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국토안보부, 선거제도를 국가 핵심기반시설로 지정… ‘해외악의적영향력센터(FMIC)’ 신설
⊙ 러시아, 2017년 대선 당시 해킹 등을 통해 힐러리에 대한 부정적 뉴스 전파해 트럼프 당선에 일조
⊙ 러시아의 선거 개입·영향력 공작 역량이 中·北으로 전수될 개연성 경계해야
⊙ 中 핵티비스트들, 사드 사태 당시 롯데·한국 정부기관 향해 ‘겁주기’ 공작 감행… 인민해방군 연계설 돌아
⊙ 중국 인민해방군 61398부대(총참모부 3부 2국)… 2만여 명의 해커·애국적 핵티비스트·댓글부대 지휘
윤민우
1972년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인디애나주립대 범죄학과 석사, 샘휴스턴주립대 형사사법학대학 범죄학 전공 박사, 서울대 외교학과 국제정치학 박사 / 가천대 경찰정보학과 교수, 現 국가정보원 자문위원, 국군방첩사령부 자문위원 / 저서 《폭력의 시대 국가안보의 실존적 변화와 테러리즘》
⊙ 러시아, 2017년 대선 당시 해킹 등을 통해 힐러리에 대한 부정적 뉴스 전파해 트럼프 당선에 일조
⊙ 러시아의 선거 개입·영향력 공작 역량이 中·北으로 전수될 개연성 경계해야
⊙ 中 핵티비스트들, 사드 사태 당시 롯데·한국 정부기관 향해 ‘겁주기’ 공작 감행… 인민해방군 연계설 돌아
⊙ 중국 인민해방군 61398부대(총참모부 3부 2국)… 2만여 명의 해커·애국적 핵티비스트·댓글부대 지휘
윤민우
1972년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인디애나주립대 범죄학과 석사, 샘휴스턴주립대 형사사법학대학 범죄학 전공 박사, 서울대 외교학과 국제정치학 박사 / 가천대 경찰정보학과 교수, 現 국가정보원 자문위원, 국군방첩사령부 자문위원 / 저서 《폭력의 시대 국가안보의 실존적 변화와 테러리즘》
중국이나 북한 같은 적대 세력이 내년 4월 한국의 총선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6일 《조선일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업무 관련 내부 시스템이 북한 등 적대 세력의 해킹 공격에 취약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의하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전 선거 과정에서 선관위 내부망과 장비가 북한이나 중국의 해킹에 뚫렸다는 정황은 현재로선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현 수준의 보안 상태로는 언제든 한국 정치에 개입하려는 세력의 해킹 공격에 당할 우려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이나 북한이 내년 총선에 개입한다면, 그 개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중국이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을 대상으로 선거와 관련하여 특정 정당 및 후보에 대한 은밀한 자금 지원과 반대 정당 및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등 선거 개입, 댓글부대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여론조작 등을 해왔다는 의혹은 그동안 계속 제기되어왔다.
실제 중국이 해외 국가들을 대상으로 선거 개입을 한 사례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중국이 2020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였다는 것은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공식 확인한 바 있다. 2022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중국의 페이스북 등을 통한 선거 여론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바도 있다.
이 같은 사례들로 미루어볼 때 내년 한국 총선에 대한 중국의 개입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외국에 대한 선거 개입과 여론선동은 중국의 전유물은 아니다. 사실상 중국보다 앞서 이 같은 영향력 공작의 전략과 전술을 완성하고 이를 통해 실제 미국을 포함한 해외 국가들의 선거와 여론에 개입한 국가가 있다. 바로 러시아다.
러시아, 2016년 美 대선 개입
러시아는 일찍이 2008년 조지아 침공 시부터 조지아 정부 웹사이트에 디페이스(deface·자동화된 툴로 웹사이트의 취약점을 찾아 특정 웹페이지를 삽입시키거나 변경하는 수법) 공격을 가해 히틀러 등 파시스트들의 이미지와 사카슈빌리 당시 조지아 대통령의 이미지를 함께 포스팅한 바 있다. 2014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선거 기반시설에 대해서도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는 APT 28과 APT 29로 알려진 해커그룹들이 러시아 정보기관인 FSB(연방보안국)와 GRU(러시아군 정보총국)의 은밀한 지원에 따라 동원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네덜란드 정보부는 해당 사건의 배후에 연방보안국이나 정보총국이 아니라 러시아의 또 다른 정보기관인 SVR(해외정보국)이 있다고 추정한다. 어쨌거나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것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는 해킹 툴과 봇네트(botnet·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으면서 위해를 입은 여러 컴퓨터의 집합. 사이버 범죄자가 트로이 목마, 또 이 밖의 악성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빼앗은 다수의 좀비 컴퓨터로 구성되는 네트워크), 그리고 트롤(troll·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특정인이나 그룹을 고의로 괴롭히거나 방해하는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이를 통해 힐러리 민주당 후보의 이미지를 공격,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킴으로써 미국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미국의 대선 결과에 영향을 주었다.
