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대통령에게 ‘내정이 힘들면 내가 올라가서 도와드리겠다’며 야당과 타협 권유”
⊙ “트럼프·시진핑·김정은 상대할 사람은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다”
⊙ “‘탄핵 대선’ 치러본 사람은 나뿐”
⊙ “탄핵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의 ‘검사 정치’ 때문”
⊙ “보수 정당, 외부 셀럽 들이다 보니, 결속력 떨어지고 이념적 스펙트럼 희석”
⊙ “이재명은 비리 덩어리… 범죄자를 어떻게 대통령으로 만드나?”
⊙ “초짜 대통령 시켰다가 대한민국 폭망… 경륜, 정치력, 배짱, 결기 있는 사람 찾을 것”
⊙ “트럼프·시진핑·김정은 상대할 사람은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다”
⊙ “‘탄핵 대선’ 치러본 사람은 나뿐”
⊙ “탄핵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의 ‘검사 정치’ 때문”
⊙ “보수 정당, 외부 셀럽 들이다 보니, 결속력 떨어지고 이념적 스펙트럼 희석”
⊙ “이재명은 비리 덩어리… 범죄자를 어떻게 대통령으로 만드나?”
⊙ “초짜 대통령 시켰다가 대한민국 폭망… 경륜, 정치력, 배짱, 결기 있는 사람 찾을 것”
- 사진=대구광역시청
12·3 계엄과 윤석열(尹錫悅)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지난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 정치의 주역이었던 보수(保守) 정당, 아니 보수 세력 자체가 난파(難破) 지경이다. 국민의힘에는 여러 명의 다선(多選) 의원을 비롯해 108명의 의원이 있고, 당대표도 있지만, 이 나라 보수 정당, 보수 정치의 운명에 대해서는 고사하고, 당면한 현안들에 대해서조차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 상황과 보수 정치의 장래에 대해 시원하게 얘기해 줄 사람을 찾아보았다. 불현듯 ‘홍카콜라’ 홍준표(洪準杓) 대구광역시장이 떠올랐다. 홍 시장과 인터뷰를 한 2024년 12월 12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후 4번째 대(對)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무리한 특검, 입법 독재, 예산안 삭감 등을 자행해 온 야당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계엄 선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한동훈과 레밍들’
― 오늘 아침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담화 내용을 보면서,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의 상당성(相當性)이 없으면 그런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방송을 보면서도 ‘야당과 대화와 타협 그리고 소통으로 정치적으로 풀었어야 할 문제를 여태 풀지 않고 있다가 비상계엄 사유로 삼는다는 게 뜬금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대통령이 그런 사람들을 데리고 계엄을 시도했다는 자체가 희대의 코미디라고 봅니다.”
― 그렇죠.
“장군이라는 사람이 계엄 해제되자마자 온갖 말을 하면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특전사 구호가 뭡니까? ‘안 되면 되게 하라’잖아요. 요즘 시중에서는 특전사 구호가 ‘안 되면 질질 짜라’로 바뀌었다고들 합니다. 그런 군(軍), 그런 경찰을 믿고 계엄을 하려고 했다니…. 국정(國政) 장악이 안 된 거예요.”
― 상황이 빠르면은 주말에 탄핵이 될 수도 있을 텐데….
“탄핵이 되겠죠. 지금 한동훈과 레밍들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잖아요. 탄핵이 되면 제일 먼저 우리 당이 해야 할 일은 당을 재정비하는 것입니다.”
― 맞습니다.
“근본도 없는 얼치기가 들어와서 당을 이 꼴로 만든 거 아닙니까? 여당이 단일대오로 당정(黨政) 일체가 되어서 야당과 대항한 적이 있습니까? 걸핏하면 내부 분란만 일으켰잖아요? 대통령과 한동훈의 반목(反目)이 탄핵의 근본 원인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무리수가 나왔고, 그 무리수가 나오니까 또 민주당의 2중대가 되려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아니, 국회의원도 아닌 한동훈이 어떻게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이재명(李在明) 대표와 악수를 합니까? 둘이 악수하면서 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모르겠어요. 이제는 민주당 2중대가 되어 탄핵에 적극 가담하고 있잖아요? 이것을 나는 집단 광기(狂氣)로 봅니다.”
“수사기관들, 하이에나 같아”
― 집단 광기는 막기 힘들다는 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우리는 이런 집단 광기를 한 번 겪었어요. 그때 나는 경남지사로 있으면서 국회의원들에게 ‘적어도 우리 당은 탄핵에 찬성하면 안 된다. 질서 있는 퇴진으로 물러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어요. 그때 유승민·김무성 의원 등과 똑같은 짓을 지금 한동훈이 하고 있어요.”
― 야당이나 많은 국민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죄(內亂罪)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는 계엄 선포 행위를 내란죄로는 보지 않고 직권남용죄로 봅니다. 내란죄가 되려면 ‘폭동’을 해야 하는데, 과연 그게 폭동 행위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입니다. 내란은 대부분 정권 찬탈을 목적으로 하는데 대통령이 정권 찬탈을 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내란죄로 보기는 좀 어렵고, 직권남용죄 정도로 봅니다. 직권남용도 탄핵 사유는 돼요.”
― 야당이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모는 이유가 뭘까요.
“사법(司法) 리스크 때문에 시간이 없는 이재명 대표가 윤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려 조기(早期) 대선(大選)을 하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죄로 엮어야지 확실하게 끝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겠죠.”
―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에 군대를 보낸 거는 내란죄의 국헌문란(國憲紊亂)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그걸 국헌문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종국적인 결정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합니다. 일반인들이 재판을 미리 해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수사기관들이 벌떼처럼 달려드는 것도 참 가관입니다. 하이에나 같은 짓이에요.”
‘검사 정치’
―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다툼에서 누구 잘못이 더 크다고 봅니까.
“둘 다 똑같죠.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이 ‘검사 정치’를 했기 때문에 나라가 이 꼴이 된 겁니다. 윤 대통령하고 만났을 때에도 ‘검사 정치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한 적이 있어요. 로마의 철학자 울피아누스는 ‘각자에게 그의 것을 주는 것이 정의(正義)’라고 했어요. 이 말을 정치권에 적용하면, 야당에는 야당의 몫을, 관료에게는 관료의 몫을, 국회의원에게는 국회의원 몫을 주는 게 정치입니다. 그걸 전부 틀어쥐고 검찰 동원해서 억압하려고 드니, 나라가 혼란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까? 윤석열 대통령 들어와서 2년 반 동안 머리에 남는 거는 한동훈 시켜서 이재명 잡으려고 한 것뿐이에요.”
― 제대로 잡지도 못했죠.
“사법적·정치적으로 모두 실패했어요. 법무부 장관감도 아닌 사람을 법무부 장관 시키면서 이재명을 잡으려 했는데, 못 잡았으니 사법적으로 실패한 것이죠. 비대위원장을 시켰는데 총선에서 이재명에게 패했으니 정치적으로도 실패했죠.”
홍준표의 예언
사실 홍준표 시장은 국민의힘 대선(大選) 후보 경선(競選)을 앞두고 있던 2021년 《월간조선》 6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검사 정치’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당시 인터뷰 내용을 보자.
〈― 검찰 출신으로 정치를 해보니 검사란 직업과 정치가 잘 맞던가요.
