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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尹 대통령의 나토 頂上회의 참석은 李承晩의 韓美 동맹 못지않은 획기적 사건

글 : 유민호  퍼시픽21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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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전문가들, 대만이 ‘제2의 우크라이나’ 될 것으로 예상… 한국도 위험
⊙ 나토와의 관계 강화는 韓美 동맹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보험’ 될 수 있어
⊙ 李承晩이 미국과 군사 동맹 확립했다면, 윤석열은 집단 군사 동맹 체제 진입의 출발선에 선 셈
⊙ 일본, 나토 회원국이 전쟁에 휘말리면 집단적 自衛權 발동해 참전… 이미 英·佛·獨과 합동군사훈련
⊙ G8 가입, 우크라이나 지원, 대만과 관계 강화 추진해야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2021년 10월 3일 미국·영국·일본은 항모 4척을 포함한 총 6국 17척의 함정과 1만5000여 명의 병력이 참가한 가운데 중국 견제를 위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필리핀 인근 남중국해에서 실시했다. 사진=美 국방부
  윤석열(尹錫悅) 정권 출범과 함께 외교·안보 구도가 초고속으로 변하고 있다. 문재인(文在寅) 정권과 비교하면 정확히 180도 방향을 틀면서 나아가고 있다. 지지하고 박수를 보낸다. 지난 5년간 한국 외교를 회상하면, ‘우물 안 청개구리’부터 떠오른다. 시대 흐름을 망각한, 역주행(逆走行) 외교로 일관한 ‘불임(不姙)의 시간’이었다. 단 하나라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슬로건과 이벤트 쇼만 난무했다.
 
  ‘우물 안 청개구리’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혁명의 나라 프랑스에까지 가서 ‘촛불 혁명’을 자랑한다. 지난해 가을에는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 외교 수장(首長)이 미국에 “중국의 말을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하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증세가 어느 정도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는 잊자. 눈앞의 험악한 국제 정세를 감안하면 어제의 청개구리 추태를 따질 시간조차 아깝다. 문제는 ‘항상’ 내일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쟁, 석유와 가스까지 끊으면서 러시아 제재를 가속화하고 있는 유럽연합(EU), 대만 침략 초읽기에 들어선 중국, 이미 50기(基) 정도로 추정되는 북한 핵폭탄, ‘적(敵) 기지 반격 능력 보유’란 호전적(好戰的) 표현과 함께 5년 내에 국방예산 규모를 두 배로 끌어올릴 일본, 대만 유사시 미군 자동 개입을 무려 3번이나 천명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이상이 집권 두 달째에 접어든 윤석열 정권의 눈앞에 펼쳐진 국제환경이다. 어느 것 하나 사소하게 다룰 수 없는 긴급 현안들이다. 흐름에 맞춰 적절히 대응할 경우에는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한순간 잘못 판단할 경우에는 그대로 떠내려가 사라지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데올로기나 윤리·도덕을 찾는 것은 한여름 밤의 잠꼬대로 들린다. ‘우리 모두 함께’라는 슬로건과 함께 글로벌 시대의 꿈과 미래를 찬양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미안하지만, 시대착오에 불과하다. BBC 인터넷 긴급뉴스로, 러시아군에 의한 우크라이나인 성(性)폭행과 신체 절단 소식이 뜨고 있다. 유토피아는 사라지고 디스토피아(Dystopia·암흑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레알폴리틱스’가 돌아왔다
 
지난 5월 14일 베를린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회의에서 연설하는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 사진=AP/뉴시스
  팬데믹과 함께 ‘레알폴리틱스(RealPolitics)’가 다시 국제정치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1853년 독일 정치철학가 루트비히 폰 로하우가 했던 이 주장은 2022년 세계의 상식이자 정의(正義)가 되고 있다. 독일의 철혈재상(鐵血宰相)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천명하고 실천했던 ‘힘의 자연법칙의 실현’이 윤석열 정권 앞에 펼쳐진 현실이자 운명이다.
 
