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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北정상회담 그 후

국제전략적 관점에서 본 美北정상회담

트럼프,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내기 시작

글 : 이춘근  한국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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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북한은 敵이지만, 적수이거나 전략적 위협은 아니라고 인식
⊙ 김계관, 2007년 미국인들에게 “북한이 중국을 견제해 줄 수 있다”고 발언
⊙ 북한을 손에 넣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 시작돼

이춘근
195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역임. 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저술
6월 12일 김정은과 함께 카펠라호텔을 산책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김정은에게 손을 내밀었다. 사진=뉴시스
  2018년의 전반부는 남북한 관계의 역사상 가장 반전(反轉)이 심했던 기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월 1일 신년사에서 미국과 핵전쟁을 벌일 자신이 있으며, 자신 사무실에는 핵단추가 있다고 호언(豪言) 혹은 허언(虛言)을 날렸던 김정은이 트럼프와 회담을 벌일 정도로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1월 초 트럼프와 김정은이 주고받았던 말 폭탄의 수준과 비교해 보면 북한의 외양(外樣)이 변한 것은 확실했다. 트럼프의 말 폭탄도 그 내용이 180도 달라졌다. 미국의 유명한 잡지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의 논설은 “아무리 현실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하찮은 살인자(tinpot killer)를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라고 묘사한 것은 너무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6월 12일 열렸던 싱가포르 미북(美北)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 그렇게 치하했던 것이다. 《내셔널 리뷰》지는 “김정은을 상대해야 하지만 그는 북한 인민들에 기생(寄生)해서 살고 있는, 모든 인도적 규범을 위반하며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나라를 이끄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지만 결국 트럼프-김정은의 정상회담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사고 없이 치러졌다. 트럼프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도 않았으며 김정은도 살인자의 이미지를 벗고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하는 일국의 지도자로 그 이미지가 대폭 격상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회담 자체를 비판적으로 보던 사람들이 우려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졌다?
 
  물론 한 번의 회담이 평화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평화로 귀결되는 것도 전혀 아니며 김정은의 외양이 변했다고 그의 내심도 변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또한 트럼프가 이상한 말을 해대기 시작했다고 그의 본심이 변한 것이라고 예단해서도 안 된다. 회담이 끝난 후 《폭스(Fox)》 뉴스의 샨 해니티 앵커와 인터뷰를 한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레토릭은 싫어하며 그러기 원치 않는다. 그런 말을 할 때 나는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선택 대안이 없을 때도 있다.”
 
  우리는 어떤 것이 그 사람의 본심을 반영한 것이고 어떤 것이 본질을 의미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트럼프-김정은의 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는 양적(量的)인 면에서는 압도적으로 부정적이다. 소위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압도적으로 반(反)트럼프라는 사실을 알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들은 작년 여름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을 때는 “미국과 북한은 핵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를 비난했다. 회담 후에는 “트럼프가 자신을 위한 쇼를 했다”면서 “트럼프가 패하고 김정은이 승리, 미국의 이익을 훼손시켰다”고 비난한다. 언론의 거의 대부분이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트럼프의 패배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그들의 비난이 논리적・실질적으로 정당한 것도 아니며 트럼프는 그들의 비난에 전혀 기가 죽는 모습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수주의자들이 트럼프를 배신자나 되는 것처럼 비난하며 김정은이 승리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트럼프 완패, 김정은 완승”과 같은 신문 사설 타이틀도 있을 정도다. 국제정치의 원칙을 통째로 무시한 이 같은 제목은 우리에게 득 될 것이 없다. 어떤 강대국이 약소국과의 회담에서 완패를 할까? 만약 미국이 정말로 완패를 당했다면 적어도 한두 달 이내에 판을 뒤집어놓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마저 비난하면 한국은 어느 나라와 협력하겠다는 것인가? 본 글은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을 냉정한 관점에서 분석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IQ가 156에 이르는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가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엉성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美北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미북정상회담의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 미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경과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 특사들이 3월 5일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국 특사단은 미국을 방문,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말을 전했고 말을 전해 들은 트럼프는 즉석에서 자신도 김정은을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한국 특사들에게 그 사실을 발표하라고 했다. 그러는 중 남북한정상회담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렸다. 5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6월 12일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다가 사달이 발생했다. 5월 16일, 17일 북한의 외무성 부상(副相) 김계관이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비난하며 그럴 경우 정상회담을 파기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다음날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미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을 시비 걸며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을 비난했다. 왜 북한과 공조하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5월 22일 불과 수십 분 정도 지속된 한미정상회담이 있었다. 5월 21일 북한 외무성 부장인 최선희는 미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 ‘핵으로 한판 붙자’까지는 괜찮았는데 최선희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동료 중 한 명인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인 바보(political dummy)”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즉각적으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편지에는 북한을 핵 공격할 능력이 충분하지만 그럴 일이 없기를 하나님께 기도한다는 내용까지 있었다. 트럼프는 편지에 김정은을 향해 마음이 변하면 언제라도 편지 혹은 전화를 하라고 썼다.
 