“제가 검사 티를 벗는 데 8년이 걸렸어요. 제가 재선 때까지 DJ 저격수, 노무현 저격수를 한 건 정치한 게 아니고 검사를 한 거지요. 이것이 내 일인 것마냥 앞장섰는데, 그건 정치가 아니었어요. 재선 끝나고 3선이 되니까 검사 물이 빠지면서 ‘저격수 정치’에서 졸업했지요.”
― 윤석열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 마칠 때까지 ‘검사 물’이 안 빠지겠네요.
“검찰식 대통령이 되겠지요. 정치판은 선악(善惡)이 공존합니다. 검찰은 선악을 구분하는 직책이고, 정치판은 선악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정치는 대한민국의 모든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요체(要諦)입니다. 갈등 조정은 소통과 대화, 타협을 통해 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찍어 누르기는 갈등 조정 방법이 아닙니다. 그래서 검사 정치가 위험하다는 겁니다.”〉
― 3년 반 전에 이미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검사 정치’의 폐해를 경고했더군요.
“내가 검사 생활을 11년밖에 안 했어요. 부장검사도 못 했어요. 그런데도 검사 때를 벗는 데 7~8년이 걸렸어요. 그런데 평생 검사만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됐는데, 그 때를 벗을 수가 있겠습니까? 한동훈도 마찬가지죠.”
― 야당에서는 윤석열 정권 내내 ‘검찰 독재’니 ‘검찰공화국’이니 했지만, 한동훈 장관이나 이원석 검찰총장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두 사람 모두 엑스맨이라고 봅니다.”
“용병 영입 시대와 결별해야”
― 탄핵 이후가 걱정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달라요. 첫째, ‘박근혜 탄핵’ 때는 보수 진영이 탄핵이 된 겁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그건 보수 정치에 용병(傭兵)으로 들어와 있던 두 사람에 대한 탄핵이에요. 물론 우리 당이 용병을 잘못 들인 책임은 있겠지만, 보수 정치, 보수 집단이 탄핵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는 운신하기가 나을 것이라고 봅니다.”
― 글쎄, 정말 그럴까요? 지금 민주당이나 좌파 세력들이 선동하는 걸 보면, 이번 기회에 한국 보수를 아예 끝장내려고 덤벼드는 것 같은데요.
“그러지는 못할 거예요. 박근혜 탄핵 때도 우리가 철저하게 한 번 궤멸되었지만, 국민들의 도움으로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 ‘용병’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보수 정당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이후 대선 후보로 계속 용병을 세워온 것 같습니다.
“이회창 전 총재, 황교안 전 대표,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은 모두 법조 출신 용병이지만, 이명박(李明博)·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에 들어온 후 더 커져 정권 교체까지 해주었으니, 용병이라고 보기는 어렵지요.”
―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던 보수 정당이 왜 이렇게 대선 후보 하나 못 내고 용병한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당이 됐을까요.
“첫째, 결속력이 없어요. 둘째, 동지애도 없어요. 셋째, 보수 정당 내에서는 사람을 키우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보수 정당이 늘 위기에 무너지는 겁니다. 이제부터라도 외부 용병을 영입해 당을 끌고 가는 시대와 결별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범죄자를 대통령 만들어줄까?”
―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잃은 후부터라도 젊은 사람을 키우기 시작했다면, 보수 정당에 지금쯤 왜 사람이 없겠습니까.
“이지 고잉(easy going), 쉽게 가려고 하니 그런 거죠. 외부의 셀럽(유명인·Celebrity)을 데리고 와서 한번 해보고, 안 되면 또 다른 사람 들여오는 식으로 하다 보니, 보수 정당의 결속력도 떨어지고 이념적 스펙트럼도 희석되어 버렸죠.”
― 이번이 ‘박근혜 탄핵’ 때와 다른 또 다른 이유는 무엇입니까.
“상대 후보가 ‘비리 덩어리’ 이재명입니다. 윤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해서, 우리 국민들이 과연 그런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줄까요? 최근 여론조사를 보니 이재명 지지율이 37%인가 나왔어요. 이런 상황이라면 이재명 지지율이 50, 60%가 넘어야 해요. 이건 이재명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크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작 대선판에 들어가면 2017년과는 판이하게 다를 겁니다.”
― 보수 정치를 받쳐주는 건 보수 시민사회인데, 지금 우리 보수는 무척 파편화(破片化)돼 있습니다.
“민주당은 집권 전략으로 시민단체를 우군(友軍)으로 만들어 선봉대로 내세웠는데, 우리 당은 그러지를 못했어요. 우리 당을 지지하는 보수 시민단체들은 민주당과 언론에 의해 ‘극우(極右) 프레임’이 씌워졌습니다. 민주당은 정권을 잡으면 시민단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데, 우리 당은 ‘정권 잡은 세력 따로, 정권 잡았을 때 잔치하는 세력 따로’였습니다. 정권 잡고 나면 도와줬던 시민단체들을 외면했죠. 그러니 보수 정권이 단명(短命)하고 위기 때 뭉치지 못하는 거예요.”
― 국민의힘에서 리더십 교체 필요성이 나올 적에, 혹시 당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받아들일 생각이 있습니까.
“국민의힘 내부의 다선 의원 중에서도 당을 맡을 사람이 있습니다. 나 같은 경우는 당대표를 두 번이나 했어요. 아까도 말한 것처럼 탄핵소추 후, 당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런 사태를 가져온 분란의 씨앗들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탄핵 사태를 불러온 지금의 당 지도부는 퇴출시켜야 합니다. ‘박근혜 탄핵’ 때 이정현 대표는 당대표직을 사퇴하고 탈당까지 했어요. 이 지도부가 계속하겠다는 건 언어도단(言語道斷)입니다.”
― 한동훈 대표 등 현 지도부가 그렇게 쉽게 물러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안 물러나면 쫓아내야지! 그거 못 하면 이 당은 미래 없어요. 민주당이 탄핵을 주동하더라도 거기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면 부역자(附逆者)가 되는 거 아니에요? 부역자는 퇴출해야죠.”
― 그러다가 당이 쪼개지면 어떻게 합니까.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79석 가지고도 1997년 대선에서 정권을 잡았어요. 90석만 있으면 정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의석의 다소(多少)가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나 결속하고 뭉치느냐가 문제죠.”
― 그런 결속력이 지금 국민의힘에 있느냐가 문제죠.
“만들어야죠. 위기의식이 있으니까 될 겁니다.”
“대선,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 것”
― 지난번 탄핵 때는 야당이 탄핵 과정에서 황교안 대행(代行) 체제를 흔들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한덕수 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법무부 장관 등을 탄핵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한덕수 체제를 흔들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이재명이 대선에 출마해도 국민들이 호응하지 않을 테니까요.”
― 이러다가 보수 정당 혹은 보수 세력이 ‘내란 세력’이라고 하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입니다.
“그것은 차기 대선 과정에서 캠페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대선은 프레임 전쟁이고, 메시지 전쟁입니다. 대선 과정으로 들어가면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을 겁니다.”
― 지금 메시지나 프레임이라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 된 거 아닙니까.
“윤석열 정부가 임기를 제대로 마쳤다고 해도 잘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그때 가서 ‘정권심판론’에 갇히면 재집권하기가…. 오히려 지금 이 정도에서 용병을 정리하고 당이 뭉쳐서 다시 일어서면 다르다고 봅니다.”
