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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美中 ‘10년 전쟁’ 시작과 한국의 선택

美中전쟁 속에서 ‘응석 외교’ 안 통해

글 : 유민호  퍼시픽21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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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의 전선이 인도-태평양으로 확대되면서 인도·호주·필리핀의 전략적 가치는 상승한 반면, 한국의 가치는 하락
⊙ 美의 對中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거래할 경우, 국제적 고립은 물론 법적 제재 직면
⊙ 美, ‘중국이 대만 침공할 경우 한국군은 미군을 도와 참전할 것인가’ 묻고 있어
⊙ 미국, 경쟁국이 자국 GDP의 60%를 넘어서면 전방위 압박해 무너뜨려… 중국은 2022년 현재 미국 GDP의 80%에 달해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미국과 필리핀 해병대가 10월 초 실시한 ‘바다의 전사 연대’ 훈련 개막식 행사에서 필리핀, 일본, 한국, 미국 해병대원들이 국기를 들고 의장행렬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60% 현상.’
 
  5년 전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의 중국 관련 세미나에서 처음 알게 된 말이다. 미국에 들른 베이징(北京)대학 교수의 발언으로, 중국 지식인 대부분이 믿는 상식이라고 했다. 특정 국가가 미국 국내총생산(GDP) 60%를 넘어서는 순간 미국의 적이 된다는 의미다.
 
  당시에는 중국발(發) 국제정치 이론 아니 음모론으로 들렸다. 미국 GDP의 60%까지는 경제·외교 파트너가 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에는 미국의 전방위적 공격이 시작된다는 논리였다. 그 중국 교수가 근거로 제시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소련, 1980년대의 일본이었다. 이들 나라의 GDP가 미국 GDP의 60%를 넘어서려는 순간, 미국은 경제·군사·외교 차원의 전방위 강압 정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1995년 일본의 GDP는 5조4490억 달러에 달했다. 당시 미국의 7조6400억 달러의 71% 정도로, 세계 경제대국 미국을 추월할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3년 뒤인 1998년 일본의 GDP는 4조330억 달러로 추락했다. 반면 미국은 9조630억 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일본의 GDP는 미국의 44%로 추락했다. 미국이 주도한 경제압력과 버블경제 종식이 그 이유다. 2021년 기준으로 일본의 GDP는 4조9374억 달러다. 미국은 23조 달러다. 한때 미국 GDP의 71%까지 따라갔던 일본이지만, 2021년에는 미국의 21%에 불과하다.
 
  흥미롭게도 ‘60% 현상’ 얘기를 들었던 2017년 당시, 중국 GDP는 미국의 62.9% 정도였다. 미국이 19.54조 달러, 중국이 12.31조 달러로, 중국의 미국 추월이 2030년 이전에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일상적이던 시기이기도 했다.
 
 
  중국, 미국 GDP의 80%에 달해
 
  4년 전인 2018년 10월 4일, 워싱턴발 뉴스 하나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펜스 미국 부통령이 중국을 ‘도둑질 주범’이라고 비난하면서 무역 갈등, 미국 중간선거 개입, 남중국해 문제에 관해 반중(反中)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이른바 ‘신냉전(新冷戰)의 출발점’으로 해석된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의 발언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8개월째 주도하고 있었다. 중국 상품에 대한 무역 관세가 대중 보복의 핵심이었다. 우연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교수가 말한 ‘60% 현상’은 2018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60% 현상’을 염두에 두면서 2022년, 양국의 GDP를 비교해보자. 2022년 GDP는, 미국이 24.85조 달러, 중국은 19.9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 전망된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마침내 미국 GDP의 80%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불과 5년 만에 20%나 상승했다. 1995년 미국 GDP의 71%에 달했던 일본 경제력보다 훨씬 더 강하다.
 

  2022년 가을, 전 세계는 달러 강세에 따른 금융자본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초읽기에 들어섰지만, 금융·통화 위기가 지구촌 어딘가에서 터질 전망이다. 러시아의 핵(核)무기 사용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경기(景氣)는 물론, 장기적 차원의 경제전망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경제학자 대부분은, ‘미중(美中) 직접 충돌이 없는 한’ 10년 내에 중국이 미국 GDP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이념이나 종교가 아니라 돈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자본주의 대국이다. 이념이나 종교의 자유도, 궁극적으로 보면 자본 대국이기에 강조할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자본이 없다면 이념과 종교의 자유를 누리기 힘들다. 중국 GDP가 미국을 넘어선다는 것은, 마치 이슬람이 기독교를 압도하는 상황에 비견할 수 있다. 육신만이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기본인 ‘돈’에서 밀릴 경우, 미국이 갖고 있던 ‘자유와 풍요라는 이름의 권위’ 그 자체가 붕괴할 것이다.
 
