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민주 국가로서 正體性을 분명히 하는 것이 우리의 살길”
⊙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끌고 나가면서 반대 세력을 포위(encircle)하고 설득해서 돌아서게 만드는 것이 리더십”
⊙ “외교는 국가 正體性 지키기 위한 수단… 외교 위해 正體性 포기하는 것은 主客전도”
⊙ “우크라이나, 한반도처럼 長期 休戰 체제로 갈 수도”
⊙ “인민공화국 만들겠다는 사람과 자유민주공화국 지키겠다는 사람 사이에 어떻게 타협이 가능한가?”
⊙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끌고 나가면서 반대 세력을 포위(encircle)하고 설득해서 돌아서게 만드는 것이 리더십”
⊙ “외교는 국가 正體性 지키기 위한 수단… 외교 위해 正體性 포기하는 것은 主客전도”
⊙ “우크라이나, 한반도처럼 長期 休戰 체제로 갈 수도”
⊙ “인민공화국 만들겠다는 사람과 자유민주공화국 지키겠다는 사람 사이에 어떻게 타협이 가능한가?”
- 사진=조선DB
국제정치적으로 역사의 분기점(分岐點)으로 기억되는 해가 있다. 1648년(베스트팔렌조약 체결과 근대 주권국가의 등장), 1914년(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 1918년(윌슨의 민족자결주의), 1945년(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 1991년(냉전 종식), 2002년(9·11사태와 ‘테러와의 전쟁’)….
아마 후세의 역사가들은 2022년 역시 그런 해로 기억할 것이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것은 1945년 유엔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강대국이 무력(武力)으로 주권국가를 침공해 영토 변경을 꾀한 사건이었다. 또 8월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회담을 가짐으로써 경제·기술·군사적인 측면에서 내연(內燃)되어오던 미중(美中) 갈등을 정치적 영역으로 비화(飛火)되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윤석열(尹錫悅) 정권이 출범했다. 윤석열 정권은 중국·북한과는 거리 두기를 하면서 반도체를 매개로 문재인(文在寅) 정권 시절 약화되었던 한미(韓美) 동맹을 복원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국가 정체성(正體性)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나아갈 바를 생각해보기 위해 이상우(李相禹·84) 신아시아연구소 이사장을 만났다. 이상우 이사장은 박정희(朴正熙) 정권 시절부터 역대 보수(保守) 정권의 외교·안보·국방 정책의 자문(諮問)에 응해온 국제정치학계의 원로다. 서강대 교수, 한림대 총장 등을 지냈고, 특히 2010년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 이후에는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국방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가안보체제 개혁을 추진했다. 1993년 싱크탱크인 신아세아질서연구회(2006년 신아시아연구소로 법인명 개칭)를 설립, 소장 및 이사장으로 일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져서는 안 된다”
— 우크라이나 사태는 1991년 탈냉전(脫冷戰) 이후 형성된 자유주의 세계 질서, 어쩌면 1945년 이후 세계 체제의 틀을 깨는, 세계사적 분기점이 되는 사건이 아닐까요.
“맞습니다. 1918년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웠을 때, 이는 힘으로 다른 나라를 어떻게 해서는 안 된다는 규범을 새로 만든 것이었어요. 제2차 세계대전은 바로 그 규범을 지키기 위해 미국 등이 추축국(樞軸國, 독일·일본·이탈리아)과 싸워 이긴 것이었어요. 6·25 때 유엔 16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한국을 돕기 위해 유엔군을 파병(派兵)한 것도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죠. 그 이후 베트남 전쟁 등은 영토 변경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이념(理念)과 체제를 놓고 싸운 것이었어요. 이런 의미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대를 거스르는 것입니다.”
—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勃發) 소식을 접하고 무슨 생각이 들었습니까.
“6·25전쟁 생각이 났어요. 스탈린 대신 푸틴이 아직도 무력에 의한 영토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미국 등 나토(NATO) 여러 나라가 그걸 막으려고 들고있어났잖아요. 직접 참전하지는 못하고 무기를 제공해주는 식으로 대응이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는 그 이전의 세계와 어떻게 달라질까요.
“냉전 종식 이후에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거의 자리 잡혀가고 있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에 대한 도전이에요. 이것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미중 경쟁이 새로운 냉전 시대로 들어갈 수도 있겠죠. 지금이 시금석(試金石)이에요. 미국도 그동안에는 대통령이 바뀌면서 여러 번 국익(國益) 중심으로 가느냐 이념 중심으로 가느냐를 두고 왔다 갔다 했었어요. 이번에 미국이 자유세계를 얼마나 잘 규합하느냐에 따라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더 번창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되겠지요. 때문에 여기서 져서는 안 됩니다.”
— 스승인 R.J 럼멜 교수의 자유주의 평화이론을 강조해왔는데, 그런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평화란 ‘서로 격(格)이 똑같다고 인정해주는 당사자 간의 공존(共存)에 대한 자발적 합의’입니다. 한자(漢字)로도 ‘평화(平和)’의 평(平)이란 ‘같은 격’이고 ‘화(和)’는 ‘서로 다르지만 공존하는 것’이잖아요? 덮어놓고 ‘전쟁 없는 상태가 평화’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지요. 중요한 건 평화 질서가 확립됐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그에 대한 커미트먼트(commitment·약속)가 꾸준히 강화되어 21세기에 이르렀는데, 지금 푸틴이 시대착오적으로 거기에 도전을 한 거예요.”
“이념이 동맹의 기준”
—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미중 패권(覇權) 경쟁에도 큰 영향을 미칠 텐데요.
“미중 패권 경쟁은 냉전의 21세기 버전이죠. 시진핑(習近平)이 내세우는 중국몽(中國夢)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지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과거 세계를 지배했던 중국의 지위를 되찾겠다는 것입니다.”
— 그게 뜻대로 될까요.
“중국이 과거 세계 질서를 지배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힘으로 한 게 아니었어요. 문화적·체제적으로, 가치(價値) 면에서 중국이 이웃 나라들보다 우위(優位)에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면에서 중국을 존경하는 나라가 없어요.”
— 그렇죠.
“21세기 냉전의 핵심은 군사력보다 이념과 체제예요. ‘인권(人權)이 보장된, 자유를 최고 가치로 하는 자유민주공화정을 보편 가치로 굳히려고 하는 세력’인지 여부, 즉 좁은 의미에서의 국익이 아니라, 이념이 동맹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 그렇게 이념을 달리하는 갈등에 더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세계화(世界化)의 시대가 가고 나라 간에 다시 ‘벽’이 쳐지는 시대가 오지는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19는 특수한 사정입니다. 세계는 이미 ‘하나의 세계’, 지구촌(地球村)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거예요.”
— 스티븐 M. 월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나 존 J.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두 등을 보면서, ‘지난 30년간의 자유주의 세계 질서는 실패했다, 이제는 미국은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느라 힘을 빼기보다는 다시 강대국 간의 세력권을 인정하는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중국, 이제 어려움에 봉착할 것”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국제 사정의 변화도 있지만, 미국 자체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그동안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가장 표준적인 민주국가였기 때문입니다. 민주국가는 중산층(中産層)이 중심이 된 사회입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다스리는 사회가 자유민주주의 공화정입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 되려면, 최소한 생활이 중류(中流)는 되어야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나라가 민주국가를 내세웠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자리 잡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 그렇습니다.
