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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저출산 고령화: 58년 개띠, 노인이 되다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育兒의 일차적 책임은 부모… 저출산 시대에는 국가의 책임 더 강조돼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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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여성들, “정부야, 아무리 나대 봐라. 우리가 애를 낳나, 고양이를 키우지”
⊙ “아동에 대한 지원, ‘저출산이니까 더 준다는 것’이 아니라 성장 발달에 문제가 없도록 지원하는 권리”
⊙ “젊은 세대, 우리 부모만큼 자식 키울 수 없다는 불안감 존재”
⊙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지원”

朴相姬
1964년생. 고려대 교육학과, 중앙대 유아교육학과 석·박사 / 광주시 여성발전위원회 위원, 광신대학교 보육교사교육원 원장, 광신대 유아교육과 교수. 現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유네스코 ESD 한국위원회 위원, 서울시 보육 특별자문단 위원, 보건복지부 중앙보육정책위원회 위원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다들 긴 한숨을 내쉽니다. 이제 출산 통계를 보는 것이 두려울 지경입니다. 정부가 내놓는 여러 정책에도 계속 떨어지기만 하니 육아 부문에 대한 정책연구기관 입장에서는 더욱 무거운 마음이 듭니다. 연일 언론에서 ‘육아 부문에 천문학적 돈을 쓴다는데 어린이집은 왜 부족하냐’는 말을 하는데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박상희(朴相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005년 설립된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국책연구소다. 국가 인적자원 육성을 위한 육아 정책 연구를 수행해 우리나라가 육아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설립 17년을 맞은 연구소는 그동안 유아 교육과 보육의 발전을 위해 관련 정책 연구를 지속해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 과정을 개발하는 등 중장기 교육·보육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박사급 연구원 29명이 매년 70여 개의 크고 작은 과제를 수행 중이다. 광신대 유아교육과 교수를 지낸 박상희 소장이 2021년에 6대 연구소장으로 부임해 태내(胎內)기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해 아동권리 증진을 위한 정책 연구를 수행 중이다.
 
 
  ‘우리가 애를 낳나 봐라, 고양이를 키우지’
 
  ― 저출산, 무엇이 문제입니까.
 
  “인구 문제에 대해서는 인구학자, 사회학자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많은 진단이 나옵니다. 저는 인간발달과 교육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젊은 세대들의 출산 기피, 결혼 기피 현상의 아래에 있는 그들의 마음에 대해 들여다봤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초에 어느 일간지 기사 위에 놓인 사진을 봤습니다. 젊은 여성들이 관공서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는데 ‘정부야, 아무리 나대 봐라. 우리가 애를 낳나, 고양이를 키우지’라고 하더군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사실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일이라 젊은이들이 나 혼자 편하자는 이유에서만 출산, 결혼을 포기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고양이를 키우는 것과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내 아이를 낳아 키우고 학교에 보내고 결혼을 시켜서 독립하는 과정까지 내가 우리 부모 세대들이 한 만큼 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자신이 없어 보입니다. 우선 아이를 낳고 키울 집도 마련해야 할 것이고, 우리나라처럼 자식 교육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는 사회에서는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사교육비가 상당히 들어갑니다. 사교육비의 수준은 각 가정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겠지요. 지금 젊은 세대들의 부모들인 우리 세대는 고속성장을 해오면서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희생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전후(戰後) 세대인 부모들의 희생 위에서 경쟁하며 가정과 국가를 일으켜왔고 자식들에게도 교육을 통해 그것을 물려줬습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지나친 ‘피로사회’를 이끌어온 부모 세대의 삶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싶어 합니다. 자식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인 듯 부모 세대의 성공에 대한 욕망을 투사하는 부모 세대들에게 ‘꼰대’라고 말합니다. 부모 세대는 ‘라테는 말이야’라 말 합니다. 지금 세대는 가난하지 않습니다. 국가는 전후 상처를 최단시간에 극복하고 이제 선진국입니다. 그런데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측면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부동산 값이 가장 높은 곳은 학원 앞”
 
  ― 과거와 지금의 육아는 분명히 다르지요.
 
  “생애 초기에 아이를 맡기는 것뿐 아니라 대학 전후(前後), 또 분가(分家)에 이르기까지의 생애 전체에서 부모 개인이 내 아이를 최고로 기를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교육의 관점에서 보자면 사교육비 말씀을 다시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 입학 하나로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대입을 위한 무한경쟁을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한국인들의 최고 자산인 부동산 가격이 높은 곳은 서울대 앞이 아니고 학원이 잘 갖춰진 곳이잖습니까. 생애주기 동안 다양한 진로와 설계를 할 수 있고 중간중간 다변한 사회에 맞춰 나이가 들어도 적절한 교육을 받고 입직(入職)이 가능한 사회, 평생교육이 잘 이루어지는 교육구조, 지역과 상관없이 일하고 교육받는 것이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이 낳고 결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겁니다.”
 
