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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기로에 선 중국 경제

미중 갈등 속 한국 경제의 나아갈 길

인터뷰 |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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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강국인 한국, 그 어느 때보다 협상력 높아”

⊙ “美日, 중국과 소통 노력… 우리만 美中 완전 대립구도 전제한 정책 수립할 필요 없어”
⊙ “美 전문가들, ‘중국 경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시진핑’”
⊙ “중국, 데이터에 대한 접근 제한, 공산당의 기업통제 강화, 반간첩법 등 시장의 신뢰에 반하는 정책 펴”
⊙ “중국의 원자재 수출 제한, 극단적인 조처 어렵고, 우리 기업이 겁먹을 정도는 아니다”

延元鎬
한영외고·연세대 동양사학과·영문학과 졸업, 美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스토니브룩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통상팀 부연구위원 역임. 現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 경제안보팀장,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외교부 경제안보외교 정책자문위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심화할 조짐이다.
 
  8월 말, 중국 화웨이가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 60프로’에는 자체 개발한 7나노(nm·10억분의 1m)급 반도체가 장착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마이크 갤러거 미(美) 하원 미중(美中)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9월 6일(현지시각) “중국 통신 기업 화웨이와 반도체 기업 SMIC에 대한 모든 미국산(産) 반도체 기술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공무원들에게 애플 아이폰을 비롯해 해외 브랜드 기기를 업무에 사용하지 말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지난 9월 5일 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있는 세종시에서 연원호(延元鎬) 박사를 만났다. 중국통(通)인 연 박사는 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 경제안보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22년 4월에 윤석열(尹錫悅) 당시 당선인의 외교 안보 핵심인 한미정책협의단 자격으로 박진(朴振) 외교부 장관(당시 국민의힘 의원), 조태용(趙泰龍)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당시 국민의힘 의원), 정재호(鄭在浩) 주중(週中) 대사(당시 서울대 교수) 등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 그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미중 갈등, 공급망 조정 등입니다.
 
  “경제 안보를 두고 각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경제 안보는 외부의 경제적 공세나 위험으로부터 국가의 생존을 지키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생존과 밀접한 에너지·식량 안보 등 공급망 강화 문제, 미래의 생존과 연관된 첨단 기술·전략산업 육성 문제를 망라합니다. 또 기술·상품·자금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하는 디지털 영역이 경제 안보의 핵심 세 분야입니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미국이 경계심 높여”
 
2022년 9월 20일, ‘한미 경제안보동맹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열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쟁점과 대응’ 세미나.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연원호 팀장. 사진=조선DB
  ― 국방 안보 얘기는 늘 있었지만, 최근에는 경제 안보 이슈에 더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와 안보를 결합시켜 전략 경쟁에 나서면서, 미·중 패권 경쟁의 콘텍스트(상황)에서 경제 안보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 경제 안보에서 우위를 점하는 국가가 세계의 패권(覇權)을 쥐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경제 안보의 세 분야 중 첨단 기술 분야에서 우위에 서는 것은 패권과 깊이 관련돼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첨단 기술들은 AI·반도체·양자통신·우주항공 등 아닙니까. 이들 기술의 특징은 민군(民軍) 겸용입니다. 이 기술에서 앞서나간다면 경제·군사 모든 측면에서 세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미국이 경계심을 높였고 자연스럽게 미중 전략 경쟁의 시대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트럼프 정부 때부터 갈등 고조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8월 19일(현지시각), 미 애리조나주 유마의 국제공항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며 “지금은 중국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 미중 갈등이 시작된 것은 트럼프 정부 때부터 아닙니까.
 
  “맞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초기에 미국의 정책은 대(對)중국 적자를 줄이기 위한 추가 관세 보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듬해인 2018년 3월에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중국이 발전했다고 미국이 무작정 견제한 겁니까.
 
  “미국은 중국이 이렇게 빠르게 경제를 성장시키고 기술을 추격할 수 있었던 이유가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중 간 관세 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의 배경이 된 보고서 〈USTR의 301조 특별조사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중국이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차별적으로 기술을 인허가하고,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해외 자산을 취득한다, 또 기술과 영업비밀 탈취를 위해 불법적 해킹을 자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 그래서 중국을 막아야 한다는 거군요.
 
