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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北 사치품 수입액으로 본 북한 경제

김정은 통치자금 2018년, 2019년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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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치품 수입으로 벌어들인 달러 모두 김정은 주머니로
⊙ 2018년, 2019년에 비해 확 줄어든 北 사치품 수입액… 김정은 금고 바닥났을 것
⊙ ‘달러’ 뺏기 위해 돈주들 줄줄이 처형
⊙ 현재 북한 식량 1년 수요 548만t에 비해 100여 만t 부족
⊙ 경제난 희생양 찾는 김정은, 경제 관련 당 간부들 숙청 중
⊙ 김정은의 ‘자력갱생’, 오히려 ‘제2의 고난의 행군’ 부를 것
사진=뉴시스
  북한 김정은의 통치자금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통계가 나왔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2020년 북한의 사치품 품목(통일부 고시 13개)별 수입액 현황’ 자료를 보면 2020년 북한의 사치품 수입액은 최대 2512만 달러(한화 291억15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치품 13개 품목의 수입액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음료 및 주류 510만 달러 ▲화장품 255만 달러 ▲가죽제품 46만 달러 ▲모피제품 5만 달러 ▲양탄자류 22만 달러 ▲귀금속류 35만 달러 ▲전자·전기기기 63만 달러 ▲차량 및 부품 54만 달러 ▲선박 0달러 ▲광학·의료기기 599만 달러 ▲시계 및 부품 887만 달러 ▲악기 36만 달러 ▲예술품 0달러.
 
  이는 2018년과 2019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 액수다.
 
  2018년의 경우, 북한의 사치품 도입액은 1억3788만 달러(한화 1597억3300여억원)로 추산됐다. 품목별 수입액을 보면 ▲음료 및 주류 4211만 달러 ▲화장품 1283만 달러 ▲가죽제품 571만 달러 ▲모피제품 500만 달러 ▲양탄자류 146만 달러 ▲귀금속류 72만 달러 ▲전자·전기기기 812만 달러 ▲차량 및 부품 201만 달러 ▲선박 0달러 ▲광학·의료기기 1040만 달러 ▲시계 및 부품 4642만 달러 ▲악기 264만 달러 ▲골동·예술품 46만 달러이었다.
 
  2019년에는 상반기에만 사치품 도입액이 8304만 달러(한화 962억원)였다.
 
  ▲음료 및 주류 1951만 달러 ▲화장품 552만 달러 ▲가죽제품 275만 달러 ▲모피제품 110만 달러 ▲양탄자류 56만 달러 ▲귀금속류 2만 달러 ▲전기·전자기기 11만 달러 ▲차량 및 부품 21만 달러 ▲선박 0달러 ▲광학·의료기기 650만 달러 ▲시계 및 부품 4525만 달러 ▲악기 150만 달러 ▲골동·예술품 1만 달러.
 
《월간조선》이 입수한 ‘2020년 북한의 사치품 품목(통일부 고시 13개)별 수입액 현황’ 자료를 보면 2020년 북한의 사치품 수입액은 최대 2512만 달러(한화 291억15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치품 수입액 김정은 통치자금과 연관
 
  국정원 관계자는 북한의 2020년 사치품 수입액이 2018년, 2019년 대비 급감한 것에 대해 “코로나19에 따른 국경통제 조치로 인한 교역량 대폭 감소, 주 수입원인 석탄 광물 등 수출 감소로 인한 외화 부족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치품 수입액은 김정은의 통치자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주(駐)영국 북한공사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이야기다.
 
  “북한에서 지난 10년 동안 장마당을 중심으로 시장경제가 돌아가면서 신분은 당 간부처럼 높지 않지만 부(富)를 축적한 돈주(신흥 부르주아)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평양에 있는 외화를 받는 이른바 ‘달러 상점’에 가서 사치품을 사는데, 달러 상점이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다 김정은 호주머니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 때문에 북한으로 사치품이 들어가지 못하니 돈주들은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고, 자동적으로 김정은의 수입은 줄어들게 된 겁니다.”
 

  국정원 슈퍼컴퓨터에 이력이 보관돼 있는 고위 탈북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사치품은 평양에 있는 달러 상점, 백화점으로 들어갑니다. 돈주들이 달러를 내고, 이 물품을 사지요. 이 달러는 모두 김정은한테 들어갑니다. 2018년, 2019년과 비교했을 때 2020년 사치품 수입액이 대략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으니, 김정은의 손에 들어가는 달러도 그만큼 줄었다고 보면 됩니다.”
 
