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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제기

초·중·고 255곳 도서관 보유 도서 분석

“이승만보다 김정일 책 더 많아”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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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 중·고등학교 도서관 책꽂이에
⊙ 著者별 분석해 보니 전교조 소속 국어교사가 주축인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가장 많아
⊙ 전교조 소속 교사 많은 학교 도서관에는 나라말 출판사 책 多數
한 중학교 도서관 내부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 만주의 항일무장투쟁을 김일성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다. 책 제3장 김일성과 항일연군 제1로군은 보천보(普天堡) 전투에서 김일성의 투쟁 성과를 인정한다. 보천보 전투는 북한이 ‘김일성의 역사적인 항일 무장전투’로 선전하는 전투다. 그들은 여전히 김일성이 직접 보천보주재소를 습격하고 군중에게 반일(反日)연설을 했다고 선전한다. 북한이 매년 6월 4일을 ‘보천보 전투 승리의 날’로 정해놓고 김일성 업적을 찬양하며 ‘보천보 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객관적 증거자료를 보면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 참가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 같은 사실은 《조선일보》 1993년 12월 7일 자에 실린 ‘보천보 전투의 진실’이라는 기사에 잘 나타나 있다. 당시 기사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얼마 전 중국 조선족이 경영하는 심양의 요녕인민출판사가 발행한 조선족혁명렬사전을 입수했다. 3권으로 된 이 책은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하다 사망한 72명의 사회주의 운동가의 약사(略史)를 담고 있다. 요녕인민출판사가 지난 83년 제1권을 낸 이후 9년 만에 제3권을 낼 정도로 이 책은 로작(勞作)이다. 관련자들의 증언을 철저히 들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김일성 주석의 가장 대표적인 항일투쟁이라는 보천보(혜산 근방의 지명) 전투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김일성이 사장으로 있었던 동북 항일연군 제1로군 2군 6사 간부들인 오중흡(1910~39·전 인민군 참모장 오극열의 아버지), 권영벽(1909~45), 이동학(1911~38), 김산호(?~36) 등의 약사에 이 전투에 관한 소상한 기록이 적혀 있다. 권영벽은 보천보 전투를 앞두고 현지 정찰을 했으며 이동학과 오중흡은 전투에 직접 참가했다. 이동학 중대장이 책임진 경위중대는 보천보경찰주재소를, 7퇀4련은 영림소와 농사시험장 소방대 우체국 등 적 기관을 습격하기로 하고 7퇀의 오중흡 중대장은 일부 병력을 인솔하여 혜산 방향의 도로를 차단하고 그쪽에서 오는 적을 저격하며 8퇀의 일부는 경기 1정을 가지고 삼지연 방향에서 나타나는 적을 저격하기로 결정했다(여기에 나오는 퇀은 아마 중대보다 약간 큰 부대를 의미하는 것 같다-편집자注). 돌격대는 이날 밤 10시 작전계획에 따라 보천보를 습격했다. 작전회의를 별동대 간부끼리만 했는지 사장인 김일성이 직접 주재했는지는 이 기록이 분명하게 나오지 않아 확인할 수 없지만 김이 전투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설령 김일성이 보천보 전투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보천보 전투는 일제 파출소를 습격한 것에 그친 사건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보천보 전투는 소규모 무장 병력을 기습 공격한 작은 전투로 북한에 의해 과대 선전됐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했다.
 
  류석춘(柳錫春) 연세대 교수도 “최근 만주 지역에서의 독립투쟁 기록을 살펴봤는데,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전투나 홍범도 장군이 이끈 봉오동 전투를 제외하면 사실상 무장 항일투쟁이 지리멸렬한 수준이었고, 김일성이 벌였다는 항일투쟁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고 했다.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의 著者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의 저자 와다 하루키가 反韓시민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1974년 4월 조직한 ‘日韓연대회의’의 사무국장을 맡았다는 《경향신문》 기사.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의 저자(著者)는 일본 도쿄대학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명예교수이다.
 
  북한 전문가이자 일본의 대표적 진보 지식인인 와다 하루키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양심적 지성’과 친북 주의자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일합병, 위안부,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오는 까닭이다.
 
  하루키 교수는 회고록 《내가 만난 한반도》에서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과 관련 “김일성은 가짜가 아니라 만주 지역 항일무장투쟁의 중요한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으며, 조선인으로는 가장 유명했다는 게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을 통해 논증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1978년 6월 27일 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와다 하루키 교수는 반한(反韓)시민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1974년 4월 조직한 ‘일한(日韓)연대회의’의 사무국장을 맡은 바 있다. 일한연대회의에는 조총련 조직이 깊이 간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키 교수의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을 번역한 이는 노무현(盧武鉉)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다. 이 위원은 예전부터 논문, 기고문, 강연 등을 통해 친북 성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주장(▲진정한 통일은 제국주의 세력을 이 땅에서 축출함으로써 가능한 것 ▲평시 또는 비전시에 공식적으로 주적이나 특정 국가를 지칭해 ‘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비합리적·비전략적 사고의 산물 등)을 해왔다.
 
