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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과의 차 한 잔 ④ 밀리언셀러 작가 이재운

이지함 묘에 인사하고 왔더니 하루 3만 부씩 팔려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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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역사소설 붐이 일 때 《소설 토정비결》 펴내, 350만 부 판매
⊙ 3개월 공부 후 3개월 만에 초고 완성… 문장 ‘피처링’은 후배에게 맡겨
⊙ 소설 성공 이후 바이오코드 연구에 몰두… 두뇌 속 ‘생체시계’ 연구로 인간의 성격 분석
⊙ 최근 개정판 《하늘북》 통해 ‘人개벽 시작되었다 人尊 시대 온다’… 실존 인물 강증산이 주인공

李載雲
1958년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同 대학원 졸업 / 신문연재 소설로 《스포츠서울》에 〈민속기행〉, 《조선일보》에 〈청사홍사〉, 《경향신문》에 〈당취〉, 《경기신문》에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 《스포츠서울》에 〈상왕의 여불위〉 등이 있다 / 장편소설로 《소설 토정비결》 《왕의 눈물》 《소설 금강경》 《소설 사상의학》 《천년영웅 칭기즈 칸》 《구암 허준》 《장영실》 《하늘북》
소설가 이재운.
  1990년대는 아무래도 역사소설의 시대로 기억한다. 창작과비평사에서 1990년 《소설 동의보감》(전 3권)이 출간되자 담박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에 대한 독후감 대회가 열렸고 나라에서는 1991년을 ‘허준(許浚·1546~1615)의 해’로 선포했다.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1517~ 1578)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토정비결》이 1992년 1월 3권 완간하자 350만 부가 팔려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자료가 빈약한 인물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여기다 비서(秘書)에 대한 해박한 지식,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한 긴장과 재미가 책의 성공요인이었다.
 
  당시 중앙대 문예창작과 출신 이재운(李載雲·62)은 정식 등단을 거치지 않은 문단 초년병이었다.
 

  이후 그는 역사소설을 줄곧 써왔다. 《천년영웅 칭기즈 칸》(전 8권), 《당취》(전 5권), 《징비록》 《정도전》 《사도세자》 《김정호 대동여지도》 《장영실》 《왕의 눈물》 등을 출간했다. 지난해에는 증산교 창시자인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1871~1909)의 일대기를 그린 《하늘북》(전 2권)을 펴냈다.
 
  최근 기자는 《하늘북》을 읽어보았다. 소설에는 강증산이 ‘신인(神人) 천제석’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소설 후기에 이런 문장이 시선을 끌었다.
 
  〈천지개벽이 일어났구나. 다만 인개벽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 우리가 새로 열어야 할 시대는 왕권(王權)이 판을 치던 봉건시대도, 금권이 판을 치는 자본주의 시대도 아니고 생명이 존중받는 새로운 인존(人尊)의 시대이다.〉(404쪽)
 
  2022년 대선이 연상돼 ‘인개벽’ ‘인존’ 같은 단어가 솔깃하게 들렸다. 지난 5월 27일 서울 인사동에서 작가 이재운을 만났다.
 
 
  《정역(正易)》→《하늘북소리》→《하늘북》
 
이재운 소설가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장편 역사소설을 주로 집필해왔다.
  ― 《하늘북》에서 말하고자 한 키워드가 뭔가요.
 
  “아무리 해도 세상 변화를 막을 수 없어요. 저쪽에서 파도가 치는데 어쩌겠어요. 75억 인류가 움직이는 세상 속에 존재하기에, 나는 그저 ‘부초(浮草)’란 말이에요.
 
  우리나라 사람, 우리나라가 중요한 자리입니다. 세계 중심에 있어요. 그러나 지금은 극단이 공존하는 나라죠. 남북이 극단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남남도 극단적이죠. 마치 ‘문빠’들과 ‘태극기부대’처럼요.
 