  그는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 산하 10여 개의 총국이 거의 폐쇄 수준으로 외화벌이 활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김정은의 통치자금은 거의 말랐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미북회담 전제조건으로 고급 양주와 양복 등 사치품 수입 허용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달러 확보 위해 돈주들 죽이는 김정은
 
  달러 기근에 초조해진 김정은은 ‘돈주’들의 달러를 강탈하기 위해 그들에게 누명을 씌워 처형・숙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탈북자는 “김정은이 이런 어려운 상황에 쌀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워 돈주들을 줄줄이 처형・숙청하고 있다”며 “처형・숙청의 진짜 이유는 이들의 달러를 뺏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돈주 등 북한 엘리트층 사이에서는 자신들이 돈 버는 데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김정은이 ‘돈을 뺏으려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씌운다’는 불만이 상당하다고 한다.
 
  수많은 북한 주민이 아사(餓死)해도, 김씨 일가의 금고는 빈 적이 없었다.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경제난·태풍피해·코로나19 등 삼중고로 인민을 걱정한다며 울먹이던 김정은의 손목에는 스위스 명품 시계가 번쩍였다. 당시 김정은이 찬 시계는 스위스 IWC사(社)의 ‘포르토피노 오토매틱’ 제품으로 1만1700스위스프랑(약 1450만원) 상당이다.
 
  태 의원은 “북한 인민의 고난에 눈물지으면서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인 고가의 시계를 찬 모습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같은 양면성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함의”라고 했다.
 
 
  바닥 보인 김정은 금고
 
2019년 북한이 음력 설을 맞아 평양 주민들에게만 제공한 종합과자세트의 표지.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식량은 1년 수요 548만t에 비해 100여만t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이렇게 ‘마르지 않는 샘’이던 김정은의 금고가 바닥을 보이는 상태니, 북한 주민의 상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 현재 북한 경제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은행(한은)이 지난 7월 30일 발표한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4.5%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1997년(-6.5%) 이후 가장 큰 폭의 역(逆)성장이다. 2017년부터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북한 경제는 2019년 0.4%로 반등했다가 1년 만에 다시 고꾸라졌다.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37만9000원인데 한국(3762만1000원)의 3.7%에 불과했다.
 
  한은은 통일부, 농촌진흥청, KOTRA 등에서 북한 경제 기초 자료를 받아 한국의 가격, 부가가치율 등을 적용해 북한의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산출한다. 최정태 한은 국민소득총괄팀장은 “북한의 실물경제는 2003년 수준까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북 소식통들은 “현 북한 경제는 주민들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식량을 사기 위해 집기를 내다 팔아야 할 정도로 악화됐다”고 했다.
 
  북한의 농촌 지역 일부에서 지난해 분배받은 식량이 벌써 바닥난 이른바 ‘절량세대’가 발생했으며 심각한 기아 징후까지 나타나고 있다. 절량세대는, 분배된 것을 다 소비해버리고 먹을 곡식이 없는 세대를 말한다.
 
  일본의 북한 전문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절량세대는 해마다 6월 말이나 7월부터 생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4월 초부터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식량은 1년 수요 548만t에 비해 100여 만t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계 곡물인 보리와 감자 등을 40만t 정도 수확해 추수기까지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쌀값은 6월까진 급등세로 연초 대비 최대 2배까지 올랐다가 7월에 진정세를 보였지만 지금 다시 상승 추세라고 한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북한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 북한 당국이 식량난 문제 해소를 위해 군이 비축해둔 식량을 주민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보도(8월 9일)했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북한 당국 식량 판매소가 쌀·옥수수를 시장 평균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팔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은 내년 초까지 총 400만t에 달하는 군 비축미를 방출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이런 조치에 ‘무료 배급’을 기대하던 주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北 어린이 연령 올라갈수록 만성영양실조율 높아

