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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기로에 선 중국 경제

10년 前 중국 ‘추락’ 예언한 김기수 前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중국 공산당 정권 존재하는 한 ‘추락’은 예정된 일”

글 : 김남성  광운대 한반도메타버스연구원 연구실장  suls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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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중국공산당 자체가 중국 미래의 가장 큰 걸림돌”
⊙ “시한폭탄 ‘그림자 금융’ 중국식 사회주의 경제의 구조적 모순 보여줘”
⊙ “중앙정부 살리기 위한 ‘분세제(分稅制)’가 부동산 몰빵 불러”
⊙ “중국은 기술 진보 없이 비효율적 투자로 덩치 키운 종이호랑이”
⊙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왜 종이호랑이를 무서워하나?”

金起秀
연세대 문리대 졸업, 서울대 정치학 석사, 美 미주리대 국제정치경제학 박사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국제정치연구실장 역임 / 저서 《중국 경제의 추락-정치·경제의 모순》 《중국 경제 추락에 대비하라》 《국제통화금융체제와 세계경제패권》 《21세기 대한민국 대외전략》 《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 등

金南成
1974년생.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칭화대(淸華大) 석사, 고려대 박사 / 《월간조선》 기자, TV조선·채널A 외교안보팀장, 민주평통 자문위원,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정책본부 연구위원, 現 광운대 한반도메타버스연구원 연구실장
  “10년 전이든 현재든 한 국가가 정치의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게 인류의 경험이었습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정치경제학이 지난 400년 동안 한결같이 증명한 사실이에요. 결국 중국공산당이 정권을 독점하는 한 중국의 추락은 예정됐다는 의미입니다.”
 
  김기수(金起秀) 전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정치경제학·이하 박사)은 ‘비구이위안(碧桂園) 사태’로 중국 부동산 시장과 경제가 큰 위기를 맞은 지난 8월 말 필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필자는 10년 전인 2013년 김기수 박사와 ‘중국 경제 위기’에 관해 인터뷰를 했다(《월간조선》 2013년 1월호). 당시 김 박사는 《중국 추락에 대비하라》는 도발적인, 하지만 현재는 사실로 판명되고 있는 주장이 담긴 서적을 출간해 화제가 됐었다.
 
  2013년은 후진타오(胡錦濤)에 이어 시진핑(習近平)이 중국의 ‘새로운 황제’로 등극했고 중국의 경제·외교적인 힘은 슈퍼 파워 미국에 다가서는 것처럼 보일 때였다. 중국은 매년 9%를 넘나드는 경제성장률을 무기로 국제 정치와 경제의 ‘G2’로 떠올랐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 일본도 경쟁이 안 되는 분위기였다. 그런 시절 김기수 박사는 중국의 위기 정도가 아니라 곧 ‘추락’한다는 예언을 했다. 필자는 비구이위안 사태와 중국 경제의 몰락을 점치는 기사들을 읽으며 10년 만에 다시 김기수 박사를 만나 ‘중국 몰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10년 만의 인터뷰를 하러 가기 전에, 10년 전 썼던 인터뷰 기사를 다시 꺼내 읽어봤다. 당시 기사 서두 부분의 내용이다.
 
  〈김기수 수석연구위원(이하 연구위원)은 지난 2012년 8월 출간한 《중국 경제 추락에 대비하라》라는 책에서 “중국 경제 문제는 몇% 성장률이냐,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추락을 언제 하느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기수 연구위원은 중국과 거의 비슷한 길을 걸었던 구(舊)소련, 일본, 한국의 예를 들며 “기초과학 기술 발전 없이 노동력과 자본 투자 위주의 경제 발전 전략은 시간이 지나 이익이 줄면서 부실화되고, 부실을 숨기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며, 비효율적인 투자를 지속하다 어느 시점에서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국의 권위주의 정치체제가 변하지 않으면 경제적 파국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위기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정 수준까지는 정치체제와 관련 없이 발전 가능”
 
김기수 박사가 2012년에 펴낸 《중국경제 추락에 대비하라》
  ― 10년 전, 《중국 추락에 대비하라》는 책을 쓰고 나서 엄청난 비판과 비난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사님 지적대로 중국 경제의 추락이 눈에 보이고 있습니다.
 
  “당시 학계, 언론, 기업 등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차고 넘쳤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공부한 원칙과 개념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몰락’이라는 제 신념을 굽히지 않았어요.
 
