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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외국 ‘의원님’들도 온갖 ‘특권’ 누릴까? ③ 독일

동료 의원과 숙소 공유 하며 경비 지출 줄여(한국계 이예원 연방의원)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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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인에게 연방의원은 특별한 존재 아냐… 獨 정치권 관계자들 “연방의원 혜택, 과하지 않고 적절”
⊙ 연방의회, 의원 체포동의안 공개 기명투표… 1990~2021년까지 127건 중 118건(92.9%) 가결
⊙ 2차 세계대전 이후 연방정치교육원 등 통해 민주주의 교육 강화
⊙ 시민 참여와 언론·민간단체의 감시가 독일 정치 발전 이끌어
⊙ 독일인이 부러워하는 연방의원 특권은 ‘국영 철도 무료 이용권’
독일 베를린에 있는 독일연방하원의회(Bundestag). 사진=뉴시스/AP
  미국의 정치가 대통령제·양당제(兩黨制)를 상징한다면 독일은 연정(聯政), 의원내각제, 다당제를 대표한다. 독일은 연방제 국가이자 양원제를 택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에 해당하는 독일 연방 하원의회(Bundestag·이하 연방의회)는 정치의 중심이다. 대통령은 간선 선출한다. 주의회 출신들로 구성된 연방상원이 연방의회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연방의회는 과반을 확보한 정당이 없으면 정당 간 연정으로 과반을 확보해 집권한다. 연방 하원의원(Abgeordnete·이하 연방의원, 임기 4년)을 뽑는 2021년 제20대 총선에는 총 8개 정당이 선출됐다.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사민당·SPD)이 최다 의석(전체 736석 중 206석 확보, 전체 28%)을 차지해 좌파 성향 녹색당(118석), 우파 성향 자민당(92석)과 연정을 맺었다.
 
 
  인세로 10억 신고한 좌파 정치인
 
하르트무트 코쉭(Hartmut Koschyk, 기사련) 연방 하원의원.
  2023년 3월 독일에선 좌파당(Die Linke) 소속으로 반(反)자본주의 성향인 자라 바켄크네히트(Sahra Wagenknecht)가 연방의회에 과도한 추가 수입을 신고해 논란이 됐다. 바켄크네히트는 2021~2022년 의정 활동에 따른 급여 이외에 추가 수입으로 79만2961유로(한화 약 11억1014만원, 환율 1400원 기준)를 신고했다. 독일 연방의원은 월 1000유로, 연 3000유로 이상의 부업(겸업) 수입은 신고해야 한다. 바켄크네히트의 주된 수입원은 출판물(《Die Selbstgerechten·독선》) 인세와 강연 등이었는데 인세가 72만 유로였다. 한화로 10억2600여만원이다.
 
  언론은 바켄크네히트가 연방의회 회의에는 출석하지 않고 방송 출연, 유료 강연 등에 나갔다고 비판했었다. 독일 국민은 물론 당내에서도 바켄크네히트를 문제 삼았다. ‘법을 어기진 않았지만 위선적’이라는 반응이었다. 논란이 되자 바켄크네히트는 다음 총선(2025년)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의 국회의원 출판기념회가 떠오른다. 탈법에 가까운 선거자금을 모으는 우회 통로이자 인지도가 낮은 이들이 이름을 알리는 장이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과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이 한창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정치후원금에 연간 한도(연 1억5000만원, 선거가 열리는 해는 3억원)가 생겼다. 정치자금 지출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출판기념회는 선거 90일 전까지만 금지할 뿐 모금액 제한이나 수입 공개 의무도 없고 비과세 대상이다.
 
  국회 보좌진들은 “출판기념회를 열면 1억은 기본으로 모인다” “봉투 하나에 10만~20만원씩 들어 있다” “유력 정치인은 3억~5억원, 인지도 낮은 초선 비례의원은 8000만~1억원이 모인다”고 말했다.
 
  연방의회 7선 의원(재임 1990~ 2017년)을 지낸 하르트무트 코쉭(Hartmut Koschyk) 전 연방의원. 기자가 코쉭 전 의원에게 한국의 출판기념회 문화를 소개하며 “합법적으로 책을 팔아 세금을 내고 신고까지 한 자라 바켄크네히트를 비판하는 독일 여론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니 그는 웃으면서 “독일에선 정치자금을 모으거나 출마를 위해 책을 펴내는 문화 자체가 없다”고 답했다.
 
