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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유물전

만약 당신이 없다면 소멸하겠어요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사진제공 : ㈜씨씨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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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마이나드 | 74×60×7cm | 프레스코화 | 1세기
  서기 79년 8월 24일에 멈춘 도시 폼페이. 도시의 시계는 그로부터 1500년이 지나서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화산 폭발은 인구 2만의 도시를 속절없이 화산재로 묻어버렸다. 폼페이가 세상에 다시 등장한 건 1549년 이곳에 수로를 파면서였다. 거대한 타임캡슐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나 눈길이 가는 작품은 도시의 가정을 꾸몄던 프레스코화다. 프레스코화란 석회에 모래를 섞은 회반죽을 벽면에 바르고 수분이 남아 있는 동안 채색해 완성하는 회화를 가리킨다.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가 그려진 벽을 뒤로한 채 폼페이 시민은 얼마나 많은 술잔을 기울였을까. 디오니소스를 따르는 마이나드를 그린 작품 역시 매혹적이다. 춤추는 마이나드는 은은한 빛을 발하며 관람객을 유혹한다.
 
젊은 여성의 캐스트 | 28×161×62cm | 석고 | 20세기 초
 
젊은 디오니소스의 커다란 머리 | 64×45×45cm | 대리석 | 2세기
  전설처럼 사라진 도시는 시(詩) 같은 낙서를 여럿 남겼다.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태양은 밝게 빛났다가 금세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고, 가득 차오른 달은 여지없이 기울고….” “당신이 없다면, 나는 신이 되기보다는 그냥 소멸하겠어요.”
 

  전시장 한쪽에는 엎드려 누운 여성 형상의 석고 캐스트가 놓여 있다. 유독가스로 사망한 여성 위로 화산재가 쌓였고, 시신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단단하게 굳은 화산재는 여성의 실루엣을 그대로 보존했다. 훗날 고고학자들은 이 공간에 석고를 부어 캐스트를 만들었다.
 
헤스페리데스 정원이 그려진 적회식 레키토스 | 46×28cm | 도자기 | 기원전 4세기
  1787년 3월 폼페이를 찾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여태껏 수많은 재앙이 있었는데, 이토록 후세에 즐거움을 가져다준 재앙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도시의 3분의 2는 여전히 땅속에 묻혀 있다. 괴테의 말처럼, 놀라운 유물과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는 더 큰 즐거움을 가져다줄 채비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포도와 자고새가 있는 정물 | 30×9×6cm | 프레스코화 | 1세기
 
환상적인 건축 벽화 일부 | 121×96.5×10.5cm | 프레스코화 | 1세기
 
바다의 아프로디테 | 120×51×30cm | 대리석 | 1세기
 
앉아 있는 헤르메스(복제품) | 130×5×120cm | 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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