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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묻지 마 칼부림’ 시대

‘1인 테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1인 테러도 극단주의 테러·국가 테러 등과 통합 관리해야

글 : 윤민우  가천대학교 경찰안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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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이후 미국에서 테러리즘으로 인한 죽음의 98%가 ‘외로운 공격자들’에 의해 발생
⊙ 평소 격투 훈련, 호신용품 사용 훈련 필요
⊙ 앞으로 3D 프린팅, 인공지능, 無人자동차, 드론 등이 테러에 활용될 수도
⊙ 테러 공격자 · 테러 타깃 · 테러 무기의 3축(軸)으로 나누어 예방 활동 이루어져야
⊙ 한국 對테러특공대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도심교통 정체 등 고려하면 20~30분 내에 현장 도착 불가능

윤민우
1972년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인디애나주립대 범죄학과 석사, 샘휴스턴주립대 형사사법학대학 범죄학 전공 박사, 서울대 외교학과 국제정치학 박사 / 가천대 경찰정보학과 교수, 現 국가정보원 자문위원, 국군방첩사령부 자문위원 / 《폭력의 시대 국가안보의 실존적 변화와 테러리즘》 저술
8월 3일 발생한 서현역 칼부림 사건은 ‘1인 테러’가 한국에서도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사진=조선DB
  최근 국내에서 끔찍한 일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신림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며칠 뒤 다시 서현역에서 유사한 공격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유형의 칼부림 공격에 대한 예고가 온라인을 통해 유행처럼 번졌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외로운 늑대’에 의한 도심 테러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테러는 물리적 폭력인 동시에 행동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다. 테러 행위는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되어 미디어를 타고 다른 잠재적인 공격자들에게 전달된다. 그러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생각’과 그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은 마치 감염병처럼 사회 일반으로 확산된다.
 
  이러한 현상이 한번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게 되면, 사라지지 않고 사회의 한 현상으로 생명력을 얻고 지속되게 된다. 마치 코비드-19와 같다. 우리가 이제 코비드-19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신림역-서현역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이제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서 ‘외로운 늑대형 테러’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외로운 늑대형 공격자의 테러’
 
2022년 7월 8일 발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암살 사건은 사제 총기를 사용한 1인 테러였다. 사진=마이니치신문
  1인 테러는 종종 증오 범죄, 혐오 범죄, 묻지 마 범죄, 무동기 범죄, 대량 살인, 스쿨 슈팅(School Shooting), 액티브 슈터(Active Shooter), 그리고 외로운 늑대 테러 등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이와 같은 다양한 용어들은 사실상 같은 역동성을 가진 현상을 다르게 지칭하는 것이다. 동기나 의도를 제외하면 공격자의 특성, 공격 양상, 그리고 공격 대상의 선정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최근 발생한 신림역-서현역 1인 테러는 21세기 뉴노멀 시대의 한 현상이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최근 3D 프린팅 총기를 이용한 아베 전 총리 암살 사건이 있었고, 나가노현에서 산탄총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 같은 에피소드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빈번히 있어 왔다. 예를 들면, 2016년 프랑스 니스에서는 차량돌진 테러로 85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에서도 ‘1인 테러’의 대표적인 사례로 유나바머(Unabomber)라고 불린 시어도어 카진스키(Theodore Kaczynski)가 있으며, 1995년 오클라호마 연방빌딩의 폭탄 테러범인 티머시 멕베이(Timothy McVeigh)도 이 유형에 속한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탄 테러 사건과 2016년 플로리다 올랜도의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테러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 같은 1인 테러는 매우 치명적이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스타트센터(START Center)의 글로벌 테러리즘 인덱스(Global Terrorism Index)에 따르면, ‘외로운 늑대형 공격자’들이 서구 세계에서 가장 주된 테러 공격의 가해자들이다. 2006년 이후로 미국에서 테러리즘으로 인한 모든 죽음의 98%가 이들 ‘외로운 공격자들’에 의해 발생하였다.
 