 
  “급여와 직무경비만으로 충분”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6일까지 10박 12일 일정으로 베를린과 뮌헨 등지를 찾아 전·현직 연방의원과 정치권·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만났다. 이들은 한결같이 기자에게 “연방의원에게 지급되는 급여와 직무경비만으로 충분히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다. 많은 돈이 들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의원에게 제공되는 금전·현물 지원은 크게 ▲의원 보수(급여) ▲의정 활동을 위한 직무경비(수당·현물급부) ▲직원(보좌진) 고용비 ▲교통·출장비 ▲사무기기 구입비 ▲퇴직수당 ▲의원 연금(67세부터 지급) 등이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한화 약 6억6396만원이다(퇴직수당, 연금 제외). 공무상 해외출장을 다녀오면 지출 증빙을 해 실비로 환급받는다.
 
  연방의원 급여는 월 1만591.70유로다(한화 약 1482만원, 연 1억7794만원). 독일 기본법(우리의 헌법에 해당)은 연방의원이 독립성을 보장하는 적절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다. 연방의원의 급여는 연방대법원 판사와 같다. 보수는 명목 임금지수를 바탕으로 결정되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1년(1만12.89유로)에는 2020년(1만83.47유로)보다 급여가 70.58유로 줄기도 했다.
 
  매월 지급받는 직무경비(4725유로, 한화 월 약 661만5000원, 연 7938만원)는 의정 활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보상받기 위한 수당과 현물급부에 해당한다. 수당은 베를린(연방의회) 주거와 지역구(선거구) 사무실 유지비 등으로 쓴다. 독일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불출석할 경우 하루당 100~200유로를 직무경비에서 공제한다.
 

  현물급부에는 연방의회 소재지의 사무실(54㎡) 제공 및 유지, 국유철도·대중교통 무료 이용, 연방의회 업무차량 제공, 통신 시스템(전화, 인터넷, 우편 등) 지원 등이 포함된다.
 
  보좌진(직원) 고용을 위해서는 매달 최고 한도 2만3205유로(한화 월 약 3249만원, 연 3억8984만원)를 지원받는다. 임면권은 의원에게 있지만 급여는 연방의회 사무처가 지급한다.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고용한다. 규모는 의원실마다 4명부터 10명까지 다양하다.
 
  사무기기 구입비로는 매년 최고 1만2000유로(한화 약 1680만원)가 배정된다. 먼저 구매한 뒤 환급을 신청해야 한다.
 
  퇴직수당은 재직 기간에 따라 지급한다. 1년 재직할 때마다 급여 1개월분이 쌓이는데 최장 18개월분까지 받을 수 있다.
 
  의원연금은 만 67세부터 지급받는다. 연방의원 재직 기간에 비례하며 매년 2.5%p씩 인상된다. 27년간 의원으로 지냈다면 최고 비율인 67.5%를 적용받는다. 연방의원 급여가 월 1만 유로면 연금으로 최고 6750유로를 수령한다. 연방의원을 8년 하면 2000유로를 받는다. 평균 2~3차례 당선돼 활동하므로 최고 비율을 적용받는 이는 많지 않다.
 
 
  독일보다 세 배 넓은 한국 국회의원 사무실
 
이예원 연방 하원의원. 20대 총선 당시 선거운동을 할 때 모습이다. 이민가정 출신으로 이민 분야에 관심이 많다. 그는 12세이던 1999년, 온 가족이 한국으로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었다. 당시 아헨시 지역구 의원이었던 울라 슈미트(Ulla Schmidt, 사민당) 의원에게 편지를 써 도움을 청했고 슈미트 의원의 노력으로 독일에 남을 수 있었다. 사진=이예원 의원
  한국 국회의원이 국회 사무처에서 연간 지원받는 금액은 ▲급여(수당 1억5426만원, 월 평균 급여 1285만5280원) ▲직무경비(1억1279만원) ▲보좌진 급여(5억3865만원) 등을 모두 합쳐 약 8억570만원(현물급부 제외)이다. 한국 국회의원의 사무실(148.76㎡)이 독일(54㎡)보다 3배나 크다. 한국에는 의원 전용 주차장, 사우나·헬스장·출입문 등도 있다.
 