  레알폴리틱스는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현실을 설명해준다. 우크라이나전쟁을 보자. 우크라이나는 원래 러시아와 피를 나눈 친척 내지 친구 관계인 나라다. 그러나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무자비하게 침략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을 시도한 것이 전쟁의 원인이라고 강변한다. 한국 정치인 중에서도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우크라이나가 처음부터 나토 가입을 포기했다면 러시아의 침략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거나,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텅 빈 사람들이다.
 
  전쟁의 가장 큰 원인은 푸틴의 힘자랑과 영토에 대한 욕심이다. 나머지는 전부 핑계일 뿐이다. 당연히 푸틴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핵폭탄 대응 협박도 일삼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서방 모두 우크라이나전쟁에 직접 나서지는 않고 있다(못 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입장에서 이 전쟁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그래서 유럽은 그동안의 내부 불화(不和)를 잊고 하나로 결집해 공동 대처하고 있다. 그동안 중립국을 표방해왔던 스웨덴·핀란드조차 나토라는 방탄복(防彈服)을 입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재미 보는 인도와 튀르키예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들은 손익(損益) 계산에 맞춰 행동한다. 쿼드(Quad)에 참가하면서 반(反)중국 전선에 나선 인도를 보자. 인도는 아시아에서는 미국과 협력하지만, 유럽에서는 러시아를 편드는 듯한 양다리 작전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실 중국에 관한 인도의 입장도 뭔가 어정쩡하다. 인도는 유럽이 러시아의 석유 수출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을 때 모스크바와 장기(長期) 석유 수입계약을 맺었다. 물론 염가(廉價)로.
 
  최근 튀르키예(Turkiye)로 국명(國名)을 바꾼 터키는 우크라이나전쟁 전후(前後)의 레알폴리틱스를 120% 즐기면서 활용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기왕에도 지정학적(地政學的) 이점(利點)을 살려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기독교 국가가 주류(主流)인 나토에 참가해왔다.
 
  러시아산 무기 수입으로 미국과 나토 회원국에 부담을 줬던 전과(前科)를 가지고 있는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전쟁이 터지자 러시아·나토·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공격용 무인(無人) 드론을 수출해 돈을 벌고, 러시아로부터는 저가(低價)로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함대의 흑해(黑海) 진입을 막으면서 나토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어려워지자, 튀르키예를 통한 우회(迂回) 수출이 논의되고 있다. 글로벌 식량 위기를 우려하고 있는 미국과 나토는 물론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찬성하고 있다. 그러면 튀르키예는 자국(自國)을 거쳐 가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해 관세를 매겨 수입을 챙길 수 있다. 봉이 김선달 격이다.
 
  인도와 튀르키예 두 나라를 보면, 과연 적(敵)인지 친구인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박쥐 같은 존재라고 지탄받을지는 몰라도, 밤낮 구별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생존과 국익(國益)을 최우선시하는 레알폴리틱스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레알폴리틱스의 세계에서 푸짐한 희생양(犧牲羊)에 불과하다.
 
  모두 말로는 우크라이나전쟁을 빨리 끝내자고 하지만, 레알폴리틱스의 관점에서 보면 달라진다. 급등하는 기름값으로 난리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익을 얻는 나라도 적지 않다.
 
 
  ‘제2의 우크라이나’는 대만·한국
 
  한국에서 볼 때 우크라이나전쟁은 ‘강 건너 불’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대만 문제를 이해한다면 달라질 것이다. 워싱턴의 아시아 전문가 대부분은, 가까운 시일 내에 대만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국의 팽창 정책 때문에 대만이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한반도도 ‘아시아의 화약고(火藥庫)’이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도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한국인은 ‘설마’라며 웃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전쟁이 시작된 2월 24일 이전의 분위기를 물어보라.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느냐’는 의견이 90%대였다고 한다. 서방과 나토도 ‘설마’에 의지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무시했다. 그러나 푸틴은 공격 명령을 내렸다. 힘으로 밀어붙일 경우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레알폴리틱스의 신봉자이자 화신(化身)이 바로 푸틴이다.
 
