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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 속의 한반도

단독 입수/ MB 정부 통일부 비공개 문건

10·4선언의 ‘복사판’이라 불리는 판문점 선언이 구체화된다면?

글 : 조성호  기자  chosh76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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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도로 개보수(8조2356억원), 해주경제특구 건설(3조442억원) 등

⊙ 사업비용 총 16조8506억원(2009년 기준) 소요… 2018년 기준 추산하면 최소 30조~40조원
⊙ 10·4선언 세부 사항들의 문제점, 판문점 선언 계기로, 다시 떠오를 가능성
⊙ “10·4선언에 국가안보와 국가정체성 등 논란의 여지 사안 포함… 국론분열 야기”
⊙ 문건, ‘서해공동어로구역·평화수역 설정’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국민적 합의 부족”
⊙ 현실성 없는 서해공동어로구역 설정… “NLL 포기 논란으로 飛火될 수도”
⊙ 北 해군의 전진기지 있는 해주항 개발하려는 계획도… 비용은 우리 정부에 떠넘겨
⊙ MB 정부, 개성공단 추진하되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 보여
  이른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판문점 선언’이 2007년 10·4선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월간조선》은 10·4선언의 문제점 등을 폭 넓게 분석한 통일부 비공개 문건을 입수했다.
 
  이명박(MB) 정부 통일부가 작성한 ‘10·4선언 평가 및 전망’이란 이 문건에는 10·4선언을 통해 남북이 합의한 46개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주로 경협 관련)이 담겨 있다.
 
  MB 정부 통일부는 이를 재분류해 ▲지속 추진 ▲추후 추진 ▲추진 보류로 각각의 사업 방향을 구분했다. 당시 통일부는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구체화하려는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종전선언’ 등은 ‘추진 보류’로 판단했다. 국보법 개정 등을 의미하는 ‘법률적·제도적 장치 정비’, ‘6·15 기념방안 강구’도 ‘추진 보류’ 판단을 내렸다. 해주경제특구 건설을 골자로 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와 관련한 일부 사항도 ‘NLL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정치적 시각 배제하고 만든 문건
 
  판문점 선언에는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이라고도 적혀 있다. 이 문건에 담긴 10·4선언 세부 사항들의 문제점이 판문점 선언 합의문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이 문건은 향후 문재인 정부의 남북 교류협력·대북 지원 정책의 향방을 가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문건 작성에 깊숙이 관여했던 통일부 관료 A씨는 이 문건에 대해 “2009년 당시 10·4선언을 ‘이행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양측의 목소리가 커 정치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만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10·4선언 세부사항, ‘퍼주기’ 비판 초래”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12월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09년도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공개 문건은 ‘평가 기준’에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남북 경협 4대 원칙에 입각하여 10·4선언 합의사항을 평가(한다)”라고 밝혔다. ‘남북 경협 4대 원칙’이란 ▲북핵 진전 ▲경제성 ▲재정 능력 ▲국민적 합의를 말한다. 북한의 태도, 이행 가능성 등도 평가의 대상이라고 문건은 덧붙였다. 이어 “남북기본합의서의 큰 틀 속에서 정치·군사·경제·사회·인도 등 각 분야를 망라한 포괄적인 합의”라는 점에서 10·4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남북 경협사업 확대를 위한 실천과제를 제시”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고 봤다. 문건이 분석한 부정적인 측면은 다음과 같다.
 
  〈○ 북핵 상황, 정권 교체기 등 대내외 여건을 고려치 않고 추진
 
  ○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대규모 경협사업을 합의, ‘퍼주기’ 비판 초래
  - 철도·도로 개보수(8조2356억원), 해주경제특구 건설(3조442억원) 등은 대표적 사례
 
  ○ 국가안보와 국가정체성 등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민감한 사안도 포함, 국론분열 야기
  - 서해평화수역(NLL) 법률적·제도적 정비(국보법) 등〉

 
 
  “30조~40조”, “70조~80조”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10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선언 이행 종합대책위 1차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문건에는 46개 사항을 이행했을 시 소요되는 비용도 자세히 실려 있다. 노무현 정부는 10·4선언 이행에 따른 비용을 14조3000억원으로 추산했었다. MB 정부 통일부는 문건이 작성된 시점을 기준으로 해 총 16조850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통일부가 2008년 8월 지식경제부 주관 관계부처 공동사업 타당성 분석 연구용역(수행기관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결과를 원용(援用)한 것이라고 한다.
 
