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스웨덴, 정치권이 앞장서서 연금개혁 단행
⊙ 스웨덴을 시작으로 獨·日·伊, 인구와 노동시장 변화 반영해 자동으로 연금액 조정하는 자동 안정화 장치 마련
⊙ 일본·독일, 보험료율 안정 위해 급여 낮추는 정책으로 전환
金相鎬
1961년생.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 경제학과 졸업,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보건사회 연구원, 한양대 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관동대 경영대 무역학과 교수, 고용노동부 산재보험 재정추계자문위원회 위원장, 한국사회보장학회 회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12대 원장 역임. 現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 스웨덴을 시작으로 獨·日·伊, 인구와 노동시장 변화 반영해 자동으로 연금액 조정하는 자동 안정화 장치 마련
⊙ 일본·독일, 보험료율 안정 위해 급여 낮추는 정책으로 전환
金相鎬
1961년생.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 경제학과 졸업,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보건사회 연구원, 한양대 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관동대 경영대 무역학과 교수, 고용노동부 산재보험 재정추계자문위원회 위원장, 한국사회보장학회 회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12대 원장 역임. 現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 2022년 10월 25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첫 전체회의를 열고 연금개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위원장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일본
― 후생연금(국민연금)과 공제연금(공무원·사학연금) 통합
일본의 제도는 우리나라가 사회보험을 도입할 때 벤치마킹 대상이었기 때문에 양국 제도에 유사한 내용이 많고 한국과 일본의 사회구조도 비슷해 개혁을 위한 해외 사례를 연구할 때 우선적 관심 대상이었다. 이는 공적연금에서도 동일해 일본 후생연금제도(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에 해당)는 우리나라가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할 때 중요한 해외 사례로 연구 대상이었다.
합계출산율의 하락, 장기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성장률의 하락 및 장기재정 불안정에 기인하는 젊은 세대의 불신 심화로 인한 가입 저조 등으로 위기에 직면하자 일본은 2004년 후생연금(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을 개혁했다. 재정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을 2004년의 13.58%에서 매년 0.354%p씩 인상해 2017년 18.3%로 올린 후 당시에 만연한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이 수준(최고보험료율)에서 고정시켰다.
또 스웨덴과 이탈리아에서 도입한 자동안정화 장치(automatic stabilizer)를 벤치마킹해서 2004년에 인구와 노동시장의 변화를 반영해 자동으로 연금액을 조정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제를 도입했다. 매년 연금액을 조정할 때 후생연금 가입자 수가 감소할수록, 그리고 기대여명이 증가할수록 연금 인상률을 낮춰 지출을 억제토록 했다. 이를 통해 정치적 개입 없이도 기대여명 증가와 노동시장 상황 악화가 연금 재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거시경제 슬라이드제는 제도 도입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장기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2014년까지 적용되지 않다가 2015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마이너스 0.006%, 연평균 임금 상승률은 마이너스 0.52%를 기록해 적용 예외 조항에 해당돼 거시경제 슬라이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처럼 후생연금의 장기재정 안정화를 위한 개혁을 실시한 후 2012년에 일본 정부는 다른 연금 핵심 이슈였던 일반근로자와 공무원 간의 연금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개혁을 실시했다. 일본 정부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적용 대상으로 운영하던 공제연금(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에 해당)을 일반근로자를 적용 대상으로 하는 후생연금에 통합시키는 피용자(근로자)연금제도 일원화를 통해 민관(民官) 격차를 해소하고자 했다. 공평성 확보를 위해 민간근로자와 공무원이 동일한 보수에 대해 동일한 보험료를 부담하고 동일한 연금을 수급하도록 해서 2015년 10월부터 신규 공무원이 후생연금에 가입하고 있다. 공무원에 적용되는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2018년까지 18.3%로 인상했다. 사립학교 교직원에 적용되는 보험료율 역시 매년 0.354%p씩 인상해 2027년에 18.3%로 인상된다.
일본은 적정 수준의 급여 보장보다 장기재정 안정화에 중점을 둔 제도 개혁을 통해 향후 100년 동안 재정 안정이 유지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반발이 있었으나 민관 근로자와의 공평성을 택했다.
