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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팬데믹 시대의 정치 지도자와 국제 정치

푸틴, ‘미니 핵폭탄’ 사용 임박

글 : 유민호  퍼시픽21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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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동해나 강원도 산간에 전술핵 공격을 가하면 韓美 양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자유 진영에서 지도자들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것은 일반적인 상황
⊙ 古代 아테네, 펠로폰네소스 전쟁 초기에 반항한 미틸리니에는 관용 베풀었지만, 12년 후 멜로스는 초토화시켜
⊙ 64%의 지지율 자랑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2025년까지 장기 집권 전망돼
⊙ 윤석열,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해 全 세계에 평화 메시지 發信하면 좋을 것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승절인 5월 9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사진=AP/뉴시스
  5월 5일 흥미로운 뉴스 하나가 나왔다. 프랑스 여당(與黨) ‘전진하는 공화국(La République en marche!)’이 당명(黨名)을 ‘르네상스(Renaissance)’로 바꿨다는 소식이다. 4월 대선(大選)에서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연임(連任)에 성공한 후, 당의 혁신 차원에서 당명을 바꾼 것이라고 발표됐다. 6월의 국민회의(하원) 선거는 새로운 당명 아래 치를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 정치는 재미있다. 실제로 크게 변하는 것은 드물지만, 사람들의 눈을 끄는 소소한 변화가 많다. 보통 사람들 눈으로 보면, 뭔가 번쩍거리는 외면적인 변화에도 만족하기 쉽다. 세계에 자랑하는 프랑스 쿠쟁(Cousin)에 비견된다고 할까? 10여 년 전 리옹 출신 프랑스 셰프가 뉴욕에 선보여 화제가 됐던 카우보이 햄버거가 연상된다. 햄버거조차 예술로 승화시켜 10배 정도 비싸게 내놓을 수 있는 나라가 프랑스다.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당명을 접했을 때, 뉴욕의 100달러짜리 트리플(송로버섯) 햄버거를 대할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전진하는 공화국’이란 당명도 그렇지만, 정치단체의 이름이 너무도 예술적이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과 같은 당명은 두꺼운 검은 테 안경을 쓴 모범생 같은 느낌을 준다. 공부도 잘하고 모두가 칭찬하지만, 결코 닮고 싶은 모델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전진하는 공화국’이란 프랑스 당명은 끝부분에 느낌표(!)를 달면서 신문·방송에 등장하기도 한다. 전(全) 세계를 통틀어, 느낌표(!)를 단 정당, 아니 조직의 이름을 본 적이 없다. ‘전진(EnMarche)’을 강조하고 독려하는 차원에서의 느낌표(!)라고 볼 수 있겠는데, 오직 프랑스에서만 가능한 발상일 듯하다.
 
 
  당명 바꾼 것은 지지율 하락 때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黨名을 ‘전진하는 공화국!’에서 ‘르네상스’로 바꿨다. 사진=신화/뉴시스
  아마 많은 사람이 ‘르네상스’란 당명을 듣는 순간 500여 년 전 유럽 역사를 떠올릴 것이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 15세기에 일어났던 문예부흥 운동 말이다. 고대(古代) 그리스-로마 문명의 재(再)인식과 재수용이 르네상스의 핵심이다. 구체적인 것은 6월 국민회의 선거를 통해 나타나겠지만, 마크롱의 여당도 ‘르네상스’라는 이름을 통해 뭔가를 재인식·재수용할 것이다. 르네상스의 원래 의미가 ‘부활’이란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다시 한 번 더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와 같은 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좌(左)도 우(右)도 배격하면서 중도(中道)로 가자는 것이 마크롱의 정책 노선이다. ‘르네상스’라는 당명과 중도 정책이 어떤 접점(接點)을 갖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예술적이면서 품격까지 느껴지는 당명이 ‘당분간은’ 프랑스인들의 이목을 끌 것 같다.
 
  마크롱은 왜 느낌표(!)로 끝나는 당명을 버리고, 복고풍 ‘르네상스’로 바꿨을까? 힘이 약해졌기 때문에, 분위기 반전(反轉)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4월 대선에서 마크롱은 2차 결선(決選) 투표까지 가서 58.5%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경쟁자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은 41.5%의 지지를 얻었다. 17% 차이로 이겼으니 여유 있는 승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5년 전과 비교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17년 선거에서 마크롱은 66.1%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당시 르펜은 마크롱의 절반 정도인 33.9%를 얻었다. 5년 만에 마크롱은 지지율이 7.6% 떨어지고 르펜은 거꾸로 7.6% 올랐다.
 