― 중·장기적으로 보수 정당을 재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민들이 보수 정당한테 기대하는 것은 국정 운영 능력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우리가 국민들에게 어필하려면, 민주당보다 국정 운영 능력이 훨씬 낫다는 걸 보여줘야 되겠죠. 보수 정당이 배출하기는 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용병 정부였고, 진정한 보수 정당의 모습을 이번 대선 과정에서 보여줘야 되겠죠.”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거의 집단 광기 상태에 빠져 있는 국민들이, ‘윤석열-한동훈은 용병이고, 국민의힘은 건강하고 능력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분리해서 생각해 줄까요.
“당이라는 것은 외피(外皮)에 불과합니다. 결국 후보의 문제로 귀착(歸着)이 되겠죠. 보수 정당의 능력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최상의 후보를 선택해야 되겠죠.”
― 지금 국민의힘 내에서 그런 사람이 보입니까.
“당내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나타날 것으로 믿습니다.”
“윤 대통령에게 책임총리 건의”
―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2024년 총선 등을 거치면서 정권에 대한 경고음이 여러 번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2024년 8월, 윤 대통령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그때 ‘내정(內政)이 힘들면 내가 대구시장 그만두고 올라가서 도와드리겠다.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만 하시라. 이원집정부제(二元執政府制) 형태로 책임총리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말했어요. 이 이야기는 오늘 처음 하는 겁니다.”
― 윤 대통령이 뭐라고 하던가요.
“실장(정진석 비서실장)하고 의논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외부에 공개가 된다. 대통령 본인이 결심했을 때 발표하라. 하지만 빨리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냐? 야당하고 타협하라’는 말도 했습니다.”
― 그 후에 어떻게 됐습니까.
“10월에도 내가 문자를 보냈어요. ‘박근혜처럼 될 수가 있다’고 했어요. ‘빨리 책임총리제를 도입하고, 국정 쇄신하라. 대통령실도 바꾸고, 내각도 전면 개편하라. 처음 취임했을 때처럼 새로운 사람으로 하라.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한번 해보고 싶은 건 국가 경영”
― 정말 대구시장을 그만두고 총리를 맡을 의향이 있었습니까.
“난들 중간에 올라가고 싶겠어요? 내가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은 국가 경영입니다. 그런데 역대 총리 중에서 대통령이 된 전례(前例)는 없어요.”
― 그렇죠.
“총리가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것은, 자기가 몸담았던 정권과 공동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왜 경선에서 패배한 후 대구시장으로 내려왔겠습니까? 이 정권이 잘할 것 같지는 않으니, 여기서 준비하고 역량을 갖춰서 4년 후에 올라가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 윤 정권의 장래를 일찍부터 어둡게 보았군요.
“2021년 11월 29일 낸 보도자료에서 ‘이재명이 되면 나라 망하고, 윤석열이 되면 나라가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나라 망하는 것보다 혼란스러운 게 낫지 않겠나’라고 했어요. 내가 예측한 대로 지금 되고 있는 겁니다. 이걸 수습해 보려고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는데, 대통령이 실기(失機)하고, 지금에까지 이르렀어요.”
―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요즘 내가 밤잠을 못 잡니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죠! 비리 덩어리 아닙니까? 범죄자를 어떻게 대통령으로 만들어요? 그런데 그 부역을 한동훈이가 하고 있으니, 내가 속이 안 터지겠어요? 어제도 내가 2시간밖에 못 잤어요.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될 것이냐 하는 생각 때문에….”
“2022년, 민심에서 이기고 당심에서 졌다”
― 그래서 뭔가 답이 보입니까.
“최근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박근혜 탄핵 때 대선을 해봤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당 지지율이 4%고, 전(全) 언론이 우리 당을 적대시할 때였습니다. 대선 이틀 전까지도 메이저 언론들이 나를 군소(群小) 정당 후보들과 같이 취급했어요.”
― 그랬었죠.
“그렇게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당을 살려놨는데도, 2022년 윤석열 후보와의 경선 때 민심(民心)에서는 10.27%나 이기고서도 당심(黨心)에서는 졌어요. 윤석열이 될 것 같으니 당원이고 국회의원이고 모두 그쪽으로 가버렸어요. ‘민심을 이기는 당심은 없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먹혀들지 않더군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가 된 지 한 달 후 둘이 만났을 때, 윤 후보는 ‘도와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당신이 대통령이 될 거다. 경쟁하던 사람이 서울에 남아 있으면, 당신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부담되겠냐. 나는 대구로 내려가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내려온 지 2년 반도 안 됐는데 이렇게 됐으니, 내가 얼마나 속상하겠습니까?”
― 저도 속이 터져서 이렇게 내려왔습니다.
“박근혜 탄핵 대선을 치러본 경험을 갖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까 말한 것처럼 그때와 지금은 달라요. 아직 그때처럼 보수가 궤멸당하지 않았고, 상대방이 비리 덩어리 이재명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국민들은 트럼프, 시진핑(習近平), 김정은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재명은 중국에 가서는 ‘셰셰(謝謝)’하고, 미국에 가서는 ‘생큐’하고, 일본에 가서는 ‘아리가토’할 텐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을 국민들이 할 것입니다. 이런 정서에 기대를 한번 해봅니다.”
“이재명, 약점 많아서 안 돼”
― 마침 KTX에서 ‘오늘날 국제정치는 스트롱맨의 시대’라는 내용의 책을 읽으면서 내려왔습니다.
“트럼프, 시진핑, 김정은을 상대할 사람은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트럼프는 장사꾼입니다.”
― 그럼요.
“장사꾼하고 흥정할 때는 장사꾼답게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말입니다, 과거와 달리 군사강국입니다. 핵(核)만 없을 뿐이지.”
― 글쎄요. 이번에 계엄군이나 장군들 하는 걸 보니까 ‘군사강국’은 아니겠던데요. 북핵(北核)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2017년 10월 미국 워싱턴의 외교협회에 가서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거긴 주로 외국 원수(元首)급들을 초청하는데, 북핵 문제가 워낙 심각하니까 한국 야당(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이던 저를 초청한 것이었어요. 그때 나는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지 않으면, 한국은 핵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전(前) 미 국무부 군축(軍縮)차관보가 비아냥거리더군요. 한마디로 ‘너희가 국제 제재(制裁)를 감당할 수 있겠냐’ 이거였죠.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해줬어요.”
― 뭐라고 했나요.
“‘우리가 북한처럼 폐쇄 경제 체제냐? 세계 10대 무역 강국이다. 우리가 삼성 반도체를 미국에 안 팔면 너희 첨단 산업이 돌아가겠냐? 너희가 경제 제재하면, 우리에겐 인도도 있고, 중국도 있다. 그러면 너희가 감당이 되겠냐? 미국 경제에는 영향이 없을 것 같냐? 너희가 안 도와주니까 우리가 살겠다고 핵개발하겠다는 거 아니냐? 그것도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다. 우리는 원자력 발전을 30년 이상 했기 때문에 플루토늄 재처리하면 1년에 핵탄두를 3000개 이상 생산할 수 있다. 우리는 핵무기 실험도 필요 없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고폭(高爆) 실험하면 된다. 우리에겐 핵물질도, 핵 기술도, 돈도 있다’ 이렇게 말했더니, 아무 말도 못 하더군요.”