  46개 사항 중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사업의 상위 5개를 문건에서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1.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총 8조2356억원(km당 단가 약 200억원×411.3km)
  2. 해주경제특구: 총 3조442억원(660만m² 규모 기반시설, 공장 건축 등)
  3. 개성공단 2단계 사업: 총 2조7709억원(660만m² 규모 기반시설, 공장 건축 등)
  4. 단천지역 3개 광산개발: 총 8691억원(채광·선광 시설 개보수 등)
  5.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총 4976억원(부지조성 350억원 등)〉

 
  A씨는 “2018년 기준으로 다시 추산하면 최소 30조~40조원이 들 것”이라고 《월간조선》에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관계자 B씨는 “70조~80조원이 들 수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A씨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 지원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최소한 이 문건에 기재된 ‘보류’ 사항 7개에 대해선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칫 ‘대북 퍼주기’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A씨의 지적이다. A씨는 “북한의 군사력을 확충시킬 우려가 있는 해주항 개발과 해주특구 개발, 개성공단에 대한 접근은 다른 그 어느 것보다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 정부, ‘서해공동어로구역·평화수역 설정’ ‘종전선언 추진’ 등에 대해 “국민적 합의 부족”

 
  문건은 46개 합의사항 중 미이행 42개 사항을 3개 범주로 나눴다. 그중 ‘추진 보류’ 사항은 총 7개로 앞서 언급한 ▲6·15 기념방안 강구 ▲법률적·제도적 장치 정비 ▲서해공동어로구역·평화수역 설정 ▲종전선언 추진 ▲해주경제특구 건설 ▲해주항 활용 ▲북한 민간선박 해주직항로 통과 등이었다. 문건은 추진 보류 7개 사항에 대해 “과도한 재정 부담과 국민적 합의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먼저 10·4선언은 물론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종전선언’에 대해 이 문건이왜 추진 보류로 판단했는지 살펴보자. 문건은 ‘종전선언’의 골자를 “현 ‘정전협정’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으로 전환”이라면서 “남과 북이 주도적 당사자로서 참여하되, 미국·중국 등 주변국과 협조”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추진 경과를 설명했다. 문건은 “4자회담(97~99)에서 종전 및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하였으나, 당사자 원칙 및 협의의제에 대한 입장 차이로 성과 없이 종료”라고 했다. 종전선언이 논의된 ▲2000년 이른바 북미코뮈니케(10.12) ▲2000년 2차 장관급회담(8.29~9.1) ▲2005년 16차 장관급회담(9.13~16) ▲2005년 6자회담 제4차 2단계 회의(9.13~19)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비공개 문건은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내용·시기 등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참여국’ 및 프로세스 등 전반적 사항에 대한 내부 입장도 정립되어 있지 않으며, 관련국들과 10·4선언 이후 구체적 협의도 없었음”이라고 분석했다. 문건은 “우선은 북핵 폐기에 집중하고 6자회담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 논의”라고 결론 내렸다.
 
 
  천영우 “종전선언, 의미 없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종전선언은 사실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9일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와 가진 대담에서 천영우 이사장은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게 아니고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국제법적으로 종전하려면 평화협정이 발효돼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문화일보》가 보도한 천 이사장의 말이다.
 
