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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천안문 사태 34주년, 중국인 유학생의 ‘공산당 뒷담화’

“중국은 시진핑 한마디에 휘둘리는, 법이 없는 나라”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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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천안문 사태에 대해선 말하지 마라”
⊙ 인천대 중국인 유학생 177명 가운데 75% 이상이 공청단이나 공산당 가입(2016)
⊙ “인터넷에서 중국공산당에 비판적인 게시물 보았더니 난데없이 모르는 연락처에서 연락 와”
한 지방대학의 중국인 유학생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조선DB
  지난 6월 4일은 중국공산당 정부가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천안문(天安門·톈안먼) 사태 34주년이었다.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중국인 A씨는 작년 이맘때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날을 잊지 말자”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의 검열과 통제가 더욱 심해지면서 천안문은 중국인들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다. 우리로선 ‘왜 저항하지 않을까’라는 물음이 따라오는데,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직장에 다니고 있는 중국인 A씨는 이렇게 답했다.
 
  “천안문 사태를 보면 중국인들이 왜 침묵하는지 알 수 있어요.”
 
  A씨는 중국 본토 출신 한족(漢族)으로, 그의 아버지는 천안문 사태에 대해선 언급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괜히 당국에 밉보일까 걱정되는 것이다. A씨의 고향 친구는 아버지가 천안문 사태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 젊은 시절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품었던 그 역시도 자녀에게만큼은 천안문에 대한 언급을 꺼린다고 한다. 참혹한 유혈 진압 현장을 목격하고선 기대를 접고 무기력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청년들 가운데 ‘외국물 먹었다’는 이들 또한 A씨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더라도 좀처럼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고향에 있는 A씨의 친구는 천안문 사태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한다. A씨가 “이날을 잊지 말자”라는 글을 올리자 그의 친구는 “왜 오늘을 기억해야 하느냐”고 전혀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A씨는 “중국에서는 통제가 익숙하다”고 했다. 또 다른 중국인 유학생 B씨도 “중국은 자국민을 세뇌시키는 데 대한 자신감이 있는 듯하다”고 했다. B씨는 모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 본토 출신 한족 유학생이다. A씨와 B씨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중국공산당을 싫어한다는 것과 또 하나는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소속돼 있다는 것이다. 모순적이지만 이유가 있다.
 
 
  중국인 유학생 대다수 ‘공산당·공청단’ 소속… 이유는?
 
2022년 5월 10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공산당 청년조직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사진=뉴시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한국에서 전문학사, 학사 또는 석·박사 과정으로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는 2022년 기준, 12만4803명이다. 이 중에서 중국인 유학생은 6만521명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이 공산당 관련 단체에 소속돼 있다는 걸 미루어볼 수 있는 자료가 있다.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집계된 인천대 중국인 유학생 177명 가운데 75% 이상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또는 중국공산당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공청단 소속은 123명, 공산당 소속은 9명이다. 당적(黨籍)이 없는 이들은 45명으로 25.4%를 차지했다. 인천대 중국학술원은 자료 하단에 “중국 대학생의 당원 비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부재하나, 이러한 비율은 일반적 범주에 해당된다고 평가됨”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보면 중국인들은 자발적으로 당적을 유지하며 중국 정부를 열렬히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중국인 유학생 A씨는 “그건 자동으로 가입되는 거라서 그런 비율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공청단에 소속돼 있다”며 “이렇게 소속된 중국인 유학생은 90% 이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자동으로 당적이 부여된다는 게 무슨 말일까. 중국인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중국소년선봉대(소선대)’에 자동 가입된다. 이후 별문제 없이 중학교에 진학하면 중국공산주의청년단에 가입되면서 소선대에서 나온다. 이후 성인이 되면 공산당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때는 자동 가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무나 받아주지 않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도 10차례나 떨어진 끝에 입당했을 정도로 문턱이 높다. 중국공산당원의 수도 매년 증가해 2021년 기준 9671만2000명으로 포화 상태이다. 그러면 별도로 탈퇴하지 않는 이상 좋든 싫든 28세까지 공청단 단적(團籍)이 남게 되는 것이다. 공산당 관련 소속으로 ‘자동 가입’되는 것 말고도 중국 정부의 감시와 통제는 시민들조차 느낄 수 있다.
 
 
  “反 체제 게시물 봤더니 이상한 문자가”
 
  중국인 유학생 B씨는 굳이 비밀 경찰서가 아니더라도 해외 어디서든 중국 당국의 손아귀 안에 있다고 느낀 순간이 직간접적으로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작년 9월 이상한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 입국 이후 중국 공산당에 비판적인 보도와 게시물 등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모르는 연락처에서 연락이 오는가 하면, 소셜미디어서비스(SNS) 계정에 수상한 로그인 시도가 감지되기도 했다. A씨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중국제 전자제품을 쓰고 있었다. 그는 화들짝 놀라서 당시 쓰고 있던 구글 계정을 삭제하고 다른 계정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가 본 게시물들은 중국에선 말도 꺼내기 어려운 ‘양안관계(兩岸關係·중국과 대만의 관계)’ 등에 관한 것들이었다.
 

