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민족 같은 건 없다”(베짤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
⊙ 하마스, 가자 주민의 이스라엘 내 노동 허가 요구하는 등 이스라엘의 주의 돌려 오판 유도
⊙ 反이슬람원리주의 성향의 이집트·요르단, 내전 중인 시리아, 실패국가 레바논 등은 이번 사태에 냉담
成日光
1972년생. 경상국립대 낙농학과 졸업, 이스라엘 히브리대 중동학 석사, 텔아비브대 중동학 박사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중동이슬람센터 연구위원, 한국이스라엘학회 회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 저서 《식탁에서 만나는 유로메나》(공저)
⊙ 하마스, 가자 주민의 이스라엘 내 노동 허가 요구하는 등 이스라엘의 주의 돌려 오판 유도
⊙ 反이슬람원리주의 성향의 이집트·요르단, 내전 중인 시리아, 실패국가 레바논 등은 이번 사태에 냉담
成日光
1972년생. 경상국립대 낙농학과 졸업, 이스라엘 히브리대 중동학 석사, 텔아비브대 중동학 박사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중동이슬람센터 연구위원, 한국이스라엘학회 회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 저서 《식탁에서 만나는 유로메나》(공저)
-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인 2023년 10월 7일 가자 지구 인근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파괴된 이스라엘 탱크 위에 올라 승리를 축하했다. 사진=AP/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다시 불타오른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武裝政派) 하마스의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선제(先制) 공격에 골리앗 이스라엘이 쓰러졌다. 소년 다윗 하마스가 거대한 골리앗의 약점을 공격해 이뤄낸 성과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군사력을 가진 골리앗은 자만심에 빠져 다윗의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비하지 못했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기존의 정규전과 비정규전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테러행위, 범죄행위, 그리고 사이버 공격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형태의 작전들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특징을 갖는다.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2차 레바논 전쟁을 계기로 등장하여 최근의 전쟁과 미래 전쟁을 이해하는 개념 틀로 자리 잡았다. 하마스는 행글라이더와 패러글라이더, 드론까지 이용하는 육해공 동시다발 침투 작전으로 이스라엘의 방어망을 뚫었다. 원격감시 조기(早期) 경보 체제를 갖춘 1조5000억원짜리 ‘스마트 철책’은 하마스의 폭탄과 불도저에 무너졌고 감시탑은 드론이 투하한 폭탄에 망가졌다. 오토바이와 SUV 차를 탄 하마스 대원들은 이스라엘 마을을 별 저항 없이 유유히 침투했다.
이스라엘 정보부 역시 하마스의 침공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 대내 정보부(신베트 혹은 샤바크)는 하마스의 이상한 동향을 보고했지만 군(軍)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도면밀한 하마스의 작전계획과 군사적 우위만 믿은 이스라엘의 자만심이 겹치면서 이스라엘은 치명타를 입었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13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속출한 전례 없는 역대급 재난에 망연자실한 상태다. 이스라엘 국민은 현재 이스라엘판 9·11테러를 당하거나 ‘진주만’ 공격을 받은 듯 엄청난 충격에 빠져 있다. 일각에선 홀로코스트 이후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수의 유대인이 학살당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며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
하마스=이슬람 저항운동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수많은 가자 주민만 고통받을 것을 알면서도 하마스는 왜 무장투쟁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이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이 저항하는 이유이듯 하마스 역시 저항하는 것이다. 하마스는 이미 2006년부터 2008~2009년, 2012년, 2014년 이스라엘과 대규모 전쟁을 벌였다.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2008~2009년 1000여 명, 2014년 2000여 명 규모였다.
하마스의 아랍어 단어 뜻은 ‘이슬람 저항운동’이다. 하마스 무장저항의 좀 더 근원적인 이유는 하마스의 존재 이유가 바로 저항(아랍어로 무카와마)이기 때문이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두 조직 모두 ‘무카와마’ 독트린을 추구하는 데 지속적인 무장저항과 끊임없는 전투를 추구하며 적이 우세하면 이번 하마스의 작전 ‘알아크사 홍수’처럼 테러와 납치 등을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을 구사한다. 따라서 하마스의 대(對)이스라엘 항전은 이번이 끝이 아니라 무한 반복될 것이다.