  놀랍게도 북한의 반응은 대화를 하자는 것이었다. 차후 알려진 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고문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김정은이 회담을 열자고 “무릎 꿇고 빌었다(begged with hands and Knees)”고 말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의 이 같은 모욕적인 발언에 대해 북한은 대꾸하지 못했다.
 
  필자는 김정은이 어떻게 싱가포르까지 갈지 궁금했다. 외교는 격식과 허세가 필수적인 것인데 북한은 싱가포르까지 자신 있게 날아갈 비행기도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까지 갈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갖고 있다고 호언하는 나라의 지도자는 중국의 관용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싱가포르에 도착 이전, 김정은과 그 일행이 묵고 싶어 하는 호텔의 경비를 누가 내야 하는가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공산주의자들은 회의가 시작되기 전 그 장소 및 분위기를 설정(setting)하는 데 대단히 큰 신경을 쓴다. 회담 장소 그 자체에서 상대방을 압도하기 위해서다. 김정은은 이처럼 불리한 측면에서 회의에 임한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자신과 만나서 회담을 할 경우 자신은 김정은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이며, 북한을 위대한 경제 및 금융 국가로 바꿔 주겠다고 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사정없이 파멸(Total Decimation)당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싱가포르가 경제국가, 금융국가의 모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미군 유해 발굴의 의미
 
미국 의회는 북한에 나포된 푸에블로호 선체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이번 미북정상회담은 아무런 알맹이 없는 회담이라고 많은 이가 말한다.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위원장이 약속한 최초의 문건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두 나라 정상의 사인이 들어간 문건이니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정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괄적(comprehensive)인 합의를 이루었다고 말했지만 공동성명의 길이가 400단어도 안 되는 짧은 문서일 뿐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과연 그럴까? 공동선언의 4개 문항을 심각하게 읽어보고 그 의미를 파악해 보자.
 
  제1항은 미국과 북한이 각각 두 나라 국민들의 평화와 번영에 관한 염원에 따라 새로운 미북관계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북한에도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이 있는 것인지 자못 의미심장한 문구다.
 
  제2항은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에 지속성 있는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제3항은 북한이 그 행동을 하는 나라로 되어 있는데 4월 27일 판문점 회담에서 약속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非核化)를 향해 헌신할 것을 재확인한다는 말이다. 행위 주체가 북한뿐이다. 제3항의 영문(英文)은 다음과 같다.
 
  〈Reaffirming the April 27, 2018 Panmunjom Declaration, the DPRK commits to work towards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제4항은 북한이 한국전쟁 당시 미국군 전사자 및 실종자의 유골 발굴에 적극 협력한다는 것이다. 이 항목이 가장 구체적이며 가장 의미심장한 것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취임한 후 수많은 미국 시민이 편지 등을 통해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병사의 유골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고 밝히고 이들의 애타는 요청을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쟁에서 전사(戰死)한 7800명의 미군 병사가 있는데 그중 5300명이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지부진했다. 1996년부터 2005년에 이르는 10년간 겨우 229세트의 미국인 유물들이 발견되었을 뿐이다. 5000명 이상의 유해가 아직 북한 지역에 있다는 의미다. 얼마나 많은 미군 병사가 들어가서 발굴 작업을 전개하게 될 것인지를 상상해 보자. 그렇지 않아도 미국 의회는 1968년 원산 앞바다에서 나포되어 북한 당국이 미(美)제국주의의 침략성을 교육시키는 시설로 대동강에 띄워놓은 푸에블로(Pueblo)호를 돌려달라는 결의안을 낸 상황이다.
 
