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월 핵무장’ 주장 서균렬 교수, 핵무기와는 무관한 분야 전공
⊙ “선동적 핵무장론의 가장 큰 피해 집단은 과학 기술자들”(이춘근)
⊙ 6개월 핵무장설, 1977년 기사와 2000년 실험 해프닝이 합쳐져 탄생
⊙ 월성 원전에 저장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해도 핵무기용으로 못 써
⊙ “선동적 핵무장론의 가장 큰 피해 집단은 과학 기술자들”(이춘근)
⊙ 6개월 핵무장설, 1977년 기사와 2000년 실험 해프닝이 합쳐져 탄생
⊙ 월성 원전에 저장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해도 핵무기용으로 못 써
-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원들이 핵무장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가해 핵무장 푯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반대 운동을 하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 공학과 명예교수는 이른바 핵무장론자이다. 여러 매체에 등장해 ‘6개월이면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서 교수는 핵무기 제조와는 무관한 분야를 전공했다.
서균렬 교수는 2016년 9월 ‘생존을 위한 핵무장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자신이 핵무기 설계 도면, 3차원 도면을 갖고 있다며 1조원의 예산과 연구 인력 1000명, 기술 인력 1000명, 1000만 명의 뜨거운 가슴이 있으면 핵을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6개월의 시간을 주면 원자폭탄, 6개월 더 주면 수소탄, 전술·전략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또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은 20세기 기술인 원심분리기 2000기를 돌리지만 우리는 (약 50평 규모의 공간에서) 21세기 기술인 레이저를 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화학공학 기술이 좋아 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Pu)-240을 그대로 둔 채 재처리 없이 플루토늄-239만 빼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한국이 삼성전자가 있는데 인도, 파키스탄보다 못하겠느냐, 북한의 경제적 가치 때문에 트럼프(당시 미국 대통령)가 제재할 수 없다, 무서워할 것 없다고 했다.
원전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 핵무기용으로는 못 써
핵무기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들은 서균렬 교수를 비롯한 일부 핵무장론자들의 주장이 허위라고 말한다. 원전을 가동하는 데 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 없이 무기용인 플루토늄인 Pu-239, 241만 빼낼 수 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함형필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7월 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핵 잠재력 확보 전략 정책토론회에서 “(핵무장론자 중 일부는) 원자로급 플루토늄 50t으로 60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과학적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존 핵 보유국은 플루토늄 순도(Pu-239, 241 비율) 94% 이상의 무기급 핵연료만으로 핵탄두를 제조한다. 원자로급 핵연료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선동적 발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함형필 책임연구위원은 육사를 수석 졸업한 뒤 MIT에서 핵무기 분야를 전공해 핵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방부 초대 북핵대응정책과장 등 북핵 대응 실무를 담당했다.
왜 핵무장론자들은 월성 원전 등에 저장된 사용 후 핵연료를 핵무기 원료로 사용하자고 주장할까. 핵무기 분야 전문가들은 “핵무기는 워낙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다. 그렇다 보니 무책임한 주장,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해도 이를 지적할 사람이 없어 핵무장 선동꾼들이 활개 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핵무기 전문가 A씨는 이렇게 말했다.
“플루토늄에도 급이 있습니다. 플루토늄 239, 240, 241, 242. 홀수인 239나 241의 순도가 93% 이상이면 무기급이라고 합니다. 순도가 60%면 원전의 원자로에 사용돼 ‘원자로급’이라고 합니다. ‘원자로급 플루토늄’으로도 핵탄두를 만들 수는 있지만 폭발 위력이 작고 불안정해 무기로는 쓸 수 없습니다.
원자로급 플루토늄(순도 60%)에는 240, 242가 많습니다. 이것들은 중성자가 자발적으로 발생해 다루기도 어렵고 엄청난 붕괴열이 발생합니다. 통제가 안 되는 중성자가 자발적으로 막 튀어나오니까 작동자가 원하지도 않는 시점에 조금씩 폭발이 생깁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핵물질을 식히기 위해 핵탄두 그 자체보다 더 큰 냉각 장치를 달아야 합니다. 어떻게 무기로 쓰겠습니까. 월성에 있는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기본적인 원리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하는 겁니다.”
6개월 핵무장說의 출처
서균렬 교수는 핵 물질 확보에 왜 하필 6개월이 걸린다고 했을까? 이 의문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초빙전문위원인 이춘근 박사가 밝혀냈다.