러시아 정부의 명령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코지베어(CozyBear·APT 29)팀과 펜시베어(FancyBear·APT 28)팀은 각각 DNC(민주당전국위원회·Domocratic National Committee) 네트워크와 힐러리의 이메일을 해킹하여 디씨리크스(DC Leaks)와 위키리크스(WikiLeaks) 등의 폭로 전문 웹사이트와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스》, 그리고 《워싱턴포스트》 등의 저명한 미디어 등을 통해 민주당 지도부가 버니 샌더스보다 힐러리 클린턴을 더 대통령 후보로 선호한다는 사실을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에 폭로함으로써 후보 선출의 정당성을 훼손시켰다. 또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임 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여 정부 문서를 처리했다는 사실도 폭로, 힐러리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스캔들은 미국 대선 결과에서 러시아가 선호했던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유사한 방식으로 2017년 프랑스 선거에도 개입하였다. 2017년 11월 테레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는 러시아의 유럽 국가들에 대한 선거 개입과 해킹에 대해 보복 공격을 경고했다. 이 같은 선거제도에 대한 공격은 사람들 사이에서 민주주의 절차와 제도, 과정 자체에 대한 회의와 불신을 확산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美, 선거제도 보호=국가안보
러시아와 중국의 선거 개입과 여론선동은 오늘날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는 분명하고 임박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의 ‘선거안보에 관한 의회 태스크포스(congressional task force on election security)’에서는 미국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주요 위협 국가들로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
미국의 국토안보부(Homeland Security)는 선거제도 자체를 전력(電力), 원자력, 수도, 정보통신망, 교통체계 등과 함께 국가의 핵심기반시설(critical infrastructure)의 하나로 지정하고 이의 보호를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날로 진화하는 해외 선거 개입 및 영향력 공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2년 9월 23일 CIA(중앙정보국), FBI(연방수사국), NSA(국가안보국) 등을 포함한 18개 정보기관으로 구성된 정보공동체의 최상위기관인 국가정보국(ODNI·Office of Directorate of National Intelligence) 산하에 ‘해외악의적영향력센터(FMIC·The Foreign Malign Influence Center)’를 신설하고 해외로부터의 선거 개입과 각종 영향력 공작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선거제도를 포함한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핵심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유럽연합(EU)도 미국처럼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시도하는 ‘해외정보조작 및 개입위협(FIMI·Foreign Information Manipulation and Interference Threats)’을 유럽 국가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그리고 선거제도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2023년 2월 EU 산하 EEAS(The European External Action Service)에서 해외정보조작 및 개입위협에 관한 1차 EEAS 보고서를 출간하였다. 이는 EEAS의 전략커뮤니케이션 분과에서 작성하였으며 러시아와 중국 등의 해외로부터의 선거 개입과 영향력 공작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분석보고서라는 의미가 있다. 해당 전략커뮤니케이션 분과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는 선거 개입과 여론조작을 포함한 해외로부터의 내러티브 공작과 허위조작정보에 효과적·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EEAS 1차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0월 1일과 12월 5일 사이에 탐지되고 분석된 100건의 FIMI 사례 가운데 러시아에 의한 것이 약 85% 정도, 그리고 중국에 의한 것이 약 15% 정도로 파악되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전략적 핵심 이해관계 지역인 유럽에서도 중국의 온라인을 통한 영향력 공작이 15% 정도나 탐지되었다는 것은 중국의 전략적 핵심 이해관계 지역인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의 선거 개입과 여론조작이 얼마나 거셀지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게 한다.
해외 영향력 공작 생태계
이 같은 해외 영향력 공작의 생태계는 러시아와 중국 모두 공통적으로 ①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Official Communication Channels) ②국가-통제 채널(State-Controlled Channels), 그리고 ③국가-연계 채널(State-Linked Channels)의 세 가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국가기관의 공식 웹사이트나 외교부나 대사관 등의 소셜미디어 계정 등과 같은 국가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공식 채널이다.
국가-통제 채널은 국가행위자와 직접 연계되어 있는 미디어 채널이다. 이는 러시아의 경우 RT(Russia Today), 스푸트니크 등과 같은 국가 기간(基幹) 미디어 매체이며, 중국의 경우 신화통신, 《환구시보(環球時報)》 《글로벌타임스》 등과 같은 정부나 집권당과 직접 연계된 미디어 매체이다.
국가-연계 채널은 국가행위자와 명확한 또는 공식적 연계는 없지만 다양한 국가기관(주로 정보기관이나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 등)의 은밀한 사주를 받아 운영되는 유튜브, 소셜미디어, 댓글, 인터넷 커뮤니티, 민간 방송 또는 온라인 매체들이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정보소통 플랫폼, 매체, 수단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점은 해킹과 멀웨어(Malware·‘Malicious Software’의 준말로 대상자의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정보를 변조, 유출하는 등 악의적인 작업을 하도록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공격과 같이 악성코드를 이용한 사이버 기술 공격과 마찬가지로 이 같은 사이버 영향력 공작도 TTP(Tactics, Technologies, and Procedures·전술, 기법, 그리고 과정)를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영향력 공작 교리와 사례 분석을 통해 이제까지 알려진 TTP의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같은 TTP가 알려주는 바는 이 같은 영향력 공작이 전략적 가이드에 따라 의도적으로 수행되고 분명한 공격목표와 공격대상이 있다는 점이다.
