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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듣는 ‘나만의’ 〈러브 송〉

글 :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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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문득 사랑한 기억, 사랑받은 추억이 떠오릅니다. 살아가며 그런 순간마다 달콤한 〈러브 송〉 한 곡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면 좋겠습니다.
《월간조선》 독자님들도 저마다 ‘최애(最愛)’ 한 곡쯤은 가지고 계시지요?
명사들과 《월간조선》 기자들이 추천하는 〈러브 송〉을 공개합니다.
  
   영화 〈물망초〉의 주제가
  ‘날 잊지 말아요(Non Ti Scordar Di Me)’
 
  ⊙ 고교 시절 失戀 상처 달래려 혼자 불렀던 노래
  ⊙ 〈물망초〉는 이탈리아 출신 名테너와 독일 미녀배우 출연 영화
 
  김명곤 배우·전 문화관광부 장관
 
이탈리아 출신의 명(名)테너 페루치오 탈리아비니가 ‘날 잊지 말아요’를 불렀다.
  나는 중·고등학생 시절 우리 가곡이나 이태리 가곡을 즐겨 불렀다. 정식 레슨을 받은 적 없이 스테파노나 마리오 란차의 레코드를 듣고 흉내 내어 부르는 노래이니 제대로 된 노래일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노래 솜씨로도 고교 시절에 점점 ‘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중 남녀혼합서클인 ‘고전독서회’의 한 여자 후배는 나의 각별한 팬이었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와서 남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던 그 여학생이 내가 노래만 하면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또 불러달라고 조르는 통에 나는 그 여학생이 나를 좋아한다고 ‘확신’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여학생의 마음에 사랑을 불러일으키려고 ‘내 마음’ ‘돌아오라 소렌토로’ 같은 노래들을 불철주야 연습하여 틈만 나면 그 여학생이 있는 자리에서 불렀다. 아, 그러나 나의 ‘확신’은 ‘착각’으로 끝나고 말았다.
 
  고교 2학년이 끝나가던 연말, 그 여학생이 나보다 훨씬 공부를 잘하는 남학생하고 사귄다는 소문을 전해 들은 나는 비참한 실연의 상처를 입고 말았다.
 
영화 〈물망초〉 포스터
  내가 그 상처를 달래려고 혼자 불렀던 노래가 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물망초〉 (1959)라는 영화의 주제가인 ‘날 잊지 말아요(Non Ti Scordar Di Me)’다.
 
  〈물망초〉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로 이탈리아 출신의 명(名)테너 페루치오 탈리아비니가 오페라 가수역을 맡아 노래와 연기를 선보이고, 독일의 미녀 배우 자비네 베스만이 성악가와 사랑에 빠진 여인으로 나오는 음악 영화다.
 
  홀로 아들을 키우며 생활하던 홀아비 성악가 알도 모라니는 엘리자베스라는 여성을 만나 그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둘이서 행복한 생활을 보내던 중, 엘리자베스의 옛 연인 루디라는 남자가 찾아오게 되면서 옛 연인과 현 남편 사이에서 엘리자베스가 갈등을 겪게 된다.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는 가운데 무대에 선 알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비통한 심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날 잊지 말아요(Non Ti Scordar Di Me)’를 부른다.
 
  결국 그녀는 다시 돌아오고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만, 나는 짝사랑했던 소녀를 떠나보내고 지금까지 이 노래를 ‘혼자’ 즐겨 부르고 있다.
 

 
   영화 〈모정(慕情)〉의 주제가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
 
  ⊙ 한국전쟁에 종군기자로 파견돼 사망한 비극적 실화 소설 극화
  ⊙ 결혼 전 아내에게 불러준 유일한 노래
 
  이정식 작가·전 CBS 사장
 
국내 〈모정〉으로 잘 알려진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 포스터
  벌써 42년 전의 일이다. 1981년 가을, 기자 3년 차 때 홍콩대학에서 연수를 하게 되었다. 당시 홍콩대학은 동양의 옥스퍼드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학문적 권위를 자랑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자유로움과 번영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이국적 항구도시였다.
 
  그런 홍콩을 1950년대 이후 더욱 유명하게 만든 영화와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모정(慕情)〉(1955)과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사랑은 아름다워라)이다.
 
국내 개봉 당시 〈모정〉 포스터
  이 영화는 홍콩을 무대로 영국인 신문기자 마크 엘리오트와 혼혈 여의사 한수인의 사랑을 그린 한수인(Han Suyin·韓素音·1917~2012년)의 소설 《A many splendored thing(매우 찬란했던 일)》을 극화한 것이다. 영화 제목에는 ‘Love is~’를 앞에 덧붙였다. 의사이자 작가였던 그녀는 중국인 아버지와 벨기에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었다. 소설 속 여주인공의 이름도 자기 이름을 그대로 썼다. 내용은 1950년 우리나라에서 발발한 6·25전쟁과 관련이 있다.
 
