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특집 | 위기의 한반도

김정은의 새해 협박과 도발 가능성

드론 테러부터 핵전쟁까지 모든 형태의 도발 대비해야

글 :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평화시에는 핵무기 믿고 局地도발·테러·사이버 공격 등 非전통적 低강도 도발 감행할 가능성 있어
⊙ 책임 부인하기 위해 해외 테러단체, 국내 체류 외국인, 탈북자, 내국인, 드론 등 無人체계 활용 가능성도
⊙ 전쟁 시 사이버 공격·인지전·영향력 공작 통해 혼란 조성, 정보통신망·핵심기반시설 작동 無力化
⊙ 개전 시 전선 돌파·서울 공격·미군 투입 막기 위해 핵부터 사용할 것
⊙ 김정은의 전쟁 의지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 전쟁·도발 방지는 김정은의 선의나 대화 노력이 아니라 우리의 물리적 억제력에 달려 있어

윤민우
1972년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인디애나주립대 범죄학과 석사, 샘휴스턴주립대 형사사법학대학 범죄학 전공 박사, 서울대 외교학과 국제정치학 박사 / 가천대 경찰정보학과 교수, 現 국가정보원 자문위원, 국군방첩사령부 자문위원 / 저서 《폭력의 시대 국가안보의 실존적 변화와 테러리즘》
김정은은 작년 12월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전쟁 의지를 밝혔다.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5일 차 회의에서 남북관계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선언했다. 이는 국내 언론에서 김정은의 ‘새해 협박’으로 보도되었다. 보도된 김정은의 해당 언급은 두 가지 핵심 기조를 담고 있다.
 
  첫째는 한국과 북한 관계의 재정의이다. 김정은은 한국을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同族)’이 아니라 ‘전쟁 중인 두 교전(交戰) 국가’로 재정의하였다. 이는 한국과 북한을 각각 독자적인 두 개의 국가로 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북한의 대남(對南) 정책에 있어서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은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한국 내 정권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대남 정책 스탠스를 앞으로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美日과 직접 대화 추구
 
  김정은의 이 같은 대남 정책 전환은 앞으로 한국과는 일절 협력, 회담 등을 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직거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생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기조의 변화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김정은이 김정일과 한국의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그리고 자신과 문재인 정부 사이에 이뤄졌던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지향 정책 등의 노력들을 깎아내리며 통일전선부(통전부)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등 남북관계 관련 공식 기구들을 개편, 정리, 폐지하는 뜻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은은 한국에 대해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분명히 언급하였다. 이는 한국은 전쟁의 대상에 불과하며, 대화와 담판은 ‘(북한이 보기에) 식민지 졸개의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미국과 직접 하겠다는 김정은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지난 1월 5일 일본 강진과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면서 ‘기시다 각하’라는 표현을 쓴 것은 김정은의 이 같은 인식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이는 이른바 ‘김정은의 새해 협박’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정은은 강대국의 국가 원수로 스스로를 인식하며, 격에 맞는 일본과 같은 다른 강대국과 직거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식민지의 졸개에 해당하는 한국을 대화의 대상이 아닌 무력(武力)을 통한 소탕의 대상으로 보고, 그 식민지 졸개의 우두머리인 미국과의 대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플랜B로 또 다른 한국의 뒷배인 일본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에는 물론 대북(對北) 한·미·일 공조 압력을 줄이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일차적으로는 한·미·일 파상(波狀) 압박으로 인한 체제의 위기에서 벗어나 정권 안정을 도모하고, 이를 발판으로 미국 또는 일본과 담판을 시도하여 한국을 고립시켜 한국과의 체제 대결에서 우위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전쟁 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전략적 사고와 연결되어 있다.
 