독일
― 보험료율 인상 대신 급여 낮춰
독일 역사에서 최초의 통일을 이룩한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 수상이 주도해 세계 최초로 1891년에 도입한 사회보험 형태의 공적연금제도는 일본이 공적연금을 도입할 때 귀감이 됐다. 또 우리나라가 1988년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할 때 일본 제도를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현행 국민연금제도와 초기의 독일 제도는 급여산식을 포함한 기본 틀이 비슷하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가 비스마르크 모델에 기반해 도입되었고, 독일이 고령화와 저성장에 기인하는 재정위기를 빨리 경험했기 때문에 독일의 개혁 사례는 우리에게 유익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1989년 최초의 연금개혁
1950년대와 1960년대의 경제 호황을 반영해 독일은 국민연금의 적용 대상과 급여를 확대했지만 1970년대의 석유파동에 따른 경기침체로 장기재정이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되자 전문가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를 반영해 1989년 처음으로 급여를 축소하는 모수개혁(연금 구조 틀을 그대로 둔 채 지급률과 기여율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을 실시했다.
본격적인 구조개혁은 통일(1990년) 직후의 경제특수가 사라지고 통일 후유증으로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으로 사회보험 재정이 심각하게 위협받은 1990년대 후반부터 추진됐다. 1990년대 후반의 경기침체로 경제대국 독일이 외국 언론(《The Economist》 1999년 6월 3일자)에 ‘유럽의 병자(the sick man of Europe)’로 조롱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통일비용 조달을 위해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큰 폭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었고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독일에서 40%를 상회하는 높은 사회보험 보험료는 독일 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지적됐다. 높은 생산비가 산업기지 입지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평가받자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연금 개혁 2001’을 통해 급여 수준 유지를 위해 보험료율을 인상하던 지금까지의 정책에서 보험료율 안정을 위해 급여를 낮추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급여 수준 안정보다 재정 안정을 중시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삭감된 국민연금을 민영연금인 리스터연금을 통해 보충할 수 있도록 보험료 납부 시 예산에서 지원금을 제공토록 했다. 지원금 규모는 저소득가구와 다자녀가구에 유리하게 설계됐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추구하면서 부족한 노후소득을 민영연금 활성화를 통해 보충토록 했다는 점에서 이는 획기적인 변화다. 또 세계화와 EU 통합이 진행되던 1990년대 이후에도 생산기지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2020년까지 20%를, 2030년까지는 22%를 초과하지 못하게 상한을 설정했다.
獨 연금수급 개시, 2029년부터 68세로 수정
경제 상황은 2000년대 들어 더욱 악화되어 2002년에 제로 성장을, 2003년에는 IT 버블 붕괴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슈뢰더(Gerhard Schro˙˙der) 수상은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해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르츠(Hartz) 개혁을 실시했다. 국민연금 장기재정 안정화를 위해 실시한 ‘국민연금 개혁 2004’는 슈뢰더 정부의 이러한 정책 기조와 연관돼 있다.
이 개혁의 핵심 내용은 인구구조와 노동시장의 변화가 국민연금 재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연금산식에 지속가능성 요소를 도입한 것이다. 지속가능성 요소는 평균수명 연장으로 연금수급자 수가 증가할수록, 그리고 출생과 취업이 줄어 가입자 수가 감소할수록 연금액을 낮추는 자동 안정화 장치다.
흥미로운 것은 2004년에 독일과 일본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지속가능성 요소를 도입했는데, 양국 정책 담당자의 사전 교류는 없었다는 점이다. 일본식과 독일식 사고방식으로 각자 분석한 후 자국 제도에 적합한 형태로 자동 안정화 장치를 도입했는데, 그 내용이 일치한 것이다. 이어서 기대여명(0세 출생자가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 증가를 반영하기 위해 ‘국민연금 개혁 2007’을 통해 66세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9년부터 68세를 적용토록 했다.