 
  ‘인정의 욕구’
 
‘유나바머’로 유명한 시어도어 카진스키. 수학자이자 反기술주의자로 16번의 폭탄 테러를 자행, 3명을 죽이고 23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사진=퍼블릭 도메인
  1인 테러, 무동기 범죄, 혐오 범죄, 스쿨 슈팅,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극좌 테러, 극우 테러, 환경 테러 등 다양한 폭력과 테러의 양상들로 발현되지만 사실상 이 같은 이질적으로 보이는 폭력 행위들의 근원은 같다. 바로 ‘자존감’이다. 이는 ‘인정의 욕구’로도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높은 자존감과 인정에 대한 욕구가 있다. 이 욕구는 부자가 되거나 속칭 ‘출세’라고 불리는 지위나 신분이 상승되거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주목과 인정, 사랑을 받고 싶은 것들을 포함한다. 이러한 욕구는 학교나 직장, 경력, 사업, 사회적 관계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수단을 통해 달성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같은 수단이 박탈된다. ‘폭력’은 이 같은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에 해당한다. 그것이 불법일지라도 폭력은 스스로를 표현하고 자신의 자존감을 세우고 인정의 욕구를 충족하는 손쉬운 수단이 된다.
 
  이 때문에 1인 테러의 공격자는 그 공격 행동을 통해 권력과 지위 상승을 경험한다. 타인(他人)의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을 본인이 갖게 된다는 경험은 마약보다 더 자극적인 쾌락을 준다. 이는 신(神)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잃었던 자존감이 급상승하고 인정의 욕구가 즉각적으로 채워지는 인지적 경험을 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주목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에게 ‘사이코패스’ 진단을 내리는 것은 훈장을 달아주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훈장 수여 의식은 다른 많은 잠재적 공격자들에게 유사한 테러를 하도록 부추기는 좋은 동기를 부여한다.
 
 
  리허설의 시간 ‘테러로의 여정’
 
1995년 오클라호마 연방빌딩을 폭파한 티머시 멕베이. 그의 테러로 168명이 사망하고 68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진=퍼블릭 도메인
  테러 공격의 에피소드는 이 같은 공격자에게 하나의 신성한 사냥 또는 전투 의식이 된다. 자신이 이후에 어떻게 처벌당할지와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받을지는 이 같은 공격자의 생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마도 이 의식은 그 공격자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많은 경우에 공격 이전에 많은 숙려(熟慮)와 준비, 리허설의 시간을 가진다.
 
  이들 공격자들은 ‘테러로의 여정’을 경험한다. 이는 삶의 경로를 따라 퇴적되는 폭력적 극단화이다. 대체로 초기 단계에서 이들은 전사적(戰士的) 영웅주의, 사이코패스, 조현병(調絃病), 병리적 나르시시즘, 과대망상증, 과잉행동장애, 과도한 공격성, 우울증 등 심리적·성격적 이상 징후를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 가정, 학교, 또래집단, 또는 직장 등에서의 긴장(strain) 또는 스트레스의 경험이 더해진다. 이 같은 긴장은 사회적 관계에서 비롯될 수도 있으며, 실직(失職), 진학 실패, 희망직업이나 지위 획득의 좌절 등과 같은 개인의 삶에서 직면하는 부정적 경험에서 비롯된다.
 
  다음 단계에서는 사회적 관계의 리모델링이 진행된다. 이는 양방향으로 이루어지는데 한쪽에서는 가족, 학교, 직장, 또래집단 등의 기존의 친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결속의 약화 또는 단절이 일어난다. 흔히 ‘은둔형 외톨이’ 현상으로 불린다. 이러한 단절은 범죄나 폭력행동을 억제하는 사회적 브레이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온·오프라인에서 반사회적 관계망과의 결박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폭력행동에 대한 생각과 방법의 학습이 일어난다. 이는 다른 방향으로의 사회학습이다. 이 사회학습 단계에서 어떤 종교적, 이념적, 가치적 속성을 가진 실체와 결박되는가에 따라 무동기 범죄, 스쿨 슈팅(학교 내 총기 난사), 혐오 공격, 조직화된 테러, 1인 테러, 사이비 종교 활동, 극단적 정치·사회 운동 등의 다양한 유형으로 발현된다.
 
  구체적인 공격 이벤트에 시간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마지막 단계는 기회·상황 요인이다. 사회학습 단계까지 진행된 개인은 이미 완성된 폭탄과 같다. 언제든 폭발할 잠재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정 개인이 경험하는 구체적인 기회조건(예를 들면 테러방지대응의 취약함, 쉽게 획득할 수 있는 무기와 공격표적 등)이나 상황요인(굴욕과 멸시의 경험과 같은 갑작스러운 일상의 이벤트 또는 유사한 폭력의 발생에 의한 동기화 등)이 주어지게 되면 잠재적인 개인의 공격행동이 격발되게 된다.
 
