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사, 전략미사일, 이지스함, 중형잠수함, F-35A, 미사일방어체계, 정찰위성·글로벌호크 등 정찰자산, 사이버전·우주전 기능 통합
⊙ 한국 국방체계, 북한의 핵무장, 중국의 군비 증강에도 불구하고 6·25 이후 변화 없어
⊙ 첨단 재래식 전력 운용하는 전략사는 한국군의 전쟁 수행 능력 강화시키고 북한 억제에 효과적
⊙ 각 군, 이기주의 버리고 최고의 인재들을 전략사로 모아야
정경운
1968년생. 육사(46기)·한국외국어대·합동참모대학 졸업 / 사단 작전참모, 한미연합사령부(지상군구성군사령부) 작전참모부, 합참 전략기획부 핵WMD대응센터 근무
⊙ 한국 국방체계, 북한의 핵무장, 중국의 군비 증강에도 불구하고 6·25 이후 변화 없어
⊙ 첨단 재래식 전력 운용하는 전략사는 한국군의 전쟁 수행 능력 강화시키고 북한 억제에 효과적
⊙ 각 군, 이기주의 버리고 최고의 인재들을 전략사로 모아야
정경운
1968년생. 육사(46기)·한국외국어대·합동참모대학 졸업 / 사단 작전참모, 한미연합사령부(지상군구성군사령부) 작전참모부, 합참 전략기획부 핵WMD대응센터 근무
-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ICBM 화성-18. 사진=뉴시스
전략사령부(이하 전략사)는 국가의 전략적 기능을 수행하는 군부대나 무기체계를 지휘하는 사령부를 말한다. 특히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명칭은 다르지만 전략사를 두고 있다. 북한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을 운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략사 창설을 국정과제로 선정, 내년에 전략사를 창설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전략사의 모체가 될 합참 핵WMD대응센터를 확대, 올해 1월부터 핵WMD대응본부로 승격시켰다. 국방부에서도 전략사 창설지원 TF를 운용하고 있다.
전략사 창설 논의가 나오게 된 것은 국내외 안보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의 핵 능력은 비약적으로 강화되었다. 최근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다양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전략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ICBM인 화성-17형을 시험비행하는 등 다양한 투발(投發) 수단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도 현실화되고 있고 우주 위협도 머지않아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다. 과학기술 발전과 무기체계의 고도화는 전쟁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군(軍)은 전략사 창설을 검토하여 상부에 보고하였으나 정책과제로 채택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전략사 창설을 국정과제로 선정하였으나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는 과거 합동군제(合同軍制) 논의에서 보았듯, 각 군의 경쟁과 견제가 주된 이유였다. 전략사 창설을 정책과제로 연구했던 한국국방연구원(KIDA)도 결국 “전략사 창설은 기존 조직과 중첩되고 군사력 건설과 작전 측면에서 효율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군 내외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작년 4월 육군미사일사령부를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로 개칭, 일부 기능을 보완하고 사령관 계급을 높이는 선에서 그쳤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전략사 창설 결정은 북핵 위협에 대한 가장 실질적인 대응 조치이자, 한국전쟁 이후 고착된 우리 국방체계를 일대 혁신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北, 최소억제 넘어 제한억제 추구
우리가 당면한 안보 위협은 기존의 위협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위협의 ‘축(軸)’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북한의 재래식 위협이 최대 위협이었으나 지금은 핵과 미사일, 우주·사이버 위협, 중국의 군사적 굴기(崛起)가 최대의 위협으로 등장했다. 위협의 방향도 기존에는 북쪽에서 왔으나, 지금은 서·남해와 우주·사이버에서 다가오고 있다.
비록 북한의 재래식 전력(戰力)은 낙후되었지만, 120만 대군의 70% 정도가 평원선(평양~원산선) 이남에 전진 배치되어 있다. 이에 더해 북한은 2017년 11월 말 김정일 시대부터 추진해왔던 핵무력 건설의 완성을 선언하였고 지금도 핵 능력을 계속 고도화시키고 있다. 한미의 재래식 연합전력은 북한의 재래식 위협을 억지할 수 있다. 또 미국은 모든 군사적 능력을 포함하는 확장억제를 공약하고 있다. 하지만 핵전쟁 시 미국이 서울을 대신하여 뉴욕을 희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북한은 최소억제(적대국의 수도, 대도시, 산업단지 등 가장 핵심적인 몇 개 표적만을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상태의 억제. 이를 위해 대략 100개 이하 정도의 핵무기 보유)를 넘어 제한억제(적대국과 핵전쟁에서도 패배하지 않을 정도의 핵 능력을 보유한 상태의 억제. 이를 위해 수백 개의 핵무기 보유)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北의 5대 핵심 전략무기 개발
이를 위해 북한은 핵전략과 태세를 뒷받침하는 전술핵무기와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이후 공표한 5대 핵심 전략무기 개발에 전력(全力) 질주하고 있다. 5대 핵심 전략무기는 극초음속미사일, 대용량 고체엔진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핵)다탄두 개별유도기술(MIRV), 핵추진잠수함, 군사정찰위성과 500km까지 정찰 가능한 무인기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는 수십 발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아산정책연구원은 2027년까지 최대 242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북한은 2019년부터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새로운 투발 수단들을 개발하여 일부는 실전(實戰) 배치하였다. 신형 KN-23 개발, 열차 이용 KN-23 시험발사, 극초음속 활강비행체(HGV) 시험발사, KN-23을 개량한 소형 SLBM을 잠수함이나 저수지에서 시험발사,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등이 있었다. 최근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전력화(戰力化)하였다.
북한은 2018년 이후 동결했던 ICBM의 비행실험도 재개하는 등 작년부터 40여 회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작년 12월 15일에는 8차 당대회 이후 공언한 SLBM과 ICBM용 대용량 고체엔진 연소(燃燒)실험을 하였다. 김정은 지시대로 조만간 고체엔진의 신형 ICBM을 비행실험할 것이다. 고체엔진 ICBM은 기존과 차원이 다른 위협이 될 것이다.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를 위한 7차 핵실험도 김정은의 정치적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한 상태로 보인다.