  이에 따라 모든 국제질서도 중국 중심으로 빠르게 개편될 것이다. 이미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것처럼, 마치 꿀 냄새를 맡은 벌처럼 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을 누른 중국으로 몰려갈 것이다. 그 같은 상황이 눈앞에 나타날지 여부를 가늠할 시간은 앞으로 10년 정도 남아 있다.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은 미국을 누를지도 모를 중국을 타도하기 위한, 워싱턴발 10년 공격의 신호탄이다. 냉전이 될지 열전(熱戰)으로 변할지 알 수 없지만, 진짜 싸움은 앞으로 10년 내내 지속될 것이다. 물론 10년 전쟁의 강도도 매년 수위를 더해갈 것이다.
 
 
  미국이 보는 韓日의 비중
 
일본 육상자위대와 미 해병대는 10월 초 ‘레솔루트 드래곤22’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일본 육상자위대
  얘기를 최근 한일(韓日) 양국을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에 맞춰보자. 한국 신문에도 보도됐지만, 해리스는 9월 25일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일본 총리의 국장(國葬)에 참석하기 위해 도쿄를 방문했다. 그는 4박 5일간 일본에 머문 뒤, 9월 29일 한국에 들렀다.
 
  해리스 부통령의 방문에 즈음해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미중 격돌에 대응하는 한일 두 나라의 온도 차다. 부연하자면, 반중(反中) 노선의 미국을 대하는 한일 양국의 자세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일본의 자세는 미국과 120% 일치한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과 전혀 무관한 남의 일로 대할 뿐이다.
 
  그런 상황의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해리스가 일본에는 4박 5일, 한국에는 무박 1일 머물렀다는 점에 주목하길 바란다. 해리스는 한국보다 3배 정도 많은 일정을 일본에서 소화했다. 필자가 보기에 미국이 보는 한일 두 나라에 대한 비중은 대략 ‘1대 2’ 수준이다. 군사력만이 아닌, 정치·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본 미국의 한일관(韓日觀)이 1대 2 정도라는 말이다.
 
  일단 미군의 방어력이나 전쟁 무기를 둘러싼 미국의 군사전략을 보자. 실제 전쟁이 터질 경우 미군이 두 나라를 오가며 작전을 벌이겠지만, 평시의 준비태세를 보면 1대 2 정도가 유지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미군의 병력 수를 보자. 주일미군은 5만1000명, 주한미군은 2만8000명이다. 주한미군 가운데 1개 여단은 글로벌 순환 병력이기 때문에 실제 상시 주둔 미군은 2만3000명 선이다. 순환 병력을 제외할 경우, 한일 비율은 정확히 1대 2 정도다.
 
  미군이 가진 전투력이란 점에서 보면 미군의 한일 비중은 1대 3, 1대 4 정도로 벌어진다. 주한미군의 경우, 육군 병력이 2만 명, 공군은 8000명, 해군과 해병대는 불과 500여 명이다. 육군이 주한미군의 7할 정도다.
 
  주일미군은 어떨까? 해병대가 2만 명, 공군이 1만2000명, 육군이 2500명,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를 주축으로 한 제7함대 포함 해군이 1만5000명이다. 주일미군은 해군, 공군, 해병대를 중심으로 한 신속기동군으로 구성돼 있다. 육군 중심 주한미군의 전투력이 공군·해군 중심인 주일미군에 비해 절대 열세라는 것은 이러한 수치만으로도 알 수 있다.
 
  전투기를 보면, 주일미군 전투기는 제7함대 소속 전투기 50기를 포함해 전부 200기가 주둔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약 80기로 일본의 40% 정도 수준이다. 한일 1대 2 정도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전투기의 수준을 보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주일미군 전투기가 21세기 최첨단인 데 비해, 한국은 20세기 최첨단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일 주둔 미군을 양적으로 보면 1대 2 정도지만, 질적 수준으로 보면 1대 3, 1대 4까지 차이가 난다. 과거 미국 대통령의 한일 방문 일정을 봐도 ‘1대 2’ 비중이다.
 