― 아무리 상대가 트럼프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얼마든지 흥정을 하면서 우리의 국익(國益)을 확보할 수 있을 텐데, 엉터리 같은 사람이나 범생이(모범생) 같은 사람이 되면 있는 카드도 못 써보고 당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이재명은 약점이 많아서 안 돼요. 해외 나가도 어디 큰소리칠 수 있겠어요?”
― 2017년 대선 당시 미국과의 ‘셰일동맹’을 말씀하셨을 때, 그 전략적 식견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걸 기억하고 계시네요.”
“‘탄핵 대선’ 경험 있다”
가만히 들어보니, 이건 사실상의 ‘출마 선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까 당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을 물어보셨는데, 대선 국면이 되면 대선 후보가 당무(黨務)를 다 하게 됩니다. 우리 당에는 아직 오세훈 서울시장도 있고, 나도 있으니, 충분히 대선 치를 능력이 될 겁니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 때 ‘탄핵 대선’을 치러봤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어요.”
―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상(신상품)을 찾는 풍조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윤석열이라는 신상을 선택했다가 이렇게 멍들었잖습니까? 또 초짜 대통령을 찾겠습니까?”
― 이제는 아예 ‘40대 신상’을 찾겠다고 나설 것 같은데요.
“난 그렇게 안 봐요. 초짜 대통령 시켰다가 대한민국이 폭망했잖아요? 이제 ‘윤석열 효과’로 경륜 있고, 정치력 있고, 배짱 있고, 결기 있는, 그런 사람을 찾는 시대가 될 겁니다.”
― 지금 ‘사실상의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내가 다시 한 번 대선에 나갈 거라는 것은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을 테니까…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는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 이후로 전부 진영(陣營) 대결이 되어버렸어요. 우리 편의 사람이라면 도둑놈이나 강도라도 좋다는 거예요.”
― 그렇죠.
“아무도 그걸 깨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대선을 통해 이걸 한번 깨보고 싶어요.”
―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나는 정치를 30년 하면서 좌파 정책도 도입해 봤어요. 호남 사람들도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은 있어도 나에 대한 반감은 덜할 겁니다. 내가 전북도민도 해봤고, 광주(光州)시민도 해봤어요.”
― 그렇습니까.
“방위소집되어 전북 부안의 행안대대에 있었고, 광주에서 1년 4개월간 검사 생활을 했어요. 사실 민주당 내에서나 호남에서도 도와주겠다는 분들이 있어요.”
― 아무리 그렇더라도 상황이 너무 안 좋은 건 사실이죠.
“요즘 시중에서 우파 사람들, 기업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2022년에 홍준표를 뽑았다면 이 꼴이 됐겠느냐’는 말이 회자(膾炙)하고 있다고 해요. 어떤 식으로든 국민들에게 ‘윤석열은 탄핵됐지만 홍준표는 다를 것’이라는 것을 알려야겠지요. 결국 ‘보수 우파 진영에서 뚜렷한 리더가 나오지 않으면 이재명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해야지요.”
‘추접다’
― 이건 여담(餘談)입니다만 요새 일본 여자들 사이에서 윤석열 대통령 인기가 짱이라고 합니다.
“왜요?”
― ‘아내 지키겠다고 저렇게 군대까지 동원하는 저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더군요.
“지난 총선 끝난 후 대통령 관저에 초청을 받아서 집사람과 함께 갔어요.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나왔고…. 그때 ‘자기 여자 하나 못 지키는 사내가 어떻게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느냐’면서도 ‘김 여사는 권양숙 여사처럼 처신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 무슨 뜻입니까.
“권양숙 여사는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부득이한 경우에만 공식 석상에 나왔지,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 문재인(文在寅) 전 대통령은 아들과 딸의 금전 문제, 이재명 대표는 아내의 법인카드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검찰이 이재명이 도지사 할 때 차량 사용한 걸 가지고 기소했을 때, 나는 ‘추접다(추접스럽다)’고 했어요. 문재인이 딸에게 돈 준 것을 수사한다고 하기에 그것도 ‘참 추접다. 그런 수사 하지 마라’고 했어요. ‘수사 비례의 원칙’이라는 게 있어요. 걸맞은 범죄를 갖다 대야지,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기소하는 건 참 추접한 일이에요. 이런 수사는 ‘창피 주기’예요. 그러니 이재명이나 민주당이 발끈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 시장님은 그런 문제는 없습니까.
“나는 주말에는 관용차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요. 내 카니발을 타요. 그리고 나는 업무 추진비도 다 사용하지 않아요. 연말에 업무 추진비 남은 거는 우리 공무직들 방한복 사주고, 직원들 식당 지원하는 데 썼어요. 금년에도 업무 추진비의 절반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 과거 YS나 DJ,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식들 문제로 속을 썩었는데요. 혹시 집안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얘기가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 아들은 내가 바르게 키웠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말썽을 한 번도 부린 일이 없어요. 우리야 집안 문제는 없어요.”
― 그렇습니까? 그러면 다행이고요. 혹시 무속(巫俗) 같은 걸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요.
“지난 10월에 부모님 묘소를 파묘(破墓)했습니다. 아버지 묘소는 50년, 어머니 묘소는 30년을 관리했는데, 파묘하고 위패(位牌)는 대구 근교의 절에 모셨어요. 이 정권이 무속 때문에 말이 많았는데, 내가 대선 나올 경우 ‘묫자리가 좋네, 안 좋네’ 하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어차피 내가 죽으면 모실 사람도 없고, 자식들에게 그 부담을 지울 수도 없잖아요? 힘든 정리를 깔끔하게 해놨어요. 이제 다시 한 번 기회가 올지 안 올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온다면 제대로 한번 선거를 치러보고 싶습니다.”
“윤, 대통령실 이전은 치명적 실수”
―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온 것도 무속과 관련이 있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었죠.
“윤 대통령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가 대통령실 이전입니다. 청와대는 ‘권부(權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상징입니다. 대한민국의 상징을 어떻게 대통령 한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옮길 수가 있어요? 청와대가 터가 안 좋다고 옮긴 모양인데, 자기가 들어가서 잘하면 되지 그럴 필요가 있나요? 대한민국의 상징인 장소를 놔두고 용산으로 나와서 출퇴근하면서 온갖 구설에 다 오르고, 교통 정체(停滯) 일으키고, 이게 무슨 경우예요? 내가 용산 대통령실에 가보니 그렇게 허술할 수가 없어요.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 몰라도 청와대로 복귀할 겁니다.”
― 듣고 보니 ‘청와대에서 뭐라고 했다’는 것과 ‘대통령실에서 뭐라고 했다’는 것은 느낌부터 다르네요.
“청와대는 미국의 백악관처럼 대한민국의 상징인데, 그 상징을 옮기는 바람에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출범 당시부터 무너지고 야당에 깔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라 바로 세울 기회 있다”
― 시장님은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떨치다가 정치에 몸담은 지 어언 3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주류(非主流)’라는 인상이 강하다고들 말합니다.
“나는 엘리트 집안의 사람도 아니고, 밑바닥에서부터 자라서 내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기성 보수 세력의 입장에서는 ‘아웃사이더’로 여겨질 겁니다.”