“미국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완전히 중산층 중심의 사회였어요. 그런데 그 뒤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가 되고, 중산층이 허물어졌어요. 그래서 ‘이러다가 다 망하겠다’며 들고일어난 게 트럼프죠. 그런데 나는 트럼프 개인보다는 트럼피즘(Trumpism)에 더 관심이 있어요. 즉 트럼프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문제죠. 그것이 국제화되면 아까 배 기자가 우려했던 것 같은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 이런 상황이 오래갈까요.
“일시적일 거라고 봅니다. 결국은 전 세계가 다 잘살게 될 거예요. 이걸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 그 흐름에 중국도 계속 함께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이제 어려움에 봉착할 거예요. 지금은 힘으로 누르고 있지만, 중국이 강국(强國)이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시민들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자면 전제(專制) 정치를 포기해야 해요. 과거 제1차 산업혁명 시기, 즉 노동이 생산의 중심이던 때에는 전제국가들도 노동을 동원해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어요. 소련도 후진 농업국가에서 반세기 만에 어쨌든 강대국을 만들었잖아요? 하지만 뒤에 가서는 그게 거꾸로 족쇄가 됐지요.
노동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이 생산의 중심이 되는 시대에는 자유경쟁을 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앞설 수밖에 없어요.”
“유신은 시한부 전제 정치”
이상우 교수는 여기서 박정희 대통령 얘기를 꺼냈다.
“유신(維新)을 가지고 박정희 대통령을 비판하지만, 유신 자체가 그의 목적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강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너무 가난했던 것이지요. 가난하면 공산당의 선전이 먹혀들어가기 마련이죠. 그래서 ‘10년만 참자’면서 내세운 것이 10-100-1000이었어요. 10년 동안에 100억 달러 수출,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를 달성하자, 그렇게 되면 그 후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간다는 것이었죠. 유신은 개인을 위한 독재가 아니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한부 전제 정치였어요. 결국 그렇게 됐잖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박정희 대통령을 다시 평가하고 있는 것이죠.”
앞에서 말한 ‘중산층과 민주주의’ 얘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얘기였다.
—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을 교육시키고 경제를 발전시키면 결국 그것이 자기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걸 감수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분들인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보았어요. 그들은 자기의 개인 이익이나 집단 이익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앞세운 분들이었지요. 박정희 대통령의 위대한 점도 그가 이룩한 성취 자체보다, 그 뜻을 나라에 두고, 자기를 희생하더라도 나라를 살리자는 쪽에 두었다는 데 있습니다.”
“시진핑과 이재명 세력 비슷”
— 1971년 닉슨 대통령의 베이징(北京) 방문 이후 미국도 ‘중국이 경제발전을 하면 결국 자유민주국가로 갈 것’이라는 전제 아래 대중(對中) 정책을 펴다가 오늘날에 와서는 ‘그게 아니었다’고 후회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오늘날에는 덩샤오핑(鄧小平)이 도광양회(韜光養晦)하면서 일부러 미국을 속인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덩샤오핑은 공산주의를 하루아침에 그만둘 수 없어서 틀은 놔두면서 실질적으로 개혁·개방을 했는데, 시진핑이 그걸 뒤집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 역사를 보면 권력자가 자기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사회 발전이 중단되는 것도 감수하는 경우가 많이 있더군요.
“나는 덩샤오핑은 마오쩌둥(毛澤東)이나 시진핑과는 달리 권력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진정으로 10억 인구의 중국을 발전시키는 데 뜻을 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천안문 사태 후 중국에 가보았는데, 나는 덩샤오핑의 노선이 계속되었다면 중국은 결국 자유민주화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 시진핑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되고, 덩샤오핑 이후 장쩌민(江澤民) - 후진타오(胡錦濤)를 거치면서 자리 잡았던 3연임(連任) 금지 등을 무력화(無力化)하면서 독재 권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그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어요. 자기 집단의 이익보다 중국 자체를 먼저 생각하는 세력은 기본적으로 오픈된 집단이에요. 반면에 시진핑의 태자당(太子黨)은 자기들끼리 똘똘 뭉친 집단이었고요. 비유하자면 이재명(李在明) 세력하고 비슷해요. 그 반대 세력은 조직이 안 되어 있는데, 이재명 세력은 자기들끼리 조직화가 되어 있잖아요? 물불 안 가리는 조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나머지 점잖은 사람들이 당해낼 수 있겠어요?”
— 중국 지도부를 접해본 적이 있습니까.
“후진타오와 리커창(李克强)은 만나본 적이 있어요. 시진핑은 못 만나봤어요. 덩샤오핑을 비롯해 개혁·개방을 추진했던 중국 지도부는 정말 스마트했다고 생각해요.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기 전인데도 과감하게 사람들을 뽑아서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어요. 당시 ‘그렇게 나간 사람들이 잘사는 미국을 경험하면 중국으로 돌아오겠느냐’고 하자, 덩샤오핑은 ‘그래도 내보내자. 1000명 내보내면 그중 2~3명은 돌아오지 않겠느냐? 그래도 우리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2049년 中國夢 달성 어려울 것”
— 시진핑 체제가 오래갈까요.
“오래갈 수도 있어요. 북한 같은 경우도 70년 가잖아요.”
— 문제군요.
“나는 오히려 그 때문에 덜 걱정해요. 덩샤오핑 이후 해놓은 것들이 쌓여서 그 덕분에 여기까지 왔지만, 중국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어요. 지금부터 저렇게 조이면 자멸(自滅)할 거예요. 그래서 나는 길게 보면 2049년 중국몽 달성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보듯 똘똘 뭉친 소수(少數)의 극단 세력이 정치를 좌우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가 발전하다 보면 열린사회(open society)에서는 정치라는 직업이 인기가 떨어지게 돼요. 정치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자기 발전하면서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지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게 돼요. 나라 전체의 발전 같은 데는 관심이 없고, 자기 자신이나 자기 집단의 이익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서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게 되는 거죠. 이게 어느 사회나 풍요로워지면 나타나는 그림자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트럼프 같은 사람이 나오게 된 거죠. 요즘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부인이 어떤 옷을 입었느냐 하는 걸 갖고 여야(與野)가 싸우는 걸 보면 기가 막혀요. 나라가 흥하느냐 망하느냐 하는 판에….”
“우크라이나, 한반도처럼 될 수도”
— 다시 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선에서 미봉(彌封)하는 식으로 전쟁이 마무리되지는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다고 봐요. 러시아도 예상 밖의 피해 때문에 무지무지하게 고통스럽지만 체면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그 체면을 살려주면서,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도네츠크·루한스크를 러시아에 넘겨주지는 않더라도 휴전을 하는 식으로 갈 수 있겠지요. 그러면 휴전으로 전쟁을 마무리 짓고 그것이 장기 휴전 체제로 이어져 온 한반도와 비슷한 상황이 되는 거죠.”