 
  금융·통화 위기 때 도움 줄 나라는 미국
 
  군사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에 대한 미국의 생각이 1대 2이든, 1대 3이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군 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주한미군을 크게 줄이고 한국 스스로의 전투력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미군의 존재가 희미해질 경우 그만큼 미국에서 멀어진다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미군 병력이 많을수록, 미제 최첨단 전투기가 많을수록 미국이 갖는 경제적·정치적·문화적 자산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의미다.
 
  반미(反美)·반외세를 부르짖으면서, 미군 나아가 미국과 무관하게 주체적으로 우리끼리 살아가자는 말을 할지 모르겠다. 북한·벨라루스·쿠바 같은 나라로 가자는 의미로 들릴 뿐이다. 시가를 입에 문 피델 카스트로가 주체적이고 폼 나게 보일 수 있지만, 쿠바인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는지 안다면 부끄러워서라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 자유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아온 사람이라면, 북한에서는 단 하루도 지내기 어렵다.
 
  또다시 금융·통화 위기가 닥치면 한국에 도움을 줄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친중(親中) 사대주의자들이 아무리 중국을 떠받든다고 해도, 중국은 한국의 금융·통화 위기를 도와줄 능력이 없다. 2022년 전 세계 외환(外換)보유고로 통용되는 통화의 60% 정도는 미국 달러다. 중국 위안은 어느 정도일까? 3%에도 못 미친다(IMF 발표. 2022년 6월 기준). 각 나라가 만약을 대비해 준비하는 외환의 60%가 달러, 3% 정도가 중국 위안이란 의미다. 미국 달러는 언제 어디서든 통용된다. 위안은 시장에서 통하지도 않고 미래도 불투명하다.
 
 
 
해리스의 한일 외교 행보

 
윤석열 대통령은 해리스 미 부통령과 만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과 관련된 한국의 우려를 전달했다. 사진=뉴시스
  해리스 얘기로 돌아가자. 해리스가 일본과 한국에 머무는 동안 북한은 3차례의 무력시위를 벌였다. 해리스가 일본에 도착한 9월 25일을 시작으로, 28일과 29일 3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축포’가 이어지는 동안 해리스는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 9월 28일 오전 해리스는 도쿄 근처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를 방문했다. 주일미군 앞에서 행한 연설의 키워드는 중국이었다. 해리스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군사력 확장을 맹비난했다.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무력도발도 거론했지만, 핵심은 역시 중국이었다. 해리스는 9월 26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반중 기조를 이어갔다. 명목은 아베 국장 참석이었지만, 중국의 무력도발에 맞서 미일 동맹이 견고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해리스 방일(訪日)의 진짜 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방문 후 서울을 찾은 해리스는 윤석열(尹錫悅) 대통령도 만나고, 성(性)평등 관련 여성 모임에 참석하는가 하면, 판문점을 방문하는 등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녔다.
 
  85분간 행해진 윤석열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만남을 보자. 북한 핵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자는 얘기가 기본으로 나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한 한국 측 우려를 전달했고, 필요시 금융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키 위한 협력이 논의됐다고 한다. 한미 요인들이 만났을 때 기본적으로 나오는 북한 핵 문제, 한미 동맹에 대한 다짐을 논외로 할 경우,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전기자동차 보조금 문제와 한국 금융·외환 위기 공동대처가 핵심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나흘간의 일본 방문 기간 중 해리스의 관심은 중국에 집중됐다. 한국 방문과 동시에 ‘중국’이란 단어는 종적을 감추었다. 대통령실 발표를 봐도 ‘중국’이란 말은 하나도 없다. 갑자기 해리스가 중국을 잊어버린 것일까?
 
  추측건대, 해리스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중국 문제에 대해 논하기를 희망했지만 한국의 요청에 따라 ‘차이나 제로’로 간 듯하다. 이에 대해 중국과 관련해 책임질 일도 없어졌고, 아주 잘한 외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일본은 책임지는 것을 좋아해서 미국과 함께 반중 목소리를 높였을까? 일본은 동맹이기 때문에 미국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맞장구를 치고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한미 동맹은 그런 동맹의 기본정신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북한 핵을 비롯해, 한반도 내에서의 미군의 방어공약만이 전부일 뿐, 동맹국인 미국의 걱정은 ‘강 건너 불’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한국에 닥친 전기자동차 보조금 제외 문제, 닥칠지도 모를 금융·외환 위기에 대한 미국의 협력에 매달리고 있다.
 