  〈모든 평화협정은 1조에 종전선언으로 시작한다. 문제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거다.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도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약속한 게 한반도 평화체제, 미·북 수교, 경제·에너지 지원 등 3가지였다. 미·북 수교와 평화체제는 북한의 안전 보장을 위한 것이다. 북한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게 바로 이 안전보장이다. 이것은 비핵화 완료 시점에 제공해야 한다.〉
 
  그는 “그런데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는 비핵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평화협정 추진을 얘기하고 있다. 이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MB 정부 통일부, 10·4선언에 담긴 ‘서해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에도 부정적

 
  10·4선언에 포함된 서해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도 판문점 선언에 담겼다. 10·4선언에는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해주 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한다”고 명시돼 있고,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 나가기로 하였다”는 조항이 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책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NLL상에 남북 등거리 또는 등면적으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NLL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평화를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NLL과 서해평화지대의 양립(兩立)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서해공동어로구역은 말 그대로 서해5도 인근 수역에 남북한이 함께 조업할 수 있는 구역을 지정한다는 뜻이다. 문건는 “서해 NLL 인근 해역 중 일부를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 남북 어민들의 공동 조업 추진”이라고 그 개념을 정의했다. 구체적으로 “소청도-연평도간 수역은 남측 지역 확대, 백령도 북서(北西) 수역은 북측 지역을 확대하여 보다 넓은 수역”이라고 문건에 정리돼 있다. 평화수역은 공동어로구역에 해군 경비함정의 출입을 금지하는 대신 경찰·행정조직 중심의 남북 공동관리기구를 설치·운영함으로써 남북간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고 상호 협력해 나가자는 개념이라고 문건은 적고 있다.
 
  문건은 이 두 개념을 현실화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두 가지 모두 남북한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 측의 경우 NLL을 기준으로 남북간 등면적(等面積)의 공동어로구역을 지정, 이 구역을 평화수역으로 설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NLL과 북측 경비계선 사이 수역과 한강하구 주변의 비무장 수역을 연결하여 서해평화수역을 우선 설정하고, 이곳에 4개의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는 입장이라고 문건은 전했다. 이어 “북측이 주장하는 경비계선 남쪽은 허용 불가”라고 적었다.
 
 
  “공동어로구역 그어지는 순간 NLL은 무력화”
 
문건에 나온 북한이 주장하는 영해선. NLL 남쪽으로 많이 내려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원으로 표시된 곳)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 분계선(경비계선)’은 NLL보다 훨씬 남쪽에 그어져 있다. 따라서 공동어로구역을 NLL 남쪽에 설정하자는 것이다. 그 면적은 대략 충청남도 크기(약 8000km²)다. 이는 등거리·등면적 원칙과 배치될 뿐 아니라 ‘실질적 해상 경계선’인 NLL도 유명무실화될 우려도 있다. 등면적에 대해서도 일부 논란이 있다. NLL은 선(線)의 개념인데, 면(面)의 개념을 적용한다면, 그 안에서 자칫 남북한 선박의 충돌이 빚어질 수 있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회담에서는 공동어로구역을 NLL 남북 등거리선보다 남쪽에 설정할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대화가 오고 갔다. 국정원이 2013년 6월 공개한 정상회담 대화록에 따르면, 김정일은 “우리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해상 분계선), 또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NLL), 이것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는가”라고 했고, 노 전 대통령은 “똑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으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동어로구역이 그어지는 순간 NLL은 무력화되고 서해 5도는 비무장지대 내 GP(최전방 소초) 같은 위험한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NLL과 서해평화지대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얘기로 문 대통령이 주장했던 내용과도 상반된다. 현실적으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공동어로구역 문제는 북한이 NLL을 인정하기 전엔 결론이 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문상균 센터장은 “우리는 NLL이 기준선이지만 북한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NLL이 기준선이 되지 못한 공동어로구역은 NLL 포기이기 때문에 우리 군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10·4선언대로 공동어로구역·평화수역 설치가 관철된다면 이는 NLL 포기 논란으로 비화(飛火)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北, 해주항 개발 비용 우리 정부에 사실상 떠넘겨
 