  독일은 한국보다 약 2.4배 경제 규모가 크고 물가도 비싸다. 2022년 기준 시간당 최저 임금은 한국 9160원, 독일 1만6800원(12유로)이었다. 국민 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GNI(국민총소득, 아틀라스 방식 기준)는 한국 3만5990달러(한화 약 4318만원, 환율 1200원 기준), 독일 5만3390달러(한화 약 6407만원)이다. 양국 의원의 급여와 직무경비는 독일이 연 2억5777만원, 한국이 2억6704만원이다. 경제 규모를 놓고 보면 한국 국회의원이 더 많은 급여를 받는 셈이다. 한국 국회의원이 매년 거둬들이는 후원금과 출판기념회 수익은 제외한 수치다.
 
  2021년 20대 연방 총선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독일 연방의원에 당선된 사회민주당 이예원(Ye-One Rhie·36) 의원. 독일 태생이지만 한국식 이름을 고집한다. 간호사인 한국인 어머니와 한국어 강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 의원은 17세에 사민당에 입당해 활동했고 2014년 아헨(Aachen)시 시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후 재선까지 했다.
 
  20대 총선 당시 지역구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아헨 1지역구에서 3등을 해 낙선했지만 비례대표 정당 명부에서 상위 순번을 배정받고는 당선됐다. 독일은 한국과 달리 지역구 출마자가 비례대표에도 출마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직원 고용 예산으로 보좌진 8명을 두고 있다. 베를린과 아헨(지역구)에서 각각 4명이 근무한다. 20대 총선 출마 당시 사민당에서 약 5만 유로(한화 7000만원)를 지원받았다. 사비는 많이 지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거운동을 할 때도 지지자나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식사나 음료를 대접할 뿐 큰돈은 쓰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급여 이외에 직무경비만으로 의정 활동을 하기에 충분한가요?
 
  “네. 거주지(베를린, 아헨) 숙소·사무실 유지 비용은 물론 그 외의 활동에도 충분합니다.”
 
 
 
돈 아끼려 동료 의원과 숙소 공유

 
  — 지역구에는 어떻게 가나요. 비서가 동행하나요?
 
  “혼자 기차를 타고 갑니다.”
 
  베를린에서 아헨까지는 기차로 5시간이 걸린다. 연방의원은 헌법에 따라 국유 철도를 무료로 이용한다. 독일 고속열차 ICE(우리의 KTX에 해당)의 일등석을 주로 탄다. 독일인들은 연방의원이 누리는 최고 특혜로 철도 무상 이용을 꼽기도 한다.
 
  — 베를린에서 동료 의원과 숙소를 공유한다고 들었습니다.
 
  “두 명의 다른 의원과 공동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베를린의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하루 종일 의정 활동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좋습니다. 베를린에서는 대중교통이나 의회 차량을 이용해 출근합니다. 의회까지 걸어서도 20분밖에 걸리지 않죠.”
 
  — 한국은 본회의장에서 다선 의원이 출입구와 가까운 쪽에 앉습니다. 독일은 어떻습니까.
 
  “본회의장에 의원 지정석은 없어요. 다만 주제에 따라 본회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연설을 맡은 사람은 앞자리에 앉죠.”
 
  — 연방의회에서 업무에 따른 차별이 아닌, 연방의원만 누릴 수 있는 신분에 기초한 특별한 시설이나 혜택이 있나요?
 
  “본회의 기간에 보안상, 업무상의 이유로 의원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은 있습니다만 의원에게만 제공되는 (차별화된) 추가 혜택, 시설은 없습니다.”
 
  — 해외 출장은 한 해에 얼마나 갑니까.
 
  “평균 1~2차례입니다. 공식 출장일 경우 비즈니스 항공권을 이용합니다. 출장비는 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의회를 대표하는 출장일 경우 독일 공항에서 간소화된 출입국 절차를 거칩니다.”
 
  — 지난해 기부금을 얼마나 받으셨습니까.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겸직도 하지 않아요. 독일에서는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다른 직업이 있다면 신고해야 합니다.”
 
  — 연방의회는 의원의 투표 결과를 공개합니다. 면책 특권 해제(체포동의안)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표결 내용이 알려지면 의원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국민에 의해 선출됐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듭니다. 국민은 자신이 선출한 의원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국민에게 기꺼이 평가받고 싶어 합니다.”
 
