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기부증서까지 만들어 공장·기업소에 기부금 바치라고 압박
⊙ 해외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金 비자금 모으기 바빠
⊙ 과거엔 없었던 협동농장까지 충성자금 바치라 지시
⊙ “충성자금 때문에 해외 근로자들 아우성”
⊙ 해외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金 비자금 모으기 바빠
⊙ 과거엔 없었던 협동농장까지 충성자금 바치라 지시
⊙ “충성자금 때문에 해외 근로자들 아우성”
- 북한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북한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악화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자 모든 국경을 걸어 잠그고 주민 통제에 나섰다. 대부분의 생필품을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 주민들 입장에선 앞날이 막막한 상황이다. 현지 소식통들은 하나같이 경제가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의 통치자금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김정은은 마약밀매, 해외파견 노동자, 무기판매 등으로 통치자금 대부분을 충당해왔다. 하지만 유엔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북한으로 흘러들어 가던 김정은의 통치자금 줄이 막혔다는 것이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의 견해다.
실제 북한 정권은 해외로부터 들어오던 자금이 막히자 북한 주민들에게 충성자금 명목으로 김정은 통치자금 계좌를 채우려고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한은 조선기금총회사까지 만들어 외국인에게까지 충성자금을 요구하고 있다.
《월간조선》은 최근 북한 선전선동부가 2020년 각급 인민보안국에 내려보낸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자료는 ‘김일성·김정일 기금사업과 관련한 포치안’이라는 제목이다. 해당 자료에는 북한 기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들에 대한 ‘김일성·김정일 기금’ 수취 형식과 방법, 기부액수에 따른 증서 수여 기준까지 자세히 명시되어 있다.
‘김일성·김정일 기금’은 2013년 11월에 김정은이 처음 만든 것이다. 기금은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두고 있지만 사실상 강제성이 다분해 보인다.
북한 소식통은 “2013년 김정은의 지시로 해당 기금 사업이 만들어졌는데 크게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그동안은 강제성 없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바치게 했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금액까지 지정하는 등 강제성을 띠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금, 北 화폐 최대 5억원… 외화 5만 달러 명시
자료에는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 기금’에 단체의 이름으로 기부한 기관, 기업소들에 기부증서를 수여하며, 단체들에 대한 증서 수여 기준은 기관, 기업소들의 급수와 규모에 따라 내화는 5000만~5억원, 외화(미국 달러)는 5000~5만 달러를 비준과업으로 정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자료는 상급 당의 포치로 인민보안기관 안의 각급 당 조직들에 하달됐으며 ‘김일성·김정일 기금’의 단체기부형식, 단체기부등록방법, 단체기부증서수여기준에 대해 자세히 적어 놓았다.
단체기부형식을 보면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농목장) 등의 이름으로 하며 합영, 합작회사들과 외화벌이 기관들도 기부에 참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부등록방법에 관해서는 기부자등록프로그람(프로그램) ‘백옥3.0’을 이용하여 단체기부등록을 진행하되 ‘이름’란에는 단체 명의를 ‘생년월일’에는 기관 창립일을, ‘어머니 이름’에는 기관책임자 이름을 쓰라고 했다.
‘비고’란에는 기관 명칭을 등록하는데 인민보안기관 단체인 경우, 해당 단위 군부대 대호만 밝히고 종업원 단체인 경우에는 해당 단위 군부대 대호와 기업소 급수, 인원수를 밝혀 인민보안성 재정국2과 콤퓨터(컴퓨터)로 전송하라고 지시했다.
자료에 명시된 작성방법 예시를 보면 인민보안기관단체인 경우 (부대부문 포함) ‘단체명의, 1945-11-19, 리○○. 조선인민내무군 제○○○○군부대’로 밝히고 종업원단체인 경우, ‘단체명의, 2000-9-27, 차○○. 조선인민내무군 제2037군부대(특급) ○○○명’으로 밝히라고 제시했다. 위에서 말하는 1945-11-19(1945.11.19)는 북한 인민보안기관 창립일이다.
증서수여기준에서는 인민보안기관(부대부문 포함) 단체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경우, 단위 군관기구정원수에 따라 규정한 기부액수에 따라 증서를 수여하라고 밝혔는데 그 기준을 보면 기구정원수에 따라서 수여 기준이 다르다.