― 영국의 대처, 미국의 레이건은 ‘아웃사이더’였지만 보수의 구원자가 됐고, 트럼프도 보수 정당인 공화당을 접수하지 않았습니까.
“윤 대통령 탄핵으로 혼돈(混沌) 상태에 빠질 것 같지만, 이런 상황을 수습하고 대선에 나갈 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 보수 진영을 다시 일으켜 세울 희망이 있다는 것, 그리고 중도나 좌파들에게도 나라를 바로 세울 기회가 있다는 것을 《월간조선》이 잘 정리해서 널리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홍준표 시장을 만나고 돌아온 지 이틀 후인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홍준표 시장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탄핵소추안 가결은 유감입니다. 또다시 헌정 중단 사태를 맞이하게 되어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전쟁은 지금부터입니다. 범죄자에게 나라를 넘겨줄 수는 없지요. (중략)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정비부터 하십시오. 그리고 탄핵 정국에 한마음으로 대처하십시오. 이번 탄핵은 우리 당 두 용병이 탄핵된 것이지 한국의 보수 세력이 탄핵된 건 아닙니다. 좌절하지 말고 힘냅시다.〉⊙
‘한동훈과 레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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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으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명했다. 사진=조선DB |
“담화 내용을 보면서,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의 상당성(相當性)이 없으면 그런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방송을 보면서도 ‘야당과 대화와 타협 그리고 소통으로 정치적으로 풀었어야 할 문제를 여태 풀지 않고 있다가 비상계엄 사유로 삼는다는 게 뜬금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대통령이 그런 사람들을 데리고 계엄을 시도했다는 자체가 희대의 코미디라고 봅니다.”
― 그렇죠.
“장군이라는 사람이 계엄 해제되자마자 온갖 말을 하면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특전사 구호가 뭡니까? ‘안 되면 되게 하라’잖아요. 요즘 시중에서는 특전사 구호가 ‘안 되면 질질 짜라’로 바뀌었다고들 합니다. 그런 군(軍), 그런 경찰을 믿고 계엄을 하려고 했다니…. 국정(國政) 장악이 안 된 거예요.”
― 상황이 빠르면은 주말에 탄핵이 될 수도 있을 텐데….
“탄핵이 되겠죠. 지금 한동훈과 레밍들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잖아요. 탄핵이 되면 제일 먼저 우리 당이 해야 할 일은 당을 재정비하는 것입니다.”
― 맞습니다.
“근본도 없는 얼치기가 들어와서 당을 이 꼴로 만든 거 아닙니까? 여당이 단일대오로 당정(黨政) 일체가 되어서 야당과 대항한 적이 있습니까? 걸핏하면 내부 분란만 일으켰잖아요? 대통령과 한동훈의 반목(反目)이 탄핵의 근본 원인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무리수가 나왔고, 그 무리수가 나오니까 또 민주당의 2중대가 되려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아니, 국회의원도 아닌 한동훈이 어떻게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이재명(李在明) 대표와 악수를 합니까? 둘이 악수하면서 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모르겠어요. 이제는 민주당 2중대가 되어 탄핵에 적극 가담하고 있잖아요? 이것을 나는 집단 광기(狂氣)로 봅니다.”
“수사기관들, 하이에나 같아”
― 집단 광기는 막기 힘들다는 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우리는 이런 집단 광기를 한 번 겪었어요. 그때 나는 경남지사로 있으면서 국회의원들에게 ‘적어도 우리 당은 탄핵에 찬성하면 안 된다. 질서 있는 퇴진으로 물러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어요. 그때 유승민·김무성 의원 등과 똑같은 짓을 지금 한동훈이 하고 있어요.”
― 야당이나 많은 국민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죄(內亂罪)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는 계엄 선포 행위를 내란죄로는 보지 않고 직권남용죄로 봅니다. 내란죄가 되려면 ‘폭동’을 해야 하는데, 과연 그게 폭동 행위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입니다. 내란은 대부분 정권 찬탈을 목적으로 하는데 대통령이 정권 찬탈을 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내란죄로 보기는 좀 어렵고, 직권남용죄 정도로 봅니다. 직권남용도 탄핵 사유는 돼요.”
― 야당이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모는 이유가 뭘까요.
“사법(司法) 리스크 때문에 시간이 없는 이재명 대표가 윤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려 조기(早期) 대선(大選)을 하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죄로 엮어야지 확실하게 끝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겠죠.”
―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에 군대를 보낸 거는 내란죄의 국헌문란(國憲紊亂)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그걸 국헌문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종국적인 결정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합니다. 일반인들이 재판을 미리 해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수사기관들이 벌떼처럼 달려드는 것도 참 가관입니다. 하이에나 같은 짓이에요.”
‘검사 정치’
―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다툼에서 누구 잘못이 더 크다고 봅니까.
“둘 다 똑같죠.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이 ‘검사 정치’를 했기 때문에 나라가 이 꼴이 된 겁니다. 윤 대통령하고 만났을 때에도 ‘검사 정치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한 적이 있어요. 로마의 철학자 울피아누스는 ‘각자에게 그의 것을 주는 것이 정의(正義)’라고 했어요. 이 말을 정치권에 적용하면, 야당에는 야당의 몫을, 관료에게는 관료의 몫을, 국회의원에게는 국회의원 몫을 주는 게 정치입니다. 그걸 전부 틀어쥐고 검찰 동원해서 억압하려고 드니, 나라가 혼란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까? 윤석열 대통령 들어와서 2년 반 동안 머리에 남는 거는 한동훈 시켜서 이재명 잡으려고 한 것뿐이에요.”
― 제대로 잡지도 못했죠.
“사법적·정치적으로 모두 실패했어요. 법무부 장관감도 아닌 사람을 법무부 장관 시키면서 이재명을 잡으려 했는데, 못 잡았으니 사법적으로 실패한 것이죠. 비대위원장을 시켰는데 총선에서 이재명에게 패했으니 정치적으로도 실패했죠.”
홍준표의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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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 검사 시절의 홍준표 시장. |
〈― 검찰 출신으로 정치를 해보니 검사란 직업과 정치가 잘 맞던가요.
“제가 검사 티를 벗는 데 8년이 걸렸어요. 제가 재선 때까지 DJ 저격수, 노무현 저격수를 한 건 정치한 게 아니고 검사를 한 거지요. 이것이 내 일인 것마냥 앞장섰는데, 그건 정치가 아니었어요. 재선 끝나고 3선이 되니까 검사 물이 빠지면서 ‘저격수 정치’에서 졸업했지요.”
― 윤석열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 마칠 때까지 ‘검사 물’이 안 빠지겠네요.
“검찰식 대통령이 되겠지요. 정치판은 선악(善惡)이 공존합니다. 검찰은 선악을 구분하는 직책이고, 정치판은 선악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정치는 대한민국의 모든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요체(要諦)입니다. 갈등 조정은 소통과 대화, 타협을 통해 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찍어 누르기는 갈등 조정 방법이 아닙니다. 그래서 검사 정치가 위험하다는 겁니다.”〉
― 3년 반 전에 이미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검사 정치’의 폐해를 경고했더군요.