  소설은 두 사람이 갖가지 장애를 무릅쓰고 한창 연애에 빠져 있을 때 마크가 한국전쟁에 종군기자로 파견되었다가 사망함으로써 비극적으로 끝난다. 소설로 썼지만 실화다. 1952년 출간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4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수백만 부가 팔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한 한수인은 이 책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소설은 1955년 미국의 헨리 킹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다. 당대의 명배우 윌리엄 홀든과 제니퍼 존스가 주연을 맡았다. 이 한 편의 영화는 홍콩을 일약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시켰다. 주제가는 알프레드 뉴먼이 작곡하고, 가사는 폴 프랜시스 웹스터가 붙였다.
 
  ‘~Love is nature’s way of giving, a reason to be living. The golden crown that makes a man king~(~사랑은 그저 주는 것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예요. 사랑은 남자를 왕으로 만들어주는 금관이지요~)’ 지금 보아도 가사가 너무 멋지다.
 
  영화에서는 코러스로 삽입됐으나 영화가 히트한 후 앤디 윌리엄스, 프랭크 시나트라, 냇 킹 콜, 독특한 음색의 여가수 코니 프랜시스 등 당대의 유명 가수들이 앞다투어 부름으로써 더욱 성가를 높였다. 나는 홍콩에서 돌아온 이듬해인 1983년 봄에 결혼했다. 아내는 결혼 전에 내가 불러준 노래는 이 노래가 유일했다고 지금도 가끔 말한다.
 

 
   모차르트의
  ‘피아노·바이올린 소나타 36번’
 
  ⊙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 작곡해 멜로디가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사뿐한 것이 특징
  ⊙ 말다툼 멈추게 한 것도 모차르트… 음악 틀어놓고 정원의 꽃 돌봐
 
  진애언 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삼천리~”[방랑시인 김삿갓(1955)·명국환 곡]
 
  이 노래를 알려준 사람은 무뚝뚝하기만 하던 남자였습니다. 지난 2020년 작고(作故)하신 송금조(宋金祚) 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 얘기입니다. 제 남편이지요. 약주 한잔 하신 날이면 가끔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니 노래 좋아하제? 내 노래 하나 불러줄게.”
 
  그게 이 노래였습니다.
 
  결혼 전까지는 음악이 제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클래식 음악. 제 이력서에는 뉴잉글랜드콘서바토리, 하버드대학, 컬럼비아대학, 메릴랜드대학, 잘츠부르크 음악원, 빈 음악원이 쓰였고 명함에는 박사 학위 두 개가 박혔습니다. 유학 시절엔 도서관 사서(司書)가 ‘나가라’고 할 때까지 클래식 음악만 들으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결혼을 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참 다른 삶을 살았더군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 교육열이 울혈(鬱血)처럼 맺혔던 회장님은 악착같이 번 돈을 오직 후학(後學) 양성에만 썼습니다. 그런 회장님은 제게 이따금 물었습니다.
 
  “콩나물대가리가 돈이 되노?”
 
  속마음은 질타가 아니고 공감이었을 겁니다. 클래식에 빠져 있던 아내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애정 표현으로써 교집합의 발견이 콩나물대가리, 즉 음악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때 등장한 주인공이 저 방랑시인이었습니다.
 

  혹시 가장 좋아하는 노래냐고 제가 물었습니다. 아는 노래가 이것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노래도 사치였던 시대의 증언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음악을 전공한 아내가 반격에 나설 차례였습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바이올린 소나타 36번’(F장조 K.547, 안단티노 칸타빌레)이 시작이었습니다.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 작곡해 멜로디가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사뿐한 것이 특징이지요. ‘이게 뭐꼬?’ 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척 좋아하셨어요. 듣는 음악은 슈베르트, 쇼팽, 베토벤으로 넓어졌습니다. 음악세계에 대해 신기해하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우리 부부는 음악을 틀어놓고 차를 마시며 정원의 꽃을 돌봤습니다. 말다툼을 멈추게 하는 것도 모차르트였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기력이 쇠했을 때, 순한 미소를 짓게 만든 것도 바로 이 음악들이지요. 물론 남편이 방랑시인을 저버리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한 치 앞을 알 수 없던 시대 그의 젊은 시절을 버티게 해준 힘이었겠고, 나중에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반추하는 거울이었을 겁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내게 그러했듯이.
 
  음악은 방랑시인부터 베토벤까지 모두 소중합니다. 모두 우리가 어렵고 힘들 때 주저 없이 위로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 아무것도 없는 집에서 태어나 음악조차 사치였던 외로웠던 길을 가야 했던 남편,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음악을 만들어야 했던 베토벤 모두 누구에게 가치 있는 인생이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그 선율 속에서 우리가 여전히 함께임을 느낄 수 있겠지요.
 

 
   베토벤의 가곡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
 
  ⊙ 파독간호사 출신인 시어머니 따라 베토벤의 고향인 본(Bonn)에서 자란 남편
  ⊙ 근심 깊을 때 남편이 들려준 “이히 리베 디히”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17·19대 국회의원)
 
독일 본대학교 전경.
  국회에서 처음으로 결혼(초혼)한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나의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부대변인으로 임명받으며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한 2003년, 연애와 결혼은 당분간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난 것은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일단 역사적 배경을 지닌 파독간호사 집안에서 자란 인물이라는 데 호기심이 생겼다. 독일 명문공대를 졸업하고 한국 대기업에 스카우트된 경력, 거기에 자상함과 적극적인 성격까지 나무랄 데가 없어 보였다.
 
