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기록에서 ‘편지 전문’과 ‘北 정치국 간부 명단’ 추가로 발견
⊙ 임종석이 두 차례 언급된 편지는 ‘개성공단 배후 부지 구축사업’ 관련 내용
⊙ ‘작성자’는 임종석과 同鄕인 사업가, ‘수신자’는 中 회사의 중견 간부로 추정
⊙ 임 전 실장, 편지 내용 전달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묵묵부답’
⊙ 임종석이 두 차례 언급된 편지는 ‘개성공단 배후 부지 구축사업’ 관련 내용
⊙ ‘작성자’는 임종석과 同鄕인 사업가, ‘수신자’는 中 회사의 중견 간부로 추정
⊙ 임 전 실장, 편지 내용 전달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묵묵부답’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동향(同鄕)인 한 사업가가 ‘개성공단 배후 부지 농축산업 단지 구축사업’을 제안한 중국의 한 회사 중견 간부(추정)에게 ‘임종석 실장에게 해당 사업의 취지를 전달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종석 전 실장이 청와대 비서실장 재임 중 작성된 이 편지는 《월간조선》(2019년 6월호)이 보도한 ‘북한산 석탄 반입 수사기록’에서 추가로 발견된 것이다. 본지(本誌)는 당시 기사에서 ‘피의자 신문조서’에 임종석 전 실장이 등장했음을 최초로 보도했다. 임 전 실장이 거론된 편지의 전문(全文)이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편지 작성자는 정○○이고, 수신자는 ‘박경철’이라는 사람이다. 다음은 수사기록에 첨부된 편지의 전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편지에 두 차례나 언급된 ‘임종석 비서실장’
〈박경철 총경리님!
4·27 정상회담 시 남북 두 정상 간에 발표할 공동 발표문은 많은 남북한 동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재외동포로서 박 총경리님이 제안하신 “개성공단 배후 부지 농축산업 단지 구축사업”(2000만 북한 동포의 먹거리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개성공단 옆 유휴부지에 옥수수와 벼 농장을 구축하는 시범 사업) 제안이 실현된다면 남북 협력을 공고히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축을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남측에서 북한에 제안하는 형식을 취한다면 북한이 역시 흔쾌히 이를 수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100년 후 통일을 약속하고, 30년간 단계적으로 양국이 노력하고, 3通(사람, 서신, 교통)을 위한 단계적 노력을 하고, 개성공단 지역과 동일하게 판문점 이남에 파주공단을 추가 조성하여, 평화의 공간을 만들어 비무장 지역인 공간에서 자유스럽게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것도 훌륭한 생각입니다.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전달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전달하기 전에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하고 전달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박 총경리님과 제가 만든 회사인 ㈜■■(익명 처리-기자 註)이 사업에 참여하는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일 것입니다. 또한 북한으로부터 투자 회수에 대한 보장책을 확보하는 것 역시 반드시 필요합니다.
벼와 옥수수 관련 시범 사업은 단계적으로 북한 전역에 사업을 확대할 수 있으며 또한 동일한 방법으로 축산(소, 돼지, 닭) 사업도 확대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이 보유한 오래된 비축미를 고온·고압으로 햇반으로 만들어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 총경리님의 이러한 사업 의도를 오래된 북한 인맥의 확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야만이 임종석 비서실장의 입장에서 북한에 제의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박 총경리님과 제 회사의 이익에 부합되어 사업전개를 할 수 있을 듯싶습니다.
남북 간의 정상회담에 일조하는 것은 국민된 도리로 당연한 일이지만, 사업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될 듯해서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丁○○ 올림
[4·27 남북정상(개성공단 배후 부지 활용) 제안 건 04.01.18.docx / 2018. 4. 12. 12:18:19]〉
여기서 ‘박경철’은 중국의 자동차 회사 서광자동차그룹 총경리(해당 회사의 총책임자 격)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과거 서광자동차의 라이선스를 그대로 들여와 ‘뻐꾸기’라는 차량을 제작한 적이 있다. 2005년에는 서광자동차 총재가 방북(訪北)해 북한 로두철 부총리와 만난 적이 있다. 그만큼 서광자동차는 북한과 밀접한 협력 관계에 있는 회사다.