  “네. 미국은 중국이 이런 불공정한 선진기술 추격 전략을 통해 중국의 혁신 생산성을 크게 올린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연원호 박사가 말한 바로는 중국은 이미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 2017년 이후 미국의 경제 규모를 앞지르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세계 각국의 제1 교역 파트너는 미국이었지만, 2020년을 기준으로 북미를 제외하고 거의 대다수 국가의 제1 교역 파트너는 중국이었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경제 안보적 관점에서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9년 국방수권법(NDAA)을 준비하면서부터다. 2018년에 작성된 국방수권법에는 대중국 견제와 관련된 두 가지 핵심 수단인 ‘수출통제개혁법(ECRA)’과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MA)’이 포함되었다. 트럼프의 참모들은 잇따라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식의 의견을 쏟아냈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 무역 보좌관이었던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는 〈왜 경제 안보가 국가 안보인가〉라는 글(2018년 12월)을 냈다. 그는 글에서 미국의 경제적 활력, 성장, 번영이 미국의 힘을 키우고 해외 영향력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20년 5월에 나온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전략보고서’에서도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거론됐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믿을 수 없는 국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19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9차 중국공산당청년동맹(CYLC)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원호 박사의 얘기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겪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보면서 중국 정부가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한 국가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예고 없이 세계적인 대도시 상하이를 봉쇄했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할 때에도 ‘점진적으로 할 것’이라고 해놓고 일주일 만에 다 없애버렸습니다. 이런 경험은 중국 리스크에 대해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세계가 매우 크게 받아들인 겁니다.”
 
  ― 국가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거군요.
 
  “최근 중국 경제가 안 좋다는 것을 모두 아실 겁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중국인들의 소비 감소입니다. 정부 정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국 국민은 정부를 불신하고 소비 대신 저축을 택하고 있습니다. 국민마저도 자국 정부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인데 해외 기업이나 국가들이 중국을 신뢰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의 정치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의 대통령과 다른 행보로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는 모습을 보며 ‘중국의 정치 시스템이 미국식 민주주의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식(式)으로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어떻게든 자정 작용을 통해 해결점을 찾아갔습니다. 반면에 시진핑(習近平)의 중국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평가한다면 중국식 정치 시스템에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중국에는 자정(自淨) 작용이 없나요?
 
  “시진핑 3기 지도부를 보면 시진핑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만 요직에 앉히고,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가 사라지고, 특히 경제 분야의 전문가가 없다고 판단됩니다. 출장길에 워싱턴에서 만난 많은 인사가 ‘중국 경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시진핑에 있다. 체제 리스크, 국가 리스크 자체가 핵심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현 상황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중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여기에는 시진핑 특유의 자신감도 한몫했습니다.”
 
  ― 무슨 소리입니까.
 
  “중국은 너무 성급했습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고속 경제 성장을 했잖습니까. 그런 와중에 자신감이 지나쳤습니다. 시진핑은 오바마 전(前) 대통령과 2013년에 독대하면서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논하며 ‘우리도 대국, 너희도 대국’이라며 노골적으로 나왔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해 경계를 할 수밖에 없죠. 시진핑 주석은 2021년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 ‘2035년 GDP를 현재(2021년)의 2배로 만들겠다’고 자신했습니다.”
 
 
 
“高금리로 정부가 빚내서 투자하기 어려워”

 
  ― 중국의 기술력이 미국이 우려할 정도인 건 맞습니까.
 
  “기술을 갖는 것과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은 다릅니다. 시장에서 팔릴 수 있도록 마케터블하게 만들 수 있느냐고 봤을 때,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로 지식재산권 수지를 보면 중국은 계속 적자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시장성 있는 핵심 기술은 해외에서 사 오는 실정이라는 소리입니다.”
 
  ― 부동산 폭락, 실업률 증가 등의 얘기가 나오는데 중국 내부의 사정은 어때 보입니까.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보다 심각하게 보입니다. 경제의 원동력은 소비·투자·순(純)수출(수입에서 수출을 뺀 나머지)인데 모두 좋지 않습니다. 차례로 보면, 청년 실업·부동산 버블·정치 불확실성 때문에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는 아니지만, 물건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중국의 수출도 안 되고 있습니다.
 
  투자의 경우는 민간 투자, 정부 투자, 해외 투자로 나눠서 볼 수 있는데, 민간 투자는 소비 부진과 같은 이유로 부진한 상황입니다. 정부 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 세계적인 고(高)금리로 중국이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죠. 특히 지방정부 부채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해법은 해외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인데, 중국의 정책은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공산당의 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등 완전히 시장의 신뢰에 반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최근에 중국 정부가 개정한 반(反)간첩법 같은 경우는 모두의 우려가 심각합니다.”
 