  시댁은 독일 통일 전 서독의 수도였던 본(Bonn). 클래식을 좋아하긴 했지만 베토벤의 고향이 본이며, 본이 베토벤의 도시라는 사실은 사실 잘 알지 못했다. 처음 본을 방문했을 때 베토벤하우스(1889년 설립)와 본대학에 설치된 대형 베토벤 두상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에도 본을 방문할 때면 나날이 새로운 베토벤 기념 시설이 새로 생겼다. 이런저런 이유로 베토벤에 대한 친밀감을 쌓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학창 시절 배운 베토벤의 가곡 ‘Ich liebe Dich’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노래가 나와 상관이 있는지 체감하지 못할 때 즈음, 남편이 “(그 노래의) 가사를 전부 아느냐”고 물었다. 노래 중엔 이런 가사가 있다.
 
  ‘당신과 나는 우리의 근심을 나누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지요.
  근심 또한 나누며 당신과 나는 쉽게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나 근심할 때 당신은 나를 위로해주고, 당신이 탄식할 때, 나는 웁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당신에게 임하시기를.
  당신은 내 생의 기쁨. 신이 당신을 지켜주시고 내 곁에 당신을 있게 하시고 우리를 보호하시고 지켜주소서.’
 
  사실상의 프러포즈였고, 제대로 된 정치를 하기 위해 당분간 결혼을 미루려 했던 나는 예정보다 일찍 결혼에 골인했다. 부부란 행복할 때 함께하는 것은 물론 근심이 있을 때 함께하는 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남편과 아이들이 내게 주는 ‘생의 기쁨’을 베토벤의 가곡에서 다시 새겨본다.
 

  밴 헤일런의
  ‘Can’t Stop Lovin’ You’
 
  ⊙ 세심하게 챙겨주는 남자라기보단 리더십 강한 ‘상남자’식 사랑 표현이랄까
  ⊙ 강렬한 사운드와 드라마틱한 구성 그리고 쉽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Can’t Stop Lovin’ You’ 싱글 재킷
  사랑은 은유일까? 역사 속 수많은 시인과 예술가들은 멋진 문장으로 사랑을 형용해왔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노르웨이의 숲’ 같은 불후의 명작들 모두 바로 이 ‘사랑’에 젖줄을 대고 있다.
 
  그럼에도 가끔은 단순한 사랑의 외침이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는 것을 밴 헤일런(Van Halen)의 곡 ‘Can’t Stop Lovin’ You’(1995)를 들으며 알게 됐다. 밴 헤일런은 1972년 결성된 미국의 밴드로, 실험적인 기타 주법을 도입함으로써 록 음악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곡의 후렴 구절은 다음과 같다.
 
  ‘너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어(I can’t stop lovin’ you)
  네가 뭐라고 하든, 무엇을 하든(And no matter what you say or do)
  오, 진실된 내 마음을 너는 알잖아(You know my heart is true, oh)
  너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어(I can’t stop lovin’ you)’
 
  3옥타브 도#을 넘나드는 보컬 새미 해이거의 폭발적인 고음으로 전하는 고백은, 이 사랑이 얼마나 꾸밈없고 진실된 것인지 실감하게 한다. 뭔가를 세심하게 챙겨주는 남자라기보단 리더십 강한 ‘상남자’식 사랑 표현이랄까. 기자의 결혼식 퇴장곡으로 일찌감치 점찍어 둔 곡이다.
 
  이 곡은 밴 헤일런이 1995년 발표한 10번째 앨범 〈Balance〉에 수록되어 있다. 1995년 ‘빌보드 핫 100’ 30위에 올랐다. 강렬한 사운드와 드라마틱한 구성 그리고 쉽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까지, 음악의 성공 3요소를 모두 갖췄다.
 

 
   알 마티노의
  ‘I love you more and more everyday’
 
  ⊙ 초스피드로 결혼… 아내 손도 약혼식장에서 처음 잡아봐
  ⊙ 아내와 연애하는 기분으로 오늘도 ‘날이 갈수록 당신을 더욱 사랑합니다~’
 
  오지철 하트-하트 재단 회장·전 문화관광부 차관
 
알 마티노의 ‘I love you more and more everyday’가 담긴 앨범
  학창 시절 호감을 느꼈던 여학생은 더러 있었으나 그들과 연애감정으로까지 발전한 적은 없었다. “연애는 결혼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다소 고루한 생각에 젖어 있던 나로서는 사랑의 설렘과 괴로움, 이별의 아픔과 상처를 감당할 자신이나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 시절 나의 사전에 연애란 단어는 아예 빠져 있었다. 그래서 맞선을 몇 차례 본 뒤 만난 아내와는 사랑한다는 말도, 그 흔한 프러포즈조차 없이 상면한 지 두 달 만에 초스피드로 결혼하게 되었다. 아내의 손도 약혼식장에서 처음 잡아보았다. 그러니 결혼하기 전까지 누군가에게 러브 송을 들려줄 기회도, 좋아하는 러브 송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도 갖지 못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러브 송은 1964년에 발표된 ‘알 마티노’의 올드팝 ‘I love you more and more everyday’이다. 우리나라에서 ‘날이 갈수록 더욱더 당신을 사랑합니다’로 소개된 곡이다.
 