 
  ‘아마에’
 
  아마에(甘え)라는 일본어가 있다. 직역하자면, ‘응석·아양·엄살’ 정도로 풀이될 수 있다. ‘아마에’는 도이 다케오(土居健) 도쿄대 명예교수가 1971년 펴낸, 《아마에의 구조(甘えの構造)》라는 책을 통해 일본인의 정서를 특징짓는 키워드로 등장했다. 이 책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1946년 펴낸 《국화와 칼(菊と刀)》, 1900년 일본 농학자 니토베 이나조(新渡造)가 영어로 출간한 《부시도: 일본의 혼(Bushido:The Soul of Japan)》과 함께 영미권에서 일본을 연구하는 사람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아마에’는 가까운 사이라는 전제하에, 서로가 기대면서 엄살이나 아양을 떨고, 그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인간관계를 지칭한다. 상대의 호의에 맞춰 거리낌 없이 마음대로 행동하는 식이다. 미국을 대하는 한국 외교를 보면 이 ‘아마에’가 떠오른다. 동맹으로서의 상호존중과 의무, 나아가 자세가 있지만, 한국에는 ‘세계 최강 미국이니까 한국에 좀 양보나 특혜를…’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주의할 점은 한일 ‘아마에’의 차이점이다. 응석·아양·엄살이라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같지만, 다른 점도 있다. 주로 한국의 좌향좌(左向左) 정치가들에게서 볼 수 있는 억지 주장이나 ‘벼랑 끝 작전’을 통한 공포 분위기 조장이 그것이다. 기본은 ‘아마에’이지만, 반미를 주장하면서 미국의 관심을 끄는 식이다. 반미를 외치지만, 자식들은 1년에 수억원이 드는 미국 유학을 보내는 심리라고나 할까? ‘설마 나를 무시하거나 버리지 않겠지’라는 기묘한 아마에 심리가 깔려 있다고 보면 된다.
 
  ‘아마에’ 심리가 미국에 통하는 것은 미국 스스로가 자신에 차 있고 큰 문제도 없을 때다. 2022년은 다르다. 중국은 이미 미국 GDP의 80%에 도달했다. 10월 말 시진핑(習近平) 장기 독재체제가 굳어지는 순간, 대만은 물론 미국과 세계에 대한 중국의 도발과 협박이 일상화될 것이다. 미국 스스로가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일본은 그동안 안보를 돈과 아마에로 대신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위기로 접어들면서 일본도 급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대응은 미국의 문제인 동시에 일본 스스로의 문제라고 보면서 미일 안보 일체화(一體化)로 나아가고 있다. 간헐적으로 뉴스로 나오고 있지만,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오키나와 아래의 작은 섬들의 무장화(武裝化)가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 미사일 기지 건설, 비상용 탄약 저장, 유사시 현지 주민 철수 훈련도 시작됐다. 미중 디커플링은 경제가 아니라, 태평양 입구에 들어선 작은 섬들에서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중국’이란 단어 자체를 기피하면서, 애매한 동맹으로 미국을 대하고 있다. 경제 분야의 경우 반도체만이 아니라, 전기자동차와 의료, 나아가 바이오산업과 우주자원 탐사까지 미중 디커플링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은 설마 설마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중국 문제에 관한 한 미국으로부터 ‘특별’ ‘예외’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층 구체화되고 있는 미중 디커플링 속에서 한국의 ‘아마에 외교’가 더 이상 통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도체나 전기자동차 수준을 뛰어넘는, 3개의 큰 파도가 한국에 곧 밀려들 것이다. 한국전쟁 후 처음 직면하는, 한국의 운명 자체를 가름할 시련이다. ▲미국의 대중(對中) 경제제재 확대와 제3자 페널티 ▲대만 유사시 한국의 입장 ▲필리핀의 등장과 한반도 지정학적(地政學的) 가치의 급락이 그것이다.
 
 
 
대만, 對中 경제제재 앞장

 
  첫째는 미국의 대중 경제제재 확대와 제3자 페널티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미국이 광범위한 대중 경제제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워싱턴발 급보로 전해지고 있다. 이 조치는 중국 정보통신기업 화웨이에 적용됐던 수출 통제보다 한층 더 가혹한 내용과 범위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0% 현상’에 기초한 미중 10년 전쟁을 이해한다면, 누구나 예상했던 너무도 당연한 뉴스다.
 