‘핵 사용 문턱’ 낮아져
북한은 지금도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표적에 대해 원하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다. 이는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전술핵으로 만회하려는 것으로 북한의 입장에서는 가장 저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다. 전술핵은 전략핵보다 사용하기가 용이하다. 살상과 파괴의 규모가 비교적 작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을 줄이면서 군사 목표물을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북한의 전술핵 보유는 핵 사용 문턱(Nuclear Threshold)을 낮출 것이다. 위기나 전쟁이 발발하면 핵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북한은 작년 9월 핵무기의 목적과 사용 시기를 구체화하는 핵무력 법제화를 선언했다. 핵무력 보유의 목적을 국가주권 수호와 국토완정(國土完整·즉 적화통일)에 두고, 핵무기 사용 조건도 5가지 상황으로 규정하여 김정은이 결심만 하면 즉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환상 아래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다가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2018년 방한(訪韓)한 세계적 석학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도 공개 강연에서 “내가 김정은의 안보보좌관이라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북한은 어떤 전쟁을 벌일까
이런 북한의 의도와 능력의 변화로 인해 장차 한반도에서의 전쟁 양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다. 만약 북한이 전쟁을 결심한다면 이길 수 없는 재래식 전면전보다는 핵무기를 바탕으로 재래식 전력을 통합한 다양한 핵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핵무기를 배경으로 다양한 정치·외교·심리적 수단으로 우리의 경제·사회적 혼란을 조성하여 최종목표를 달성하려 들 것이다. ▲실제 전쟁이나 전쟁 상태가 아닌 회색지대 전쟁 ▲국지적(局地的) 위기에서 핵무기로 위협하여 우리의 혼란을 유도하는 심리전 ▲백령도와 같은 작전적 목표나 서울과 같은 전략적 목표를 기습 점령하고 핵위협으로 미군의 개입을 차단하고 점령을 기정사실화하는 전쟁 ▲재래식 중·저강도 분쟁에서 핵위협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정치적 협상으로 종전(終戰)하는 제한전 ▲북한식 A2AD[반(反)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전략으로 재래식 전력과 핵무기를 배합하여 미군 증원을 차단하고 더 나은 조건으로 단기간에 종전하는 전쟁 형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기존 한반도전구(戰區)의 전쟁수행구조와 연합작전체계는 북핵 위협이 없었던 시기에 정립된 것으로 이제는 적합하지 않다. 한미는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면서 기존 작계(作計) 5015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난 2021년 12월 열린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양국 국방부 장관은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기획지침(SPG)에 합의하였다. 이러한 한미의 변화도 변화된 전략환경과 북핵 위협을 어디까지 반영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중국, 2030년까지 항모 4~6척 보유
중국은 2050년까지 미군과 견줄 수 있는 세계 일류 군대 건설을 목표로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몰아내고 지역 패권(覇權)을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중국이 추구하는 A2AD 전략의 제1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태평양의 섬들을 사슬처럼 이은 가상의 선으로, 중국 해군의 작전 반경을 뜻함-편집자 주) 내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은 서해에서 우리 함정이 동경(東經) 124도를 넘지 못하도록 강압하면서 내해화(內海化)를 추구하고 있으며, 서해는 물론 동해에까지 전투함과 각종 항공기를 보내고 있다. 동중국해에는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하였고 남중국해에 설정한 9단선 내에는 수많은 인공섬을 건설하여 군사기지화하고 있다.
중국은 해·공군력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3개 함대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하이난다오(海南島)에 추가로 1개 함대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항공모함 2척, 이지스급(052D~055) 전투함 33척, 2만~4만 t급 강습상륙함 2척, 원자력잠수함 12척, 재래식 잠수함 55척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4~6척의 항모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전반기에 진수한 3번 항모는 8만 t급 규모로 함재기 60~70대를 탑재할 것이다. 전자사출기(EMALS)를 운용하여 함재기의 무장과 연료 탑재량을 증가시키고 더 많은 1일 소티(Sortie·항공기의 단독 출격 횟수) 창출도 가능하다. 함재기로는 스텔스기인 J-31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 척이 전력화된 055형 이지스 순양함(1만3000t)은 저고도 인공위성 요격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8척을 더 건조할 것이다. 건조 중인 4.5만 t급 076형 강습상륙함에도 전자사출기(EMALS)와 강제착함기(Aircraft Arrestor Gear)를 사용하여 중형 항모로 운용이 가능할 것이다. 2종류의 대함 탄도미사일(ASBM/DF-21D와 DF-26), 540km급 지(함)대함 미사일, 극초음속 활강비행체(HGV)(DF-17/대함 미사일) 등을 운용하고 있다.
대만, 군 복무기간 연장
공군도 장거리 전력 투사(投射)를 위해 신형 전략 폭격기를 개발하고 있고, 조기경보통제기, 장거리 수송기, 공중 급유기 등의 전력도 강화하고 있다.
한반도를 담당하는 북부전구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 북해함대 사령부를 두고 칭다오, 뤼순(旅順), 다롄(大連), 랴오닝(遼寧) 등에 구축함, 잠수함, 해군항공기지를 두고 있다. 공군은 다롄과 지난(濟南)의 항공기지에 14개 항공여단을 두고 운용하고 있다.
중국의 공세적인 전략과 강화되는 해·공군력은 동북아 질서에 새로운 도전이다. 작년 8월에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대만에 대해 군사적 위협을 가하였다. 유사시 대만을 포위하여 봉쇄하기 위한 형태로 대만 주위 해상 6곳을 대상으로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실탄 사격훈련을 하였다. 심지어 수발의 탄도미사일이 대만 본토 상공을 통과하여 설정한 수역의 목표물을 타격하였다.
시진핑(習近平)도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대회에서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감수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또한 중국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이 되는 2027년까지 대만을 통일하기 위한 준비를 하라는 시진핑의 명령이 하달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위협에 맞서 대만은 최근 군 복무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기로 결정하였다.