  강증산은 진짜 기록으로 남아 있는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해요. 유일하게 증명된 예언가랄까. 제가 쓰는 소설 역시 지금의 독자만 보고 쓰는 게 아니라 10년 뒤, 100년 뒤의 독자를 위해 씁니다. 기록을 위해 써요. 빈센트 반 고흐도 결국엔 세상에 알려졌잖아요.”
 
  소설 《하늘북》은 1999년 펴낸 소설 《정역(正易)》을 고쳐 써 2006년 《하늘북소리》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이번에 세 번째 개정판을 낸 셈이다. 작가의 애착이 큰 소설임이 틀림없다.
 
  “21세기는 새 하늘이 열리는 상생의 시대입니다. 미래 비밀이 이 책에 담겨 있어요. 사람들이 두드리는 하늘북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때 이 소설이 완성됩니다.”
 
  알 듯 말 듯한 말이었다. 소설 말미에 나오는 주인공 천제석의 ‘예언’이 흥미로웠다.
 
  〈후천 상극 세상에서 갈래갈래 찢어지고 나뉜 것이 장차 하나로 돌아가는 대통일(大統一)의 시대가 올 것이다.〉(385쪽)
 
  그런 대통일의 시대가 오기는 올까? 이야기가 추상적인 곳으로 빠져들었다. 급히 다른 화제를 찾았다.
 
  ― 《소설 토정비결》(1992년 1월 완간)이 히트 칠 줄 그땐 아셨나요.
 
  “당연히 모르죠.”
 
  이재운은 350만 부까지는 카운트했으나 이후 그만두었다고 한다. 또 300쇄를 넘긴 뒤로는 헤아리지 않았다. 현재는 1부와 2부 전 4권으로 출간 중이다.
 
  ― 소설을 낼 무렵 어떤 일을 하고 있었나요.
 
  “책을 두 권 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아 좌절하던 시절이었어요.”
 
  대학 3학년 때 장편소설 《아드반: 사막을 건너는 사람은 별을 사랑해야 한다》, 4학년 때 《목불을 태워 사리나 얻어볼까》를 펴냈다. 그래도 1만5000권이나 팔렸다고 한다.
 
  “그럭저럭 팔렸지만, 그 인세로는 어림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물어봐요. 다들 자기 책은 거뜬히 100만 부 팔린다고 말하죠.”
 
 
  남의 일생을 더듬다, 필력이 늘다
 
이재운의 소설들. 맨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소설 토정비결》 《당취》 《하늘북》 《소설 장영실》
  ― 꿈을 이루셨네요. 350만 부가 넘었으니.
 
  “제대 후 돌아와 너무 막막했어요. 편집대행 회사에 취업해 남의 글을 썼어요. 한진그룹 조중훈(趙重勳) 창업자에 대한 일대기를 아들 조양호(趙亮鎬) 회장의 구술을 통해 정리했어요. 아무래도 직접 듣지 못했으니 한계를 느꼈지만 충분한 글쓰기 공부가 되더라고요. 그 무렵 몇몇 기업의 사사(社史) 편찬 작업에 참여했는데 그렇게 3년을 보내니 필력이 늘었어요.
 
  돌이켜보면 문창과 시절은 그저 ‘나슬나슬한’ 글쓰기에 불과했어요. 그 수준으론 단편소설 한 편 쓰면 딱 맞아. 장편은 못 써. 그러나 누군가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사사를 편찬하면서 일필휘지(一筆揮之)랄까, 글이 막 달려나가는 겁니다.
 
  《소설 토정비결》은 석 달 만에 (초고를) 완성했어요. 하루에 200자 원고 50~100매씩, 이것저것 고려 안 하고 쓰니까 쫙 나가요. 지금요? 지금은 그렇게 안 되지요.”
 
  이 대목에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갔다.
 
  “나이가 드니 고려할 상황이 너무 많아. 글이 안 나가요. 주인공 남녀의 따끈따끈한 설정도 거리낌 없이 나가야 하는데 요즘엔 딸이 볼까 무섭고, 마누라 볼까 무섭고 그래요.
 