  마크롱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5월 초 대통령 직무평가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실감이 난다. 불과 36%의 프랑스인이 마크롱을 지지했다. ‘르네상스’라는 당명은 과거 프랑스의 영광을 회복하자는 의미뿐 아니라, 마크롱의 지지율을 회복하자는 측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듯하다.
 
 
  지도자 수난 시대
 
  현직 지도자의 지지율 하락은 프랑스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민주당)의 지지율은 취임 이래 줄곧 40% 선에 머물고 있다. 바이든은 지난 4월 30일 3년 만에 재개(再開)된 백악관 기자단 파티에서 “앞으로 6년 남은 임기 동안 산적(山積)한 문제들을 해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파티 참석자 모두가 웃었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대통령 선거에 재출마하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농담으로 받아들였겠지만, 필자는 그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80대로 접어들 고령(高齡)에다 40%대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코 재도전의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말기 지지율이 34%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대선에 나가 바이든과 맞붙었고,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지금도 건재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보수당)는 바이든보다도 낮은 30% 전후(前後)에 머물러 있다. 20% 선까지 내려간 적도 있다. 5월 7일 영국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이 참패한 것도 그 때문이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사회민주당)의 경우, 지지율은 38%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 정치 지도자에 대한 반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반적인 현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본격화되고 있는 세계 경제 침체, 물가 폭등으로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不信)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게 보면 지난 3월 당선된 이후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줄곧 50% 전후에 불과한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 30%대로 추락하지 않는 것이 다행일 뿐이고, 60% 이상의 지지율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꿈같은 얘기다.
 
  현재 유럽에서 최고의 지지율을 자랑하는 정치인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로 4월 말 5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가 특별히 뭘 잘하고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 아니다. 무능(無能)한 유럽의회(EU)를 공격하고 푸틴을 맹비난하면서 오래간만에 ‘이탈리아 독자 색깔’을 보여주는 강단 있는 정치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 것이 높은 지지율의 배경이다. 전제적(專制的) 지도자인 러시아의 푸틴이나 중국의 시진핑(習近平)이야 80~90%의 지지율을 즐기겠지만, 요즘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은 50% 정도의 지지율만 얻어도 감사할 일이다.
 
 
  역사의 源泉 古代 그리스
 
  고대 그리스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대의 모델이자 교훈으로 통한다. 적어도 개인주의와 자유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믿는다면 그리스 역사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기원전 5세기 에게해(海) 연안 그리스에는 1000여 개의 크고 작은 폴리스(Polis·자유도시)가 존재했다. 이 폴리스들은 하나하나가 독자적인 정치체제와 독특한 문화를 자랑하면서 살아갔다. 약육강식(弱肉强食) 시대였다는 점에서 생존을 위해 폴리스 사이의 합종연횡(合從連橫)은 일상사였다. 이는 법·도덕·윤리·이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스 정치에서 기본은 개인의 자유에 근거한 민주(民主)체제였다. 참주(僭主)라고 불린 독재정을 실시한 폴리스도 많았지만, 그곳에서도 시민들의 의견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21세기에도 전 세계 지성인들이 그리스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2500년 전 1000여 개의 폴리스가 보여주었던 치열한 경쟁을 보면서 배경·관점·상황에 따라 수많은 모델과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도 그리스 역사 어딘가에서 벌어졌던 일의 복사판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봤지만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낮은 지지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는 60%를 넘어 70%대의 지지율을 자랑하는 지도자들이 세계 곳곳에 있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대표적이다. 2022년 현재 우크라이나의 전시(戰時) 대통령 젤렌스키를 제외하면 그런 정치가는 없다.
 
  각국의 지도자들이 국내 정치에서 이렇게 지지율이 낮다 보면, 국내 정치에 발이 묶이면서 글로벌 정치판을 제대로 짜기가 어려워진다. 국내 정치에서의 낮은 지지율은 국제 정치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고대 그리스 역사에서도 그런 예(例)를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428년에 발생한 ‘미틸리니 폭동(My- tilenean Revolt)’과 기원전 416년에 일어난 ‘멜로스 공략(Siege of Melos)’이 그것이다. 두 사건 모두 당대 최고의 해양 강국 아테네가 주인공이다.
 