 
  무력 사용 원칙 분명히 해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지난 1월 8~9일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공장 벽면에 ‘원쑤들은 전쟁도화선에 불을 달고 있다. 침략자 미제와 대한민국 것들을 쓸어버릴…’이라 적힌 구호판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두 번째 핵심 기조는 핵을 포함한 무력 사용의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국과의 전면전(全面戰)을 내포한 원칙이다.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김정은이 지시한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은 이를 ‘영토완정(領土完整)’으로 표현하면서 필요하다면 전쟁으로 달성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핵’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사실상 핵 무력의 선제적·공세적 사용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와 함께 김정은은 새해 주력해야 할 군사 과업으로 핵 무력 증강, 해군 전력(戰力) 향상, 정찰위성 추가 발사 등을 꼽았다. 또 김정은은 현재 정세와 관련해 “압도적인 전쟁 대응 능력과 철저하고도 완전한 군사적 준비태세를 완벽하게 갖추기 위한 사업에 계속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핵무기 생산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믿음직한 토대를 구축해나가며, 2024년도 핵무기 생산계획 수행을 위한 힘 있는 투쟁을 전개해나갈 데 대해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김정은의 언급들은 북한이 ICBM, 전술핵, SLBM을 탑재한 핵추진잠수함 등의 핵전력을 수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지속적으로 증대시켜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정은도 자녀의 생명 걸어야
 
  김정은의 ‘전쟁’과 ‘핵 무력 사용’ 의지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차분하고, 신중하고, 냉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김정은이 과거 김일성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에라도 당장 (또는 가까운 미래에) 한국을 향해 핵 공격을 포함한 전면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추정하거나, 한국을 무력으로 적화(赤化) 통일하겠다는 의지에 가득 차 있는 비합리적인 전쟁광(戰爭狂)으로 인식하는 것은 곤란하다.
 
  김정은의 1차 목표는 자신의 정권 안정과 체제 유지이며, 가급적 자신의 자녀(김주애 또는 다른 자녀)에게 정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는 것이다.
 
  그에게 한국과의 전쟁을 통한 ‘영토완정’은 2차 목표이다. 1차 목표에 베팅해서 불확실한 2차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가는 없다. 2차 목표에 대한 베팅은 그러지 않으면 1차 목표조차 달성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될 때만 그렇게 한다.
 
  북한이 ‘핵’을 사용해 한국을 ‘불바다’로 만들 수는 있지만 그 ‘불바다’는 그들의 땅과 사람과 재산 또한 삼킬수 있다. 한국인들과 그 자녀들의 생명을 해치고자 한다면 김정은 자신 및 자녀들의 생명도 ‘전쟁’이라는 도박판의 베팅에 내어놓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그가 상호확증보복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무모한 전쟁 도발을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이 핵 사용을 포함한 전쟁 의지가 전혀 없다거나 단지 ‘위협’과 ‘언급’, 한국, 미국, 또는 한·미·일을 압박하여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단순하고 지엽적인 ‘전술적 메시지’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해서도 안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방 메시지의 숨겨진 진의를 분석하고 파악해야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떨 때는 이 같은 숨겨진 뜻을 지나치게 찾다 보면 자기 꾀에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즉 지나친 해석과 비약이 상대방이 직설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객관적 실체를 못 보게 눈을 가리기도 한다.
 
 
  ‘타임테이블의 함정’
 
  이번 김정은의 메시지는 북한 내부의 ‘대상 청중’이 가장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전달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급적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전달하고자 했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이번 김정은의 메시지에서 한국이나 미국 등은 2차적인 ‘대상 청중’이다. 김정은은 가급적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정은의 전쟁 의지와 핵 무력 증대, 그리고 핵 사용 결심은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물론 자신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상대방도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간주관적(間主觀的·intersubjective) 가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떤 상대방은 전쟁을 원하기도 하고 어떤 상대방은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당신보다 더 쉽게 전쟁을 결심한다. 우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사례들을 통해 전쟁은 한쪽의 결심과 판단으로 불시에 현실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김정은의 인식과 의지, 한·미·일 대북 억제력의 효과로 인한 북한 경제의 한계 상황, 북한 내 외부 문화 유입과 세습체제 장기화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피로도 증가 등으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이 증대되고 있다. 또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의 한계 상황 등의 복합함수의 결과는 한반도에서의 전면적 핵전쟁 가능성을 키운다. 전략 환경과 조건이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인 때문이다.
 
