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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북한요지경

특수부대 폭풍군단, 왜 朝中 국경에 배치됐나

양강도에서의 상납 줄어들자 국경부대 교체

글 : 장원재  장원재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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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에 정예 특수부대 폭풍군단, 朝中 국경 배치… 이상징후설 돌아
⊙ 軍과 지역사회의 유착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軍부대 교대 배치
⊙ “(북한에는) 물리학 제3법칙, 제4법칙이 있다. ‘고이면 움직인다, 움직이는 거리는 고인 양에 비례한다’”

張源宰
1967년생.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 영국 런던대학 연극학 박사 / 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경기파주영어마을 사무총장,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진행. (사)배우고나누는무지개 대표 역임 / 저서 《끝나지 않은 축구 이야기》 《오태석 연극: 실험과 도전의 40년》 《배우란 무엇인가》 등
망원경으로 국경 건너를 보고 있는 북한군 특수부대의 모습. 특수부대인 폭풍군단이 압록강변 국경으로 이동한 것을 두고 여러 가지 설이 돌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한 내에도 김정은의 몰락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극소수지만, 있다. 갈래는 여럿이다. 정통 공산주의자로부터 민주주의자, 기독교 복음주의자, 기업가 정신이 넘치는 자본가 등이 곳곳에서 활동 중이다.
 
  정통 공산주의자가 반(反)김정은 세력이라는 것이 의외로 여겨질 수도 있다. 전언에 따르면, 그들은 ‘김씨 일가 세습이 공산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며, 따라서 북한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된 공산주의가 실현된 적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목표는 김정은 일가를 타도하고 북한에 정통파 공산주의 사회를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각자의 지향점은 다르지만, 이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호소하는 사안이 있다. ‘서방의 시각으로 북한을 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국제 기준으로 판단하면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예측이다. 지금도 절량농가(絶糧農家)와 아사자(餓死者)가 있고, 만성적 수해 피해와 식량 부족에 시달리며, 도로·철도·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재적 접근법(內在的 接近法)으로 분석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북한은 전 세계에서 공전절후(空前絶後)한 방식으로 돌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위에서는 전 주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한다. 고문과 공개처형이 다반사이며 연좌제와 신분제가 공고하다. 식량이나 생필품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수준도 매우 낮다. 굶어 죽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고 생각한다.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열악함’은 그들에게는 열악함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기차로 3~4시간이면 갈 거리를 북한에서는 일주일을 잡고 간다. 그래도 불편함을 모른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삶의 기준이며 이미 적응 완료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걸어가는 것보다는 빠르고, 무거운 짐도 옮길 수 있지 않은가. 외국 기차를 타본 사람에게는 비교 대상이라도 있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불평까지는 몰라도 불만이 나오기는 어려운 것이다. 북한 당국은 만성 식량 부족을 ‘주민들의 낮은 기대수준’과 국제기구에 제출하는 ‘보고서 위조’로 헤쳐나간다. 북한이 총인구와 지원이 필요한 사람 수를 부풀린다는 건 이제 비밀도 아니다.
 
 
  北, 외부의 ‘북한 붕괴론’ 逆이용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바깥 세계의 목소리는 그래서 김정은의 몰락을 바라는 북한 내부 인사들에게는 엄청난 희망고문이다. 믿고 싶은데, 현실은 보도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배경이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 내 취재원의 문제다. 폐쇄사회 특성상 국지적(局地的) 사정이라면 몰라도 북한 전체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주민은 없다. 복수(複數)의 취재원에게서 여러 지역의 다양한 증언을 모아야 비로소 정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취재원의 ‘정보 가공’이 문제다. 외국 매체나 연구 기관에 자료나 증언을 전달하고 통화를 하는 일은 목숨을 건 행동이다. 그래서 외부 기관은 북한 주민 기준으로는 상당한 액수일 사례비를 지급한다. 시장 원리는 여기서도 어김없이 작동한다. 고급정보일수록 가격이 비싼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북한 내 취재원들도 어떤 정보가 더 비싸게 팔릴지를 안다. 그래서 정보를 가공한다. 팩트에 약간의 과장과 본인의 해석을 덧붙여 바깥 세계의 독자나 연구자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증언을 소개한 ‘보도’와 ‘현실’ 사이에 미세한 틈이 생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 당국은 이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간부와 주민들을 옥죄려면 북한 당국에는 ‘체제를 위협하는 외부의 적(敵)’이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붕괴론을 주창하는 외국 언론이나 연구 기관을 그들이 대(對)주민 선전에 적극 활용하는 이유다.
 
 
  폭풍군단의 朝中 국경 배치
 
  지난 8월 초, 도하 각 언론은 “북한이 대(對)테러 특수부대인 폭풍군단 병력 1500명을 양강도 조중(朝中) 국경 지역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동병력이 1500명이 아니라 3개 군단에서 차출한 1만여 명에 이른다는 소문도 있었다.
 