  먼저 미틸리니 폭동을 보자. 무대는 인류 동성애(同性愛) 역사의 고향으로 알려진 에게해 동쪽 레스보스(Lesbos)다. 미틸리니(Mytilene)는 레스보스 일부로 독재 정권이 지배하고 있었다. 섬 전체를 통일하려는 과정에서 에게해의 맹주(盟主) 아테네가 개입한다. 미틸리니는 아테네의 적(敵)이던 스파르타에 도움을 청한다. 당시 아테네는 전염병으로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쟁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미틸리니가 스파르타와 연계해 강경하게 나오자 아테네는 함대를 파견해 레스보스 봉쇄에 들어간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파르타의 지원은 끊어지고 아테네 해군이 섬 전체를 제압한다. 결국 미틸리니는 휴전(休戰)을 요청하게 된다.
 
  아테네 시민들은 미틸리니의 처리를 놓고 토론에 들어간다. 강경파는 미틸리니를 초토화(焦土化)하자고 주장한다. 폴리스 전체를 불사른 뒤, 성인 남성은 전부 죽이고 아이와 여자는 노예로 팔아버리자는 주장이다. 이에 반대하는 온건파도 등장한다. 이들은 미틸리니에 복수하면서 힘자랑도 할 수 있지만, 멀리 보면 다른 폴리스들의 원한만 사게 될 뿐이라고 역설한다. 이들은 주모자만 처벌하고 미틸리니는 그대로 보존하자고 주장한다.
 
  토론 끝에 강경파가 승리한다. 전령(傳令)을 태운 배가 레스보스를 봉쇄하고 있는 아테네군에게 달려간다. 다음 날 아침, 아테네 시민들은 전날 내린 결정을 다시 토론에 회부한다. 난상토론 끝에 온건파의 주장이 채택된다. 어제 출발한 전령보다 먼저 도달하기 위해 초고속 쾌속선이 뒤따라간다. 하늘이 도운 덕분인지 온건파의 메시지가 먼저 도착하고, 미틸리니는 초토화를 면한다.
 
 
 
멜로스의 비극

 
투키디데스
  중립(中立)을 간청하던 폴리스를 아테네가 초토화시킨 멜로스 공략은 국제 정치의 냉혹함을 잘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이다. 기원전 431년 펠로폰네소스 전쟁 중이던 아테네는 작은 폴리스 멜로스에 자국(自國)편에 서라고 요구한다. 원래 멜로스는 혈연·문화·정치 모두 스파르타와 관계가 깊은 나라였다. 멜로스는 아테네에 스파르타에 ‘절대’ 가담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면서, “어제의 친구를 공격하는 일에 나설 수 없다”고 탄원한다. 이에 대한 아테네의 답은 현실주의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명저(名著) 《펠로폰네소스전쟁사》를 통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강자(强者)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멋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약자(弱者)는 그들이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The strong do what they can and the weak suffer what they must.)”
 
  멜로스의 호소를 거부한 아테네는 멜로스를 침공한다. 폴리스 전체가 철저하게 파괴됐다. 성인 남성들은 모두 살해되고, 여자와 어린이들은 전부 노예로 팔려간다.
 
 
  미틸리니와 멜로스에 대한 대응이 달랐던 이유
 
  미틸리니 폭동과 멜로스 공략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역사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틸리니 폭동이 벌어진 기원전 428년과 멜로스 공략이 펼쳐진 기원전 416년 사이의 12년이라는 세월이다.
 
  미틸리니 폭동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난 지 3년 뒤에 터진 사건이다. 멜로스 공략은 전쟁 발발 15년 뒤의 상황이다.
 