  걸리는 게 너무 많아. 아, 이게 보수라는 것이구나. 나이 먹은 사람들이 변하지 못하는 게 이것이구나. 자꾸 나를 옭아매. 그물에 걸려요. 글을 써도 너무 궤변(詭辯)으로 흐르기 쉽고.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져요.”
 
  ― 《소설 토정비결》은 왜 쓴 건가요.
 
  “처음엔 ‘토정비결’에 관심이 없었어요. 쓰고 싶어 쓴 게 아닙니다. 나이는 어렸지만 한문을 잘 알아요. 원전을 읽을 줄 알았으니까…. 바로 그 점이 소설과 만난 운명이 된 겁니다.
 
  아 참!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1915~2000) 선생과의 일화를 이야기 안 했구나. 문창과 대학원 시절, 미당 선생을 조교로 3년을 모셨어요. 늘 둘이서 밥 먹고 차 마시고 그랬어요. 수많은 가르침을 주셨지만 가장 큰 가르침은…, 그때 선생님은 저를 ‘이 조교!’라고 부르셨어요. ‘글을 잘 쓰려면 말이야, 다른 것 다 필요 없어. 한문 공부 열심히 해! 한문 모르면 좋은 글 쓸 수 없어’ 하시더라고요.”
 
  ― 고전을 읽으라는 의미인가요.
 
  “한문으로 된 고전을 읽으라는 얘기지. 그래서 당신 시(詩)가 깊어졌다는 거예요. 그때부터 한문을 열심히 공부했어요. 사고전서(四庫全書)까지 봤으니까.”
 
 
  “문장을 맛나게 감미료를 넣어주는 거야”
 
1995년 봄부터 1년간 《조선일보》에 연재한 〈청사홍사〉를 도서출판 해냄에서 묶어낼 당시의 이재운. 사진=조선DB
  다시 《소설 토정비결》 쓸 때로 돌아가자. 1990년대 초 이은성(李恩成·1937~1988) 작가의 《소설 동의보감》이 100만 부 이상 나가자 역사소설 붐이 일었다. 사람들의 역사소설에 대한 갈증이 마구 솟구치자 출판사마다 후속작을 고민했다고 한다. 수소문하고 여론조사도 하니 ‘토정비결’이 대체재로 나왔다.
 
  “그런데 ‘토정비결’을 기획하려니 우선 자료가 미비하고 쓸 사람도 마땅치 않았대요. 이문구(李文求·1941~2003) 같은 중견작가를 찾아가 청탁했지만 한결같이 거절했다는 겁니다. 여차저차해서 한문을 잘 안다는 이유로 절 찾아오게 됐어요. 당시 월급을 30만~50만원 받을 때인데 계약금으로 300만원을 쥐게 됐어요.”
 
  이재운은 이전까지 《토정비결》을 읽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쓰고 싶은 열망이 강한 30대 초반이었다. 자료조사를 하고 관련 서적 100권을 읽었다. 그렇게 3개월간 공부하니 감이 와서 플롯을 잡을 수 있었다.
 
  “문창과 출신이니 (플롯을) 오죽 잘 잡겠어요? 하하하. 문창과 안 나온 작가는 소설 얼개 짜는 게 약해. 하지만 우리는 다르잖아요. 플롯만 튼튼하면 그 안에 무슨 말을 먼저 넣고, 나중 넣고를 결정하면 되니까 석 달 만에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지요.”
 
  그는 여기에 ‘감미료’를 보탰다고 고백했다.
 
  “초고를 쓰고 보완 작업, 그러니까 일종의 ‘피처링(featuring)’을 했어요. 문장을 예쁘고 아름답게 다듬을 줄 아는 후배에게 ‘피처링’을 맡겼죠. 후배가 도망 다닐 때였는데 용돈이 궁했지요.”
 
  ― 뭔 도망?
 