  노래의 가사는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식어간다고들 하지만 당신에 대한 나의 헌신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나는 날이 갈수록 당신을 더욱더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당신, 당신을 향한 사랑은 내 안에서 점점 커져 가고 있습니다. 나는 날이 갈수록 당신을 더욱더 사랑합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 러브 송은 결혼 후 45년 만에 아내에게 처음으로 하는 ‘사랑 고백’이자 ‘나의 다짐’이기도 하다.
 
  흔히 결혼 후 몇 년간은 부부간의 사랑이 뜨겁지만 세월이 가면서 점점 식어지고, 나중에는 ‘정(情)으로 살게 된다’고 하지만 나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사랑이란 그 열기가 초반에 반짝했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사랑의 크기가 계속 자라거나 적어도 따뜻한 온기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70쌍 이상의 젊은이들 결혼에 주례를 서면서 부부는 서로 이 러브 송의 가사처럼 살아가야 한다고 당부해왔다. 러브 송이 단지 결혼 전 연인에게나 들려주는 노래로 끝나서는 안 된다. 김용택의 시(詩)가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끼리라면 ‘둥근달이 떠오를 때’나 ‘예쁜 노을이 질 때’ ‘바로 옆에 있을 때나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기쁠 때나 괴로울 때’ 늘 서로를 생각하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누며 그 존재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앞으로도 아내와 매일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날이 갈수록 당신을 더욱 사랑합니다’를 흥얼거린다.
 

 
   엘가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 엘가가 아내의 세 번째 결혼기념일 선물로 작곡… 부드러운 선율, 서정적 분위기
  ⊙ 17년 전 우리 부부, 클래식 음악의 뿌리를 내려보자며 헤이리마을로 들어와
 
  서현석 강남심포니 전 상임지휘자·헤이리심포니 음악감독
 
엘가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앨범
  나는 재즈, 발라드, 오페라, 심포니, 협주곡, 가곡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사랑하지만 요즘 즐겨 듣는 마음의 노래는 에드워드 엘가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마단조, 작품 20번)다. 참고로 세레나데는 밤에 연인의 집 창가에서 부르거나 연주하던 노래이며 야곡, 소야곡이라고도 한다.
 
  영국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는 1892년 35세에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사랑하는 아내 캐롤라인 엘리스와의 세 번째 결혼기념일 선물로 작곡하였다.
 
  나는 특별히 ‘세레나데’ 2악장의 우아하고 부드러운 선율과 서정적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목가적인 아름다운 선율에서 헌신적이며 작품에 영감을 주었던 아내 엘가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마음이 나를 감싸며 축복받은 나 자신을 느끼게 된다.
 
  이 곡을 좋아하게 된 동기는 지휘자로 활동하는 아들을 통해서다. 아들 서진(계명대 교수)이 엘가의 ‘세레나데’를 연주하고 가끔 짧은 해설과 함께 앙코르 곡으로 2악장을 들려주면 무지갯빛을 보듯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나는 공군을 제대한 후 KBS교향악단 트럼펫 연주자로 활동하며 서울대 음대에 복학하여 학교 합창과 오페라 반주를 하던 여학생을 교정에서, 강의실 복도에서, 연습실에서 스치듯 마주치곤 했다.
 
  1968년 5월의 봄날, 그녀를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 초청하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캠퍼스 커플이 되어 독일 유학을 마친 후 55년이란 긴 세월을 음악인 부부로 살고 있다.
 
  나는 60여 년 동안 트럼펫 연주자, 교수, 지휘자로 활동하며 때때로 가족들의 생일도 기억하지 못하고… 세월의 흐름을 잊고 살아왔다. 이제 젊음의 풋풋함은 사라지고 머리마저 하얗게 변했지만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같이 살겠다는 아내와의 약속은 잊지 않았다.
 
  우리 부부가 자연과 가까이 살며 클래식 음악의 뿌리를 내려보자며 헤이리마을로 들어온 지도 17년이 되었다. 이제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나의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헤이리국제음악제 고문으로 긴 호흡을 하며 후회 없이 계속 뛰어다닐 생각이다.
 
  변함없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든든한 동반자들이 곁에서 함께해주니 든든한 마음이다.
 

 
   송창식의
  ‘사랑이야’
 
  ⊙ 애창곡 중 1번… 그야말로 ‘불후의 명곡’
  ⊙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나도 모르게 두 눈을 감게 돼
 
  최백호 가수·화가
 
송창식 1집 앨범 커버
  드물지만 간혹 지인들과 노래방에 갈 때가 있다.
 
  사실, 대부분의 가수가 노래방에 가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끌려(?)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두들 내 노래 ‘영일만 친구’나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라고들 하지만, “내 노래는 돈을 받아야 된다”고 능청을 떨며, 내 비장의 애창곡을 꺼낸다.
 
  그 애창곡 중 1번이 송창식 선배의 ‘사랑이야’다.
 
  송창식 선배의 노래 중에 ‘꽃, 새, 눈물’ ‘상아의 노래’ ‘고래사냥’ 등, 좋아하는 곡들이 많지만 그래도 단연 1위는 ‘사랑이야’다.
 
  단조와 장조의 연결이 절묘한, 테크닉으로 완성된 이 곡은 그야말로 ‘불후(不朽)의 명곡’이다.
 
