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는 체제 선전 도구, 노래 가사 바꿔 부른 당 간부들은 총살당해
⊙ ‘사랑은 내 조국에, 증오는 원수에게’라는 가사를 현송월-리설주에 빗대 ‘사랑은 情婦에, 증오는 본처에’로 바꿔 불러
⊙ 김일성이 여성 빨치산 위해 작곡했다는 혁명가요 원곡은 윤극영의 동요 ‘고드름’
張源宰
1967년 출생.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영국 런던대 연극학 박사 /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MBC 〈라디오 북클럽 장원재입니다〉 등 방송진행. 現 사단법인 배우고 나누는 무지개 대표 / 저서 《유럽축구에 길을 묻다-한국축구 산업화 방안》 《논어를 축구로 풀다》 《배우란 누구인가-장원재의 배우열전》 《Irish Influence on Korean Theatre during the 1920~1930s》 등
⊙ ‘사랑은 내 조국에, 증오는 원수에게’라는 가사를 현송월-리설주에 빗대 ‘사랑은 情婦에, 증오는 본처에’로 바꿔 불러
⊙ 김일성이 여성 빨치산 위해 작곡했다는 혁명가요 원곡은 윤극영의 동요 ‘고드름’
張源宰
1967년 출생.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영국 런던대 연극학 박사 /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MBC 〈라디오 북클럽 장원재입니다〉 등 방송진행. 現 사단법인 배우고 나누는 무지개 대표 / 저서 《유럽축구에 길을 묻다-한국축구 산업화 방안》 《논어를 축구로 풀다》 《배우란 누구인가-장원재의 배우열전》 《Irish Influence on Korean Theatre during the 1920~1930s》 등
- 북한은 혁명가극 〈꽃 파는 처녀〉의 주제곡을 김정일이 작곡했다고 선전하지만, 이 노래의 원곡은 미국 민요 ‘클레멘타인’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2014년 가을, 평양이 발칵 뒤집혔다. 김정은이 40일 동안 당 간부 10여 명을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총살했기 때문이다. 일설에는 총살당한 사람의 수가 50명 이상이라는 소문도 있다. 장성택 잔존세력을 청산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총살 죄목 중에는 노래 가사를 바꿔 불렀다는 것도 있었다.
북한 왕재산경음악단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사회주의는 우리 꺼야’라는 노래가 있다. 북한식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선전가다. 사형당한 사람들은 노래방에서 ‘사회주의는 우리 꺼야’를 ‘사회주의는 너희 꺼야’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북한의 대표적 체제 선전곡 ‘우리 당이 고마워’는 ‘너희 당이 고마워’로 바꿔 불렀다. 당에서 집과 쌀을 줘 행복하다는 원곡 가사를 비꼰 것이다. ‘사랑은 내 조국’이란 노래에는 김정은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도 집어넣었다. ‘사랑은 내 조국에, 증오는 원수에게’라는 가사를 ‘사랑은 정부(情婦)에, 증오는 본처에’로 바꿔 불렀다. 평양에서는 이 가사가 김정은의 과거 첫사랑으로 알려졌던 현송월과 부인 리설주를 빗댄 내용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소절별로 검열받으며 曲 만들어
북한에서는 노래 가사를 바꿔 부르는 사람을 사상범이나 정치범으로 취급한다. 북한에서 노래는 당이 엄중하게 관리하는 체제 선전의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모든 노래의 창작·유통·배급을 당국이 관리한다. 민간에서 마음대로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인 셈이다. 당연히 예술가 개인의 창작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앙에서 이러저러한 선전가요가 필요하다고 하면, 작업 지시를 받은 창작단에서 소절별로 검열을 받으며 곡을 만들어 올린다. 북한 노래의 내용이 김부자와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일색인 이유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로 ‘휘파람’이 있다. 여성에게 연심을 느낀 남성이 여성의 집 앞에서 휘파람을 분다는 내용이다. 북한 문화를 연구하는 최척호 박사는 《통일경제(현대경제연구원)》 2001년 5·6월호에 실은 〈북한의 음악: 대중가요〉라는 글에서 “보천보전자악단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는 생기발랄한 분위기의 가요인 휘파람은 6·25전쟁 당시 사망한 조기천 시인이 해방 직후 창작한 시 ‘휘파람’을 보천보전자음악단 작곡가인 이종오가 1980년대 말 노랫말로 고쳐 곡을 붙인 것”이라고 했다. 1985년 남북교류에 이어 한국 가요가 널리 퍼지면서, 개인의 감정을 담은 ‘북한산’ 노래를 만들어 남한에 대항할 필요가 있기에 선전선동 내용을 빼고 의도적으로 만든 노래라고 한다.