  인류는 대략 1600년대 영국에서부터 근대화가 시작됐습니다. 영국에서 시작한 정치경제학은 지난 400년 동안 지속적인 번영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어느 국가나 문명의 경제는 일정한 수준까지는 정치체제와 큰 관련 없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어느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정치체제의 본질과 원칙에 좌우됩니다. 이런 원칙과 개념을 중국 경제에 대입해보니 더 이상의 성장은커녕 어느 순간 몰락한다는 결론에 이른 겁니다.”
 
  김기수 박사는 정치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얘기하면서 대런 애쓰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전(前) 하버드 정치학과 교수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언급했다. 이 책은 마야·잉카 문명에서부터 현재의 한국과 북한까지 망라하며 ‘같은 조건 아래서 왜 어느 국가와 문명은 성공하고 다른 쪽은 실패하는가’를 분석한 정치경제학의 명저(名著)다. 저자들은 “포용적인 정치제도를 가진 국가와 문명은 포용적인 경제제도를 도입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김기수 박사의 얘기다.
 
  “영국에서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왕과 귀족의 횡포에 맞서 의회가 재산권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재산권의 확보는 일반 시민들이 내 몸에 대한 권리, 인권(人權)을 가질 수 있고, 인권을 가진 개인이 스스로 만들어낸 부가가치, 물질적인 부(富)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왕이나 귀족들이 내 몸과 내가 만든 부를 뺏어 가는데 어떻게 자본주의가 성공할 수 있겠어요?
 
  여기서 재산권을 지키고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이 뭐겠습니까? 바로 올바른 정치체제예요. 영국은 올바른 정치체제는 권력을 쪼개는 데 있다고 봤습니다. 그게 ‘권력분립’입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사법권을 분리시키고 그다음이 의회예요. 그리고 국가의 수장(首長)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순환’하도록 했습니다. ‘삼권분립’으로 약탈적인 정치체제가 아닌 포용적인 정치체제가 되면서 경제제도 또한 소수(少數)에게 모든 과실(果實)이 돌아가는 독점적·약탈적 체제가 아닌 포용적인 자본주의 체제가 된 겁니다.”
 
 
  “중국, 1958년 대약진 운동 시대로 후퇴”
 
  ―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해왔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포용적인 정치체제’와 거리가 있습니까.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게 결국 공산당 1당 독재라는 전제 아래 자본주의의 효율성만 가져와서 성공하겠다는 건데요, 덩샤오핑이 마오쩌둥(毛澤東)의 1인 독재를 막고 중국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만들어놓은 일종의 ‘미봉책(彌縫策)’입니다. 만약 중국공산당이 제대로 포용적인 정치체제를 만들려고 했다면 지난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자오쯔양(趙紫陽)이나 후야오방(胡耀邦)의 주장처럼 민주주의를 단계적으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당시 자오쯔양이 ‘권력을 민간에 이양해야 경제가 돌아간다’고 말한 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핵심 결론과 일치하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현재 중국은 덩샤오핑이 그토록 싫어했던 1인 독재도 시작됐습니다. 이런 체제는 결국 전근대(前近代)의 왕정(王政) 시대나 다름없습니다. 아무리 성군(聖君)이 있다고 해도 왕정체제가 포용적인 정치체제일 수는 없습니다.”
 

  ― 결국 중국공산당이 없어져야 한다는 결론인데요, 이건 불가능한 일 아닙니까.
 
  “천안문 사태 때 자오쯔양의 주장처럼, 민주화를 단계적으로 받아들여 권력이 축소되고 경제의 모순이 사라졌다면 시장의 혼란과 부패 문제도 해결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혁·개방의 상징’이라는 덩샤오핑이 이에 반대하면서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 거죠. 이때 점진적인 민주화 정책을 시작했다면 공산당의 권력이 자연스럽게 축소되면서 상당 부분 민주화됐을 겁니다. 그랬다면 공산당 자체가 그대로 유지됨과 동시에 지금처럼 중국공산당이 중국 미래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김기수 박사는 현재 중국의 정치체제는 시진핑의 1인 독재 체제로 들어가면서 그나마 존재하던 중국 정치체제의 상호견제와 분립이 완전히 와해됐다고 지적했다.
 