  이 노래를 만들 당시의 송창식 선배의 창작 에너지는 최고의 정점에 있지 않았나 감히 짐작한다. 선배에게 실례일까?
 
  하여튼 그즈음 송창식 선배는 ‘피리 부는 사나이’ ‘담배가게 아가씨’ ‘우리는’ 등 주옥같은 노래들을 세상에 알렸다.
 
  그때 곁에서 선배를 지켜보던 후배의 입장에선 “이 사람은 어디까지 갈 건가?” 하는 호기심과 기대, 그리고 경외심마저 들었다.
 
  지금도 송창식 선배는 1000여 곡의 곡들을 숨겨놓고 있다고 들었다.
 
  언제쯤 우리는 그 곡들을 들을 수 있을까? 언제쯤 그 노래들을 들으며 행복해하고 좌절하기도 할까?
 
  양희은씨도 이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그리고 무슨 가요제에서 부르기도 했다. 나도 TV에 나가 몇 번 불러 칭찬받기도 했고. 마이크를 잡고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노래를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두 눈을 감게 되고, 이제는 멀어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먼 추억 하나가 아련히 떠오른다.
 
  ‘사랑이야~’ ‘사랑이야~’
 

 
   박인희의
  ‘세월이 가면’
 
  ⊙1956년 명동 주점 ‘은성’에서 박인환 시인과 이진섭 작곡가, 나애심 가수가 만나 즉석에서 노래해
  ⊙ 그리움으로, 안타까움으로 부르는 노래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전 KBS 기자
 
‘세월이 가면’이 담긴 박인희 앨범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져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
 
  1956년 이른 봄, 전쟁으로 갈갈이 찢어진 서울 명동의 주점 ‘은성’에서 박인환 시인과 이진섭 작곡가, 나애심 가수 등이 만납니다.
 
  술을 마시던 박인환은 즉흥적으로 시를 써서 이진섭에게 보여주었고, 이진섭은 그 시에 곡을 붙입니다. 악보를 본 나애심은 즉석에서 노래합니다. 나애심이 돌아간 뒤 합석한 임만섭 테너가 정식으로 다듬어 부르자 즉석 음악회가 되었습니다. 이 일이 있은 일주일 뒤인 3월 20일, 박인환 시인이 심장마비로 급사해 ‘세월이 가면’은 그의 절명시가 되어버립니다.
 
  시인의 대표작이 꼭 오랜 시간의 고통으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진통 끝에 탄생하는 명작도 있지만 불시에 시마(詩魔)의 방문을 받고 짧은 시간에 쓴 시가 명작의 반열에 오르는 경우도 있지요. 이 시가 그러합니다.
 
  ‘세월이 가면’은 박인희 가수가 부르면서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 불후의 명곡이 되었습니다. 제가 KBS 기자를 할 때 라디오 〈박인희예요〉 프로그램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고정 게스트 요청을 받았으나 취재 활동에 바빠 응하지 못했었지요. 지금도 아쉬워하는 제 생애의 한 부분입니다.
 
  시인은 누구를 이렇게 애타게 그리워했을까요? 아마도 전쟁으로 사라져 간 많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시인 개인과 인연을 맺은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시인의 고향인 강원도 인제의 박인환 문학관을 방문했을 때, 제가 머무는 한 시간여 동안 이 곡이 반복해서 흐르고 있었습니다. 망우리 시인의 묘비에는 이 시의 첫 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세월이 가면’은 저의 오랜 애창곡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흥얼거리며 다녔고, 노래를 시키면 부르는 18번이었지요. 이 노래를 부르면 저의 생애에 사랑으로 명멸했던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때로는 아련한 그리움으로, 때로는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사라지는 모습들. 그 사랑의 힘에 의해 저는 오늘까지 지탱해올 수 있었습니다. 위대한 사랑의 힘을 느끼게 하는 저의 러브 송입니다.
 

  홍콩 영화 〈열혈남아〉 주제가
  ‘너를 잊고, 나를 잊고(忘了你忘了我)’
 
  ⊙ X 세대에게 아련한 추억인 홍콩 영화… 〈熱血男兒〉 국내 개봉판(대만판) OST
  ⊙ 10대 후반 청소년기의 충격은 지금까지 이어져… 유덕화를 연상시킨 남편과의 첫 만남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왕가위 감독의 영화 〈열혈남아〉
  1970년대생 X 세대에게 첫사랑은 대부분 홍콩 배우, 일본 배우, 헤비메탈 가수 등등이 아니었을까. 홍콩 영화는 관심이 있건 없건 접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1980년대 말부터 줄줄이 개봉한 〈영웅본색〉 시리즈와 〈첩혈쌍웅〉 등 ‘주윤발 형님’이 물꼬를 튼 데 이어 장국영, 유덕화, 양조위 등 미남 배우들이 홍콩 누아르(범죄조직을 주연으로 한 영화)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사실 뒷골목 조직원들이 총싸움을 벌이는 홍콩 누아르는 일반인들에게는 조금도 현실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잔인하고, 솔직히 작품성도 떨어졌다. 그래도 한국 청소년들은 홍콩 누아르에 열광했다. 보이지 않는 미래와 학업 관련 스트레스를 자신의 현실과 관계가 없는 멋진 형님·오빠들의 모습에서 해소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신선한 충격을 가져온 영화가 1989년 개봉한 〈열혈남아〉다. 당시 주요 개봉관에서는 개봉하기 힘들었던 홍콩 영화들을 상영하는 홍콩 영화의 성지(聖地), 화양·명화·대지극장에서 개봉했다. 주연은 유덕화·장만옥·장학우로 모두 홍콩 연예계에서 톱을 찍은 배우, 즉 호화 캐스팅이다. 감독은 무려 왕가위. 지금은 세계적인 감독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1980년대에는 그저 젊은 신인 감독이었다.
 