 
  도서관에 備置
 
親北 일본학자 와다 하루키의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
  1992년에 출판돼 관심 밖에 있는 책의 골자와 저자, 번역자의 성향을 자세하게 설명한 이유는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이 소수(少數)이긴 하지만 전국의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비치(備置)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21C 미래교육연합 조형곤 대표(http://blog.naver.com/josunkr)가 전국 초(68곳)·중(134곳)·고교(53곳) 255곳의 학교 도서관 보유 도서 343만8518권을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조사 대상 255개교는 전국 초·중·고교 1000여 곳을 무작위로 선정한 후 이들에게 정보공개 청구를 해 자료를 받은 학교들이다. 745곳은 자료가 없다고 하면서 제출하지 않았다.
 
  물론 보천보 전투를 대표적인 항일투쟁인 것처럼 표현하고, 김일성의 지하혁명 조직으로 알려진 ‘조국 광복회’를 미화(美化)하는 역사교과서가 발간되는 상황에서 ‘보천보 전투를 김일성의 업적이라고 서술한 책이 소수의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있는 게 무슨 문제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천보 전투가 김일성의 대표적인 항일투쟁이라고 실린 좌편향 교과서가 발간되기 이전부터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이란 책은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 전국 1만1000여 개 초·중·고등학교의 도서관에 비치된 책 모두를 전수(全數)조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논란을 일으킬 만한 책의 수가 매우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형곤 대표는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당장 해당 학교의 행정실장부터 연락이 와서 무슨 이유로 이런 정보공개 청구를 하느냐고 따져 물으며 무조건 자료가 없다고 한다”며 “정보공개 청구에 응한 학교의 도서관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책이 발견된 것으로 봤을 때 전국의 모든 학교를 전수조사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책의 수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255곳의 학교 도서관 보유 도서 343만8518권을 엑셀로 정리해 놓았는데, 제가 생각하지 못한 키워드로 검색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책을 더 발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월간조선》은 조 대표와 함께 여러 키워드로 논란의 소지가 될 만한 책이 있는지 검색해 봤다. 이 과정에서 세 가지의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현대사 관련 인물 책 수, 김구, 전태일, 김대중, 박정희 順
 
  첫 번째는 건국 대통령 이승만(李承晩)을 주제로 한 책이 총 96권(초등학교 28권, 중학교 33권, 고등학교 35권)으로 북한 김정일(초등학교 1권, 중학교 61권, 고등학교 72권-총 134권)에 관한 책보다도 수가 적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김일성에 대한 책은 총 83권(초등학교 1권, 중학교 41권, 고등학교 41권), 김정은 관련 서적은 13권(초등학교 2권, 중학교 2권, 고등학교 9권)이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삼부자 관련 대표 서적은 《김일성의 말, 그 대중설득의 전략(저자 전미영)》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저자 서대숙)》 《독재자를 고발한다!:김일성 부자를 위해 손과 발이 되었던 김정률 전 북한정보요원의 뒤늦은 고백(저자 잉그리트 슈타이너 가쉬 부부)》 《모스크바와 김일성 냉전기의 북한(저자 시모토마이 노부오)》 《김일성항일투쟁공방(저자 허동찬)》 《김일성 주석, 내 아내와 딸을 돌려주오(저자 오길남 박사)》 《Mr.김정일, 차 한잔하실까요?(저자 김현경)》 《김정일의 요리사(저자 후지모토 겐지)》 《김정일의 인질이 된 대한민국2(저자 이주천 교수)》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저자 유시민)》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저자 후지모토 겐지)》 《김정은의 고민(저자 안문석)》 등이다.
 
  진보와 보수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중도 성향의 교육단체 관계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이 원인인 것 같다”며 “아무리 그렇다 쳐도, 대한민국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서적이 김정일 관련 책보다 적은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2013년 4월 24일 진보 원로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관련 “광복 후 역사를 도덕 대 반 도덕, 민족 대 반민족, 냉전 수구 대 종북 좌파의 대립으로 보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극단적 형태”라며 “이승만 정권에 대해선 나도 완전히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광복 후의 현실을 감안하면 역사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학교 도서관이 가장 많이 보유한 현대사 관련 인물은 김구(金九) 주석(4560권)이었고, 그다음은 노동자 전태일(全泰壹·1820권),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782권),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674권), 노무현 전 대통령(492권),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회장(436권), 고 이병철(李秉喆) 삼성 회장(266권) 순이었다.
 