 
  “중국공산당, 중앙사회공작부 신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마윈 당시 회장은 2018년 9월에 “1년 뒤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마윈 회장이 2019년 1월 24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 발표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중국은 지난 4월에 중국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반간첩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1993년 제정된 중국 반간첩법은 2014년에 수정됐는데 9년 만에 다시 수정됐다. 새롭게 적용된 수정안은 간첩 행위의 기준을 확대하면서 중국의 안보, 국익(國益)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 전달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의 국진민퇴(國進民退)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국진민퇴는 중국 내에서 ‘민간 기업의 역할이 끝났으니 물러나고 국유 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운동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마윈 당시 회장이 2018년 9월에 “1년 뒤 은퇴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마 회장의 퇴진 선언에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후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 예젠밍 화신에너지 창업자 등이 줄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시진핑 국가 주석이 “민간 기업을 보호하겠다”고 나서 국진민퇴 논란이 잠잠해지나 싶더니 다시 불거지는 분위기다. 연원호 박사의 얘기다.
 
  “개정된 반간첩법에서 규정한 간첩 행위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과거에는 국가 기밀을 획득하는 경우에 국한돼 있었는데, 이번 개정안에는 국가 이익에 반하는 경우가 포함됐습니다. 무엇이 국가 이익이고, 국가 이익에 반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일까요? 굉장히 모호하지 않습니까. 올해 양회 때 중국공산당은 민간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중앙사회공작부를 신설했습니다.”
 
  ― 좀 다른 얘기지만 중국에서는 종종 이유 없이 사람이 사라지기도 한다는데 그런 차원인가요?
 
  “실제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중국에 연구하러 들어간 연구자 중에 사라진 케이스가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친강 외교부장, 로켓군 사령관이 실종됐고, 최근에는 리상푸 국방부장마저 사라졌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중국 내 최고위 관료도 아무 소식 없이 사라지는데 일반인 몇 명 사라지게 하는 것을 중국 정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시진핑 정부가 국가 안보를 점점 더 강조하면서, 반간첩법 범위가 넓어지고, 중국의 민간 기업 통제가 강화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중국의 정책에 대해 시장은 강한 불신감을 가진 것 같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제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자 홍콩 항셍지수가 급락한 것이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일본의 우려

 
  ― 미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없습니까.
 
  “적어도 10년 동안은 없습니다. 미국이 대놓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대(對)중국 제재 법안은 기한을 10년으로 해놓은 것이 많습니다. 미국이 법안을 바꾸지 않는 한 제재가 10년 동안 계속된다는 겁니다. 미·중 관계가 다소 안정될 수는 있지만 개선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사실 미·중 관계 개선에 우리보다 관심이 많은 곳은 일본입니다.”
 
  ― 일본이요?
 
  “3주 전에 도쿄 출장을 갔는데 곳곳마다 ‘미국과 중국이 갑자기 화해하면 어쩌지’라는 얘기들을 하더군요. 갑자기 미국과 중국이 화해하면 일본이 난처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역력했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은 과거 플라자 합의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어서 이번 미중 갈등의 추이를 더욱 관심 있어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본은 과거 플라자 합의로 ‘잃어버린 20년’을 혹독하게 겪어야 했다.
 
  1980년대 초에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는 대규모 재정 적자, 무역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미국의 대일(對日) 적자가 커지고 있었다. 1985년,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 세계 5대 강국(미국·프랑스·독일·일본·영국)이 달러 강세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기 위해 모였다. 미국의 요청으로 모인 자리였다. 그 결과 5개국은 다른 나라의 통화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환율을 조정키로 했는데, 이것이 플라자 합의다. 결과, 엔화의 가치는 크게 상승했고 일본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中,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한 후 최악의 전력난 겪어”
 
  ― 우리뿐 아니라 세계 대다수의 국가에 중국이 최대 교역국인데,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보복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럴 확률은 낮다고 봅니다. 호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국 발생설, 책임론 등을 제기하자 중국은 그에 대한 보복 조치로 2020년 10월에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호주는 중국이 발전용 석탄의 50% 이상을 들여오는 최대 수입국이었습니다. 중국의 생각은 ‘호주산 대신에 인도네시아 석탄을 수입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지만, 인도네시아산(産)은 품질이 나빴고 제대로 공급조차 되지 않아서 불과 10개월 만에 최악의 전력난(電力難)에 시달렸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막은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초,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했습니다.”
 