금지곡이 된 〈림꺽정〉 주제곡
그렇다면 당국이 모든 것을 관장함에도 금지곡이 있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화 〈림꺽정〉(1993)에 나온 주제가다. 〈림꺽정〉은 KBS가 조선목란비데오에서 2억원에 판권을 구입해 국내 방영을 한 적도 있다. 주인공 최창수가 한국 배우 김학철과 닮아 화제를 모으기도 한 작품이다. 노래 가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천에 사무쳤네/백성들 원한 소리/피눈물 고이었네/억울한 이 세상/사나이 천 번 죽어도 양반놈 때려 없애리
무거운 짐을 졌다/발등만 보지 마라/앞길을 내다보며/장부답게 살아가랴/농기계로 칼을 벼리면 이 마음이 후련하랴
문제는 ‘고난의 행군’ 시절에 이 노래가 북한 전역에서 지나치게 불렸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이 노래를 조선시대가 아니라 당대 북한의 현실에 빗대어 노래했다. 북한 영화에 나온 노래이니 어느 자리에서나 큰 소리로 불렀다. 독창도 하고 합창도 했다. 따라서 정권에 대한 분노와 계급사회를 무너뜨리자는 열망, 새로운 세상을 동경하는 가사 내용이 퍼져나가는 것 자체가 북한 당국에는 크나큰 위협이었다. 그래서 나온 조치가 2010년의 금지가요 지정이었고, 2015년 여름의 대대적인 단속이다. 선전부가 집집마다 들이닥쳐 〈림꺽정〉 주제곡이 들어 있는 카세트와 음반을 통째로 압수, 소각했다.
이처럼 ‘노래’를 사상검열의 연장선상에서 엄중하게 관리하는 사회이다 보니, 당 간부들의 개사(改詞)가 집단처형으로 이어진 것이다. 가사를 바꿔 부른 것뿐 아니라, 노래방에서 공공연하게 그것도 당 간부 여럿이 한데 어울려 김부자를 풍자한 내용을 음주하며 불렀다는 것은 반인반신(半人半神) 김정은에게는 견딜 수 없는 치욕이었을 터이다.
김정은의 북한을 IT(정보통신기술) 강국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노래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주체강국의 비료’를 ‘CNC 사탕 만드는 기계, CNC 과자 만드는 기계’로 바꿔 불렀다가 추방당한 노동자의 경우와는 사안의 경중(輕重)이 다른 것이다.
찬양 노래 개사한 노래가 가장 인기
체제 선전 가요는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아낼 수 없다. 이 틈을 파고드는 것이 한국 가요다. 회식이나 술자리, 친구 모임에서 널리 불린다. 김부자 찬양 노래를 부르면 “에이” 하는 야유가 터져 나오고 다음 모임 때 초대받지 못한다. 한국 노래, 즉 출처 불명의 노래를 부르면 “좀 놀 줄 안다”는 소리를 듣는다.
