g)으로 자연스럽게 발성한다고 한다. 거꾸로 예를 들어 영어의 bus나 golf의 경우 머리에 있는 유성음(b와 g)의 발성이 어려워 「뻐스」, 「콜프/꼴프」로 발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보면 표기는 유·무성음을 구별하지 않지만 발음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우리에겐 의미가 없어도 로마자표기법의 실질적인 수요자인 외국인 특히 영어권의 외국인들에게 의미가 있다면 받아들이는 것이 지금 우리가 취할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새 표기법도 어렵다
 
 
  『반달표(ˇ)와 어깻점(′)이라는 특수부호 때문에 한국사람은 물론 외국사람도 이해가 어려웠고 컴퓨터 표기도 불가능하고 정보검색도 어려워 편리하게 로마자로 옮기도록 하였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반달표와 어깻점이 이해하기 힘들다면 새 표기법의 「eo」와 「eu」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Kyonggi」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반달표나 어깻점이 없어도 종래의 MR방식이 실제음에 더 가깝다. 독일 사람들도 영어권에 갈 때는 움라우트를 떼고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필자의 애들이 미국에서 학교 다닐 때 반달표와 어깻점 없이 이름을 표기해도 실제음에 가깝고 아무 문제도 없었다. 만약에 두 특수부호가 이해하기 힘들면 기본字板(자판)에 있는 어깻점 하나로 통일하여 본래의 영어발음과 차이가 있다는 「주의부호」로 해도 될 것이고 이것도 어려우면 생략하는 것을 허용해도 될 것이다.
 
  컴퓨터에서 반달표와 어깻점의 표기가 불가능하다는데 컴퓨터에는 어깻점은 표준자판에 있고 반달표가 달린 oˇ와 uˇ자가 영어·라틴어자판에는 모두 다 있는데 무얼 두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정보검색이 편해질 것이라고 하는데 표기가 더 복잡해지는데 어떻게 편해지는지 모르겠고 외국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으면 정말로 정보검색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실제로 컴퓨터를 쓰는 사람이라면 반달표와 어깻점이 별로 의미 없는 얘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어연구원이 새 표기법은 『한국어의 특성을 살려 우리말을 편리하게 로마자로 옮길 수 있다』고 하는데 새 표기법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글자대로 옮기는 「轉字法」도 아니요 소리대로 옮기는 「표음법」도 아니고 예외가 너무 많아 필자가 보기에는 새 표기법이 더 어렵게 생각된다.
 
  국어연구원이 MR방식의 약점으로 드는 「동일」과 「통일」이 어깻점을 생략하면 같이 tongil이 되고, 형제인 「태식」과 「대식」이 같이 「Tae-shik」이 되는 예를 드는데 새 표기법에서도 「가을」과 「개울」이 같이 「-」을 생략하면 gaeul이 되고, 형제이름 Taesik의 경우는 새 표기법의 발음문제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 종래의 표기법에서 성과 이름을 따로 떼어서 구분하여 그런 문제가 일어났는데 성명을 하나로 묶어 중간 글자의 「대식」은 「Kim Dae-shik」같이 고쳐야 할 사례로 생각된다.
 
 
  방대한 작업과 막대한 비용은?
 
 
  2005년까지 연차적으로 도로표지판을 바꾸는 데 5000억~6000억원이 들고 교과서, 지도, 문화재 안내판도 바꾼다니 이것은 다 좋다고 치자.
 
  그러나 항공·해운회사의 방대한 운항 스케줄 관련 책자들은 누가 어떻게 바꿀 것이며 우리가 Gimpo, Incheon, Busan으로 찍을 때 외국의 컴퓨터는 Kimpo, Inchoˇn, Pusan으로 링크되는 소프트웨어는 언제 어떻게 만들고 그 사회적 비용은 계산해 보았는지 정말 걱정된다.
 
  새 표기법을 개정할 때 외국인들이 참여하지 못했다고 야단인데 우리의 수출기업들과 해운항공업 기업들과 인터넷 관련 기업들도 참여하지 못하였다는데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말이 없다.
 