수사자료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두 차례나 등장하는 이 편지뿐 아니라 〈‘개성공단 배후 부지 농축산업 단지 구축사업’ 사전 검토사항〉(이하 ‘검토사항’)이란 A4용지 한 장짜리 문서도 첨부돼 있었다.
‘검토사항’ 문서에 담긴 ‘제도적 허용 여부’를 보면 ‘북중, 남북 또는 3국 간 농축산 및 농축산 가공 관련 사업이 UN제재 위반이 아닌지?(근거)’라고 써 있다. 문제의 사업이 유엔 대북제재에 걸리진 않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계획 사업의 실체성’이란 항목에는 ‘북한 측의 조직 담당 및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북한 측의 사업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이라고 돼 있다. 이는 사업에 대해 북측의 의사가 무엇인지 확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미사일 발사 등 거듭되는 북한의 무력도발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2월 11일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임종석 전 실장, 本誌 취재에 ‘묵묵부답’
문제의 편지 내용이 임종석 전 실장에게 전달됐는지를 확인하고자, 지난 10월 11일 임 전 실장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 해당 내용을 전송했다. 그러면서 ▲편지의 내용을 정○○씨로부터 전달받은 바 있는지 ▲편지를 전달받지 못했다면, 편지에 담긴 ‘개성공단 배후 부지 농축산업 단지 구축사업’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지 ▲편지의 내용상 (임 전 실장이) 비서실장 재임 중, 대북사업에 일부 관여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런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기자는 임종석 전 실장이 해당 메시지를 읽은 것을 확인했으나, 임 전 실장은 기사 마감 시점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위 편지는 2018년 북한산 석탄 반입에 연루됐다가 불구속 기소된 A에너지 대표 이○○씨의 휴대전화에서 검찰이 확보한 것이다. 이○○씨는 ‘편지 작성자’ 정씨와 중동고 동창이다. 이씨는 북한산 석탄 반입 사건과 관련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그는 2012년에도 동종(同種) 혐의로 처벌받은 전과(前科)가 있다. 2018년 9월 13일 대구지방검찰청이 작성한 이○○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자.
〈문: 박경철 총경리는 누구인가요.
답: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제 고등학교 동창인 정○○(편지 작성자로 익명처리-기자 註)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제가 대북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저에게 휴대폰으로 이 문서를 보내주면서 검토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읽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문: 정○○이 임종석 비서실장과 친분이 있나요.
답: 동향이라고 하였습니다.〉
편지가 담긴 파일명은 ‘4·27 남북정상(개성공단) 배후 부지 활용 제안 건 04.01.18.docx’란 MS워드 파일이었고, 작성 시점은 2018년 4월 12일 12시18분19초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만난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보름 전이다. 문제의 편지는, 정씨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박경철의 사업 제안 내용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려는 차원에서 작성한 듯하다.
北 고위급 인사 명단도 추가로 발견
이○○씨는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진그룹과 미국계 식품회사 등에서 근무했다. 2008년, 북한산 석탄 등을 수입하기 위해 A에너지를 설립했다. 이씨는 식품 중개업에도 손을 댔는데, 인도산 옥수수와 밀가루, 말레이시아산 팜유와 식용유를 중국에 판매한 적이 있다고 한다. 기자는 이○○씨에게 정씨의 편지를 받은 경위에 대해 물어봤으나 이씨는 “《월간조선》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씨는 북한과 밀접하게 관련된 인물이다. 이씨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북한을 ‘조선’이라고 지칭하고, 두 차례 북한에 다녀온 점을 들어 그를 ‘간첩’으로 의심했다. 2017년 12월 6일 대구세관 조사 당시 이씨는 “북한에 두 번 갔다 온 적이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일반적인 한국인들과 달리 북한을 조선으로 지칭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대북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조선으로 지칭한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씨의 휴대전화에서 문제의 편지뿐 아니라 북한의 ‘정치국 간부 명단’도 확보했다. 이 명단 역시 《월간조선》을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명단에는 김영남, 황병서, 박봉주, 최룡해, 김기남, 김영철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사진과 이름이 담겨 있다.