과거 우리의 위협은 북한으로부터 왔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능력과 태세는 북쪽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점증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한반도의 서남쪽에서 몰려오고 있다. 서·남해를 통한 중국의 해·공군 위협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더 나아가서 우리 교역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해상교통로에 대한 안전을 계속 미국과 국제사회에 의존할 것인지? 중국의 국력,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국제적 지위, 핵무기 보유, 미국과 패권을 경쟁하는 군사력 등을 감안하면 우리의 대중국 전략목표나 이를 달성할 수단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군의 전력이 대만과 남중국해로 분산될 경우 한반도로 증원되는 전력이 감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독자적인 억제전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북쪽 대륙으로부터 오는 위협은 우리 군의 첨단 재래식 능력으로 어느 정도 대비와 억지가 가능하다. 한미 연합방위태세도 중국 개입과 영향력에 대해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서·남해와 사이버·우주에서 접근하는 위협에는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억지할 것인가?’라는 전략적 결정도 알려진 바가 없다. 북한에 대한 대응 위주의 재래식 능력과 작전수행체계로는 충분치 못하다.
중국은 2010년 천안함 도발 시 이를 북한의 소행이라고 규정하지 않았고, 북한의 핵개발을 사실상 비호(庇護)해왔다. 앞으로 중국은 강화된 우주력, 사이버·전자전 능력으로 북한의 도발을 지원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중국의 전략적 변화를 간파하고 지켜내기 위한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체계적으로 억지와 전쟁 수행을 준비하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 전략적 수단을 통합 운용하는 전략사 창설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미래전은 다영역 작전
미래에는 과학기술과 무기체계의 발전으로 우주, 사이버, 전자기, 심해저는 물론 심지어 인간의 인지(認知) 영역으로까지 전장(戰場) 영역이 확장될 것이다. 각각의 전장에서 다른 전장으로 정보, 전투원, 플랫폼, 무기, 물자 등의 이동도 훨씬 제한이 없어질 것이다. 이러한 전쟁이 미군이 추구하는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s)이다. 이런 전장 영역의 확장과 더불어 과학기술과 무기체계의 발전으로 무기는 더욱 치명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런 전장을 효과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기 위한 전장 운용의 통합·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군의 작전개념, 무기체계, 부대구조, 지휘체계, 편성 등도 진화할 것이다. 이런 진화와 더불어 통합성을 발휘하는 효율적인 지휘조직도 필수적이다.
미군도 이런 변화를 받아들여 육군의 다영역 작전(MDO) 개념을 합참 차원의 작전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런 작전 개념을 수행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부대의 편성과 구조도 혁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는 1개 여단 규모의 다영역작전임무군(MDTF)을 편성하여 실험 중이다. MDTF는 2027년 실전배치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여 인도-태평양전구나 한반도전구에 MDTF가 최초로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 6·25 이후 형성된 체계 그대로 유지
이러한 전쟁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은 6·25전쟁 이후 정착된 국방체계의 근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주로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대응하는 방어체계로 부대구조나 배치도 북한의 지상군 위협에만 집중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우리의 많은 지상군 사단들은 서에서 동쪽까지 일선형 방어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해·공군도 북한의 위협에 주로 대비하고 있다. 전쟁수행 개념도 미군이 1990년 걸프전에 적용한 공지(空地) 작전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가오는 인구절벽과 병력자원의 감소도 우리 군의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군도 미래 확장된 전장 영역을 이용하고 변화된 전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합작전을 수행하며 미군의 변화 역시 주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군의 현상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고 혁신의 노력도 미흡하다.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통합적이지 못하고 능력과 태세도 최적화되지 못했다. 해양으로 오는 위협에 대한 대응은 해군이 주도하고 지상군의 역할은 없다. 핵심 전력으로 수조원이 소요되는 미사일 전력화와 그 미사일 운용도 최적화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구축한 K2작전체계[3축 방위태세인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가운데 킬체인과 KAMD를 담당하는 작전체계-편집자 주]는 기능 발휘가 제한되고 지금은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 존재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조직도 소규모로 각 부처에 분산되어 있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로 2017년 1월 합참에 창설된 핵WMD대응센터의 기능도 미흡하다.
이런 우리의 국방체계와 작전 개념으로는 북핵 위협과 다가오는 미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통합군 차원에서 모든 전력을 비대칭적으로 통합 운용하여 미 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사이버와 우주로의 전장 영역 확장에도 대비해야 한다.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사이버 공간은 지금도 전쟁터다. 고도화된 전자통신과 지식체계로 연결된 우리 사회체계는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특히 취약하다. 북한은 대규모 사이버 전사들을 운용하여 우리의 공공기관이나 사회기반체계를 공격하기도 하였다. 북한의 해킹부대는 우리의 군사기밀을 해킹하기도 하고 여러 국가의 가상화폐를 탈취하여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 위협도 심각하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우주 선진국들은 전쟁을 지원하고 지휘 통제하기 위해 정찰감시, 통신, 항법 위성 등을 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우주에 직접 공격 및 방어무기를 배치할 것이다. 이미 우주로 전장 영역이 확대되었다. 장차 우주경쟁에서 뒤처지면 공군이 없는 지상군과 같은 처지로 전락할 것이다. 미군도 최근에는 인도-태평양사와 주한미군사에 우주사령부를 창설하였다.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머지않은 시기에 우주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2021년 5월에 한미 미사일 지침도 종료되어 우리도 우주 능력과 태세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변화된 전장 영역과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는 조직(부대)이 필요하고 효율적인 지휘체계도 발전시켜야 한다.
핵전쟁 시 연합사·한국군 역할 제한돼
한반도 안보구조의 근간은 연합방위, 확장억제, 우리의 핵심 군사 능력이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가 사활적(死活的) 요건이다. 북핵 억제 방안으로 거론되는 NATO식 핵 공유, 전술핵 전진배치, 우리의 잠재적 핵 능력 강화 등도 미국의 협조나 동의가 필수적이다.
우리의 북핵 정책 기본 방향은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정책적 차원에서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통해 한미 간 정책적 문제를 협의·강화하고, 작전적 수준에서는 정보공유 확대, 공동기획 확대, TTX, 연합연습 등과 같이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옵션들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요시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 수준의 전략자산 전개를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하였고, 연합사 주도로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도 추진하고 있다.
전시에는 연합사령관이 한국군 재래식 전력의 대부분을 지휘하는 연합작전체계로 전환된다. 핵전쟁으로 확전이 된다면 확장억제의 주요 전력을 제공하는 미국의 전략사와 인도-태평양사가 직접 개입할 것이다.