  “학생 시위로….(웃음) 후배 고향이 전라도여서 소설 속 전라도 사투리를 구성지게 집어넣었지요. 꽃, 바람, 강, 날씨 같은 정서적인 이야기, 혹은 ‘배시시 웃었다’는 등의 감성적인 표현을 손질해 덧붙였지요.
 
  피처링은 독자에 대한 서비스입니다. 문장을 맛나게 감미료를 넣어주는 거야. 책 읽는 독자를 ‘읽는’ 노동을 시켜선 안 돼요. 독자에게 서비스해야지.”
 

  ― 피처링에 법칙이 있나요.
 
  “소설 쓸 때 처음부터 피처링에 신경 쓰면 흐름이 끊겨버려요. 제품의 성능과 기능을 보여줘야 하는데 포장을 먼저 하면 안 돼요. 포장은 누가 해도 됩니다. 아무 상관이 없어요.”
 
  ― 완성은 언제 했나요.
 
  “겨울 책 시장이 12월부터 시작한대요. (1991년) 10월 말까지 원고를 넘기면 편집과 디자인 작업을 거쳐 연말쯤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정보가 어디서 셌는지 다른 출판사가 또 다른 《토정비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겁니다. 부랴부랴 11월에 앞당겨 출판하게 된 겁니다.
 
  초고를 완성했으니까 문제가 없었죠. 그래서 그해 11월 20일쯤 전 3권 중 1권이 먼저 나왔어요. 서점가에서 난리가 났지요. 나오자마자 500권이 팔리더래요.”
 
 
  바이오코드 연구를 시작하다
 
충남 보령에 있는 이지함의 묘.
  ― 하루 500권이요?
 
  “네, 그해 12월 2권, 이듬해 1월 초 3권을 냈지요. 2월 초에 출판사 사장과 이지함 선생 묘에 참배하러 갔어요. 그 덕분에 성공하게 되니 인사한 거죠. 이후 하루 5000부씩 책이 팔렸어요.
 
  출판사도 놀라고 저도 놀랐죠. 얼마 안 있어 하루 3만 부씩 나갔습니다. 인쇄를 세 군데 나눠 찍는데 이 인쇄소에서 100쇄를 찍으면 바통을 받아 저 인쇄소에서 101쇄, 곧바로 다른 인쇄소에서 102쇄, 이런 식으로 찍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요. 토정 이지함 선생이 우리 윗대 할아버지 집에 자주 오던 사이였대요. 심지어 우리 집터, 묏자리까지 잡아주었다고 합니다. 400~500년 전에 말이죠.”
 
  ― 놀라운 인연이네요.
 
  “보통 인연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따로 있어요. 내가 고교 때부터 《주역(周易)》에 관심이 많았어요.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는데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는 말에 ‘삼절’을 더할 정도로 많이 읽었어요. 그러니 (소설이) 그냥 나온 게 아니죠.
 
  그리고 ‘바이오코드’ 연구를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도 《소설 토정비결》에서 시작됐습니다.”
 
작가 이재운은 《소설 토정비결》 이후 바이오코드에 대한 연구에 빠져든다. 일종의 성격분석 프로그램이 바이오코드다.
  작가 이재운은 이후 바이오코드에 대한 연구에 빠져든다. 일종의 성격분석 프로그램이 바이오코드다. 관련 연구서로 《바이오코드 개론》 《바이오코드 응용》 《인연의 힘》 《브레인워킹》 등을 썼다고 한다. 보통의 소설가가 걷는 길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소설 토정비결》을 쓰기 전인 1990년 1월, 인도 여행 중에 옛 소련 의학자가 쓴 《The Grand Biological Clock》(1989)이란 책을 구했는데 두뇌 속 ‘생체시계’가 ‘마음’을 계산해낸다는 내용이 들어 있더군요.
 
  그때만 해도 아직 마음은 가슴이나 머리, 장(腸)에서 나오느니 의견이 분분할 때였습니다. 책을 읽고 감명받아 국내에 번역 소개하고(경기대 생명과학과 정병선 교수 역) 이후 관심을 갖고 이 분야를 계속 연구했습니다.”
 
