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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인도의 모든 것

인도 과학의 아버지들이 남긴 ‘Made 印 India’

‘0’에서 광섬유까지, 실리콘밸리 움직이는 인도인들이 물려받은 유산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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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발견, ‘無’를 표기한 아리아바타
⊙ ‘전파를 감지하기 위해 반도체를 사용한 최초의 사람’ 자가디시 찬드라 보스
⊙ 나린더 싱 카파니, 광섬유 발명
인도 초등학교 4학년 수학 연구실 수업 모습. 사진=조선DB
  “실리콘밸리는 인도인이 지배한다.”
 
  오래전부터 나온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우리로선 뒷맛이 씁쓸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0’의 의미를 발견한 이도, 인터넷으로 지구를 연결하는 ‘광(光)섬유’를 발명한 이도 인도인이다. 우리나라도 정보통신 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인도의 내공은 오래전부터 이 분야에서 ‘맞춤형’처럼 쌓여왔기 때문에 이들의 약진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얘기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기적의 연산법’으로 통하며 자녀들 두뇌 발달 수단으로 인기를 끈 ‘베다 수학’도 인도인이 개발했다. 베다(Veda)는 BC 1500년에서 BC 600년까지 구전(口傳)됐던 브라만(힌두교의 가장 높은 계급, 사제)의 경전이다. 베다의 내용에 사칙연산법이 포함돼 있는데, 그 방법이 매우 독특하다. 연산을 할 때 자릿수별로 분리해서 단순화하는 것이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덧셈을 예로 들면 96+88의 경우, 십의 자리인 90과 80을 분리한다. 그리고 일의 자리인 6과 8을 덧셈한 14를 다시 10과 4로 분리한다. 이를 모두 합하면 90+80+10+4로, 96+88의 답인 184를 구할 수 있다. 뺄셈의 경우 빼는 수를 10의 배수로 만들면 된다. 예컨대 96-88이면, 88에 2를 더해 10의 배수인 90을 만들어 뺄셈한다. 그럼 96-90으로 6이 나오는데, 빼는 수에 임의로 더했던 2를 여기에 덧셈하면 96-88의 답인 8이 나온다. 곱셈과 나눗셈도 이처럼 자릿수를 분리해서 계산하는 식이다. 자릿수를 요리조리 분리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이 두뇌 발달에 좋지 않을 수 있을까.
 
 
  ‘無’를 ‘0’으로 표기한 아리아바타
 
  인류의 위대한 발견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건 바로 ‘0(zero)’의 표기이다. 0이 없으면 컴퓨터도 없었을 것이다. 고대(古代) 바빌로니아에서도 자릿수를 구분하기 위해 띄어쓰기를 했다. 하지만 ‘무(無)’의 표기가 이보다 많은 의미를 가진다는 건 인도에서 처음 발견했다. ‘0’을 수(數)로 인정한 것이다. 아리아바타(Aryabhata·476~550년)의 저서 《아리아바티야》에 0과 10진수에 해당하는 숫자가 등장한다. 0에 대한 연구를 문서로 남긴 것도 인도의 수학자 브라마굽타(598~665년 추정)다. 그의 저서 《우주의 창조(Brahmasiddhanta)》에서 0은 ‘같은 두 수를 뺄셈하면 얻어지는 수’로 정의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수에 0을 더하거나 빼도 그 수는 변하지 않지만 0을 곱하면 어떤 수도 0이 된다는 사실이 그 기록에 남아 있다. 물론 현재의 아라비아 숫자 표기로 돼 있던 건 아니다. 일설에 따르면 태양을 나타내는 ● 표기가 ○으로, 그리고 지금의 0으로 변했다고 한다.
 
  한편 삼각함수에서 배우는 사인(sin)의 어원(語源)도 아리아바타와 관련이 있다. 학계에 따르면 아리아바타는 지금의 sin을 ardha-jya 또는 jya-ardha, 줄여서 jya라고 했다. 이후 이 단어는 음역(音譯)돼 jiba로 불리다가 모음을 생략하는 아랍어권의 습관에 따라 jb로 축약됐다. 이어 후대에선 jaib라고 부르다가 같은 뜻을 가진 라틴어 sinus(꼬불꼬불한 길, 움푹 들어간 곳 등을 뜻함)로 번역, 이것이 다시 영어 sine으로 음역됐고 지금은 이를 sin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것이다. 인도는 1975년 자국 최초의 인공위성에 아리아바타의 이름을 붙였다.
 