이러한 전쟁 양상의 변화로 연합사보다 미국의 전략사나 인도-태평양사가 전쟁을 주도하면서 자칫 우리의 첨단 전력들이 유휴화(遊休化)될 수 있다. 핵전쟁으로 확전 시 한미의 전쟁 및 전략목표, 전쟁수행 방법이 다를 수 있어 한미의 의사 결정은 많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재래식 전력의 사용에는 이견이 적을 것이나 핵무기 사용 여부, 한반도 내 핵 표적 선정, 사용 핵무기의 종류와 폭발력의 크기 등에서는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핵전쟁이라는 변화된 환경에서 재래식 전력을 지휘하는 연합사에 한국군 전력의 대부분이 묶여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전쟁 수행에서 주도권을 상실한다는 의미로 이후 종전의 조건 결정, 전후 처리 등에서 우리는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첨단 재래식 전력 활용 위해 전략사 필요
이와 같이 한반도전구의 전쟁수행구조와 예상되는 한미의 전략적 입장 차이로 미 측은 우리의 전략사 창설에 대해 부정적일 수도 있다. 한국군이 핵전쟁 상황에서 독자적 전쟁수행 능력을 보유한다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쟁이 복잡해지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핵전쟁도 최초부터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보다 재래식 전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핵전쟁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재래식 전쟁을 수행할 것이고 재래식 전쟁을 수행하면서 핵으로 위협하거나 회색지대를 만들어 정치·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할 것이다. 북한의 낮아진 핵 사용 문턱(Nuclear Threshold)에 대응하여 바로 (미국의) 핵으로 대응하기보다 첨단 재래식 전력으로 대응해야 핵전쟁의 참화를 방지할 수 있다. 만약 재래식 수단이 부족하거나 바로 (미국의) 저위력(Low Yield) 핵무기나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핵전쟁의 대재앙은 되돌릴 수 없다.
우리의 첨단 재래식 전력은 다방면으로 매우 중요하다. 첨단 재래식 전력은 한반도에서 전쟁수행 능력을 강화시켜 재래식 전쟁이나 핵전쟁에서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유사시 주도적인 전쟁 수행은 동맹의 방기(放棄)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우리의 전략적 이익 확보에도 유리하다. 한편 미국의 입장에서도 강화된 우리의 첨단 재래식 전력은 동맹의 준비태세 유지와 확장억제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아가서는 바이든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인도-태평양에서 통합억제전략(Integrated Deterrence Strategy)과 맥락을 같이하고 주한미군의 전쟁수행비용을 줄일 수 있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전략사를 창설한다면 억제력이 강화되고 한반도의 전략적 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다. 또한 재래식 전쟁이나 핵전쟁에서도 실질적인 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전략사는 미국의 전략사, 인도-태평양사, 북부사, 우주사 등과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촉진 기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군 전략사는 북한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다. 즉 핵전쟁 시 북한은 미국의 전략사와 인도-태평양사를 상대해야 하며 또 다른 행위자(우리의 전략사)를 상대하게 한다면 북한의 상황판단, 결심, 행동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이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줄이는 것으로 북한의 행동을 억지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전략사는 확장억제가 작동하도록 유인할 수 있고, 핵전쟁으로 확전되지 않도록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전략사는 첨단 재래식 전력으로 빠른 결심과 대응이 가능하다. 연합사의 전구작전을 지원하면서 핵전쟁으로 확전되는 것을 억지하여 북한의 의도를 좌절시킬 수 있다. 핵전쟁 시에도 첨단 재래식 전력들을 병행하여 운용할 수 있어 미국도 한반도 핵전쟁 수행에서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조직부터 확대하는 것 경계해야
2018년 당시 전략사 창설이 좌절된 것은 책임 있는 지침과 결정을 할 수 있는 상부 기관이 없었고, 설득력 있는 안(案)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군 이기주의와 불신, 정책 결정권자들의 무능력과 무소신, 국책 연구기관의 한계 등이 낳은 결과이다. 결정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평화 분위기에서 문재인 정부는 전략사 창설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략사를 2024년에 창설하기로 결정하였다. 남은 것은 어떻게 제기능을 온전하게 수행하는 전략사를 만들 것인가이다. 전략사는 북핵 위협,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 우주와 사이버 위협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능을 설정하고 대응전략, 전장운용, 능력(전력) 건설 등의 발전과 함께 부대 편성과 지휘관계, 작전계획과 작전체계, 예규, 시설 등과 같은 문제들을 순차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우리 군이 흔히 범하는 실수로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보다 무턱대고 조직부터 확대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변화에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리더들이 위기를 위기로 인지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그리고 집단(개인)의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우리 군도 이와 같은 경향을 가진 대표적인 조직이다. 그동안 국방개혁과 같은 군조직의 변화를 수반하는 문제에 관하여 많은 갈등이 있었고 불신이 쌓여왔다. 전략사 창설과 관련해서도 부대 창설을 지연시키거나 낮은 수준의 전략사 창설은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과거 전략사 창설 논의 때에도 물밑에서는 각 군의 경쟁과 견제가 심했다. 특정 군이 자군의 자리와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사 창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전략사 창설을 위해 각 군은 자군 중심의 이해관계를 버리고 오로지 국방 차원에서 전략사 창설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전략사 창설은 어느 군이 주도할 것인지?’ ‘부대 편성이나 소속되는 전력은 무엇인지?’ ‘사령관이나 각 군의 자리 배분은 어떻게 될 것인지?’ 등과 같은 문제에 매몰되는 순간 올바른 안을 만들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공감대 형성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군의 단합을 저해하고 분란만 일으킬 뿐이다.
전략사 통해 최고 전문가 양성해야
전략사 창설의 출발점인 군사적 필요성부터 냉철하게 논의해봐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고착된 우리 군의 전략과 작전 개념, 지휘체계, 부대구조와 배치 등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해보고 변화된 전략환경도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보다는 더 나은 능력과 국방태세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창설과 본격적인 기능의 수행까지 아키텍처(Architecture)를 그리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능력이 검증된 우수한 인재들이 전략사 창설을 주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 국방부는 전략사 창설을 위해 군 내외 핵, 전략·기획, 미사일, 잠수함, 우주, 사이버·전자기 등의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를 선발하여 보직하고, 앞으로 전략사를 통해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 집단을 양성해야 한다. 전략사에서 국가의 핵대응전략과 비대칭전략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작전 개념을 완성해야 한다. 국방부, 합참, 각 군은 이를 정책·군사적으로 뒷받침해야 단기간 내 전략사가 본연의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전략사 창설은 지휘체계 설정이 가장 어려운 난제가 될 것이다. 한미동맹과 연합방위체계가 우리 방위체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전략사 창설도 연합방위체계를 고려하여 임무와 기능, 부대편성, 지휘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우리의 전략사가 확장억제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미래 중국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다면 동맹국인 미국도 환영할 것이다.