“내가 검사 생활을 11년밖에 안 했어요. 부장검사도 못 했어요. 그런데도 검사 때를 벗는 데 7~8년이 걸렸어요. 그런데 평생 검사만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됐는데, 그 때를 벗을 수가 있겠습니까? 한동훈도 마찬가지죠.”
― 야당에서는 윤석열 정권 내내 ‘검찰 독재’니 ‘검찰공화국’이니 했지만, 한동훈 장관이나 이원석 검찰총장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두 사람 모두 엑스맨이라고 봅니다.”
“용병 영입 시대와 결별해야”
― 탄핵 이후가 걱정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달라요. 첫째, ‘박근혜 탄핵’ 때는 보수 진영이 탄핵이 된 겁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그건 보수 정치에 용병(傭兵)으로 들어와 있던 두 사람에 대한 탄핵이에요. 물론 우리 당이 용병을 잘못 들인 책임은 있겠지만, 보수 정치, 보수 집단이 탄핵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는 운신하기가 나을 것이라고 봅니다.”
― 글쎄, 정말 그럴까요? 지금 민주당이나 좌파 세력들이 선동하는 걸 보면, 이번 기회에 한국 보수를 아예 끝장내려고 덤벼드는 것 같은데요.
“그러지는 못할 거예요. 박근혜 탄핵 때도 우리가 철저하게 한 번 궤멸되었지만, 국민들의 도움으로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 ‘용병’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보수 정당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이후 대선 후보로 계속 용병을 세워온 것 같습니다.
“이회창 전 총재, 황교안 전 대표,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은 모두 법조 출신 용병이지만, 이명박(李明博)·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에 들어온 후 더 커져 정권 교체까지 해주었으니, 용병이라고 보기는 어렵지요.”
―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던 보수 정당이 왜 이렇게 대선 후보 하나 못 내고 용병한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당이 됐을까요.
“첫째, 결속력이 없어요. 둘째, 동지애도 없어요. 셋째, 보수 정당 내에서는 사람을 키우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보수 정당이 늘 위기에 무너지는 겁니다. 이제부터라도 외부 용병을 영입해 당을 끌고 가는 시대와 결별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범죄자를 대통령 만들어줄까?”
―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잃은 후부터라도 젊은 사람을 키우기 시작했다면, 보수 정당에 지금쯤 왜 사람이 없겠습니까.
“이지 고잉(easy going), 쉽게 가려고 하니 그런 거죠. 외부의 셀럽(유명인·Celebrity)을 데리고 와서 한번 해보고, 안 되면 또 다른 사람 들여오는 식으로 하다 보니, 보수 정당의 결속력도 떨어지고 이념적 스펙트럼도 희석되어 버렸죠.”
― 이번이 ‘박근혜 탄핵’ 때와 다른 또 다른 이유는 무엇입니까.
“상대 후보가 ‘비리 덩어리’ 이재명입니다. 윤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해서, 우리 국민들이 과연 그런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줄까요? 최근 여론조사를 보니 이재명 지지율이 37%인가 나왔어요. 이런 상황이라면 이재명 지지율이 50, 60%가 넘어야 해요. 이건 이재명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크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작 대선판에 들어가면 2017년과는 판이하게 다를 겁니다.”
― 보수 정치를 받쳐주는 건 보수 시민사회인데, 지금 우리 보수는 무척 파편화(破片化)돼 있습니다.
“민주당은 집권 전략으로 시민단체를 우군(友軍)으로 만들어 선봉대로 내세웠는데, 우리 당은 그러지를 못했어요. 우리 당을 지지하는 보수 시민단체들은 민주당과 언론에 의해 ‘극우(極右) 프레임’이 씌워졌습니다. 민주당은 정권을 잡으면 시민단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데, 우리 당은 ‘정권 잡은 세력 따로, 정권 잡았을 때 잔치하는 세력 따로’였습니다. 정권 잡고 나면 도와줬던 시민단체들을 외면했죠. 그러니 보수 정권이 단명(短命)하고 위기 때 뭉치지 못하는 거예요.”
― 국민의힘에서 리더십 교체 필요성이 나올 적에, 혹시 당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받아들일 생각이 있습니까.
“국민의힘 내부의 다선 의원 중에서도 당을 맡을 사람이 있습니다. 나 같은 경우는 당대표를 두 번이나 했어요. 아까도 말한 것처럼 탄핵소추 후, 당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런 사태를 가져온 분란의 씨앗들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탄핵 사태를 불러온 지금의 당 지도부는 퇴출시켜야 합니다. ‘박근혜 탄핵’ 때 이정현 대표는 당대표직을 사퇴하고 탈당까지 했어요. 이 지도부가 계속하겠다는 건 언어도단(言語道斷)입니다.”
― 한동훈 대표 등 현 지도부가 그렇게 쉽게 물러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안 물러나면 쫓아내야지! 그거 못 하면 이 당은 미래 없어요. 민주당이 탄핵을 주동하더라도 거기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면 부역자(附逆者)가 되는 거 아니에요? 부역자는 퇴출해야죠.”
― 그러다가 당이 쪼개지면 어떻게 합니까.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79석 가지고도 1997년 대선에서 정권을 잡았어요. 90석만 있으면 정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의석의 다소(多少)가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나 결속하고 뭉치느냐가 문제죠.”
― 그런 결속력이 지금 국민의힘에 있느냐가 문제죠.
“만들어야죠. 위기의식이 있으니까 될 겁니다.”
“대선,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 것”
― 지난번 탄핵 때는 야당이 탄핵 과정에서 황교안 대행(代行) 체제를 흔들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한덕수 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법무부 장관 등을 탄핵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한덕수 체제를 흔들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이재명이 대선에 출마해도 국민들이 호응하지 않을 테니까요.”
― 이러다가 보수 정당 혹은 보수 세력이 ‘내란 세력’이라고 하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입니다.
“그것은 차기 대선 과정에서 캠페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대선은 프레임 전쟁이고, 메시지 전쟁입니다. 대선 과정으로 들어가면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을 겁니다.”
― 지금 메시지나 프레임이라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 된 거 아닙니까.
“윤석열 정부가 임기를 제대로 마쳤다고 해도 잘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그때 가서 ‘정권심판론’에 갇히면 재집권하기가…. 오히려 지금 이 정도에서 용병을 정리하고 당이 뭉쳐서 다시 일어서면 다르다고 봅니다.”
― 중·장기적으로 보수 정당을 재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민들이 보수 정당한테 기대하는 것은 국정 운영 능력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우리가 국민들에게 어필하려면, 민주당보다 국정 운영 능력이 훨씬 낫다는 걸 보여줘야 되겠죠. 보수 정당이 배출하기는 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용병 정부였고, 진정한 보수 정당의 모습을 이번 대선 과정에서 보여줘야 되겠죠.”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거의 집단 광기 상태에 빠져 있는 국민들이, ‘윤석열-한동훈은 용병이고, 국민의힘은 건강하고 능력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분리해서 생각해 줄까요.
“당이라는 것은 외피(外皮)에 불과합니다. 결국 후보의 문제로 귀착(歸着)이 되겠죠. 보수 정당의 능력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최상의 후보를 선택해야 되겠죠.”
― 지금 국민의힘 내에서 그런 사람이 보입니까.
“당내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나타날 것으로 믿습니다.”