 
  《월간조선》이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을 통해 입수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및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식량안보 긴급 합동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 식단의 대부분은 탄수화물이었으며(쌀, 옥수수 또는 감자) 대개 다양한 방법(국, 죽, 튀김, 면)으로 조리한 후 소량의 건조 미역, 시래기, 그리고 비교적 드물기는 하나 어떤 경우에는 된장 등을 곁들여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가구는 육류를 전혀 소비하지 않거나 매우 적은 양만을 소비하였으며, 육류가 포함된 식사는 친지들이 평양을 방문하는 경우나 제사같이 가끔 있는 행사 때만 가능한 상황이라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어린이의 연령이 올라갈수록 만성영양실조율(stunting rates)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북한의 만성영양실조율은 일부 도에서 32%에 달했으며, 농촌에 거주하는 유아의 경우 도시에 거주하는 유아보다 만성영양실조율이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공동 보고서 〈긴급 식량불안정 조기 경보: 2021년 8~11월 전망〉의 내용도 비슷하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연간 북한의 곡물 부족량이 86만t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북한 중앙통계국의 식량 상황표와 FAO 세계정보조기경보국(GIEWS)의 분석을 토대로 보면, 이 기간 북한의 곡물 수입 필요량은 최근 5년 평균과 비슷한 약 110만t이지만 공식 수입량은 20만5000t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도 최근 공개한 〈국제식량안보 평가 2021~2031〉 보고서에서 북한을 몽골·예멘과 함께 아시아에서 식량 상황이 가장 나쁜 3개국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104만t으로 추산하고, 주민 1630만명(63.1%)이 올해 식량 불안정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주민 1인당 하루에 열량 446kcal가 부족할 것으로 봤다.
 
  여기에 외환 통제와 국경 봉쇄로 달러와 위안화 가격이 하락하고 북한 원화 가격이 두 배로 상승한 것도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외화 가치가 하락하면 물가도 같이 떨어져야 하는데 북한에선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주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北 외교관 ‘때밀이’로 생계유지
 
  소위 엘리트 계층인 해외 체류 북한 외교관들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교관은 ‘때밀이’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국경 봉쇄로 1년 반 넘게 귀국하지 못한데다 월급도 못 받고, 사무실 임대료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이란 분석이다.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중국 내 일부 북한 외교관과 무역 일꾼들 속에서 사우나에 출근해 때밀이로 돈을 버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때밀이가 신분을 숨기고 돈벌이를 할 수 있는데다 주로 밤에 일하기 때문에 투잡이 가능하다”며 “수입이 짭짤하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중국 내 일부 외교관과 무역 일꾼들은 물론 그 부인들도 사우나를 찾아 때밀이를 한다”고 했다.
 
  전직 북한 무역 일꾼 출신 A씨는 “북한 당국이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해외 공관들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귀국까지 못 하니 때밀이라도 해야 먹고살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김정은은 북한의 경제난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전국노병대회 연설에서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 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 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라고 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8일 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선 “현재 어느 부문, 어느 단위나 조건은 대단히 어렵고, 없는 것도 부족한 것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어디에 기대를 걸거나 바라볼 것도 없다”며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했다. ‘고난의 행군’은 1990년대 중·후반 수십만~수백만명의 주민이 아사할 정도로 경제·식량난이 극심했을 때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내놓은 구호다.
 
  김정은은 경제난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 책임은 간부들에게 떠넘기는 모습이다. 자신이 계획한 화폐개혁이 실패하자,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경제부장에게 책임을 물어 죽인 것과 같다.
 
  김정은은 올해 상반기에만 전례 없이 당 전원회의를 세 차례 개최하며 간부들에 대한 숙청을 단행했다. 지난 1월 임명된 김두일 당 경제부장은 공개 비판을 받고 한 달 만에 교체됐고, 박태성 당 선전선동 비서 겸 부장도 임명 2개월 만에 사라져 실각·숙청설이 나온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식량 생산을 파괴했다며 농업 담당 비서를 총살한 바 있다.
 
  고위급 탈북민은 “아래로부터의 불만이 김정은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라며 “내부 동요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공포정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함께 북한 간부들은 경제정책 실패를 자인하며 반성문 릴레이를 벌이고 있다. 북한 내각과 경제 현장 간부들이 부문 간 협력 실패와 탁상행정, 형식주의 등 그간 만연했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며 자아비판을 하는 것이다.
 
  조용덕 내각 국장은 “경제 부문 간 유기적 연계와 협동이 원만히 보장되지 못했다”며 “금속·전력·석탄공업·철도운수를 비롯한 나라의 주요 경제 부문들의 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산에서 지장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상의 책임을 모두 내각 앞으로 돌렸다. 조 국장은 “유기적 연계와 협동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 책임은 우리 내각 일군(간부)들에게 있다”며 “비상한 각오로 경제적 난관과 애로들을 극복하기 위한 사업을 대담하게 전개했다면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대북제재에 동참한 시진핑 위협한 사연
 