 
  “연방의원 특권 과도? 동의 안 해”
 
독일에선 현수막 대신 입간판에 붙은 연방의원의 포스터를 볼 수 있다. 왼쪽부터 기독교사회연합(CSU), 자유민주당(FDP), 녹색당, 좌파당 소속 정치인의 포스터.
  — 연방의원이 ‘과도한 특권’을 누린다고 생각하십니까.
 
  “‘과도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의원에게는 특권이 주어집니다만 이는 연방의원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특권에 따른 책임도 있기에 저는 의정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려고 노력합니다. 특권은 제 욕망이나 목표 실현을 위해서가 아닌, 선거구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주어진 것임을 잊지 않으려 하죠.”
 
  — 연방의원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나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보십니까.
 
  “지금 수준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현행 예산 사용 지침도 매우 엄격합니다. 연방의원에 대한 지원과 혜택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만약 줄어든다고 해도) 주어진 예산에 맞춰 의정 활동을 할 자신이 있습니다.”
 
  — 독일에서는 전문성과 열정, 당원의 선택만 있다면 누구나 연방의원이 될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쉬운 길은 아닙니다만 인내심과 열정, 전문성, 절대적인 의지가 있으면 됩니다. 선거를 치를 때는 경제적인 요인이 중요할 수 있는데 저처럼 정당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사련 소속 코쉭 전 연방의원은 독일 남부 지역인 바이에른주 바이로이트(Bayreuth)에서 내리 7선을 했다. 메르켈 집권기에는 재무부 차관을 지냈다. 젊은 정치인에게 기회를 주고자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했다.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CSU)과 자매 관계인 기사당은 바이에른주에서만 활동한다. 기민련은 바이에른주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연방의원이 된다”며 그는 “직업 정치인이 되기 전에는 군 간부로 지냈다”고 밝혔다. 코쉭 전 의원은 “현재 연방의원이 누리는 예산 지원이나 제도적 권한이 연방의원직 수행은 물론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의정 활동을 하며 무보수 명예직은 겸직했으나 보수를 받는 일은 하지 않았다. 개인기부금(후원금)도 받지 않았으며 연 평균 5만 유로를 정당후원금으로 모금했다고 했다. 사재를 쓰는 경우는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후원할 때였다고 한다.
 
 
  방탄 의회는 없어… 기명으로 체포동의안 표결
 
  독일에는 이른바 ‘방탄 국회’가 없다. 독일은 기본법 제46조 1항에서 면책특권을, 2~4항에서 불체포특권을 명시했다. 2항에 따라 연방의원은 연방의회의 동의가 있어야만 체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회기 중에만 불체포특권(헌법 제44조)을 인정하지만 독일은 의회기 전체에 걸쳐 적용한다. 체포동의안 표결도 한국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하지만, 독일은 기명투표를 실시하며 거수나 기립으로 의사를 표명한다.
 
  한국은 제헌국회부터 2023년 8월 30일까지 체포동의안 총 70건 중 17건(24%)만 가결됐다. 독일은 제12대 연방의회(1990~1993)부터 제19대 연방의회(2017~2021)까지 총 127건의 면책해제안(체포동의안)이 제출돼 118건(92.9%)이 가결됐다. 20대 연방의회에선 2023년 8월 30일까지 총 6건의 면책해제안이 제출돼 모두 가결됐다.
 
  우리나라는 공직선거법 제264조에 따라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의 선고를 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하지만 독일은 선거법에 당선무효 기준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 대신 형법에 ‘선거범죄로 인한 피선거권 박탈’ 규정이 있다. ▲선거방해 ▲선거조작 ▲선거인에 대한 강요 ▲선거인 매수 죄로 6개월 이상 징역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선거권을 박탈당한다.
 
  독일은 기본법(제48조 2항, 제38조 1항)과 연방의원법(제44a조 1항)에 따라 겸직을 할 수 있다. 이에 연방의원법은 겸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청탁과 금품수수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과 신고 의무를 두고 있다(제44a조 2항 이하). 독일에서는 연방의원의 겸직으로 인한 부수입이 부정부패로 향하는 문이자 의회 독립성을 약화하고 의정 활동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건이 이른바 ‘마스크 스캔들’이다. 기사련 소속 게오르크 뉘슬라인 연방의원이 마스크 정부 조달 로비 혐의로 탈당했다. 기민련 소속 니콜라스 뢰벨 연방의원은 중국산 마스크 구입 중개 혐의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겸직 권한을 바탕으로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한 셈이다.
 
