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戰時비축미(2호미) 풀어 식량 공급하려 했지만, 이미 간부들이 빼돌려
⊙ 군량미 빼돌린 軍부대 등에서 급히 쌀 수입했지만 검역 차원에서 발목 잡혀
⊙ 국가시장판매소에서 식량을 살 때 외화 사용 허용
⊙ 군량미 빼돌린 軍부대 등에서 급히 쌀 수입했지만 검역 차원에서 발목 잡혀
⊙ 국가시장판매소에서 식량을 살 때 외화 사용 허용
- 지난 2010년 트럭에서 식량을 내리는 압록강 변의 북한 군인들. 북한은 최근 전시비축미까지 풀었다. 사진=뉴시스
세상만사는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계획대로 순조롭게 흘러가는 법이 없다. 그것이 인간사와 역사의 묘미일 터이다. 북한의 코로나19 방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엉뚱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속출하는 중이다.
북한은 2020년 초, 북중(北中) 접경지대를 폐쇄했다. 2020년 1월 28일, 코로나19 국가비상체계를 선포한 직후의 조치다. 같은 해 3월에는 ‘수입물자소독법’을 제정했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해외에서 들어오는 물자는 의무적으로 소독해야 한다는 법안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중 접경 전 구간에 2m가 넘는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고 3300V 고압 전력선 설치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탈북자와 밀무역(密貿易)을 철저히 막겠다는 뜻이다. 2020년 1월 22일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 단체 관광을 전면 중단하고, 1월 31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모든 비행기와 기차, 자동차의 운행을 중단한 초강수에 이은 움직임이다.
접경지대 완전 폐쇄는 보건일꾼들의 주장에 따른 조치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아니라도, 북한에서는 각종 전염병이 계절별로 유행한다. 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이 미비한 탓이다. 무엇보다도, 상하수도 상태가 열악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위생 수준은 한국의 1960년대에 미치지 못한다. 보건일꾼들은, 기존의 전염병에 코로나19까지 창궐하면 손쓸 방도도 없이 사회가 흔들린다고 보고했을 것이다. 김정은은 환전상(換錢商)을 총살하고, 밀수꾼들을 엄중하게 단속하며 위엄을 과시했다.
‘군량미 방출’했지만…
코로나19는 막았는지 모르지만, 식량 부족은 못 막았다. 유엔 제재까지 겹쳐, 북한의 대중(對中) 무역액은 80%가 줄어들었다. 만성 식량 부족에 공식·비공식 수입 길이 다 끊어지니 문제가 터졌다. ‘이러다간 다 굶어 죽겠다’는 원성이 북한 전역에 자자하다.
김정은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군량미 방출’이다. 2021년 6월 중순에 열린 노동당 제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 “원수님(김 위원장)과 당(黨)의 뜨거운 사랑과 배려로 전략(전시)물자를 풀어 식량을 공급한다”는 김정은의 ‘특별명령서’가 나왔다. 군(軍) 비축미인 ‘2호미’를 풀어 인민 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였다.
7월 1일부터 주민들에게 정상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실제로는 거의 집행된 사실이 없다. 정작 ‘2호 창고’에 쌀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략물자는 북한이 전쟁을 치르는 데 있어 마지노선이다. 설령 장병들이 굶어 죽어도, 전쟁이 터지지 않는 한 ‘2호미’는 어떤 경우에도 손을 댈 수 없다. 그런데 쌀이 없다? 서류상으로는 ‘모든 군량미 100% 완벽 보관 중’이다. 현실은 달랐다. 쌀 창고의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북한식 검열’의 결과다.
예를 들어, 또 다른 전략물자인 휘발유를 보자. 드럼통의 윗부분은 기름이 확실하다. 하지만, 검사용 꼬챙이가 닿지 않는 부분 이하는 물이다. 진짜 기름은 장마당을 거쳐 간부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지 오래다. 현금 중 극히 일부는 병사들의 식량으로 쓰이기도 했다. 매년 기름이 보급되지만, 하지 않은 기동훈련을 했다고 보고하며 물량을 빼돌린다. 혹시 모르는 일이라, 검사관에겐 미리 뇌물을 고여 정밀검사를 피한다.
쌀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 일선 군부대가 보관 중인 ‘전략물자’의 70~90%는 아마도 모래나 톱밥 혹은 그에 준하는 물건일 터이다. 그런데 ‘군량미를 풀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없는 물건’을 만들어내려니 군부대마다 비상이 걸렸다. 전략물자를 빼돌렸다고 이실직고(以實直告)를 할 수는 없다. 그건 국가반역죄에 해당하는 중범죄이기 때문이다. 직계가족 3대가 수용소에 가야 하는 멸문지화(滅門之禍) 감이다.