  이처럼 불과 4가지밖에 되지 않는 약속이지만 북한이 이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대단한 일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트럼프는 이미 작은 문건에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다고 말했다. 4시간 정도 대면하여 많은 이야기를 했을 터이다. 트럼프는 문자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것이 약속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北核은 절대 不可

 
  “북한은 결코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리 없다”는 철칙이다. 김씨 왕조는 지난 60년 동안 북한 주민들을 굶기면서도 권력의 정당성을 유지해 왔다. 그 정당성의 근거는 ‘미 제국주의의 침략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핵폭탄을 만들 수밖에 없으며 그러다 보니 주민들에게 먹을 것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는 요설(妖說)이었다.
 
  2018년은 김씨 왕조가 60년간 염원했던 바가 현실화된 해이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방치할 경우, 2018년 후반이면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 보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이었던 작년 가을 “앞으로 3개월 남았다”고 경고했다. 이것은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경고성 언급이었다.
 
  2017년 1년 동안 북한은 14회의 미사일 발사실험과 1회의 핵실험을 단행했다. 14회 미사일 발사 중 그 원인이 분명하지 않지만 5회는 실패였다. 그리고 2017년 9월 풍계리에서 지진이 발생, 200명 이상이 죽는 사고도 발생했다. 자연지진이라고 발표되기도 했지만 왜 그곳에서 유난히 지진이 많이 발생했는지는 아직도 미궁으로 남아 있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혹은 핵실험 시설 등에 대한 사보타주(sabotage)식 공격을 가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북한에는 상당히 불행한 일이겠지만, 미국은 북한과 같은 불량배(Rogue)가 통치하는 나라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폭탄과 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 나라다. 물론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핵보유를 막지 못했다.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 인도 등의 핵보유는 눈감아 주었다.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지만 미국은 ‘모든 나라의 핵무기’를 불허(不許)하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이란・이라크・리비아・북한 등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 중 ‘불량국가’라고 분류될 수 있는 나라의 핵만 불허할 뿐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반드시 없애겠다는 결기를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현직에 있다. 과거 오바마・부시・클린턴 대통령 등은 그런 결기를 가지지 못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그런 비판이 완전히 타당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대통령에 재임하는 기간 중 북한의 핵폭탄이 미국까지 날아올 가능성이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북한 핵에 대해 ‘전략적으로 인내(Strategic Patience)’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트럼프는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잘못할 경우 LA,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뉴욕마저도 북한 핵폭탄의 공격에 노출시키는, 그래서 전략적으로 큰 오점(汚點)을 남기는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시점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 점이 그와 전임자들이 다른 점이다.
 