  고대의 전쟁은 오늘날의 총력전(總力戰)과는 다르다. 보급도 느리고 무기 체계도 원시적이다. 전 국민을 동원한 속전속결(速戰速決)이 불가능하다. 물론 한쪽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졌다면 금방 끝낼 수도 있다. 그러나 비슷한 전력(戰力)을 가진 나라끼리의 전쟁은 장기화(長期化)되기 쉽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기원전 404년 스파르타가 최종 승리하기까지 무려 27년간이나 걸렸던 것도 그 때문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한 지 3년 만에 일어난 미틸리니 폭동을 보면, 아테네의 관용(寬容)이 아직은 살아 있는 듯 느껴진다. 전쟁 초기 단계여서인지 상대를 초토화해버리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평화를 추구하자는 여유가 엿보인다.
 
  전쟁 발발 15년 뒤에 일어난 멜로스 공략의 경우는 다르다. 척박하고도 잔인하다. 타협이 불가능한 극단적인 선택과 함께,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지도자에 대한 원성(怨聲)은 높아간다. 그런 상황에서 지도자는 모험에 매달리게 된다.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에 자신의 미래도 보장하기 어렵다. 때문에 전쟁은 전부 죽이고 불태우는 잔인한 양상으로 변해간다. 장기적 관점의 국익(國益) 같은 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 눈앞의 이익과 지지율을 끌어올릴 선전용 언행(言行)이 난무한다. 멜로스가 잔혹하게 파괴된 것도 이 때문이다.
 
  미틸리니 폭동과 멜로스 공략의 차이점과 교훈은 오늘날 국제 정치를 가늠케 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 세계 자유 진영 국가에서는 지도자에 대한 지지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일반화되고 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볼 때 앞으로도 높은 국민적 지지율을 바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가·사회 통합도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이에 따라 극단적인 상황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대한 배려나 여유가 사라지면서 무시(無視)·무관심·무지(無知)로 나갈 수 있다. 푸틴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일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미틸리니와 멜로스에 대한 아테네의 전혀 다른 얼굴은 오늘날 팬데믹 전후의 세계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푸틴, ‘미니 핵폭탄’ 사용 임박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 사진=러시아 국방부
  한국의 신문이나 방송은 미국을 포함한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參戰)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푸틴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나토는 군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 밖에 있을 뿐, 실제로는 이미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와 무기 제공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레이 존(Gray Zone)’, 즉 애매한 경계선을 통한 전쟁이 점쳐지고 있다. 이른바 ‘전술 핵무기(Tactical Nuclear Bomb)’, 즉 ‘미니 핵폭탄’으로 불리는 1Kt급 핵무기를 이용한 공격이 그것이다. 1Kt은 다이너마이트 1000톤의 파괴력을 의미한다. 히로시마(廣島)에 투하된 핵폭탄의 15분의 1 정도의 위력이다. ‘미니 핵폭탄’을 사용하면 젤렌스키가 머무르고 있는 키이우 시내의 건물 반경 500m를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이른바 참수(斬首)작전용 무기이다. 핵무기이기 때문에 버섯구름을 동반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수백만 명이 죽는 대량살상무기는 아니다.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000기 정도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설마이길 빌고 있지만, 서방은 물론 일본도 푸틴의 ‘미니 핵폭탄’ 사용이 ‘초(秒) 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게 현실화될 경우 서방은 어떻게 대응할까? 물론 강화된 경제 제재로 푸틴의 목을 더욱 조르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군사적 대응은 어떻게 될까? 대량살상무기인 전략핵무기가 아니라 1Kt 정도 ‘미니 핵폭탄’을 사용했기 때문에, 결국은 없었던 일로 넘어가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서방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대한 핵반격 명령을 내릴 수 있을까?
 
  한국 입장에서 이는 전율(戰慄)할 만한 일이다. 북한은 눈만 뜨면 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고, 조만간 핵실험을 재개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에 대해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협박도 입에 올리고 있다.
 
  만일 북한이 한국 영토인 동해 어딘가를 전술핵으로 공격해온다면 ‘과연’ 한국과 미국이 핵공격이라면서 즉각 대응할 수 있을까? 바다가 아니라, 강원도 산간 어딘가에 버섯구름을 동반한 1Kt 미니 핵폭탄이 투하됐을 때, 한국 대통령은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터져 나올지도 모를 ‘전술핵 투하’라는 대재앙은 한반도 평화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모두가 원치 않고, 보고 듣는 것조차 두렵지만 현실은 점점 살벌해지고 있다. 한국의 운명은 미틸리니일까, 멜로스일까?
 