軍부대, 외국에서 쌀 수입
대처 방식은 부대마다, 지방마다 달랐다. 일단 ‘인차(곧) 준다’는 말로 시간을 번다. ‘도둑맞았다’는 소문을 내기도 한다. ‘관리소홀’ 책임은 있지만, 빼돌리고 착복한 것에 비해서는 죄질이 가볍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는, 방화(放火) 계획을 세우는 부대도 있다고 한다. 식량창고에 불이 나면, 누가 언제 어느 만큼을 빼돌렸는지 증거가 인멸된다. 물론 화재(火災)에 대한 책임은 남지만.
최상의 방책은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취한 자들이 돈을 갹출해 채우는 것이다. 북한 내부에는 쌀이 없으니 어떻게든 선을 대서 외국의 쌀을 사 와야 한다. 발 빠른 부대는 6월 이후 빠르게 움직였다. 자체적으로 특수무역 단위를 통해 해외에서 쌀을 들여왔다.
예전 같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방역방침 위반이라 문제가 커졌다.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실제 남포항으로 쌀이 들어왔는데,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고 무역이 중단된 조건에서 갑자기 쌀이 들어온 것에 이상함을 느낀 남포항 검역소가 이를 즉각 상부에 보고하면서 사달이 났다”고 한다. 검역소 직원들도 자신들의 생사가 달린 일이라 봐주고 말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별도 지시나 승인 없이 외부 물자가 유입되자 보건일꾼들이 들고일어났다. 코로나19가 퍼지면, 이유여하(理由如何)를 막론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다. 김정은이 코로나19 방역을 최우선적인 정책으로 내세우는 한, 방역이 뚫리는 건 곧 보건일꾼들의 목숨이 사라지는 일과 같다. 군부대의 식량 수입은 그래서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한’ 중대한 문제로 비화했다. 정치국 확대회의까지 열릴 정도였다.
북중 접경지대의 부대는 밀수 루트를 활용했다. 검역이나 보건 등 다른 분야의 눈치를 볼 일이 없었다. 그래서 들여온 쌀을 주민들에게 곧바로 판매했다. 격리 기간 없이, 위생검사를 하지 않고 푼 것이 문제였다. 한마디로 당 중앙의 명령을 거역해 비상방역망에 구멍을 냈기 때문이다.
新舊세대 모두 불만
‘배급’이 아니라 ‘판매’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배급’을 기대한 구세대로부터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예전엔 전 세계 쌀이란 쌀은 다 맛보게 해주더니 이제는 군량미마저 돈 받고 파느냐’는 비아냥이다. 신세대는 신세대대로 불만이다. ‘2호미’의 품질이 영 아니기 때문이다. 비축미 가운데 오래된 것부터 풀었다고는 해도, 눅눅하고 찰기가 없어 돈 주고 사 먹을 물건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 당국의 대응책은 두 가지다. 먼저, 군량미를 시장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다. 두 번째는 장마당에서 외화(外貨) 사용을 허용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북한 당국은 2020년 5월부터 외화 사용을 금지했다. 단속 요원들이 장마당을 돌아다니며 외화로 거래하는 사람들을 잡았다. 적발하면 외화를 모두 뺏고, 비(非)사회주의를 했다며 처벌했다. 북한 내 외화를 다 걷어 들이는 것이 목표였다. 무역회사에도 ‘보유 중인 외화를 신고하고, 외화가 필요하면 당국을 통해 내화(內貨)와 교환하라’고 지시한 것이 증거다.
안보 전문 매체 ‘프리덤앤라이프’는 지난 9월 6일 “북한이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 개선 조치 때 폐지한 외화 교환용 ‘돈표’를 최근 발행했다”며 “실물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2002년 6월까지 사용했던 ‘외화와 바꾼 돈표’의 재림이다. 모든 외화는 국가 소유, 민간인 외화 사용은 불법, 노동당 간부나 외화벌이 일꾼은 당국이 운영하는 환전소에 외화를 갖다 바치고 공식 환율에 따라 ‘돈표’를 받아 ‘외화상점’에서만 쓸 수 있는 조치의 부활이다.
