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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도림천연가》(상, 하) (이연수 지음 | 타임라인 펴냄)

서울대 82학번들의 사랑, 그리고 586의 위선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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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익사상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서울대 82학번들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들의 시대를 다룬 소설. 충북 청주 출신 성식과 서울 강남 출신 미현은 아련한 마음으로 서로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 뜨겁게 사랑하지만 결국은 갈라선다.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미숙함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는 서울대생들이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던 그들은 여전히 정신적 미숙아였다. 교수들은 그들의 지적·정신적 갈급함을 채워주지 못한다. 그 틈을 운동권 선배들이 파고든다. 고작 20대 초중반인 그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다 아는 것처럼 후배들을 홀린다. 이 책은 그 시절 대학생들이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넘어 주체사상으로 달려갔던 지적 배경을 잘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부채(負債)의식’이다. ‘운동권’ 언저리에서 맴도는 미현은 신림동의 여관에서 성식과 뜨겁게 사랑을 나누다가도 “지금이 어느 땐데…”라며 괴로워한다. 성식과 미현의 사랑은 결국 그 부채의식이라는 돌부리에 걸려 파탄난다.
 
  사회에 나온 후 기자가 된 성식은 ‘얼치기’ 페미니스트 여성학자가 된 미현과 재회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헤어진다. 그들은 여전히 미숙했던 것이다. 작가는 ‘586 세대는 영원히 철들지 못할 세대’라고 암시하는 듯하다.
 

  이 소설은 586운동권의 위선(僞善)도 고발한다. 운동권 성태는 ‘민중들의 밑바닥 삶을 알기 위해’ 난곡 빈민촌에서 살고 있다고 후배들에게 공언하지만, 자신과 동거하는 ‘공순이’를 서슴지 않고 ‘깔치’라고 부르면서 성적(性的)으로 착취한다. ‘미투(Me too)’로 몰락해버린 몇몇 ‘진보인사’들의 젊은 날도 그렇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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