한편 독일 공무원연금제도는 역사적인 이유로 부양원칙에 기초해 운영되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도 국가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공무원에게 연금을 지급하며, 소요 비용은 전액 정부 예산의 인건비 항목에서 지출된다. 국민연금이 보험원칙에 기초해 운영되는 것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부양원칙에 기초해 운영되기 때문에 운영 원칙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민연금 개혁 2001’ 이후의 국민연금 개혁과 완전히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도록 공무원연금을 지속적으로 개혁해 국민연금에 상응하는 공무원연금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
― 기초연금 폐지, 소득비례연금 도입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하고 공적연금 역시 재정위기를 포함해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자 스웨덴은 정치인이 주도해 1998년부터 대대적으로 공적연금을 개혁했다.
우선 3년 이상 스웨덴에 거주하고 65세에 도달한 모든 노인에게 정액으로 지급하던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취약 노인을 선별해서 차등 지원하는 최저보장연금을 도입했다. 모든 노인에게 동일 금액으로 지급하던 보편적 기초연금을 연금 조사를 통해 취약 노인을 선별해 지급하는 제도로 전환한 것이다. 최저보장연금은 16세부터 64세까지 40년 이상 스웨덴에 거주하고 공적연금이 최저보장 수준에 미달하면 그 차액(보충급여 원칙)을 지원하는 노인에게 특화된 최저생활보장제도로 전액 정부 예산에서 조달된다. 이처럼 보편적 보장에서 취약 노인에게만 지원하는 선별적이고 차등적 보장 제도로 전환됐다.
또 공적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거한 소득비례연금을 도입하고,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처럼 사전에 확정된 수준의 급여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확정급여 방식에서 명목확정기여 방식으로 전환했다. 확정기여 방식은 연금액이 가입 기간 운영한 기금 수익률에 따라 결정되는 방식으로 민간 부문에서 이 방식으로 운영하려면 개인연금처럼 적립기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명목확정기여 방식에서는 기금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명목상으로만 존재한다.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전체 가입자 평균임금 상승률로 재평가해 가입자 개인계정에 매년 기입해주기 때문에 개인별 적립 금액을 알 수 있지만 장부에만 있는 것처럼 처리하고 실제로는 기금이 없다.
명목확정기여 방식에서는 가입자에게 가상의 적립 금액을 매년 통보하기 때문에 제도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어서 은퇴 시점의 기대여명을 반영해 명목상의 적립금을 연금액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늦게 은퇴할수록 기대여명이 짧아져 연금이 증가한다. 은퇴 연령이 기금에 중립적이기 때문에 수급 개시 연령을 가입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연금 수급 후에는 전체 가입자 평균임금 상승률을 반영해 인상하기 때문에 연금액이 기대여명 증가와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자동 조정된다.
이러한 내용의 창의적 고안을 통해 기대여명 증가와 침체된 노동시장이 연금 재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정치적 개입 없이 자동으로 제거하는 자동균형장치(automatic balance mechanism)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라트비아, 이탈리아, 폴란드, 일본 및 독일 등에서 이 자동 안정화 장치를 벤치마킹해 도입했다.
우리나라 2021년 노인빈곤율 37.6%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은 정부 예산을 재원으로 하는 기초연금과 사회보험 형태로 운영되는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으로 구성돼 있고, 특수직역연금으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및 군인연금이 있다.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 중의 하나는 노인 빈곤인데, 대도시 길거리에서 폐지 줍는 노인을 쉽게 목격하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현(現) 세대 노인 중에는 부모 부양과 자식 양육의 이중 부담 때문에 정작 본인의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1988년에야 도입되어 취업 활동 중 가입할 수 있던 기간이 짧아 무연금 또는 저연금으로 국민연금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인이 많다.
그동안 노인빈곤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어도 2021년 전체 인구 빈곤율이 15.1%인 데 비해 노인빈곤율이 37.6%로 큰 차이를 보이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노인 빈곤은 현재의 근로 세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예산에서 매월 정액으로 지급하는 복지제도인데, 기초연금이 정치화되어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마다 10만원씩 인상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때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확대 개편되면서 월(月) 약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된 후 문재인 대통령 때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을 반영해 40만원으로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에 20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빈곤 완화 효과가 미흡하다.