  영국의 전사가(戰史家) A. J. P. 테일러(A. J. P. Taylor)는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으로 타임테이블(timetable)을 꼽았다. 그는 당시 유럽 각국의 철도 건설로 인한 군사력의 전선(戰線) 투입의 타임테이블이 혁명적으로 빨라진 점에 주목하였다. 그는 전쟁의 타임테이블이 빨라졌기 때문에 유럽 각국이 적대국의 군사력 전개를 다소 냉철하게 지켜보고 숙려(熟慮)할 여유를 갖지 못했고, 가급적 자신들의 군사력을 적대국보다 빠르게 전선에 투입하고 공세로 나서야 하는 압박에 직면했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이 같은 타임테이블의 압박이 아무도 원하지 않았음에도 유럽 각국이 서둘러 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북한의 전략적 취약성
 
  흥미롭게도 이 같은 타임테이블의 함정이 오늘날 김정은의 북한에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며, 김정은도 이 같은 북한의 전략적 취약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한미동맹의 선제(先制)공격을 받았을 때 회복탄력성이 전혀 없다. 이는 협소한 영토와 군사력·경제력의 취약성으로 인해 북한이 전략적 종심(縱深)을 거의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동맹의 선제타격을 받을 경우 (이른바 킬 체인으로 표현되는) 2차 응징보복 타격 수단으로써의 북한의 핵전력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또한 취약한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사실상 압도적인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상대로 전략·전술적 가치가 거의 없다.
 
  이는 러시아와 비교할 때 두드러진다. 넓은 국토면적과 억센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인한 깊은 전략 종심과 압도적인 핵 능력은 적국의 선제타격의 압박으로부터 전략적 자율성을 러시아 당국에 제공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핵 무력 없이도 러시아 재래식 전력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효과적인 전쟁 수행 수단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러시아가 아니다. 북한은 핵 없이 전쟁을 수행할 여력도 없고, 선제공격을 받게 되면 그나마 갖고 있는 핵전력을 써보지도 못하고 ‘전쟁의 끝’을 맞이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은 가급적 빨리 선제적으로 핵 무력을 한국 또는 한미동맹을 상대로 사용해야 한다. 북한의 타임테이블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매우 빠르게 돌아갈 것이다. 이는 북한이 전략적 자율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北, 재래식 전력에서 한미동맹보다 열세
 
김정은은 2017년 8월 14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했다. 뒤에 ‘남조선작전지대’ ‘일본작전지대’라는 지도가 보인다.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북한의 군사력 현황은 북한의 적극적·선제적 핵 사용 개연성을 높인다. 전투력을 구성하는 양대 축은 병력(兵力)과 화력(火力)이다. 핵을 제외하면 이 둘에서 북한은 한미동맹과 비교해 압도적 열세를 보인다.
 
  병력은 단순히 현역병의 수로만 측정되지 않는다. 현역병의 수 이외에도 육체적·정신적으로 가용한 인적(人的) 자원이 얼마인지 또한 평가 대상이다. 따라서 인구 규모가 중요하다. 유사시에는 약 15세에서 65세까지의 남녀 모든 인구가 징집 대상이 된다. 단순한 인적 자원의 수만이 아니라 징집 제도, 신체적 조건, 복무기간, 예비역 제도, 병력의 전선으로의 투입을 위한 운송시스템 등도 주요한 평가 대상이다.
 
  영양상태, 신체상태, 심리적 상태 등 병력의 질적 측면도 고려 대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투로봇의 수도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병력의 측면에서 북한은 한미동맹에 절대 열세이다.
 
  화력 측면에서도 핵을 제외한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한미동맹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군을 뺀 한국군과 단순 비교해도 북한군의 재래식 전력은 절대 열세이다.
 