영향력 공작의 5가지 전술목표
먼저, 영향력 공작의 전술목표는 5가지로 나뉜다. 버리기(Dismiss), 비틀기(Distort), 흐트러뜨리기(Distract), 겁주기(Dismay), 그리고 갈라치기(Divide)다.
‘버리기’는 비판에 대한 반발이나 혐의를 부인하거나 출처를 폄하하는 전술목표를 지향한다. ‘비틀기’는 프레임을 바꾸거나 내러티브를 왜곡, 변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흐트러뜨리기’는 다른 행위자나 내러티브로 주의를 돌리거나 책임을 전가(轉嫁)하는 것을 기도한다. ‘겁주기’는 상대를 위협하고 겁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갈라치기’는 커뮤니티와 그룹 내에서 하위 그룹 간 갈등을 만들고 분열을 넓히는 것을 추구한다.
예를 들면,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 의한 타이완 해협의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발언에 대해 중국은 ‘겁주기’를 목표로 영향력 공작을 수행했다. 이때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위협적 메시지를 냈다. 이에 연계하여,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공동사설을 통해 “한국 외교가 계속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그 결과는 한중 관계가 소원해지고 한국의 국격(國格)이 손상되는 것만이 아니다”라면서 “동북아 정세의 불균형과 붕괴를 자극해 한국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전형적인 ‘겁주기’에 해당한다.
‘코비드(COVID)-19의 중국 우한(武漢) 기원’에 대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응해 중국은 “코비드-19의 기원은 미군의 실험실이며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 미국은 전 세계에 막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 “2019년 우한에서 열린 세계 군인체육대회 미군 참가자가 코비드-19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등의 내러티브를 유포했는데, 이는 ‘비틀기’나 ‘흐트러뜨리기’의 사례들이다.
EEAS 1차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공격의 42%가 ‘흐트러뜨리기’를 목표로, 다음으로 35%가 ‘비틀기’를 목표로 공격의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실행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한다. 한편 중국의 경우에는 사례의 56%가 ‘흐트러뜨리기’를 전술목표로 공격이 실행되었다. 특히 중국이 유럽에 대한 공격에서 주로 채택한 내러티브는 “미국이 EU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하면서 서구를 폄하하는 동시에 중국이 신뢰할 만한 파트너이며, 세계의 리더라고 치켜세우는 것”이었다.
공격의 1단계는 ‘편견의 닻 내리기’
다음으로 공격 과정 역시 다음의 5단계로 나뉜다. ①편견의 닻 내리기(anchoring bias) ②선택적 인식(selective perception) ③이용가능한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④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⑤블라인드 스폿 편견(blind spot bias)이다.
‘편견의 닻 내리기’는 공격자가 공격 대상 대중의 인식에 자신의 정보해석을 심어 넣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최초로 해석하는 것은 프로파간다의 닻을 대중의 인지 영역 속에 확고히 정박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는 현재 사건이나 에피소드를 인지적(認知的)으로 정의하는 초기 진술(陳述)에 의해 달성된다. 가짜 뉴스, 음모론의 최초 제기가 이에 해당한다.
‘선택적 인식’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을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미디어나 각종 매체, 학자, 유튜버,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은 현 상황에 대한 특정 의견이나 시각만을 대변하는 정보들을 선별적으로 대중에게 제공함으로써 대중의 선택적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속칭 ‘퍼 나르기’ 또는 ‘부풀리기(amplification)’에 해당한다.
‘이용가능한 휴리스틱’은 이용 가능한 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과대평가와 관련이 있다. 이 단계에서는 정통성과 권위를 갖춘 기관 또는 개인을 통해 정보의 ‘출처 세탁(source laundering)’을 수행한다. 저명하고 외견상 객관적으로 보이는 미디어 채널, 신문, 학술논문, 싱크탱크, 전문가, 정부기관, 대변인, 정치인, 국제기구, NGO들이 이전 단계에서 주장되고 부풀려진 내러티브에 권위와 신뢰를 부여한다. 대중은 이와 같은 저명한 메신저들이 의도하는 바대로 앞선 단계에서 형성된 왜곡된 인식을 강화시키면서 자신들이 완전한 진실 또는 팩트를 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적을 좀비화·비인간화 시켜라
‘밴드왜건 효과’는 집단사고(集團思考)와 관련이 있다. 집단사고는 사건과 상황에 대한 핵심 프로파간다의 시각을 반박하거나 부정하는 개인적 견해에 대한 여지를 허락하지 않는다. 대중을 동원하여 과대평가된 프로파간다에 올라타게 함으로써 견고한 집단사고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다시 ‘퍼 나르기’가 작동된다. 댓글이나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이를 위해 동원된다.