  김정은은 경제난 극복, 자신의 비자금 조성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데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격언이 떠오를 정도다. 올해 들어 우리와의 대화 제의를 무시해오던 북한이 돌연 태도를 바꿔 통신선 복구에 합의한 배경에 ‘경제난 극복’이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외부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우선 남북대화에 호응하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남북 정상 간 주고받은 친서들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는 합의가 이미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식량 등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이 물밑에서 논의됐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50만t 규모의 쌀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북제재에 동참한 중국 시진핑 주석을 위협한 일도 있었다. 2017년 8월 6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에 경험해보지 못한 ‘지옥’을 보여줬다. 김정은 ‘금고지기’ 출신인 이정호씨는 “2017년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는 역사상 유례없는 제재로, 북한 지도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고 밝혔다. 대북제재가 북한의 핵심 돈줄 역할을 하던 광물·섬유·수산물 수출과 노동시장, 원유 수입 등 수출입 시장을 막아 북한의 자금줄이 많이 차단됐다는 것이다. 김정은을 코너 끝으로 몬 것은 혈맹인 중국의 제재 동참이었다.
 
  김정은은 중국, 그러니까 시진핑의 아킬레스건을 저격하기로 했다. 시진핑의 아킬레스건은 신장 위구르다. 이 지역은 19세기 중반 청나라의 통제력이 약해지면서 독립해 동튀르키스탄공화국이란 이름으로 몇 차례 건국했지만, 1949년 중국에 강제 병합됐다. 중국 정부는 분리·독립 세력이 강한 위구르족을 늘 감시하며, ‘재교육 센터’로 불리는 여러 곳의 강제수용 캠프에선 고문과 성폭행 논란이 끊이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신장 위구르 지역은 위구르족 1200만명의 고향이며, 인구 대부분은 무슬림이다.
 
  김정은은 2017년 10월 18일 열린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19차 당 대회) 일주일 전, 대형 화물차 두 대에 신장 위구르 무장 세력에게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게 포장한 무기를 한가득 싣게 한 후 ‘동주리물홈’[평안북도 벽동군 동주리와 마주하는 콴뎬현 다시차(大西岔)진 린장(臨江)촌으로 추정]이라는 곳으로 보냈다. 중국 당국은 트럭 안에 실린 신장 위구르 무장 세력에게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무기를 보고 발칵 뒤집혔다. 북·중 혈맹을 자랑하는 양국 간에 일어난 일이라곤 상상하기 어려운 사건이란 이유에서였다.
 
  대북 정보통은 “김정은이 신장 위구르 무장 세력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척 한 것은 ‘중국 너희가 미국놈들과 합세하여 제재에 동참하니까 우리는 이렇게 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며 “시진핑 입장에서는 굉장한 치욕이었지만, 실제로 북한이 신장 위구르 무장 세력에게 무기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것”이라고 했다. 실제 중국은 애꿎은 변방대대장과 ‘따릉이’라고 불리는 중국인 대북 밀수업자를 처형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김정은 경제정책 실질적 효과 없어

 
  이렇게까지 해서 김정은이 얻으려는 것은 통치자금과 핵무기다. 북한은 갈수록 악화하는 경제 상황에도 올해 상반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꾸준히 개발해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 요약본’에 따르면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고도화를 위해 외국에서 관련 부품과 기술을 입수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 패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갈수록 악화하는 경제난 극복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으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행하며 강경 도발에 매달리는 김정은은 과연 북한을 경제난에서 구할 수 있을까.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대북제재로 경제가 타격을 입은 상황에 더해 지난해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따른 교역 중단과 홍수로 인한 흉작 등으로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유 원장은 김정은이 내세우는 ‘자력갱생’이 오히려 ‘제2의 고난의 행군’을 부를 것이라고 했다.
 
  “자력갱생을 하려면 무엇보다 풍부한 자원과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생산시설은 물론 전력과 각종 부품 등 생산에 필요한 지원 수단 등이 마련돼야 합니다. 기술과 경험을 갖춘 노동력도 있어야 하지요. 낙후한 생산시설, 부족한 전력과 원자재 등 내부 자원이 고갈된 상태에서 자력갱생 방식으로 총체적인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020년 발간한 〈2016년 대북제재 이후 북한 경제의 변화와 신 남북협력 방향〉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김정은의 경제정책은 실질적인 효과는 없이 선언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하에서 현 수준의 경제 규모를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경제가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고 제재를 버텨내는 고비용 구조로 바뀌고 있다. 대북제재가 장기화하면 북한 경제가 수탈경제 형태로 변해 성장동력 자체를 상실할 수도 있다. 경제제재로 인한 북한의 민생경제가 악화하면 자본주의 세력에 대한 적대감을 높이고 이는 체제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져 개혁과 개방을 선택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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