  “덩샤오핑은 1978년 11차 3중전회로 집권한 후 다시는 마오쩌둥 시대와 같은 1인 독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정치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 성(省) 서기, 정부 부장(장관) 등으로 시작해 정치국 상무위원 임기 제한으로 확대된 ‘7상(上)8하(下)’입니다(67세는 가능하고 68세는 선임 불가능). 한데 시진핑이 측근들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계속 두기 위해 이를 깼습니다. 또 한 명 한 명이 우리 대통령에 버금가는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정파 비율도 ‘타이쯔당(太子黨)’ ‘상하이방(上海幇)’ ‘궁칭퇀(共靑團)’으로 나뉘던 걸 이번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7명 전부 자기 계파, ‘시자쥔(習家軍)’이었습니다. 그리고 ‘천안문 사태’ 이후 현 지도자가 한 대(代)를 뛰어넘어 그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정해놓는 ‘격대지정(隔代指定)’도 없앴습니다. 시진핑 자신이 자신을 주석으로 지정한 거니까요. 결국 중국 정치체제는 점점 포용적이 되기는커녕 1958년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 시절로 후퇴했습니다.”
 
 
  “시진핑 독재, 가만히 종식되지 않을 것”
 
2019년 10월 1일 국경절(건국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중국 전·현직 국가지도부. 왼쪽부터 후진타오, 시진핑, 장쩌민. 사진=AP/뉴시스
  ‘격대지정’은 덩샤오핑이 권력투쟁의 폐단을 끊기 위해 1992년 도입한 것이다. 덩샤오핑은 천안문 사태를 해결한 후 1992년 당시 보수파인 ‘양상쿤(楊尙昆)’ ‘리펑(李鵬)’ 등이 밀었던 장쩌민(江澤民)에게 권력을 넘기면서, 후진타오를 다음 지도자로 지정했다. 장쩌민 등 보수파는 계속해서 자신의 사람을 후계자로 삼고 싶어 했지만, 덩샤오핑이 후진타오를 미리 낙점함으로써 기존 권력의 독재와 세습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사실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아니었으면, 국가 주석은커녕 마오쩌둥 시절 박살 난 자신의 집안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의 1인 독재를 타파하고 집권에 성공한 덕에, 마오쩌둥에 의해 숙청당하고 하방(下放)당했던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習仲勳)도 복권됐다. 시진핑 자신도 23세에 뒤늦게 칭화(淸華)대에 입학해 정치권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 그가 이후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되는 데도 격대지정의 도움을 받았다. 2012년 당시 후진타오도 자신의 ‘공청단’파 직계인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를 차세대 지도자로 밀고 싶었지만 격대지정에 따라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장쩌민 등 상하이방의 지원을 받은 시진핑을 후계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김기수 박사의 얘기다.
 
  “역사적으로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피비린내 나는 정치적인 투쟁, 전쟁을 통해 쟁취하거나 빼앗기는 거죠. 그렇다면 앞으로 중국의 시진핑 1인 독재도 가만히 종식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죠? 가뜩이나 약탈적인 정치체제가 피비린내 나는 극한 투쟁으로 들어가는 순간, 경제는 어떠한 정책을 써도 살려내기 어렵습니다.”
 
 
  공산당이 배후에 있는 돈놀이 ‘그림자 금융’
 
지난 2월 7일 중국공산당 중앙당교에서 열린 중국 지도부의 학습 행사 모습. ‘시진핑 사상 학습’을 강조하는 플래카드가 중국의 오늘을 잘 보여준다. 사진=신화통신/뉴시스
  ― 정치경제의 원칙과 원리, 지난 400년간의 경험에 따르면 중국 경제의 몰락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결론입니다. 그러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 부동산 문제도 중국 정치의 문제와 연결되는 겁니까.
 
  “당연하죠. ‘비구이위안’ ‘헝다’ 사태 등 부동산 개발 회사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두 가지와 연결돼 있습니다. 첫째, ‘그림자 금융’입니다. ‘그림자 금융’은 말 그대로 간단한 얘기입니다. 그림자, 즉 법의 제재와 단속을 받지 않는 암거래 금융입니다. 한마디로 몰래 돈을 주고받는 거죠. 제가 이미 10년 전에 책을 쓸 때도 중국 경제는 부동산 문제로 사달이 나고 부동산 문제는 ‘그림자 금융’ 때문에 폭발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그림자 금융’은 다른 나라도 있는 건데요. 왜 중국이 특히 문제인 겁니까.
 
  “모든 개발도상국, 후진국 등은 금융 체계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금융 체계는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같이 발달하고 다시 자본주의를 더욱 성숙시킵니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은 금융 체계라고는 오로지 은행뿐입니다. 우리도 1980년대를 생각해보세요. 월급 받아 주식, 채권 했습니까? 전부 은행에 갖다 넣었죠.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중국의 저축률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인데요, 인민들이 월급 받아 굴릴 곳이 없으니 적은 이자에도 그냥 은행에 갖다 넣는 겁니다. 그러면 은행은 저리(低利)의 예금 이자를 주고 기업에 대출을 해줍니다.
 