자료에 따르면 기구정원수가 100명 이상인 경우는 내화 2억원, 외화 2만 달러 이상이고 50~100명인 경우는 내화 7000만원, 외화 7000달러다. 이 밖에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농목장) 명의로 하는 경우 급수에 따라 규정한 기부액수에 따라 기부증서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북한군 소속 외화벌이 회사에서 일하다 탈북한 김성수(가명)씨는 “과거에도 군부대에 속해 있는 외화벌이 사업소 같은 곳에서 충성자금 명목으로 50만~100만 달러를 당에 바쳤다”면서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바쳐도 보상이나 어떠한 특혜도 없었다. 기부증서까지 만들어 진행하는 것을 보면 북한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북한 정권이 기부증서까지 만들어가면서 돈을 강요하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의 통치자금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현재 경제가 어려워 살기 어려운 북한 주민들이 이로 인해 더욱 어려움에 부닥쳤다”고 덧붙였다.
北, 인원수에 따라 특급, 1~6급 기업소로 분류
북한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들의 급수에 따라 기부금 액수를 규정,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해당 급수는 공장 규모와 인원에 따라 특급에서 6급까지 나누어진다. 자료에 있는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농목장) 명의로 하는 경우 급수에 따라 규정한 기부액수에 따라 기부증서를 수여한다”고 했다.
〈▲특급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농목장)은 내화 5억원, 외화 5만 달러 ▲1급 내화 2억원, 외화 2만 달러 ▲2급 내화 1억원, 외화 1만 달러 ▲3급 내화 8000만원, 외화 8000달러 ▲4급은 내화 7000만원, 외화 7000달러 ▲5급 내화 6000만원, 외화 6000달러 ▲6급 내화 5000만원, 외화 5000달러.〉
무역회사와 합영회사 등 해외와 거래하는 기업소들은 금액이 더 많았다. 제일 적은 금액이 북한 화폐로 1억원이다. 해당 내용이다.
〈무역회사, 대외 운수회사, 합영, 합작회사의 명의로 기부하는 경우 급수에 따라 규정한 기부액수에 따라 기부증서를 수여한다.
▲합영, 합작회사 전체와 특급, 1급 무역회사, 1급 대외 운수회사는 내화 5억원, 외화 5만 달러 ▲2급 무역회사 내화 4억원, 외화 4만 달러 ▲3급 무역회사와 2급 대외 운수회사 내화 3억원, 외화 3만 달러 ▲4급 무역회사와 3급 대외 운수회사 내화 2억원, 외화 2만 달러 ▲5급 무역회사와 4급 대외 운수회사 내화 1억원, 외화 1만 달러.〉
자료에 보면 해당 금액을 기부했을 때 기부증서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실제로 해당 금액은 북한 정권이 정해놓은 기부액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밖에도 재외에 거주하는 기관, 기업소는 등급이 아니라 무조건 내화 5억원, 외화 5만 달러를 바쳐야 한다.
북한은 또한 단체기부는 현금(내화, 외화) 또는 외화행표(한도 내에서 쓸 수 있는 백지수표 개념)로만 할 수 있다고 지정했다.
장성택의 측근으로 오랫동안 북한에서 무역업에 종사했던 탈북민 이정식(가명)씨는 “과거에는 이처럼 노골적으로 돈을 내놓으라고는 안 했다”며 “코로나19로 김정은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 지금처럼 기부금 증서를 만들어 서로 경쟁을 시키는 식으로 돈을 거둬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들도 돈 모으기 어려워진 건 마찬가지지만, 마약을 팔아서라도 기부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내에 있는 공장, 기업소들이 해당 금액을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증언했다.
“협동농장까지 기부금 바치라는 건 죽으라는 것”
자료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협동농장이다. 북한의 협동농장은 이익을 창출하는 곳이 아니다. 북한 농민들은 1년 내내 농사를 지어 모두 국가에 바친다. 북한 정권은 각 농장에서 거둬들인 식량으로 군량미와 주민들 배급을 충당했었다. 하지만 배급제가 폐지된 지금은 모두 군량미로만 들어가고 있다.