10·4선언을 통해 구체화된 ‘서해남북경협특구’.
  10·4선언에 담긴 해주항 개발도 문건은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광역시장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는 4·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비롯해 서해경제특구 건설, 해주항 활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도 지난 5월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주항 개발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진향 이사장은 “10·4선언 협상할 때는 해주를 넘어 남포 신의주도 하자는 말이 많았다”며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해주 경제특구일 거고 밑에 해주 경제특구와 연결하는 서해 평화 협력 지대다. 거기는 해주항을 중심축으로 보고 있다. 해주 경제특구는 규모가 개성공단보다 굉장히 커서 엄청난 규모”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10·4선언 합의 이행에 따라 해주항 개발계획을 세웠다. 문건에 게재된 ‘사업 내용’은 “해주항의 기존 부두 개축·확충 등 단계별로 시설 현대화”다. 총 3단계로 구성된 이 사업은 ▲1단계: 현지조사·준설 및 부두 개축 ▲2단계: 다목적 부두 건설 ▲3단계: 컨테이너·잡화 부두 건설이다. 노무현 정부는 여기에 2008~2015년 총 1590억원(공공부문 540억원, 민자 1050억원)을 투입할 계획도 세웠다. MB 정부는 경제적인 이유로 해주항 건설에 난색을 보였다. 통일부의 이 비공개 문건은 “우리 측은 부두 준설은 정부 재정으로, 신규 부두 개발은 상업적 방식을 제시하고 북측의 법·제도적 보장조치(를) 요구”했지만 “북측은 남측 정부 당국이 책임지고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결국 북한이 우리 정부에 건설 비용을 떠넘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해주 경제특구에 北이 숙소 지어 달라고 요구… 그 의미는?
 
우리 정부가 건설할 계획을 세웠던 해주항 신축부두의 모습.
  해주지역 경제특구 건설도 마찬가지다. 해주를 해주항과 연계한 특구로 개발하여 개성공단 활성화(2단계)와 함께 개성-해주간 ‘서해남북공동경제특구’로 확대·발전시킨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계획 역시 문건은 보류로 판단했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황해남도 강령군 일대에 670만m²로 개발할 것을 제시했다고 한다. 초기 단계에는 SOC 건설 및 북측의 내수시장 공급을 감안한 업종의 투자를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대(對)중국 등 수출기지화 및 임해형(臨海形) 중화학단지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소요되는 예산은 무려 3조442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경제특구 내 열병합발전소 등 기반시설비: 6770억원(정부 재정) ▲부지조성(660만m² 기준) 및 공장건축비: 2조3672억원(민자)이다. 문건은 해주지역 경제특구 건설의 ‘문제점 및 쟁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사업 전체가 NLL과 연계, 선(先) 군사적 해결 필요
  -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추진위원회 제1차 회의시, 북한은 NLL과 관련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이 선차적인 문제임을 지속 강조
 
  ○ 우리 측의 ‘해주-개성-인천을 잇는 서해 남북경제협력벨트’ 구상에 대해 북한은 해주지역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 독자적 공단 개발 입장
 
  ○ 북한은 개성공단과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은 숙소 문제와 같은 파생문제 발생을 감안, 해주 특구에 현대적 산업 유치해 줄 것을 요구
  - 현대적 산업 유치시, 첨단 설비 반입에 따른 인프라 문제, 통행·통신·통관 보장, 재산권 보호 등 기업여건 조성 필요〉

 
  요약하면 북한은 해주 특구에 독자적인 공단을 조성하기를 원했고, 이를 NLL 문제와 연계함으로써 해주 특구에 여러 현대적 산업을 유치해 줄 것을 우리 측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해주 특구에서 유심히 봐야 할 것은 (북한이) 숙소를 지어 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개성공단에는 공단 근로자용 숙소가 없고 전원 출퇴근 개념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그런데 해주 특구 개발에 있어서는 북한이 유독 숙소를 지어 달라고 했다고 한다. A씨는 “유사시 우리 근로자가 북한에 억류될 가능성이 있어 MB 정부는 숙소 건설은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북한 해군의 前進기지 있는 해주항을 개발한다(?)
 
