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평화상, 진보운동에 대한 전 세계인의 지지”
⊙ “2023년 11월 30일부로 전화 사용 및 변호인 접견 금지”
⊙ “2009년부터 출국 금지… 가족 보고 싶어도 못 봐”
⊙ “교도소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행 자행… 히잡 시위(2022)로 잡혀온 수감자 8명 교수형 당해”
⊙ “하얀 독방에 3차례 갇혀 심리 고문 당해”
⊙ “목숨 바쳐 이란 국민의 정당한 요구 전 세계에 알릴 것”
⊙ “2023년 11월 30일부로 전화 사용 및 변호인 접견 금지”
⊙ “2009년부터 출국 금지… 가족 보고 싶어도 못 봐”
⊙ “교도소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행 자행… 히잡 시위(2022)로 잡혀온 수감자 8명 교수형 당해”
⊙ “하얀 독방에 3차례 갇혀 심리 고문 당해”
⊙ “목숨 바쳐 이란 국민의 정당한 요구 전 세계에 알릴 것”
2023년 10월 6일(현지 시각) 이란의 여성 인권 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Narges Mohammadi)가 노벨평화상을 옥중(獄中) 수상했다. 1972년생으로 51세인 모하마디는 평생 13번 체포됐고, 이 중 5번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간 총 31년의 징역형과 태형(笞刑) 154대를 선고받았다. 인권운동에 매진한 대가다.
모하마디는 반정부 시위(2019)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2021년 열린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다. ‘반(反)국가 선전 확산’ 혐의로 징역 10년 9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인권 탄압으로 악명(惡名) 높은 수도 테헤란의 에빈교도소에 갇혀 있다.
그러나 모하마디는 교도소에서도 침묵하지 않았다. 2022년 이란에서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게 끌려갔다가 사흘 만에 의문사(疑問死)한 사건이 발생했다. 안 그래도 이슬람식 강경 통치와 억압에 지친 이란인들에게 아미니 사건은 정권을 향한 분노 표출의 도화선이 됐다. 아미니의 고향인 이란 서부 사케즈 지역에서 시위가 시작됐고, 곧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때 모하마디는 ‘혁명의 목소리’를 자처했다. 교도소 안에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메시지는 거리로 나선 이란 여성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시위대는 군경(軍警)의 총구 앞에 대열을 갖추고 “여성, 생명, 자유(Woman, Life, Freedom)”를 외쳤다. 그러고는 히잡을 불태웠다. 모하마디는 수감된 여성들과 함께 옥중 시위를 벌였다.
“이란 여성·청년, 종교적 권위주의와 싸우는 진보적 집단”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모하마디가 인권운동을 멈추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월간조선》은 한국 언론 최초로 모하마디와 옥중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받기까지 약 3주가 걸렸다. 이마저도 이란 당국의 감시와 검열 등으로 제약이 많았다. 모하마디 측 관계자는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그녀를 향한 이란 당국의 감시가 더욱 삼엄해졌다”면서 “2023년 11월 30일부로 모하마디의 전화 사용과 변호인 접견이 모두 금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전부터 에빈교도소 내 다른 수감자들은 ‘모하마디의 전화가 도청되고 있다’고 말해왔다”라면서 “현재는 이란에 거주하는 형제들만 그녀와 만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 대해서는, “여러 경로를 활용해 모하마디에게 질문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녀가 모든 질문에 답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지금의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 2023년 10월 6일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노벨위원회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2022년 히잡 시위의 구호인 ‘여성, 생명, 자유’를 되짚었습니다. 이는 이란의 시민운동에 대한 전 세계인의 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란의 여성과 청년들은 종교적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는 진보적인 집단입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어 무척 설렙니다. 자부심을 느낍니다.”
모하마디는 2023년 10월 31일 딸 키아나 라흐마니(17)를 통해 전 세계에 수상 소감을 전했다. 모하마디는 “노벨평화상 수상이 전 세계 시민운동에 힘을 실어주는 전환점이 됐다”면서 “에빈교도소에 갇힌 46명의 여성 양심수와 정치범을 대신해 노벨위원회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결정이 “편향적”이라며 “일부 유럽 국가의 반(反)이란 정책에 부합한다”고 비난했다.
모하마디의 지지자들은 모하마디가 석방돼 직접 노벨평화상을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모하마디를 석방하지 않았다. 결국 2023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된 노벨평화상 시상식에는 그녀의 가족이 대신 참석해 상을 받았다.