  폭풍군단이 움직인 것은 팩트다. 폭풍군단, 즉 인민군 11군단은 1969년에 특수8군단을 모체로 창설된 부대다. 특수8군단은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사건을 주도한 124군부대를 확대·개편한 부대다. 이들은 국군 특전사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인원도 많고 작전 반경도 전후방을 모두 포괄한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북한 특수부대의 이동을 ‘북한 이상징후의 서막’으로 해석하는 흐름이 있었다.
 
  혜산시에 도착한 폭풍군단 군인들은 당일로 양강도 조중 국경 연선(沿線) 전 지역에 분산 배치됐다. 이번에 양강도에 배치된 폭풍군단 군인들은 상당히 높은 훈련과 정치사상 교육을 받은 군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현지에 파견된 폭풍군단 군인들은 국경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법행위와 반국가행위에 대하여 단속처리 권한을 가졌다’ ‘양강도의 사법기관 성원들과 국경경비대 군인들도 국경 지역에서만큼은 폭풍군단의 통제를 받게 되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등의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양강도 일대 국경 전역에 폭풍군단 같은 특수부대를 배치하면서 국경 연선 지역들에는 더욱 삼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으며 주민들을 공포 분위기에 몰아넣고 있다’고 했다. 또 ‘양강도는 이미 코로나 사태로 2중, 3중으로 겹겹이 봉쇄되었는데, 폭풍군단까지 투입함으로써 주민 불만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폭풍군단 배치는 정기적인 것”
 
  하지만 자세한 사정은 조금 다를 수 있다. 폭풍군단의 전방 배치를 군사적 이상징후로 보는 것은 무리다. 미사일발사연구원인 제2자연과학원 기자로 17년을 근무했고, 현재는 유튜브 채널 ‘김길선의 평양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길선 기자는 북한 핵심부의 사정에 가장 정통한 사람 가운데 하나다. 김 기자는 “이번 교방(교대배치)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것”이라며 10년 단위로 군(軍)부대를 크게 이동하는 관례가 있다고 했다.
 
  주둔기간이 길어지면 군부대 지휘부와 지역사회 사이에 유대가 생긴다. 유대는 밀착을 낳고 밀착은 문제를 낳는다.
 
  김 기자에 따르면, 북한은 3원화한 경제체계를 가동하는 사회다. 제1경제는 김씨 일가에게 가는 궁정경제다. 제2경제는 핵무기와 군수물자 생산을 위한 체계다. 제3경제가 주민을 위한 민수(民需)경제다. 경제활동의 우선순위는 당연히 1, 2, 3번 순이다.
 
  제1, 제2 경제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외화(外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방법을 쓰든 외화를 조달하는 인물이 대접을 받는다. 외화벌이꾼들의 개인적 치부(致富)와 어느 정도의 비리·부패를 위에서 모르는 척 눈감아주는 이유다.
 

  군부대는 병력과 차량 등 ‘물품과 사람을 운반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군부대, 그중에서도 국경경비대는 외화벌이 돈주들의 최우선 교섭 대상이다. 북한에서는 권한이 있는 모든 곳에 뇌물이 존재한다. 아무리 사소한 권한이라도 예외가 없다. 각종 증명서, 기차표, 병원 치료 등을 받으려면 뇌물을 고여야 한다. 오죽하면 “(북한에는) 물리학 제3법칙, 제4법칙이 있다. ‘고이면 움직인다, 움직이는 거리는 고인 양에 비례한다’”는 농담이 있겠는가.
 
  돈주들의 탁월한 역량은 군부대를 지역사회의 안전부(경찰), 보위부(정보기관) 등 사법기관과도 끈끈하게 연결한다. 만에 하나 단속이 되더라도 앞뒤로 빠져나갈 길을 미리미리 여러 갈래로 확보하는 차원이다. 실행용 뇌물과 보험용 뇌물을 주고받으며 이들은 거대한 경제공동체가 된다. 간부들 사이에서 부패와 변질이 시작되는 것이다.
 
 
 
北 전체가 김정은의 私有物

 
  세월이 지나면 위로 가야 할 돈이 ‘개인과 공동체’를 위해 쓰이기 시작한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용납불가다. 실무자들이 어느 정도 잘사는 것은 봐줄 수 있지만, 수고비 이상의 이익을 취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주민을 포함한 북한 전체가 자신의 사유물(私有物)이다. 양강도 전역에서의 상납량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되었다’ ‘배은망덕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누구 덕택에 그만큼 돈을 버는데 감히 그런 짓을 하다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돈이 많아지면 엉뚱한 생각 품을 가능성도 늘어나기 마련 아닌가. 더 놓아두면 일 나겠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대 전체를 바꿔버린 것이리라.
 
  이것이 소생이 취재한 ‘지난 8월 특수부대 긴급 이동’의 뒷이야기다. 물론 소생의 글도 100% 정확한 분석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북한은 비밀과 감추고 싶은 사실이 많고, 외부인의 시각으로는 이해 불가능한 일이 수시로 벌어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또 다른 돈주들과 폭풍군단 수뇌부 사이에 벌써 뇌물거래가 시작되었다는 점, 그리고 10년 후에는 폭풍군단도 다른 군단과 전면 교체되는 일을 당하리라는 사실이다. 북한 체제가 과연 10년 후까지 존속할 수 있을지 그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함정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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