  특정한 공격 수단이 사용되는 것은 그 사회의 제약조건 때문이다. 이 같은 테러 공격자는 본인이 쉽게 습득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공격 방법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에서 총기 테러가 빈발하는 이유는 총기에 대한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칼이 자주 사용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폭탄 테러는 기존에 폭탄을 다룰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있거나 아니면 이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차량돌진 테러나 칼부림 같은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한 테러 공격의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3D 프린팅, 인공지능, 메타버스, 무인(無人)자동차, 드론, 로봇 등의 신기술이 더 일상화되면 이러한 수단들이 테러 무기로 활용될 여지는 크다.
 
 
 
상담·교육, ‘절대 해결책’ 아니다

 
  지금 국내에서 주장되는 여러 대응 방안은 실효적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는 1인 테러의 특성과 역동성(力動性), 그리고 대테러 현장의 실정이 반영되지 않는 단편적 아이디어 차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심리적·정신적 이상을 보이는 폭력성이 높은 대상들에 대해 신체적으로 취약한 상담사가 신변 위협을 느끼면서 가끔 진행하는 상담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폭력예방교육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것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형식적으로 운용되는지 우리는 이미 잘 안다. 상담사와 강사들은 안 그래도 이런저런 상담과 교육으로 과부하(過負荷)가 걸려 있다. 상담과 교육이 1인 테러,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갑질 등등 모든 문제에 대한 ‘절대 해결책’은 아니다.
 
  사형제의 부활이나 가석방(假釋放) 없는 무기징역과 같은 강경한 대책도 효과가 제한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범죄 억제는 처벌의 심각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처벌의 심각성의 효과에도 한계는 있다. 모든 범죄자가 범죄의 편익(便益)의 크기와 처벌의 심각성을 면밀히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자존감의 상처와 인정 욕구에 의해 추동된 표현적인 폭력범죄는 특히 처벌의 심각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이들의 생각의 시간적 스팬(span)은 매우 짧다. 이들은 범행 실행 과정에서 범죄 이후의 자신의 운명에 대해 거의 고려하지 않거나 매우 피상적으로만 생각한다.
 
 
  美, 官-民-軍 연결한 긴밀한 對테러체제 구축
 
  보다 통합적이고 전일적(全一的)인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이 같은 테러 대응을 위해 1인 테러와 혐오 범죄, 이슬람 극단주의, 극우·극좌 테러, 단일이슈 테러 등 여러 유사한 유형의 것들을 폭력적 극단주의 또는 테러리즘의 범주로 묶어 관리한다. ODNI(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국가정보국장실) 산하 NCTC(The National Counterterrorism Center·국가대테러센터)를 총괄 컨트롤타워로 국토안보부의 퓨전센터와 FBI의 JTTF(Joint Terrorism Task Force)가 미국 전역에 실핏줄처럼 분산 배치되어 미국 전역의 테러 및 이에 준하는 폭력 범죄에 관한 정보들을 수집-통합-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국적 단위에서 구체적인 시뮬레이션과 사례별 접근을 통해 ‘폭력적 극단주의’에 대한 예방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폭력적 극단주의 위험인물에 대한 식별과 선제적 개입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작동되고 있다.
 
  총기와 폭발물 등 전통적 테러 무기에 대한 엄격한 관리, 렌털 차량, 화학 물질, 방사능 물질 등 테러 수단이 될 수 있는 일상 수단들에 대한 모니터링, 3D 프린팅과 드론 등 테러 이용 가능성이 높은 신기술 등에 대한 사전 연구와 규제, 단속이 총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테러 관련 프로파간다, 리크루팅, 담론, 공격 방법과 수단의 전파, 커뮤니티 대화, 소셜미디어(SNS) 포스팅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러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테러 예방 활동을 오프라인에서의 테러 대응과 통합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다중이해당사자주의의 원칙에 따라 정부-민간-군(軍)을 긴밀하게 연결하여 하나의 촘촘한 대테러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운용하고 있다.
 