  ― 중국이 섣불리 다른 나라에 보복하기는 어렵다는 얘기군요.
 
  “세계는 미소(美蘇) 냉전 시대와 달리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중국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고, 섣부른 조치를 하면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중국이 자원(資源)을 무기화했던 경우는 2010년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을 때뿐입니다. 중국이 극단적인 조처를 하기 어렵고, 우리 기업으로서는 겁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센카쿠열도는 일본과 중국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이다. 일본이 센카쿠열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데, 2010년 9월에 일본의 해상보안청은 센카쿠열도 주변에서 불법(不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중국인 어부를 구속했다. 중국은 어부의 석방을 요구하며 일본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일본은 단 3일 만에 백기를 들고, 구속하고 있던 중국인 어부를 풀어줬다.
 
 
  투자·연대·경쟁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9일(현지시각),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원호 박사의 얘기에 의하면 미국의 중국 대응은 ‘투자’ ‘연대’ ‘경쟁’이라고 한다.
 
  ‘투자’는 공급망상 취약성이 높은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투자를 통해 미국 내(內) 생산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배터리·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바이오 행정명령 등이 이런 취지로 이해된다. 바이든 정부는 우방국과의 ‘연대’도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목표는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 모두와 함께 투자하고 의지할 수 있는 강력하고 탄력적인 첨단 기술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경쟁’은 미국 주도의 질서에 도전하는 세력보다 우월한 위치를 확고히 하고 미국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경쟁력 유지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트럼프 정부에서부터 초당적(超黨的)으로 이어지는 각종 수출통제, 수입규제, 투자규제 정책들을 통해 경쟁국 중국을 견제하고, 동시에 변화하는 세계에 맞춰 투명하고 공정한 새로운 국제 경제 협력의 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한미일(韓美日)이 경제 공동체를 넘어 안보 공동체로 똘똘 뭉치고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달갑지 않겠죠. 하지만 이는 중국 측 잘못이 큽니다. 과거 ‘ASEAN+3’으로 해오던 한일중(韓日中) 3국의 정상회의는 2008년부터 단독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대통령, 총리가 나오는데 중국은 주석 대신에 총리가 나와서 중국이 가장 소극적이었습니다. 역내(域內) 협의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중국 탓이 커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상호존중”
 
  ― 윤석열 정부의 외교 스탠스가 반중(反中)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죠.
 
  “문재인 정부 때 중국으로 너무 기울어져 있었고, 지금은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현 정부의 대중(對中) 정책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상호존중’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 눈치를 너무 봤어요. 북한 문제에 초점을 맞출수록 중국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문재인 정부의 최대 이슈는 북한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얻은 것은 없었습니다.”
 
  ― 경제적으로 말이죠.
 
  “네. 대중 교역을 보면 중국의 전체 교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7.1% 정도였는데,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올해는 5%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서입니다.”
 
  ― 중국이 의도적으로 수입을 안 했나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졌거나, 아니면 중국이 의도적으로 한국산 비중을 줄이거나입니다. 저는 두 가지가 동시에 적용됐다고 봅니다. 중국 제품의 품질이 올라가면서 상대 비교 우위에서 우리나라 제품이 인기가 없어지기도 했고, 중국이 정책적으로 자국산으로 대체한 부분도 있습니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등을 앞세우며 의도적으로 자국산을 육성했습니다.”
 
 
  ‘스몰야드 하이펜스’
 
중국은 일상 회복을 위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지했으나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로 전 인구의 80~90%가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22년 12월 9일, 중국 베이징에서 구급차에 실린 노인 환자가 열병 클리닉에 도착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앞으로 대중 정책은 어떻게 펴나가야 할까요.
 
  “현재 중국 리스크가 실재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스몰야드 하이펜스(small yard high fence·특정 분야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 전략하에서는 중국과의 첨단 분야 협력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결국 이외의 범용(汎用)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합니다. 다만 중국 리스크가 상승하고, 중국이 협력을 원하는 분야와 우리가 협력을 원하는 분야가 다르다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실제적인 협력이 가능한지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상호존중에 바탕을 두고 어떤 협력을 할 것인지에 대한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어려운 얘기입니다.
 