해주직항로를 나타낸 문건상의 그림.
  더 큰 문제는 이 해주항이 북한 해군의 전진(前進)기지라는 점이다. 해주항은 2010년 11월 북한에 포격을 당했던 연평도 바로 북쪽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북한 잠수함이 정박하고 있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3월 중국의 주간지 《현대함선》은 북한의 해군기지에 대해 자세히 다뤘다. 이 잡지에 따르면, 북한의 동・서해안엔 15개의 해군기지가 있다고 한다. 특히 서해에는 해주·사곶·비파곶·초도·남포·다사리에 해군기지가 있는데, 이 중 해주에만 2개의 기지가 있다고 한다. 문건 작성에 관여했던 통일부 관계자 A씨는 “해주항을 개발하는 건 결국 북한의 전력(戰力)을 증강시켜 주는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북한 민간 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도 문제가 된 사항 중 하나다. 10·4선언 이후이자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2월 열린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1차 회의에서 남북은 “안변과 남포 지역에서의 조선협력단지 건설과 민간 선박의 해주직항로 이용 문제 등에 적극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이는 북측 민간 선박이 남북 항로대를 이용하여 해주항 입·출항이 가능하도록 해주직항로를 개설한다는 것이다. 당시 우리 측 모래 운반선은 NLL을 통과하는 해주직항로를 이용하고 있었던반면, 북측은 백령도 서쪽 ‘ㄷ자형’ 항로대를 이용하고 있었다. 백령도 서쪽 항로로 우회하던 북한의 편의를 봐주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北에 해주직항로 허용할 경우 NLL 무력화 우려
 
  이 문건은 “우리 측 민간 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허용에 따른 통항(通航)질서 준수(NLL상의 신고점)를 요구”한 데 대해 북한은 해주직항로 허용은 총리회담 등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으로 통항 질서 준수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고 기재했다. 이어 “북한 민간 선박의 해주항 직항로 통과는 북측의 NLL 무력화 시도가 강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NLL상의 신고점 등 쟁점사안 해결 이후 해주직항로 설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결국 MB 정부의 통일부는 북한 민간 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도 ‘보류’라고 문건을 통해 결론 내렸다.
 
  이 문건에는 10·4선언문의 내용을 구체화한 ‘6·15 기념방안 강구’라는 항목이 있는데, 판문점 선언에도 이와 유사한 문구가 담겨 있다. “6·15를 비롯하여 남과 북에 다같이 의의가 있는 날들을 계기로 당국과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 행사를 적극 추진하여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고조”가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6·15 기념일 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나 ‘국민적 합의 미성숙’으로 중단한 바 있다. 판문점 선언문의 내용만 봤을 때 문재인 정부에서 유사한 형태의 6·15 기념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문건은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6·15 기념일 제정이나 6·15 행사에 당국간 대표단 참여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적 공감대 부족으로 6·15 기념일 제정이나 6·15 행사에 당국간 대표단 참가는 보류(한다)”라고 적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사실상 ‘조건부 추진’ 입장 보여
 
  판문점 선언으로 사실상 재개(再開)가 유력한 개성공단도 1단계의 경우 ‘지속 추진’, 2단계는 ‘추후 추진’이라고 문건은 밝혔다. 지속 추진이지만 이 비공개 문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상 ‘조건부 추진’에 가깝다.
 
  문건은 개성공단 1단계 지속 추진에 대해 “각 사업별 남북간 세부 이견 조정”이라며 근로자 숙소 운영비 분담 문제, 출퇴근 도로 폭 및 거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숙소 및 출퇴근 도로 등의 경우 우리 기업의 수요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도 보였다. 결국 지속 추진은 하되 “개성공단 발전 청사진에 따라 정확한 수요 예측치를 산정, 이를 바탕으로 단계적 추진 필요”라고 했다. 개성공단 2단계 개발에 대해 문건은 “1단계 완공 및 안정화 선행(先行)이 필요하고, 신변 안전 보장 조치 등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어야 한다)”이라며 “사업 계획 등과 관련 북측과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성은 인정되나 대규모 재정이 요구되는 중장기 사업임을 감안, 북한 문제 진전 및 남북관계를 고려하여 추후 추진”이라고 적었다. 참고로 개성공단 2단계에 소요되는 비용은 총 2조7709억원(정부 6770억원, 민간 2조939억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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