  1996년 생체시계는 서방학계에서도 공식 인정해, SCN 즉 ‘Supra-Chiasmatic Nucleus’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SCN은 사람 몸의 체외·체내 정보를 토대로 생명체를 통제하는 생체시계를 가리킨다.
 
  생체시계로 말미암아 인간 개개인의 ‘마음’이 만들어지고 조정되며, 개개인의 바이오코드가 생성된다는 것이 작가 이재운의 주장이다.
 
 
  腦紋과 성격
 
바이오코드 심벌.
  ― 더 알 듯 말 듯한 말이네요. 생체시계라….
 
  “생체시계는 주변 환경을 해석하여 인체가 어떻게 반응해야 가장 효율적인지 계산하는데, 이때 ‘성격’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 성격이요?
 
  “네, 두뇌가 모든 상황과 조건에서 매번 처음부터 끝까지 계산하려면 계산량이 너무 많아져 부하가 걸립니다. 그래서 두뇌는 매우 간단하고 쉽게 계산하는 방식을 갖고 있는데, 바로 ‘성격’에 따라 버릴 것은 버리고, 중요한 것만 따로 떼내어 집중 계산하는 것입니다.”
 
  바이오코드, 즉 인간의 마음은 ‘성격’이라는 고유 특질을 갖기는 하나 고정불변한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하다.
 
  작가 이재운에 따르면,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종교재판을 받으면서 소신을 번복하지만, 같은 주장을 한 브루노 신부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 화형을 택한다. 임진왜란 당시 전투 명령을 받고도 이순신은 이를 거부하여 투옥되지만 원균은 나가 싸우다 죽는다.
 
  동일한 상황에서 이처럼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 때문이며, 이 마음은 외부 환경에 따라 생성되거나 변화되는 것이 바이오코드의 전제다. 즉 천문 및 기후 등에 적응하려는 신체 반응이 마음으로 나타나고 이에 따라 우리 마음이 어떤 유형으로 고정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생체시계, 마음, 성격, 신체반응….
 
  “성격은 환경에 따른 방어 기제(defense mechanism), 살아 남으려는 생존 본능, 종을 보전하려는 생식 욕망, 콤플렉스, 트라우마, 관습, 전통, 종교, 미신, 속담, 격언 등으로 각인된 편도체(amygdala)의 ‘계산하지 않는 즉각적인 반응’의 종합입니다.”
 
  사람의 성격과 성격에 따른 행동은, 뇌의 해마(hippocampus)가 주관하지만 편도체에 정밀 기록되어 한 번 기록되면 고치거나 바꾸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한다. 손가락에 지문(指紋)이 있는 것처럼 우리 두뇌 중 편도체에 있는 독특한 뇌문(腦紋·amygdala print) 때문이다. 이 뇌문이 바로 ‘성격’이라고 주장한다.
 
  “밭고랑에다 해바라기 10그루를 심습니다. 같은 조건인데도 거름 쪽에 있는 씨앗은 9월 말이 되어도 꽃을 안 피워요. 키가 계속 자랍니다. 그러나 물기가 없는 쪽의 씨앗은 8월이면 벌써 열매를 맺어요. 키 성장도 멈추고. 똑같은 유전자라도 발아 시기가 이처럼 다 달라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바이오코드가 같으면 (사람 성격이) 다 같으냐? 그건 아니고, 사람은 저마다의 욕망과 트라우마, 콤플렉스가 어린 시절부터 계속 쌓여 결국 ‘성격’을 지배해버립니다.”
 
 
  완성된 바이오코드, 공개 안 하는 이유는
 
작가 이재운(맨 앞)은 2017년 11월 1일에 삭발수계하고 열흘, 2018년 11월 17일에 다시 삭발수계하고 열흘간 스님이 되었다.
  바이오코드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은 144개 타입이 있다고 한다. 두뇌의 편도체에 새겨진 저마다의 욕망, 트라우마, 콤플렉스 등 다양한 개인 차로 사람마다 다른 유형이 계산된다.
 
