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무기에 의한 압도적 전쟁 승리’라는 思考에 고착된 것이 美의 약점… 美가 상상하지도 못하는 방식으로 美 파괴하고 승리 쟁취해야
⊙ 군사전뿐 아니라 밀수, 마약범죄, 공갈협박, 금융, 무역, 이념도 전쟁 방법… 다양한 戰法을 조합한 ‘賢者의 칵테일’ 주문
⊙ 마오쩌둥의 ‘적극방어론’ ‘인민전쟁론’ ‘통일전선공작’에 뿌리
⊙ 中共 軍·정보조직, 시진핑에게 ‘이미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에 대한 장악 공작은 마무리 단계’ 보고했다고
⊙ 한국에도 중앙·지방 정·관계, 기업, 진보 시민단체, 전문가, 문화산업, 방송·언론, 인터넷 포털, 공자학원, 범죄 조직 등 진출
李志鎔
1969년생.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 외교부 국립외교원 교수 역임. 現 계명대 교수 / [저서/논문] 《동아시아 해양분쟁과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공저), 〈‘초한전(超限戰)’의 군사전략적 의미와 한국안보에 주는 시사점 연구〉 〈중국의 ‘초한전(超限戰)’ 전략과 실제〉 등
⊙ 군사전뿐 아니라 밀수, 마약범죄, 공갈협박, 금융, 무역, 이념도 전쟁 방법… 다양한 戰法을 조합한 ‘賢者의 칵테일’ 주문
⊙ 마오쩌둥의 ‘적극방어론’ ‘인민전쟁론’ ‘통일전선공작’에 뿌리
⊙ 中共 軍·정보조직, 시진핑에게 ‘이미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에 대한 장악 공작은 마무리 단계’ 보고했다고
⊙ 한국에도 중앙·지방 정·관계, 기업, 진보 시민단체, 전문가, 문화산업, 방송·언론, 인터넷 포털, 공자학원, 범죄 조직 등 진출
李志鎔
1969년생.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 외교부 국립외교원 교수 역임. 現 계명대 교수 / [저서/논문] 《동아시아 해양분쟁과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공저), 〈‘초한전(超限戰)’의 군사전략적 의미와 한국안보에 주는 시사점 연구〉 〈중국의 ‘초한전(超限戰)’ 전략과 실제〉 등
중국은 지금 전쟁 중이다. 여기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현재 중국공산당과의 전시(戰時)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를 포함해 전(全) 세계가 중국과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 이유는 중국이 새로운 개념의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전쟁이 바로 ‘초한전(超限戰)’이다.
초한전?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이 질문을 먼저 던질 것이다. 참고로 ‘초한전’은 역사소설 《초한연의(楚漢演義)》의 배경이 된 ‘초한전쟁(楚漢戰爭)’이 아니다. 초한전(超限戰)은 문자의 의미 그대로 ‘한계(限界)를 초월해 벌이는 무제한(無制限) 전쟁’이라는 의미이다. 영어로는 ‘Unrestricted Warfare’ 또는 ‘Transfinite War’라고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한계를 초월해 벌이는 무제한 전쟁? 생소하다. 우리만 생소한 것이 아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그리고 군사안보, 중국정치, 국제관계 등을 다루는 대부분의 전문가도 생소해한다.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전쟁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성격의 새로운 전쟁 개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호주·일본·대만 등의 일부 군사정보 전문가를 중심으로 초한전을 간파하기 시작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수십 년간 중국 분석을 담당해온 고위 중국 문제 분석가인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의 얘기를 들어보자.
마이클 콜린스는 “미국은 중국과 전쟁 중이다. 다만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전쟁의 성격은 냉전(冷戰)이다. 그런데 ‘새로운 성격의 냉전’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중국과의 냉전은 미소(美蘇) 냉전 시기의 그 ‘냉전’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콜린스에 의하면, 중국공산당은 개혁개방 이후에도 국제사회로의 평화로운 편입과 공존(共存)을 한 번도 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미국에 대해 비밀스럽고 은밀한 ‘저강도(低强度) 전쟁’을 전개해왔다. 이 ‘저강도 전쟁’의 목적은 미국을 파괴하고 세계 패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저강도 전쟁’은 모든 형태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동원하는 새로운 성격의 전쟁이다. 중국공산당은 군사와 비군사,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全方位的)으로 동원해 미국의 모든 영역에 대해 파상적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콜린스가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공산당이 전개하는 초한전이다.