기초연금제도와 생계급여 통합해야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에 기초연금이 없을 때의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세금, 이자비용 등 비소비성 지출을 뺀 것) 기준 노인빈곤율은 45.6%이고, 기초연금 수급 후의 노인빈곤율은 38.9%이다. 이는 노인 인구의 24.4%는 빈곤 노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을 수급하고 있고 기초연금의 빈곤 완화 효과가 6.7%p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노인 인구 비중의 증가와 낮은 경제성장으로 향후 기초연금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기초연금 지출의 GDP 대비 비중은 현행의 월 30만원을 유지하면 2060년에 3.0%를, 월 40만원으로 인상하면 3.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빈곤율 완화 효과가 미흡한 주된 이유는 노인의 70%에게 적은 금액을 정액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앞에 기술한 것처럼 2020년 기준 노인 인구의 24.4%는 빈곤 노인이 아님에도 기초연금을 수급하고 있어 지급 대상 설정에 문제가 있다. 또 기초연금이 2022년 현재 월 30만7500원에 불과해 빈곤선 바로 아래에 위치한 노인만 기초연금을 통해 빈곤을 탈출할 수 있고 정작 가장 취약한 빈곤층은 기초연금 수급 후에도 여전히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노인 빈곤을 큰 폭으로 낮추고 예산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점진적으로 지급 대상을 축소하고 기초연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즉 동일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도 적은 대상에게 많은 금액을 지급하고 취약한 노인일수록 더 많이 지급해야 한다. 또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제도가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로 이중으로 운영되지만 병급(竝給)할 수 없어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하면서 행정 낭비와 소위 ‘줬다 뺏는 기초연금’으로 당사자들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제도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를 통합해 최저소득보장제도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최저소득보장은 독일과 영국에서 노인을 위한 기초보장제도로 정착되어 있고 저소득 노인일수록 많은 금액을 지원하기 때문에 지급 대상의 목표 효율성이 높아 노인 빈곤을 큰 폭으로 축소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2022년 12월 8일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발표한 첫 재정안정화 방안이어서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주된 검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5%로 인상할 때의 재정안정화 효과를 분석했다. 2025년부터 30년 동안 매년 0.2%p씩 인상하면 기금 소진 연도는 2057년에서 2067년으로 10년 미루어지고, 2025년부터 2036년까지 매년 0.5%씩 인상하면 기금 소진 연도는 2073년으로 16년 미루어진다.
둘째, 연금 수급 연령을 2033년 65세에서 5년에 1세씩 2048년까지 68세로 인상하면 기금 소진 연도는 2059년으로 2년 미루어진다.
셋째, 독일형 자동조정 장치를 도입하면 기금 소진 연도는 2057년에서 2060년으로 3년, 일본형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2059년으로 2년 미루어진다.
이 재정안정화 방안은 지금까지 제안된 주요 방안의 효과를 추계해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연금 수급 연령 상향 조정과 자동조정 장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재정안정화 효과가 크지 않고 보험료율 인상 효과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기재정 안정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해야 하며, 특히 빠른 보험료율 인상의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조속한 보험료율 인상의 필요성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민연금 균형보험료율은 20.4%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2022년에 신규로 가입해 40년 동안 가입자 평균소득으로 가입한 가입자가 65세에 연금을 수급하는 2062년의 예상 기대여명인 26년을 연금 수급기간으로 설정하면 국민연금에 대한 수입과 지출을 일치시키는 균형보험료율은 20.4%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연구원은 최종보험료율로 15%를 제시했다. 이는 15% 이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했거나 또는 65세에서의 예상 기대여명으로 비현실적인 20년을 적용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현행 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재정안정화를 추구하는 모수개혁은 실행하기 쉬운 반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극단적인 인구구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실행하기 힘들어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국민연금의 핵심 목표는 사회적 위험인 장수위험(오래 살아 생기는 위험부담) 분산에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고 소득대체율(연금액이 생애 평균소득의 몇%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을 40년 가입 기준 현재의 40%에서 30%로 낮추는 구조개혁 방안을 제안한다. 이처럼 소득대체율을 낮추면서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면 신규 가입자의 경우 미적립 연금부채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현재의 저부담-고급여 구조 때문에 기존 가입기간에 대해 발생한 미적립 부채는 어쩔 수 없지만 개혁을 통해 신규 가입자와 기존 가입자의 미래 가입기간에 대해서는 미적립 부채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입과 지출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소득대체율을 30%로 낮추고 균형 보험료율 15%를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특수직역연금 개혁해야
앞에서 기술(記述)한 것처럼 예산에서 지출되는 최저소득보장을 통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국민연금을 수입과 지출이 일치하는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면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울러 앞에 기술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상향조정과 자동 안정화 장치를 점진적으로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그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하게 될 극단적인 인구구조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국민연금제도로 개편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및 군인연금으로 구성되는 특수직역연금 역시 개혁해야 한다. 현재 특수직역연금 산식에는 퇴직금 기능을 포함한 모든 것이 혼재해 있어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개혁 방향은 이들 직종의 특수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국민연금 가입자와 특수직역연금 가입자의 노후소득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형태로 특수직역연금의 급여 산식을 개편하는 것이다.⊙
― 후생연금(국민연금)과 공제연금(공무원·사학연금) 통합
일본의 제도는 우리나라가 사회보험을 도입할 때 벤치마킹 대상이었기 때문에 양국 제도에 유사한 내용이 많고 한국과 일본의 사회구조도 비슷해 개혁을 위한 해외 사례를 연구할 때 우선적 관심 대상이었다. 이는 공적연금에서도 동일해 일본 후생연금제도(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에 해당)는 우리나라가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할 때 중요한 해외 사례로 연구 대상이었다.