《동아일보》 1977년 5월 26일 자 4면 과학란에는 미국이 연구 중인 원자법 레이저 농축 동향 기사가 등장한다. 여기에 ‘3.5일, HEU 20kg 생산 가능’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하지만 이 기술은 전열 후드로 금속 우라늄을 증발시키는 방법인데 3000도가 넘는 고열을 견디지 못해 곧바로 포기했다.
2000년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전자총으로 우라늄 극소량을 증기화해 레이저로 농축한 실험이 있었다. 3회에 걸쳐 총 10시간을 가동해 무기급(농축도 90% 이상)에는 미치지도 못하는 우라늄(약 30%) 0.2g을 얻었다. 이를 쉬지 않고 1년 내내 가동해도 얻을 수 있는 우라늄은 175g에 불과했다. 핵탄두 1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분량인 HEU 20kg을 얻으려면 이런 설비가 680대 이상 필요하다. 이런 설비를 갖춘 나라는 세상에 없다. 레이저 실험 직후 미국 등 국제사회는 한국의 핵무장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길들이기 차원에서 사건을 키웠다. 이 때문에 관련 설비들도 모두 폐기했는데 설령 장비가 그대로 남아 있더라도 불가능하다.
이렇게 1977년 기사와 2000년 한국 연구진의 레이저 실험 해프닝이 합쳐져 근거 없는 ‘6개월 핵무장설’이 탄생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1년 이내 핵무장(2023년 4월 28일 하버드대 강연)’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이 과학적 근거도 내세우지 못하는 핵무장론자에게 휘둘려 벌어진 사건이라고 비판한다.
이춘근 박사는 과학 기술계의 의견은 무시한 채 국민감정만을 앞세우는 섣부른 핵무장론이 과학 기술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 ‘한국이 마음먹으면 6개월 내에 핵무장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입니까.
“그런 주장이 나올 때면 참 답답해요. 굉장히 위험한 이야기예요.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나 정책을 경험해본 사람은 2년 이내도 어렵다고 봐요. 실제로 3~4년 걸리겠죠. 또 ‘마음만 먹으면’이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는 겁니다.”
― 과학 기술자 입장에서 핵무장(론)을 어떻게 보십니까.
“핵무장론의 가장 큰 피해 집단은 과학 기술자들이에요. 정치권에서는 핵무장 여론이 70%라고 주장하며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해요. 국민감정을 자극해왔죠. 그 반대급부로 원자력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어왔습니다. 불필요한 의심을 사 평화적인 원자력 연구에도 제한을 받아왔죠. 반면 일본은 국제사회의 신뢰와 협력을 얻어내 자유로운 연구와 농축·재처리를 다 하고 있습니다. 실리를 챙긴 거죠. 저는 핵무장을 반대하는 사람도, 찬성하는 사람도 아니에요. 이런 상황에서 비과학적인 조기 핵무장 가능설을 주장해서 얻을 것이 무엇인가요?”⊙
서균렬 교수는 2016년 9월 ‘생존을 위한 핵무장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자신이 핵무기 설계 도면, 3차원 도면을 갖고 있다며 1조원의 예산과 연구 인력 1000명, 기술 인력 1000명, 1000만 명의 뜨거운 가슴이 있으면 핵을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6개월의 시간을 주면 원자폭탄, 6개월 더 주면 수소탄, 전술·전략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또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은 20세기 기술인 원심분리기 2000기를 돌리지만 우리는 (약 50평 규모의 공간에서) 21세기 기술인 레이저를 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화학공학 기술이 좋아 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Pu)-240을 그대로 둔 채 재처리 없이 플루토늄-239만 빼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한국이 삼성전자가 있는데 인도, 파키스탄보다 못하겠느냐, 북한의 경제적 가치 때문에 트럼프(당시 미국 대통령)가 제재할 수 없다, 무서워할 것 없다고 했다.
원전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 핵무기용으로는 못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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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방연구원 함형필 책임연구위원. MIT에서 핵무기를 주제로 핵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
한국국방연구원(KIDA) 함형필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7월 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핵 잠재력 확보 전략 정책토론회에서 “(핵무장론자 중 일부는) 원자로급 플루토늄 50t으로 60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과학적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존 핵 보유국은 플루토늄 순도(Pu-239, 241 비율) 94% 이상의 무기급 핵연료만으로 핵탄두를 제조한다. 원자로급 핵연료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선동적 발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함형필 책임연구위원은 육사를 수석 졸업한 뒤 MIT에서 핵무기 분야를 전공해 핵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방부 초대 북핵대응정책과장 등 북핵 대응 실무를 담당했다.