 
 
‘문샷 프로젝트’

 
1962년 9월 12일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달 정복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영어로 ‘문샷 프로젝트(Moonshot Project)’라는 말이 있다. ‘문샷 아이디어(Moonshot Idea)’라고도 한다. 1962년 9월 12일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 휴스턴에서 행한 대중연설에서 유래했다. ‘문샷’이란 말에서 보듯, 원래 달나라 정복에 관련된 프로젝트에서 나온 말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을 목표로 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총력(總力)을 모아 매진하는 프로젝트’란 의미로 변했다. 정확히 60년 전 행해진 케네디 연설을 들어보자.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10년 내로 달을 정복하고, 다른 것들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쉽기 때문이 아니라 아주 힘든 과제이기에 선택했고, 우리의 정열과 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만들고 조직화할 수 있다고 믿기에 달 정복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유튜브에서 45세의 케네디가 하는 17분48초에 달하는 연설을 보면, 한순간도 눈을 떼기 어렵다. 젊은 지도자의 비전과 리더십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표정·자세·목소리만으로도 케네디의 결의와 확신을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9~ 30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한다는 뉴스를 접하는 순간 케네디의 ‘문샷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아마 “윤 대통령의 나토 참석이 케네디의 ‘문샷 프로젝트’ 연설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한국 외교에서 나토는 케네디 당시의 달과 같은 존재다. 한 번도 체험한 적이 없는 미지(未知)의 세계라는 의미다. 한국군 장성 가운데 나토 전반에 대해 연구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았는데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한다. 한국의 안보 구도는 시종일관 미국 한 나라에만 집중되어 있다. 한미 동맹이 출발이자 끝이다. 21세기 들어 미국의 중재(仲裁)하에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듯했지만, 문재인 정권의 반일(反日) 외교로 지금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집단안보체제, 특히 유럽 중심의 나토는 한국 안보 구도에서는 가히 신천지라고 할 수 있다.
 
 
  兩者 동맹은 ‘20세기의 神話’
 
  비록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한국 외교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70년 전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미국과의 양자(兩者) 군사 동맹을 확립했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집단 군사 동맹 체제 진입의 출발선에 선 상태라 볼 수 있다.
 
  집단구도는 팬데믹 이후 글로벌 정치의 대세다. 강대국과의 1대 1 관계를 통한 미래 보장은 ‘20세기의 신화(神話)’에 불과하다. 강대국 스스로가 1대 1 관계를 피하고 있다. 강대국에만 책임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경제·외교·군사 심지어 환경 문제도 전부 집단구도로 간다.
 
  주목할 부분은 글로벌 체제와 집단구도 사이의 차이다. 디커플링(Decoupling)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이 2018년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끊겠다고 말하면서 유행한 말이다. 그 결과 불과 4년 만에 지구는 둘로 나눠진다. 미국과 중국이 디커플링의 분기점(分岐點)이다. 최근 러시아도 중국에 합류하면서, ‘미국·서방·자유 진영 대(對) 중국·러시아·독재국가’ 사이의 디커플링이 고착화(固着化)되고 있다.
 
 
 
일본과 나토의 군사협력

 
  케네디의 ‘문샷 프로젝트’는 당초 약속했던 10년보다 짧은 7년 뒤에 현실화되었다. 1969년 7월 16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흑백텔레비전을 통해 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에 옵서버 자격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첫걸음이 언제 어떤 식으로 결실을 맺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한국이 집단 군사동맹 체제의 플레이어로 활약하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스페인행(行)은 ‘문샷 프로젝트’의 첫출발이었다고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케네디의 ‘문샷 프로젝트’ 연설은 달 정복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달 착륙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우리는 휴스턴에서 24만 마일 떨어진 달에 갈 것이다.… 그리고 시속 2만5000마일의 스피드로 대기권에 진입해 (우주인과 우주선은) 지구로 무사히 돌아올 것이다.”
 