“윤 대통령에게 책임총리 건의”
―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2024년 총선 등을 거치면서 정권에 대한 경고음이 여러 번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2024년 8월, 윤 대통령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그때 ‘내정(內政)이 힘들면 내가 대구시장 그만두고 올라가서 도와드리겠다.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만 하시라. 이원집정부제(二元執政府制) 형태로 책임총리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말했어요. 이 이야기는 오늘 처음 하는 겁니다.”
― 윤 대통령이 뭐라고 하던가요.
“실장(정진석 비서실장)하고 의논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외부에 공개가 된다. 대통령 본인이 결심했을 때 발표하라. 하지만 빨리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냐? 야당하고 타협하라’는 말도 했습니다.”
― 그 후에 어떻게 됐습니까.
“10월에도 내가 문자를 보냈어요. ‘박근혜처럼 될 수가 있다’고 했어요. ‘빨리 책임총리제를 도입하고, 국정 쇄신하라. 대통령실도 바꾸고, 내각도 전면 개편하라. 처음 취임했을 때처럼 새로운 사람으로 하라.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한번 해보고 싶은 건 국가 경영”
― 정말 대구시장을 그만두고 총리를 맡을 의향이 있었습니까.
“난들 중간에 올라가고 싶겠어요? 내가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은 국가 경영입니다. 그런데 역대 총리 중에서 대통령이 된 전례(前例)는 없어요.”
― 그렇죠.
“총리가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것은, 자기가 몸담았던 정권과 공동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왜 경선에서 패배한 후 대구시장으로 내려왔겠습니까? 이 정권이 잘할 것 같지는 않으니, 여기서 준비하고 역량을 갖춰서 4년 후에 올라가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 윤 정권의 장래를 일찍부터 어둡게 보았군요.
“2021년 11월 29일 낸 보도자료에서 ‘이재명이 되면 나라 망하고, 윤석열이 되면 나라가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나라 망하는 것보다 혼란스러운 게 낫지 않겠나’라고 했어요. 내가 예측한 대로 지금 되고 있는 겁니다. 이걸 수습해 보려고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는데, 대통령이 실기(失機)하고, 지금에까지 이르렀어요.”
―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요즘 내가 밤잠을 못 잡니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죠! 비리 덩어리 아닙니까? 범죄자를 어떻게 대통령으로 만들어요? 그런데 그 부역을 한동훈이가 하고 있으니, 내가 속이 안 터지겠어요? 어제도 내가 2시간밖에 못 잤어요.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될 것이냐 하는 생각 때문에….”
“2022년, 민심에서 이기고 당심에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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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의 윤석열 대통령과 홍준표 시장. 홍 시장은 “민심에서 이기고 당심에서 졌다”고 말했다. 사진=조선DB |
“최근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박근혜 탄핵 때 대선을 해봤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당 지지율이 4%고, 전(全) 언론이 우리 당을 적대시할 때였습니다. 대선 이틀 전까지도 메이저 언론들이 나를 군소(群小) 정당 후보들과 같이 취급했어요.”
― 그랬었죠.
“그렇게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당을 살려놨는데도, 2022년 윤석열 후보와의 경선 때 민심(民心)에서는 10.27%나 이기고서도 당심(黨心)에서는 졌어요. 윤석열이 될 것 같으니 당원이고 국회의원이고 모두 그쪽으로 가버렸어요. ‘민심을 이기는 당심은 없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먹혀들지 않더군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가 된 지 한 달 후 둘이 만났을 때, 윤 후보는 ‘도와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당신이 대통령이 될 거다. 경쟁하던 사람이 서울에 남아 있으면, 당신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부담되겠냐. 나는 대구로 내려가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내려온 지 2년 반도 안 됐는데 이렇게 됐으니, 내가 얼마나 속상하겠습니까?”
― 저도 속이 터져서 이렇게 내려왔습니다.
“박근혜 탄핵 대선을 치러본 경험을 갖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까 말한 것처럼 그때와 지금은 달라요. 아직 그때처럼 보수가 궤멸당하지 않았고, 상대방이 비리 덩어리 이재명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국민들은 트럼프, 시진핑(習近平), 김정은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재명은 중국에 가서는 ‘셰셰(謝謝)’하고, 미국에 가서는 ‘생큐’하고, 일본에 가서는 ‘아리가토’할 텐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을 국민들이 할 것입니다. 이런 정서에 기대를 한번 해봅니다.”
“이재명, 약점 많아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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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은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이던 2017년 10월 24일 미국을 방문,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과 만났다. 사진=조선DB |
“트럼프, 시진핑, 김정은을 상대할 사람은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트럼프는 장사꾼입니다.”
― 그럼요.
“장사꾼하고 흥정할 때는 장사꾼답게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말입니다, 과거와 달리 군사강국입니다. 핵(核)만 없을 뿐이지.”
― 글쎄요. 이번에 계엄군이나 장군들 하는 걸 보니까 ‘군사강국’은 아니겠던데요. 북핵(北核)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2017년 10월 미국 워싱턴의 외교협회에 가서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거긴 주로 외국 원수(元首)급들을 초청하는데, 북핵 문제가 워낙 심각하니까 한국 야당(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이던 저를 초청한 것이었어요. 그때 나는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지 않으면, 한국은 핵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전(前) 미 국무부 군축(軍縮)차관보가 비아냥거리더군요. 한마디로 ‘너희가 국제 제재(制裁)를 감당할 수 있겠냐’ 이거였죠.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해줬어요.”
― 뭐라고 했나요.
“‘우리가 북한처럼 폐쇄 경제 체제냐? 세계 10대 무역 강국이다. 우리가 삼성 반도체를 미국에 안 팔면 너희 첨단 산업이 돌아가겠냐? 너희가 경제 제재하면, 우리에겐 인도도 있고, 중국도 있다. 그러면 너희가 감당이 되겠냐? 미국 경제에는 영향이 없을 것 같냐? 너희가 안 도와주니까 우리가 살겠다고 핵개발하겠다는 거 아니냐? 그것도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다. 우리는 원자력 발전을 30년 이상 했기 때문에 플루토늄 재처리하면 1년에 핵탄두를 3000개 이상 생산할 수 있다. 우리는 핵무기 실험도 필요 없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고폭(高爆) 실험하면 된다. 우리에겐 핵물질도, 핵 기술도, 돈도 있다’ 이렇게 말했더니, 아무 말도 못 하더군요.”
― 아무리 상대가 트럼프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얼마든지 흥정을 하면서 우리의 국익(國益)을 확보할 수 있을 텐데, 엉터리 같은 사람이나 범생이(모범생) 같은 사람이 되면 있는 카드도 못 써보고 당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이재명은 약점이 많아서 안 돼요. 해외 나가도 어디 큰소리칠 수 있겠어요?”
― 2017년 대선 당시 미국과의 ‘셰일동맹’을 말씀하셨을 때, 그 전략적 식견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걸 기억하고 계시네요.”
“‘탄핵 대선’ 경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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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은 박근혜 탄핵 후인 2017년 대선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서 고군분투했다. 사진=조선DB |
“아까 당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을 물어보셨는데, 대선 국면이 되면 대선 후보가 당무(黨務)를 다 하게 됩니다. 우리 당에는 아직 오세훈 서울시장도 있고, 나도 있으니, 충분히 대선 치를 능력이 될 겁니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 때 ‘탄핵 대선’을 치러봤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어요.”