하마스의 민간인 살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 하마스는 1987년 창설된 이후 이미 수많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해왔다. 하마스는 1993년 이스라엘과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합의한 ‘오슬로 협정’ 이행을 방해하기 위해 수십 차례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해 유대인을 살해한 바 있다. 평화협정 이행은 하마스가 주장하는 무장투쟁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울 수 있다는 PLO의 승리로 귀결되는 만큼 하마스는 사활(死活)을 걸고 방해한 것이다.
사우디와 이란의 헤게모니 경쟁
그렇다면 왜 하마스는 이 시점에서 전쟁을 개시했을까? 하마스에 불리해진 역내(域內) 정세를 뒤흔들고 존재감을 과시해야 할 필요성과 이스라엘의 강경한 대팔레스타인 정책 두 가지 배경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가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냉랭했던 아랍 국가들이 조금씩 관계 개선에 나서기 시작했다. 튀르키예(터키)는 사우디뿐만 아니라 이집트와도 관계 개선에 나섰다. 카타르는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두 국가와 관계를 정상화했다.
가장 놀라운 화해는 2020년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과 관계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는 역내 이란의 입지를 어렵게 한다. 만약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다면 다른 아랍 국가도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어 이란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내 헤게모니를 둘러싼 이란,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치열한 각축전(角逐戰)을 벌이는 가운데 이란이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한 카드로 하마스를 이용했을 수 있다. 결국 사우디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후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하마스로선 경쟁 정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사우디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마스는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전쟁을 통해서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많은 한국인도 이제 하마스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이스라엘 극우파들의 득세
이스라엘 우파 정부의 대팔레스타인 차별 정책도 하마스의 군사적 도발을 자극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는 극우(極右) 정치인이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우파 정권이다. 베짤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팔레스타인 민족 같은 건 없다”와 정착촌 확장을 촉구하는 발언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를 샀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성전산(聖殿山)에서 유대인의 기도를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해 전 세계 무슬림의 분노를 샀다. 게다가 요르단강 서안 도시 제닌과 나블루스 자생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을 와해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이들과 시가전(市街戰)을 벌였고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자가 속출했다. 후와라라는 팔레스타인 마을의 테러리스트가 유대인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유대인들이 이 마을의 승용차와 주택에 불을 질렀지만 이스라엘 경찰은 막지 못했다. 일련의 사건들은 이스라엘 우파 정권의 대팔레스타인 강경 정책의 일환이며 팔레스타인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역내 반(反)이스라엘 세력의 고립과 이스라엘 극우파의 득세가 하마스 기습공격의 도화선(導火線)이 된 것이다.
이스라엘의 보복 군사 작전의 목표는 가자지구 내 하마스 시설과 무기 파괴는 물론 하마스 대원 격멸에 있다. 지상군 투입 없이 성취하기 어려운 작전이다. 하마스는 이미 지상군 투입을 상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천명한 만큼 이스라엘은 참전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지상군 투입은 몇 가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2008~2009년과 2014년 지상전에서 많은 병력이 사망했으며 명확한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 하마스가 파놓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더 큰 위험은 지상군 투입으로 인한 병력 집중이 레바논 헤즈볼라의 참전을 불러올 수 있다.
이스라엘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상군 투입의 목표는 두 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단순히 하마스의 군사력을 무력화(無力化)하는 것이 목표라면 최단시간 내에 군사시설과 지하 병참(兵站)기지를 파괴하고 철수하면 된다. 반면 하마스 정권 붕괴는 가자지구를 일정 기간 점령해야 가능한 것인 만큼 작전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것은 아랍권과 국제사회의 비난이 예상되고 230만 명의 가자 주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
“레바논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
이번 사태에 대한 주변 아랍국의 반응은 냉담하다. 어쩌면 당연하다. 하마스와 같은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는 이집트를 포함한 많은 국가의 안전을 불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1979년 이스라엘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요르단은 1994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집트와 요르단 두 국가 모두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어 외부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두 나라 정권 모두 이슬람주의 단체를 정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만큼 하마스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
시리아는 아직 내전에서 회복되지 못했으며 현재 드루즈(이슬람교에서 파생된 소수 종교-편집자 주)의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레바논은 전형적인 실패한 국가로 정치와 경제 문제로 하루하루 위기를 넘기는 중이다.