 
  對테러 3축 체계
 
  이와 같은 해외 사례를 참조하고 그간의 테러 사건 양상들을 살펴보면, 테러 대응은 전일적이고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먼저 ①테러 공격자 ②테러 타깃 ③테러 무기의 3축(軸)으로 나누어 각각에 대한 예방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테러 공격자’에 대한 예방은 앞서 언급한 생애주기에 걸친 ‘테러로의 여정’의 경로를 토대로 보다 입체적인 테러 위험인물 식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것처럼 테러 위험인물을 가려낼 수 있는 어떤 단일한 심리적·성격적·정신적 이상 징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심리적·성격적 특성들이 다양한 다른 요인들과 결합되어 다양한 폭력 행동의 유형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이렇게 식별된 테러 위험인물들은 선제적(先制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테러 타깃’에 대한 예방은 시설과 공간에 대한 방어의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경찰 또는 CCTV를 배치하는 단편적인 조치보다는 해당 장소나 시설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은 구체적인 테러 공격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경찰 등 인력과 시설, 구조물, CCTV, 도로설계 등을 입체적으로 고려하여 디펜스 존(Defense Zone)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테러 무기’에 대한 관리·통제가 필요하다. 칼 등 일상도구에서부터 총기, 폭발 물질, 화생방 물질, 드론, 3D 프린팅 기술 등 다양하다. 이때 최근 자주 발생하는 국내외 테러 트렌드를 염두에 두고 우선순위를 정해 관리하면 효율적이다.
 
  이러한 3축의 요소들은 서로 매칭해서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온라인에서 특정 지역에 대한 최근 칼부림 공격 예고를 포스팅한 사람이 있다면 해당 인물의 과거 이력을 살펴보고 이 사람의 최근 구매 패턴과 동선(動線)을 분석하면 어떤 무기를 가지고 누구를 대상으로 어디에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사전에 식별해낼 수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의한 분석은 이러한 과정을 더욱 빠르고 정밀하게 할 수 있다.
 
 
  테러 前兆 행위도 엄격 처벌해야
 
8월 4일 칼부림 테러에 대비해 서울 강남역 주변에 배치된 경찰특공대. 경찰특공대는 교통 사정 등을 감안할 때 신속한 출동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진=조선DB
  테러 대응 역시 보다 현실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한국의 대테러특공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테러 사건이 실제 발생했을 때 그들이 현장에 없다는 사실이다. 경찰특공대건 군 대테러부대건 국내 도심교통 정체와 도로 사정 등을 고려하면 20~30분 내에 현장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행히도 일반적으로 최초 테러 공격 발생 이후 20~30분 내에 최대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그래도 가급적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이들이 20~30분 내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할 필요는 있다.
 
  결국 서현역 사건과 같은 현실적인 테러 공격에 대한 대응은 오롯이 일반 경찰관들의 몫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상황 판단과 현장 대응의 재량권이 더 주어져야 한다. 이는 경찰의 치명적 무력(武力) 사용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령과 판례, 제도와 규정, 그리고 매뉴얼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와 함께 당연히 무기, 장비의 보강과 함께, 경찰관들의 맨손격투와 각개전투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에 더해 민간인의 정당방위(正當防衛)에 대한 법적 기준이 적어도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들 수준으로 완화될 필요가 있다. 경찰관들의 출동 이전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긴급 대응을 위해서나 출동한 경찰관들을 지원하기 위해 ‘싸움 능력’이 있는 인근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공격자를 제압하거나 물리칠 수 있도록 정당방위의 법적 범위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이러는 편이 자원봉사대란 이름으로 맨손격투 능력이 별로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유니폼이나 조끼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사람은 스스로를 보호할 자연법적 권리가 있다.
 
  관련 법령 개선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물론 관련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미 테러 공격을 실행한 가해자를 엄격히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테러 공격으로 가는 전조(前兆) 행위들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온라인에서 테러 공격 위협을 포스팅하거나, 폭력적 극단주의 콘텐츠를 개시 또는 공유하거나, 테러 무기를 획득하거나, 테러 이용 물질을 구입하거나, 테러 공격을 계획하거나 하는 등 사소해 보이는 테러 예비 단계에 해당하는 행위들이 그러한 것들이다.
 
 
  테러 관계 법령 정비 필요
 
  한편 1인 테러와 증오 범죄, 무동기 범죄, 극단주의 테러, 국가 배후 테러 등 유사한 행위들을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령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현행 테러방지법은 유엔이 지정한 테러 단체에 속한 조직원들이 벌이는 테러 행위에 그 적용이 국한된다. 통합방위법은 북한과 관련된 테러 공격 행위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서현역 사건 같은 폭력적 공격 행위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대테러센터, 국정원, 경찰 및 군 등 관련 대응 주체에게 현장의 공격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또한 그들이 어디 소속인지를 먼저 식별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테러 공격자의 의도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긴박성, 위협의 정도, 피해의 규모, 현장 대응 공권력의 대응 역량 등을 기준으로 현실적인 대응이 되도록 관련 법령이 재정비되어야 한다.
 