러시아는 자기들과 우크라이나가 키이우(키예프) 루스에 뿌리를 두고 있고, 지난 수백 년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같은 역사를 공유해왔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결사(決死) 항전하는 것으로 그런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민족(nation)’의 본질이 혈연·문화·역사 공동체인지, 같은 민족공동체에 기꺼이 소속되려는 의지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데, 이상우 이사장이 먼저 “푸틴은 우크라이나는 소련이 만든 나라이고, 우크라이나는 자기네 일부라고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 쪽에서 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러시아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 꼭 개성(開城)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아요. 다른 지방에서는 ‘서울 올라간다’고 하지만, 고려의 수도(首都)였던 개성 사람들은 ‘서울(한양) 내려간다’고 해요. 우크라이나인들도 (키이우 루스가 있었던) 자기들이 중심이고 모스크바(러시아)는 촌놈들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이렇게 때리는 데는 열등감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국영농장 보고 ‘소련 망한다’ 결론”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1979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정치학자대회 참석차 소련을 방문했을 때, 우크라이나를 찾았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 내가 우크라이나에 꼭 가보겠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소련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서였죠. 소련에서 제일 크다는 국영농장에 가보고 내린 결론이 ‘소련은 망하겠구나. 공산주의는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 무엇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국영농장이 서울보다 더 컸는데, 그 넓은 땅이 모두 황무지였어요. 그런데 중간중간 집이 대여섯 채씩 모여 있는 곳이 있는데, 그 앞은 다 푸르더군요. 농장장에게 왜 이러냐고 물어봤더니 정색을 하면서 ‘그건 당연한 거 아니냐? 농장은 전체의 것이지만, 집 앞 텃밭은 자기가 경영하고 자기가 소비하거나 팔 수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트랙터 기사는 8시간 근무시간이 끝나면 비가 오고 있어도 밭 가운데에 트랙터를 놔두고 그냥 걸어서 퇴근한대요. 트랙터도 자기 것이 아니니, 비를 맞아 망가지든 말든 상관없다는 것이죠. 나중에 통계를 보니 소련에서 생산되는 달걀의 80%가 텃밭에서 생산됐다고 하더군요. 그런 현실을 보면서 ‘공산주의에 대한 책을 읽은 사람들은 공산주의자가 되지만, 공산주의 체제에서 하루라도 살아본 사람은 다 반공주의자가 된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이건 여담이고,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가죠.”
“중국의 목표는 한국의 핀란드화”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일부를 점령한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형태로 사태가 미봉되고, 강대국들이 세계를 각자의 세력권으로 나누어 지배하는 체제로 변하면, 한국의 입장은 더 어렵게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똑같은 케이스죠. 중국몽에서 중국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한국은 놔둘 수 없는 나라예요. 중국이 보기에 한국은 자기들의 조공(朝貢)국가인데,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우리가 미국 쪽에 가까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거죠. 지금 중국의 최대 목표는 한국의 핀란드화(Finlandization)예요. 한국을 형식상 주권국가로 남겨두되, 반중(反中) 행위는 못 하도록 묶어놓자는 것이죠.”
— 왕이(王懿)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8월 9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응당 5개 조’라는 고압적인 요구를 내놓았습니다.
“전에 학술 교류를 위해 중국을 여러 번 방문했는데, 한번은 중국의 (직위가) 상당히 높은 사람의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책상 위에 놓인 서류가 눈에 들어오는데 제목이 ‘3반도(半島) 발전계획’이더군요. ‘중국에는 반도가 산둥(山東)반도와 랴오둥(遼東)반도 둘밖에 없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생각해보니, 나머지 하나는 ‘조선반도’였어요. 자기들의 발전계획을 짜면서 한반도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죠.
그 사람 사무실 벽에 걸린 지도에는 ‘수복해야 할 중국 땅’들이 표시되어 있었어요. ‘연해주(沿海州), 1858년 아이훈조약으로 러시아에 빼앗김’ ‘조선반도, 1894년 일본에 빼앗김’ 하는 식으로 적혀 있더군요. 그들의 머릿속에 한반도는 조선성(朝鮮省)이고, 지금은 잠깐 빼앗겼지만 언젠가는 되찾아야 할 땅인 거죠. 그래서 시진핑이 미국에 갔을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던 거 아니겠어요?”
“양다리 걸치기는 자살행위”
— 우크라이나 사태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장기 휴전으로 귀결되면, 미중 패권 경쟁이나 동북아 정세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금도 중국이 대만에 계속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한국에 대해서도 압력이 더욱 세지겠지요. 한국 혼자서는 이걸 못 막아요. 천상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해야지요. 문재인 정부처럼 오락가락하면서 한 발 빼는 식으로는 안 돼요.”
— 그렇죠.
“동맹이라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될 때 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한국도 미국이 필요로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나라에는 중국 눈치 보고 양다리 걸치기 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자살행위예요. 아까도 말한 것처럼, 앞으로 다가오는 신냉전에서는 군사력보다 더 중요한 게 이념과 체제예요. 따라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우리의 살길이에요.”
— 그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어려워질 텐데요.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관계, 즉 서로가 필요할 때 필요한 부분만 협력하는 관계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 편’이라고 선을 딱 긋고 가야 합니다.
외교는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수단입니다. 외교를 위해 국가 정체성을 포기한다면 이는 주객전도(主客顚倒)예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것이 우리의 국가 목표이고 헌법적 가치 아닙니까? 이를 지키기 위해 다른 모든 걸 조정해야지요. 외교에서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우리가 분명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방문을 마치고 방한(訪韓)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지 않아 ‘펠로시 패싱’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나도 깜짝 놀랐어요. 중국을 의식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런다고 중국에 점수를 딸 수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중국의 반대를 각오하고서라도 당연히 펠로시를 만나서 한국의 노선을 중국에 분명히 알려주었어야 했어요.”
대만해협 문제
— 펠로시가 대만 방문을 마치고 떠난 후 중국은 대만을 사실상 봉쇄하는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했습니다. 장차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할 경우, 미국이 자신들의 출혈(出血)을 감수하면서 대만을 방위하려 할까요.
“미국은 중국이 대만해협을 독점하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힘을 과시할 것이고, 중국도 그 선을 넘기는 힘들 거예요. 대만해협과 같은 슬로크(SLOC·Sea Lines of Communication) 문제는 중동(中東)에서 석유를 들여오고, 각국으로 수출을 하는 우리나라에도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상우 이사장은 “1970년대 말 주한미군사령관으로부터 ‘한국은 왜 슬로크 문제에 관심이 없느냐?’는 말을 듣고 ‘슬로크 한국’ 모임을 만들어 미국·일본·대만의 슬로크 연구모임과 함께 이 문제를 연구해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중동에서 한국에 이르는 석유 수송로가 차단될 경우 우리나라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어요. KDI에서 내게 이 경우 국방에 미칠 영향에 대해 써 달라고 해 리포트를 써 주었죠.”
— 박정희 대통령은 어떻게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요.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의 《유단(油斷)!》이라는 소설이 있었어요. 아덴만에서 유조선이 침몰해서 석유 수송로가 막힌 후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소설입니다. 이로 인해 발전(發電)이 중단되고 전기 공급이 끊어지면서 아파트에서는 숯을 피워 밥을 짓다가 화재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끔찍한 일들이 이어진다는 얘기예요. 박정희 대통령이 이 소설을 읽어보니, 한국의 경우는 이보다 더하겠거든. 그래서 KDI에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이었어요.”
