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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美 하버드대서 北 인권 강연한 이지성 작가·케이시 라티그 씨

“세계 지성의 중심 하버드에서 북한 인권 강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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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셀러 작가와 하버드 출신 미국인, 北 인권 문제 한목소리
⊙ “美 내 북한인권법 사문화 위기인데 우파 누구도 관심 없어”(이지성)
⊙ “북한 인권에 진심인 소수 인원 발굴 위해 끊임없이 전 세계 누빌 것”(케이시 라티그)
⊙ “좌파 시민단체들은 지금도 미국 사회 유력 인물들과 골프 행사 등을 하며 종전선언, 평화협정 결의 다져”(이지성)
지난 3월 2일 하버드대에서 북한 인권 특강을 한 케이시 라티그 주니어(Casey Lartigue Jr.) 씨와 이지성 작가. 사진=FSI
  미국 하버드대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3월 2일, 하버드 교육대학원 주최로 한 특강에서다. 이날 강단에 선 주인공은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지성씨와 하버드대 출신의 미국인 케이시 라티그 주니어(Casey Lartigue Jr.) 씨다. 라티그 씨는 하버드 교육대학원 친선 대사 겸 북한이탈주민 글로벌교육센터(Freedom Speakers International·FSI) 공동대표다.
 
  이번 특강은 ‘The 2024 Alumni of Color Conference(AOCC)’ 7개의 워크숍 중 하나였다. AOCC는 우리로 치면 ‘하버드 교육대학원 동문회’쯤 된다. 2003년 결성 후 해마다 콘퍼런스를 연다. 주로 교육권(權) 문제를 다루는데, 올해 주제는 ‘저항, 연대, 기쁨을 포용하다(Embracing Resistance, Solidarity, and Joy)’였다.
 
 
  하버드 학생들에게 알린 北 실상
 
  라티그 대표는 ‘북한에서는 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가(why hasn’t there been a revolution in North Korea)’를 주제로 발제했다. 강연에서 그는 “머리에 총이 겨눠진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그럼에도 혁명은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면서 “그중 하나가 탈북인데, 자유 국가에서 사는 우리는 탈북을 혁명이라 인식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북민들은 정보기관과의 협력과 증언을 통해 북한 체제에 지속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면서 “이때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세계가 북한 주민들이 자유로워지길 기다리고 있고, 이를 돕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라티그 대표는 또 “비록 실패했지만, 1987년 온성 수용소의 대규모 폭동 사례처럼 진정한 혁명은 내부에서 일어나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결코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처럼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성 작가는 지난해 펴낸 《1만 킬로미터》의 저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그는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 한국의 쉰들러(슈퍼맨 목사)와 함께한 날들(E Ji-sung’s 10000km: Days with North Korea’s Schindler)’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4000명 이상의 탈북민을 구출한 슈퍼맨 목사와 함께 중국과 동남아를 돌며 직접 구한 탈북민 이야기를 생생히 전했다. 탈북민 구조 영상과 함께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닫혔던 구출 루트를 복구한 경험도 풀어냈다. ‘1만 킬로미터’는 북한에서 탈북 경로를 거쳐 한국까지 오는 거리다.
 
  이날 워크숍에는 600명 이상의 하버드 학생들이 모였다. 이 중 북한 인권 강연에 참석한 인원은 약 20명 정도다. 이지성 작가는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세계 지성(知性)의 중심인 하버드에서 북한 인권 강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의미”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 중에서 향후 미국의 교육이나 인권 정책을 담당하는 학생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이 좋은 밭에 씨앗을 뿌렸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했다. 강연 후 이 작가에겐 두 명의 재학생이 다가와 ‘탈북민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개개인의 관심 불러일으켰다는 게 고무적”
 
지난 3월 2일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에서 열린 북한 인권 특강 포스터. 사진=FSI
  라티그 대표 또한 “이번 강의가 하버드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건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개개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게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했다.
 