걸프전에서 교훈 얻어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의 새로운 전쟁 개념인 초한전이 처음 소개된 시기는 1999년이다. 1999년 당시 중공 인민해방군 공군 대령이었던 차오량(喬良)과 왕샹수이(王湘穗)는 《초한전: 세계화시대 전쟁과 전법 상정(超限戰: 對全球化時代戰爭與戰法的想定)》을 출판한다.
저자들은 먼저 군사·과학기술 혁신을 반영한 현대전의 새로운 양상에 주목한다. 현대전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가 1991년 걸프전이다. 걸프전에서 미군은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최소한의 인명피해로 전쟁의 목적을 달성했다. 걸프전 사례를 통해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교훈을 도출한다.
첫째, 과학기술 혁신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었다.
둘째, 전쟁이 반드시 대규모 무력(武力)과 인명피해를 동반할 필요는 없다. 즉 적국(敵國)을 굴복시켜 아국(我國)의 의지에 따르도록 강제한다는 전쟁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만 하면 된다.
셋째, 전쟁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반드시 무력일 필요도 없다.
넷째, 중국은 최첨단 군사력에서 미국에 우위(優位)를 점할 수 없다.
다섯째, 따라서 미국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국 특색을 반영한 전혀 다른 차원의 전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새로운 차원의 전쟁으로 한계를 초월한 무제한 전쟁인 초한전을 제시한다.
그런데 어떠한 ‘한계’를 초월한다는 것인가? 오늘날 보편화된 전쟁의 개념, 규범, 법, 윤리, 수단과 방법이라는 ‘한계’를 초월한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전쟁이라는 것은 주권 국가와 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무력충돌로서 정규 군대와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선전포고(宣戰布告)와 같은 형식을 갖추고 전쟁 교리와 전투 교범에 맞추어 전개된다. 그리고 군사적 무력 충돌의 시점과 장소 및 대상 등이 정해져 있고, 전쟁행위에 대한 국제법과 규범이 갖추어져 있다. 초한전은 바로 이러한 모든 한계를 제거하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한계’ 설정이 바로 상대국의 최대 약점(弱點)이다. 전쟁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전쟁 규범과 윤리, 국제법 등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해서는 안 되는 것’ 등의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바로 이 약점, 상대 국가가 스스로 설정한 전쟁의 ‘한계’를 무너뜨리면서 최대한 역(逆)공략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초한전은 먼저 전쟁의 개념을 바꾸어 놓는다. 새로운 전쟁, 초한전은 현존하는 전쟁의 수단, 방법, 대상, 범위, 시기, 규범 등의 모든 한계를 제거하는 전쟁이다. 전 사회 전 영역이 전쟁의 대상이고, 전쟁과 비전쟁, 전시와 평시(平時), 전장(戰場)과 비전장, 군과 민간의 구분 등도 모두 제거해야 한다. 전쟁에 대한 고정된 사고(思考)는 모두 뛰어넘어야 한다.
다만, 전통적 전쟁 개념에서 바뀌지 않은 유일한 것이 있다. 바로 전쟁의 본질이다. 전쟁의 본질은 상대국을 정치적으로 굴복시키는 것이다. 초한전의 새로운 전쟁 개념은 바로 이 전쟁의 본질과 목적만을 유지한다. 그 외에는 모든 한계를 뛰어넘는 전쟁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조직·기업·개인 총동원
초한전에서는 상대 국가를 파멸시킬 수 있다면 다양한 형식의 비(非)전쟁행위를 포함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그리고 가장 악질적으로 동원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더 나아가 초한전에 동원되는 수단과 방법은 상대국이 상상조차 못 해야 한다.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대상, 장소, 영역을 대상으로 적국을 무력화(無力化)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초한전을 수행하기 위한 전 국가적 차원의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중공(中共)은 이를 위해 중국이라는 국가 전체를 초한전에 동원하고 있다. 초한전이 전개되는 조직구조를 간단히 살펴보자.