“韓美 관계 튼튼히 하려면 韓日 관계 해결해야”
— 미중 갈등 와중에 한국이 미국의 편에 확고하게 서려 할 경우, 중국의 경제보복을 우려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까요.
“1983년 대만에 갔을 때, 내가 놀란 게 하나 있어요. 대만 내부 훈령을 보니 어떤 회사든지 자기네 상품의 40% 이상을 중국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더군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중국이 그걸 카드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런 것이죠. ‘생각이 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아와서 여러 곳에서 ‘한 나라, 특히 적성(敵性)국가에 대해 의존성이 너무 높으면 큰일 난다’고 얘기를 많이 했는데, 별로 귀담아듣지를 않더군요. 늦기는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 문재인 정부 때 망가진 일본과의 관계도 복원해야 할 텐데요.
“대일(對日) 관계는 대미(對美) 관계하고 연관되어 있어요. 한미 관계를 튼튼하게 하려면 한일 관계를 해결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한미 관계에 한계가 오게 됩니다.”
— 일본과의 문제에서는 항상 과거사 문제가 걸림돌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고 미래입니다. 과거에만 매어서 어떻게 하겠어요? 물론 과거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그건 학자에게 맡기면 돼요. 보상할 것이 있으면 민간 차원에서 하고, 나머지 부분에서 국가 간에 협력할 것은 하면서 앞으로 나가야죠.”
— 문재인 정권 때는 그와는 반대로 갔죠.
“그 시절 일본 측 인사들을 만나면 ‘너희도 나라냐?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비롯해 그동안 합의한 것들을 뒤집으면 어떻게 믿고 같이 가겠느냐’고 하는데, 정말 할 말이 없더군요.”
“김정은에게 核 쓰면 죽는다는 것 알게 해야”
— 북한이 핵실험하는 수준을 넘어서 ICBM(대륙 간 탄도미사일),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등을 개발, 실전(實戰) 배치하고 있습니다. 북핵에 대한 대응이 과거와는 달라져야 할 때가 된 것 아닙니까.
“과거에 우리는 북한의 우세한 전력(戰力)을 감안, 휴전선 지근거리에 있는 서울 방위를 1차 목표로 상정하고 적극 방어(positive defence) 전략을 채택했어요. 개전(開戰) 즉시 휴전선을 넘어 휴전선과 사리원선 사이의 공간을 주전장(主戰場)으로 삼기로 한 거죠. 기동전력 위주의 제3야전군을 창설한 것도 이를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장, 장사정포, 지대지미사일로 무장하게 되면서 우리의 전략도 능동적 적극억제(proactive deterrence)로 바뀌게 되었어요. 북한이 공격을 시작하려 할 때에 발사 직전에 이를 무력화(無力化)시키는 선제(先制)타격을 하기로 하고 이에 맞추어 전력을 구성하기로 한 것이죠. 그래서 나온 게 3-K전략이었습니다.”
3축(軸)체제라고도 하는 3-K전략이란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그리고 대량보복능력(KMPR·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을 말한다. 킬 체인은 선제타격 능력, KAMD는 사전공격이 실패했을 경우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KMPR은 적이 공격했을 경우 우리가 대량보복을 할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어 적이 공격할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김관진 전 국방장관 시절 정립한 3축체제는 한국군의 존재 의의를 분명히 밝힌 ‘한국군의 혼(魂)’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입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박살이 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네 가지가 필요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실행할 의지가 있어야 하고, 우리가 그런 준비를 해놓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에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에 신뢰성이 있어야 합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쓰면 자기도 죽는 자살행위라는 걸 알게 해야죠. 그러면 김정은도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다시 생각하지 않겠어요?”
“타협은 자살행위”

— 윤석열 정부 출범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자유민주주의 공화정(共和政)을 복구하자고 하는 국민들의 열망 덕분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가 예뻐서가 아니라 이재명이 되면 안 된다고 걱정하는 국민이 많아서 당선된 것이잖아요.”
— 윤석열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은 잘 잡은 것 같은데, 국내 정치 기반이 취약해서 제대로 정책을 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대통령 취임 몇 달 만에 지지율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자유민주 공화정 복구와 관련된 일은 안 하고 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실망을 해서 그런 거죠. 또 ‘중도(中道) 확산’이라는 말을 자꾸 하는데, 그것도 잘못된 얘기예요. 통합 가능한 게 있고, 가능하지 않은 게 있어요.”
— 그렇습니다.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헌법 질서 안에서 나라가 어떻게 나가야 하느냐를 놓고 여야가 의견을 달리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타협이 가능해요. 하지만 인민공화국 만들겠다는 사람과 자유민주공화국을 지키겠다는 사람 사이에 어떻게 타협이 가능하겠어요? 최근에 헨리 키신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온 세계적인 지도자 여섯 명에 대해서 쓴 《리더십》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 그 여섯 명은 누구누구입니까.
“닉슨 전 미국 대통령, 대처 전 영국 총리, 아데나워 전 독일 총리,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예요.”
— 흥미롭네요.
“이 여섯 사람의 얘기에서 공통점이 뭔가 하면, ‘중도 확장을 한다면서 타협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거예요. 많든 적든 자기를 지지하고 자기와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끌고 나가면서 반대 세력을 포위(encircle)하고 설득해서 돌아서게 만드는 것이 리더십이지, 타협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이지요.”
— 저도 늘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당하게 자기 할 일을 하면 됩니다. 윤 대통령 스스로 법치(法治)·공정·정의(正義)를 강조했잖아요. 그 말처럼 과감하게 잡아넣을 사람 잡아넣고, 수사할 사람 수사하고,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좌파를 포위해야 해요. 그걸 안 하니까 지지율이 떨어지는 거예요.”
‘뜻을 세우고 헌신했던 사람들’
이상우 이사장은 지난 8월에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켜온 분들》(기파랑 펴냄)이라는 책을 냈다. ‘뜻을 세워 길을 열다’라는 부제(副題)가 붙은 이 책의 서문에서 이 이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낡은 전제군주제의 착취 대상으로 지배받던 조선왕조의 백성들을 일찍이 눈뜬 깨인 지식인들이 가르쳐 나라의 주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진 국민으로 만들었다. 이들의 뒷받침으로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었다. 가난한 백성은 공산전체주의의 선전에 쉽게 굴복한다. ‘인권이 보장된 자유’보다 먹고사는 것이 급하기 때문이다. 국제공산당과 중국공산당의 지원을 받아 한국을 공산화하려는 조선공산당의 백 년에 걸친 집요한 정치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안목을 가진 정치 지도자들과 ‘경제입국’에 뜻을 두고 헌신해온 ‘깨인 기업인’들이 빈한한 후진국 한국을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선진국으로 만들어놓은 덕분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21세기의 새 환경을 미리 내다보면서 새 시대를 이끌 전문 인력을 길러내려는 ‘교육입국’에 뜻을 두고 헌신하고 있는 ‘거인’들이 있어 우리 후손들은 경제적으로 풍요한 자유민주공화국 국민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것이다.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 뜻을 가진 오늘의 지도자들이 내일의 한국을 만든다.>
이상우 이사장은 ‘역사를 만든 사람들’로 박규수·김옥균·유길준부터 시작해서 이승만과 김구, 박정희, 백선엽,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김재익 등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의 인물로는 김정주 넥슨 회장, 김관진 전 국방장관,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등도 언급한다.