  그런데 중국의 은행은 대부분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기업이에요. 일반 사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은행 대출을 거의 못 받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돈이 필요하거든요. 이 점을 노려 대형 공기업들이나 은행이 자영업자나 사기업들에 고리의 이자를 받고 대출을 해주는 겁니다.”
 
  ― 주요 공기업과 은행들은 중국공산당이 주인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즉 공산당이 폐쇄적인 경제, 금융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인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쥐꼬리만 한 이자만 주고 은행에 넣게 한 다음, 공산당 소유인 공기업과 은행들이 다시 일반 서민과 사기업을 상대로 고리대금 장사를 한 거죠. 2013년부터 그림자 금융의 규모가 우리 돈으로 3000조원에서 500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그 돈 가운데 얼마가 리베이트로 흘러갔는지, 어느 정도 부실이 있는지는 현재 측정이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억압적인 정치체제는 이렇게 약탈적인 경제체제를 만들어 부정부패로 인한 비효율과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걸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중국 중앙정부의 딜레마 ‘分稅制’
 
  ― ‘그림자 금융’으로 투자받은 돈이 많아서 중국 부동산 개발 회사들의 투자 규모가 큰 겁니까. 중국의 땅 넓이나 전체 GDP가 크다고 해도 부동산 회사들의 개발 규모가 너무 큽니다.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최대일 때는 약 56%, 현재는 40% 정도인데요, 제가 부동산에서 중국 경제 문제가 터질 거라고 했던 이유 중 하나죠. 중국의 부동산 규모가 큰 건 그림자 금융에서 조달되는 풍부한 자금도 한몫하지만, 중국 정부의 묵인 아래 지방정부가 앞장서 부추긴 게 주요한 이유입니다.”
 
  ―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높이려고 일부러 부동산 경기를 부양했다는 의미입니까.
 
  “앞서 말한 것처럼, 중국 부동산 문제의 핵심 두 가지 이유 가운데 두 번째가 1994년 실시된 ‘분세제(分稅制)’ 즉, 걷은 세금을 중앙과 지방정부로 나누는 겁니다. 1978년 개혁·개방 무렵 세금의 분포도가 중앙정부가 전체 세(稅)의 44%, 지방이 56%를 가져가는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개혁·개방을 하려니 돈이 필요한데 중앙정부가 돈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덩샤오핑이 세수(稅收)의 대부분을 지방에 몰아주며, 지방 경제 발전에 쓰라고 합니다. 이에 광둥성(廣東省), 푸젠성(福建省) 등이 경제 개발에 성공하면서 지방 경제가 활성화된 겁니다. 이 덕분에 1993년 기준으로 중앙정부가 23%, 지방정부가 세수의 77%를 가져가게 됐는데, 지방정부, 즉 성 단위로 발전은 됐지만, 거꾸로 중앙에는 돈이 없는 거예요.”
 
  ― 그래서 ‘분세제’를 통해 다시 중앙으로 세금을 몰아준 건가요?
 
  “그렇죠. 첫째, 지방이 너무 커지고 중앙에 돈이 없으니 국가 단위로 써야 할 복지나 인프라 문제 등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했습니다. 두 번째는 성 단위로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이 너무 커졌어요. 연안(沿岸) 지역에 있는 일부 성들은 엄청나게 부를 쌓았지만, 서부 내륙, 동북3성 같은 지역은 낙후된 거죠. 중앙이 돈이 있으면 균형을 맞출 텐데 쓸 돈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주룽지(朱鎔基) 총리 때 ‘이 상태로는 정부가 운영이 안 된다. 바꾸자’ 해서 분세제를 도입한 겁니다. 분세제 도입 후 77%에 이르던 지방정부 세수가 평균 50% 내외로 떨어졌어요.”
 
 
  중국을 ‘종이호랑이’로 만든 ‘부동산 경제’
 
최근 금융위기를 촉발한 중국 부동산 개발 회사 비구이위안의 베이징 외곽 건설 현장. ‘비구이위안 주택 소유자 권리 보호 97일’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는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사진=AP/뉴시스
  ― 이번에는 다시 지방정부 세수가 부족해졌겠네요.
 
  “그렇죠. 돈이 부족한 지방정부가 ‘우린 뭘 가지고 발전하고 경제 성장시키냐?’고 불만이 높아지니까, 중앙정부가 꺼낸 카드가 바로 ‘부동산 개발’이었어요. 남는 땅 어마어마하고 투자할 사람들이 국내외에 널렸으니, 한마디로 ‘땅 팔아 세금 걷어’ 이렇게 된 거예요.”
 