―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상(신상품)을 찾는 풍조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윤석열이라는 신상을 선택했다가 이렇게 멍들었잖습니까? 또 초짜 대통령을 찾겠습니까?”
― 이제는 아예 ‘40대 신상’을 찾겠다고 나설 것 같은데요.
“난 그렇게 안 봐요. 초짜 대통령 시켰다가 대한민국이 폭망했잖아요? 이제 ‘윤석열 효과’로 경륜 있고, 정치력 있고, 배짱 있고, 결기 있는, 그런 사람을 찾는 시대가 될 겁니다.”
― 지금 ‘사실상의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내가 다시 한 번 대선에 나갈 거라는 것은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을 테니까…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는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 이후로 전부 진영(陣營) 대결이 되어버렸어요. 우리 편의 사람이라면 도둑놈이나 강도라도 좋다는 거예요.”
― 그렇죠.
“아무도 그걸 깨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대선을 통해 이걸 한번 깨보고 싶어요.”
―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나는 정치를 30년 하면서 좌파 정책도 도입해 봤어요. 호남 사람들도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은 있어도 나에 대한 반감은 덜할 겁니다. 내가 전북도민도 해봤고, 광주(光州)시민도 해봤어요.”
― 그렇습니까.
“방위소집되어 전북 부안의 행안대대에 있었고, 광주에서 1년 4개월간 검사 생활을 했어요. 사실 민주당 내에서나 호남에서도 도와주겠다는 분들이 있어요.”
― 아무리 그렇더라도 상황이 너무 안 좋은 건 사실이죠.
“요즘 시중에서 우파 사람들, 기업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2022년에 홍준표를 뽑았다면 이 꼴이 됐겠느냐’는 말이 회자(膾炙)하고 있다고 해요. 어떤 식으로든 국민들에게 ‘윤석열은 탄핵됐지만 홍준표는 다를 것’이라는 것을 알려야겠지요. 결국 ‘보수 우파 진영에서 뚜렷한 리더가 나오지 않으면 이재명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해야지요.”
‘추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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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은 2023년 5월 10일 대구시청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사진=뉴스1 |
“왜요?”
― ‘아내 지키겠다고 저렇게 군대까지 동원하는 저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더군요.
“지난 총선 끝난 후 대통령 관저에 초청을 받아서 집사람과 함께 갔어요.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나왔고…. 그때 ‘자기 여자 하나 못 지키는 사내가 어떻게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느냐’면서도 ‘김 여사는 권양숙 여사처럼 처신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 무슨 뜻입니까.
“권양숙 여사는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부득이한 경우에만 공식 석상에 나왔지,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 문재인(文在寅) 전 대통령은 아들과 딸의 금전 문제, 이재명 대표는 아내의 법인카드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검찰이 이재명이 도지사 할 때 차량 사용한 걸 가지고 기소했을 때, 나는 ‘추접다(추접스럽다)’고 했어요. 문재인이 딸에게 돈 준 것을 수사한다고 하기에 그것도 ‘참 추접다. 그런 수사 하지 마라’고 했어요. ‘수사 비례의 원칙’이라는 게 있어요. 걸맞은 범죄를 갖다 대야지,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기소하는 건 참 추접한 일이에요. 이런 수사는 ‘창피 주기’예요. 그러니 이재명이나 민주당이 발끈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 시장님은 그런 문제는 없습니까.
“나는 주말에는 관용차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요. 내 카니발을 타요. 그리고 나는 업무 추진비도 다 사용하지 않아요. 연말에 업무 추진비 남은 거는 우리 공무직들 방한복 사주고, 직원들 식당 지원하는 데 썼어요. 금년에도 업무 추진비의 절반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 과거 YS나 DJ,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식들 문제로 속을 썩었는데요. 혹시 집안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얘기가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 아들은 내가 바르게 키웠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말썽을 한 번도 부린 일이 없어요. 우리야 집안 문제는 없어요.”
― 그렇습니까? 그러면 다행이고요. 혹시 무속(巫俗) 같은 걸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요.
“지난 10월에 부모님 묘소를 파묘(破墓)했습니다. 아버지 묘소는 50년, 어머니 묘소는 30년을 관리했는데, 파묘하고 위패(位牌)는 대구 근교의 절에 모셨어요. 이 정권이 무속 때문에 말이 많았는데, 내가 대선 나올 경우 ‘묫자리가 좋네, 안 좋네’ 하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어차피 내가 죽으면 모실 사람도 없고, 자식들에게 그 부담을 지울 수도 없잖아요? 힘든 정리를 깔끔하게 해놨어요. 이제 다시 한 번 기회가 올지 안 올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온다면 제대로 한번 선거를 치러보고 싶습니다.”
“윤, 대통령실 이전은 치명적 실수”
―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온 것도 무속과 관련이 있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었죠.
“윤 대통령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가 대통령실 이전입니다. 청와대는 ‘권부(權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상징입니다. 대한민국의 상징을 어떻게 대통령 한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옮길 수가 있어요? 청와대가 터가 안 좋다고 옮긴 모양인데, 자기가 들어가서 잘하면 되지 그럴 필요가 있나요? 대한민국의 상징인 장소를 놔두고 용산으로 나와서 출퇴근하면서 온갖 구설에 다 오르고, 교통 정체(停滯) 일으키고, 이게 무슨 경우예요? 내가 용산 대통령실에 가보니 그렇게 허술할 수가 없어요.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 몰라도 청와대로 복귀할 겁니다.”
― 듣고 보니 ‘청와대에서 뭐라고 했다’는 것과 ‘대통령실에서 뭐라고 했다’는 것은 느낌부터 다르네요.
“청와대는 미국의 백악관처럼 대한민국의 상징인데, 그 상징을 옮기는 바람에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출범 당시부터 무너지고 야당에 깔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라 바로 세울 기회 있다”
― 시장님은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떨치다가 정치에 몸담은 지 어언 3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주류(非主流)’라는 인상이 강하다고들 말합니다.
“나는 엘리트 집안의 사람도 아니고, 밑바닥에서부터 자라서 내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기성 보수 세력의 입장에서는 ‘아웃사이더’로 여겨질 겁니다.”
― 영국의 대처, 미국의 레이건은 ‘아웃사이더’였지만 보수의 구원자가 됐고, 트럼프도 보수 정당인 공화당을 접수하지 않았습니까.
“윤 대통령 탄핵으로 혼돈(混沌) 상태에 빠질 것 같지만, 이런 상황을 수습하고 대선에 나갈 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 보수 진영을 다시 일으켜 세울 희망이 있다는 것, 그리고 중도나 좌파들에게도 나라를 바로 세울 기회가 있다는 것을 《월간조선》이 잘 정리해서 널리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홍준표 시장을 만나고 돌아온 지 이틀 후인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홍준표 시장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탄핵소추안 가결은 유감입니다. 또다시 헌정 중단 사태를 맞이하게 되어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전쟁은 지금부터입니다. 범죄자에게 나라를 넘겨줄 수는 없지요. (중략)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정비부터 하십시오. 그리고 탄핵 정국에 한마음으로 대처하십시오. 이번 탄핵은 우리 당 두 용병이 탄핵된 것이지 한국의 보수 세력이 탄핵된 건 아닙니다. 좌절하지 말고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