물론 농민들도 가을이 되면 협동농장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식량을 받는다. 하지만 그것으로 1년 식량을 충당하기는 역부족이다. 1990년 후반부터 비료 등 농사에 필요한 품목들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렇다 보니 1년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럴 경우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거의 없다.
1년에 국가에 바쳐야 하는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가에서 정해준 과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개인의 식량 창고를 털어서라도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 ‘고난의 행군’ 이후 농민들은 협동농장 일은 뒷전이고 자신이 몰래 일궈낸 토지에서 개인 농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의 농사는 당연히 점점 더 악화되어 가는 것이 현실이다.
또 최근 농장을 떠나 시내로 나가는 인구도 늘고 있다고 한다. 시내에 나가 장사라도 해서 먹고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농촌에까지 ‘김일성·김정일 기금’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성수씨는 “김정은이 얼마나 급했으면 농민들에게까지 충성자금을 내라고 하겠느냐”며 “과거 김정일도 농민들에게는 돈 내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탈북해 남한으로 온 김정림(가명)씨는 “지금 협동농장이 문제가 아니다. 조금 있으면 학생들에게도 충성자금을 내라고 할 판이다”면서 “협동농장들은 돈 날 구멍이 없다. 그런데 하도 당에서 내라고 하니 꼼수를 쓰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농장 관리위원장들은 1년 생산된 식량의 수량을 일부러 속여 보고한다”면서 “생산량이 100톤이면 70~80톤으로 보고한다. 그 나머지를 팔아 충성자금으로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식씨는 “협동농장에 그 많은 돈을 바치라고 하는 것은 죽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며 “아무리 식량을 팔아도 당에서 요구하는 돈을 충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루블 가치 사상 최저, 北 근로자 충성자금 채우지 못해”
김정은 통치자금 모으기 작업은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에게도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파견된 근로자들은 충성자금 압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근로자들과 무역업 종사자들의 경우 기부금 모금 때문에 당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중국의 한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폐쇄했던 북·중 국경을 개방했지만, 정작 물품을 사들일 자금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 파견한 외화벌이 근로자들에게 ‘상품이라도 좋으니 기부받아 조국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조선족 사업가 A씨는 “최근 북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위의 지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나에게 외상으로라도 물건을 먼저 받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이 막았던 국경 문을 열어놓긴 했지만, 정작 운영되는 곳은 단둥밖에 없다”며 “단둥도 예전만큼 물건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 내부 자금 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했다.
러시아에 파견된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루블 가치가 사상 최저로 하락하면서 북한 근로자들이 당에 바치는 충성자금에도 큰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고 월급 또는 시급으로 받는 화폐는 루블이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충성자금을 루블이 아닌 달러로 환산해 받는다. 루블의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지금 같은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월급이 높은 곳으로 가려면 현장 책임자에게 뇌물을 바쳐야 한다. 현장 책임자들도 노동자들에게서 받은 돈을 대부분 북한에 있는 간부들에게 다시 바쳐야 한다. 이유는 뇌물을 바쳐야 그곳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금 러시아 현지 근로자들은 충성자금 때문에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지난해 충성자금이 인상된데다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루블의 가치는 사상 최하로 떨어져 목표 금액 채우기 바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파견 근로자들은 3개월 연속으로 충성자금을 채우지 못하면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지금 그런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서도 김일성·김정일 기금 보낸 흔적 발견”
북한 정권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김일성·김정일 기금을 모으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조선기금총회사를 만들어 이곳을 통해 외국인들에게서 돈을 기부받고 있다. 조선기금총회사는 중국에 거점을 두고 여러 나라에 지부를 운영하는 형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사무실을 꾸려 중국인 직원까지 고용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해당 회사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는 김일성·김정일 기금이 어떻게 쓰이게 되는지, 기금을 낼 경우 어떤 우대가 주어지는지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국내의 친북 인사들과 북한을 찬양하는 단체나 개인들도 단둥지부를 통해 기금을 북한으로 보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를 통해 조선기금총회사에 전화를 걸어 그들이 지정해주는 계좌로 돈을 보내거나 직접 중국을 방문해 기금을 전달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근 들어 북한이 국내 친북 인사들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국내에서도 조선기금회사에 김일성·김정일 기금을 보낸 흔적이 발견돼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단둥지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2016년에 처음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활동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 2019년부터 김일성·김정일을 찬양하는 게시물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2020년엔 본격적으로 모금활동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A씨는 “북한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경제가 악화되면서 김정은의 비자금 모금이 많이 어려워진 것 같다”면서 “가끔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에서 돈을 바치라는 압박이 엄청나 힘들다며 우는소리를 한다”고 전했다.⊙
북한 김정은의 통치자금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김정은은 마약밀매, 해외파견 노동자, 무기판매 등으로 통치자금 대부분을 충당해왔다. 하지만 유엔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북한으로 흘러들어 가던 김정은의 통치자금 줄이 막혔다는 것이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의 견해다.