— 책을 읽었더니 이제 인생을 정리하는 입장에서 후대(後代)에 간절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습니다. 이 책에서는 험난했던 한국 근현대사를 이끌어온 사람들 중에서 나라 사랑의 뜻을 세우고 그 뜻의 실현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을 소개했어요. 그중에는 성공한 사람도, 실패한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뜻을 세워 헌신했다는 것은 보람 있는 일 아니에요?
민주주의란 ‘깬 시민들의 정치’입니다. 시민이란 ‘자기 행위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회 구성원’을 말해요. 무지(無知)한 백성들을 시민으로 깨어나게 한 사람들이 바로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켜온 분들이에요. ‘인생은 짧다. 이리저리 눈치 보지 말고 뜻을 세우고 뜻을 펴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돼라.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라’ 하는 것이 저의 메시지입니다.”⊙
아마 후세의 역사가들은 2022년 역시 그런 해로 기억할 것이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것은 1945년 유엔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강대국이 무력(武力)으로 주권국가를 침공해 영토 변경을 꾀한 사건이었다. 또 8월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회담을 가짐으로써 경제·기술·군사적인 측면에서 내연(內燃)되어오던 미중(美中) 갈등을 정치적 영역으로 비화(飛火)되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윤석열(尹錫悅) 정권이 출범했다. 윤석열 정권은 중국·북한과는 거리 두기를 하면서 반도체를 매개로 문재인(文在寅) 정권 시절 약화되었던 한미(韓美) 동맹을 복원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국가 정체성(正體性)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나아갈 바를 생각해보기 위해 이상우(李相禹·84) 신아시아연구소 이사장을 만났다. 이상우 이사장은 박정희(朴正熙) 정권 시절부터 역대 보수(保守) 정권의 외교·안보·국방 정책의 자문(諮問)에 응해온 국제정치학계의 원로다. 서강대 교수, 한림대 총장 등을 지냈고, 특히 2010년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 이후에는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국방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가안보체제 개혁을 추진했다. 1993년 싱크탱크인 신아세아질서연구회(2006년 신아시아연구소로 법인명 개칭)를 설립, 소장 및 이사장으로 일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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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후 유럽 각지에서 벌어진 규탄시위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하는 표현들이 등장했다. 사진=AP/뉴시스 |
“맞습니다. 1918년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웠을 때, 이는 힘으로 다른 나라를 어떻게 해서는 안 된다는 규범을 새로 만든 것이었어요. 제2차 세계대전은 바로 그 규범을 지키기 위해 미국 등이 추축국(樞軸國, 독일·일본·이탈리아)과 싸워 이긴 것이었어요. 6·25 때 유엔 16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한국을 돕기 위해 유엔군을 파병(派兵)한 것도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죠. 그 이후 베트남 전쟁 등은 영토 변경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이념(理念)과 체제를 놓고 싸운 것이었어요. 이런 의미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대를 거스르는 것입니다.”
—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勃發) 소식을 접하고 무슨 생각이 들었습니까.
“6·25전쟁 생각이 났어요. 스탈린 대신 푸틴이 아직도 무력에 의한 영토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미국 등 나토(NATO) 여러 나라가 그걸 막으려고 들고있어났잖아요. 직접 참전하지는 못하고 무기를 제공해주는 식으로 대응이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는 그 이전의 세계와 어떻게 달라질까요.
“냉전 종식 이후에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거의 자리 잡혀가고 있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에 대한 도전이에요. 이것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미중 경쟁이 새로운 냉전 시대로 들어갈 수도 있겠죠. 지금이 시금석(試金石)이에요. 미국도 그동안에는 대통령이 바뀌면서 여러 번 국익(國益) 중심으로 가느냐 이념 중심으로 가느냐를 두고 왔다 갔다 했었어요. 이번에 미국이 자유세계를 얼마나 잘 규합하느냐에 따라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더 번창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되겠지요. 때문에 여기서 져서는 안 됩니다.”
— 스승인 R.J 럼멜 교수의 자유주의 평화이론을 강조해왔는데, 그런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평화란 ‘서로 격(格)이 똑같다고 인정해주는 당사자 간의 공존(共存)에 대한 자발적 합의’입니다. 한자(漢字)로도 ‘평화(平和)’의 평(平)이란 ‘같은 격’이고 ‘화(和)’는 ‘서로 다르지만 공존하는 것’이잖아요? 덮어놓고 ‘전쟁 없는 상태가 평화’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지요. 중요한 건 평화 질서가 확립됐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그에 대한 커미트먼트(commitment·약속)가 꾸준히 강화되어 21세기에 이르렀는데, 지금 푸틴이 시대착오적으로 거기에 도전을 한 거예요.”
“이념이 동맹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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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오산공군기지를 방문했다. 사진=대통령실 |
“미중 패권 경쟁은 냉전의 21세기 버전이죠. 시진핑(習近平)이 내세우는 중국몽(中國夢)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지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과거 세계를 지배했던 중국의 지위를 되찾겠다는 것입니다.”
— 그게 뜻대로 될까요.
“중국이 과거 세계 질서를 지배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힘으로 한 게 아니었어요. 문화적·체제적으로, 가치(價値) 면에서 중국이 이웃 나라들보다 우위(優位)에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면에서 중국을 존경하는 나라가 없어요.”
— 그렇죠.
“21세기 냉전의 핵심은 군사력보다 이념과 체제예요. ‘인권(人權)이 보장된, 자유를 최고 가치로 하는 자유민주공화정을 보편 가치로 굳히려고 하는 세력’인지 여부, 즉 좁은 의미에서의 국익이 아니라, 이념이 동맹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 그렇게 이념을 달리하는 갈등에 더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세계화(世界化)의 시대가 가고 나라 간에 다시 ‘벽’이 쳐지는 시대가 오지는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19는 특수한 사정입니다. 세계는 이미 ‘하나의 세계’, 지구촌(地球村)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거예요.”
— 스티븐 M. 월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나 존 J.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두 등을 보면서, ‘지난 30년간의 자유주의 세계 질서는 실패했다, 이제는 미국은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느라 힘을 빼기보다는 다시 강대국 간의 세력권을 인정하는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중국, 이제 어려움에 봉착할 것”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국제 사정의 변화도 있지만, 미국 자체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그동안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가장 표준적인 민주국가였기 때문입니다. 민주국가는 중산층(中産層)이 중심이 된 사회입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다스리는 사회가 자유민주주의 공화정입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 되려면, 최소한 생활이 중류(中流)는 되어야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나라가 민주국가를 내세웠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자리 잡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 그렇습니다.