이씨는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명단의 출처에 대해 “(중국 소재 대북 무역 업체) 홍콩성윤의 김영춘으로부터 받아서 갖고 있던 것”이라며 “대북사업을 하려면 북한 서열도 알고 있어야 하고 수시로 서열이 바뀌기 때문에 참고하라고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지 작성자’ 정○○도 ‘묵묵부답’
‘정○○-박경철’이 만들었다고 편지에 언급된 ㈜■■과(와) 정씨의 실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는 2017년 3월 28일 ‘부동산개발 시행업체’로 신설된 법인이다. 법인 주소지는 서울 개포동이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등재된 회사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라고 했다.
정씨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기자는 10월 14일 이 회사를 찾았다. 정씨는 사무실에 없었다. 정씨의 지인은 “(정씨가) 외부에 있다”며 “어떤 이유로 찾아왔는지 말해주면 (정씨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기자는 수사기록에 첨부된 문제의 편지와 ‘검토사항’ 문건을 정씨의 지인에게 건넨 뒤 “(편지 등 관련 사항에 대한) 정씨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사 마감이 임박해) 오늘(10월 14일)까지 답변을 원한다. 해당 서류와 함께 정씨에게 전해달라”며 기자의 명함을 지인에게 전달했다. 정씨 역시 기사 마감 시점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한편, 편지에 담긴 내용과 유사한 사업이 보도된 사실도 확인했다. 보도가 나온 시점은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나흘 만이다. 2018년 5월 1일, 한 일간지는 국회 농림축산해양식품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농어촌공사의 남북경제협력사업 검토 내역’에 대해 전했다. 신문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린다는 전제 아래 개성공단 배후 지역에 여의도 1.5배 크기의 농업단지 조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한 것이다.
이 내역에 따르면, 공사(公社)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 시 개성공업지구 1단계 북측 지역 약 460ha(460만m2)의 땅에 융복합 농업단지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위치는 황해북도 개성시 판문읍 일원 송도리 협동농장이었다. 이 외에도 공사는 ‘패키지 지원’을 고려했다. 농기계 지원 외에 인력 양성과 기술 교류를 한 번에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농산물 생산 방식과 기술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임종석 전 실장이 청와대 비서실장 재임 중 작성된 이 편지는 《월간조선》(2019년 6월호)이 보도한 ‘북한산 석탄 반입 수사기록’에서 추가로 발견된 것이다. 본지(本誌)는 당시 기사에서 ‘피의자 신문조서’에 임종석 전 실장이 등장했음을 최초로 보도했다. 임 전 실장이 거론된 편지의 전문(全文)이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편지 작성자는 정○○이고, 수신자는 ‘박경철’이라는 사람이다. 다음은 수사기록에 첨부된 편지의 전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편지에 두 차례나 언급된 ‘임종석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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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석탄 수사기록에서 발견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등장하는 편지 전문. |
4·27 정상회담 시 남북 두 정상 간에 발표할 공동 발표문은 많은 남북한 동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재외동포로서 박 총경리님이 제안하신 “개성공단 배후 부지 농축산업 단지 구축사업”(2000만 북한 동포의 먹거리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개성공단 옆 유휴부지에 옥수수와 벼 농장을 구축하는 시범 사업) 제안이 실현된다면 남북 협력을 공고히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축을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남측에서 북한에 제안하는 형식을 취한다면 북한이 역시 흔쾌히 이를 수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100년 후 통일을 약속하고, 30년간 단계적으로 양국이 노력하고, 3通(사람, 서신, 교통)을 위한 단계적 노력을 하고, 개성공단 지역과 동일하게 판문점 이남에 파주공단을 추가 조성하여, 평화의 공간을 만들어 비무장 지역인 공간에서 자유스럽게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것도 훌륭한 생각입니다.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전달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전달하기 전에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하고 전달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박 총경리님과 제가 만든 회사인 ㈜■■(익명 처리-기자 註)이 사업에 참여하는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일 것입니다. 또한 북한으로부터 투자 회수에 대한 보장책을 확보하는 것 역시 반드시 필요합니다.