실제 북한 정권은 해외로부터 들어오던 자금이 막히자 북한 주민들에게 충성자금 명목으로 김정은 통치자금 계좌를 채우려고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한은 조선기금총회사까지 만들어 외국인에게까지 충성자금을 요구하고 있다.
《월간조선》은 최근 북한 선전선동부가 2020년 각급 인민보안국에 내려보낸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자료는 ‘김일성·김정일 기금사업과 관련한 포치안’이라는 제목이다. 해당 자료에는 북한 기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들에 대한 ‘김일성·김정일 기금’ 수취 형식과 방법, 기부액수에 따른 증서 수여 기준까지 자세히 명시되어 있다.
‘김일성·김정일 기금’은 2013년 11월에 김정은이 처음 만든 것이다. 기금은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두고 있지만 사실상 강제성이 다분해 보인다.
북한 소식통은 “2013년 김정은의 지시로 해당 기금 사업이 만들어졌는데 크게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그동안은 강제성 없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바치게 했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금액까지 지정하는 등 강제성을 띠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금, 北 화폐 최대 5억원… 외화 5만 달러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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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치품. 사진=NKCHOSUN |
자료는 상급 당의 포치로 인민보안기관 안의 각급 당 조직들에 하달됐으며 ‘김일성·김정일 기금’의 단체기부형식, 단체기부등록방법, 단체기부증서수여기준에 대해 자세히 적어 놓았다.
단체기부형식을 보면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농목장) 등의 이름으로 하며 합영, 합작회사들과 외화벌이 기관들도 기부에 참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부등록방법에 관해서는 기부자등록프로그람(프로그램) ‘백옥3.0’을 이용하여 단체기부등록을 진행하되 ‘이름’란에는 단체 명의를 ‘생년월일’에는 기관 창립일을, ‘어머니 이름’에는 기관책임자 이름을 쓰라고 했다.
‘비고’란에는 기관 명칭을 등록하는데 인민보안기관 단체인 경우, 해당 단위 군부대 대호만 밝히고 종업원 단체인 경우에는 해당 단위 군부대 대호와 기업소 급수, 인원수를 밝혀 인민보안성 재정국2과 콤퓨터(컴퓨터)로 전송하라고 지시했다.
자료에 명시된 작성방법 예시를 보면 인민보안기관단체인 경우 (부대부문 포함) ‘단체명의, 1945-11-19, 리○○. 조선인민내무군 제○○○○군부대’로 밝히고 종업원단체인 경우, ‘단체명의, 2000-9-27, 차○○. 조선인민내무군 제2037군부대(특급) ○○○명’으로 밝히라고 제시했다. 위에서 말하는 1945-11-19(1945.11.19)는 북한 인민보안기관 창립일이다.
증서수여기준에서는 인민보안기관(부대부문 포함) 단체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경우, 단위 군관기구정원수에 따라 규정한 기부액수에 따라 증서를 수여하라고 밝혔는데 그 기준을 보면 기구정원수에 따라서 수여 기준이 다르다.