‘블라인드 스폿 편견’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말과 논박을 통해 실수나 오류(誤謬)를 보게 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는 영향력 공작의 이전 단계들에서 형성된 편향된 인식의 지속과 잔존(殘存) 효과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자신보다 열등한 수준(less than human)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대중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TV나 매체들에 의해 좀비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그들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의도에 따라 조작된 것이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적(敵)을 좀비화시키고 비인간화(非人間化)시킴으로써 내 편의 인원들로 하여금 내 편이 의도하는 내러티브에 상충(相衝)되거나 비판적인 정보에 눈을 감게 만듦으로써 영향력 공작의 효과가 최종적으로 공고히 완성된다.
러-中-北 연계 가능성
EEAS 1차 보고서는 중국의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와 다양한 소셜미디어 채널이 서로 연계되어 있는 것 또한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중국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 ‘국가-통제 채널’ 그리고 ‘국가-연계 채널’ 등과 다양한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틱톡, 유튜브, 미디어 매체, 댓글, 웹사이트 등이 연계되어 있다. 여기에 다시 북한이나 러시아의 미디어 매체와 다양한 온라인 채널이 연계될 수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온라인상의 내러티브 전달 플랫폼들의 연계망과 시계열 분석을 통해, 앞서 언급한 5단계의 공격수행 과정에 따라, 이들 다양한 채널이 서로 연계되어 각 단계에서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른바 해킹과 같은 사이버 기술공격과 선거 개입과 같은 사이버 영향력 공작이 융합되고 있는 현상이 관찰된다. 해킹을 통한 개인 이메일 탈취나 개인정보 수집은 이후 선거 개입과 스캔들 조장, 여론공작 등의 수단 또는 통로로 활용된다.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은 이 같은 해킹과 영향력 공작의 통합공격의 전형이었다.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의 민감 정보가 대중에게 알려지거나 가짜 뉴스 생산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러시아의 사이버 영향력 공작의 기술과 노하우가 중국으로 전파(傳播)된 정황도 있다. EEAS 1차 보고서에 따르면 일정 정도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공작 채널이 서로 연계되어 있다고 한다. 2017년경 무렵까지 러시아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진 수준에 머물렀던 중국의 선거 개입과 영향력 공작 수준이 최근 들어 정교해지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러시아의 뛰어난 선거 개입과 영향력 공작의 역량이 중국으로, 그리고 북한으로 전수될 개연성은 상당히 높다.
사드 사태 당시 中의 ‘겁주기’ 공작
중국의 선거 개입과 영향력 공작 수행 추진 체계는 매우 정교하고, 은밀하며, 조직적이다. 어쩌다 눈에 띄는 중국의 소행으로 보이는 댓글은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중국의 관영매체, 정부기관, 그리고 국가나 공산당의 최상위 전략지도부까지 연계되어 있다. 예를 들면,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정점(頂點)으로 인민해방군 총참모부가 위치하며, 그 산하에 사이버와 신호정보(SIGINT)를 담당하는 3부가 있다. 다시 그 예하에 이른바 61398부대로 알려진 2국이 위치한다. 이 부서는 중국의 해커와 애국적 핵티비스트(Hacktivist, 정치·사회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해킹하거나 목표물인 서버 컴퓨터를 무력화하고 이런 기술을 만드는 운동가들), 댓글부대 등을 은밀히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기간 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은 이 61398부대와 MOU를 맺고 각종 사이버 기술공격과 영향력 공작을 위한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에 의해 지휘 통제되는 중국 해커 그룹과 댓글부대인 우마오당(五毛黨) 등은 약 20여 개 그룹 2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인민해방군 산하에 61486부대가 있으며, 우주와 사이버 전쟁을 담당하는 전략지원군(SSF) 역시 사이버 작전에 관여한다. 인민해방군 이외에도 국가안전부(MSS) 산하에 기술정찰국이 사이버 공작에 관여하며,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부 역시 온라인을 통한 선거 개입과 영향력 공작의 핵심 기관 중 하나이다.
실제로 2017년 한국의 사드 배치 당시 홍커연맹, 중국매파연합, 톤토팀 등의 중국의 애국적 핵티비스트들이 롯데그룹과 한국의 주요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거센 ‘겁주기’ 형태의 영향력 공작 공격을 감행하였을 때, 인민해방군과 연계되었다는 주장이 해외 사이버 안보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필자가 작년에 수행한 연구에서 식별된 약 40여 개의 중국의 해커와 애국적 핵티비스트들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 인민해방군 또는 국가안전부와 연계되지 않은 집단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에 쫓기는 중국
중국의 과거의 행적, 러시아와의 연계, 중국의 전략적 목표와 필요성, 그리고 국내외 여러 전문가와 매체의 경고 등은 분명히 중국이 내년 한국 총선에 개입할 개연성을 말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동맹국들이 인식하는 것처럼 선거제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는 국가핵심기반시설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위협은 우리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발이다.