  외무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정보통신부 국방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의 실무자들이 작업에 참여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새 표기법이 국무회의에 보고되었다는데 어쩌면 헌법 개정보다 더 중요한 관련문제들이 제대로 보고나 되고 논의는 되었는지 모르겠다. 필자가 만난 현직의 어떤 차관은 로마자표기법을 개정하여 7월부터 시행한다는 문화관광부의 보고는 있었지만 외국인들의 반대, 문제의 심각성, 관련되는 문제와 비용에 대한 보고나 검토는 없었다고 하니 이렇게 중요한 나라의 정책이 이렇게 허술하게 결정되었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끼리 해야 할 일은 그렇다고 치고 외국인들이 말한 바와 같이 이미 60년 동안 MR방식으로 표기된 외국의 방대한 한국관련 자료들은 어떻게 할 것이며 앞으로 새로 생산되는 자료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하려는지? 더구나 미국 국방부의 전략관련 자료와 컴퓨터는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이러한 방대한 작업은 누가 주관이 되어 어떻게 하며 이와 관련한 막대한 비용들을 생각이나 했으면 대략 얼마나 되는지 공개했으면 좋겠다. 새 표기법을 만든 국어연구원은 알 수도 없고 책임질 수도 없는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한때 미국인 영어 가정교사들이 서울의 동네를 활보하고 다닐 때 미국 친구들을 만나면 『당신들은 「영어산업」 하나로도 먹고살겠다. 나는 40년을 영어 공부했는데도 아직도 헤맨다. 너의 나라가 독립될 때 한 표 차로 영어가 공용어로 되었다는데 차라리 독일어가 공용어가 되었더라면 우리가 이 고생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들쭉날쭉」 영어와 맞을 수 없다
 
 
  한글은 과학적이고 일원적인 언어이지만 영어는 관습적이고 원주민의 셀틱어와 도버해협을 건너온 정복자들의 독어와 불어가 오랜 기간 섞여서 형성된 다원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표기와 발음과 뜻이 들쭉날쭉하여 기본적으로 맞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영어는 관습적이라 어렵지만 우리 한글은 남도 사람은 「으」 「어」 「의」의 구분을 하기 어려울 만큼 과학적이라 외국인에게는 또한 어렵다.
 
  한글은 모음이 다양한데 영어는 자음이 다양하다. 영어의 「b」와 「v」, 「f」와 「p」, 「j」와 「g」와 「z」, 「k」와 「q」, 「l」과 「r」을 우리는 구분하지 않고 「ㅂ」, 「ㅍ」, 「ㅈ」, 「ㅋ」, 「ㄹ」로 표기한다. 한글의 모음은 두 개의 모음을 합쳐 하나의 모음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도 있는데 기본적인 모음 중 「ㅓ」와 「ㅡ」가 영어에는 없다. 그래서 서로 맞을 수가 없는데 맞추려는 과욕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영어는 모음과 자음 모두 단어에 따라 표기와 발음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우리는 영국의 「Tait」와 「Teit」, 「Jones」와 「Johns」를 같이 「테이트」, 「존스」로, 유대인 「Jew」와 동물원 「zoo」를 같이 「주」로 표기한다. 우리는 영어에 맞추지 못하면서 외국인은 한글에 맞추라는 데서 무리가 생기고 외국인은 반대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글의 로마자표기법을 우리 위주로 만들어 놓고 외국인이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미국인이 영어의 한글표기법을 영어 위주로 만들어 놓고 우리 보고 따라오라고 하는 것과 같다. 「eo」와 「eu」라는 것을 우리 마음대로 만들어 놓고 「어」와 「으」로 발음하라는 것은 「유대인」과 「동물원」에서 「주」나 「foot[fut]」와 「put[put]」의 「풋」을 달리 표기하도록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전문가들의 많은 반대와 외국인들의 극렬한 비판 속에 이미 방침은 결정되었고 도로표지판은 고쳐지고 있는데 외국은 고사하고 한국에 있는 두 영자신문도 새 표기방법을 따르지 않기로 하였다니 앞으로 어떤 혼란이 일어날 것인가는 不問可知(불문가지)다.
 
 
  현실성과 보편성을 따라야
 
 
  새 표기법에 대하여 외국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모음 「eo」와 「eu」가 「어」와 「으」로 발음되지 않고 자음 「g」가 「ㄱ」 또는 「ㅈ」으로 발음되기 때문인 것 같다.
 
  영어사전에 「eo」가 「어」로 「eu」가 「으」로 발음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그리고 「g」의 경우는 「ㄱ」과 「ㅈ」 발음이 섞여 있고 특히 「geo」와 「geu」의 「g」는 「ㅈ」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 문제 때문에 외국인들은 새 표기법을 「또다른 한글의 창제」라고 하는 것 같다. 「g」 이외의 자음에 대한 유·무성음 문제는 두 방법 모두 우리가 편하면 외국인이 불편하고 외국인이 편하면 우리가 불편하다.
 