자료에 따르면 기구정원수가 100명 이상인 경우는 내화 2억원, 외화 2만 달러 이상이고 50~100명인 경우는 내화 7000만원, 외화 7000달러다. 이 밖에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농목장) 명의로 하는 경우 급수에 따라 규정한 기부액수에 따라 기부증서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북한군 소속 외화벌이 회사에서 일하다 탈북한 김성수(가명)씨는 “과거에도 군부대에 속해 있는 외화벌이 사업소 같은 곳에서 충성자금 명목으로 50만~100만 달러를 당에 바쳤다”면서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바쳐도 보상이나 어떠한 특혜도 없었다. 기부증서까지 만들어 진행하는 것을 보면 북한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북한 정권이 기부증서까지 만들어가면서 돈을 강요하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의 통치자금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현재 경제가 어려워 살기 어려운 북한 주민들이 이로 인해 더욱 어려움에 부닥쳤다”고 덧붙였다.
北, 인원수에 따라 특급, 1~6급 기업소로 분류
북한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들의 급수에 따라 기부금 액수를 규정,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해당 급수는 공장 규모와 인원에 따라 특급에서 6급까지 나누어진다. 자료에 있는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농목장) 명의로 하는 경우 급수에 따라 규정한 기부액수에 따라 기부증서를 수여한다”고 했다.
〈▲특급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농목장)은 내화 5억원, 외화 5만 달러 ▲1급 내화 2억원, 외화 2만 달러 ▲2급 내화 1억원, 외화 1만 달러 ▲3급 내화 8000만원, 외화 8000달러 ▲4급은 내화 7000만원, 외화 7000달러 ▲5급 내화 6000만원, 외화 6000달러 ▲6급 내화 5000만원, 외화 5000달러.〉
무역회사와 합영회사 등 해외와 거래하는 기업소들은 금액이 더 많았다. 제일 적은 금액이 북한 화폐로 1억원이다. 해당 내용이다.
〈무역회사, 대외 운수회사, 합영, 합작회사의 명의로 기부하는 경우 급수에 따라 규정한 기부액수에 따라 기부증서를 수여한다.
▲합영, 합작회사 전체와 특급, 1급 무역회사, 1급 대외 운수회사는 내화 5억원, 외화 5만 달러 ▲2급 무역회사 내화 4억원, 외화 4만 달러 ▲3급 무역회사와 2급 대외 운수회사 내화 3억원, 외화 3만 달러 ▲4급 무역회사와 3급 대외 운수회사 내화 2억원, 외화 2만 달러 ▲5급 무역회사와 4급 대외 운수회사 내화 1억원, 외화 1만 달러.〉
자료에 보면 해당 금액을 기부했을 때 기부증서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실제로 해당 금액은 북한 정권이 정해놓은 기부액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밖에도 재외에 거주하는 기관, 기업소는 등급이 아니라 무조건 내화 5억원, 외화 5만 달러를 바쳐야 한다.
북한은 또한 단체기부는 현금(내화, 외화) 또는 외화행표(한도 내에서 쓸 수 있는 백지수표 개념)로만 할 수 있다고 지정했다.
장성택의 측근으로 오랫동안 북한에서 무역업에 종사했던 탈북민 이정식(가명)씨는 “과거에는 이처럼 노골적으로 돈을 내놓으라고는 안 했다”며 “코로나19로 김정은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 지금처럼 기부금 증서를 만들어 서로 경쟁을 시키는 식으로 돈을 거둬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들도 돈 모으기 어려워진 건 마찬가지지만, 마약을 팔아서라도 기부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내에 있는 공장, 기업소들이 해당 금액을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증언했다.
“협동농장까지 기부금 바치라는 건 죽으라는 것”
자료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협동농장이다. 북한의 협동농장은 이익을 창출하는 곳이 아니다. 북한 농민들은 1년 내내 농사를 지어 모두 국가에 바친다. 북한 정권은 각 농장에서 거둬들인 식량으로 군량미와 주민들 배급을 충당했었다. 하지만 배급제가 폐지된 지금은 모두 군량미로만 들어가고 있다.
물론 농민들도 가을이 되면 협동농장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식량을 받는다. 하지만 그것으로 1년 식량을 충당하기는 역부족이다. 1990년 후반부터 비료 등 농사에 필요한 품목들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렇다 보니 1년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럴 경우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거의 없다.