  영화의 흐름은 여느 홍콩 누아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엔딩에서 이 노래가 나오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에 휩싸였다. 그 무엇도 갈라놓을 수 없는 절절한 사랑 이야기였다. 수많은 노래에 감동을 느껴봤지만 그때만큼 큰 충격을 가져온 노래는 없었다. 결국 15년 뒤 유덕화를 닮은 (물론 그 시절 이야기다) 남편을 만났고, 10대 시절의 설렘을 30대에 다시 느낄 수 있다는 점에 감사했다.
 
  다만 기자가 봤던 〈열혈남아〉는 더 이상 국내에서 볼 수 없다. 1980년대 상황에 따라 국내에서는 대만판으로 상영됐고, 현재 OTT나 DVD로 볼 수 있는 〈열혈남아〉는 모두 왕가위 감독이 최종 결정한 홍콩판이다. 두 버전은 결말도 OST도 다르고, 이 노래에 배경으로 입혀지는 유덕화의 모습도 다르다. 10대 시절 개봉관에서 본 사람만이 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
 
  ⊙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에 담긴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노래
  ⊙ 청춘 영화 〈겨울 나그네〉(1986)에 삽입돼… 꽤 오래전 영화인데 어제 같아
 
  안희숙 연세대 명예교수·피아니스트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 앨범
  피아노를 전공해 노래는 잘 모른다. 진명여고 음악교사 시절 학생들에게 가곡을 가르친 기억이 난다. 슈베르트의 ‘보리수’ ‘세레나데’, ‘개인 날이나 흐린 날도 널 기다린다’는 노랫말의 ‘아, 목동아’ 등을 학생들과 함께 노래 부르던 기억이 새롭다. 이 중에서도 가장 순백(純白)의 사랑 노래인 슈베르트의 곡 ‘보리수’를 좋아한다.
 
  슈베르트의 친구였던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집이 《겨울 나그네》다. 그래서인지 시와 선율의 조화가 기가 막히다. 《겨울 나그네》에 담긴 ‘보리수’ ‘흐르는 눈물’ ‘거리의 늙은 악사’ 등은 학교 음악시간을 통해 많이 듣고 가르치던 노래들이었다. 모두가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노래들이다.
 
  ‘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보았네.
  가지에 사랑의 말 새기어 놓고서
  기쁠 때나 슬플 때 찾아온 나무 밑.
 
  오늘밤도 지났네, 보리수 곁으로.
  캄캄한 어둠 속에 눈 감아 보았네.
  가지는 흔들려서 말하는 것같이
  그대여, 여기 와서 안식을 찾아라.’
 
  사랑하는 연인의 곁을 떠나 추운 겨울밤 방랑의 길을 떠나는 한 청년의 쓸쓸한 모습을 담고 있다. 실제로 슈베르트가 빈곤과 신병으로 인해 대단히 어려운 상태에서 쓴 곡이라 전한다. 곡을 깊이 음미하면 할수록 너무나 애절하고 뜨거운 사랑 노래다.
 
  슈베르트의 3대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집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 《백조의 노래》 등은 독일 가곡사의 금자탑이다. 이 중에서도 24곡으로 이뤄진 《겨울 나그네》는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사랑가다.
 
  참, 그러고 보니 최인호 원작, 곽지균 감독의 청춘 영화 〈겨울 나그네〉 (1986)가 생각난다. 젊은 시절 안성기, 강석우, 이미숙이 주연으로 나오는 가슴 아픈 첫사랑 이야기다. 꽤 오래전 영화인데 어제와 같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OST
  ‘사랑의 테마’
 
  ⊙ 아름답고도 슬픈 첫사랑의 讚歌
  ⊙ 20년간 잘려나간 키스 장면에 ‘사랑의 테마’ 흘러나와
 
  조성관 작가·천재 연구가·‘지니어스 테이블’ 운영자
 
영화 〈시네마 천국〉 포스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십대 시절 경험한 첫사랑을 잊지 못한 중년 남성이 애틋한 그리움을 좇아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있는 도시를 넘나든다는 내용이다.
 
  ‘나는 더없이 황홀한 내면의 흥분으로 천국 속을 걷고 있었다.’
 
  찰리 채플린의 회고록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에 나오는 문장이다. 열아홉 살 풋내기 배우가 열여덟 살 무용수와 첫 데이트하던 날의 기억을 칠십대의 채플린은 이렇게 소환했다. 채플린이 무성영화의 황제가 되고 나서 9년 만에 런던으로 금의환향했을 때 한밤중에 몰래 찾아간 곳도 첫 데이트 장소였다.
 