 
  겸직이 꼭 부패로 이어지진 않아
 
안드레아스 폴크 베를린경제대(HWR Berlin) 교수. 로비와 부패와의 관계를 연구한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며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NGO인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TI). 1993년 설립돼 베를린에 본부가 있다. 로비·부정부패 분야 전문가이자 TI 자문위원인 안드레아스 폴크(Andreas Polk) 베를린경제대(HWR Berlin) 교수를 만났다. 우리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 카르텔 사무소(Bundeskartellamt)’에서도 일했다.
 
  — 연방의원의 로비 활동은 불법 아닙니까.
 
  “아닙니다. 합법입니다.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이죠. 다만 최근에 부패로 의심할 수 있는 몇몇 로비가 관찰됐었으나 불법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마스크 스캔들 이후 달라진 게 있습니까.
 
  “의정 활동과 관련한 강연으로 사례금을 수령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또 연방의원을 대상으로 한 개인기부금 모금도 금지했습니다.”
 
  — 개인기부금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반대는 없었습니까.
 
  “사민당, 녹색당 등 이른바 좌파 진영에서 반대했습니다. 자신들은 이른바 불법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 겸직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겸직 금지가 부패 예방에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005년부터 의원들은 겸직 활동과 소득을 신고해왔습니다. 전체 연방의원 중 3분의 1만 유급 겸직을 하고 있고, 전체 의원의 80%는 무보수로 겸직하고 있죠. 다만 겸직할 경우 겸직에 소요되는 시간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방의원은 이미 의회로부터 급여를 받고 있으니까요.”
 
  — 연방의원에 대한 예산 지원이나 특권이 과다하고 생각하십니까.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급여가 그리 많다고도 생각하지 않죠. 의원들은 대중의 시선 속에 책임감을 갖고 베를린과 지역구를 끊임없이 오가며 일하기 때문입니다.”
 
 
  “김영란법 상향 이유, 신기해”
 
기사련의 싱크탱크인 한스자이델재단 베를린 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알렉산더 울프 박사.
  폴크 교수는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때 연방의원이 누리는 특권은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방의원의 의정 활동이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개선돼왔다고 밝혔다. 그는 연방의회 차원에서 벌어진 선제적인 특권 내려놓기보다는 정치적 (부패) 스캔들이 벌어진 후 언론과 시민의 요구로 개혁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의회와 의원을 상대로 질의하고 정보공개를 요구하며 감시하고 견제하기 때문이다. 최근 ‘김영란법’ 한도 상향을 두고 우리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폴크 교수는 “한도를 상향한 이유가 참 신기하다”고 밝혔다.
 
  기사련의 싱크탱크인 한스자이델 재단 베를린 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알렉산더 울프 박사. 베를린에서 연방의회와 연방의원을 지켜보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독일 연방의회는 ‘일하는 국회(Arbeitsparlament)’입니다. 연방의원은 개인 여가가 거의 없고, 업무도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투입해야 하는 직업이죠. 베를린에서 일정을 마치면 지역구로 이동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시간을 보냅니다. 연방의원들이 과도한 특혜와 특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현재 지급되는 급여와 혜택은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재정적으로 독립성이 있어야 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예원 의원과 코쉭 전 의원 등 독일 정치권 관계자들은 연방의원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과 금전 지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대리인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시각이었다. 이 때문에 기자의 질문에 담긴 ‘과도한 혜택’ ‘특혜’ ‘특권’이라는 표현을 선뜻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기자는 특권이라는 관점이었지만 이들은 권한일 뿐 특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권한일 뿐 특권은 아니다”
 
  독일 연방의원과 연방의원 출마자를 위한 특권으로 볼 수 있는 내용도 있다. 독일의원법에 따르면, 연방의회 의원 입후보자는 선거일 전 2개월 이내에 선거를 준비할 수 있도록 최장 2개월의 휴가를 보장받는다. 또 입후보 과정에서 직장 내 불이익이 금지된다.
 