  새 표기법 찬성자들이 예를 들기 좋아하는 「고창」과 「거창」의 경우 「Gochang」은 몰라도 「Geochang」으로 적으면 영어권 외국인은 누구나 「지오창」으로 읽을 것이다. 그래서 외국인은 「거창」도 차라리 반달표 없는 「Kochang」으로 적는 것이 실제음과 유사하게 「코창」으로 발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새 표기법 찬성자들은 고창과 거창, 정주와 청주, 신촌과 신천 등의 예를 드는데 미국에는 같은 이름의 도시가 있는 경우 Washington, DC로 하듯이 도나 시 이름을 병기하면 약간 불편하지만 문제가 해결되는데 왜 예외적인 사례들을 가지고 보편성을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지도 제작기관인 「대영백과사전」의 브리태니커 애트라스(Britanica Atlas)를 보면 지금도 서울을 Soˇul로 표기하고 그 옆에 조그맣게 Seoul을 병기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Rand McNally사의 World Atlas를 봐도 서울은 Seoul(Soˇul)로 함께 적고 있다. 「1988 서울올림픽」을 발표할 때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세올』 하던 것이 기억에 생생하다. 우리가 아무리 「Seoul」로 적고 「서울」이라 해도 외국사람은 따르지 못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글 창제 500년에 우리는 언제나 Korea의 Mr. Kim이고 Mr. Park이다.
 
  언어는 공동체 구성원간의 약속이고 보편적인 관행이다. 설령 새 로마자표기법이 이론적으로 타당하고 우리 정서에 맞고 민족주체성을 추구했다 하더라도 「한글의 로마자표기법 공동체」의 실질적인 主수요자인 외국인들에게 불편한 것이 현실이고 보편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새 표기법은 우리들에게 많은 문제와 비용을 남기고 또 시행착오로 끝난다.
 
 
  지금은 프로슈머시대
 
 
  지금은 「소비자중심 사회(Consumer-oriented Society)」이고 인터넷이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디지털시대는 소비자가 생산에도 참여하는 「프로슈머시대」(Prosumer Age)라고 한다.
 
  기능도 품질도 우수했던 소니의 「베타방식」 비디오테이프는 폐쇄적인 경영방식으로 VHS방식에 밀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1980년대 잘 나가던 애플의 「매킨토시」도 보편성과 개방성을 지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에 완전히 밀리고 말았다.
 
  최근에 미국의 클라이슬러를 인수한 독일의 「다임러-클라이슬러」 자동차회사는 회사의 모든 공용어를 영어로 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2000년대는 세계가 인터넷을 통하여 하나의 地球村(지구촌)으로 변하고 있고 기업은 가장 빨리 보편적이고 개방적인 지구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소비자의 의견을 제품에 반영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필자가 1990년대 초반 재무부에서 국제금융관계 일을 담당하고 있을 때 외국은행 지점장들과 식사를 하면서 서울 생활에 대하여 물었을 때 다음과 같은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살아남기 힘든 도시다. 돈이 있어도 택시를 못 타고 주소가 있어도 못 찾아가고 식당에 가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을 수 없다. 재무부 한 번 가려면 운전사, 통역과 3명이 가야 한다. 과천에 가도 영어 간판도 안내판도 없다』
 
  그때가 1990년대 초반이었으니까 김포공항에서도 택시 잡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뛸 때였고 아직도 마찬가지지만 略圖(약도) 없이 주소만 갖고 찾아가기란 정말 어렵다. 길거리 식당 간판과 메뉴는 한글뿐이고 우리 음식이 맵고 짜고 뜨거워 외국인은 먹을 만한 게 없었다. 그후 과천 정부청사에 영어표기를 하도록 하고 현관에는 영어안내판을 붙이고 방마다 局課(국과)의 영문이름도 붙이게 되었다.
 