벼와 옥수수 관련 시범 사업은 단계적으로 북한 전역에 사업을 확대할 수 있으며 또한 동일한 방법으로 축산(소, 돼지, 닭) 사업도 확대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이 보유한 오래된 비축미를 고온·고압으로 햇반으로 만들어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 총경리님의 이러한 사업 의도를 오래된 북한 인맥의 확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야만이 임종석 비서실장의 입장에서 북한에 제의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박 총경리님과 제 회사의 이익에 부합되어 사업전개를 할 수 있을 듯싶습니다.
남북 간의 정상회담에 일조하는 것은 국민된 도리로 당연한 일이지만, 사업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될 듯해서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丁○○ 올림
[4·27 남북정상(개성공단 배후 부지 활용) 제안 건 04.01.18.docx / 2018. 4. 12. 12:18:19]〉
여기서 ‘박경철’은 중국의 자동차 회사 서광자동차그룹 총경리(해당 회사의 총책임자 격)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과거 서광자동차의 라이선스를 그대로 들여와 ‘뻐꾸기’라는 차량을 제작한 적이 있다. 2005년에는 서광자동차 총재가 방북(訪北)해 북한 로두철 부총리와 만난 적이 있다. 그만큼 서광자동차는 북한과 밀접한 협력 관계에 있는 회사다.
수사자료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두 차례나 등장하는 이 편지뿐 아니라 〈‘개성공단 배후 부지 농축산업 단지 구축사업’ 사전 검토사항〉(이하 ‘검토사항’)이란 A4용지 한 장짜리 문서도 첨부돼 있었다.
‘검토사항’ 문서에 담긴 ‘제도적 허용 여부’를 보면 ‘북중, 남북 또는 3국 간 농축산 및 농축산 가공 관련 사업이 UN제재 위반이 아닌지?(근거)’라고 써 있다. 문제의 사업이 유엔 대북제재에 걸리진 않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계획 사업의 실체성’이란 항목에는 ‘북한 측의 조직 담당 및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북한 측의 사업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이라고 돼 있다. 이는 사업에 대해 북측의 의사가 무엇인지 확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미사일 발사 등 거듭되는 북한의 무력도발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2월 11일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임종석 전 실장, 本誌 취재에 ‘묵묵부답’
문제의 편지 내용이 임종석 전 실장에게 전달됐는지를 확인하고자, 지난 10월 11일 임 전 실장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 해당 내용을 전송했다. 그러면서 ▲편지의 내용을 정○○씨로부터 전달받은 바 있는지 ▲편지를 전달받지 못했다면, 편지에 담긴 ‘개성공단 배후 부지 농축산업 단지 구축사업’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지 ▲편지의 내용상 (임 전 실장이) 비서실장 재임 중, 대북사업에 일부 관여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런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기자는 임종석 전 실장이 해당 메시지를 읽은 것을 확인했으나, 임 전 실장은 기사 마감 시점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위 편지는 2018년 북한산 석탄 반입에 연루됐다가 불구속 기소된 A에너지 대표 이○○씨의 휴대전화에서 검찰이 확보한 것이다. 이○○씨는 ‘편지 작성자’ 정씨와 중동고 동창이다. 이씨는 북한산 석탄 반입 사건과 관련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그는 2012년에도 동종(同種) 혐의로 처벌받은 전과(前科)가 있다. 2018년 9월 13일 대구지방검찰청이 작성한 이○○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자.