  “하버드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사실 탈북민에게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지난 1년간 하버드 강연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며 배운 건, 하버드 학생들은 어떤 특정 사안에 머무르고 싶어 하지 않아 해요. 항상 다양하고 새로운 이슈를 찾습니다. 이들의 관심사는 국제 수준이지, 국가 수준이 아니에요. 예컨대 오늘 탈북민에 관심을 가졌다면 내일은 시리아 난민에 관심을 둡니다. 연설을 들을 때는 마치 이 연설이 세상 어느 것보다 중요한 것처럼 귀를 기울이지만, 행사가 끝나면 자리에서 일어나 또 다른 연설을 그 자세로 들으러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버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 안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만한 소수의 학생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강연 이후 한 교육대학원생은 FSI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고, 한 법대 학생은 향후 함께 행사를 추진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쳤어요. 팟캐스트를 운영 중인 하버드 졸업생은 탈북민 문제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죠. 이런 게 중요한 겁니다. 소수의 몇 명이 또 다른 인원을 부르면서 관심이 점차 커질 수 있으니까요. 이번 강연은 그 물꼬를 튼 셈이죠.”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라티그 대표는 워싱턴 DC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에서 경제적 약자, 흑인들의 교육권을 위한 교육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교육 전문가다. 2010년 자유기업원(CFE)에서 일하며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2012년 탈북민 강제 북송(北送) 사건을 계기로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시민단체 프리덤 팩토리의 국제협력실장과 탈북자학교인 물망초학교에서 국제협력자문위원도 지냈다.
 
 
  강연 비용은 전부 사비로
 
FSI는 하버드 특강 이후 4월 13일 하버드대에서 탈북민 영어 말하기 대회도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은구, 케이시 라티그 FSI 공동대표와 우승을 차지한 탈북민 김명희씨, 하버드대 관계자들. 사진=FSI
  이후 이은구 대표와 손잡고 2013년 비영리법인 TNKR(Teach North Korean Refugees)을 설립했고, 2020년 FSI로 이름을 바꿨다. FSI는 탈북민이 겪은 참혹한 경험을 국제사회에 영어로 알리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영문 자서전 출판과 연설을 통해서다. 라티그 대표는 “인권 문제는 북한에 치명적인 약점이며, 인정과 명망, 존중에 목마른 김정은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면서 “체제의 억압 속에서도 살아남은 탈북민은 독재 정권의 실상을 폭로할 수 있는 유일한 증인인데 탈북민에게 영어는 커다란 장벽”이라고 했다.
 
  2014년 영국 BBC 선정 ‘세계 100대 여성’에 뽑힌 북한 인권 활동가 박연미씨도 FSI(TNKR) 출신이다. 박씨는 2014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북한 장마당 세대의 희망〉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인물이다.
 
  2020년 이래로 FSI는 꾸준히 탈북민들을 국제무대에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The Geneva Summit for Human Rights and Democracy)’에 탈북민 한송미씨를 세웠다. 지난 3월 2일 하버드 강연 이후 4월 13일에는 하버드에서 탈북민 영어 말하기 대회도 개최했다. 참가한 7명의 탈북민은 영어로 북한에서 겪은 참혹한 실상을 알렸다. 탈북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모성(母性)을 주제로 발표한 김명희씨에게 우승이 돌아갔다. 100명의 하버드 재학생 및 졸업생이 이들의 대회를 지켜봤다.
 
  이지성 작가는 “하버드 출신 미국인과 한국 작가가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하버드에서 강연한 건 역사적인 순간이지만, 정작 국내 반응은 싸늘했다”고 했다. 정부·여당 차원의 지원은커녕 언론의 관심도 전무(全無)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강연을 위한 비용도 모두 사비로 썼다.
 
 
  “우파, 완전히 손 놓고 있어”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은 한시법(限時法)이에요. 2004년 제정 이후 2008년, 2012년, 2018년까지 총 세 차례 연장돼 2022년 9월 30일 만료된 이후 아직까지 승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사문화(死文化) 직전인 거예요. 우파 인권은 사실상 전멸인데, 5·18 인권이나 여성 위안부 인권은 미국 내에서 여전히 주류(主流)입니다. 커넥션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2년 미국으로 추방당한 이듬해 워싱턴에 재미한국인권문제연구소를 세웠고,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두 인권 변호사 타이틀을 갖고 있죠. 좌파 시민단체들은 지금도 미국 사회 유력 인물들과 골프 행사 등을 하며 종전선언, 평화협정 결의를 다집니다. 이러한 구조를 우파가 빨리 깨우쳐야 하는데, 완전히 손을 놓고 있어요.
 