모하마디의 가족은 이란을 떠나 현재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 언론인 출신인 남편 타기 라흐마니(63) 역시 인권운동에 앞장서며 수감과 석방 생활을 반복했다. 그가 교도소에서 보낸 시간을 합치면 13년이 넘는다. 라흐마니는 2012년 프랑스 망명길에 올랐다. 부부의 쌍둥이 자녀도 2015년 프랑스로 건너갔다. 이때를 마지막으로 모하마디는 자녀들을 보지 못했다.
모하마디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딸 키아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엄마가 자랑스럽고, 너무나 보고 싶다”며 그리움을 내비쳤다. 아들 알리(17) 역시 “엄마는 좋은 엄마였고, 여전히 그렇다”고 말했다.
― 남편과 자녀들이 그립진 않습니까. 이들이 있는 프랑스로 갈 생각은 안 해봤습니까.
“가족을 만나러 프랑스로 가고 싶었지만, 2009년 출소한 시점에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가족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무척 보고 싶습니다.”
“히잡 안 쓰면 병원 진료도 허가해주지 않아”
모하마디가 갇혀 있는 에빈교도소는 주로 정치범이 수용되는 곳이다. 2022년 영국 BBC 등 외신은 모하마디의 말을 인용, 에빈교도소 교도관들이 수감자를 상대로 폭행이나 성폭력 등 범죄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란 당국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모하마디에게 에빈교도소의 실태를 물었다.
― 교도소 내 인권 유린 사례가 있었습니까.
“네. 교도관들이 여성 수감자를 심하게 구타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동료들의 몸에 있는 여러 군데 멍든 자국 또한 봤습니다. 이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닙니다. 오랜 기간 이런 폭행이 지속해왔습니다. 저와 함께 카르차크교도소에서 에빈교도소로 옮겨진 수감자 중 몇몇은 교도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현재 에빈교도소에는 70세 이상의 여성 수감자가 4명이나 있습니다. 또 몇몇은 고통을 겪다 정신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당국의 비인도적 처우 또한 우려스럽습니다. 최근엔 사형도 자주 집행되고 있습니다. 히잡 시위로 붙잡혀 들어온 동료 수감자 중 8명이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이런 범죄 행위에 대해 저는 몇 차례 당국에 항의했습니다.”
― 그간 재판과 형 집행 과정에서 권리가 충분히 보장됐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변호인도 없이 혁명재판소로 끌려가 재판을 받기도 했고, 심문이나 조사 한 번 없이 2달 넘게 독방에 갇혀 있기도 했습니다. 태형도 선고받았지요(관계자에 따르면, 태형이 실제 집행되진 않았다고 한다). 또 히잡을 쓰지 않으면 병원 진료도 허가해주지 않습니다. 지금은 2022년에 이어 또다시 전화 사용과 변호인 접견이 금지된 상황입니다.”
― 수감 생활을 기록한 책 《하얀 고문(White Torture)》이 2022년 발간됐습니다. 제목 ‘하얀 고문’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하얀 고문’은 수감자를 사방이 온통 흰색으로 칠해진 독방(獨房)에 가둬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간 지내게 하는 심리 고문입니다. 인간의 감각 박탈과 정신 고립을 목표로 하지요.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에빈교도소에 갇혔을 때 ‘하얀 고문’을 경험한 13명의 여성 수감자를 인터뷰했습니다.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하얀 고문’의 잔인함을 폭로했습니다. 하얀 방에 들어간 수감자는 차츰 이상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뜻이지요. 저 역시 지금까지 3차례 ‘하얀 고문’을 당했습니다.”
―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이란 당국의 감시가 더 심해졌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2023년 11월 30일부로 전화 사용 및 변호인 접견이 모두 금지됐습니다. 다만, ‘종교 폭군(暴君)’이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니 ‘정부 역시 절박한 상황이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부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이란 국민의 승리는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 승리라면요?
“민주주의·자유·평등을 실현해 ‘종교 폭정(暴政)’을 끝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라완드 사건, 도덕경찰의 명백한 살인”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23년 10월, 16세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가 테헤란의 지하철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하철 탑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가라완드는 히잡을 쓰고 있지 않아 도덕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가라완드가 저혈압 쇼크로 실신해 금속 물체에 머리를 부딪쳤다”며 폭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당국은 가라완드의 지하철 탑승 전후 영상을 공개했지만,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지하철 내부 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이란 정부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라완드 사건은 아미니 사건과 여러모로 유사해 이란 당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 아르미타 가라완드의 죽음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도덕경찰의 명백한 살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란 당국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막고자 집요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분노가 치밉니다. 히잡 착용 의무는 이란의 종교적·문화적 맥락에서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이란 정부는 2023년 9월 히잡 착용 의무 규정을 위반하는 여성에게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히잡과 순결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부적절한 옷을 입거나 복장 규정을 4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5~10년의 징역형과 최대 3억6000만 리알(약 11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 ‘히잡 착용 의무’ 정책에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고 봅니까.