  달 정복뿐만 아니라, 달 탐사를 끝낸 뒤 우주인과 우주선의 무사 귀환에 관한 보장과 확신도 ‘문샷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다. 우주인과 우주선의 무사 귀환이 없다면 달 정복 자체도 무의미하다는 의미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한국이 나토라는 이름의 달나라에 도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후에 구체적으로 져야 할 ‘약속과 책임’도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이다. 각종 정상회의에 나가서 사진 찍고 이벤트성 쇼나 벌이는 것은 지난 5년간 해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레알폴리틱스의 세계에서는,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주는 것이 상식이다. 나토에 대한 한국의 약속과 책임은, 한국에 대한 나토의 ‘약속과 책임’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식 회원국이 아닌 옵서버에 불과한 한국으로서는 나토에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이는 한반도 주변의 긴박한 상황을 보면 용납하기 어려운 자세다. 특히 이웃 일본의 행보를 보면 너무나도 안이한 생각이다.
 
  일본도 한국처럼 나토의 옵서버 국가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각론(各論) 차원에서 ‘약속과 책임’을 나토와 함께하고 있다. 2019년 5월 프랑스 항공모함 샤를르 드골호가 일본·호주·미국과 함께 합동군사훈련을 했다. 2021년 8월에는 영국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호가 일본·미국·캐나다·네덜란드 등 5개국과 함께 태평양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독일과 일본이 해상 합동훈련을 했다. 지난 6월 7일에는 나토 최고군사위원장이 일본을 방문, 자위대와의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일본과 나토 회원국들과의 군사협력은 이미 일상화된 상태다. 한계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행동에 옮길 경우, 그 한계는 극복될 수 있다.
 
 
  韓美 동맹은 미국 입장에서는 불평등 조약
 
  한국이 일본을 따라나서야 할 이유가 뭐냐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일본을 따라가자는 것이 아니라, 일본을 상대하는 나토를 따라잡자는 얘기다.
 
  미일(美日) 동맹의 각론 차원에서 집단적 자위권(自衛權)이 법제화(法制化)된 지 오래다. 작전 영역도 일본 밖까지 포함한다. 미일 동맹은 일본이 공격을 받을 경우는 물론, 미국이 공격을 받거나 공격에 나설 경우에도 적용되는 협력체제다. 중국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일본도 미국을 위해 참전한다는 의미다.
 
  한미 동맹은 어떨까? 한국이 북한의 침략을 받을 경우에 적용되는 군사안보체제다. 작전 영역도 한반도에 그친다. 만약 미중(美中)전쟁이 터진다 해도 한국이 미국을 도와 참전할 의무는 없다. 그걸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미국만 한국을 도와줘야 하고, 한국은 미국을 도와줄 의무가 없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불평등 군사 동맹이다. 결국 미국의 한국에 대한 동맹의지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나토는 미국도 참가하는(사실은 미국이 주도하는 것이지만) 집단 군사 동맹 체제다. 집단적 자위권의 차원에서 보면, 미국이 유럽에서 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의 참전도 가능하다. 우크라이나전쟁의 경우, 미국이 직접 참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본도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나토 가맹국인 서유럽이 전쟁에 휘말릴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나토 회원국 맏형 격인 미국의 자동 개입과 함께 일본도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하게 된다. 나토 회원국과 일본과의 합동훈련은 그 같은 미래의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라 볼 수 있다.
 
  나토와 일본의 관계는 앞으로 질적·양적으로 점점 더 깊어질 것이다. 일본은 나토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과의 군사 동맹을 심화시키면서 주변의 외교·안보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만 유사(有事), 중국의 팽창 정책, 한반도전쟁, 러시아 북방 교란은 일본이 우려하는 4대 안보 리스크이다. 미국뿐 아니라 나토까지 끌어들여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일본의 의도다.
 