  일생에 딱 한 번만 찾아오는 첫사랑. 드물게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첫사랑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에 이 세상 모든 첫사랑에게는 ‘아름답고 슬픈’이라는 관용어구가 따라온다.
 
  첫사랑의 애틋함을 가장 잘 표현한 음악이 영화 〈시네마 천국〉의 OST ‘사랑의 테마’다. 모든 영화인과 영화팬이 찬사를 아끼지 않는 영화 〈시네마 천국〉.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시나리오와 연출력도 워낙 탄탄하지만 엔니오 모리코네의 OST가 없었다면 과연 우리가 〈시네마 천국〉을 이렇게까지 찬미할 수 있을까. 꼬마 토토와 영사기사 알프레도가 세대를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는 장면에 깔리는 음악도 잊을 수 없지만 〈시네마 천국〉 하면 청년 토토와 엘레나의 사랑과 이별에 등장하는 음악이 단연 압권이다.
 
  알프레도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로마로 돌아온 영화감독 살바토레는 알프레도가 남긴 낡은 필름을 영사기에 걸어놓고 영화관에 홀로 앉는다. 뜻밖에도, 그 필름은 시네마 파라디소 극장에서 20년간 잘려나간 키스 장면들을 이어 붙인 것이다. 이때 ‘사랑의 테마’가 흐른다. 살바토레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다가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리고 이내 눈물이 그렁해진다. 눈물방울에 잃어버린 청춘의 시간들이 맺힌다.
 

 
   이정옥의
  ‘숨어 우는 바람 소리’
 
  ⊙ 한나절의 꿈처럼 지나간 32년 판사 생활
  ⊙ 젊은 날의 추억을 곱씹으며 듣는 노래
 
  이기광 변호사·전 울산지방법원장
 
이정옥 베스트 앨범 커버
  벌써 쌀쌀합니다. 32년 판사 생활이 한나절의 꿈처럼 지나갔습니다. 아쉬움도 남습니다. 아들, 딸 목말 한 번 태워주지 못했습니다. 손잡고 봄길을 걸어보지도 못했습니다.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준 아내에겐 늘 고맙고 미안합니다. 젊은 날의 기억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그리움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오지 않는 세월에 애잔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세상 잡념과 욕망을 모두 잊고 잠시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숨어 우는 갈대밭의 바람처럼 아내와 함께 추억을 곱씹고 싶습니다. 얼마 전엔 가을 산에 가보았습니다. 강에 비친 달빛을 보았습니다. 키 높이로 자란 갈대 물결 위로 고요한 바람 소리를 들었습니다. 자연스레 귓가에 맴도는 가사가 있었습니다.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김이 나는 차 한 잔을 마주하고 앉으면
  그 사람 목소린가 숨어 우는 바람 소리~.’
 
  다소곳이 창가에 앉은 연인의 옆모습. 두 손으로 커피잔을 감싸고 향을 음미하려 코를 댈 때의 기억이 어쩌면 이리도 가사와 닮아 있을까요. 가을이 깊어갈 무렵, 참 오랜만에 초등학교 교정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은행잎이 쌓여 있더군요. 지나간 세월이 애틋하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아쉬우면서도 애틋한 이 마음이, 추억을 더 예쁘게 보정하는 건 아닐까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기에 더 그립고 아름답습니다. 추억을 액자에 넣고 그리움을 즐기렵니다. 노래를 들으며 몰래몰래 꿈꾸렵니다. 아직 아름답게 살아 있다는 걸 가슴으로 느껴봅니다.
 
  판결문을 주로 쓰다 보니 이런 글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자꾸 막힙니다. 그만큼 일에 매여 돌아보지 못한 게 많다는 뜻이겠지요. 완벽한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나간 세월의 여운에 잠길 때, 서글퍼하지 마십시오. 이 노래를 들으며 자기만의 아름다운 액자를 매만져보는 건 어떠실는지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 교회에서 알게 된 여학생의 피아노 반주로 사랑 고백
  ⊙ 비통한 분위기와 애절한 선율로 심금 울려
 
  안지환 바리톤 가수·그랜드오페라단 단장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악보
  인생에는 어느 순간엔가 삶의 방향을 바꾸어버리는 결정적인 사건이 존재한다. 내게는 그 순간이 고교 시절 음악 선생님이 내게 지핀 음악에의 불씨다. 또 교회 고등부를 다닐 때, 그 시절 다니던 교회에서 알게 된 여학생의 피아노 반주로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노래 불러 사랑을 고백했던 사건이다.
 
  나는 그때 이후로 ‘노래하는 시인’을 꿈꾸게 되었고, 50여 년간 노래를 하고, 노래를 가르치고, 오페라 공연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내게 있어 가장 좋아하는 러브 송은 단연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다. 이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애잔해진다. 왜 그런진 모르겠다. 아마도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련한 추억이 있어서 그러하리라.
 
  오페라는 물론이고, 이태리나 독일의 예술가곡도 이런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 또는 그런 여인과의 사랑을 많이 노래하고 있다. ‘세레나데’는 저녁에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다.
 
  “부드럽게 전해다오 나의 노래여. 밤을 가로질러 당신에게 사랑의 말 속삭인다”로 시작하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그의 연가곡집 《백조의 노래》 중 4번째 곡으로 독일의 음악평론가이자 시인인 렐슈타프의 시에 음악을 붙였다.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 첫사랑 테레즈를 그리워하며 작곡한 노래로 추측된다.
 