육·해·공군의 전략자산 모두 모아야
부대 편성은 위협, 부대의 임무와 기능에 기초하여 결정한다. 전략사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3축 체계를 고려하여 육군의 전략미사일, 해군의 이지스함과 중형잠수함, 공군의 F-35A, 미사일방어체계, 정찰위성이나 글로벌호크와 같은 정찰자산 등을 포함하고, 나아가서는 사이버와 우주 관련 기능들도 통합하여 편성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전략자산들을 추가 전력화하면 새로운 부대를 편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작전사와 기능을 분화하여 지휘체계를 구축하고, 합동전력의 효율적 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단일 지휘체계와 작전수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우리 군의 변화와 대응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전략사 창설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모든 조직과 기관은 이기주의를 버리고 군의 존재 목적인 국가 보위라는 차원에서 전략사 창설에 동참해야 한다. 머뭇거릴 틈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략사 창설을 국정과제로 선정, 내년에 전략사를 창설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전략사의 모체가 될 합참 핵WMD대응센터를 확대, 올해 1월부터 핵WMD대응본부로 승격시켰다. 국방부에서도 전략사 창설지원 TF를 운용하고 있다.
전략사 창설 논의가 나오게 된 것은 국내외 안보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의 핵 능력은 비약적으로 강화되었다. 최근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다양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전략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ICBM인 화성-17형을 시험비행하는 등 다양한 투발(投發) 수단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도 현실화되고 있고 우주 위협도 머지않아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다. 과학기술 발전과 무기체계의 고도화는 전쟁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군(軍)은 전략사 창설을 검토하여 상부에 보고하였으나 정책과제로 채택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전략사 창설을 국정과제로 선정하였으나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는 과거 합동군제(合同軍制) 논의에서 보았듯, 각 군의 경쟁과 견제가 주된 이유였다. 전략사 창설을 정책과제로 연구했던 한국국방연구원(KIDA)도 결국 “전략사 창설은 기존 조직과 중첩되고 군사력 건설과 작전 측면에서 효율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군 내외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작년 4월 육군미사일사령부를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로 개칭, 일부 기능을 보완하고 사령관 계급을 높이는 선에서 그쳤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전략사 창설 결정은 북핵 위협에 대한 가장 실질적인 대응 조치이자, 한국전쟁 이후 고착된 우리 국방체계를 일대 혁신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北, 최소억제 넘어 제한억제 추구
우리가 당면한 안보 위협은 기존의 위협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위협의 ‘축(軸)’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북한의 재래식 위협이 최대 위협이었으나 지금은 핵과 미사일, 우주·사이버 위협, 중국의 군사적 굴기(崛起)가 최대의 위협으로 등장했다. 위협의 방향도 기존에는 북쪽에서 왔으나, 지금은 서·남해와 우주·사이버에서 다가오고 있다.
비록 북한의 재래식 전력(戰力)은 낙후되었지만, 120만 대군의 70% 정도가 평원선(평양~원산선) 이남에 전진 배치되어 있다. 이에 더해 북한은 2017년 11월 말 김정일 시대부터 추진해왔던 핵무력 건설의 완성을 선언하였고 지금도 핵 능력을 계속 고도화시키고 있다. 한미의 재래식 연합전력은 북한의 재래식 위협을 억지할 수 있다. 또 미국은 모든 군사적 능력을 포함하는 확장억제를 공약하고 있다. 하지만 핵전쟁 시 미국이 서울을 대신하여 뉴욕을 희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북한은 최소억제(적대국의 수도, 대도시, 산업단지 등 가장 핵심적인 몇 개 표적만을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상태의 억제. 이를 위해 대략 100개 이하 정도의 핵무기 보유)를 넘어 제한억제(적대국과 핵전쟁에서도 패배하지 않을 정도의 핵 능력을 보유한 상태의 억제. 이를 위해 수백 개의 핵무기 보유)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北의 5대 핵심 전략무기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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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4일 김정은은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했다, 뒤에는 일본 지도가 옆에는 괌 앤더슨 미 공군기지의 위성사진이 보인다. 사진=뉴시스 |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는 수십 발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아산정책연구원은 2027년까지 최대 242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북한은 2019년부터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새로운 투발 수단들을 개발하여 일부는 실전(實戰) 배치하였다. 신형 KN-23 개발, 열차 이용 KN-23 시험발사, 극초음속 활강비행체(HGV) 시험발사, KN-23을 개량한 소형 SLBM을 잠수함이나 저수지에서 시험발사,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등이 있었다. 최근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전력화(戰力化)하였다.
북한은 2018년 이후 동결했던 ICBM의 비행실험도 재개하는 등 작년부터 40여 회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작년 12월 15일에는 8차 당대회 이후 공언한 SLBM과 ICBM용 대용량 고체엔진 연소(燃燒)실험을 하였다. 김정은 지시대로 조만간 고체엔진의 신형 ICBM을 비행실험할 것이다. 고체엔진 ICBM은 기존과 차원이 다른 위협이 될 것이다.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를 위한 7차 핵실험도 김정은의 정치적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한 상태로 보인다.