  “특히 우리로서는 대중국 메시지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간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 강화, 그다음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그리고 그다음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 모색이라는 너무 단계적 접근을 해왔습니다. 제가 지난해 4월 한미정책협의 대표단으로 참석했을 때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점은 미국 정부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중국과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적인 협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더라도 투명하고 공정한 중국과는 언제든지 협력할 수 있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경제 안보 시대를 맞아 다변화(多邊化)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기업에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 정부의 역할이 크다는 거군요.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중국이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하며 예측 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이번에 구축된 한미일 협력을 활용해 한일중 협력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그동안 한일중 협력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나, 한미일 협력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너희도 진정한 의지(commitment)를 보여주길 바란다는 식으로 올해 한국에서 있을 한일중 정상회의에 중국도 총리가 아닌 시진핑 주석의 참여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對中 기조, 갈수록 강화 추세”
 
  연원호 박사는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 기조의 강화다”라고 했다.
 
  “최근 미국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은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은 특정 기술에서 중국과 격차를 최대한 벌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를 ‘설리번 기술 독트린’이라고까지 부르기도 합니다.”
 
  ― 무슨 뜻입니까.
 
  “미국은 특정 첨단 과학 기술에서 앞서 나가는 것이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라고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에서 그동안은 ‘중국에 몇 세대만 앞서면 된다’는 식(式)으로 접근했는데, 이제 첨단 반도체, AI, 양자정보 기술과 같은 영역에서는 단순히 앞서는 게 아니라 최대한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는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첨단 반도체 제조가 더는 중국 내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 올해 미국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얘기가 나오면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유화적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있습니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것은 큰 오해입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디리스킹이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리스크에 노출될 확률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주요국들이 말하는 리스크는 중국 리스크입니다. 미국·EU·한국·일본·호주 등 주요국이 중국 리스크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자 하는 데는 이견(異見)이 없습니다. 다만 그 방법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은 처음부터 변함없이 선택적 디커플링(selective decoupling·탈동조화) 전략을 디리스킹 수단으로 사용해오고 있고, EU는 다변화(diversification) 전략이 디리스킹의 핵심 수단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의 전략은 EU와 닮았다고 하겠습니다.”
 
  ― 우리 기업은 현재 상황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합니까.
 
  “세계경제의 블록화, 공급망 재편, 산업 및 기술 정책 경쟁 차원으로 나눠서 접근해야 합니다.”
 
 
  “첨단 기술 분야 무한경쟁 시대 펼쳐져”
 
  연원호 박사는 앞으로 세계경제의 블록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은 최근 연구 결과에서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인구(12억 명, 영국·캐나다·프랑스·포르투갈·스웨덴 등)의 75%가 중국에 부정적 시각, 87%가 러시아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반면 이외의 지역에 사는 인구(63억 명, 이란·팔레스타인·라오스·세르비아 등)의 70%는 중국에 우호적, 66%는 러시아에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원호 박사는 “세계가 점점 가치를 중심으로 분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가 특정 진영의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은 국제 통상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연원호 박사의 얘기다.
 
  “주요 국가는 국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신뢰와 가치에 기반을 둔 합종연횡(合從連橫)식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비용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 자세히 설명해주시자면.
 
  “탄력적 공급망 구축이라는 것은 만약의 위기에 대비한 것입니다. 실제로 발생할지 안 할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 기업은 물론 세계의 많은 기업이 중복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인위적인 다변화를 위해 필요치 않은 추가 비용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비용을 다른 국가에 전가(轉嫁)하기 위해 국가들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남발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또 각국이 정부 주도의 대응에 나서면서 첨단 기술 분야에서 무질서한 무한경쟁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 각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는 거네요.
 
  “중국을 신뢰할 수 없는 경쟁자로 인식하는 미국은 이에 위협감을 느끼고 첨단 기술 분야에서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다른 주요 국가들도 정부 주도로 자국 내 첨단 기술 역량 강화에 나설 겁니다. 주요국들은 높아지는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전략, ‘자강(自强)’과 ‘협력’을 취하고 있습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 강화를 통해 반도체 등 핵심 물자에 대한 국내 생산 역량 구축을 계획하고 있고,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방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만의 마지노선 설정해야”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시설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100% 자동화된 반도체 생산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우리도 이런 전략을 펼쳐야 하는군요.
 