  김정은에게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겠지만 트럼프가 전임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강성인물이라는 점도 작금 진행 중인 핵 위기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라도 할 기세로 북한을 몰아붙였다. 그의 강압정책은 그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6월 12일 회담 직후 인터뷰에서 자신의 강압정책, 즉 막강한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정책의 결과 미북정상회담을 열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미국 정책의 핵심은 對中 견제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가 존 미어셰이머 교수.
  트럼프의 김정은과의 회담을 대실패라고 보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미국 관리들은 북한 핵문제를 가장 중요한 안보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즉 북한은 미국의 골치 아픈 적(enemy)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적수(rival)는 아니다. 북한은 미국이 생각하는 전략적 위협(strategic threat)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북한 핵 문제를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위협 혹은 적수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다. 대학생이 유치원생과 적대관계를 형성하지 않듯이 미국이 북한과 같은 꼬마 나라와 적대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북한은 미국의 전략적 위협이 되기에는 너무나 약하다. 트럼프의 친한 친구 배넌은 미국이 북한 문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중국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전략의 제1 목표는 미국의 패권(覇權)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 미국은 아시아와 유럽 대륙에서 지역적 패권국이 출현하는 일을 막는다는 대전략을 갖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대륙이 어느 한 강대국에 의해 지배당하게 되는 경우 그 지배적 강대국은 각각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세력이 된다. 그래서 미국은 그 같은 강대국의 출현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미국의 대전략은 아시아와 유럽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의 출현을 저지하는 것이다. 보다 점잖은 용어로 표시한다면 미국의 대전략은 ‘아시아와 유럽 대륙에서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된다. 세계 초(超)강대국으로 등장한 이후 지난 70년 동안 미국의 대전략 원칙은 바로 이것이었다.
 
  미국이 인식하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대(對)중국 견제 전략이라는 맥락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존 미어셰이머(John J. Mearsheimer) 교수는 “미국이 세계적인 초강대국이기는 하지만 바다 건너편의 강대국과 맞붙어 싸울 만큼 막강하지는 못하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육군이 전개되어야 하는데, 바다 건너편에 있는 강대국과 다툴 수 있을 정도로 육군을 전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바다 건너편 강대국과 육지로 연결된 곳에 기지(基地)를 얻을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고 보았다. 미어셰이머 교수의 논리를 현실 국제정치에 대입(代入)할 경우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북한이 얼마나 중요한 지역일지에 대해서는 새삼 논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 북한 핵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북한을 무력(武力)공격하는 방법과 북한을 꼬드겨서 자기편으로 만드는 방법 등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무력공격은 빠른 방법이기는 하지만 북한을 더욱 중국 편에 붙도록 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니 미국으로서는 북한을 변화시켜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미국은 이제 북한과 직거래하는 길을 트는 데 성공했다. 중국・한국・러시아의 중개가 없이 미국과 북한은 직접 통하게 된 것이다. 즉 미국은 북한을 중국에서 떼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북한이 중국과 동맹국 혹은 우호국이라는 것은 지정학적(地政學的) 반칙이다. 가까운 나라는 진정한 동맹이나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은 국제정치의 준엄한 논리다. 이웃의 강대국으로부터 자신의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이웃 강대국에 굴종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다. 당당하게 살기 위해서는 먼 곳의 강대국과 연합하는 것이 최선이다. 국제정치 역사상 거의 틀리지 않는 법칙이 원교근공책(遠交近攻策)이다. 이미 김계관은 2007년 미국 사람들에게 “북한이 중국을 견제해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적이 있었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전혀 놀랍지 않은 언급이다.
 
  북한은 자신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나라는 지구에서 미국뿐이라는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북한이 반미(反美)를 주장해 온 것은 반미가 국가의 에토스(Ethos・정신)가 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어서 그랬던 것이다. 지정학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북한은 미국을 운명적인 원수로 간주하고 살았다.
 
 
 
트럼프, “북한이라는 땅은 끝내주는 곳”

 
중국이 김정은에게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제공한 것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속셈 때문일 것이다. 사진=뉴시스
  6·12 미북정상회담은 좌우 양쪽의 사람들을 모두 경악하게 만들었다. 북한이 미국에 놀아난 것이기도 하고 미국이 북한에 놀아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자 그대로 두 나라의 만남은 초현실적(surreal)인 일이었다. 그러나 그 같은 일은 벌어졌고 트럼프와 김정은은 마치 친한 친구처럼 행동했다.
 
  이번 김정은이 싱가포르까지 날아가는 교통편을 제공했던 중국은 김정은이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 아닌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갈등을 향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을 놓고 경쟁 중인 셈이다.
 
  트럼프는 “북한이라는 땅은 끝내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그는 단순히 북한에 트럼프 호텔을 짓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보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북한을 장악해서 미중 패권 경쟁에서 압승하기 위한 결정타를 날리려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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