중국은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시간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편이다. 시진핑(習近平)이 허세를 부린다고 해서 객관적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2050년이 되면 중국의 인구는 2020년 현재 약 14억 명에서 약 13억 명으로 감소한다. 2100년이 되면, 중국의 인구는 약 7억7000만 명이 된다. 반면 미국의 인구는 2020년 현재 약 3억3000만 명에서 2050년에는 약 3억7000만 명, 그리고 2100년이 되면 약 4억 명이 된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수준, 1인당 GDP, 인구 증감의 속도, 인구 구조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2050년 이후가 되면 중국이 ‘인구 감소’의 벽에 부딪혀 미국의 국력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초강대국(超强大國)의 패권(覇權) 교체는 자동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인적자원은 초강대국을 떠받치는 가장 핵심적인 근간이다. 인구 규모, 특히 노동 가능 인구 규모의 안정적 증가 없이 초강대국이 될 수는 없다. 중국은 심각한 노동가능인구 감소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2050년이 되면 심각한 국가위기 상황으로 변할 것이다.
미국과 같은 열린사회와 달라 해외로부터의 이민이 중국의 위기를 치유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매력적인 목적지를 두고 중국으로 향하는 전 세계 이민자들이 몇이나 될까? 제3세계의 이민자와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미국 또는 유럽으로 향하는 뉴스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하지만 중국으로 향한다는 뉴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 국가의 매력도 역시 중요한 국력의 한 요소이다.
결국 중국이 강대한 힘을 유지하는 기간은 지금부터 2050년까지 약 25년간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 시기에 중국은 가능하다면 주변 국가들을 중화문명권의 일원으로 강제 합병하여 충분한 인적자원을 확보해야만 한다. 중국은 2050년이라는 시간에 쫓기고 있으며, 그 전에 주변국들의 노동가능인구를 중국경제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중국의 대만과 한국 등 주변국에 대한 선거 개입과 영향력 공작의 전략목표는 이 같은 중국의 다급함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2027년 중국의 타이완 침공 가능성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내년 한국 총선에 중국이 개입할 동기와 역량은 충분해 보인다. 중국은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친애하는 중국 친구들! 우리가 그대들을 지켜보고 있다.⊙
중국이나 북한이 내년 총선에 개입한다면, 그 개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중국이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을 대상으로 선거와 관련하여 특정 정당 및 후보에 대한 은밀한 자금 지원과 반대 정당 및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등 선거 개입, 댓글부대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여론조작 등을 해왔다는 의혹은 그동안 계속 제기되어왔다.
실제 중국이 해외 국가들을 대상으로 선거 개입을 한 사례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중국이 2020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였다는 것은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공식 확인한 바 있다. 2022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중국의 페이스북 등을 통한 선거 여론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바도 있다.
이 같은 사례들로 미루어볼 때 내년 한국 총선에 대한 중국의 개입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외국에 대한 선거 개입과 여론선동은 중국의 전유물은 아니다. 사실상 중국보다 앞서 이 같은 영향력 공작의 전략과 전술을 완성하고 이를 통해 실제 미국을 포함한 해외 국가들의 선거와 여론에 개입한 국가가 있다. 바로 러시아다.
러시아, 2016년 美 대선 개입
![]() |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던 제임스 코미 FBI국장을 경질한 다음 날인 2017년 5월 11일 백악관 앞에서는 트럼프를 ‘푸틴의 꼭두각시’라고 조롱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AP/뉴시스 |
2016년 미국 대선에는 APT 28과 APT 29로 알려진 해커그룹들이 러시아 정보기관인 FSB(연방보안국)와 GRU(러시아군 정보총국)의 은밀한 지원에 따라 동원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네덜란드 정보부는 해당 사건의 배후에 연방보안국이나 정보총국이 아니라 러시아의 또 다른 정보기관인 SVR(해외정보국)이 있다고 추정한다. 어쨌거나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것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는 해킹 툴과 봇네트(botnet·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으면서 위해를 입은 여러 컴퓨터의 집합. 사이버 범죄자가 트로이 목마, 또 이 밖의 악성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빼앗은 다수의 좀비 컴퓨터로 구성되는 네트워크), 그리고 트롤(troll·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특정인이나 그룹을 고의로 괴롭히거나 방해하는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이를 통해 힐러리 민주당 후보의 이미지를 공격,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킴으로써 미국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미국의 대선 결과에 영향을 주었다.