초한전은 중공중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핵심기관은 중공중앙의 중앙군사위원회(인민해방군) 정치공작부, 중앙통일전선부(중앙통전부)와 통전영도소조(領導小組), 중앙정법위원회와 국가안전부, 중앙대외연락부(중련부), 중앙선전부, 외사공작위원회, 대만·홍콩·마카오 공작위원회 등이다. 이들 핵심 조직을 중심으로 공산당, 중국 중앙정부(국무원)와 지방정부, 국유기업과 민간기업, 각종 사회단체, 그리고 해외 화교(華僑), 유학생, 현지 중국인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 중국의 그 어떠한 기관·조직·기업·개인도 초한전 수행에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중공의 실체를 철저히 감추고, 순수 민간조직, 기업, 교육기관, 지방정부 등의 위장된 외곽조직을 앞세워 진행한다. 공작의 형태는 주로 ‘친선’ ‘우호교류’ ‘투자협력’ ‘연구교류지원’ 등이다. 상대국과 개인들의 경계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중국과 관련된 거의 모든 대외관계는 중공중앙이 조직적으로 동원한 초한전 공작이라고 보면 된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국 엘리트 집단, 민간인, 언론방송, 시민단체, 학교, 기업, 지역사회 등에 대한 치밀한 공작활동을 전개해, 정치·경제·군사안보·기업과 금융·사이버 공간·언론방송·교육문화·사회기반시설 등 전 영역에 대해서 전방위적이고도 파상적 공격을 매우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전개해오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이를 위해 전 사회적 총동원 체제 구축(構築)을 명령했다. 2019년 10월 개최된 중공중앙 19기 4중전회에서는 공산당, 정부, 인민해방군, 전체 민간, 학계 모두를 의미하는 ‘당·정·군·민·학’이 전방위를 뜻하는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에 걸쳐 당을 중심으로 총동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은 필요로 하는 목적에 따라 언제든, 그리고 누구든지 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초한전의 목적은 중국이 상대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현대 정보화 기반시설에 대한 실질적 통제력을 장악하며, 사회적 분열을 조장해 자멸의 길로 유도함으로써, 종국적으로는 미국을 포함한 자유세계를 파멸시키고 세계 패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賢者의 칵테일’
전쟁 수행에 동원되는 전법 또한 무제한이다. 《초한전》에서는 일단 약 24개 전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예에 불과하다. 그 24개 전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4개 전법은 먼저 군사전, 유사(類似) 군사전, 비(非)군사전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군사전에는 전통적인 재래식 전쟁, 핵전쟁, 생화학전, 생태환경전, 우주전, 전자전, 게릴라(유격)전, 테러전 등이 나열되고 있다.
유사전에는 외교전, 네트워크전, 정보전, 심리전, 최첨단 기술전, 밀수전, 마약범죄전, 공갈협박전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비군사적 전쟁 수행 방식으로 금융전, 무역전, 자원전, 원조전, 법률전, 경제제재전, 미디어전, 이념전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전법의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전쟁 하면 떠올리는 재래식 전쟁은 수많은 전쟁 방식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전법보다 더 중요한 초한전의 원칙이 있다. 바로 ‘현자(賢者)의 칵테일’이다. 다양한 수단과 전법을 창조적으로 융복합해 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초한전에서는 평시가 전시인 만큼 전쟁의 대상과 시기를 무제한으로 설정해놓고, 정규전+테러전+외교전+정보전+금융전+무역전+심리전+여론전+법률전+문화전+통일전선공작+마약범죄+생화학전+회색지대전+여타 비정규전+모든 민간과 민간영역+모든 사회영역에 대해 삼투(滲透)+기만+공갈+협박+회유+매수+탈취+암살+세뇌 등등을 상황과 조건에 맞게 유동적이고 유기적으로 조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합과 융합에 있어서는 ‘황금배율’이 중요하다.