‘핵 사용 문턱’ 낮아져
북한은 지금도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표적에 대해 원하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다. 이는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전술핵으로 만회하려는 것으로 북한의 입장에서는 가장 저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다. 전술핵은 전략핵보다 사용하기가 용이하다. 살상과 파괴의 규모가 비교적 작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을 줄이면서 군사 목표물을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북한의 전술핵 보유는 핵 사용 문턱(Nuclear Threshold)을 낮출 것이다. 위기나 전쟁이 발발하면 핵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북한은 작년 9월 핵무기의 목적과 사용 시기를 구체화하는 핵무력 법제화를 선언했다. 핵무력 보유의 목적을 국가주권 수호와 국토완정(國土完整·즉 적화통일)에 두고, 핵무기 사용 조건도 5가지 상황으로 규정하여 김정은이 결심만 하면 즉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환상 아래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다가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2018년 방한(訪韓)한 세계적 석학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도 공개 강연에서 “내가 김정은의 안보보좌관이라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런 북한의 의도와 능력의 변화로 인해 장차 한반도에서의 전쟁 양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다. 만약 북한이 전쟁을 결심한다면 이길 수 없는 재래식 전면전보다는 핵무기를 바탕으로 재래식 전력을 통합한 다양한 핵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핵무기를 배경으로 다양한 정치·외교·심리적 수단으로 우리의 경제·사회적 혼란을 조성하여 최종목표를 달성하려 들 것이다. ▲실제 전쟁이나 전쟁 상태가 아닌 회색지대 전쟁 ▲국지적(局地的) 위기에서 핵무기로 위협하여 우리의 혼란을 유도하는 심리전 ▲백령도와 같은 작전적 목표나 서울과 같은 전략적 목표를 기습 점령하고 핵위협으로 미군의 개입을 차단하고 점령을 기정사실화하는 전쟁 ▲재래식 중·저강도 분쟁에서 핵위협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정치적 협상으로 종전(終戰)하는 제한전 ▲북한식 A2AD[반(反)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전략으로 재래식 전력과 핵무기를 배합하여 미군 증원을 차단하고 더 나은 조건으로 단기간에 종전하는 전쟁 형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기존 한반도전구(戰區)의 전쟁수행구조와 연합작전체계는 북핵 위협이 없었던 시기에 정립된 것으로 이제는 적합하지 않다. 한미는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면서 기존 작계(作計) 5015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난 2021년 12월 열린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양국 국방부 장관은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기획지침(SPG)에 합의하였다. 이러한 한미의 변화도 변화된 전략환경과 북핵 위협을 어디까지 반영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중국, 2030년까지 항모 4~6척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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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체 건조한 최초의 항공모함 산둥호. 중국은 2030년까지 항모 4~6척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신화 |
한반도는 중국이 추구하는 A2AD 전략의 제1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태평양의 섬들을 사슬처럼 이은 가상의 선으로, 중국 해군의 작전 반경을 뜻함-편집자 주) 내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은 서해에서 우리 함정이 동경(東經) 124도를 넘지 못하도록 강압하면서 내해화(內海化)를 추구하고 있으며, 서해는 물론 동해에까지 전투함과 각종 항공기를 보내고 있다. 동중국해에는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하였고 남중국해에 설정한 9단선 내에는 수많은 인공섬을 건설하여 군사기지화하고 있다.
중국은 해·공군력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3개 함대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하이난다오(海南島)에 추가로 1개 함대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항공모함 2척, 이지스급(052D~055) 전투함 33척, 2만~4만 t급 강습상륙함 2척, 원자력잠수함 12척, 재래식 잠수함 55척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4~6척의 항모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전반기에 진수한 3번 항모는 8만 t급 규모로 함재기 60~70대를 탑재할 것이다. 전자사출기(EMALS)를 운용하여 함재기의 무장과 연료 탑재량을 증가시키고 더 많은 1일 소티(Sortie·항공기의 단독 출격 횟수) 창출도 가능하다. 함재기로는 스텔스기인 J-31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 척이 전력화된 055형 이지스 순양함(1만3000t)은 저고도 인공위성 요격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8척을 더 건조할 것이다. 건조 중인 4.5만 t급 076형 강습상륙함에도 전자사출기(EMALS)와 강제착함기(Aircraft Arrestor Gear)를 사용하여 중형 항모로 운용이 가능할 것이다. 2종류의 대함 탄도미사일(ASBM/DF-21D와 DF-26), 540km급 지(함)대함 미사일, 극초음속 활강비행체(HGV)(DF-17/대함 미사일) 등을 운용하고 있다.
공군도 장거리 전력 투사(投射)를 위해 신형 전략 폭격기를 개발하고 있고, 조기경보통제기, 장거리 수송기, 공중 급유기 등의 전력도 강화하고 있다.
한반도를 담당하는 북부전구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 북해함대 사령부를 두고 칭다오, 뤼순(旅順), 다롄(大連), 랴오닝(遼寧) 등에 구축함, 잠수함, 해군항공기지를 두고 있다. 공군은 다롄과 지난(濟南)의 항공기지에 14개 항공여단을 두고 운용하고 있다.
중국의 공세적인 전략과 강화되는 해·공군력은 동북아 질서에 새로운 도전이다. 작년 8월에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대만에 대해 군사적 위협을 가하였다. 유사시 대만을 포위하여 봉쇄하기 위한 형태로 대만 주위 해상 6곳을 대상으로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실탄 사격훈련을 하였다. 심지어 수발의 탄도미사일이 대만 본토 상공을 통과하여 설정한 수역의 목표물을 타격하였다.
시진핑(習近平)도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대회에서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감수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또한 중국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이 되는 2027년까지 대만을 통일하기 위한 준비를 하라는 시진핑의 명령이 하달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위협에 맞서 대만은 최근 군 복무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기로 결정하였다.
과거 우리의 위협은 북한으로부터 왔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능력과 태세는 북쪽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점증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한반도의 서남쪽에서 몰려오고 있다. 서·남해를 통한 중국의 해·공군 위협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더 나아가서 우리 교역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해상교통로에 대한 안전을 계속 미국과 국제사회에 의존할 것인지? 중국의 국력,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국제적 지위, 핵무기 보유, 미국과 패권을 경쟁하는 군사력 등을 감안하면 우리의 대중국 전략목표나 이를 달성할 수단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군의 전력이 대만과 남중국해로 분산될 경우 한반도로 증원되는 전력이 감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독자적인 억제전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북쪽 대륙으로부터 오는 위협은 우리 군의 첨단 재래식 능력으로 어느 정도 대비와 억지가 가능하다. 한미 연합방위태세도 중국 개입과 영향력에 대해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서·남해와 사이버·우주에서 접근하는 위협에는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억지할 것인가?’라는 전략적 결정도 알려진 바가 없다. 북한에 대한 대응 위주의 재래식 능력과 작전수행체계로는 충분치 못하다.