  ― 《소설 토정비결》의 성공이 바이오코드 연구 기반이 됐나 봅니다.
 
  “그때 소설로 돈을 못 벌었으면 바이오코드 연구를 못 했을 겁니다. 예컨대 부산에서 사주(四柱) 관련 자료 모두를 집대성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시장에 나왔어요. 프로그램 가격이 2억5000만원이었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단번에 샀지요.”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 그때 아파트 한 채 가격이 얼마였나요.
 
  “1989년 초 광명에 있는 아파트를 3500만원에 샀는데 몇 달 만에 3700만원으로 오르더라고요. 압구정동은 아파트 한 채 1억5000만원 정도? 겁도 없었죠.
 
  또 개인의 바이오코드를 알기 위해선 ‘생년월일’을 알아야 합니다. 관련 연구를 위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The Encyclopedia Britannica)》에 나오는 인물 10만명의 정보를 일일이 프로그램에 입력했어요. 조사하고 타이핑하는 인건비를 인세로 충당했지요.
 
  사람들이 저더러 ‘돈 벌어 뭐했냐’고 물어요. ‘땅 샀으면 부자가 됐을 텐데’ 그래요. 제가 사는 용인에 땅을 샀으면 1000억원은 벌었을 테지요. 그러나 그 땅보다 바이오코드가 있는 삶이 훨씬 낫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는 두 번 출가했다. 2017년 11월 1일에 삭발수계하고 열흘, 2018년 11월 17일에 다시 삭발수계하고 열흘간 스님이 되었다.
 
  “돈이란 무상한 겁니다. 바이오코드만 있으면 됩니다. 아직도 바이오코드를 외부에 공개 안 하고 있어요. 저만의 재산이니까.”
 
  ― 바이오코드 프로그램이 이미 완성돼 있군요.
 
  “완성이 돼 있지요. 관련 책도 30권이 있는데 공개를 안 합니다.”
 
  ― 왜 공개 안 하나요.
 
  “무기(武器)로 쓰일 수 있어서요. 바이오코드는 그 사람의 ‘욕망’을 보거든요. 욕망을 계산해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
 
사전을 편찬하다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이재운 작가는 사전 편찬자다. 문턱 낮은 사전으로 책 시장의 틈새를 열었다.
 
  1994년부터 우리말 어휘연구를 시작해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한자어 사전》 등 우리말 시리즈를 펴냈다.
 
  그중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은 1994년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의 개정 증보판이다. 무려 30쇄가 나왔다.
 
  “대학 시절 은사이신 김동리(金東里·1913~1995) 선생이 ‘글은 어렴풋하게 쓰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써야 한다, 모르는 단어는 쓰지 말라’고 강조하셨죠. 부사, 형용사도 함부로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정확하게 쓰기 위해서는 단어를 정확하게 알아야 했기에 우리말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을씨년스럽다’는 말을 쓰잖아요. 어원이 모호한데 1905년 을사늑약 때 온 나라가 침통하고 비장한 분위기에 휩싸였어요. 이후 몹시 쓸쓸하고 어수선한 날을 맞으면 그 분위기가 ‘마치 을사년과 같다’고 해서 그런 표현을 쓰게 됐다고 합니다.
 
  군에서 ‘좆팽이친다’는 말이 있잖아요? 경상도에서 줄을 감아 돌리는 팽이를 ‘줄팽이’, 팽이채로 때려서 돌리는 팽이를 ‘좆팽이’라 부릅니다. 군대나 회사 등 집단생활 중 고된 일을 맡을 때 흔히 ‘좆팽이 친다’ ’좆팽이 돌린다’고 하는데 바로 ‘때리는 팽이’를 연상시키기 때문이죠.”
 
  ― 흥미롭네요.
 
  “지금까지 사전을 15권 썼는데 시중에 5권만 내놓았어요. 나머지는 저만 봅니다. 언제 때가 되면 《궁중어사전》 《은어사전》 《도량형 사전》 등을 세상에 내놓을까 궁리하고 있어요.”
 