이에 상대국 정치·사회 전반에 은밀히 기반을 조성하고 상황과 조건을 면밀히 탐색하면서 결정적 순간에 도달했을 때 전략적 총공세를 감행하기 위해 적의 상상을 불허하는 최고의 ‘황금배율’을 만들어내라고 주문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를 “마치 변화무쌍한 만화경(萬華鏡)을 마구 흔들어 대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美의 약점
그런데 어떻게? 여전히 감이 잘 안 잡힐 수 있다. 《초한전》에 나온 예시를 보면 보다 선명해질 것이다. 저자들은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초한전의 논리와 전개 방식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미국은 여전히 ‘사막의 폭풍’ 작전과 같은 형태의 신무기에 의한 압도적 전쟁 승리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미국은 여전히 전쟁과 군사전략에 있어 이러한 사고에 고착되어 있다. 바로 이것이 미국의 약점이다. 하지만 21세기 전쟁은 성격이 다르다. 중국은 21세기 신(新)사고에 기반한 신전쟁으로 미국을 패배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공산당은 압도적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군사적으로 압도하는 전쟁승리 방식은 지양(止揚)해야 한다. 미국이 상상하지도 못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파괴하고 승리를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초한전에서 전개하는 비군사전과 융합 적용의 중요성이 여기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24개 전법 중 비전통 전쟁 방식에 해당하는 테러리즘, 유사 군사전에 해당하는 사이버 해킹전과 컴퓨터 바이러스전, 그리고 비군사전으로 제시된 금융전 등을 조합해 공격하는 것이다. 특히 현대사회의 기술혁신과 최첨단 기술의 만개(滿開)는 비군사적 수단을 통해 적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대폭 증가시키고 있다. 바로 이것이 중국이 이용해야 하는 현대 최첨단 기술혁명의 성과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화웨이다. 중공은 화웨이를 이용해 전 세계 5G 정보통신망을 장악한다는 계획을 매우 치밀하게 전개해왔다. 외형상 민간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 중공 인민해방군의 기업인 화웨이가 전 세계 5G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중공은 전 세계 중추신경망을 장악하게 된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5G 통신서비스를 인민해방군이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그 위력은 가공할 수준이 될 것이다.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게 된 배경이다.
對美 超限戰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초한전을 전개할까? 역시 《초한전》에 예시되어 있다. 우선 순수한 경제적 투자의 형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미국에 투자한다. 그러고 결정적 시기가 도래하면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공격을 은밀하게 그러나 전면적으로 시작한다. 그 결과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적 교란이 발생하면, 사전(事前)에 미국 전산망에 심어놓은 컴퓨터 바이러스로 미국의 군사안보, 정부, 사회기반시설 등 전 영역의 정보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총공격을 감행한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전산망, 전력망, 교통통신망, 금융결제망, 미디어,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등 전체적인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공격을 동시적으로, 전방위적으로, 그리고 파상적으로 전개하면 미국은 정치·경제 및 사회적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는 사회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는 기반이다.
이때 사전에 조직, 지원, 연대를 구축한 미국의 진보·좌파 조직과 범죄 조직들을 총동원한다. 미국의 진보·좌파 조직들을 부추겨 이들의 폭력 시위와 사회 파괴를 조장하는 것이다. 동시에 가짜 뉴스, 루머, 거짓 내러티브 등을 인터넷을 통해 대대적으로 유포함으로써 민심을 교란시킨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사회적 혼란과 정치·경제적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고 무기력하게 될 것이다.
이 시점에 중공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전략적 총공세를 실시한다. 군사적 무력을 적절히 동원해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재적으로 무력화되고 치명적으로 내상을 입은 미국은 힘도 못 쓰고 중국에 굴복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것이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초한전에 적용한 한 예이다.
마오쩌둥, 日軍에 정보 흘려 국민당군 공격
이쯤에서 제기될 수 있는 질문이 하나 있다. 중공 인민해방군이 실제로 초한전을 전개하고는 있나? 답은 “그렇다!”이다.