  기자는 베를린에서 박성조 베를린자유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독일 연방의회, 연방의원을 이해하려면 독일 정치 문화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며 “연방의원에게 주어지는 각종 금전적 혜택과 지원제도를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독일 정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정치는 사회적·경제적으로 성공한 이들의 마지막 무대가 아니다. 독일인에게 연방의원은 한국인이 바라보는 국회의원처럼 선망의 대상도 아니다. 바쁘고 일 많고 귀찮은 일(민원)을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연방의원이 누리는 각종 특혜도 직무에 따른 마땅한 보상이라고 여긴다. 독일에서는 판사나 군인, 공무원도 연방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 연방의원 임기를 마치고도 정년에 도달하지 않으면 이전 직업으로 돌아갈 수 있으며 연방의원 재임 기간도 근속 연수로 인정한다. 연방의원도 하나의 직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낮아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정당에 가입해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기에 정치인이 갖는 희소성이 없다. 오히려 독일에서는 대학교수나 예술가 등 창조적인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을 선망한다.
 
  독일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된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나치의 등장으로 나라가 분단되는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민주주의·다원주의·관용 등의 가치를 교육해야 전체주의를 막고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봤다. 독일의 정치 문화가 연정, 협치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연방정치교육원
 
  연방영역(공공영역)에선 독일연방정치교육원(1952년 설립), 민간영역에선 시민단체, 정치영역에선 정당·정당 싱크탱크 중심으로 정치 교육이 이뤄진다. 이는 자연스레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로 발전한다. 연방정치교육원은 설립 목적으로 ▲정치 문제에 대한 이해 증진 ▲민주적 인식 강화 ▲정치 참여 의지 강화 등을 밝히고 있다.
 
  한국 국회의사당 주변에 ‘여의도 2시 청년’이란 신조어가 있다. 오후 2시에 열리는 각 정당 행사에 참석해서 눈도장을 찍는 정치 지망생을 비꼬는 표현이다.
 
  독일도 정치에 관심을 둔 청년이 많단다. 또 고등학생이 되면 정당에 가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당 문호도 넓은 편이다. 사민당은 14세, 기민련·기사련·자민당은 16세면 받아준다. 독일 총리를 지낸 헬무트 콜은 16세(기민련),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19세(사민당)에 입당했다고 하니 일찌감치 정치 싹을 틔운 셈이다.
 
  독일 정치에서는 벼락 출세가 어렵다. 입당한 뒤 지역구의 정당 위원회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어 시의회, 주의회를 거쳐 연방의회로 진출한다. 선거 단위가 한 단계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유권자와 당원에게 검증을 받는다. 실력이 없으면 자연스레 도태된다. 실력과 열정, 당원과 유권자의 선택만 있으면 누구나 연방의원이 될 수 있다. 금전적인 문제는 정당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20대 연방의원 중 사민당의 초선 의원은 102명, 평균 연령은 41.5세, 40세 이하 비율은 58%, 평균 당적 보유 기간은 16.2년, 선출직 경험은 96%이다.
 
  메르켈 정부에서 재무차관을 지낸 코쉭 전 의원에게 ‘메르켈 전 총리와 친분이 있으면 연방 총선에서 공천받는 데 유리한가’ 물었다. 그러나 그는 이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독일의 출마자 공천은 당원이, 당선은 지역 유권자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정당 싱크탱크(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등)의 역할도 독일 정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싱크탱크는 정당에 종속되지 않는다. 정당과 연계된 활동을 하지만 독립성이 보장된다. 정당을 위한 선거운동도 금지된다. 정부보조금도 정당이 받는 것보다 4배가량 더 받는다. 독일 정당 싱크탱크의 주 업무는 독일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민주주의 교육이지만 활동 범위가 정치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소명으로서의 정치
 
  기자는 독일에 머무르며 이 나라의 다당제 문화가 의원 특권 내려놓기, 탈권위에 영향을 주진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독일 현지 의견은 나뉜다. ‘정치인이 누리는 특권과 정당 체계는 큰 관계가 없다’는 의견, ‘더 많은 경쟁을 해야 하는 다당제가 솔선수범하는 정치인을 만든다’는 의견이다.
 
  독일 철학자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책임을 강조했다. ‘스스로 정치적 포부나 신념에 입각해서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고 그 신념의 구현을 위해 투쟁하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독일에선 아무나 정치를 할 수 있기에 정치인이 특별할 것도 부러울 것도 없다. 특별한 권리도 없지만 그럼에도 독일인들은 연방의원의 철도 무상 이용을 부러워한다. 달리 생각하면 철도 무상이야말로 바로 독일 연방의회가 자랑하는 ‘책임정치’의 상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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