  “우리가 방심해서는 안 될 부분은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의 분위기에 휩쓸리는 겁니다. 우리 경제 안보와 미국의 경제 안보, EU의 경제 안보, 일본의 경제 안보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의 경제적 위협이나 위험으로부터 국가의 생존을 지킨다’는 근본적인 목적은 같을지 모르지만, 각국의 산업 역량과 교역구조 등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국가별로 세부적인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도 모든 국가가 주목하는 반도체 및 배터리 제조 분야의 강자인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협상력이 높은 상황이고, 우리 강점을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할 시점입니다.”
 
  ― 반도체는 우리나라와 대만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체재(代替財)가 없죠?
 
  “그렇습니다. 우리는 한미 간 인플레이션 감축법 사태와 같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즉흥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사전에 우리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의 정책적 우선순위, 협상의 마지노선을 설정한 다음에 우리의 강점을 레버리지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지금은 물러서서 각국의 조치를 기다릴 때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 나아가서는 전 세계를 상대로 우리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할 때입니다.”
 
  ― 우리에게 반도체라는 협상파워가 있는 것이군요.
 
  “한국의 선택은 미중 간 진영의 선택이 아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의 선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바이든 정부도 ‘미중 관계에서 대결적 자세를 취하되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만 미중 간 완전 대립구도를 전제한 정책 수립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첨단 기술 분야의 대중 제재는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지만, 중국과 안전하게 비즈니스를 계속할 수 있는 시장환경의 구축도 동시에 미국 내에서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는 진영 선택보다는 우리만의 가이드라인과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자체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과도한 우려보다 자신감 갖고 접근해야”
 
  ― 우리만의 원칙, 우리만의 확고한 전략이 있어야겠네요.
 
  “네. 우리는 우리만의 명확한 통상·외교 원칙을 수립하고 일관성 있게 대응해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작년 발표된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 단계에서는 미국이나 중국 일방으로 편중되고 특정국을 배제하는 배타적인 접근은 리스크가 큽니다. 최대한 배타적 접근을 피하면서 우리의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합니다. 미중 간 전략 경쟁이 확대되거나 심화할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일본은 미중 간 화웨이 5G 네트워크 장비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을 때 그 어떤 국가보다도 빠르게 미국 편에 동참했습니다.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나 신장위구르의 인권 문제에서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미국에 동조했죠. 하지만 중국은 지금까지 일본을 향해 특별한 보복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산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이 제한됨에 따라 중국이 일본 및 독일과 같은 원천 기술 보유 국가를 더욱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 실력이 있으면 이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말로 들리네요.
 
  “네. 우리는 기술 초격차 유지 및 선도적인 핵심 기술·공정 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전략적 위상 제고를 위해 기술 선도국이 되어야 합니다. 한미·한중 소통채널은 강화해야 합니다. 미중 양국과 다양한 사안에 대해 상시로 협의 및 논의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 경쟁 對 불공정 경쟁으로 접근해야”
 
  ―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특히 기술 및 통상 문제에서 외교 및 군사 용어인 ‘동맹’ 표현의 불필요한 강조를 자제하고, ‘민주주의 대(對) 권위주의’의 체제 대결이 아닌 ‘공정 경쟁 대 불공정 경쟁’의 보편적 규범의 틀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도 경제적 상호 의존 관계를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며 우리의 국익을 지킴과 동시에 외교적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언급한 3대 경제 안보 리스크 완화를 위한 국내 법제도 정비와 함께 글로벌 규범 제정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 공정 대 불공정인 접근에 대해서는 중국도 뭐라고 할 수 없겠네요.
 
  “진영이 아닌 규정(rule)에 입각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정비된 법제도와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된 국제규범은 우리의 행동 원칙 또는 판단 근거로 유용하게 활용될 겁니다. 정책적 유연성을 확보해줄 수 있을 거고요.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우며 미중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균형적 입장을 견지 중인 유럽 국가들과 연대·협력을 강화하고, 미중 양측의 압박에 대한 공동 대응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 쉽지는 않네요.
 
  “우리는 앞으로 장기간 계속될 미중 간 전략경쟁 시대에 ‘안보의 시각에서 경제를 바라본다’는 인식 아래 당분간 경제적으로 비(非)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이런 상황을 유념해야 합니다. 최근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력에 대한 세계의 평가가 높아지면서 우리의 전략적 위상과 함께 대외협상 레버리지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과도한 우려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제 안보 시대에 전략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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