  9월 13일 로이터 통신도 보도했지만, 대중 경제제재는 바이든 대통령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다. 사실 대중 경제제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직후부터 언급되어왔던 사안이지만, 러시아 경제제재를 먼저 실행하는 과정에서 뒤로 밀렸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9월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 중심에는 주미대만경제문화대표부가 있다. 대만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민주 진영 지도자들에게 대중 경제제재를 적극 주문했기 때문이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전후 중국이 보여준 도발적 행위가 대중 경제제재 목소리를 높이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다. 대만 경제문화대표부는 9월 13일 워싱턴에서 전 세계 민주 진영 국회의원 60명을 초대해, 대중 경제제재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이는 대만 단독 행동이 아니라 미국과의 교감하에 이뤄진 행동이라 볼 수 있다.
 
 
  ‘제3자 페널티’
 
  미국이 시행할 대중 경제제재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9월 5일 기준). 그러나 러시아 경우를 보면, 대중 경제제재에 들어갈 경우 기업들의 중국과의 관계 단절은 필연적이다. 모른 척하고 제재 대상 중국 기업과 거래를 할 경우 자유 진영으로부터 배척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래 자체에 대한 제재만이 아니라, 위반 기업의 글로벌 금융거래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 물론 관계자 개개인에 대한 인적 제재도 뒤따른다.
 
  한국 반도체 회사가 제재에 들어간 중국 기업과 거래를 할 경우, 한국 반도체의 미국 수출도 중단되고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에도 배척된다. 물론 반도체 회사 지도부도 기피인물로 찍히면서 반중 경제제재 동참국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다. 현재 어정쩡하게 양다리 작전을 펴고 있는 한국 기업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정경분리(政經分離)는 불가능하다.
 
  경제제재 문제는 보통 미국 상무부와 재무부가 주관한다. 미국이 정한 관련 규정에 어긋날 경우, 자동 처리되는 식이다. 일단 위반 사항이 적발될 경우, 백악관이나 국무부를 통한 ‘아마에 외교’가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함께 주목할 부분은 제3자 페널티 문제다. 경제제재 기업과 거래를 한 기업이나 개인에게, 기피 차원이 아닌 법적 책임까지 묻는 것이 제3자 페널티다. 러시아의 경우에서 보듯, 제3자 페널티가 곧바로 시행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격화될 미중 10년 전쟁을 조망하면, 언젠가 직면하게 될 사안이다. 주목할 부분은, 제3자 페널티가 기업이나 개인 제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인들이 집단소송을 걸 수 있는 명분이자 근거가 제3자 페널티이다. 한국 특정 기업이 중국과의 불법거래로 제3자 페널티를 받을 경우, 미국 시민들이 한국 기업에 대한 민사·형사 소송에 나설 수 있다. 개인이 아닌 집단 차원의 소송이다. 미국 시민들의 소송 근거는 인권탄압이나 소수민족 박해를 도운 혐의와 같은 식이 될 것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한국은?
 
  둘째는 대만 유사시 한국의 입장이다. 이미 워싱턴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략할 경우 한국의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부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소식들에 의하면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 직접 개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해협 유사시 미군 개입을 이미 4번이나 공언했다. 주한미군이 대만해협 사태에 참전할 경우 동맹 관계에 있는 한국은 과연 어떤 정책으로 나아갈 것인가? CNN은 유엔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었다.
 
  CNN: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요청 시 대만 방어를 지원할 것인가?
 
  윤 대통령: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북한 역시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경우 대한민국에서는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CNN: 미국이 대만 분쟁에 대응하기 전에 한반도 방위 공약을 먼저 이행해야만 한다는 것인가?
 
  윤 대통령: 미국의 우선순위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한반도와 대만 모두 미국에 중요하다.
 
  좋게 말하면 외교적 센스가 돋보이는 답안이고, 나쁘게 말하면 동문서답(東問西答)이다. 중국 문제를 묻는데 북한이 튀어나왔다. 대만 유사시 한국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사실 이 경우 한국의 입장은, 해리스 방문 당시 논의했어야만 하는 한미 핵심 현안이다. 그 핵심은 대만 유사시 ‘한국군 참전 여부’로 모인다. 한국이 미군을 필요로 하듯, 미국도 한국군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대만 유사시, 중국의 주한미군 공격도 상상할 수 있다. 주한미군 나아가 미군 기지가 미사일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 상황하에서도 한국은 ‘북한 도발에 따른 미군의 대응’만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만에서의 유사 사태는 한국에 수입되는 에너지와 식량 운송 ‘시 레인(Sea Lane)’과도 연결돼 있다. 대만해협과 그 주변 어딘가에서 한국 관여가 필연적이다. 늦으면 늦을수록 더 큰 비용만 지불하게 될 것이다.
 