  따라서 병력-화력의 절대 열세 구도를 타개할 유일한 선택지가 북한으로서는 핵 무력밖에 없다. 핵 무력 사용 없이 북한이 전쟁을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군사전략 역시 세 층위의 전략적-작전술적-전술적 측면 모두에서 핵의 적극적 사용 개연성을 높인다.
 
  우선 북한은 전략적 측면에서 미국의 한반도 전쟁 참전(參戰)을 차단하고 한국을 고립시켜야 한다. 북한은 이를 위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충분하고 신뢰할 만한 핵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증대시키려고 하는 ICBM, SLBM, 미사일, 핵추진잠수함, 극초음속 활공체(hypersonic glide vehicles), 다탄두각개목표재돌입체(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MIRV), 군사정찰위성 등은 이 같은 미국 본토 타격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핵 위협 수단들을 활용해 미국의 대상 청중 사이에서 반전(反戰) 분위기를 조성하여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전쟁 지원을 차단하려고 할 것이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미국 내 반전 여론, 미군의 개입 반대, 그리고 반이스라엘-친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등은 김정은에게 어떤 영감(靈感)을 줄 수 있다.
 
  북한은 작전술적 측면에서도 미군 증원 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차단하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핵 무력 사용이 필요하다. 미군의 한반도 전개의 스프링보드인 괌이나 일본의 미군기지들을 타격하거나 위협하기 위해서는 핵전력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일본 내 반전 여론을 조장할 수 있으며 일본의 한반도 전쟁 지원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개전 초 전선에서 전술핵 사용 가능성
 
  마지막으로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한 전술적 차원의 전쟁 수행에서도 핵 무력 사용을 필요로 한다. 북한의 군사 전략은 소련-러시아의 군사 전략 전통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보면 북한의 대남 전쟁 전략의 대략적 그림을 추정할 수 있다. 러시아의 군사 전략의 핵심틀은 ‘OMG(Operational maneuver groups)’ 또는 ‘종심작전이론’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단계에 따라 수행된다.
 
  먼저 사이버 공격과 인지전(認知戰) 또는 영향력 공작을 통해 적의 전쟁지휘부와 대중을 혼란시키고, 적의 정보통신망과 핵심 기반 시설의 작동을 무력화(無力化)시킨다. 다음으로 화력을 통해 적의 저항 전선에 균열을 내고 적의 저항 전투력을 와해시킨다. 다음 단계에서는 와해된 적의 종심을 기계화 보병과 탱크 등으로 구성된 집단군(集團軍)으로 돌파하고 적의 종심 깊숙이 기동하는 전격전(電擊戰)을 수행한다.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이 같은 종심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가정할 때, 전쟁 개시 초기에 북한은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강력한 한국군을 화력으로 와해시키고 한국군의 저항 전선에 균열을 내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전술핵 이외에는 북한으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따라서 북한은 전쟁 개시 초기에 전술핵을 사용할 개연성이 높다.
 