  여성 위안부 인권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의 일이라면, 북한 인권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북중(北中) 접경 지역에 가보면 중국 공산당이 붙여놓은 수많은 경고문이 있어요. ‘북한 여성, 어린이 판매 금지.’ 지금 이 시각에도 북한 여성은 성노예로 팔려가고, 어린이들은 장기 매매를 당하고 있습니다. 현실이 이렇게 비참한데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심지어 일부 우파 인사들은 제게 ‘이제 가난한 북한인들 데려오는 일은 그만하고 제도권으로 들어가 강남 부자들과 어울려라’는 얘기도 합니다. 정말 충격적이죠.”
 
  그는 하버드 강연 이후 LA로 날아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퍼모나대학(Pomona College)에서 특강을 이어갔다. 이 작가는 “이곳에서 만난 한인들 또한 ‘미국 내 좌파들은 민주당 차원의 지원을 받아 평화협정과 종전선언 행사를 계속 진행하는데, 북한 인권 지원에 있어 한국 정부나 국민의힘은 거의 손 놓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했다.
 
 
  ‘강도의 이웃’이 되어버린 한국 기독교
 
  이 작가는 지난해 5월 이스라엘도 다녀왔다. 히브리대, 하이파대, 텔아비브대 세 군데서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민주당식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가짜라는 것을 알리고 북한 인권에 기초한 진짜 한반도 평화에 대해 말했다”고 했다.
 
  “이스라엘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가 1945년에 끝났지만, 한반도에서는 70년 넘게 홀로코스트가 일어나고 있다.’ 케이팝의 나라로만 알던 한국이 이렇다니, 다들 깜짝 놀랄 수밖에요. 그러면서 저한테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유대인의 홀로코스트를 보며 눈물을 흘리던데, 왜 정작 자기 민족 문제는 얘기하지 않는 건지 묻더군요.”
 

  그는 이어 한국 대학에서의 강연 경험도 들려줬다.
 
  “지난 5년간 인문학 강연 제안이 올 때마다 대학에 역제안을 했습니다. 강의료를 절반만, 혹은 안 받을 테니, 북한 인권 강연을 하게 해달라고요. 다들 ‘너무 정치적’이라며 거절하더군요. 이게 현실이에요. 정치적이라면, 정치권에서 도와줘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요. 교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대형 교회에서 북한 인권과 선교에 관심 있다고 해서 가봤더니, 결국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반대에 힘을 실어달라고 말하더군요. 늘 평화 타령 하며 북한에다 병원까지 지어주지만, 정작 탈북민 구출에는 관심이 없어요. 성경에도 사마리아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국 기독교는 강도의 이웃이 돼버렸어요.”
 
 
  “한국 사회의 양심 찾아주고 싶다”
 
  이 작가는 “이번 하버드 강연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면서 “최종 목적지는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탈북민 인권이 최소한 5·18 인권, 위안부 인권 정도로 대중화되려면 북한 인권 문제를 브랜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을 일깨우려면 도구가 필요하죠. 그 도구로 하버드를 쓴 겁니다. 하버드에서 북한 인권 강의를 했다고 하면, 그제야 사람들이 북한 인권에 좀 관심을 가질까 싶어서죠. 또 다른 계획은 국내 국제학교를 대상으로 한 브랜딩입니다. 이들 학교에는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한 학생들이 다수 있습니다. 가령 하버드에 입학할 때는 에세이가 필요한데, 요즘 대부분은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주제로 에세이를 쓰더군요. 하버드 강연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국제학교 학생들에게 북한 인권 에세이를 쓰도록 할 생각입니다.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차원에서 하버드 간판을 걸고,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셈이죠. 물론 저한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지식인으로서, 작가로서 이런 활동을 통해 한국 사회의 양심을 찾아주고 싶어요.”
 
  라티그 대표와는 지난해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북한 인권 문제를 어떻게 확장할까 고민하던 차, 한 선교사를 통해 FSI의 활동을 알게 됐다. 이 작가는 “한국인도 아닌 하버드 출신의 미국인이 정부의 도움과 언론의 주목도 없이 묵묵히 북한 인권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동받았다”고 했다. 둘은 만나자마자 뜻을 함께했다. 작년 처음으로 함께 하버드대에 방문했고, 태국 비밀 선교관도 다녀왔다.
 
  라티그 대표는 “앞으로도 북한 인권에 진심인 소수의 사람을 발굴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 세계를 다닐 것”이라면서 “내년에 또 하버드 강단에 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시도가 훗날 하버드 내에 북한 인권 클럽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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