합계출산율의 하락, 장기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성장률의 하락 및 장기재정 불안정에 기인하는 젊은 세대의 불신 심화로 인한 가입 저조 등으로 위기에 직면하자 일본은 2004년 후생연금(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을 개혁했다. 재정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을 2004년의 13.58%에서 매년 0.354%p씩 인상해 2017년 18.3%로 올린 후 당시에 만연한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이 수준(최고보험료율)에서 고정시켰다.
또 스웨덴과 이탈리아에서 도입한 자동안정화 장치(automatic stabilizer)를 벤치마킹해서 2004년에 인구와 노동시장의 변화를 반영해 자동으로 연금액을 조정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제를 도입했다. 매년 연금액을 조정할 때 후생연금 가입자 수가 감소할수록, 그리고 기대여명이 증가할수록 연금 인상률을 낮춰 지출을 억제토록 했다. 이를 통해 정치적 개입 없이도 기대여명 증가와 노동시장 상황 악화가 연금 재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거시경제 슬라이드제는 제도 도입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장기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2014년까지 적용되지 않다가 2015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마이너스 0.006%, 연평균 임금 상승률은 마이너스 0.52%를 기록해 적용 예외 조항에 해당돼 거시경제 슬라이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처럼 후생연금의 장기재정 안정화를 위한 개혁을 실시한 후 2012년에 일본 정부는 다른 연금 핵심 이슈였던 일반근로자와 공무원 간의 연금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개혁을 실시했다. 일본 정부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적용 대상으로 운영하던 공제연금(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에 해당)을 일반근로자를 적용 대상으로 하는 후생연금에 통합시키는 피용자(근로자)연금제도 일원화를 통해 민관(民官) 격차를 해소하고자 했다. 공평성 확보를 위해 민간근로자와 공무원이 동일한 보수에 대해 동일한 보험료를 부담하고 동일한 연금을 수급하도록 해서 2015년 10월부터 신규 공무원이 후생연금에 가입하고 있다. 공무원에 적용되는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2018년까지 18.3%로 인상했다. 사립학교 교직원에 적용되는 보험료율 역시 매년 0.354%p씩 인상해 2027년에 18.3%로 인상된다.
일본은 적정 수준의 급여 보장보다 장기재정 안정화에 중점을 둔 제도 개혁을 통해 향후 100년 동안 재정 안정이 유지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반발이 있었으나 민관 근로자와의 공평성을 택했다.
독일
― 보험료율 인상 대신 급여 낮춰
독일 역사에서 최초의 통일을 이룩한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 수상이 주도해 세계 최초로 1891년에 도입한 사회보험 형태의 공적연금제도는 일본이 공적연금을 도입할 때 귀감이 됐다. 또 우리나라가 1988년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할 때 일본 제도를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현행 국민연금제도와 초기의 독일 제도는 급여산식을 포함한 기본 틀이 비슷하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가 비스마르크 모델에 기반해 도입되었고, 독일이 고령화와 저성장에 기인하는 재정위기를 빨리 경험했기 때문에 독일의 개혁 사례는 우리에게 유익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1989년 최초의 연금개혁
1950년대와 1960년대의 경제 호황을 반영해 독일은 국민연금의 적용 대상과 급여를 확대했지만 1970년대의 석유파동에 따른 경기침체로 장기재정이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되자 전문가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를 반영해 1989년 처음으로 급여를 축소하는 모수개혁(연금 구조 틀을 그대로 둔 채 지급률과 기여율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을 실시했다.