  일반인들은 이 같은 폭력 공격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사주(四周) 경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평상시에 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주변을 살피고 혹시 있을 위협에 대응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만약 상황이 발생하면 가능한 한 현장에서 신속히 떠나야 한다. 하지만 칼 등의 흉기를 든 공격자로부터 도주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뒤를 돌아 등을 보이거나 고개를 숙이고 저항을 포기하는 행위 등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정면을 응시하면서 서서히 뒤로 물러서거나, 큰 소리로 도움을 구하거나, 저항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특히 칼로 공격당할 경우 장기 등의 주요 부위가 찔리지 않도록 손이나 팔로 적극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허리띠, 핸드백, 휴대폰 등이나 주위의 물건들은 적절한 방어 수단이 된다.
 
 
  공권력에 기대지 마라
 
  시간이 있고 관심이 있다면 유도, 검도, 이종격투기 등의 격투술을 미리 익히는 것도 좋다. 이 같은 경험은 개인이 신변 위험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격투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은 적대적 상대방과 맞선 상황에서 뇌 정지 상태가 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익숙지 않은 공포 상황에서 그대로 얼어붙어 저항도 도주도 못 하는 일시정지 상태에 빠진다. 이런 현상이 신변을 위험하게 만든다. 일상에서의 격투 훈련은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뇌의 인지대본(Scripts) 형성과 신체적 역량 증대에 도움이 된다. 격투 상황에 대한 이 같은 인지적·신체적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호신용품을 휴대하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 호신용품을 구입한다면 실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평소에 훈련을 해두어야 한다. 무기는 그것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들었을 때만 무기가 된다.
 

  결국, 일반 시민들이 명심해야 할 사실은 자신의 생명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경찰이나 국가 공권력이 전지전능하게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런 관료 조직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경찰도 역시 결국 거대한 관료 조직이다. 지휘명령 체계에 따라 작동하고 미리 설정된 여러 법령과 규정, 가이드라인, 매뉴얼에 따라 행동한다. 따라서 긴박하고 유동적인 상황에서 빠르고 유연하게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평소에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대처하는 자기 주도적 역량을 개인 스스로 키워야 한다. 이번 신림역·서현역 사건으로 확인되었듯이 위험은 늘 여러 분의 곁에 있다.
 
 
  실패로 끝난 ‘진보적 실험’
 
  이 같은 불행한 사건은 어쩌다 발생한 단편적인 에피소드가 아니다. 이는 오늘날 인류사회가 직면한 시대적 도전이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전통적 권위의 해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역풍, 남성성(Masculinity)의 과도한 폄하와 억제에 대한 반동,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인터넷과 미디어 활용능력)의 문제, 가정과 학교의 붕괴, 첨단 과학 기술의 빠른 발전, 실업(失業)과 과잉 복지,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화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연동되어 나타난 문제들이다. 때문에 이 같은 1인 테러의 문제는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 없이는 근원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
 
  지난 수십 년간 이상주의자들은 인간의 선한 이성에 기반을 둔 비폭력과 평등한 공동체로의 진보를 믿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의 왕국을 지상에서 건설하기 위해 전통적 권위와 양육과 교육방식, 가치관 등을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남자다움(Masculinity), 명예, 절제, 훈련과 규율, 신체적·정신적 강인함, 권위에 대한 존중 등과 같은 남자아이들을 훈육하고 이끌었던 전통적 기제들이 붕괴되었다. 이 남성성의 롤 모델의 빈자리를 영화나 드라마의 조폭과 용병들 그리고 게임 캐릭터들이 대체했다. 이로 인해 남자아이들은 자신들의 남성성과 폭력성, 강인함에 대한 열망 등을 올바른 방향으로 다루고, 절제하고, 함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사회로 내던져졌다. 통제되고 훈육되지 않은 남성성은 범죄적 폭력성으로 비뚤어져 발현된다.
 
  다양한 진보적 실험들에서 확인한 사실은 인간은 결국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현실의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는 어떤 이들의 낭만적 이상주의의 실험실이 아니다. 신림역-서현역 사건은 이와 같은 실험들의 의도치 않았던 결과이다. 이제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것들을 돌아볼 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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