  ― MZ 세대 중 상당수는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런 MZ 세대들에게 육아의 즐거움을 얘기할 수 있을까요.
 
  “부모가 자신들을 키우는 것을 본 젊은 세대들은 그것이 고되게 느껴져 ‘난 나 자신으로서 살아가고 싶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세대들에게 ‘육아가 즐겁다’고 말해봤자 통할까요. 결혼과 육아는 우리 부모 세대에겐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결혼한 여자’여야 했고 비혼(非婚) 여자에겐 편견이 많았습니다. 육아의 행복을 말하려 하니 참 어렵네요. 여성 연구자로서 ‘내가 결혼과 출산을 안 했다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내가 열심히 살고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은 이유에 자식들이 큰 동력이 됩니다. 자식은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근원이자 동시에 나 자신이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게 하는 존재입니다.”
 
 
  “아동에 대한 지원은 권리”
 
육아정책연구소는 2022년 10월 4일, 레고한국지사, 레고재단과 ‘놀이를 통한 학습’ 업무 협약을 맺었다.
  ―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어린 아동을 둔 가정에서는 유달리 육아의 고충이 컸습니다.
 
  “당연시되던 우리의 일상생활과 교육·돌봄이 작동하지 못하는 지점을 경험했습니다. 정부는 팬데믹 대응 초기 감염 위험에 대한 대응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교의 교육·돌봄 시설에 휴원 조치를 내렸습니다. 한편으로 ‘긴급 돌봄 체계’를 적극적으로 운영해 사실상 기관의 돌봄 서비스를 요구하는 필수 노동자와 맞벌이 가구, 취약계층의 돌봄 수요에 대응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디지털 활동의 실시간 운영과 상호작용의 어려움, 관련 시설 설비의 미비, 교육과 돌봄 서비스 질(質) 문제에 처했습니다. 생애 초기 성장 발달의 민감기이자 결정적 시기를 보내는 어린 아동이 약 2년의 기간을 비대면과 휴원·휴업 상태의 경험을 지속하는 것은, 생애 초기 불평등과 사회적 격차를 공고히 하는 부정적 기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연구소는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한·중·일 국제비교 연구를 수행했는데 어느 국가나 힘든 시간인 건 분명했습니다.”
 
  ― 근본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육아는 개인의 몫입니까, 국가의 몫입니까.
 
  “국가는 태어난 아동이 성장하고 발달하도록 생애 초기부터 평등한 출발을 보장해야 합니다. 현재 무형, 유형으로 주어지는 아동에 대한 지원은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생애주기별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저출산이니까 더 준다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건강한 성장 발달에 문제가 없도록 지원하는 권리 측면입니다. 자녀를 일차적으로 낳고 키우는 것은 부모입니다. 국가는 부모가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비용과 시간, 각종 서비스를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저출산 시대일수록 국가의 책임이 더 강조됩니다.”
 
 
  “공동체와 같은 육아 지원 체제 갖춰야”
 
  ― 개인의 입장에서도 자기 자식을 올바르게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도 미래의 자산인 어린이를 올바르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아동 개인의 관점에서 볼 때 발달의 가장 기초기인 영유아 시기에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습니다. 태어난 모든 아이에게 평등한 출발을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죠. 우리 정부는 오랫동안 자녀 출산과 돌봄에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는 공교육, 공보육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오고 있습니다. 취학 전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있고 교육·보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오는 것도 국가에서 영유아기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 육아하는 부모들의 정신건강, 또 최근 육아를 담당하는 조부모의 신체적·정신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우울한 것은 아마 두려움으로부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작고 여린 존재를 내가 잘 키워야 하는데 나는 아직 잘 모르는 것이 많은 것입니다. 옛날엔 한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문화였지요. 공동체가 약화하면 육아는 독박이 됩니다. 엄마가 출산하면 호르몬 변화로 우울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게 지속하면 그 이후까지도 이어집니다. 임신·출산에 따른 우울증에는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도움 됩니다. 나 혼자 고립돼서 누군가의 엄마로만 소진되지 않도록 공동체와 같은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우리 연구소에서도 산후조리원 관련 연구 등을 통해 출산 전후 부모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연구들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 육아에 대한 동서양의 기준이 많이 달라 보입니다. 동양은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며 과도한 애정, 교육 등을 염두에 둔 탓에 육아를 더욱 어렵게 생각하지 않나 싶습니다.
 