 
  서울·남부 지역도 핵 공격 할 것
 
북한은 개전 초기에 핵무기를 포함한 화력을 집중해 전선을 무너뜨리려 들 것이다. 사진은 북한군의 화력습격훈련 모습.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또한 와해된 한국군의 저항 전선을 돌파하여 북한군이 기동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서울을 전술핵으로 대량 살상 파괴할 개연성이 있다. 오늘날 전쟁에서 거대광역도시는 옛날 전쟁에서의 성(城)에 비견된다. 초고층 건물과 복잡한 미로(迷路)로 이어진 도심 환경은 침공군이 점령하기 결코 쉽지 않다. 참혹한 도심 전투가 일어날 경우 점령군은 도심 정글의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 병력과 화력이 열세인 북한군이 서울에서 도심 전투를 벌일 경우 이는 전술적 자살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서울을 핵 공격으로 대량 파괴 섬멸하고 북한군은 이를 우회하여 한국의 남쪽으로 종심 깊숙이 빠르게 기동(機動)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북한의 서울에 대한 핵 공격도 가급적 전쟁 초기에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성공적으로 한반도 완정을 하기 위해서는 부산 등 한반도 남단의 주요 항구들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이는 미군 증원 전력이 들어올 수 있는 입구를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전쟁처럼 낙동강 방어선이 형성될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열세한 북한군의 병력과 화력, 기동성을 감안하면 신속히 한반도 끝단까지 북한의 재래식 전력이 ‘완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한반도 남단의 경우 조기 핵 공격으로 사실상 폐허로 만드는 편이 전술적으로 북한에 더 유리하다. 이 경우에 한국군 또는 한미동맹의 전략적 종심이 매우 얇아지는 위험성을 초래한다. 반면에 북한군의 경우 ‘영토완정’의 깊이가 짧아지는 이점이 생긴다. 따라서 한반도 남단의 부산을 포함한 주요 항구들 역시 전쟁 초기에 북한의 핵 공격을 받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
 
 
  국지도발·테러 대비해야
 
북한은 특수부대를 이용한 테러나 국지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사진은 북한군 특수부대의 ‘인민군 특수작전부대 강화 및 대상물 타격경기대회’ 모습.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은 ‘전쟁 이전 단계(즉 평화시)’에서 다른 형태의 안보 위협을 한국에 들이밀게 될 것이다. 김정은은 이를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미대적투쟁 원칙을 일관되게 견제하고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말로 표현했다. 이미 북한은 이를 입증하듯 지난 1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계속해서 서해 최북단 서북도서 인근에서 포사격을 실시했다.
 
  핵무기를 기반으로 한 군사력 강화와 그에 따른 자신감은 북한의 국지(局地)도발과 테러 공격, 사이버 공격 등의 비(非)전통적 저강도(低强度) 도발의 위험도를 높인다. 핵 무력 보유로 한국과 미국의 전면 공격을 받을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체제의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북한이 판단할 경우 북한은 보다 공세적인 도발로 태세를 전환할 수 있다. 북한이 비교적 대남 군사력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던 1960~1980년대에 대남 게릴라 도발과 테러 공격에 집중했다는 점을 복기(復棋)해보면 이와 같은 위협을 한국의 정부 및 군(軍) 당국은 선제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사례들을 돌아보면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저강도 도발을 할 선택지는 국지도발, 테러,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 시험과 같은 도발, 사이버 공격, 드론 침투 등으로 추릴 수 있다.
 
  국지도발의 경우 NLL을 포함한 해상에서의 포격이나 한국 해군 함정이나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 휴전선 인근에서의 총격 및 포격 등이 예상된다.
 
  테러의 경우 주요 인사 암살이나 폭탄테러, 도심테러, 드론테러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미사일 발사 시험, 핵 실험 등과 같은 익숙한 도발 패턴도 지속될 것으로 예견된다.
 
  마지막으로 국내 원자력발전소 등을 포함한 국가 핵심 기반 시설과 정부 주요 기관, 불특정 민간을 향한 사이버 공격 그리고 국내 대중, 청중을 타깃으로 한 대규모 사이버 영향력 공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북한의 저강도 도발은 책임을 부인하기 위해 해외 테러단체나 국내 체류 외국인, 탈북자, 또는 내국인 등 제3자를 고용 또는 사주하거나, 기만하여 활용하는 방식으로도 수행할 수 있다. 지난번 나타난 것처럼 드론과 같은 무인(無人)체계를 활용한 도발의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다양한 가능성들을 열어두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체제 성격상 김정은의 분명한 대남 도발 정책 기조로 인해 북한의 주요 지휘부와 간부들은 자신의 지위 유지와 출세를 위해서라도 김정은의 의지를 수행하고 구체적인 업적을 내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공세적 방어’ 외에 대안 없어
 