어떤 증거로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중국 어느 공식문건에서도 ‘초한전’이란 단어는 안 나오는데? 답은 “맞다. 안 나온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먼저 짚고 넘어갈 사실이 있다. 중국공산당이 실제로 취하고 있는 전략전술은 외부적으로 ‘블랙박스(black box)’라는 점이다. 중국공산당은 기본적으로 대외적 비밀을 철칙으로 한다. 따라서 중국의 정치·군사·대외전략 등에 대한 연구가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공표하는 문헌과 자료 등에만 의거할 경우, 그 연구는 ‘형식논리’와 ‘동어반복’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중국 정치에 대한 연구는 공식자료와 내부자료,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현실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행태(行態)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초한전의 경우에도 중국공산당 내부 논의는 대외적으로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중국공산당이 국내외적으로 자신이 택하고 있는 전략을 공식화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초한전의 성격 자체가 상대국이 그 실체를 알면 적용하기 곤란한 은밀성과 비밀, 그리고 기만과 책동 등을 그 생명으로 하기 때문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국민당과 국공내전(國共內戰)을 할 당시에 핵심 전략전술인 ‘인민전쟁론’과 ‘통일전선’ 공작을 당 중앙 지도부의 비밀회의에서만 밝힌 것과 같은 것이다.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게임의 기본 규칙을 어기고, 오히려 그 규칙이 갖고 있는 허점을 역이용하는 전략을 밝힐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중공과 마오쩌둥의 기만술은 항일(抗日)이라는 대의를 내건 2차 국공합작에서 선명히 나타난다. 국공합작을 통해 마오쩌둥은 국민당 내에 삼투해 첩보 및 내분 공작을 전개하면서 빼낸 군사정보를 일본군에 제공함으로써 국민당군에 궤멸적 타격을 입혔다. 동시에 공산군에는 일본군과 싸우는 척만 하라고 지시했다. 민족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명분도 얻고 일본군을 통해 국민당군을 약화(弱化)시킴으로써 공산당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이 없었으면 현재 중공과 신중국도 없었을 것이다!”
마오쩌둥이 나중에 실토한 말이다. 이 또한 마오쩌둥과 소수의 최고 수뇌부만 알고 있었던 전술이자 전형적인 중공의 기만책동술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중공은 자신의 실재 전략전술을 철저히 대외비로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한전이 중공 인민해방군의 신전쟁론으로 전개되고 있는 근거는 매우 탄탄하다.
장쩌민, 超限戰 극찬
우선 중공 인민해방군 최고 수뇌부의 반응이다. 《초한전》은 1999년 공식 출판되기 이전인 1998년 이미 중공중앙 수준에서 내부회람용으로 널리 읽혔다. 2000년 당시 중공 총서기이자 중국 국가주석이었던 장쩌민(江澤民)은 《초한전》이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 군사사상의 중대한 발전이자 성숙하게 무르익은 결과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쩌민을 비롯해 인민해방군 전략전술의 최고 수뇌부 핵심 인사인 츠하오톈(遲浩田)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포함한 중공 인민해방군의 핵심 지도부에 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중공 인민해방군 고급간부 교육용으로 사용되는 군사전략론이다. 책임 저자는 역시 당시 중공 인민해방군 전략을 짜는 최고 수뇌인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완녠(張萬年)이다. 이 ‘내부교재’에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는 대목을 잠깐 살펴보자.