  “동서양 육아의 기준이 다른 것은 각자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간상이 다른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옛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이 차이들이 보이는데요, 서양 특히 유럽의 옛이야기의 주인공은 대개 아이들입니다. 그들은 어딘가로 부모를 떠나 새로운 세상을 정복하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귀환한 세상의 영웅이 됩니다. 독립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서양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개별적인 존재로 잘 성장해 독립하는 것에 ‘부모 됨’의 가치를 두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우리 옛이야기 속에서 아이는 대개 부모나 공동체가 처한 고난을 꾀를 써서, 즉 지식인 지혜를 동원해 해결하는 존재로 나옵니다. ‘잘 배운 존재’가 중요한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부모란 한석봉 어머니처럼 자식의 나태함을 꾸짖고 몸소 잘 살아내는 모습으로 귀감이 되는 존재이며, 맹모삼천지교의 맹모(孟母)처럼 자식을 위해 좋은 환경으로 이사하는 엄마 아니겠습니까. ‘자식은 엄마 하기 나름’이라는 문화가 우리 DNA에 있습니다. 부작용도 있지만, 우리 사회를 성장하도록 하는 동력이었음도 부인할 수는 없어요. 정답은 없습니다.”
 
  ― 육아 고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젊은 엄마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을까요.
 
  “서점 매대에 보면 온통 공감과 위로가 넘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은 정신과 의사로 보입니다. 사회에서 가장 힘든 사람을 취약계층이라고 하는데 고립돼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우울감이 자신을 파괴하지 않도록 촘촘한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우리 연구소에서도 아동발달지원과 상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있고 공공적(公共的) 전달 체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논의해야 할 시점”
 
  유아교육이 전공인 박상희 소장은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외에 유네스코 지속가능 발전 교육 한국위원회 위원으로 다른 국가들의 선진 육아 정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 일부 해외 매체에서 한부모 가정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출산율을 높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저출산 문제를 말할 때 대안으로 나오는 얘기죠. 주로 유럽 지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응을 말할 때 제시되곤 합니다. 나라마다 상황이 달라서 단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저는 저출산 문제가 아니라도 싱글대디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지원 논의를 우리 사회가 시작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일부에서는 장애 및 취약 계층의 영유아를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장애 영유아에 대한 국가책임교육과 보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영유아의 지원 체계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생애 초기의 진단과 중재가 좀 더 일찍 이루어져서 발달 문제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상희 소장이 말한 바로는 연구소는 2022년에 4개년 연구로 계획된 ‘어린이집과 유치원 장애위험 영유아 조기발견 및 발달지원 종합대책 방안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영유아 보육·교육 기관 교사의 장애위험 영유아 조기발견 및 지원 종합대책’을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현장에서 아동의 성장 발달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했고, 2023년에는 가정에서 부모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동 발달에 대한 지원이 현금, 시간 지원에 국한되지 않고, 생애주기별로 체계적인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제도 설계 면에서는 선진국 수준”
 
2021년 11월, 우즈베키스탄 유아교육부와 장학연수 로드맵 서명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육아정책연구소
  ― 호주는 2026년까지 6개월 유급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키로 했고, 영국 아동위원회는 ‘보육을 위한 비전’ 보고서를 내는 등 각국이 육아 정책 지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 보육에 대해 관심을 쏟는 수준은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서비스와 현금 지원, 시간 지원의 정책 등 제도 설계 자체로 보면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예산 비중 면에서 육아 지원과 가족 정책, 사회서비스 부문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고, 특히 마련된 사업과 서비스의 이용과 수혜, 즉 형평성의 측면에서 사각지대와 소외되는 대상·지역·계층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 선진 육아란 무엇입니까. 우리가 본받을 만한 다른 국가를 꼽자면요.
 
  “제가 2022년 11월에 ‘세계 유아교육 보육대회’ 참가차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왔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유아교육부가 독립된 부처로 존재합니다. 장관은 고려인 후손으로 독일에서 교육학을 공부하신 분인데, 당연히 독일식 유치원 교육에 관심을 둘 것 같은데 그분은 우리나라 누리 과정에 관심이 컸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문화가 독일보다 한국과 비슷하다’면서요. 저는 한 나라의 육아문화는 그 민족에게 더 적합한 방식으로 형성돼왔다고 봅니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고, 육아를 불안해하지 않고 태어난 아이가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사회가 돼야겠지요.”
 