중국은 2010년 천안함 도발 시 이를 북한의 소행이라고 규정하지 않았고, 북한의 핵개발을 사실상 비호(庇護)해왔다. 앞으로 중국은 강화된 우주력, 사이버·전자전 능력으로 북한의 도발을 지원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중국의 전략적 변화를 간파하고 지켜내기 위한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체계적으로 억지와 전쟁 수행을 준비하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 전략적 수단을 통합 운용하는 전략사 창설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미래전은 다영역 작전
미래에는 과학기술과 무기체계의 발전으로 우주, 사이버, 전자기, 심해저는 물론 심지어 인간의 인지(認知) 영역으로까지 전장(戰場) 영역이 확장될 것이다. 각각의 전장에서 다른 전장으로 정보, 전투원, 플랫폼, 무기, 물자 등의 이동도 훨씬 제한이 없어질 것이다. 이러한 전쟁이 미군이 추구하는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s)이다. 이런 전장 영역의 확장과 더불어 과학기술과 무기체계의 발전으로 무기는 더욱 치명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런 전장을 효과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기 위한 전장 운용의 통합·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군의 작전개념, 무기체계, 부대구조, 지휘체계, 편성 등도 진화할 것이다. 이런 진화와 더불어 통합성을 발휘하는 효율적인 지휘조직도 필수적이다.
미군도 이런 변화를 받아들여 육군의 다영역 작전(MDO) 개념을 합참 차원의 작전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런 작전 개념을 수행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부대의 편성과 구조도 혁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는 1개 여단 규모의 다영역작전임무군(MDTF)을 편성하여 실험 중이다. MDTF는 2027년 실전배치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여 인도-태평양전구나 한반도전구에 MDTF가 최초로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 6·25 이후 형성된 체계 그대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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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4일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서는 주한미군 우주군 창설식이 열렸다. 사진=조선DB |
우리 군도 미래 확장된 전장 영역을 이용하고 변화된 전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합작전을 수행하며 미군의 변화 역시 주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군의 현상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고 혁신의 노력도 미흡하다.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통합적이지 못하고 능력과 태세도 최적화되지 못했다. 해양으로 오는 위협에 대한 대응은 해군이 주도하고 지상군의 역할은 없다. 핵심 전력으로 수조원이 소요되는 미사일 전력화와 그 미사일 운용도 최적화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구축한 K2작전체계[3축 방위태세인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가운데 킬체인과 KAMD를 담당하는 작전체계-편집자 주]는 기능 발휘가 제한되고 지금은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 존재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조직도 소규모로 각 부처에 분산되어 있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로 2017년 1월 합참에 창설된 핵WMD대응센터의 기능도 미흡하다.
이런 우리의 국방체계와 작전 개념으로는 북핵 위협과 다가오는 미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통합군 차원에서 모든 전력을 비대칭적으로 통합 운용하여 미 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사이버와 우주로의 전장 영역 확장에도 대비해야 한다.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사이버 공간은 지금도 전쟁터다. 고도화된 전자통신과 지식체계로 연결된 우리 사회체계는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특히 취약하다. 북한은 대규모 사이버 전사들을 운용하여 우리의 공공기관이나 사회기반체계를 공격하기도 하였다. 북한의 해킹부대는 우리의 군사기밀을 해킹하기도 하고 여러 국가의 가상화폐를 탈취하여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 위협도 심각하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우주 선진국들은 전쟁을 지원하고 지휘 통제하기 위해 정찰감시, 통신, 항법 위성 등을 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우주에 직접 공격 및 방어무기를 배치할 것이다. 이미 우주로 전장 영역이 확대되었다. 장차 우주경쟁에서 뒤처지면 공군이 없는 지상군과 같은 처지로 전락할 것이다. 미군도 최근에는 인도-태평양사와 주한미군사에 우주사령부를 창설하였다.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머지않은 시기에 우주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2021년 5월에 한미 미사일 지침도 종료되어 우리도 우주 능력과 태세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변화된 전장 영역과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는 조직(부대)이 필요하고 효율적인 지휘체계도 발전시켜야 한다.
핵전쟁 시 연합사·한국군 역할 제한돼
한반도 안보구조의 근간은 연합방위, 확장억제, 우리의 핵심 군사 능력이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가 사활적(死活的) 요건이다. 북핵 억제 방안으로 거론되는 NATO식 핵 공유, 전술핵 전진배치, 우리의 잠재적 핵 능력 강화 등도 미국의 협조나 동의가 필수적이다.
우리의 북핵 정책 기본 방향은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정책적 차원에서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통해 한미 간 정책적 문제를 협의·강화하고, 작전적 수준에서는 정보공유 확대, 공동기획 확대, TTX, 연합연습 등과 같이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옵션들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요시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 수준의 전략자산 전개를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하였고, 연합사 주도로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도 추진하고 있다.
전시에는 연합사령관이 한국군 재래식 전력의 대부분을 지휘하는 연합작전체계로 전환된다. 핵전쟁으로 확전이 된다면 확장억제의 주요 전력을 제공하는 미국의 전략사와 인도-태평양사가 직접 개입할 것이다.
이러한 전쟁 양상의 변화로 연합사보다 미국의 전략사나 인도-태평양사가 전쟁을 주도하면서 자칫 우리의 첨단 전력들이 유휴화(遊休化)될 수 있다. 핵전쟁으로 확전 시 한미의 전쟁 및 전략목표, 전쟁수행 방법이 다를 수 있어 한미의 의사 결정은 많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재래식 전력의 사용에는 이견이 적을 것이나 핵무기 사용 여부, 한반도 내 핵 표적 선정, 사용 핵무기의 종류와 폭발력의 크기 등에서는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핵전쟁이라는 변화된 환경에서 재래식 전력을 지휘하는 연합사에 한국군 전력의 대부분이 묶여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전쟁 수행에서 주도권을 상실한다는 의미로 이후 종전의 조건 결정, 전후 처리 등에서 우리는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첨단 재래식 전력 활용 위해 전략사 필요
이와 같이 한반도전구의 전쟁수행구조와 예상되는 한미의 전략적 입장 차이로 미 측은 우리의 전략사 창설에 대해 부정적일 수도 있다. 한국군이 핵전쟁 상황에서 독자적 전쟁수행 능력을 보유한다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쟁이 복잡해지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핵전쟁도 최초부터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보다 재래식 전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핵전쟁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재래식 전쟁을 수행할 것이고 재래식 전쟁을 수행하면서 핵으로 위협하거나 회색지대를 만들어 정치·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할 것이다. 북한의 낮아진 핵 사용 문턱(Nuclear Threshold)에 대응하여 바로 (미국의) 핵으로 대응하기보다 첨단 재래식 전력으로 대응해야 핵전쟁의 참화를 방지할 수 있다. 만약 재래식 수단이 부족하거나 바로 (미국의) 저위력(Low Yield) 핵무기나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핵전쟁의 대재앙은 되돌릴 수 없다.