  ―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땅을 팔 수가 없는데요, 땅에 대한 재산세를 어떻게 걷습니까.
 
  “네, 맞아요. 거기에서 중국 부동산이 중국 경제의 ‘돈 먹는 하마’ ‘블랙홀’이 된 겁니다. 중국은 토지 사유화(私有化)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토지사용권(물권·物權)을 개인이 소유하고 매매할 수 있을 뿐이죠. 주거용은 최대 70년(상업용 50년) 동안 소유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비용을 정부에 납부합니다. 그걸로는 도저히 세수 확보가 안 되니 1998년 주택매매 허용과 함께 지방정부의 국유(國有)토지 사용권 판매를 허용했습니다. 그때부터 중국의 부동산 개발 광풍이 시작된 겁니다.”
 

  ― 다른 나라들도 토지 매매를 허용하지만 중국처럼 전체 GDP의 40~50%를 차지할 정도로 개발을 하지는 않습니다.
 
  “중국은 토지 매매가 아니라 토지 사용 허가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1억원짜리 토지를 샀다면, 국가에 1억원에 상응하는 소정의 세금을 냅니다. 그런데 중국은 토지 사용권 매매라서 1억원짜리 토지지만 사용권은 실제 매매가보다 10분의 1, 20분의 1입니다. 같은 땅을 팔고도 세금은 적게 걷게 되겠죠? 따라서 다른 나라보다 허가를 10배, 20배 더 많이 해줬습니다. 더 많은 세수를 거두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 ‘그림자 금융’이 자금줄이 됐겠네요.
 
  “작은 부동산 개발 회사는 더 높은 이자를 주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을 빌리고, 헝다나 비구이위안처럼 대형 회사들은 더 양질의 ‘그림자 금융’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빌려서 엄청난 규모로 개발하게 된 겁니다. 인민들이 맡긴 엄청난 예금을 중국공산당이 장악한 대형 공기업과 국유은행들이 뒤에서 ‘그림자 금융’을 조성해 엄청난 리베이트를 챙기는 등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그 돈으로 부동산 개발 회사들은 지방정부와 합작해 몇억 채의 집을 건축해 돈을 남긴 겁니다. 지방정부는 자기들 세수와 외형상 경제성장률을 맞추기 위해 실제 수요보다 수십 배 넘치는 토지 이용권을 팔아서 그 돈으로 쓸데없는 도로, 항만, 도시, 공항을 지어 부채(負債)만 키운 거죠. 비효율적이지만, 인프라에 대한 정부 투자는 전부 경제성장률에 ‘플러스’가 됩니다. 덩치는 커진 호랑이인데, 가까이 가면 팔랑거리는 호랑이, ‘종이호랑이’로 성장한 게 중국 경제입니다.”
 
 
  “누가 종이호랑이를 무서워하나?”
 
  ― 중국이 내수(內需) 확대, 체질 개선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다시 높이겠다는 계획인데요, 현재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이나 엄청난 내수시장을 생각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중국이 달에 위성도 보내고 핵무기도 만들 수 있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쏴댑니다. 그런데 반도체 D램 하나 제대로 못 만들어 쩔쩔매죠. 지금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소재, 각종 기술 제공을 거부하는 법을 만들어 중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국 첨단 무기, 과학 장비들의 핵심 부품, 반도체 등은 대부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수입한 거예요.
 
  내수시장 규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중국 인민들은 돈을 벌어도 굴릴 곳이 없어 전부 은행에 넣어둡니다. 중국의 저축률이 2022년 1분기 45.4%를 기록했습니다. 대다수 경제학자는 중국이 저축 증가액을 소비로 전환하지 못하는 한 내수 진작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올해 2월 27일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중국인의 가처분(可處分)소득 비중은 43%였다. 미국은 80% 이상이고, 인도·베트남 등 개발도상국들도 70%를 넘으며 유럽의 많은 복지국가도 65% 안팎이다. 김기수 박사의 분석처럼, 돈을 벌어도 은행에 쌓아두니 쓸 돈이 없는 것이다.
 
  ― 한국의 좌파 단체, 야당, 좌파 언론들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가 균형을 맞출 이유도 없습니다. 중국 경제가 추락하면 수출 다변화(多邊化)를 하면 됩니다. 안보는 한미동맹으로 이어가면 큰 문제 없습니다. 호랑이를 만나도 정신을 차리면 살 수 있는데 ‘종이호랑이’를 보고 왜 무서워합니까? 우리나라 대다수 학자, 언론, 정치인, 기업인들은 이 종이호랑이를 호랑이라고 무서워도 하고 이젠 숭배까지 하는 모양이더군요. 기가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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