1982년 이란이 레바논에 창설한 무장정파 헤즈볼라만 호시탐탐 이스라엘 북쪽을 노리고 있다.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의 빌미를 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폐허가 된 베이루트 시민들의 원성(怨聲)을 들어야 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여러 차례 “헤즈볼라가 전쟁을 개시하면 레바논을 석기(石器)시대로 되돌려놓겠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두 개의 전선(戰線)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르는 모의 훈련을 해왔다. 헤즈볼라의 참전 여부는 최근 레바논을 방문해 하산 나슬랄라 사무총장을 만난 호세인 아미르압둘라이한 이란 외무장관이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전을 원한다면 최적(最適)의 상황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는 혹시 모를 헤즈볼라의 참전에 대비해 자신들이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란과 헤즈볼라에 전달했다. 미국의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航母戰團)을 동지중해에 배치했다. 또한 미국은 F-35, F-15, F-16, A-10 등 역내 전투기 편대를 증강하기로 했고, 탄약과 군사 장비 등은 이스라엘에 인도하기로 했다.
하마스의 양동작전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의 허를 찌른 하마스의 완벽한 승리다. 하마스는 1~2년간 작전을 준비했으며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9월 중순부터 가자 주민들은 철책 시위를 벌이며 경제제재를 완화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올해 내내 요르단강 서안(西岸)의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대원들이 이스라엘 군인들과 무력충돌을 벌여 군과 안보기관의 관심을 서안지구로 쏠리도록 했다. 지난 5월 ‘이슬람 지하드’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할 때 하마스는 참전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탄약을 아끼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마스는 또 가자지구 주민의 경제를 돕기 위해 카타르의 자금지원과 가자 주민의 이스라엘 내 노동허가를 이스라엘에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기꺼이 경제적 유인책을 모두 허가했다. 철저히 계산된 하마스의 연기는 마치 경제 재건에 관심을 가질 뿐 무장투쟁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이스라엘 당국도 그렇게 믿었다. 결국 하마스의 속임수가 절묘하게 통한 것이고 이스라엘은 엄청난 대가를 치른 것이다.
민간인을 무참히 살해한 하마스는 자신들이 원하는 복수를 했을지 모르지만 국제사회는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만행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신뢰에 금이 가면서 하마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제 총기로 여성과 유아를 살해하는 하마스의 잔혹한 민낯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반면 이스라엘군에 대한 심리적 장벽과 두려움을 가졌던 하마스 대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깔끔히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헤즈볼라 같은 역내 다른 무장조직은 하마스의 성공으로 용기를 얻을 것이다.
이스라엘, 정치적 후폭풍 심각할 것
‘스타트업 네이션’, 하이테크 국가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최강 정보당국이 하마스가 1~2년간 기습공격을 준비하는 동안 징후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전쟁이 끝나면 하마스의 공격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놓고 심각한 정치적 후폭풍이 불 것이며 이스라엘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은 북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먼저 우리의 대비 태세를 다시 한 번 재점검하고 혹 자만하고 있지 않은지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이번 전쟁은 적에게 허점을 보이는 순간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만이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길임을 다시 한 번 깨우치게 한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군사력을 가진 골리앗은 자만심에 빠져 다윗의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비하지 못했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기존의 정규전과 비정규전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테러행위, 범죄행위, 그리고 사이버 공격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형태의 작전들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특징을 갖는다.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2차 레바논 전쟁을 계기로 등장하여 최근의 전쟁과 미래 전쟁을 이해하는 개념 틀로 자리 잡았다. 하마스는 행글라이더와 패러글라이더, 드론까지 이용하는 육해공 동시다발 침투 작전으로 이스라엘의 방어망을 뚫었다. 원격감시 조기(早期) 경보 체제를 갖춘 1조5000억원짜리 ‘스마트 철책’은 하마스의 폭탄과 불도저에 무너졌고 감시탑은 드론이 투하한 폭탄에 망가졌다. 오토바이와 SUV 차를 탄 하마스 대원들은 이스라엘 마을을 별 저항 없이 유유히 침투했다.