“미국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완전히 중산층 중심의 사회였어요. 그런데 그 뒤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가 되고, 중산층이 허물어졌어요. 그래서 ‘이러다가 다 망하겠다’며 들고일어난 게 트럼프죠. 그런데 나는 트럼프 개인보다는 트럼피즘(Trumpism)에 더 관심이 있어요. 즉 트럼프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문제죠. 그것이 국제화되면 아까 배 기자가 우려했던 것 같은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 이런 상황이 오래갈까요.
“일시적일 거라고 봅니다. 결국은 전 세계가 다 잘살게 될 거예요. 이걸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 그 흐름에 중국도 계속 함께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이제 어려움에 봉착할 거예요. 지금은 힘으로 누르고 있지만, 중국이 강국(强國)이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시민들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자면 전제(專制) 정치를 포기해야 해요. 과거 제1차 산업혁명 시기, 즉 노동이 생산의 중심이던 때에는 전제국가들도 노동을 동원해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어요. 소련도 후진 농업국가에서 반세기 만에 어쨌든 강대국을 만들었잖아요? 하지만 뒤에 가서는 그게 거꾸로 족쇄가 됐지요.
노동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이 생산의 중심이 되는 시대에는 자유경쟁을 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앞설 수밖에 없어요.”
“유신은 시한부 전제 정치”
이상우 교수는 여기서 박정희 대통령 얘기를 꺼냈다.
“유신(維新)을 가지고 박정희 대통령을 비판하지만, 유신 자체가 그의 목적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강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너무 가난했던 것이지요. 가난하면 공산당의 선전이 먹혀들어가기 마련이죠. 그래서 ‘10년만 참자’면서 내세운 것이 10-100-1000이었어요. 10년 동안에 100억 달러 수출,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를 달성하자, 그렇게 되면 그 후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간다는 것이었죠. 유신은 개인을 위한 독재가 아니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한부 전제 정치였어요. 결국 그렇게 됐잖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박정희 대통령을 다시 평가하고 있는 것이죠.”
앞에서 말한 ‘중산층과 민주주의’ 얘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얘기였다.
—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을 교육시키고 경제를 발전시키면 결국 그것이 자기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걸 감수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분들인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보았어요. 그들은 자기의 개인 이익이나 집단 이익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앞세운 분들이었지요. 박정희 대통령의 위대한 점도 그가 이룩한 성취 자체보다, 그 뜻을 나라에 두고, 자기를 희생하더라도 나라를 살리자는 쪽에 두었다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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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선언했다. 사진=신화/뉴시스 |
“오늘날에는 덩샤오핑(鄧小平)이 도광양회(韜光養晦)하면서 일부러 미국을 속인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덩샤오핑은 공산주의를 하루아침에 그만둘 수 없어서 틀은 놔두면서 실질적으로 개혁·개방을 했는데, 시진핑이 그걸 뒤집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 역사를 보면 권력자가 자기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사회 발전이 중단되는 것도 감수하는 경우가 많이 있더군요.
“나는 덩샤오핑은 마오쩌둥(毛澤東)이나 시진핑과는 달리 권력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진정으로 10억 인구의 중국을 발전시키는 데 뜻을 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천안문 사태 후 중국에 가보았는데, 나는 덩샤오핑의 노선이 계속되었다면 중국은 결국 자유민주화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 시진핑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되고, 덩샤오핑 이후 장쩌민(江澤民) - 후진타오(胡錦濤)를 거치면서 자리 잡았던 3연임(連任) 금지 등을 무력화(無力化)하면서 독재 권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그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어요. 자기 집단의 이익보다 중국 자체를 먼저 생각하는 세력은 기본적으로 오픈된 집단이에요. 반면에 시진핑의 태자당(太子黨)은 자기들끼리 똘똘 뭉친 집단이었고요. 비유하자면 이재명(李在明) 세력하고 비슷해요. 그 반대 세력은 조직이 안 되어 있는데, 이재명 세력은 자기들끼리 조직화가 되어 있잖아요? 물불 안 가리는 조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나머지 점잖은 사람들이 당해낼 수 있겠어요?”
— 중국 지도부를 접해본 적이 있습니까.
“후진타오와 리커창(李克强)은 만나본 적이 있어요. 시진핑은 못 만나봤어요. 덩샤오핑을 비롯해 개혁·개방을 추진했던 중국 지도부는 정말 스마트했다고 생각해요.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기 전인데도 과감하게 사람들을 뽑아서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어요. 당시 ‘그렇게 나간 사람들이 잘사는 미국을 경험하면 중국으로 돌아오겠느냐’고 하자, 덩샤오핑은 ‘그래도 내보내자. 1000명 내보내면 그중 2~3명은 돌아오지 않겠느냐? 그래도 우리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2049년 中國夢 달성 어려울 것”
— 시진핑 체제가 오래갈까요.
“오래갈 수도 있어요. 북한 같은 경우도 70년 가잖아요.”
— 문제군요.
“나는 오히려 그 때문에 덜 걱정해요. 덩샤오핑 이후 해놓은 것들이 쌓여서 그 덕분에 여기까지 왔지만, 중국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어요. 지금부터 저렇게 조이면 자멸(自滅)할 거예요. 그래서 나는 길게 보면 2049년 중국몽 달성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보듯 똘똘 뭉친 소수(少數)의 극단 세력이 정치를 좌우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가 발전하다 보면 열린사회(open society)에서는 정치라는 직업이 인기가 떨어지게 돼요. 정치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자기 발전하면서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지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게 돼요. 나라 전체의 발전 같은 데는 관심이 없고, 자기 자신이나 자기 집단의 이익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서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게 되는 거죠. 이게 어느 사회나 풍요로워지면 나타나는 그림자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트럼프 같은 사람이 나오게 된 거죠. 요즘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부인이 어떤 옷을 입었느냐 하는 걸 갖고 여야(與野)가 싸우는 걸 보면 기가 막혀요. 나라가 흥하느냐 망하느냐 하는 판에….”
— 다시 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선에서 미봉(彌封)하는 식으로 전쟁이 마무리되지는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다고 봐요. 러시아도 예상 밖의 피해 때문에 무지무지하게 고통스럽지만 체면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그 체면을 살려주면서,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도네츠크·루한스크를 러시아에 넘겨주지는 않더라도 휴전을 하는 식으로 갈 수 있겠지요. 그러면 휴전으로 전쟁을 마무리 짓고 그것이 장기 휴전 체제로 이어져 온 한반도와 비슷한 상황이 되는 거죠.”