박수를 가장 많이 받는 것은 찬양 노래를 개사해 사람들을 웃기면서 노래하는 것이다.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찬양한 노래 ‘발걸음’의 ‘총창(銃槍)은 번쩍 발걸음 척척’을 ‘총칼은 스텐(스테인리스강) 박죽(개머리판)은 나무’로 바꿔 부르는 식이다. 배 속은 굶주렸는데 스텐과 나무로 만든 총을 들고 다니려니 힘들어 죽겠다는 개사가 뒤로 이어지는데, 비속어의 사용빈도가 너무 높아 여기에 옮기지 못한다.
개사 내용이 현실을 제대로 풍자한 경우, 대중의 호응을 받아 ‘바꿔 부른 가사’는 전국적으로 널리 퍼진다. 시대적 상황이나 정치적 징후 따위를 암시하는 민요로, 신라의 멸망과 고려의 건국,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을 암시하고, 미나리와 장다리로 인현왕후와 장희빈을 관련지어 노래했다는 참요(讖謠)의 현대판인 셈이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북한 주민 모두가 강제학습을 통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동요가 있다.
“자유의 강산에서 우리 자라고/평화의 낙원에서 꽃피어나는/새 나라 어린 동무 노래 부르자/세상에 부러울 것 그 무엇이냐.”
북한 전역에 널리 퍼져 역시 누구나 아는 이 노래의 개사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자유의 강산에서 강냉이 담는데/지나가던 할아버지 잡숴보세요/이빨 아파 못 먹겠다 너나 먹어라/그래도 오물오물 잡숴보세요.”
이 노래를 불렀던 탈북자들은,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젊어서 이를 뺀 사람들의 사정을 풍자한 노래라고 인식한다. 마지막 소절은 ‘고난의 행군’ 이후 ‘이놈의 두상 노친 배가 불렀군’으로 바뀐다. 개사곡도 시대상을 반영하며 변화하는 것이다.
동요 ‘고드름’은 김일성 작품?
금지곡으로 정하고 당 간부를 총살하면서 막으려 하는 것보다 북한 당국이 훨씬 더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노래를 표절한 사례가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이다. 표절의 주체가 김일성이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지금도 북한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누린다. 김일성 시대에는 배급도 나오고 사회주의가 잘 돌아갔다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지금도 적지 않다. 북한의 주장에 의하면, 모든 분야에 천재였던 김일성은 작곡 부문에도 불세출의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일찍이 빨치산 투쟁 시절, 글자를 모르는 부대원들에게 노래를 만들어 자본주의의 폐해를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권리를 박탈한 자본사회에/청춘의 푸른 꿈 못 피운 원앙/아느냐 그대야 여성 동무들.”
이 노래는 김일성이 작곡한 노래가 아니다. 원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고드름/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
유지영이 작사하고, 윤극영이 작곡해 1924년에 발표한 동요 ‘고드름’이다. ‘반달’ 작곡자이기도 한 윤극영이 외래민요나 창가가 아니라 우리 동요를 창작해 보급하자고 주장하며 노래 단체 ‘따리아회’를 만들어 동요 작곡과 지도에 매진하던 시기에 만든 노래다.
‘적기가’도 김일성 작품이라고 주장
김일성은 동요만 베낀 것이 아니다. 6·25 때 인민군가로 널리 불렸던 ‘적기가(赤旗歌)’가 있다. 6·25 당시를 배경으로, 북으로 간 애인 때문에 감옥에 갇힌 여성이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풀려날 수 있었지만 재판정에서 북한 노래를 불러 재수감되었다는 이야기가 최인훈의 소설에 나온다. 그때 그 여성이 부른 노래가 ‘인민의 기 붉은 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비겁한 자야 갈테면 가라’는 ‘적기가’다.