이것이 왜 김정은에게 돈이 되는가. 2021년 10월 현재 공식 환율은 달러당 100원, 암시장 환율은 8000원 내외다. 한마디로, 차액만큼을 자기가 모두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그 첫 단계가 작년 12월에 실시한 ‘장마당 외화 유통 금지’다. 이 조치로 북한의 돈 가치에 거품이 끼며 암시장 환율이 한때 6000원 전후로 폭락하기도 했다. 시장이 아니라 정치가 끼어든 결과다. 달러가 있어도 쓸 수 없으니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환전상 총살’이 이 조치와 관련이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2020년 11월 보도한 ‘평양의학대학 조선노동당위원회가 범한 중대 범죄행위’도 외환 거래와 관련한 단속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식량 구입 시 外貨 사용 허용
그런데 이번에 살짝 물러섰다. ‘국가시장판매소에서 식량을 살 때 외화를 사용해도 된다’는 지시를 하달한 것이다. 쌀이나 강냉이(옥수수)를 외화로 사면, 국돈에 비해 20% 정도 싼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북한 당국은 민간의 외화를 확보할 수 있다면 20% 정도의 손해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식량 이외의 물건을 살 때는 여전히 북한 돈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으니, 시장을 억누르려는 본뜻은 꺾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떠오르는 사례가 있다. 2009년 11월 30일 기습적으로 단행했던 화폐개혁이다. 12월 11일 장마당 식량 판매 금지, 12월 28일 외화 사용 전면 금지, 2010년 1월 1일 장마당 전면 폐쇄 및 상행위 전면 금지 등, 김정은은 강경 일변도로 주민들을 몰아붙였다. 12월 중순 농민과 광부에게 1만5000원의 ‘김대장 하사금’을 내리고, 군관 월급 100% 인상, 12월 말에는 노동자 임금을 100배로 인상하는 성은(聖恩)을 베풀었지만, 반발이 거세 시장과 개인을 억누른 조치는 수명이 짧았다. 1월 28일 내각총리 김영일이 평양시 인민반장들 앞에서 화폐개혁 문제에 대해 사과했고, 2월 1일에는 시장 통제 및 외화 사용 금지를 해제해야 했다.
그랬는데도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정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충격요법 말고는 주민들을 진정시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3월 12일 전 노동당 재정경제부장 박남기, 전 노동당 재정경제부부장 김태영 등 100여 명을 강건군관학교에서 총살했다. 이들이 화폐개혁 소동의 책임자라는 이야기였다. 3월 18일 전후, 집단 총살에 대한 소문이 북한 전역에 퍼지면서 불온(不穩)한 분위기는 겨우 가라앉았다. 납득을 한 것인지, 공포감에 짓눌려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2021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코로나19로 사회를 억압하니, 북한 사회의 다른 곳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군부대에서도 시장에서도, 불만의 바람을 빼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북한은 2020년 초, 북중(北中) 접경지대를 폐쇄했다. 2020년 1월 28일, 코로나19 국가비상체계를 선포한 직후의 조치다. 같은 해 3월에는 ‘수입물자소독법’을 제정했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해외에서 들어오는 물자는 의무적으로 소독해야 한다는 법안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중 접경 전 구간에 2m가 넘는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고 3300V 고압 전력선 설치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탈북자와 밀무역(密貿易)을 철저히 막겠다는 뜻이다. 2020년 1월 22일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 단체 관광을 전면 중단하고, 1월 31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모든 비행기와 기차, 자동차의 운행을 중단한 초강수에 이은 움직임이다.
접경지대 완전 폐쇄는 보건일꾼들의 주장에 따른 조치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아니라도, 북한에서는 각종 전염병이 계절별로 유행한다. 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이 미비한 탓이다. 무엇보다도, 상하수도 상태가 열악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위생 수준은 한국의 1960년대에 미치지 못한다. 보건일꾼들은, 기존의 전염병에 코로나19까지 창궐하면 손쓸 방도도 없이 사회가 흔들린다고 보고했을 것이다. 김정은은 환전상(換錢商)을 총살하고, 밀수꾼들을 엄중하게 단속하며 위엄을 과시했다.
‘군량미 방출’했지만…
코로나19는 막았는지 모르지만, 식량 부족은 못 막았다. 유엔 제재까지 겹쳐, 북한의 대중(對中) 무역액은 80%가 줄어들었다. 만성 식량 부족에 공식·비공식 수입 길이 다 끊어지니 문제가 터졌다. ‘이러다간 다 굶어 죽겠다’는 원성이 북한 전역에 자자하다.