본격적인 구조개혁은 통일(1990년) 직후의 경제특수가 사라지고 통일 후유증으로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으로 사회보험 재정이 심각하게 위협받은 1990년대 후반부터 추진됐다. 1990년대 후반의 경기침체로 경제대국 독일이 외국 언론(《The Economist》 1999년 6월 3일자)에 ‘유럽의 병자(the sick man of Europe)’로 조롱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통일비용 조달을 위해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큰 폭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었고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독일에서 40%를 상회하는 높은 사회보험 보험료는 독일 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지적됐다. 높은 생산비가 산업기지 입지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평가받자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연금 개혁 2001’을 통해 급여 수준 유지를 위해 보험료율을 인상하던 지금까지의 정책에서 보험료율 안정을 위해 급여를 낮추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급여 수준 안정보다 재정 안정을 중시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삭감된 국민연금을 민영연금인 리스터연금을 통해 보충할 수 있도록 보험료 납부 시 예산에서 지원금을 제공토록 했다. 지원금 규모는 저소득가구와 다자녀가구에 유리하게 설계됐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추구하면서 부족한 노후소득을 민영연금 활성화를 통해 보충토록 했다는 점에서 이는 획기적인 변화다. 또 세계화와 EU 통합이 진행되던 1990년대 이후에도 생산기지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2020년까지 20%를, 2030년까지는 22%를 초과하지 못하게 상한을 설정했다.
獨 연금수급 개시, 2029년부터 68세로 수정
경제 상황은 2000년대 들어 더욱 악화되어 2002년에 제로 성장을, 2003년에는 IT 버블 붕괴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슈뢰더(Gerhard Schro˙˙der) 수상은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해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르츠(Hartz) 개혁을 실시했다. 국민연금 장기재정 안정화를 위해 실시한 ‘국민연금 개혁 2004’는 슈뢰더 정부의 이러한 정책 기조와 연관돼 있다.
이 개혁의 핵심 내용은 인구구조와 노동시장의 변화가 국민연금 재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연금산식에 지속가능성 요소를 도입한 것이다. 지속가능성 요소는 평균수명 연장으로 연금수급자 수가 증가할수록, 그리고 출생과 취업이 줄어 가입자 수가 감소할수록 연금액을 낮추는 자동 안정화 장치다.
흥미로운 것은 2004년에 독일과 일본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지속가능성 요소를 도입했는데, 양국 정책 담당자의 사전 교류는 없었다는 점이다. 일본식과 독일식 사고방식으로 각자 분석한 후 자국 제도에 적합한 형태로 자동 안정화 장치를 도입했는데, 그 내용이 일치한 것이다. 이어서 기대여명(0세 출생자가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 증가를 반영하기 위해 ‘국민연금 개혁 2007’을 통해 66세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9년부터 68세를 적용토록 했다.
한편 독일 공무원연금제도는 역사적인 이유로 부양원칙에 기초해 운영되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도 국가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공무원에게 연금을 지급하며, 소요 비용은 전액 정부 예산의 인건비 항목에서 지출된다. 국민연금이 보험원칙에 기초해 운영되는 것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부양원칙에 기초해 운영되기 때문에 운영 원칙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민연금 개혁 2001’ 이후의 국민연금 개혁과 완전히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도록 공무원연금을 지속적으로 개혁해 국민연금에 상응하는 공무원연금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
― 기초연금 폐지, 소득비례연금 도입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하고 공적연금 역시 재정위기를 포함해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자 스웨덴은 정치인이 주도해 1998년부터 대대적으로 공적연금을 개혁했다.