  B씨는 자신과 함께 한국 유학길에 오른 고향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연히 속마음을 내비쳤다가 사이가 틀어진 경험이 있다. 작년 7월, 한국에서 만난 고향 친구는 대화 주제가 우연히 ‘대만’에 대한 쪽으로 흐르자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B씨가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무심코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1949년 건국했는데 대만은 1912년 중화민국으로 건국했잖아요. 중화인민공화국보다 먼저 건국한 대만을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시진핑 사상’을 퀴즈로 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학습강국(學習强國)’을 한국에서조차 설치하고 다닐 정도로 열혈 공산당원이었던 그 친구는 당연히 B씨의 말에 펄펄 뛰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지금 서울의 한 대학에서 동아시아 역사를 전공하고 있다고 한다. B씨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이런 기본적인 건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그때의 나를 만나면 뺨이라도 한 대…”
 
중국공산당의 디지털 선전 도구 학습강국(學習强國). 샤오미 앱마켓 기준 다운로드 횟수가 4억 회를 넘는다.
  사실 B씨의 생각이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 역시 중국에서 나고 자랐기에 처음엔 ‘하나의 중국’을 거스르는 이가 있으면 발끈했다는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유럽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이 양안관계(대만과 중국의 관계)를 물으면 “중국과 대만은 하나다”라고 쏘아붙인 그였다. B씨의 반응처럼, 학내에선 중국인 유학생과 대만인 유학생 사이가 늘 어색하다고 하다.
 
  경기대학교에서 1년 넘게 외국인 유학생들을 돕는 교내 활동을 해온 김은비(24)씨는 “중국인 유학생과 대만인 유학생 사이는 확실히 어색한 경우가 많다”며 “옆에서 지켜보면 민감한 이슈나 정치적인 내용이 나올까 봐 조마조마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대만인 유학생 C(23)씨도 “중국인 유학생과는 민감한 얘기가 많다”며 “어떤 중국인 유학생은 만나자마자 ‘대만은 중국이잖아’라고 말해서 기분이 나빴던 적이 있다”고 했다.
 
  B씨는 “그때의 나를 만나면 뺨이라도 한 대 후려치고 싶다”고 했다. 그의 관점을 바꾼 건 《대기원시보(현 에포크타임스)》에서 낸 두 권의 책이었다고 한다. 하나는 한국에서 《당문화 해체》로 번역된 《解體黨文化》이고, 또 하나는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도 출간되고 있는 《九評共産黨》이다. B씨는 “중국공산당에 비판적인 관점을 가진 중국인이라면 이 책을 읽어본 적이 있을 수도 있다”며 “중국에서는 유튜브나 공산당 비판 서적을 볼 수 없었지만 한국에 와서 이러한 것들을 접하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익명 보도를 당부하며 한마디를 남겼다.
 
  “중국이요? 시진핑 한마디에 휘둘리는, 법이 없는 나라예요.”⊙
 
中 공산당원의 필수 앱, ‘학습강국’
 
  ‘학습강국(學習强國)’은 중국공산당의 이론과 사상, 그리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생애 등에 대한 뉴스를 내보내고 퀴즈도 내는 중국 정부의 ‘디지털 선전 도구’다. 글자에서 알 수 있듯, 시진핑(習)을 따라 배우면(學) 나라(國)가 강해(强)진다는 풀이가 담겨 있다. 이러한 언어유희는 문자의 옥(文字之獄)처럼 ‘금기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바로 ‘翠(푸를 취)’라는 글자를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다. 翠를 파자(破字·글자를 깨뜨림)하면 시진핑 이름의 첫 글자인 習(익힐 습)과 ‘죽다’는 뜻을 가진 卒(마칠 졸)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8월 중국 쓰촨성에서 취취(翠翠)라는 이름의 판다가 새끼를 출산했다는 뉴스에 댓글이 쇄도하면서 웨이보와 관영매체들이 댓글창을 폐쇄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여하튼 2023년 6월 기준, 샤오미 앱 마켓에 표기된 ‘학습강국’의 다운로드 횟수는 4억 회가 넘는다. 중국에서는 공무원은 물론 일부 사기업에서도 ‘학습강국’에서 얻은 점수를 고과(考課)에 반영한다고 알려졌다. ‘학습강국’ 점수는 시 주석과 관련된 뉴스를 많이 보거나 퀴즈를 많이 맞히는 식으로 얻는다. 심지어 학생들까지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학교에서 각종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출제되는 문제는 시 주석의 어록이나 업적, 소식 등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중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해당하는 ‘가오카오(高考)’ 작문 시험에선 시진핑이 한 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라는 문제까지 출제되는 등 ‘시진핑 우상화’는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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