왜 핵무장론자들은 월성 원전 등에 저장된 사용 후 핵연료를 핵무기 원료로 사용하자고 주장할까. 핵무기 분야 전문가들은 “핵무기는 워낙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다. 그렇다 보니 무책임한 주장,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해도 이를 지적할 사람이 없어 핵무장 선동꾼들이 활개 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핵무기 전문가 A씨는 이렇게 말했다.
“플루토늄에도 급이 있습니다. 플루토늄 239, 240, 241, 242. 홀수인 239나 241의 순도가 93% 이상이면 무기급이라고 합니다. 순도가 60%면 원전의 원자로에 사용돼 ‘원자로급’이라고 합니다. ‘원자로급 플루토늄’으로도 핵탄두를 만들 수는 있지만 폭발 위력이 작고 불안정해 무기로는 쓸 수 없습니다.
원자로급 플루토늄(순도 60%)에는 240, 242가 많습니다. 이것들은 중성자가 자발적으로 발생해 다루기도 어렵고 엄청난 붕괴열이 발생합니다. 통제가 안 되는 중성자가 자발적으로 막 튀어나오니까 작동자가 원하지도 않는 시점에 조금씩 폭발이 생깁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핵물질을 식히기 위해 핵탄두 그 자체보다 더 큰 냉각 장치를 달아야 합니다. 어떻게 무기로 쓰겠습니까. 월성에 있는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기본적인 원리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하는 겁니다.”
6개월 핵무장說의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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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춘근 초빙전문위원. |
《동아일보》 1977년 5월 26일 자 4면 과학란에는 미국이 연구 중인 원자법 레이저 농축 동향 기사가 등장한다. 여기에 ‘3.5일, HEU 20kg 생산 가능’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하지만 이 기술은 전열 후드로 금속 우라늄을 증발시키는 방법인데 3000도가 넘는 고열을 견디지 못해 곧바로 포기했다.
2000년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전자총으로 우라늄 극소량을 증기화해 레이저로 농축한 실험이 있었다. 3회에 걸쳐 총 10시간을 가동해 무기급(농축도 90% 이상)에는 미치지도 못하는 우라늄(약 30%) 0.2g을 얻었다. 이를 쉬지 않고 1년 내내 가동해도 얻을 수 있는 우라늄은 175g에 불과했다. 핵탄두 1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분량인 HEU 20kg을 얻으려면 이런 설비가 680대 이상 필요하다. 이런 설비를 갖춘 나라는 세상에 없다. 레이저 실험 직후 미국 등 국제사회는 한국의 핵무장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길들이기 차원에서 사건을 키웠다. 이 때문에 관련 설비들도 모두 폐기했는데 설령 장비가 그대로 남아 있더라도 불가능하다.
이렇게 1977년 기사와 2000년 한국 연구진의 레이저 실험 해프닝이 합쳐져 근거 없는 ‘6개월 핵무장설’이 탄생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1년 이내 핵무장(2023년 4월 28일 하버드대 강연)’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이 과학적 근거도 내세우지 못하는 핵무장론자에게 휘둘려 벌어진 사건이라고 비판한다.
이춘근 박사는 과학 기술계의 의견은 무시한 채 국민감정만을 앞세우는 섣부른 핵무장론이 과학 기술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 ‘한국이 마음먹으면 6개월 내에 핵무장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입니까.
“그런 주장이 나올 때면 참 답답해요. 굉장히 위험한 이야기예요.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나 정책을 경험해본 사람은 2년 이내도 어렵다고 봐요. 실제로 3~4년 걸리겠죠. 또 ‘마음만 먹으면’이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는 겁니다.”
― 과학 기술자 입장에서 핵무장(론)을 어떻게 보십니까.
“핵무장론의 가장 큰 피해 집단은 과학 기술자들이에요. 정치권에서는 핵무장 여론이 70%라고 주장하며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해요. 국민감정을 자극해왔죠. 그 반대급부로 원자력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어왔습니다. 불필요한 의심을 사 평화적인 원자력 연구에도 제한을 받아왔죠. 반면 일본은 국제사회의 신뢰와 협력을 얻어내 자유로운 연구와 농축·재처리를 다 하고 있습니다. 실리를 챙긴 거죠. 저는 핵무장을 반대하는 사람도, 찬성하는 사람도 아니에요. 이런 상황에서 비과학적인 조기 핵무장 가능설을 주장해서 얻을 것이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