  “우리 안의 욕망을 돌볼 줄 알아야”
 
  ― 어떻게 사람의 욕망을 알 수 있나요.
 
  “패턴을 통해 욕망을 알아요.”
 
  ― 사람 성격에 욕망이 왜 중요한가요.
 
  “사람이 욕망을 이길 수 있나요? 우리 안의 욕망은 정의도 아니고 공정도 아닙니다. 우리 안에서 욕망과 이성이 계속 싸워요. 그래서 우리는 이쪽 정권에서 저쪽 표심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정치인은 욕망을 돌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쳐다봅니다. 욕망을 읽지 않고는 누구도 권력을 잡을 수 없어요. 예수나 부처도 욕망을 무시하지 않으셨어요. 다만 경계하라 하셨지.”
 
  ― 내년 대선은 욕망을 자극하는 포퓰리즘이 지배할까요.
 
  “그렇다고 그쪽으로만 가면 천박하게 보여요. 우리 의식에는 여전히 유교 사상이 남아 있어, 겉으론 점잖아야 합니다. 정의로운 척은 해야 합니다. 노골적으로 ‘허경영’같이 나가면 안 되는 거야.”
 
  ― 그러고 보니 바이오코드 연구와 함께 지금까지 주로 역사소설만 썼네요.
 
  “역사소설은 간단히 말해 정치소설이고 전쟁소설이에요. 대부분이 그래요. 하다 못해 반란도 전쟁이니까….
 
  그냥 사랑소설? 사랑만으로 《춘향전》이 안 돼요. 변학도를 그리려면 탐관오리를 알아야 하고 당대 탐관오리가 얼마나 만연했는지 알아야 해요. 또 타개책이 암행어사밖에 없었나? 실제로 없었어요. 이처럼 당대 정치나 전쟁은 역사소설을 쓰기 위한 기본 전제예요. 잘 알아야 해요. 그래서 전쟁사를 많이 읽어야 했죠.”
 
 
  大選 주자 8인의 운명
 
  기자는 이재운 작가에게 내년 대선과 관련한 몇몇 정치인의 운명을 바이오코드에 입각해 분석해달라고 부탁했다. 인터뷰 뒤에 이메일로 답이 왔다. 소개하면 이렇다.
 
  〈▲윤석열: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이 자존심이 정의, 공정, 원칙과 맞잡을 때 누구도 넘어뜨리거나 뚫을 수 없는 장벽이 된다. 평화 시대에는 범인(凡人), 전국(戰國) 시대에는 영웅이 되는 수가 있다. 시끄러우면 뜨고 조용하면 가라앉는 부표(浮標)다.
 
  ▲최재형: 과일이 여물었는지 썩었는지 병들었는지 척 보면 아는 눈이 있다. 다만 과일을 때깔 좋게, 달게, 크게 만드는 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안철수: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은 다 옳고 바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래서 뭐?”라고 묻고, 그는 당황한다.
 
  ▲김종인: 정확하게 타산하는 계산기처럼 답을 잘 알아맞히지만 누구도 계산기를 존경하는 사람은 없다. 필요하면 언제든 갖다 쓰다가, 다 쓰고 나면 미련 없이 내려놓는 ‘물건’이다.
 
  ▲이재명: 눈치가 빨라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움직이는데, 다만 그 머리끝에 앉으려 한다. 자기 위에 아무도 없다는 오만함이 늘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이낙연: 상대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좋아하는지 잘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하지만, 그 상대란 항상 나보다 힘이 있는 상급자다. 하늘만 바라보다 웅덩이에 빠지는 수가 있다.
 
  ▲정세균: 잘 훈련된 리더십을 갖고 있지만 가끔 안테나가 흔들리면서 접속 불량이 일어난다.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면 마침내 후회한다.
 
  ▲이광재: 그림을 다 그리기도 전에 시대가 바뀌고, 새 그림을 그리려면 또 시대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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