김정은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군량미 방출’이다. 2021년 6월 중순에 열린 노동당 제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 “원수님(김 위원장)과 당(黨)의 뜨거운 사랑과 배려로 전략(전시)물자를 풀어 식량을 공급한다”는 김정은의 ‘특별명령서’가 나왔다. 군(軍) 비축미인 ‘2호미’를 풀어 인민 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였다.
7월 1일부터 주민들에게 정상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실제로는 거의 집행된 사실이 없다. 정작 ‘2호 창고’에 쌀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략물자는 북한이 전쟁을 치르는 데 있어 마지노선이다. 설령 장병들이 굶어 죽어도, 전쟁이 터지지 않는 한 ‘2호미’는 어떤 경우에도 손을 댈 수 없다. 그런데 쌀이 없다? 서류상으로는 ‘모든 군량미 100% 완벽 보관 중’이다. 현실은 달랐다. 쌀 창고의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북한식 검열’의 결과다.
예를 들어, 또 다른 전략물자인 휘발유를 보자. 드럼통의 윗부분은 기름이 확실하다. 하지만, 검사용 꼬챙이가 닿지 않는 부분 이하는 물이다. 진짜 기름은 장마당을 거쳐 간부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지 오래다. 현금 중 극히 일부는 병사들의 식량으로 쓰이기도 했다. 매년 기름이 보급되지만, 하지 않은 기동훈련을 했다고 보고하며 물량을 빼돌린다. 혹시 모르는 일이라, 검사관에겐 미리 뇌물을 고여 정밀검사를 피한다.
쌀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 일선 군부대가 보관 중인 ‘전략물자’의 70~90%는 아마도 모래나 톱밥 혹은 그에 준하는 물건일 터이다. 그런데 ‘군량미를 풀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없는 물건’을 만들어내려니 군부대마다 비상이 걸렸다. 전략물자를 빼돌렸다고 이실직고(以實直告)를 할 수는 없다. 그건 국가반역죄에 해당하는 중범죄이기 때문이다. 직계가족 3대가 수용소에 가야 하는 멸문지화(滅門之禍) 감이다.
軍부대, 외국에서 쌀 수입
대처 방식은 부대마다, 지방마다 달랐다. 일단 ‘인차(곧) 준다’는 말로 시간을 번다. ‘도둑맞았다’는 소문을 내기도 한다. ‘관리소홀’ 책임은 있지만, 빼돌리고 착복한 것에 비해서는 죄질이 가볍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는, 방화(放火) 계획을 세우는 부대도 있다고 한다. 식량창고에 불이 나면, 누가 언제 어느 만큼을 빼돌렸는지 증거가 인멸된다. 물론 화재(火災)에 대한 책임은 남지만.
최상의 방책은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취한 자들이 돈을 갹출해 채우는 것이다. 북한 내부에는 쌀이 없으니 어떻게든 선을 대서 외국의 쌀을 사 와야 한다. 발 빠른 부대는 6월 이후 빠르게 움직였다. 자체적으로 특수무역 단위를 통해 해외에서 쌀을 들여왔다.
예전 같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방역방침 위반이라 문제가 커졌다.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실제 남포항으로 쌀이 들어왔는데,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고 무역이 중단된 조건에서 갑자기 쌀이 들어온 것에 이상함을 느낀 남포항 검역소가 이를 즉각 상부에 보고하면서 사달이 났다”고 한다. 검역소 직원들도 자신들의 생사가 달린 일이라 봐주고 말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별도 지시나 승인 없이 외부 물자가 유입되자 보건일꾼들이 들고일어났다. 코로나19가 퍼지면, 이유여하(理由如何)를 막론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다. 김정은이 코로나19 방역을 최우선적인 정책으로 내세우는 한, 방역이 뚫리는 건 곧 보건일꾼들의 목숨이 사라지는 일과 같다. 군부대의 식량 수입은 그래서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한’ 중대한 문제로 비화했다. 정치국 확대회의까지 열릴 정도였다.
북중 접경지대의 부대는 밀수 루트를 활용했다. 검역이나 보건 등 다른 분야의 눈치를 볼 일이 없었다. 그래서 들여온 쌀을 주민들에게 곧바로 판매했다. 격리 기간 없이, 위생검사를 하지 않고 푼 것이 문제였다. 한마디로 당 중앙의 명령을 거역해 비상방역망에 구멍을 냈기 때문이다.