러시아는 자기들과 우크라이나가 키이우(키예프) 루스에 뿌리를 두고 있고, 지난 수백 년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같은 역사를 공유해왔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결사(決死) 항전하는 것으로 그런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민족(nation)’의 본질이 혈연·문화·역사 공동체인지, 같은 민족공동체에 기꺼이 소속되려는 의지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데, 이상우 이사장이 먼저 “푸틴은 우크라이나는 소련이 만든 나라이고, 우크라이나는 자기네 일부라고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 쪽에서 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러시아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 꼭 개성(開城)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아요. 다른 지방에서는 ‘서울 올라간다’고 하지만, 고려의 수도(首都)였던 개성 사람들은 ‘서울(한양) 내려간다’고 해요. 우크라이나인들도 (키이우 루스가 있었던) 자기들이 중심이고 모스크바(러시아)는 촌놈들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이렇게 때리는 데는 열등감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국영농장 보고 ‘소련 망한다’ 결론”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1979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정치학자대회 참석차 소련을 방문했을 때, 우크라이나를 찾았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 내가 우크라이나에 꼭 가보겠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소련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서였죠. 소련에서 제일 크다는 국영농장에 가보고 내린 결론이 ‘소련은 망하겠구나. 공산주의는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 무엇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국영농장이 서울보다 더 컸는데, 그 넓은 땅이 모두 황무지였어요. 그런데 중간중간 집이 대여섯 채씩 모여 있는 곳이 있는데, 그 앞은 다 푸르더군요. 농장장에게 왜 이러냐고 물어봤더니 정색을 하면서 ‘그건 당연한 거 아니냐? 농장은 전체의 것이지만, 집 앞 텃밭은 자기가 경영하고 자기가 소비하거나 팔 수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트랙터 기사는 8시간 근무시간이 끝나면 비가 오고 있어도 밭 가운데에 트랙터를 놔두고 그냥 걸어서 퇴근한대요. 트랙터도 자기 것이 아니니, 비를 맞아 망가지든 말든 상관없다는 것이죠. 나중에 통계를 보니 소련에서 생산되는 달걀의 80%가 텃밭에서 생산됐다고 하더군요. 그런 현실을 보면서 ‘공산주의에 대한 책을 읽은 사람들은 공산주의자가 되지만, 공산주의 체제에서 하루라도 살아본 사람은 다 반공주의자가 된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이건 여담이고,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가죠.”
“중국의 목표는 한국의 핀란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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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고압적인 ‘응당 5개조’를 내놓았다. 사진=외교부 |
“우리도 똑같은 케이스죠. 중국몽에서 중국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한국은 놔둘 수 없는 나라예요. 중국이 보기에 한국은 자기들의 조공(朝貢)국가인데,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우리가 미국 쪽에 가까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거죠. 지금 중국의 최대 목표는 한국의 핀란드화(Finlandization)예요. 한국을 형식상 주권국가로 남겨두되, 반중(反中) 행위는 못 하도록 묶어놓자는 것이죠.”
— 왕이(王懿)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8월 9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응당 5개 조’라는 고압적인 요구를 내놓았습니다.
“전에 학술 교류를 위해 중국을 여러 번 방문했는데, 한번은 중국의 (직위가) 상당히 높은 사람의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책상 위에 놓인 서류가 눈에 들어오는데 제목이 ‘3반도(半島) 발전계획’이더군요. ‘중국에는 반도가 산둥(山東)반도와 랴오둥(遼東)반도 둘밖에 없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생각해보니, 나머지 하나는 ‘조선반도’였어요. 자기들의 발전계획을 짜면서 한반도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죠.
그 사람 사무실 벽에 걸린 지도에는 ‘수복해야 할 중국 땅’들이 표시되어 있었어요. ‘연해주(沿海州), 1858년 아이훈조약으로 러시아에 빼앗김’ ‘조선반도, 1894년 일본에 빼앗김’ 하는 식으로 적혀 있더군요. 그들의 머릿속에 한반도는 조선성(朝鮮省)이고, 지금은 잠깐 빼앗겼지만 언젠가는 되찾아야 할 땅인 거죠. 그래서 시진핑이 미국에 갔을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던 거 아니겠어요?”
“양다리 걸치기는 자살행위”
— 우크라이나 사태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장기 휴전으로 귀결되면, 미중 패권 경쟁이나 동북아 정세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금도 중국이 대만에 계속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한국에 대해서도 압력이 더욱 세지겠지요. 한국 혼자서는 이걸 못 막아요. 천상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해야지요. 문재인 정부처럼 오락가락하면서 한 발 빼는 식으로는 안 돼요.”
— 그렇죠.
“동맹이라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될 때 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한국도 미국이 필요로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나라에는 중국 눈치 보고 양다리 걸치기 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자살행위예요. 아까도 말한 것처럼, 앞으로 다가오는 신냉전에서는 군사력보다 더 중요한 게 이념과 체제예요. 따라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우리의 살길이에요.”
— 그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어려워질 텐데요.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관계, 즉 서로가 필요할 때 필요한 부분만 협력하는 관계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 편’이라고 선을 딱 긋고 가야 합니다.
외교는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수단입니다. 외교를 위해 국가 정체성을 포기한다면 이는 주객전도(主客顚倒)예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것이 우리의 국가 목표이고 헌법적 가치 아닙니까? 이를 지키기 위해 다른 모든 걸 조정해야지요. 외교에서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우리가 분명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방문을 마치고 방한(訪韓)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지 않아 ‘펠로시 패싱’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나도 깜짝 놀랐어요. 중국을 의식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런다고 중국에 점수를 딸 수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중국의 반대를 각오하고서라도 당연히 펠로시를 만나서 한국의 노선을 중국에 분명히 알려주었어야 했어요.”
대만해협 문제
— 펠로시가 대만 방문을 마치고 떠난 후 중국은 대만을 사실상 봉쇄하는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했습니다. 장차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할 경우, 미국이 자신들의 출혈(出血)을 감수하면서 대만을 방위하려 할까요.
“미국은 중국이 대만해협을 독점하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힘을 과시할 것이고, 중국도 그 선을 넘기는 힘들 거예요. 대만해협과 같은 슬로크(SLOC·Sea Lines of Communication) 문제는 중동(中東)에서 석유를 들여오고, 각국으로 수출을 하는 우리나라에도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상우 이사장은 “1970년대 말 주한미군사령관으로부터 ‘한국은 왜 슬로크 문제에 관심이 없느냐?’는 말을 듣고 ‘슬로크 한국’ 모임을 만들어 미국·일본·대만의 슬로크 연구모임과 함께 이 문제를 연구해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중동에서 한국에 이르는 석유 수송로가 차단될 경우 우리나라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어요. KDI에서 내게 이 경우 국방에 미칠 영향에 대해 써 달라고 해 리포트를 써 주었죠.”
— 박정희 대통령은 어떻게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요.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의 《유단(油斷)!》이라는 소설이 있었어요. 아덴만에서 유조선이 침몰해서 석유 수송로가 막힌 후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소설입니다. 이로 인해 발전(發電)이 중단되고 전기 공급이 끊어지면서 아파트에서는 숯을 피워 밥을 짓다가 화재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끔찍한 일들이 이어진다는 얘기예요. 박정희 대통령이 이 소설을 읽어보니, 한국의 경우는 이보다 더하겠거든. 그래서 KDI에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이었어요.”
“韓美 관계 튼튼히 하려면 韓日 관계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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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이사장은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으로 3축 체제 구축 등을 추진했다. 사진=조선DB |
“1983년 대만에 갔을 때, 내가 놀란 게 하나 있어요. 대만 내부 훈령을 보니 어떤 회사든지 자기네 상품의 40% 이상을 중국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더군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중국이 그걸 카드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런 것이죠. ‘생각이 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아와서 여러 곳에서 ‘한 나라, 특히 적성(敵性)국가에 대해 의존성이 너무 높으면 큰일 난다’고 얘기를 많이 했는데, 별로 귀담아듣지를 않더군요. 늦기는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 문재인 정부 때 망가진 일본과의 관계도 복원해야 할 텐데요.