 
  미군의 필리핀 복귀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9월 22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AP/뉴시스
  10월 1~14일 필리핀군과 미군의 해상 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됐다. ‘바다 전사의 연대(Cooperation of the Warriors of the Sea)’란 이름의 훈련으로 3800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필리핀은 원래 미군과 정례적으로 군사훈련을 했었지만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집권한 후에는 양국 합동훈련을 대폭 축소하면서 소원한 관계가 지속됐다. 두테르테는 대통령 재임기간 중 한 번도 미국 땅을 밟은 적이 없을 정도로 사실상 반미·친중(親中) 노선을 걸었던 포퓰리스트 정치인이다. 대체로 문재인 정권과 흡사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2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필리핀의 대외(對外) 정책이 급변하고 있다. 마르코스는 9월 22일, 유엔 방문기간 중 바이든과 개별 정상회담을 가졌다.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대우와 기대가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것인데 필리핀에서는 ‘홈런급 쾌거’라고 흥분하고 있다. 9월 29일에는 필리핀 국방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양국 간 군사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당장 내년부터 양국 간 군사훈련 규모를 2배로 늘릴 예정이다. 과거 미군이 사용했던 필리핀 내 해군시설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가까운 시일 내 미국 항공모함의 필리핀 입항(入港)이 실현될 전망이다.
 
  지도상으로 보면 대만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가 필리핀이다. 과거 미군이 사용하던 필리핀 내 해·공군 시설을 재활용할 경우 미국은 대만사태 대응은 물론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중국 해군은 코앞에 들어선 미군을 감시·방어해야 하기 때문에 태평양까지 나갈 여력이 없어진다.
 
 
  美에 北核은 4차 이슈
 
  마르코스는 겉으로는 미국 일방외교가 아니라 중국과의 균형외교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의 국민 정서는 반중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이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들을 무력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1992년 미군 철수를 요구해 관철했지만, 30년이 지난 2022년에는 미국의 복귀를 반기는 분위기다. 필리핀의 친미(親美) 정책은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일본은 필리핀의 전략적·지정학적 가치를 진작부터 파악했다. 유엔 총회 때 기시다 총리는 앞장서서 마르코스와 만났다. 마르코스의 일본 국빈 방문도 조만간 실현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은 앞다투어 필리핀을 친구로 환영하고 있다.
 

  필리핀의 등장은 한국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불과 1년 만에 미국의 전선은 태평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확장되었다. 미국의 전선이 태평양일 경우 한국이 1차 방어선, 일본이 2차 방어선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인도-태평양으로 전선이 확대되면 기존의 지정학적 가치와 의미도 달라진다. 일본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한국은 동남아나 인도양 주변 나라와 비슷하거나 낮은 위치로 전락하기 쉽다.
 
  현재 워싱턴에서 북핵은 중간 단계급 이슈로 처리되고 있다. 중국이 1차, 러시아가 2차, 이란 핵문제가 3차이며, 북핵은 그 아래 4차 이슈로 처리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보다 필리핀·인도·호주의 전략적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필리핀은 과거의 미군기지도 그대로 남아 있고, 친미 감정도 강하며 영어권 나라이기도 하다.
 
 
  돈이 아니라, 나라의 목숨이 걸린 문제
 
  ‘60% 현상’, 아니 ‘80% 현상’으로 치달으면서 미중 10년 전쟁은 한층 더 격화될 것이다. 한국은 아직 애매한 입장이다. 나름 이유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 내에서만 통하는 논리다. 나쁘게 말하면 쇄국(鎖國)의 논리라 볼 수 있다. 전기자동차 보조금 특별 혜택에 매달리면서 ‘한국 특별’을 요구하는 ‘아마에 외교’가 펼쳐지고 있다. 듣기에도 좋고, 국민 지지율도 올라갈 수 있지만, 글로벌 판세로 보면 소탐대실(小貪大失)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권과 같은 반미 정책은 배격하고 있다지만, 미중 갈등 상황 속에서 중국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한국이 왜 미중 디커플링에 끼여 고생해야 하는가”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이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맹은 약소국의 약점을 보완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미국과 동맹인 이상, 동맹 파트너에 대한 신의와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고생도 같이할 수밖에 없다.
 
  동맹은 주고받는 것이다. 일방적 수혜(受惠)는 동맹 관계가 아니라 종속 관계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양국간·다자간 무역협정 수십 개가 있어도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는 군사 동맹 하나만 못 하다. 돈이 아니라, 나라의 목숨이 걸린 문제다. 양다리 걸치기식 ‘박쥐외교’를 국익(國益)을 지키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믿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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