러시아 정부의 명령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코지베어(CozyBear·APT 29)팀과 펜시베어(FancyBear·APT 28)팀은 각각 DNC(민주당전국위원회·Domocratic National Committee) 네트워크와 힐러리의 이메일을 해킹하여 디씨리크스(DC Leaks)와 위키리크스(WikiLeaks) 등의 폭로 전문 웹사이트와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스》, 그리고 《워싱턴포스트》 등의 저명한 미디어 등을 통해 민주당 지도부가 버니 샌더스보다 힐러리 클린턴을 더 대통령 후보로 선호한다는 사실을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에 폭로함으로써 후보 선출의 정당성을 훼손시켰다. 또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임 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여 정부 문서를 처리했다는 사실도 폭로, 힐러리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스캔들은 미국 대선 결과에서 러시아가 선호했던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유사한 방식으로 2017년 프랑스 선거에도 개입하였다. 2017년 11월 테레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는 러시아의 유럽 국가들에 대한 선거 개입과 해킹에 대해 보복 공격을 경고했다. 이 같은 선거제도에 대한 공격은 사람들 사이에서 민주주의 절차와 제도, 과정 자체에 대한 회의와 불신을 확산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美, 선거제도 보호=국가안보
![]() |
해외악의적영향력센터(FMIC) 로고. |
미국의 국토안보부(Homeland Security)는 선거제도 자체를 전력(電力), 원자력, 수도, 정보통신망, 교통체계 등과 함께 국가의 핵심기반시설(critical infrastructure)의 하나로 지정하고 이의 보호를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날로 진화하는 해외 선거 개입 및 영향력 공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2년 9월 23일 CIA(중앙정보국), FBI(연방수사국), NSA(국가안보국) 등을 포함한 18개 정보기관으로 구성된 정보공동체의 최상위기관인 국가정보국(ODNI·Office of Directorate of National Intelligence) 산하에 ‘해외악의적영향력센터(FMIC·The Foreign Malign Influence Center)’를 신설하고 해외로부터의 선거 개입과 각종 영향력 공작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선거제도를 포함한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핵심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유럽연합(EU)도 미국처럼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시도하는 ‘해외정보조작 및 개입위협(FIMI·Foreign Information Manipulation and Interference Threats)’을 유럽 국가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그리고 선거제도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2023년 2월 EU 산하 EEAS(The European External Action Service)에서 해외정보조작 및 개입위협에 관한 1차 EEAS 보고서를 출간하였다. 이는 EEAS의 전략커뮤니케이션 분과에서 작성하였으며 러시아와 중국 등의 해외로부터의 선거 개입과 영향력 공작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분석보고서라는 의미가 있다. 해당 전략커뮤니케이션 분과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는 선거 개입과 여론조작을 포함한 해외로부터의 내러티브 공작과 허위조작정보에 효과적·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EEAS 1차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0월 1일과 12월 5일 사이에 탐지되고 분석된 100건의 FIMI 사례 가운데 러시아에 의한 것이 약 85% 정도, 그리고 중국에 의한 것이 약 15% 정도로 파악되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전략적 핵심 이해관계 지역인 유럽에서도 중국의 온라인을 통한 영향력 공작이 15% 정도나 탐지되었다는 것은 중국의 전략적 핵심 이해관계 지역인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의 선거 개입과 여론조작이 얼마나 거셀지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게 한다.
해외 영향력 공작 생태계
이 같은 해외 영향력 공작의 생태계는 러시아와 중국 모두 공통적으로 ①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Official Communication Channels) ②국가-통제 채널(State-Controlled Channels), 그리고 ③국가-연계 채널(State-Linked Channels)의 세 가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국가기관의 공식 웹사이트나 외교부나 대사관 등의 소셜미디어 계정 등과 같은 국가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공식 채널이다.
국가-통제 채널은 국가행위자와 직접 연계되어 있는 미디어 채널이다. 이는 러시아의 경우 RT(Russia Today), 스푸트니크 등과 같은 국가 기간(基幹) 미디어 매체이며, 중국의 경우 신화통신, 《환구시보(環球時報)》 《글로벌타임스》 등과 같은 정부나 집권당과 직접 연계된 미디어 매체이다.
국가-연계 채널은 국가행위자와 명확한 또는 공식적 연계는 없지만 다양한 국가기관(주로 정보기관이나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 등)의 은밀한 사주를 받아 운영되는 유튜브, 소셜미디어, 댓글, 인터넷 커뮤니티, 민간 방송 또는 온라인 매체들이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정보소통 플랫폼, 매체, 수단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점은 해킹과 멀웨어(Malware·‘Malicious Software’의 준말로 대상자의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정보를 변조, 유출하는 등 악의적인 작업을 하도록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공격과 같이 악성코드를 이용한 사이버 기술 공격과 마찬가지로 이 같은 사이버 영향력 공작도 TTP(Tactics, Technologies, and Procedures·전술, 기법, 그리고 과정)를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영향력 공작 교리와 사례 분석을 통해 이제까지 알려진 TTP의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같은 TTP가 알려주는 바는 이 같은 영향력 공작이 전략적 가이드에 따라 의도적으로 수행되고 분명한 공격목표와 공격대상이 있다는 점이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힘에 의한 타이완 해협의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말하자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사진=인터넷 캡처 |
‘버리기’는 비판에 대한 반발이나 혐의를 부인하거나 출처를 폄하하는 전술목표를 지향한다. ‘비틀기’는 프레임을 바꾸거나 내러티브를 왜곡, 변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흐트러뜨리기’는 다른 행위자나 내러티브로 주의를 돌리거나 책임을 전가(轉嫁)하는 것을 기도한다. ‘겁주기’는 상대를 위협하고 겁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갈라치기’는 커뮤니티와 그룹 내에서 하위 그룹 간 갈등을 만들고 분열을 넓히는 것을 추구한다.