 
 
全敎組와 나라말 출판사의 관계

 
전국국어교사모임이 만든 나라말 출판사 블로그 배경.
  두 번째는 중(134곳)·고교(53곳) 총 187곳 도서관의 저자별 책 수를 분석한 결과 ‘전국국어교사모임(1만3843권)’의 책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은 전교조 소속 국어 교사들이 주축이 된 단체다. 이들은 ‘나라말’이라는 출판사를 직접 운영하며 책을 쓰고 출판한다.
 
  세 번째는 중학교 134곳을 살펴본 결과 교원의 대표적 단체인 한국교총 회원이 많은 학교와 진보 성향의 전교조 회원이 많은 학교의 도서 구매 양상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전교조나 한국교총에 소속된 교사의 분류는 ‘학교 알리미 서비스(schoolinfo.go.kr)’를 통해 확인했다. 한국교총 회원 수가 전교조 회원 수보다 약 3배 가까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전교조 회원 수가 한국교총 회원 수보다 많은 학교만을 전교조 성향이 강한 학교로 분류했다. 자연히 한국교총 성향이 강한 학교는 한국교총 회원 수가 3배 가까이 많은 곳만을 선정했고, 나머지는 혼합(한국교총+전교조)으로 분류했다.
 
  분석결과 전교조 성향이 강한 중학교는 134곳 중 55곳, 한국교총 성향이 강한 곳은 42곳, 혼합은 36곳이었다.
 
  전교조 성향이 강한 55곳의 중학교는 나라말 출판사의 책이 많았다(총 1만8935권). 앞서 설명했듯 나라말 출판사는 전교조 소속 국어 교사들이 주축이 된 전국국어교사모임이 운영하는 곳이다.
 
  서울 소재 A 중학교의 경우 도서관에 나라말 출판사의 책이 805권이나 있었다. 한 학교당 평균적으로 나라말 출판사 책을 279권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교총 성향이 강한 학교(42곳)에는 나라말 출판사의 책이 적었다. 대구 소재 한 중학교의 경우 나라말 출판사 책이 세 권뿐이었다. 한국교총 소속 교사가 많은 학교는 한 학교당 평균적으로 나라말 출판사 책이 144권 있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이 운영하는 나라말 출판사의 책이 전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교조 소속 교사가 많은 곳에 나라말 출판사의 책이 특히 많다는 것은 ‘자기 식구 챙기기’라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실제 이런 현상에 대해 현장 교사들은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 도서 구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보통 사서(司書) 담당 교사는 다른 교사들로부터 도서를 추천받은 후 도서선정위를 통해 1년에 서너 차례 책을 사들인다.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 도서선정위는 거의 형식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교조 교사들이 나라말 출판사 책을 신청하면 그 의견이 대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일반 초·중·고등학교의 도서 구매 과정은 다음과 같다.
 
  학년별·교과별 구매 희망도서 목록접수→도서선정위원회에서 최종 구매도서목록 작성→학교장 결재 후 행정실을 경유하여 도서 구매.
 
 
  2년 전 검찰 수사 의뢰
 
조형곤 21C 미래교육연합 대표.
  이에 조전혁(趙全赫) 명지대 교수는 18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시절인 2011년 11월 23일 “국어교사모임이 사단법인 인가를 신청할 때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한 정관과 달리 나라말이라는 출판사를 설립·운영하며 영리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및 영리추구행위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조 교수는 국회의원 시절,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5일간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아직도 월급의 50%를 꼬박꼬박 가압류당하고 있다.
 
  대법원이 8193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한다면 조 교수가 전교조에 물어야 할 빚은 더욱 불어나게 된다.
 
  조형곤 대표는 “전국 1만1천 개 초·중·고등학교에서 매년 학교운영예산의 일정 부분(3%)을 도서구매 예산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전국 187개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꽂힌 나라말 출판사 책도 상당한 데 1만1천 개 학교를 다 조사해 보면 얼마나 많은 나라말 출판사 책이 보급돼 있겠느냐. 5년 안에 전국 1만1천 개 초·중·고등학교의 도서관에 비치된 책 모두를 전수조사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표본 수가 적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에 “처음에 80개 학교를 분석했을 때와 255곳 학교를 분석했을 때의 결과가 거의 일치한다”며 “100% 장담하긴 어렵지만, 전국 모든 학교를 분석해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다. 전국의 초·중·고교의 보유 도서를 모두 분석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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