 
  지지율 高空행진 중인 기시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5월 5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사진=AP/뉴시스
  ‘64%.’
 
  지난 4월 20일 《니케이(日經)신문》이 조사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율이다. 출범 당시의 57%보다도 높다. 방역(防疫) 성과와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능력이 고공(高空) 지지율의 이유다. 필자가 보기에 2022년 상반기 서방 민주주의 지도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인물이 기시다 총리다.
 
  일본 미디어는 2025년까지의 일본 정국(政局)을 ‘황금의 3년(黃金の三年)’이라 표현한다. 올여름에 참의원 선거가 있지만, 큰 이변(異變)이 없는 한 자유민주당의 승리가 점쳐진다. 차기 중의원 선거가 실시되는 2025년까지 기시다 총리를 중심으로 한 일본 정국의 안정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는 기시다 총리가 장기 집권에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높은 국민적 지지와 함께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던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의 ‘1강(?)체제’의 재현인 셈이다. 일본 국민들은 위기에 접하는 순간, 하나로 뭉친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국민들이 골든위크 연휴(連休)를 즐기고 있던 4월 29일부터 7박 8일간 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이탈리아·바티칸·영국 6개국을 공식 방문, 정상(頂上)회담을 가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하고 중국의 대만 침략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5월 5일 존슨 영국 총리와 만나 양국 간 경제·군사·외교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에 대해 발표했다. G7과 연계해 자산 동결 대상 러시아인 140명 추가 제재 조치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기자회견 내용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필자가 아는 한, 외국 정상과의 기자회견 도중 일본이 타국(他國)을 ‘직접’ 거론해 비난하고, 심지어 경제 제재 대상자를 발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시다의 발표는 G7과 서방 자유 진영이 일본과 일체화돼 있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일본과의 협력 절실
 
  지도자 불신 시대라지만, 이웃 일본은 지도자에 대해 64%라는 높은 지지를 보내면서 정부와 국민이 일치단결해 변화에 맞서 나가고 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한미(韓美) 관계와 더불어 한일(韓日) 관계 복구와 강화를 외교 정책의 핵심으로 잡고 있다.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크게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간단치 않다. 문재인(文在寅) 정권이 남긴 ‘부(負)의 유산’도 문제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방 지도자 대부분이 리더십이 약해지는 추세다. 각국 지도자 서로 간에 책임을 지거나 장기적 약속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동맹 관계라 해도 실제 상황이 닥칠 경우 어디까지 약속을 지킬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배려에 기초한 미틸리니가 아니라, 일방통행 멜로스 역사가 2022년 5월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국제 정치의 현실이다.
 
  한국은 아시아권을 발판으로 한 미국의 동맹, 민주주의 자유 진영 구성원이다. 상식적·전략적으로 봐도, 같은 아시아권 자유 진영인 일본과의 협력과 신뢰가 절실하다.
 
  5월 중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울 방문에 이어, 쿼드(Quad) 도쿄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말로만 미래를 말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내일의 희망을 증명해야만 한다.
 
 
  윤석열이 히로시마를 방문한다면…
 
2016년 5월 27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했다. 사진=AP/뉴시스
  곧 일본이 입국(入國) 문을 열면, 일본행 한국인 관광객 수가 엄청날 것이다. ‘꼰대’들만 모를 뿐 일본은 ‘이미’ 한국 젊은 세대들의 세계관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언젠가, 어차피 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행동에 나서는 것이 정답이다.
 
  흔히들 식민지 역사나 독도 문제를 놓고 한일 관계를 바라본다. 이는 한반도 내부에 한정된 관점이다. 필자는 전략·전술적 차원에서 무대를 일본으로 넓혀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원폭(原爆)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 평화공원 참배 같은 것이 그 좋은 본보기다. 원폭을 투하한 미국의 대통령과 지도자들은 물론, 유럽 정치인들도 히로시마를 자주 방문한다. 북한의 핵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평화 염원을 발신(發信)한다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원폭 피해자 중에는 한국인도 많다는 명분도 있다.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서로 대화를 나누면 결국은 통하게 돼 있다(話せば分かる)”라는 말이 있다. 높은 국민적 지지율의 뒷받침을 받고 있는 기시다 총리와의 협력 강화는 미래를 향해 가는 새 한국 외교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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