 
  韓美·美日 전투기 합동훈련의 차이점
 
6월 7일 한미 양국 공군은 20기의 전투기를 동원, 대북 무력시위를 벌였다. 사진=합참 제공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참석은 ‘전례(前例) 없는’ 문샷 프로젝트다. 핵심은 한국이 꺼내 보여줄 카드, 즉 ‘약속과 책임’에 있다. 나토에 대한 약속과 책임의 정도가 강할수록 한반도 안전과 평화에 대한 나토의 약속과 책임도 확보될 수 있다. 당연히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도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
 
  2022년 초여름 레알폴리틱스 관점에서 볼 때, 만약 북한이 한국의 오지(奧地)를 향해 핵무기를 발사할 경우 과연 미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할지 의문이다. 이 경우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지만, 일본 방어라는 차원에서의 미국의 움직임은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최근 있었던 전투기 합동훈련을 보면 한미(韓美)·미일(美日) 간 동맹의 차이를 읽을 수 있다. 6월 7일 한미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20기(機)의 전투기를 동원한 훈련을 했다. 한국 전투기 16기, 미군 전투기 4기가 참가했다. 이보다 앞선 5월 17일부터 일주일간 일본 상공에서는 미일 전투기 합동훈련이 실시됐다. 모두 30기의 첨단 전투기가 참여했는데, 미군 전투기 16기, 일본 전투기가 14기였다.
 
  한미 합동훈련의 경우는 미군 비율이 2할, 미일 훈련의 경우 미군 비율이 5할대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다른 사정이 있어 한미 훈련에서 미군 전투기 참가가 저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훈련을 봐도, 한미 훈련보다는 미일 훈련에서 미군의 공헌도가 훨씬 더 높다. 이런 점만 봐도, 북한의 핵 공격이 있을 경우에 미군이 한국을 위해 얼마나 싸워줄지 의문이다.
 
  한국이 나토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과의 양자 동맹이 갖는 한계를 보완해주는 ‘보험’이 될 수 있다.
 
 
  G8 가입 추진해야
 
  그렇다면 앞으로 나토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권이 지향하고 실천해야 할 외교·안보 어젠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는 레알폴리틱스 시대에 즈음한 한국의 외교·안보 현안이자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크게 보면 5가지다.
 
  1. G8과 한국
 
  G8은 ‘G7+1’의 개념으로, 1997년 러시아를 포함해 출발한 국제협력 기구다. 그러나 2014년 크름반도 침략 이후 러시아가 탈퇴하면서 다시 G7으로 되돌아갔다.
 
  G7은 원래 1975년 서방 민주주의 선진국 중심의 G6에서 출발한 협력체다. 이후 캐나다가 참가하면서 G7으로 확대되었다. 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영국·일본·캐나다가 회원국이다.
 
  2022년 현재 한국의 경제력은 과거 G8 회원국이었던 러시아 이상이다.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주도하면서 G7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못지않은 파워 조직으로 떠올랐다.
 
  한국이 G8에 참가한다면 나토와의 관계를 통해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 일본이 나토에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G7 회원국이라는 프리미엄이 있기에 가능하다. G7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6개 나라 전부가 나토 회원국이다.
 
  2.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
 
  아세안(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나토와 더불어 한국이 주목해야 할 국제 협력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10여 개국이 회원이다. 한국은 중국·일본과 함께 초청국으로 참가하고 있다.
 
  현재 아세안은 서방이 가장 주목하는 국제 연합체로 부상(浮上)하고 있다. 경제적 목적도 있지만, 아세안을 중국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정치·군사적 차원의 의도도 있다. 동남아시아 대부분이 과거 유럽과 미국의 식민지였다는 점도 아세안이 뜨는 이유다. 아세안의 친중연대(親中連帶) 차단은 곧 가동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주된 목적 중 하나다. 한국도 참여할 예정인 IPEF에서는 중국에 대한 첨단 물품의 수출입 제한이 구체화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의 IPEF 참가도 머지않을 것이다. IPEF뿐 아니라, 아세안과의 적극 외교를 통해 한국의 정치·경제·안보 차원의 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
 
  3. 우크라이나 적극 지원
 
  우려하던 대로 한국 정치인의 우크라이나 이벤트 쇼가 마침내 등장했다. ‘약속과 책임’은 없고 말 잔치와 셀카 촬영이 전부였다.
 
  중요한 것은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애타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고, 한국이 당장 약속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크고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난민들부터 받아들이고 있다. 수백 명 단위에 불과하지만, 피란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이다.
 