예를 들면,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 의한 타이완 해협의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발언에 대해 중국은 ‘겁주기’를 목표로 영향력 공작을 수행했다. 이때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위협적 메시지를 냈다. 이에 연계하여,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공동사설을 통해 “한국 외교가 계속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그 결과는 한중 관계가 소원해지고 한국의 국격(國格)이 손상되는 것만이 아니다”라면서 “동북아 정세의 불균형과 붕괴를 자극해 한국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전형적인 ‘겁주기’에 해당한다.
‘코비드(COVID)-19의 중국 우한(武漢) 기원’에 대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응해 중국은 “코비드-19의 기원은 미군의 실험실이며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 미국은 전 세계에 막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 “2019년 우한에서 열린 세계 군인체육대회 미군 참가자가 코비드-19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등의 내러티브를 유포했는데, 이는 ‘비틀기’나 ‘흐트러뜨리기’의 사례들이다.
EEAS 1차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공격의 42%가 ‘흐트러뜨리기’를 목표로, 다음으로 35%가 ‘비틀기’를 목표로 공격의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실행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한다. 한편 중국의 경우에는 사례의 56%가 ‘흐트러뜨리기’를 전술목표로 공격이 실행되었다. 특히 중국이 유럽에 대한 공격에서 주로 채택한 내러티브는 “미국이 EU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하면서 서구를 폄하하는 동시에 중국이 신뢰할 만한 파트너이며, 세계의 리더라고 치켜세우는 것”이었다.
공격의 1단계는 ‘편견의 닻 내리기’
다음으로 공격 과정 역시 다음의 5단계로 나뉜다. ①편견의 닻 내리기(anchoring bias) ②선택적 인식(selective perception) ③이용가능한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④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⑤블라인드 스폿 편견(blind spot bias)이다.
‘편견의 닻 내리기’는 공격자가 공격 대상 대중의 인식에 자신의 정보해석을 심어 넣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최초로 해석하는 것은 프로파간다의 닻을 대중의 인지 영역 속에 확고히 정박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는 현재 사건이나 에피소드를 인지적(認知的)으로 정의하는 초기 진술(陳述)에 의해 달성된다. 가짜 뉴스, 음모론의 최초 제기가 이에 해당한다.
‘선택적 인식’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을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미디어나 각종 매체, 학자, 유튜버,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은 현 상황에 대한 특정 의견이나 시각만을 대변하는 정보들을 선별적으로 대중에게 제공함으로써 대중의 선택적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속칭 ‘퍼 나르기’ 또는 ‘부풀리기(amplification)’에 해당한다.
‘이용가능한 휴리스틱’은 이용 가능한 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과대평가와 관련이 있다. 이 단계에서는 정통성과 권위를 갖춘 기관 또는 개인을 통해 정보의 ‘출처 세탁(source laundering)’을 수행한다. 저명하고 외견상 객관적으로 보이는 미디어 채널, 신문, 학술논문, 싱크탱크, 전문가, 정부기관, 대변인, 정치인, 국제기구, NGO들이 이전 단계에서 주장되고 부풀려진 내러티브에 권위와 신뢰를 부여한다. 대중은 이와 같은 저명한 메신저들이 의도하는 바대로 앞선 단계에서 형성된 왜곡된 인식을 강화시키면서 자신들이 완전한 진실 또는 팩트를 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적을 좀비화·비인간화 시켜라
‘밴드왜건 효과’는 집단사고(集團思考)와 관련이 있다. 집단사고는 사건과 상황에 대한 핵심 프로파간다의 시각을 반박하거나 부정하는 개인적 견해에 대한 여지를 허락하지 않는다. 대중을 동원하여 과대평가된 프로파간다에 올라타게 함으로써 견고한 집단사고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다시 ‘퍼 나르기’가 작동된다. 댓글이나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이를 위해 동원된다.
‘블라인드 스폿 편견’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말과 논박을 통해 실수나 오류(誤謬)를 보게 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는 영향력 공작의 이전 단계들에서 형성된 편향된 인식의 지속과 잔존(殘存) 효과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자신보다 열등한 수준(less than human)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대중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TV나 매체들에 의해 좀비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그들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의도에 따라 조작된 것이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적(敵)을 좀비화시키고 비인간화(非人間化)시킴으로써 내 편의 인원들로 하여금 내 편이 의도하는 내러티브에 상충(相衝)되거나 비판적인 정보에 눈을 감게 만듦으로써 영향력 공작의 효과가 최종적으로 공고히 완성된다.