1년에 국가에 바쳐야 하는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가에서 정해준 과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개인의 식량 창고를 털어서라도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 ‘고난의 행군’ 이후 농민들은 협동농장 일은 뒷전이고 자신이 몰래 일궈낸 토지에서 개인 농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의 농사는 당연히 점점 더 악화되어 가는 것이 현실이다.
또 최근 농장을 떠나 시내로 나가는 인구도 늘고 있다고 한다. 시내에 나가 장사라도 해서 먹고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농촌에까지 ‘김일성·김정일 기금’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성수씨는 “김정은이 얼마나 급했으면 농민들에게까지 충성자금을 내라고 하겠느냐”며 “과거 김정일도 농민들에게는 돈 내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탈북해 남한으로 온 김정림(가명)씨는 “지금 협동농장이 문제가 아니다. 조금 있으면 학생들에게도 충성자금을 내라고 할 판이다”면서 “협동농장들은 돈 날 구멍이 없다. 그런데 하도 당에서 내라고 하니 꼼수를 쓰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농장 관리위원장들은 1년 생산된 식량의 수량을 일부러 속여 보고한다”면서 “생산량이 100톤이면 70~80톤으로 보고한다. 그 나머지를 팔아 충성자금으로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식씨는 “협동농장에 그 많은 돈을 바치라고 하는 것은 죽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며 “아무리 식량을 팔아도 당에서 요구하는 돈을 충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루블 가치 사상 최저, 北 근로자 충성자금 채우지 못해”
김정은 통치자금 모으기 작업은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에게도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파견된 근로자들은 충성자금 압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근로자들과 무역업 종사자들의 경우 기부금 모금 때문에 당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중국의 한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폐쇄했던 북·중 국경을 개방했지만, 정작 물품을 사들일 자금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 파견한 외화벌이 근로자들에게 ‘상품이라도 좋으니 기부받아 조국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조선족 사업가 A씨는 “최근 북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위의 지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나에게 외상으로라도 물건을 먼저 받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이 막았던 국경 문을 열어놓긴 했지만, 정작 운영되는 곳은 단둥밖에 없다”며 “단둥도 예전만큼 물건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 내부 자금 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했다.
러시아에 파견된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루블 가치가 사상 최저로 하락하면서 북한 근로자들이 당에 바치는 충성자금에도 큰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고 월급 또는 시급으로 받는 화폐는 루블이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충성자금을 루블이 아닌 달러로 환산해 받는다. 루블의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지금 같은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월급이 높은 곳으로 가려면 현장 책임자에게 뇌물을 바쳐야 한다. 현장 책임자들도 노동자들에게서 받은 돈을 대부분 북한에 있는 간부들에게 다시 바쳐야 한다. 이유는 뇌물을 바쳐야 그곳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금 러시아 현지 근로자들은 충성자금 때문에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지난해 충성자금이 인상된데다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루블의 가치는 사상 최하로 떨어져 목표 금액 채우기 바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파견 근로자들은 3개월 연속으로 충성자금을 채우지 못하면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지금 그런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서도 김일성·김정일 기금 보낸 흔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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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운영하는 조선기금총회사에서 지급되는 김일성·김정일 기금 증서. 사진=조선기금총회사 |
대표적으로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사무실을 꾸려 중국인 직원까지 고용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해당 회사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는 김일성·김정일 기금이 어떻게 쓰이게 되는지, 기금을 낼 경우 어떤 우대가 주어지는지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국내의 친북 인사들과 북한을 찬양하는 단체나 개인들도 단둥지부를 통해 기금을 북한으로 보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를 통해 조선기금총회사에 전화를 걸어 그들이 지정해주는 계좌로 돈을 보내거나 직접 중국을 방문해 기금을 전달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근 들어 북한이 국내 친북 인사들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국내에서도 조선기금회사에 김일성·김정일 기금을 보낸 흔적이 발견돼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단둥지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2016년에 처음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활동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 2019년부터 김일성·김정일을 찬양하는 게시물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2020년엔 본격적으로 모금활동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A씨는 “북한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경제가 악화되면서 김정은의 비자금 모금이 많이 어려워진 것 같다”면서 “가끔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에서 돈을 바치라는 압박이 엄청나 힘들다며 우는소리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