이스라엘 정보부 역시 하마스의 침공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 대내 정보부(신베트 혹은 샤바크)는 하마스의 이상한 동향을 보고했지만 군(軍)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도면밀한 하마스의 작전계획과 군사적 우위만 믿은 이스라엘의 자만심이 겹치면서 이스라엘은 치명타를 입었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13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속출한 전례 없는 역대급 재난에 망연자실한 상태다. 이스라엘 국민은 현재 이스라엘판 9·11테러를 당하거나 ‘진주만’ 공격을 받은 듯 엄청난 충격에 빠져 있다. 일각에선 홀로코스트 이후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수의 유대인이 학살당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며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
하마스=이슬람 저항운동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수많은 가자 주민만 고통받을 것을 알면서도 하마스는 왜 무장투쟁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이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이 저항하는 이유이듯 하마스 역시 저항하는 것이다. 하마스는 이미 2006년부터 2008~2009년, 2012년, 2014년 이스라엘과 대규모 전쟁을 벌였다.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2008~2009년 1000여 명, 2014년 2000여 명 규모였다.
하마스의 아랍어 단어 뜻은 ‘이슬람 저항운동’이다. 하마스 무장저항의 좀 더 근원적인 이유는 하마스의 존재 이유가 바로 저항(아랍어로 무카와마)이기 때문이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두 조직 모두 ‘무카와마’ 독트린을 추구하는 데 지속적인 무장저항과 끊임없는 전투를 추구하며 적이 우세하면 이번 하마스의 작전 ‘알아크사 홍수’처럼 테러와 납치 등을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을 구사한다. 따라서 하마스의 대(對)이스라엘 항전은 이번이 끝이 아니라 무한 반복될 것이다.
하마스의 민간인 살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 하마스는 1987년 창설된 이후 이미 수많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해왔다. 하마스는 1993년 이스라엘과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합의한 ‘오슬로 협정’ 이행을 방해하기 위해 수십 차례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해 유대인을 살해한 바 있다. 평화협정 이행은 하마스가 주장하는 무장투쟁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울 수 있다는 PLO의 승리로 귀결되는 만큼 하마스는 사활(死活)을 걸고 방해한 것이다.
사우디와 이란의 헤게모니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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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는 2021년 7월 1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이 행사에는 이삭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왼쪽)이 참석했다. 사진 오른쪽은 모하메드 알 카자 UAE 대사. 사진=AP/뉴시스 |
최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가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냉랭했던 아랍 국가들이 조금씩 관계 개선에 나서기 시작했다. 튀르키예(터키)는 사우디뿐만 아니라 이집트와도 관계 개선에 나섰다. 카타르는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두 국가와 관계를 정상화했다.
가장 놀라운 화해는 2020년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과 관계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는 역내 이란의 입지를 어렵게 한다. 만약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다면 다른 아랍 국가도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어 이란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내 헤게모니를 둘러싼 이란,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치열한 각축전(角逐戰)을 벌이는 가운데 이란이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한 카드로 하마스를 이용했을 수 있다. 결국 사우디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후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하마스로선 경쟁 정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사우디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마스는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전쟁을 통해서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많은 한국인도 이제 하마스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이스라엘 극우파들의 득세
이스라엘 우파 정부의 대팔레스타인 차별 정책도 하마스의 군사적 도발을 자극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는 극우(極右) 정치인이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우파 정권이다. 베짤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팔레스타인 민족 같은 건 없다”와 정착촌 확장을 촉구하는 발언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를 샀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성전산(聖殿山)에서 유대인의 기도를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해 전 세계 무슬림의 분노를 샀다. 게다가 요르단강 서안 도시 제닌과 나블루스 자생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을 와해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이들과 시가전(市街戰)을 벌였고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자가 속출했다. 후와라라는 팔레스타인 마을의 테러리스트가 유대인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유대인들이 이 마을의 승용차와 주택에 불을 질렀지만 이스라엘 경찰은 막지 못했다. 일련의 사건들은 이스라엘 우파 정권의 대팔레스타인 강경 정책의 일환이며 팔레스타인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역내 반(反)이스라엘 세력의 고립과 이스라엘 극우파의 득세가 하마스 기습공격의 도화선(導火線)이 된 것이다.
이스라엘의 보복 군사 작전의 목표는 가자지구 내 하마스 시설과 무기 파괴는 물론 하마스 대원 격멸에 있다. 지상군 투입 없이 성취하기 어려운 작전이다. 하마스는 이미 지상군 투입을 상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천명한 만큼 이스라엘은 참전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지상군 투입은 몇 가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2008~2009년과 2014년 지상전에서 많은 병력이 사망했으며 명확한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 하마스가 파놓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더 큰 위험은 지상군 투입으로 인한 병력 집중이 레바논 헤즈볼라의 참전을 불러올 수 있다.