우선 3년 이상 스웨덴에 거주하고 65세에 도달한 모든 노인에게 정액으로 지급하던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취약 노인을 선별해서 차등 지원하는 최저보장연금을 도입했다. 모든 노인에게 동일 금액으로 지급하던 보편적 기초연금을 연금 조사를 통해 취약 노인을 선별해 지급하는 제도로 전환한 것이다. 최저보장연금은 16세부터 64세까지 40년 이상 스웨덴에 거주하고 공적연금이 최저보장 수준에 미달하면 그 차액(보충급여 원칙)을 지원하는 노인에게 특화된 최저생활보장제도로 전액 정부 예산에서 조달된다. 이처럼 보편적 보장에서 취약 노인에게만 지원하는 선별적이고 차등적 보장 제도로 전환됐다.
또 공적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거한 소득비례연금을 도입하고,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처럼 사전에 확정된 수준의 급여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확정급여 방식에서 명목확정기여 방식으로 전환했다. 확정기여 방식은 연금액이 가입 기간 운영한 기금 수익률에 따라 결정되는 방식으로 민간 부문에서 이 방식으로 운영하려면 개인연금처럼 적립기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명목확정기여 방식에서는 기금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명목상으로만 존재한다.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전체 가입자 평균임금 상승률로 재평가해 가입자 개인계정에 매년 기입해주기 때문에 개인별 적립 금액을 알 수 있지만 장부에만 있는 것처럼 처리하고 실제로는 기금이 없다.
명목확정기여 방식에서는 가입자에게 가상의 적립 금액을 매년 통보하기 때문에 제도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어서 은퇴 시점의 기대여명을 반영해 명목상의 적립금을 연금액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늦게 은퇴할수록 기대여명이 짧아져 연금이 증가한다. 은퇴 연령이 기금에 중립적이기 때문에 수급 개시 연령을 가입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연금 수급 후에는 전체 가입자 평균임금 상승률을 반영해 인상하기 때문에 연금액이 기대여명 증가와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자동 조정된다.
이러한 내용의 창의적 고안을 통해 기대여명 증가와 침체된 노동시장이 연금 재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정치적 개입 없이 자동으로 제거하는 자동균형장치(automatic balance mechanism)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라트비아, 이탈리아, 폴란드, 일본 및 독일 등에서 이 자동 안정화 장치를 벤치마킹해 도입했다.
우리나라 2021년 노인빈곤율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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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5일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한 노인 백 여 명이 폐지와 깡통 등 고물을 들고 서울 경복궁역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마친 뒤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 중의 하나는 노인 빈곤인데, 대도시 길거리에서 폐지 줍는 노인을 쉽게 목격하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현(現) 세대 노인 중에는 부모 부양과 자식 양육의 이중 부담 때문에 정작 본인의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1988년에야 도입되어 취업 활동 중 가입할 수 있던 기간이 짧아 무연금 또는 저연금으로 국민연금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인이 많다.
그동안 노인빈곤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어도 2021년 전체 인구 빈곤율이 15.1%인 데 비해 노인빈곤율이 37.6%로 큰 차이를 보이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노인 빈곤은 현재의 근로 세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예산에서 매월 정액으로 지급하는 복지제도인데, 기초연금이 정치화되어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마다 10만원씩 인상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때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확대 개편되면서 월(月) 약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된 후 문재인 대통령 때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을 반영해 40만원으로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에 20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빈곤 완화 효과가 미흡하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에 기초연금이 없을 때의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세금, 이자비용 등 비소비성 지출을 뺀 것) 기준 노인빈곤율은 45.6%이고, 기초연금 수급 후의 노인빈곤율은 38.9%이다. 이는 노인 인구의 24.4%는 빈곤 노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을 수급하고 있고 기초연금의 빈곤 완화 효과가 6.7%p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노인 인구 비중의 증가와 낮은 경제성장으로 향후 기초연금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기초연금 지출의 GDP 대비 비중은 현행의 월 30만원을 유지하면 2060년에 3.0%를, 월 40만원으로 인상하면 3.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빈곤율 완화 효과가 미흡한 주된 이유는 노인의 70%에게 적은 금액을 정액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앞에 기술한 것처럼 2020년 기준 노인 인구의 24.4%는 빈곤 노인이 아님에도 기초연금을 수급하고 있어 지급 대상 설정에 문제가 있다. 또 기초연금이 2022년 현재 월 30만7500원에 불과해 빈곤선 바로 아래에 위치한 노인만 기초연금을 통해 빈곤을 탈출할 수 있고 정작 가장 취약한 빈곤층은 기초연금 수급 후에도 여전히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노인 빈곤을 큰 폭으로 낮추고 예산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점진적으로 지급 대상을 축소하고 기초연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즉 동일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도 적은 대상에게 많은 금액을 지급하고 취약한 노인일수록 더 많이 지급해야 한다. 