  슈베르트가 이 곡을 작곡할 시기는 자신의 인생에서 여러 가지 난관과 역경을 겪었던 특별한 시기였다. 그가 이 곡을 작곡하면서 어떤 감정과 생각을 담아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곡이 동서고금의 세레나데 중 최고로 인정받는 곡인 이유는 여느 세레나데와 달리 단조로 작곡되었으며 비통한 분위기와 애절한 선율로 이루어져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다. 이 곡은 첼로와 피아노, 바이올린과 피아노로도 많이 연주된다.
 
  음악은 슬픔은 깊이를 더하고 기쁨은 배가시킨다. 그리스 신화의 음유시인이자 리라의 명수였던 오르페우스가 저승의 왕 하데스를 노래로 감동시킨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사랑을 고백하면서 불렀던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선율은 여전히 내 귓전을 맴돌고 있다.
 

 
   Earth, Wind & fire의
  ‘After the love has gone’
 
  ⊙ 16비트의 분주한 기본 리듬 위에 화려하고 긴장감 있는 편곡
  ⊙ ‘사랑이 끝난 후에 옳았던 모든 것이 틀린 게 되어버리지~’
 
  손무현 한양여자대학 실용음악과 교수
 
〈After the love has gone〉 앨범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교과서로 불리는 곡을 하나 추천하고 싶습니다.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After the love has gone’(1979)이라는 곡입니다.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는 흑인 음악 분야인 리듬앤블루스(R&B), 솔, 재즈, 펑크, 디스코 등 거의 모든 보컬 음악 장르를 소화해냈던 그룹입니다. 필립 베일리, 모리스 화이트를 주축으로 수많은 아티스트가 함께한 대규모 밴드지요. 1971년 첫 앨범을 발매해 데뷔했고, 지금까지 50여 년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곡은 16비트의 분주한 기본 리듬 위에 화성 진행의 전조(轉調)가 과감하게 이루어진 것이 특징입니다. 매우 화려하고 긴장감 있게 편곡이 되어 있습니다.
 
  ‘사랑이 끝난 뒤엔(After the love has gone) 옳았던 모든 것이 틀린 게 되어버리지(What used to be right is wrong).’
 
  후렴구가 인상적입니다. 사랑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결국 그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대표적인 발라드 곡입니다.
 
  이 곡이 발매된 1979년은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전성기였습니다. 이보다 앞서 발매된 ‘부기 원더랜드(Boogie Wonderland)’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던 때이지요. 싱글로 발매된 이 곡 역시 ‘빌보드 핫(hot) 100’ 차트 2위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크리스토퍼 크로스의
  ‘아서의 테마(Arthur’s Theme)’
 
  ⊙ 달과 뉴욕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 사랑이 ‘일생에 단 한 번 찾아온다’는 첫 구절에 매료돼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크리스토퍼 크로스의 ‘Arthur’s Theme’ 싱글 커버
  이 노래를 언제 처음 들었는지 기억엔 없다. 생뚱맞게도 곱슬수염이 덥수룩한 배 나온 가수(크리스토퍼 크로스)에게서 나오는 부드러운 고음에 귀가 번쩍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밀고 밀리는 드잡이 끝에 목걸이를 홱 잡아챘더니 구슬이 와르르 쏟아지며 바닥 위로 튀어 오르는 느낌?
 
  그리고 첫 구절, 사랑이 ‘일생에 단 한 번 찾아온다(Once in your life you will find her)’는 말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아마 학창 시절 외로움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기운이 넘치다가 다음 날 축 처지는 떠들썩하고 적요한 사춘기를 보냈다. 그 시절을 보내며 성격이 점점 변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노랫말이 나를 설레게 했다. ‘당신 마음을 뒤흔들(someone that turns your heart around)’ ‘눈을 떠도 사라지지 않는(Wake up and it’s still with you)’ 사랑이라니…. 그런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누구는 일생에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던데, 단 한 번 찾아오는 것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노랫말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달과 뉴욕 사이에서 갇혀(헤매고) 있을 때(When you get caught Between the moon and New York City)’ ‘달과 뉴욕 사이에 갇혀 있다면(if you get caught Between the moon and New York City)’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The best that you can do)’ ‘사랑에 빠지는 것뿐이다(is fall in love)’.
 
  어떻게 사랑을 ‘달과 도시[뉴욕] 사이에 갇혀(헤매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상상력이 놀라웠다.
 
  그 무렵 이 노래를 들으며 눈을 감으면 이런 상상에 빠져들었다. 폭설이 내린 도시에 차들이 멈춰 섰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 제 시각에 갈 수가 없다. 통신마저 마비가 되었다.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비틀비틀 걸어가는데, 문득 하늘 위로 달이 떠 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하나의 달을 쳐다보는 두 사람….
 
  오랜만에 이 노래를 들으며 폭설의 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둥근 달을 떠올려 본다. 나는 그 시절 꿈꾼, 일생의 단 한 번 찾아오는 사랑을 했을까. 단 한 번의 연애로 결혼을 했으니 이 노래가 ‘매직’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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