우리의 첨단 재래식 전력은 다방면으로 매우 중요하다. 첨단 재래식 전력은 한반도에서 전쟁수행 능력을 강화시켜 재래식 전쟁이나 핵전쟁에서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유사시 주도적인 전쟁 수행은 동맹의 방기(放棄)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우리의 전략적 이익 확보에도 유리하다. 한편 미국의 입장에서도 강화된 우리의 첨단 재래식 전력은 동맹의 준비태세 유지와 확장억제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아가서는 바이든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인도-태평양에서 통합억제전략(Integrated Deterrence Strategy)과 맥락을 같이하고 주한미군의 전쟁수행비용을 줄일 수 있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전략사를 창설한다면 억제력이 강화되고 한반도의 전략적 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다. 또한 재래식 전쟁이나 핵전쟁에서도 실질적인 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전략사는 미국의 전략사, 인도-태평양사, 북부사, 우주사 등과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촉진 기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군 전략사는 북한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다. 즉 핵전쟁 시 북한은 미국의 전략사와 인도-태평양사를 상대해야 하며 또 다른 행위자(우리의 전략사)를 상대하게 한다면 북한의 상황판단, 결심, 행동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이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줄이는 것으로 북한의 행동을 억지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전략사는 확장억제가 작동하도록 유인할 수 있고, 핵전쟁으로 확전되지 않도록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전략사는 첨단 재래식 전력으로 빠른 결심과 대응이 가능하다. 연합사의 전구작전을 지원하면서 핵전쟁으로 확전되는 것을 억지하여 북한의 의도를 좌절시킬 수 있다. 핵전쟁 시에도 첨단 재래식 전력들을 병행하여 운용할 수 있어 미국도 한반도 핵전쟁 수행에서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조직부터 확대하는 것 경계해야
2018년 당시 전략사 창설이 좌절된 것은 책임 있는 지침과 결정을 할 수 있는 상부 기관이 없었고, 설득력 있는 안(案)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군 이기주의와 불신, 정책 결정권자들의 무능력과 무소신, 국책 연구기관의 한계 등이 낳은 결과이다. 결정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평화 분위기에서 문재인 정부는 전략사 창설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략사를 2024년에 창설하기로 결정하였다. 남은 것은 어떻게 제기능을 온전하게 수행하는 전략사를 만들 것인가이다. 전략사는 북핵 위협,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 우주와 사이버 위협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능을 설정하고 대응전략, 전장운용, 능력(전력) 건설 등의 발전과 함께 부대 편성과 지휘관계, 작전계획과 작전체계, 예규, 시설 등과 같은 문제들을 순차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우리 군이 흔히 범하는 실수로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보다 무턱대고 조직부터 확대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변화에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리더들이 위기를 위기로 인지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그리고 집단(개인)의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우리 군도 이와 같은 경향을 가진 대표적인 조직이다. 그동안 국방개혁과 같은 군조직의 변화를 수반하는 문제에 관하여 많은 갈등이 있었고 불신이 쌓여왔다. 전략사 창설과 관련해서도 부대 창설을 지연시키거나 낮은 수준의 전략사 창설은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과거 전략사 창설 논의 때에도 물밑에서는 각 군의 경쟁과 견제가 심했다. 특정 군이 자군의 자리와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사 창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전략사 창설을 위해 각 군은 자군 중심의 이해관계를 버리고 오로지 국방 차원에서 전략사 창설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전략사 창설은 어느 군이 주도할 것인지?’ ‘부대 편성이나 소속되는 전력은 무엇인지?’ ‘사령관이나 각 군의 자리 배분은 어떻게 될 것인지?’ 등과 같은 문제에 매몰되는 순간 올바른 안을 만들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공감대 형성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군의 단합을 저해하고 분란만 일으킬 뿐이다.
전략사 통해 최고 전문가 양성해야
전략사 창설의 출발점인 군사적 필요성부터 냉철하게 논의해봐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고착된 우리 군의 전략과 작전 개념, 지휘체계, 부대구조와 배치 등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해보고 변화된 전략환경도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보다는 더 나은 능력과 국방태세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창설과 본격적인 기능의 수행까지 아키텍처(Architecture)를 그리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능력이 검증된 우수한 인재들이 전략사 창설을 주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 국방부는 전략사 창설을 위해 군 내외 핵, 전략·기획, 미사일, 잠수함, 우주, 사이버·전자기 등의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를 선발하여 보직하고, 앞으로 전략사를 통해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 집단을 양성해야 한다. 전략사에서 국가의 핵대응전략과 비대칭전략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작전 개념을 완성해야 한다. 국방부, 합참, 각 군은 이를 정책·군사적으로 뒷받침해야 단기간 내 전략사가 본연의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전략사 창설은 지휘체계 설정이 가장 어려운 난제가 될 것이다. 한미동맹과 연합방위체계가 우리 방위체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전략사 창설도 연합방위체계를 고려하여 임무와 기능, 부대편성, 지휘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우리의 전략사가 확장억제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미래 중국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다면 동맹국인 미국도 환영할 것이다.
육·해·공군의 전략자산 모두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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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2미사일을 발사하는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육·해·공군의 전략자산을 전략사로 모아야 한다. 사진=해군 |
지금과 같은 우리 군의 변화와 대응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전략사 창설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모든 조직과 기관은 이기주의를 버리고 군의 존재 목적인 국가 보위라는 차원에서 전략사 창설에 동참해야 한다. 머뭇거릴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