또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제도가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로 이중으로 운영되지만 병급(竝給)할 수 없어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하면서 행정 낭비와 소위 ‘줬다 뺏는 기초연금’으로 당사자들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제도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를 통합해 최저소득보장제도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최저소득보장은 독일과 영국에서 노인을 위한 기초보장제도로 정착되어 있고 저소득 노인일수록 많은 금액을 지원하기 때문에 지급 대상의 목표 효율성이 높아 노인 빈곤을 큰 폭으로 축소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2022년 12월 8일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발표한 첫 재정안정화 방안이어서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주된 검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5%로 인상할 때의 재정안정화 효과를 분석했다. 2025년부터 30년 동안 매년 0.2%p씩 인상하면 기금 소진 연도는 2057년에서 2067년으로 10년 미루어지고, 2025년부터 2036년까지 매년 0.5%씩 인상하면 기금 소진 연도는 2073년으로 16년 미루어진다.
둘째, 연금 수급 연령을 2033년 65세에서 5년에 1세씩 2048년까지 68세로 인상하면 기금 소진 연도는 2059년으로 2년 미루어진다.
셋째, 독일형 자동조정 장치를 도입하면 기금 소진 연도는 2057년에서 2060년으로 3년, 일본형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2059년으로 2년 미루어진다.
이 재정안정화 방안은 지금까지 제안된 주요 방안의 효과를 추계해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연금 수급 연령 상향 조정과 자동조정 장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재정안정화 효과가 크지 않고 보험료율 인상 효과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기재정 안정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해야 하며, 특히 빠른 보험료율 인상의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조속한 보험료율 인상의 필요성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민연금 균형보험료율은 20.4%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2022년에 신규로 가입해 40년 동안 가입자 평균소득으로 가입한 가입자가 65세에 연금을 수급하는 2062년의 예상 기대여명인 26년을 연금 수급기간으로 설정하면 국민연금에 대한 수입과 지출을 일치시키는 균형보험료율은 20.4%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연구원은 최종보험료율로 15%를 제시했다. 이는 15% 이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했거나 또는 65세에서의 예상 기대여명으로 비현실적인 20년을 적용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현행 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재정안정화를 추구하는 모수개혁은 실행하기 쉬운 반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극단적인 인구구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실행하기 힘들어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국민연금의 핵심 목표는 사회적 위험인 장수위험(오래 살아 생기는 위험부담) 분산에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고 소득대체율(연금액이 생애 평균소득의 몇%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을 40년 가입 기준 현재의 40%에서 30%로 낮추는 구조개혁 방안을 제안한다. 이처럼 소득대체율을 낮추면서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면 신규 가입자의 경우 미적립 연금부채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현재의 저부담-고급여 구조 때문에 기존 가입기간에 대해 발생한 미적립 부채는 어쩔 수 없지만 개혁을 통해 신규 가입자와 기존 가입자의 미래 가입기간에 대해서는 미적립 부채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입과 지출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소득대체율을 30%로 낮추고 균형 보험료율 15%를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특수직역연금 개혁해야
앞에서 기술(記述)한 것처럼 예산에서 지출되는 최저소득보장을 통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국민연금을 수입과 지출이 일치하는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면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울러 앞에 기술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상향조정과 자동 안정화 장치를 점진적으로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그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하게 될 극단적인 인구구조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국민연금제도로 개편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및 군인연금으로 구성되는 특수직역연금 역시 개혁해야 한다. 현재 특수직역연금 산식에는 퇴직금 기능을 포함한 모든 것이 혼재해 있어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개혁 방향은 이들 직종의 특수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국민연금 가입자와 특수직역연금 가입자의 노후소득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형태로 특수직역연금의 급여 산식을 개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