이스라엘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상군 투입의 목표는 두 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단순히 하마스의 군사력을 무력화(無力化)하는 것이 목표라면 최단시간 내에 군사시설과 지하 병참(兵站)기지를 파괴하고 철수하면 된다. 반면 하마스 정권 붕괴는 가자지구를 일정 기간 점령해야 가능한 것인 만큼 작전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것은 아랍권과 국제사회의 비난이 예상되고 230만 명의 가자 주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번 사태에 대한 주변 아랍국의 반응은 냉담하다. 어쩌면 당연하다. 하마스와 같은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는 이집트를 포함한 많은 국가의 안전을 불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1979년 이스라엘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요르단은 1994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집트와 요르단 두 국가 모두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어 외부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두 나라 정권 모두 이슬람주의 단체를 정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만큼 하마스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
시리아는 아직 내전에서 회복되지 못했으며 현재 드루즈(이슬람교에서 파생된 소수 종교-편집자 주)의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레바논은 전형적인 실패한 국가로 정치와 경제 문제로 하루하루 위기를 넘기는 중이다.
1982년 이란이 레바논에 창설한 무장정파 헤즈볼라만 호시탐탐 이스라엘 북쪽을 노리고 있다.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의 빌미를 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폐허가 된 베이루트 시민들의 원성(怨聲)을 들어야 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여러 차례 “헤즈볼라가 전쟁을 개시하면 레바논을 석기(石器)시대로 되돌려놓겠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두 개의 전선(戰線)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르는 모의 훈련을 해왔다. 헤즈볼라의 참전 여부는 최근 레바논을 방문해 하산 나슬랄라 사무총장을 만난 호세인 아미르압둘라이한 이란 외무장관이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전을 원한다면 최적(最適)의 상황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는 혹시 모를 헤즈볼라의 참전에 대비해 자신들이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란과 헤즈볼라에 전달했다. 미국의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航母戰團)을 동지중해에 배치했다. 또한 미국은 F-35, F-15, F-16, A-10 등 역내 전투기 편대를 증강하기로 했고, 탄약과 군사 장비 등은 이스라엘에 인도하기로 했다.
하마스의 양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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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흐느끼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9월 중순부터 가자 주민들은 철책 시위를 벌이며 경제제재를 완화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올해 내내 요르단강 서안(西岸)의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대원들이 이스라엘 군인들과 무력충돌을 벌여 군과 안보기관의 관심을 서안지구로 쏠리도록 했다. 지난 5월 ‘이슬람 지하드’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할 때 하마스는 참전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탄약을 아끼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마스는 또 가자지구 주민의 경제를 돕기 위해 카타르의 자금지원과 가자 주민의 이스라엘 내 노동허가를 이스라엘에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기꺼이 경제적 유인책을 모두 허가했다. 철저히 계산된 하마스의 연기는 마치 경제 재건에 관심을 가질 뿐 무장투쟁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이스라엘 당국도 그렇게 믿었다. 결국 하마스의 속임수가 절묘하게 통한 것이고 이스라엘은 엄청난 대가를 치른 것이다.
민간인을 무참히 살해한 하마스는 자신들이 원하는 복수를 했을지 모르지만 국제사회는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만행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신뢰에 금이 가면서 하마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제 총기로 여성과 유아를 살해하는 하마스의 잔혹한 민낯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반면 이스라엘군에 대한 심리적 장벽과 두려움을 가졌던 하마스 대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깔끔히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헤즈볼라 같은 역내 다른 무장조직은 하마스의 성공으로 용기를 얻을 것이다.
이스라엘, 정치적 후폭풍 심각할 것
‘스타트업 네이션’, 하이테크 국가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최강 정보당국이 하마스가 1~2년간 기습공격을 준비하는 동안 징후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전쟁이 끝나면 하마스의 공격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놓고 심각한 정치적 후폭풍이 불 것이며 이스라엘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은 북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먼저 우리의 대비 태세를 다시 한 번 재점검하고 혹 자만하고 있지 않은지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이번 전쟁은 적에게 허점을 보이는 순간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만이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길임을 다시 한 번 깨우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