북한에서는 이 노래의 곡과 가사를 1930년대에 김일성이 직접 창작했다고 가르친다. 빨치산 시절부터 부르고 다닌 혁명투사들의 노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김일성이 이 노래를 지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 노래는 독일 민요 ‘탄넨바움(Der Tannenbaum)’에 영국인이 가사를 붙여 1880년대 말부터 유럽의 노동운동가와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던 노래다. 1920년대에는 ‘아카하타노의 노래(赤旗の歌)’로 번역되어 일본에도 소개되었다. 일본인들은 원래 4분의 3박자던 이 노래를 4분의 4박자의 행진곡풍 투쟁가로 바꾸었다. 일본식 변환을 거친 ‘적기가’는 1930년대에 한국에도 전해졌다. 일본어 가사를 한국어로 직역한 노래가 공산주의자들 사이에서 널리 불렸다.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을 전후해 대한민국에서는 금지곡이 되었다.
북한에서 공식적인 혁명가요 역할을 하는 이 노래의 멜로디는 대다수 한국인도 잘 알고 있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으로 알려진 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바로 그 노래이기 때문이다.
김부자 표절의 하이라이트는 〈꽃 파는 처녀〉다. 북한에서는 불후의 고전적 명작으로 불리며, 이른바 ‘5대 혁명가극’ 중 하나로 알려진 유명한 작품이다. 1920년대와 1930년대 초를 배경으로, 가난하고 순박한 처녀 꽃분이가 주인공이다. 꽃분이가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온갖 천대와 모욕을 받으면서도 꽃을 꺾어 파는 눈물겨운 생활을 하다가 현실에 절망하고 혁명의 길로 나서게 된다는 이야기다. 예전 북한 1원짜리 지폐의 모델 중 하나가 〈꽃 파는 처녀〉의 한 장면일 정도로 북한이 신성시하며 떠받드는 작품이다. 1930년 김일성이 직접 대본을 썼고, 1972년 김정일의 지도하에 혁명가극으로 각색되어 재창작되었다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표절
이 작품 도입부에 꽃분이의 유명한 독창곡이 나온다. 역시 북한의 모든 주민이 다 아는 북한의 ‘국민가요’다. ‘꽃 사세요 꽃 사세요 아름다운 빨간 꽃/부드럽고 빛깔 고운 아름다운 진달래’
그러나 이 노래는 김정일의 창작품이 아니다. 미국 민요 ‘클레멘타인’이 원곡이다. 1849년 미국 서부 금광 노동자들 사이에서 불리던 노래다. ‘클레멘타인’은 김일성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1919년 3·1운동 직후 한국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대구 출신의 음악가 박태원(‘오빠생각’ 등을 작곡한 박태준의 친형)이 한 독창회에서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 모르는 딸 있네’로, ‘금광’을 ‘바닷가’로 번안한 가사로 노래했다. 이후 한반도 전역과 만주로 이 노래가 널리 퍼져나갔다.
거대한 둑도 개미굴 하나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모든 방면에 전지전능했다고 선전하는 그 위대한 인물과 그 아들이 남의 것을 훔쳐서 자기 것이라고 자랑했다면?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이제까지 모두에게 숨기고 있었다면?