러-中-北 연계 가능성
EEAS 1차 보고서는 중국의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와 다양한 소셜미디어 채널이 서로 연계되어 있는 것 또한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중국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 ‘국가-통제 채널’ 그리고 ‘국가-연계 채널’ 등과 다양한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틱톡, 유튜브, 미디어 매체, 댓글, 웹사이트 등이 연계되어 있다. 여기에 다시 북한이나 러시아의 미디어 매체와 다양한 온라인 채널이 연계될 수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온라인상의 내러티브 전달 플랫폼들의 연계망과 시계열 분석을 통해, 앞서 언급한 5단계의 공격수행 과정에 따라, 이들 다양한 채널이 서로 연계되어 각 단계에서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른바 해킹과 같은 사이버 기술공격과 선거 개입과 같은 사이버 영향력 공작이 융합되고 있는 현상이 관찰된다. 해킹을 통한 개인 이메일 탈취나 개인정보 수집은 이후 선거 개입과 스캔들 조장, 여론공작 등의 수단 또는 통로로 활용된다.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은 이 같은 해킹과 영향력 공작의 통합공격의 전형이었다.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의 민감 정보가 대중에게 알려지거나 가짜 뉴스 생산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러시아의 사이버 영향력 공작의 기술과 노하우가 중국으로 전파(傳播)된 정황도 있다. EEAS 1차 보고서에 따르면 일정 정도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공작 채널이 서로 연계되어 있다고 한다. 2017년경 무렵까지 러시아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진 수준에 머물렀던 중국의 선거 개입과 영향력 공작 수준이 최근 들어 정교해지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러시아의 뛰어난 선거 개입과 영향력 공작의 역량이 중국으로, 그리고 북한으로 전수될 개연성은 상당히 높다.
사드 사태 당시 中의 ‘겁주기’ 공작
![]() |
2008년 4월 27일 2008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 당시 탈북시민단체가 중국을 비판하는 시위를 하자 국내 중국인 유학생들이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했다. 사진=조선DB |
이 외에도 인민해방군 산하에 61486부대가 있으며, 우주와 사이버 전쟁을 담당하는 전략지원군(SSF) 역시 사이버 작전에 관여한다. 인민해방군 이외에도 국가안전부(MSS) 산하에 기술정찰국이 사이버 공작에 관여하며,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부 역시 온라인을 통한 선거 개입과 영향력 공작의 핵심 기관 중 하나이다.
실제로 2017년 한국의 사드 배치 당시 홍커연맹, 중국매파연합, 톤토팀 등의 중국의 애국적 핵티비스트들이 롯데그룹과 한국의 주요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거센 ‘겁주기’ 형태의 영향력 공작 공격을 감행하였을 때, 인민해방군과 연계되었다는 주장이 해외 사이버 안보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필자가 작년에 수행한 연구에서 식별된 약 40여 개의 중국의 해커와 애국적 핵티비스트들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 인민해방군 또는 국가안전부와 연계되지 않은 집단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에 쫓기는 중국
중국의 과거의 행적, 러시아와의 연계, 중국의 전략적 목표와 필요성, 그리고 국내외 여러 전문가와 매체의 경고 등은 분명히 중국이 내년 한국 총선에 개입할 개연성을 말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동맹국들이 인식하는 것처럼 선거제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는 국가핵심기반시설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위협은 우리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발이다.
중국은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시간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편이다. 시진핑(習近平)이 허세를 부린다고 해서 객관적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2050년이 되면 중국의 인구는 2020년 현재 약 14억 명에서 약 13억 명으로 감소한다. 2100년이 되면, 중국의 인구는 약 7억7000만 명이 된다. 반면 미국의 인구는 2020년 현재 약 3억3000만 명에서 2050년에는 약 3억7000만 명, 그리고 2100년이 되면 약 4억 명이 된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수준, 1인당 GDP, 인구 증감의 속도, 인구 구조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2050년 이후가 되면 중국이 ‘인구 감소’의 벽에 부딪혀 미국의 국력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초강대국(超强大國)의 패권(覇權) 교체는 자동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인적자원은 초강대국을 떠받치는 가장 핵심적인 근간이다. 인구 규모, 특히 노동 가능 인구 규모의 안정적 증가 없이 초강대국이 될 수는 없다. 중국은 심각한 노동가능인구 감소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2050년이 되면 심각한 국가위기 상황으로 변할 것이다.
미국과 같은 열린사회와 달라 해외로부터의 이민이 중국의 위기를 치유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매력적인 목적지를 두고 중국으로 향하는 전 세계 이민자들이 몇이나 될까? 제3세계의 이민자와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미국 또는 유럽으로 향하는 뉴스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하지만 중국으로 향한다는 뉴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 국가의 매력도 역시 중요한 국력의 한 요소이다.
결국 중국이 강대한 힘을 유지하는 기간은 지금부터 2050년까지 약 25년간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 시기에 중국은 가능하다면 주변 국가들을 중화문명권의 일원으로 강제 합병하여 충분한 인적자원을 확보해야만 한다. 중국은 2050년이라는 시간에 쫓기고 있으며, 그 전에 주변국들의 노동가능인구를 중국경제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중국의 대만과 한국 등 주변국에 대한 선거 개입과 영향력 공작의 전략목표는 이 같은 중국의 다급함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2027년 중국의 타이완 침공 가능성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내년 한국 총선에 중국이 개입할 동기와 역량은 충분해 보인다. 중국은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친애하는 중국 친구들! 우리가 그대들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