“네. 그렇습니다. 히잡은 여성을 권력 지배하에 두기 위한 정치적 도구입니다. ‘여성의 존엄과 안전을 수호하겠다’는 이란 정부의 슬로건과도 맞지 않습니다. 히잡 착용을 강제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예속(隷屬)과 지배를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모하마디 측 관계자는 기사에 히잡을 쓰지 않은 모하마디의 사진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모하마디 역시 “히잡을 벗어 던지는 것은 이란 정부의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항의이자 저항”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종교 폭정으로부터의 전환’ 목표”
― 2022년 히잡 시위가 일어났을 당시 옥중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히잡 시위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히잡 시위는 단지 여성만의 사회운동이 아니었습니다. 교사·노동자·학생 등 다양한 집단이 사회 변혁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지요. 이를 통해 우리는 이란이 매우 역동적인 사회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 됐습니다. 또 히잡 시위가 이란의 정치 지평과 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습니다. 나아가 이 같은 시민의 움직임이 이란의 문화적·종교적 변화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종교 폭정으로부터의 전환’을 기치로 내걸고 이란에 민주주의·자유·평등을 안착시킬 것입니다.”
― 앞으로도 계속 인권운동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입니까.
“물론입니다. 형량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해서 민주주의·자유·평등을 갈망하는 제 결심과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이란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앞으로도 계속 전 세계에 알릴 것입니다.”
― 국제사회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요?
“인권과 여성의 권리가 실현되지 않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실현되지 않습니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서는 이란 국민의 단결과 투쟁은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실제로 이란 여성의 사회 참여 권리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세계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3)〉에 따르면 이란의 성 격차 지수는 0.575로 전체 146개국 중 143위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경제 참여 부문, 교육 성취 부문, 보건 부문, 정치권력 분배 부문 등을 종합해 세계 각국의 성 격차를 평가한다.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양성평등이 잘 이뤄져 있다는 의미다.
기자는 당초 30개의 질문을 모하마디 측에 보냈었다. 그러나 여건상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는 것은 어려웠다. 모하마디 측 관계자는 “추후 모하마디로부터 답변을 받는 대로 전달해주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모하마디와 이란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며 “한국에도 이란의 인권 실상이 널리 알려져 이 땅에서 민주주의·자유·평등이 실현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하마디는 반정부 시위(2019)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2021년 열린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다. ‘반(反)국가 선전 확산’ 혐의로 징역 10년 9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인권 탄압으로 악명(惡名) 높은 수도 테헤란의 에빈교도소에 갇혀 있다.
그러나 모하마디는 교도소에서도 침묵하지 않았다. 2022년 이란에서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게 끌려갔다가 사흘 만에 의문사(疑問死)한 사건이 발생했다. 안 그래도 이슬람식 강경 통치와 억압에 지친 이란인들에게 아미니 사건은 정권을 향한 분노 표출의 도화선이 됐다. 아미니의 고향인 이란 서부 사케즈 지역에서 시위가 시작됐고, 곧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때 모하마디는 ‘혁명의 목소리’를 자처했다. 교도소 안에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메시지는 거리로 나선 이란 여성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시위대는 군경(軍警)의 총구 앞에 대열을 갖추고 “여성, 생명, 자유(Woman, Life, Freedom)”를 외쳤다. 그러고는 히잡을 불태웠다. 모하마디는 수감된 여성들과 함께 옥중 시위를 벌였다.