진실은 힘이 세다. 내 주변에는 ‘고드름’ ‘소나무야’ ‘클레멘타인’을 듣고 배신감에 허탈해하며 치를 떠는 탈북자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노래 한 곡이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이지만 이제껏 속아 살아온 세월이 분하고, 속은 줄도 모르고 있던 자신의 처지가 억울한 것이다. 그래서 노래 한 곡이 거대한 둑을 허무는 개미굴이 될 수도 있다. 오늘도 북한 전역에서는 한국 노래와 개사곡이 거대한 둑에 스며드는 물처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불리고 있을 것이다.⊙
북한 왕재산경음악단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사회주의는 우리 꺼야’라는 노래가 있다. 북한식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선전가다. 사형당한 사람들은 노래방에서 ‘사회주의는 우리 꺼야’를 ‘사회주의는 너희 꺼야’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북한의 대표적 체제 선전곡 ‘우리 당이 고마워’는 ‘너희 당이 고마워’로 바꿔 불렀다. 당에서 집과 쌀을 줘 행복하다는 원곡 가사를 비꼰 것이다. ‘사랑은 내 조국’이란 노래에는 김정은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도 집어넣었다. ‘사랑은 내 조국에, 증오는 원수에게’라는 가사를 ‘사랑은 정부(情婦)에, 증오는 본처에’로 바꿔 불렀다. 평양에서는 이 가사가 김정은의 과거 첫사랑으로 알려졌던 현송월과 부인 리설주를 빗댄 내용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소절별로 검열받으며 曲 만들어
북한에서는 노래 가사를 바꿔 부르는 사람을 사상범이나 정치범으로 취급한다. 북한에서 노래는 당이 엄중하게 관리하는 체제 선전의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모든 노래의 창작·유통·배급을 당국이 관리한다. 민간에서 마음대로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인 셈이다. 당연히 예술가 개인의 창작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앙에서 이러저러한 선전가요가 필요하다고 하면, 작업 지시를 받은 창작단에서 소절별로 검열을 받으며 곡을 만들어 올린다. 북한 노래의 내용이 김부자와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일색인 이유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로 ‘휘파람’이 있다. 여성에게 연심을 느낀 남성이 여성의 집 앞에서 휘파람을 분다는 내용이다. 북한 문화를 연구하는 최척호 박사는 《통일경제(현대경제연구원)》 2001년 5·6월호에 실은 〈북한의 음악: 대중가요〉라는 글에서 “보천보전자악단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는 생기발랄한 분위기의 가요인 휘파람은 6·25전쟁 당시 사망한 조기천 시인이 해방 직후 창작한 시 ‘휘파람’을 보천보전자음악단 작곡가인 이종오가 1980년대 말 노랫말로 고쳐 곡을 붙인 것”이라고 했다. 1985년 남북교류에 이어 한국 가요가 널리 퍼지면서, 개인의 감정을 담은 ‘북한산’ 노래를 만들어 남한에 대항할 필요가 있기에 선전선동 내용을 빼고 의도적으로 만든 노래라고 한다.
금지곡이 된 〈림꺽정〉 주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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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화 〈림꺽정〉의 주제곡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인민들이 널리 부르는 바람에 금지곡이 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
구천에 사무쳤네/백성들 원한 소리/피눈물 고이었네/억울한 이 세상/사나이 천 번 죽어도 양반놈 때려 없애리
무거운 짐을 졌다/발등만 보지 마라/앞길을 내다보며/장부답게 살아가랴/농기계로 칼을 벼리면 이 마음이 후련하랴
문제는 ‘고난의 행군’ 시절에 이 노래가 북한 전역에서 지나치게 불렸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이 노래를 조선시대가 아니라 당대 북한의 현실에 빗대어 노래했다. 북한 영화에 나온 노래이니 어느 자리에서나 큰 소리로 불렀다. 독창도 하고 합창도 했다. 따라서 정권에 대한 분노와 계급사회를 무너뜨리자는 열망, 새로운 세상을 동경하는 가사 내용이 퍼져나가는 것 자체가 북한 당국에는 크나큰 위협이었다. 그래서 나온 조치가 2010년의 금지가요 지정이었고, 2015년 여름의 대대적인 단속이다. 선전부가 집집마다 들이닥쳐 〈림꺽정〉 주제곡이 들어 있는 카세트와 음반을 통째로 압수, 소각했다.
이처럼 ‘노래’를 사상검열의 연장선상에서 엄중하게 관리하는 사회이다 보니, 당 간부들의 개사(改詞)가 집단처형으로 이어진 것이다. 가사를 바꿔 부른 것뿐 아니라, 노래방에서 공공연하게 그것도 당 간부 여럿이 한데 어울려 김부자를 풍자한 내용을 음주하며 불렀다는 것은 반인반신(半人半神) 김정은에게는 견딜 수 없는 치욕이었을 터이다.