  김정은은 각종 대남도발을 자신이 직면한 체제 불안정 국면 타개를 위한 방편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김정은이 한·미·일의 대북 억제력 강화에 대해 이처럼 강경한 반응을 내놓은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억제력이 사실상 작동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내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북한의 경제적 한계 상황과 한류(韓流) 등의 해외로부터의 문화 유입으로 인한 (특히 북한의 MZ 세대를 중심으로 한) 민심의 이반 등 다중적(多重的) 위기에 직면한 김정은 체제로서는 자국 내 대중의 집단결속력과 충성심을 고양하고 대외적 봉쇄에 대처할 타개책을 내놓아야 할 필요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저강도 대남도발로 위기 국면을 조성함으로써, 국내적으로는 대내(對內) 결속과 체제안정을 끌어올리고, 대외적으로는 ‘공포의 조장’으로 한국 및 국제사회의 여론을 압박해 한·미·일의 공세적 대북 압박의 수위를 떨어뜨리고 경제협력을 포함한 대북 유화 정책 기조로 남한 정책을 변화시키려 할 개연성이 있다.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김정은은 ‘핵’과 함께 김정은 지배 체제의 양대 축인 ‘경제’ 건설을 위해서는 대남도발과 같은 ‘공세적 방어’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다.
 
 
  北 도발에 대등한 수준으로 응징해야
 
  결국 한국 정부와 국민은 당분간 (어쩌면 꽤 오랫동안) 위기와 갈등의 국면을 견디고 북한 도발에도 일상을 유지하는 회복탄력성을 유지해야 할지도 모른다. 북한의 도발에 대등한 수준으로 응징하겠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핵전쟁에는 핵전쟁으로, 전면전에는 전면전으로, 무력도발에는 그에 상응하는 보복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해야 한다. 대응보복을 통한 억제력이 갖추어지기 위해서는 보복을 할 수 있는 ‘능력’, 같은 정도와 수준으로 되갚아주는 ‘비례성의 원칙’, 그리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신뢰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억제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 김정은은 쉽게 무력도발을 시도하지 못할 것이다. 핵전쟁이든, 전면전이든, 아니면 저강도 무력도발이든 전쟁의 발발 여부는 김정은의 선의(善意)나 한국의 진심 어린 대화와 협력 노력에 달린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물리적 억제력에 달려 있다.
 
  결국 김정은은 힘과 힘, 강대강, 무력을 통한 문제 해결을 선택했고, 이제 한국의 남은 과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힘과 무력에 같은 정도의 힘과 무력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그다음에 올 힘과 무력에 의한 괴롭힘의 정도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만약 일부에서 제기하듯이 김정은의 강경 기조 발언이 진의가 아니고 대화와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나온 것이라면, 그 진의는 제3의 전문가들이 추론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이 직접적으로 해명하고 밝혀야 하는 부분이다. 김정은의 명백한 발언이 있기 전까지는 적어도 최근 김정은의 무력대결 발언은 그의 진심으로 간주하고 그에 맞추어 한국과 한미동맹의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포의 조장’은 ‘저항 의지’ 부른다
 
  김정은이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은 핵 공격과 전쟁 시도, 대남무력도발 등의 결과에는 그가 치러야 할 비용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려면 평양도 불바다가 되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겠다면 그것은 그의 선택이다.
 
  또한 역사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무력을 통한 ‘공포의 조장’이 오히려 ‘저항 의지’를 일깨우는 역효과(逆效果)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공포의 조장’을 노린 히틀러의 런던 공습은 영국민의 저항 의지를 불러일으켰다. 9·11 테러는 미국인의 응징과 보복의 의지를 일깨웠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지금도 싸우고 있고, 하마스의 선제공격은 이스라엘의 강력한 보복을 가져왔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사는 사람들은 얼핏 보면 나약해 보인다. 하지만 그 나약해 보이는 사람들의 무도한 폭력에 맞선 회복탄력성은 독재 체제의 침공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그들의 저항 의지에 야만적 폭력으로 불을 지필 때 그 불은 ‘분노의 화염’이 되어 그 무도한 침공자들을 집어삼킨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