“이란 여성·청년, 종교적 권위주의와 싸우는 진보적 집단”
![]() |
2023년 10월 6일(현지 시각)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베리트 레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의장은 수상자 발표에 앞서 히잡 시위의 구호인 “여성ㆍ생명ㆍ자유”를 되짚었다. 사진=AP/뉴시스 |
《월간조선》은 한국 언론 최초로 모하마디와 옥중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받기까지 약 3주가 걸렸다. 이마저도 이란 당국의 감시와 검열 등으로 제약이 많았다. 모하마디 측 관계자는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그녀를 향한 이란 당국의 감시가 더욱 삼엄해졌다”면서 “2023년 11월 30일부로 모하마디의 전화 사용과 변호인 접견이 모두 금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전부터 에빈교도소 내 다른 수감자들은 ‘모하마디의 전화가 도청되고 있다’고 말해왔다”라면서 “현재는 이란에 거주하는 형제들만 그녀와 만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 대해서는, “여러 경로를 활용해 모하마디에게 질문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녀가 모든 질문에 답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지금의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 2023년 10월 6일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노벨위원회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2022년 히잡 시위의 구호인 ‘여성, 생명, 자유’를 되짚었습니다. 이는 이란의 시민운동에 대한 전 세계인의 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란의 여성과 청년들은 종교적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는 진보적인 집단입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어 무척 설렙니다. 자부심을 느낍니다.”
모하마디는 2023년 10월 31일 딸 키아나 라흐마니(17)를 통해 전 세계에 수상 소감을 전했다. 모하마디는 “노벨평화상 수상이 전 세계 시민운동에 힘을 실어주는 전환점이 됐다”면서 “에빈교도소에 갇힌 46명의 여성 양심수와 정치범을 대신해 노벨위원회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결정이 “편향적”이라며 “일부 유럽 국가의 반(反)이란 정책에 부합한다”고 비난했다.
![]() |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나르게스 모하마디의 가족이 그녀를 대신해 상을 받았다. 딸 키아나(왼쪽)와 아들 알리의 모습. 사진=AP/뉴시스 |
모하마디의 가족은 이란을 떠나 현재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 언론인 출신인 남편 타기 라흐마니(63) 역시 인권운동에 앞장서며 수감과 석방 생활을 반복했다. 그가 교도소에서 보낸 시간을 합치면 13년이 넘는다. 라흐마니는 2012년 프랑스 망명길에 올랐다. 부부의 쌍둥이 자녀도 2015년 프랑스로 건너갔다. 이때를 마지막으로 모하마디는 자녀들을 보지 못했다.
모하마디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딸 키아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엄마가 자랑스럽고, 너무나 보고 싶다”며 그리움을 내비쳤다. 아들 알리(17) 역시 “엄마는 좋은 엄마였고, 여전히 그렇다”고 말했다.
― 남편과 자녀들이 그립진 않습니까. 이들이 있는 프랑스로 갈 생각은 안 해봤습니까.
“가족을 만나러 프랑스로 가고 싶었지만, 2009년 출소한 시점에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가족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무척 보고 싶습니다.”
“히잡 안 쓰면 병원 진료도 허가해주지 않아”
모하마디가 갇혀 있는 에빈교도소는 주로 정치범이 수용되는 곳이다. 2022년 영국 BBC 등 외신은 모하마디의 말을 인용, 에빈교도소 교도관들이 수감자를 상대로 폭행이나 성폭력 등 범죄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란 당국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모하마디에게 에빈교도소의 실태를 물었다.
― 교도소 내 인권 유린 사례가 있었습니까.
“네. 교도관들이 여성 수감자를 심하게 구타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동료들의 몸에 있는 여러 군데 멍든 자국 또한 봤습니다. 이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닙니다. 오랜 기간 이런 폭행이 지속해왔습니다. 저와 함께 카르차크교도소에서 에빈교도소로 옮겨진 수감자 중 몇몇은 교도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현재 에빈교도소에는 70세 이상의 여성 수감자가 4명이나 있습니다. 또 몇몇은 고통을 겪다 정신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당국의 비인도적 처우 또한 우려스럽습니다. 최근엔 사형도 자주 집행되고 있습니다. 히잡 시위로 붙잡혀 들어온 동료 수감자 중 8명이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이런 범죄 행위에 대해 저는 몇 차례 당국에 항의했습니다.”
― 그간 재판과 형 집행 과정에서 권리가 충분히 보장됐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변호인도 없이 혁명재판소로 끌려가 재판을 받기도 했고, 심문이나 조사 한 번 없이 2달 넘게 독방에 갇혀 있기도 했습니다. 태형도 선고받았지요(관계자에 따르면, 태형이 실제 집행되진 않았다고 한다). 또 히잡을 쓰지 않으면 병원 진료도 허가해주지 않습니다. 지금은 2022년에 이어 또다시 전화 사용과 변호인 접견이 금지된 상황입니다.”