김정은의 북한을 IT(정보통신기술) 강국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노래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주체강국의 비료’를 ‘CNC 사탕 만드는 기계, CNC 과자 만드는 기계’로 바꿔 불렀다가 추방당한 노동자의 경우와는 사안의 경중(輕重)이 다른 것이다.
찬양 노래 개사한 노래가 가장 인기
체제 선전 가요는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아낼 수 없다. 이 틈을 파고드는 것이 한국 가요다. 회식이나 술자리, 친구 모임에서 널리 불린다. 김부자 찬양 노래를 부르면 “에이” 하는 야유가 터져 나오고 다음 모임 때 초대받지 못한다. 한국 노래, 즉 출처 불명의 노래를 부르면 “좀 놀 줄 안다”는 소리를 듣는다.
박수를 가장 많이 받는 것은 찬양 노래를 개사해 사람들을 웃기면서 노래하는 것이다.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찬양한 노래 ‘발걸음’의 ‘총창(銃槍)은 번쩍 발걸음 척척’을 ‘총칼은 스텐(스테인리스강) 박죽(개머리판)은 나무’로 바꿔 부르는 식이다. 배 속은 굶주렸는데 스텐과 나무로 만든 총을 들고 다니려니 힘들어 죽겠다는 개사가 뒤로 이어지는데, 비속어의 사용빈도가 너무 높아 여기에 옮기지 못한다.
개사 내용이 현실을 제대로 풍자한 경우, 대중의 호응을 받아 ‘바꿔 부른 가사’는 전국적으로 널리 퍼진다. 시대적 상황이나 정치적 징후 따위를 암시하는 민요로, 신라의 멸망과 고려의 건국,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을 암시하고, 미나리와 장다리로 인현왕후와 장희빈을 관련지어 노래했다는 참요(讖謠)의 현대판인 셈이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북한 주민 모두가 강제학습을 통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동요가 있다.
“자유의 강산에서 우리 자라고/평화의 낙원에서 꽃피어나는/새 나라 어린 동무 노래 부르자/세상에 부러울 것 그 무엇이냐.”
북한 전역에 널리 퍼져 역시 누구나 아는 이 노래의 개사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자유의 강산에서 강냉이 담는데/지나가던 할아버지 잡숴보세요/이빨 아파 못 먹겠다 너나 먹어라/그래도 오물오물 잡숴보세요.”
이 노래를 불렀던 탈북자들은,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젊어서 이를 뺀 사람들의 사정을 풍자한 노래라고 인식한다. 마지막 소절은 ‘고난의 행군’ 이후 ‘이놈의 두상 노친 배가 불렀군’으로 바뀐다. 개사곡도 시대상을 반영하며 변화하는 것이다.
금지곡으로 정하고 당 간부를 총살하면서 막으려 하는 것보다 북한 당국이 훨씬 더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노래를 표절한 사례가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이다. 표절의 주체가 김일성이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지금도 북한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누린다. 김일성 시대에는 배급도 나오고 사회주의가 잘 돌아갔다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지금도 적지 않다. 북한의 주장에 의하면, 모든 분야에 천재였던 김일성은 작곡 부문에도 불세출의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일찍이 빨치산 투쟁 시절, 글자를 모르는 부대원들에게 노래를 만들어 자본주의의 폐해를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권리를 박탈한 자본사회에/청춘의 푸른 꿈 못 피운 원앙/아느냐 그대야 여성 동무들.”
이 노래는 김일성이 작곡한 노래가 아니다. 원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고드름/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
유지영이 작사하고, 윤극영이 작곡해 1924년에 발표한 동요 ‘고드름’이다. ‘반달’ 작곡자이기도 한 윤극영이 외래민요나 창가가 아니라 우리 동요를 창작해 보급하자고 주장하며 노래 단체 ‘따리아회’를 만들어 동요 작곡과 지도에 매진하던 시기에 만든 노래다.