 
  ‘무선 통신 과학의 아버지’ 자가디시 찬드라 보스
 
  지금은 골동품으로 남았지만 통신 기술의 시초를 상징하는 ‘크리스털 라디오(Crystal Radio·광석 라디오)’도 인도와 관련이 있다. 지금의 방글라데시 지역인 영국령 인도 출신인 자가디시 찬드라 보스(Jagadish Chandra Bose·1858~1937년)는 1894년 마이크로파 실험에서 처음으로 광석 결정(結晶)을 검파기에 사용했다. 이후 1904년 약한 반도체 광물을 이용해 고주파를 소리 신호로 바꾸는 검파기를 만들었다. 이 광석 검파기는 신호가 약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게르마늄과 실리콘을 사용한 다이오드(Diode) 연구의 계기가 됐고, 이는 트랜지스터 발명의 기초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97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물리학자 네빌 모트(Nevill Mott·1905~1996년)는 “보스는 그의 시대보다 적어도 60년은 앞서 있었다”며 “사실 그는 P형과 N형 반도체의 존재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전기·전자, 컴퓨터 및 통신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학회 ‘전기전자공학자협회(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IEEE)’는 자가디시 찬드라 보스를 ‘무선 통신 과학의 아버지’라고 평가했다.
 

  한편 보스는 업적을 인정받아 1917년 기사 작위를 수여받고 1920년 인도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왕립학회의 과학 연구원이 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발명품으로 이윤을 추구하지 않아 특허를 내지 않았고, 이로 인해 그의 연구가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발명가는 아니다. 다만 학계에선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는 2019년 “보스는 전파를 감지하기 위해 반도체를 사용한 최초의 사람이었고, 그가 없었다면 많은 현대적인 마이크로파 부품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광섬유의 아버지’ 카파니
 
‘광섬유의 아버지’ 나린더 싱 카파니.
  광케이블에 사용되는 ‘광섬유’가 인도인의 발명품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인도계 미국인 물리학자 나린더 싱 카파니(Narinder Singh Kapany·1926~2020년)는 1952년 광섬유를 발명했다. 광섬유는 주로 통신 분야에 쓰이는데,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해서 광속(光速)의 3분의 2 수준으로 정보를 보낸다. 구리선보다 빠르고 외부 간섭에 의한 데이터 손실이 거의 없어서 오류가 적은 게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달부터 ‘방송통신설비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정’ 개정에 따라 신축 건물에 광케이블 설치가 의무화됐다. 통신 분야 이외에도 광섬유는 광학 의료기기, 레이저, 태양 에너지 등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노벨상의 영광은 2009년, 광섬유에서 빛이 전송되는 과정을 규명한 홍콩계 광학자 찰스 카오(Charles Kao·1933~)에게 돌아갔다. 카파니는 노벨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언론 인터뷰에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카파니는 인도 매체 《인디아 투데이(India Today)》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은 나를 광섬유의 아버지라고 말한다”며 “카오 교수가 이 분야에서 일을 한 건 저보다 몇 년 뒤라고 알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기준을 썼든, 결정은 스웨덴 아카데미에 달려 있다”고 했다.
 
  카파니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어릴 적부터였다. 카파니는 1940년대 히말라야 기슭의 도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며 과학 선생님으로부터 “빛은 직선으로만 이동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박스 카메라를 가지고 놀면서 빛이 프리즘을 통해 다른 방향으로 굴절된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이에 그는 ‘빛을 굴절시키는 방법을 알아내 그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카파니의 업적에 대해 “카파니 박사와 카오 박사의 과학적 공헌을 견주는 데엔 논쟁이 있지만 급성장하는 광섬유 분야에서 그의 과학적 지적(知的) 전도사로서의 업적은 부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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