〈문: 박경철 총경리는 누구인가요.
답: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제 고등학교 동창인 정○○(편지 작성자로 익명처리-기자 註)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제가 대북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저에게 휴대폰으로 이 문서를 보내주면서 검토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읽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문: 정○○이 임종석 비서실장과 친분이 있나요.
답: 동향이라고 하였습니다.〉
편지가 담긴 파일명은 ‘4·27 남북정상(개성공단) 배후 부지 활용 제안 건 04.01.18.docx’란 MS워드 파일이었고, 작성 시점은 2018년 4월 12일 12시18분19초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만난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보름 전이다. 문제의 편지는, 정씨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박경철의 사업 제안 내용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려는 차원에서 작성한 듯하다.
北 고위급 인사 명단도 추가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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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록에서 발견된 북한 ‘정치국 간부’ 명단. |
이씨는 북한과 밀접하게 관련된 인물이다. 이씨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북한을 ‘조선’이라고 지칭하고, 두 차례 북한에 다녀온 점을 들어 그를 ‘간첩’으로 의심했다. 2017년 12월 6일 대구세관 조사 당시 이씨는 “북한에 두 번 갔다 온 적이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일반적인 한국인들과 달리 북한을 조선으로 지칭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대북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조선으로 지칭한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씨의 휴대전화에서 문제의 편지뿐 아니라 북한의 ‘정치국 간부 명단’도 확보했다. 이 명단 역시 《월간조선》을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명단에는 김영남, 황병서, 박봉주, 최룡해, 김기남, 김영철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사진과 이름이 담겨 있다.
이씨는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명단의 출처에 대해 “(중국 소재 대북 무역 업체) 홍콩성윤의 김영춘으로부터 받아서 갖고 있던 것”이라며 “대북사업을 하려면 북한 서열도 알고 있어야 하고 수시로 서열이 바뀌기 때문에 참고하라고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박경철’이 만들었다고 편지에 언급된 ㈜■■과(와) 정씨의 실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는 2017년 3월 28일 ‘부동산개발 시행업체’로 신설된 법인이다. 법인 주소지는 서울 개포동이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등재된 회사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라고 했다.
정씨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기자는 10월 14일 이 회사를 찾았다. 정씨는 사무실에 없었다. 정씨의 지인은 “(정씨가) 외부에 있다”며 “어떤 이유로 찾아왔는지 말해주면 (정씨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기자는 수사기록에 첨부된 문제의 편지와 ‘검토사항’ 문건을 정씨의 지인에게 건넨 뒤 “(편지 등 관련 사항에 대한) 정씨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사 마감이 임박해) 오늘(10월 14일)까지 답변을 원한다. 해당 서류와 함께 정씨에게 전해달라”며 기자의 명함을 지인에게 전달했다. 정씨 역시 기사 마감 시점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한편, 편지에 담긴 내용과 유사한 사업이 보도된 사실도 확인했다. 보도가 나온 시점은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나흘 만이다. 2018년 5월 1일, 한 일간지는 국회 농림축산해양식품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농어촌공사의 남북경제협력사업 검토 내역’에 대해 전했다. 신문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린다는 전제 아래 개성공단 배후 지역에 여의도 1.5배 크기의 농업단지 조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한 것이다.
이 내역에 따르면, 공사(公社)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 시 개성공업지구 1단계 북측 지역 약 460ha(460만m2)의 땅에 융복합 농업단지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위치는 황해북도 개성시 판문읍 일원 송도리 협동농장이었다. 이 외에도 공사는 ‘패키지 지원’을 고려했다. 농기계 지원 외에 인력 양성과 기술 교류를 한 번에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농산물 생산 방식과 기술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