‘적기가’도 김일성 작품이라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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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기가’를 부르는 북한 가수. 김일성이 작곡했다고 선전하는 이 노래의 원곡은 독일 민요 ‘탄넨바움’이다. |
북한에서는 이 노래의 곡과 가사를 1930년대에 김일성이 직접 창작했다고 가르친다. 빨치산 시절부터 부르고 다닌 혁명투사들의 노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김일성이 이 노래를 지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 노래는 독일 민요 ‘탄넨바움(Der Tannenbaum)’에 영국인이 가사를 붙여 1880년대 말부터 유럽의 노동운동가와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던 노래다. 1920년대에는 ‘아카하타노의 노래(赤旗の歌)’로 번역되어 일본에도 소개되었다. 일본인들은 원래 4분의 3박자던 이 노래를 4분의 4박자의 행진곡풍 투쟁가로 바꾸었다. 일본식 변환을 거친 ‘적기가’는 1930년대에 한국에도 전해졌다. 일본어 가사를 한국어로 직역한 노래가 공산주의자들 사이에서 널리 불렸다.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을 전후해 대한민국에서는 금지곡이 되었다.
북한에서 공식적인 혁명가요 역할을 하는 이 노래의 멜로디는 대다수 한국인도 잘 알고 있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으로 알려진 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바로 그 노래이기 때문이다.
김부자 표절의 하이라이트는 〈꽃 파는 처녀〉다. 북한에서는 불후의 고전적 명작으로 불리며, 이른바 ‘5대 혁명가극’ 중 하나로 알려진 유명한 작품이다. 1920년대와 1930년대 초를 배경으로, 가난하고 순박한 처녀 꽃분이가 주인공이다. 꽃분이가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온갖 천대와 모욕을 받으면서도 꽃을 꺾어 파는 눈물겨운 생활을 하다가 현실에 절망하고 혁명의 길로 나서게 된다는 이야기다. 예전 북한 1원짜리 지폐의 모델 중 하나가 〈꽃 파는 처녀〉의 한 장면일 정도로 북한이 신성시하며 떠받드는 작품이다. 1930년 김일성이 직접 대본을 썼고, 1972년 김정일의 지도하에 혁명가극으로 각색되어 재창작되었다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 도입부에 꽃분이의 유명한 독창곡이 나온다. 역시 북한의 모든 주민이 다 아는 북한의 ‘국민가요’다. ‘꽃 사세요 꽃 사세요 아름다운 빨간 꽃/부드럽고 빛깔 고운 아름다운 진달래’
그러나 이 노래는 김정일의 창작품이 아니다. 미국 민요 ‘클레멘타인’이 원곡이다. 1849년 미국 서부 금광 노동자들 사이에서 불리던 노래다. ‘클레멘타인’은 김일성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1919년 3·1운동 직후 한국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대구 출신의 음악가 박태원(‘오빠생각’ 등을 작곡한 박태준의 친형)이 한 독창회에서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 모르는 딸 있네’로, ‘금광’을 ‘바닷가’로 번안한 가사로 노래했다. 이후 한반도 전역과 만주로 이 노래가 널리 퍼져나갔다.
거대한 둑도 개미굴 하나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모든 방면에 전지전능했다고 선전하는 그 위대한 인물과 그 아들이 남의 것을 훔쳐서 자기 것이라고 자랑했다면?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이제까지 모두에게 숨기고 있었다면?
진실은 힘이 세다. 내 주변에는 ‘고드름’ ‘소나무야’ ‘클레멘타인’을 듣고 배신감에 허탈해하며 치를 떠는 탈북자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노래 한 곡이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이지만 이제껏 속아 살아온 세월이 분하고, 속은 줄도 모르고 있던 자신의 처지가 억울한 것이다. 그래서 노래 한 곡이 거대한 둑을 허무는 개미굴이 될 수도 있다. 오늘도 북한 전역에서는 한국 노래와 개사곡이 거대한 둑에 스며드는 물처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불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