  우크라이나는 어제의 한국이자, 오늘의 북한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스페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행선지는 아직 미정(未定)이다. 늦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수도(首都) 키이우를 방문하기를 기대해본다. 독재자에게 싸구려 웃음을 파는 대통령보다, 자유민주주의의 투사와 악수를 나누며 고통을 분담하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77년 전 해방 이후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가장 빨리 쟁취한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을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4. 호주와 대만 관계 강화
 
  호주와 대만은 언제부턴가 한국이 변방(邊方)처럼 취급하는 나라들이지만, 두 나라는 경제·안보는 물론 자원과 서플라이 체인이란 점에서도 중시해야 할 나라들이다. 두 나라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자유·법의 지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가치(價値)와 이념을 나누는 나라로서 여러 가지 차원에서 협력이 가능하다.
 
  특히 대만과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중국의 반발은 일상적이고 상투적(常套的)이다. 북한과 중국은 기본적으로 일란성(一卵性)쌍둥이 같은 일당(一黨)독재 국가다. 그들의 터무니없는 불만이나 반발에 굴종할 경우, 더 큰 억지만이 밀려들 것이다.
 
  ‘민주주의·자유·법의 지배’는 문명과 문화의 우위를 가늠하는 증명서다. 586운동권이 즐겨 사용하는 말 중에서 ‘무릎을 꿇고 사느니 차라리 서서 죽겠다’는 말이 있다. 그들은 물론 미국을 향해서 하는 말이지만, 중국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해야 할 말이다.
 
  미국과 유럽은 의회 차원의 현역 정치인 파견은 물론, 대만 대표부와의 관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은 최근 방위성 직원을 파견해 대만과 활발한 정보 교환을 하고 있다. 중국 콤플렉스나 사대주의(事大主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대만과의 관계 개선은 시급하다. 대만은 한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
 
  5. 한일 관계 개선
 
  한일 관계 개선은 한국 외교의 장래를 가늠할 기본이자 기준이다. 한미 동맹 강화는 물론, G8 한국 참가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전제로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나토 회의 도중 절감하겠지만, 일본은 친구가 많다. 기시다 총리는 독일에서 열리는 G7 회담에 참석한 뒤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할 전망이다. G7을 통한 활발한 정상외교를 발판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나토 참가 기간 중, 한일 정상은 어떤 식으로든 만나기를 기원한다. 일본은 한국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위안부와 징용공 문제에 대한 답을.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는 트루먼 대통령의 명패(名牌)의 내용이다. 트루먼 본인의 설명에 의하면, “최종 결정을 타인(他人)에게 미루지 않고, 미룰 수도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스스로가 결정한 뒤 그 책임을 진다”는 의미라고 한다.
 
  ‘결정=책임’이라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의미로 풀어볼 수도 있다. 결정 자체가 아니라, 눈앞에 던져진 사안을 ‘늦추거나 가리지 않고’ 결정한 뒤 그에 따른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말이다.
 
  불리하면 유체이탈(幽體離脫) 동문서답(東問西答) 침묵으로 일관했던 지도자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무주공산(無主空山) 세상은 선동꾼과 청개구리로 뒤덮이게 된다. 자랑하고 입에 달콤한 것만 결정하고 책임지겠다는 식의 자세는 곤란하다. 쓰거나 달거나 관계없이 눈앞에 닥친 사안을 곧바로 결정한 뒤, 전부 책임을 지는 것이 지도자의 운명이자 덕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나토 정상회의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트루먼의 경구(警句)를 실감하는 고독한 무대가 될 것이다.
 
  굳건한 한미 동맹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전제이자 기본이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레알폴리틱스는 현실이자 상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나토라는 집단안보체제로 가는 ‘문샷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첫걸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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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lee50    (2022-06-29) 찬성 : 0   반대 : 0
문제제기는 있는데 용두사미로 결론을 낸듯 합니다. 한 국가의 발전이란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수준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요. 이제 한국의 다자외교는 시작점에 서있다는 점에서 더구나 이제 선진국 대열에 참여한 신입멤버라는 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가 되어야 할 것이다. 괜히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체만 안해도 반이상은 성공적인 데뷰가 될 것이다. 인재들을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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