 
  ‘아동의 놀 권리’ 취약
 
  ― ‘일가족 동반자살’에 대한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요즘은 영유아에 대한 ‘타살’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저는 동반자살이라는 말이 나오면 거부감이 듭니다. 동반이라면 동의의 뜻이 있는데 아이가 같이 죽자는 부모에게 동의했을까요? 이는 아이가 개별적이고 권리를 가진 주체라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없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아동은 이처럼 법률상에도 누군가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하는 존재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일가족 동반자살 사건처럼 우리나라는 유교적 문화에 따른 영향인지, 예부터 자녀를 자신에게 종속된 존재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보호’라는 핑계로 본인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로 보는 것이죠. ‘내가 죽으면 이 아이 역시 살 수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녀와 본인을 동일시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박상희 소장이 얘기한 바로는 ‘2021년 아동권리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약 20%가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응답했는데 그 이유로 절반 이상의 아동이 학업부담(33.9%)과 진로불안(27.5%)을 꼽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아동 권리 중 취약한 부문으로 꼽히는 것이 ‘아동의 놀 권리’인데, 아동이 놀 권리를 보장받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인에 대해 아동은 ‘어른의 간섭(47%)’을 1순위로 선택했고, ‘놀 시간의 부족(27.4%)’을 다음으로 꼽았다. 박상희 소장은 “아동학대 문제뿐 아니라 사교육 문제와 같은 학업 스트레스 문제도 아직 우리 어른들이 아동을 미성숙한 존재로만 보기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최근 정부에서 아동의 권리 주체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아동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아동을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 만 3세까지 몸으로 놀아야”
 
  ― 국립 어린이집에 입소시키기 위해서는 출산 전부터 대기 순번을 뽑아야 한다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부모들이 보내고 싶어 하는 양질의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한 것 아닙니까.
 
  “신규 설치와 전환을 통해 국공립기관 이용률의 제고는 꾸준히 지표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출산 기조와 함께 어린이집의 폐원 또한 가파르게 가시화되고 있어, 이러한 인프라 소멸을 최소화하면서 내가 자녀를 키우는 곳에서 가까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접근성 제고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어린이집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서는 교직원에 대한 교육훈련과 자격, 처우 개선의 노력, 교사 대(對) 아동 비율의 개선 등 주요 과제의 개선이 지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 영유아들이 어린 시절부터 휴대폰, TV 등에 많이 노출돼 있습니다. 교육학자로서 이 부분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영유아기의 발달은 그 중요성이 다른 인생의 생애주기와는 다릅니다. 만 3세 전후까지의 인간 발달의 중요성은 20세기 이후 모든 학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인간은 우리 몸의 감각기관을 통해 전달된 정보를 뇌에 보내 사고를 발달시켜온 존재입니다. 다른 동물들보다 신체적으로 약한 존재가 만물의 영장이며 문명사회를 이루어온 핵심은 바로 감각기관의 발달입니다. 영유아기는 특히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을 총동원해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시기입니다. 몸 움직임이 중요하고 신체활동이 많아야 합니다. 앉아서 시각과 청각만을 과도하게 쓰는 것은 영유아 시기의 감각발달, 즉 균형 잡힌 뇌 발달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영상 정보보다 아날로그적인 정보가 더 유익한 것은 보고 사고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영유아 시기에는 디지털기기보다 자연 속에서 다양한 감각 경험을 하고 놀이 속에서 자기 주도권을 갖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들 먼저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을 많이 가지십시오.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에게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십시오.”
 
 
  탈북자 육아에는 ‘두터운 맞춤형 지원’ 필요
 
  ―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영유아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지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통일을 염두에 둘 때, 남북한 어린이의 보육 및 교육 격차는 분명히 존재할 텐데요.
 
  “연구소는 2009년부터 관련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왔습니다. 탈북자 가정은 한부모 가정, 수급 가구가 적지 않을뿐더러 신체적·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 양육자가 홀로 처한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두터운 맞춤형 지원이 필요합니다. 2021년 연구소의 연구(사회적 격차 해소를 위한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영유아 지원방안 연구)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한부모, 수급 가구는 일반 가정의 한부모, 수급 가구보다 양육환경, 특히 물질적 양육환경이 훨씬 더 열악합니다. ‘육아 부담’(남북하나재단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이 이들 가정의 취업장애요인 1순위입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취업을 제대로 못 한다는 소리죠. 앞으로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은 정착을 위한 정책에서 이미 정착한 탈북민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정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겁니다.”
 
  ― 국책연구소로서 해외 육아 정책 기관과는 어떤 교류를 합니까.
 
  “현재 9개 해외 기관과 MOU를 체결해 활발히 교류하고 있고 국제저널 공동 발간, 국제연구 공동 수행, 국제 세미나 공동 개최 등 다양한 국제 교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국제사회와 선진국의 육아 정책을 파악해 함의(含意)를 찾는 일에 집중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의제 발굴, 개발도상국까지 국제 교류의 대상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직접 방문은 격조하지만, 화상회의로 교류하고 있고요, 사회가 가장 어려워하는 육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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