“대일(對日) 관계는 대미(對美) 관계하고 연관되어 있어요. 한미 관계를 튼튼하게 하려면 한일 관계를 해결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한미 관계에 한계가 오게 됩니다.”
— 일본과의 문제에서는 항상 과거사 문제가 걸림돌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고 미래입니다. 과거에만 매어서 어떻게 하겠어요? 물론 과거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그건 학자에게 맡기면 돼요. 보상할 것이 있으면 민간 차원에서 하고, 나머지 부분에서 국가 간에 협력할 것은 하면서 앞으로 나가야죠.”
— 문재인 정권 때는 그와는 반대로 갔죠.
“그 시절 일본 측 인사들을 만나면 ‘너희도 나라냐?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비롯해 그동안 합의한 것들을 뒤집으면 어떻게 믿고 같이 가겠느냐’고 하는데, 정말 할 말이 없더군요.”
“김정은에게 核 쓰면 죽는다는 것 알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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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미사일인 현무-3는 사거리 500~1500km 떨어진 곳의 30㎝ 크기의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사진=뉴스1 |
“과거에 우리는 북한의 우세한 전력(戰力)을 감안, 휴전선 지근거리에 있는 서울 방위를 1차 목표로 상정하고 적극 방어(positive defence) 전략을 채택했어요. 개전(開戰) 즉시 휴전선을 넘어 휴전선과 사리원선 사이의 공간을 주전장(主戰場)으로 삼기로 한 거죠. 기동전력 위주의 제3야전군을 창설한 것도 이를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장, 장사정포, 지대지미사일로 무장하게 되면서 우리의 전략도 능동적 적극억제(proactive deterrence)로 바뀌게 되었어요. 북한이 공격을 시작하려 할 때에 발사 직전에 이를 무력화(無力化)시키는 선제(先制)타격을 하기로 하고 이에 맞추어 전력을 구성하기로 한 것이죠. 그래서 나온 게 3-K전략이었습니다.”
3축(軸)체제라고도 하는 3-K전략이란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그리고 대량보복능력(KMPR·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을 말한다. 킬 체인은 선제타격 능력, KAMD는 사전공격이 실패했을 경우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KMPR은 적이 공격했을 경우 우리가 대량보복을 할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어 적이 공격할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김관진 전 국방장관 시절 정립한 3축체제는 한국군의 존재 의의를 분명히 밝힌 ‘한국군의 혼(魂)’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입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박살이 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네 가지가 필요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실행할 의지가 있어야 하고, 우리가 그런 준비를 해놓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에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에 신뢰성이 있어야 합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쓰면 자기도 죽는 자살행위라는 걸 알게 해야죠. 그러면 김정은도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다시 생각하지 않겠어요?”
“타협은 자살행위”

— 윤석열 정부 출범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자유민주주의 공화정(共和政)을 복구하자고 하는 국민들의 열망 덕분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가 예뻐서가 아니라 이재명이 되면 안 된다고 걱정하는 국민이 많아서 당선된 것이잖아요.”
— 윤석열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은 잘 잡은 것 같은데, 국내 정치 기반이 취약해서 제대로 정책을 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대통령 취임 몇 달 만에 지지율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자유민주 공화정 복구와 관련된 일은 안 하고 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실망을 해서 그런 거죠. 또 ‘중도(中道) 확산’이라는 말을 자꾸 하는데, 그것도 잘못된 얘기예요. 통합 가능한 게 있고, 가능하지 않은 게 있어요.”
— 그렇습니다.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헌법 질서 안에서 나라가 어떻게 나가야 하느냐를 놓고 여야가 의견을 달리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타협이 가능해요. 하지만 인민공화국 만들겠다는 사람과 자유민주공화국을 지키겠다는 사람 사이에 어떻게 타협이 가능하겠어요? 최근에 헨리 키신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온 세계적인 지도자 여섯 명에 대해서 쓴 《리더십》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 그 여섯 명은 누구누구입니까.
“닉슨 전 미국 대통령, 대처 전 영국 총리, 아데나워 전 독일 총리,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예요.”
— 흥미롭네요.
“이 여섯 사람의 얘기에서 공통점이 뭔가 하면, ‘중도 확장을 한다면서 타협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거예요. 많든 적든 자기를 지지하고 자기와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끌고 나가면서 반대 세력을 포위(encircle)하고 설득해서 돌아서게 만드는 것이 리더십이지, 타협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이지요.”
— 저도 늘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당하게 자기 할 일을 하면 됩니다. 윤 대통령 스스로 법치(法治)·공정·정의(正義)를 강조했잖아요. 그 말처럼 과감하게 잡아넣을 사람 잡아넣고, 수사할 사람 수사하고,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좌파를 포위해야 해요. 그걸 안 하니까 지지율이 떨어지는 거예요.”
‘뜻을 세우고 헌신했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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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만들고 지켜온 분들》 |
<낡은 전제군주제의 착취 대상으로 지배받던 조선왕조의 백성들을 일찍이 눈뜬 깨인 지식인들이 가르쳐 나라의 주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진 국민으로 만들었다. 이들의 뒷받침으로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었다. 가난한 백성은 공산전체주의의 선전에 쉽게 굴복한다. ‘인권이 보장된 자유’보다 먹고사는 것이 급하기 때문이다. 국제공산당과 중국공산당의 지원을 받아 한국을 공산화하려는 조선공산당의 백 년에 걸친 집요한 정치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안목을 가진 정치 지도자들과 ‘경제입국’에 뜻을 두고 헌신해온 ‘깨인 기업인’들이 빈한한 후진국 한국을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선진국으로 만들어놓은 덕분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21세기의 새 환경을 미리 내다보면서 새 시대를 이끌 전문 인력을 길러내려는 ‘교육입국’에 뜻을 두고 헌신하고 있는 ‘거인’들이 있어 우리 후손들은 경제적으로 풍요한 자유민주공화국 국민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것이다.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 뜻을 가진 오늘의 지도자들이 내일의 한국을 만든다.>
이상우 이사장은 ‘역사를 만든 사람들’로 박규수·김옥균·유길준부터 시작해서 이승만과 김구, 박정희, 백선엽,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김재익 등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의 인물로는 김정주 넥슨 회장, 김관진 전 국방장관,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등도 언급한다.
— 책을 읽었더니 이제 인생을 정리하는 입장에서 후대(後代)에 간절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습니다. 이 책에서는 험난했던 한국 근현대사를 이끌어온 사람들 중에서 나라 사랑의 뜻을 세우고 그 뜻의 실현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을 소개했어요. 그중에는 성공한 사람도, 실패한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뜻을 세워 헌신했다는 것은 보람 있는 일 아니에요?
민주주의란 ‘깬 시민들의 정치’입니다. 시민이란 ‘자기 행위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회 구성원’을 말해요. 무지(無知)한 백성들을 시민으로 깨어나게 한 사람들이 바로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켜온 분들이에요. ‘인생은 짧다. 이리저리 눈치 보지 말고 뜻을 세우고 뜻을 펴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돼라.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라’ 하는 것이 저의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