  지금 그 사람을 다시 만나 물으면 『다 좋아졌는데 도로표지판은 있어도 읽지를 못하겠다』고 말할 것 같다. 정말로 김포공항에서 입국을 할 때 새 표기법을 교육하지 않으면 외국인들은 「Gyeonggi」를 「자이옹기」 하면서 헷갈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수요자가 王」이고 고객만족시대를 지나 「고객감동시대」에 살고 있는데 로마자표기법은 거꾸로 간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영어는 地球村의 공용어
 
 
  지금 미국은 10년째 경기사이클도 없이 호황이 지속되는 『新경제(New Economy)시대』를 맞고 있다. 소련이 사라진 이후 인류사에서 최초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등 모든 분야를 한 나라가 완전히 압도하는 「팩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에 살고 있다. UN이나 IMF 등 모든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힘은 압도적이다. 사실상 지금은 미국이 세계다. 그리고 많은 미래학자들은 이러한 시대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세계는 영어와 인터넷을 통하여 하나의 지구촌으로 네트워킹되고 있는데 우리는 이 흐름을 타지 않으면 100년 전과 같이 또 한번 역사의 뒤안길로 밀릴 것이다.
 
  1997년 10월 우리에게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컨설팅기관 부즈·앨런 & 해밀턴은 「한국 보고서-21세기를 향한 한국경제의 재도약」에서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의하여 침체국면에 들어선 우리나라 경제에 대하여 『한국은 비용의 중국과 효율의 일본의 협공으로 마치 넛크래커(Nutcracker) 속에 낀 호두 같다. 변하지 않으면 깨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21세기에도 경제발전을 계속하고 세계의 중심국가 중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서울 반경 1200㎞에 7억의 인구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의 중심에 있다는 지리적인 이점을 활용하여 곧 완성될 인천공항과 부산·광양항구를 축으로 하는 동아시아의 물류센터가 되어야 한다. 이제 관광도 Sight-seeing에서 Entertainment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의 하나로 꼽히는 금강산·남해안의 다도해를 「놀고 즐기는 관광벨트」로 개발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어가 소통되는 정도가 아니라 한글과 함께 제2의 공용어로 되어 외국인이 지내기에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성공할 것이다.
 
  네덜란드는 일찍이 영어를 제2공용어로 하여 초등학교부터 수업의 半은 영어로 하고 있고 지금 로테르담은 東으로는 그리스까지 포괄하는 유럽의 물류센터요 중심항구가 되고 있다. 일본도 새 천년 계획으로 영어의 공용어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세상이 이런데도 우리는 『새 로마자표기법은 영어표기법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니 도대체 모르겠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새 표기법을 「숨겨진 국수주의」니 「문화적 무지와 획일성에 의한 관료적 횡포」니 하는 지적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영어가 세계어라는 현실을 무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래서 로마자표기법은 싫든 좋든, 맞든 틀렸든 영어권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실성과 보편성을 외면하고 개정된 새 로마자표기법은 한글의 언어정서에 맞고 이론적으로 타당하다 하더라도 외국인들이 따라가지 못하면 실패할 것이라고 외국인은 강하게 말하고 있다.
 
 
  거꾸로 가는 신판 척화비
 
 
  더구나 외국인이 환영한다 하더라도 내년의 「한국 방문의 해」와 다음해의 「2002월드컵」이라는 두 가지 큰일을 앞두고 지금 바꿀 때는 아니라고 오히려 외국인이 걱정한다. 지금 도로표지판을 바꾸면 외국인들에게 많은 혼란과 불편을 줄 것이 뻔한데 왜 서두르는지 알 수가 없다. 정작 외국인들이 못 따라오고 불편해 하면 이솝우화에 나온 「여우 두루미 초대하기」가 되니 초대한 손님들에게 결례가 아닐 수 없다. 이것도 일과성으로 지나가는 것이니 그렇다고 치고 무역 항공 해운 인터넷 해외 한국자료 등과 관련되는 많은 문제는 정말로 심각하다.
 
  언어는 공동체 구성원간의 약속이고 보편적인 관행이기 때문에 내외국인과 관련업계와 관련기관들이 모두 참여한 「한글의 로마자표기법 공동체」가 아닌 곳에서 만들어진 보편성이 없는 일방적 개정은 약속이 아니라 지시일 뿐이다.
 
  외국인들이 『모든 외국인은 거의 절대적으로 종래의 맥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것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것이다』라고 단언한 것과 『정부는 새 로마자표기법을 즉시 철회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맥큔-라이샤워 방식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아니면 새 표기법의 시행을 연기해야 할 것이다』라고 권고한 것을 결코 가벼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는 국제적인 보편성에 따라 영어권의 표준발음과 언어정서에 맞고 우리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외국인이 편리하게 따라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지, 「철저하게 한국인 중심의 주체성을 목표」로, 「어디까지나 한국어의 표준발음과 언어정서에 맞게」, 「우리가 편리하게」 하는 거꾸로 가는 신판 「척화비」를 세울 때가 아니며 그 옛날 우리가 세운 척화비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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