― 수감 생활을 기록한 책 《하얀 고문(White Torture)》이 2022년 발간됐습니다. 제목 ‘하얀 고문’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하얀 고문’은 수감자를 사방이 온통 흰색으로 칠해진 독방(獨房)에 가둬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간 지내게 하는 심리 고문입니다. 인간의 감각 박탈과 정신 고립을 목표로 하지요.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에빈교도소에 갇혔을 때 ‘하얀 고문’을 경험한 13명의 여성 수감자를 인터뷰했습니다.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하얀 고문’의 잔인함을 폭로했습니다. 하얀 방에 들어간 수감자는 차츰 이상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뜻이지요. 저 역시 지금까지 3차례 ‘하얀 고문’을 당했습니다.”
―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이란 당국의 감시가 더 심해졌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2023년 11월 30일부로 전화 사용 및 변호인 접견이 모두 금지됐습니다. 다만, ‘종교 폭군(暴君)’이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니 ‘정부 역시 절박한 상황이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부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이란 국민의 승리는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 승리라면요?
“민주주의·자유·평등을 실현해 ‘종교 폭정(暴政)’을 끝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라완드 사건, 도덕경찰의 명백한 살인”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23년 10월, 16세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가 테헤란의 지하철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하철 탑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가라완드는 히잡을 쓰고 있지 않아 도덕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가라완드가 저혈압 쇼크로 실신해 금속 물체에 머리를 부딪쳤다”며 폭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당국은 가라완드의 지하철 탑승 전후 영상을 공개했지만,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지하철 내부 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이란 정부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라완드 사건은 아미니 사건과 여러모로 유사해 이란 당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 아르미타 가라완드의 죽음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도덕경찰의 명백한 살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란 당국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막고자 집요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분노가 치밉니다. 히잡 착용 의무는 이란의 종교적·문화적 맥락에서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이란 정부는 2023년 9월 히잡 착용 의무 규정을 위반하는 여성에게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히잡과 순결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부적절한 옷을 입거나 복장 규정을 4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5~10년의 징역형과 최대 3억6000만 리알(약 11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 ‘히잡 착용 의무’ 정책에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고 봅니까.
“네. 그렇습니다. 히잡은 여성을 권력 지배하에 두기 위한 정치적 도구입니다. ‘여성의 존엄과 안전을 수호하겠다’는 이란 정부의 슬로건과도 맞지 않습니다. 히잡 착용을 강제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예속(隷屬)과 지배를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모하마디 측 관계자는 기사에 히잡을 쓰지 않은 모하마디의 사진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모하마디 역시 “히잡을 벗어 던지는 것은 이란 정부의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항의이자 저항”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종교 폭정으로부터의 전환’ 목표”
![]() |
2022년 히잡 시위는 이란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됐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위에서 시위대들이 ‘여성ㆍ생명ㆍ자유’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히잡 시위는 단지 여성만의 사회운동이 아니었습니다. 교사·노동자·학생 등 다양한 집단이 사회 변혁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지요. 이를 통해 우리는 이란이 매우 역동적인 사회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 됐습니다. 또 히잡 시위가 이란의 정치 지평과 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습니다. 나아가 이 같은 시민의 움직임이 이란의 문화적·종교적 변화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종교 폭정으로부터의 전환’을 기치로 내걸고 이란에 민주주의·자유·평등을 안착시킬 것입니다.”
― 앞으로도 계속 인권운동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입니까.
“물론입니다. 형량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해서 민주주의·자유·평등을 갈망하는 제 결심과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이란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앞으로도 계속 전 세계에 알릴 것입니다.”
― 국제사회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요?
“인권과 여성의 권리가 실현되지 않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실현되지 않습니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서는 이란 국민의 단결과 투쟁은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실제로 이란 여성의 사회 참여 권리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세계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3)〉에 따르면 이란의 성 격차 지수는 0.575로 전체 146개국 중 143위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경제 참여 부문, 교육 성취 부문, 보건 부문, 정치권력 분배 부문 등을 종합해 세계 각국의 성 격차를 평가한다.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양성평등이 잘 이뤄져 있다는 의미다.
기자는 당초 30개의 질문을 모하마디 측에 보냈었다. 그러나 여건상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는 것은 어려웠다. 모하마디 측 관계자는 “추후 모하마디로부터 답변을 받는 대로 전달해주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모하마디와 이란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며 “한국에도 이란의 인권 실상이 널리 알려져 이 땅에서 민주주의·자유·평등이 실현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