新舊세대 모두 불만
‘배급’이 아니라 ‘판매’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배급’을 기대한 구세대로부터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예전엔 전 세계 쌀이란 쌀은 다 맛보게 해주더니 이제는 군량미마저 돈 받고 파느냐’는 비아냥이다. 신세대는 신세대대로 불만이다. ‘2호미’의 품질이 영 아니기 때문이다. 비축미 가운데 오래된 것부터 풀었다고는 해도, 눅눅하고 찰기가 없어 돈 주고 사 먹을 물건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 당국의 대응책은 두 가지다. 먼저, 군량미를 시장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다. 두 번째는 장마당에서 외화(外貨) 사용을 허용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북한 당국은 2020년 5월부터 외화 사용을 금지했다. 단속 요원들이 장마당을 돌아다니며 외화로 거래하는 사람들을 잡았다. 적발하면 외화를 모두 뺏고, 비(非)사회주의를 했다며 처벌했다. 북한 내 외화를 다 걷어 들이는 것이 목표였다. 무역회사에도 ‘보유 중인 외화를 신고하고, 외화가 필요하면 당국을 통해 내화(內貨)와 교환하라’고 지시한 것이 증거다.
안보 전문 매체 ‘프리덤앤라이프’는 지난 9월 6일 “북한이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 개선 조치 때 폐지한 외화 교환용 ‘돈표’를 최근 발행했다”며 “실물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2002년 6월까지 사용했던 ‘외화와 바꾼 돈표’의 재림이다. 모든 외화는 국가 소유, 민간인 외화 사용은 불법, 노동당 간부나 외화벌이 일꾼은 당국이 운영하는 환전소에 외화를 갖다 바치고 공식 환율에 따라 ‘돈표’를 받아 ‘외화상점’에서만 쓸 수 있는 조치의 부활이다.
이것이 왜 김정은에게 돈이 되는가. 2021년 10월 현재 공식 환율은 달러당 100원, 암시장 환율은 8000원 내외다. 한마디로, 차액만큼을 자기가 모두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그 첫 단계가 작년 12월에 실시한 ‘장마당 외화 유통 금지’다. 이 조치로 북한의 돈 가치에 거품이 끼며 암시장 환율이 한때 6000원 전후로 폭락하기도 했다. 시장이 아니라 정치가 끼어든 결과다. 달러가 있어도 쓸 수 없으니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환전상 총살’이 이 조치와 관련이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2020년 11월 보도한 ‘평양의학대학 조선노동당위원회가 범한 중대 범죄행위’도 외환 거래와 관련한 단속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이번에 살짝 물러섰다. ‘국가시장판매소에서 식량을 살 때 외화를 사용해도 된다’는 지시를 하달한 것이다. 쌀이나 강냉이(옥수수)를 외화로 사면, 국돈에 비해 20% 정도 싼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북한 당국은 민간의 외화를 확보할 수 있다면 20% 정도의 손해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식량 이외의 물건을 살 때는 여전히 북한 돈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으니, 시장을 억누르려는 본뜻은 꺾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떠오르는 사례가 있다. 2009년 11월 30일 기습적으로 단행했던 화폐개혁이다. 12월 11일 장마당 식량 판매 금지, 12월 28일 외화 사용 전면 금지, 2010년 1월 1일 장마당 전면 폐쇄 및 상행위 전면 금지 등, 김정은은 강경 일변도로 주민들을 몰아붙였다. 12월 중순 농민과 광부에게 1만5000원의 ‘김대장 하사금’을 내리고, 군관 월급 100% 인상, 12월 말에는 노동자 임금을 100배로 인상하는 성은(聖恩)을 베풀었지만, 반발이 거세 시장과 개인을 억누른 조치는 수명이 짧았다. 1월 28일 내각총리 김영일이 평양시 인민반장들 앞에서 화폐개혁 문제에 대해 사과했고, 2월 1일에는 시장 통제 및 외화 사용 금지를 해제해야 했다.
그랬는데도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정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충격요법 말고는 주민들을 진정시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3월 12일 전 노동당 재정경제부장 박남기, 전 노동당 재정경제부부장 김태영 등 100여 명을 강건군관학교에서 총살했다. 이들이 화폐개혁 소동의 책임자라는 이야기였다. 3월 18일 전후, 집단 총살에 대한 소문이 북한 전역에 퍼지면서 불온(不穩)한 분위기는 겨우 가라앉았다. 납득을 한 것인지, 공포감에 짓눌려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2021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코로나19로 사회를 억압하니, 북한 사회의 다른 곳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군부대에서도 시장에서도, 불만의 바람을 빼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