〈첨단기술 조건하에서 인민전쟁에서도 인민군중이 참전하는 데 적합한 많은 새로운 전법을 창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보전 중에서 경제정보전, 문화정보전 및 적의 컴퓨터망을 파괴하는 해커전, 그리고 융통성과 다양성이 풍부한 해상유격전, 첨단무기를 사용하여 적 후방을 깊숙이 침투하는 특수전, 습격파괴전 등등이다.… 창의성 있는 인민전쟁 전략전술을 사용해야 하며, (마오쩌둥이 강조한) “적(敵)은 적의 방식으로, 아(我)는 아의 방식으로” 적의 중심을 타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군·경·민을 결합하고, 군사수단과 비군사수단을 서로 결합하여 종합역량과 전체 위력을 형성함으로써 미래전쟁에서 더욱더 효과적으로 적을 공격해야 한다.〉
초한전 전략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오쩌둥 군사전략이 뿌리
최근의 사례는 2016년 자료이다. 2016년에 《초한전》 10판 개정판이자 15주년 기념판을 발간하면서 출판기념회가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저자들은 《초한전》이 중공 인민해방군의 전략사상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에 무한한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술회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비밀로 하고 있지만 중공 인민해방군의 전략전술에 깊이 반영되어 실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중공 인민해방군 전략전술의 정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초한전이 그다지 새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초한전은 장쩌민이 극찬한 바와 같이 마오쩌둥이 발전시킨 군사전략 이론의 핵심을 현대적 조건을 반영해 발전시킨 중국 특색의 전쟁수행론이다.
마오쩌둥 군사전략의 핵심이 무엇인가? 바로 ‘적극방어론’ ‘인민전쟁론’ ‘통일전선공작’이다. 모두 마오쩌둥이 국공내전 과정을 거쳐 대륙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발전시킨 중공 인민해방군 전략의 핵심이자 상호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에 있는 개념이다. 마오쩌둥 군사전략이 현대 초한전으로 발전되어 전개되는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 핵심 개념을 간략하게 알아보자.
적극방어(積極防禦)론은 1935년 중국 산시성 와야오부(瓦窑堡)에서 마오쩌둥이 중공의 군사전략 원칙으로 도입한 것이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의 근거지를 방어하는 내선(內線)방어·유적심입(誘敵深入) 전술과 적의 심장부에 대한 적극적 공세를 동시에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적극방어의 핵심기반이 바로 인민전쟁론이다. 인민전쟁은 쉽게 말해 민간인을 전쟁에 전방위적으로 동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인을 공산당이 정치, 경제, 사상적으로 장악해 강력한 지원 세력으로 확보한 다음, 진지전과 같이 세력 보존을 위한 근거지를 제공받고, 민간인을 전 영역에 걸쳐 전쟁에 동원하면서 적 후방을 교란시키는 것 등을 의미한다. 반면 당시 대륙의 정부였던 국민당은 정규군에 기반해 공산당과 내전을 치렀다. 중공은 국민당의 이러한 허점을 집중적으로 역이용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당의 대중적 기반을 허물어뜨림과 동시에 국민당 핵심부에 대한 잠입, 삼투, 매수, 기만, 배신과 교란 등의 공작을 파상적으로 전개했다. 이 공작이 바로 ‘통일전선(이하 통전)’ 전술이다. 인민전쟁론의 핵심 중 핵심이다.
통전은 공산당이 반체제 동조 세력을 광범위하게 공산당 중심으로 결집시켜 잠정적 동맹을 형성하는 전술이다. 국공내전 과정에서 국민당을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전술이기도 하다. 그리고 통전을 외국으로 확장해 전개하는 것을 해외통일전선(이하 해외통전)이라고 한다.
마오쩌둥은 중공의 3대 보배로 ‘군, 당, 통전(武裝鬪爭, 黨的建設, 統一戰線)’을 꼽았다. 통전이 중공 군사전략에 있어 갖는 의미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대한 악질적인 악마가 돼라!’
중공의 전략전술을 요약하면 적이 관념, 제도, 윤리 등으로 ‘하지 못하고’ ‘상상도 못 하는’ 허점을 집중적으로 역공략하는 것이다. 그 주된 수단이 정치 공작전과 통전 공작이다. 이는 초한전을 전개하는 주요 수단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중공은 고도의 심리전과 매수전을 동원한다. 방법은 인간의 약점, 바로 이익, 이해, 특권, 특혜, 명예와 공명심(功名心) 등을 집중 공략해 들어가는 것이다. 동시에 인간의 가장 고귀한 가치인 사랑, 우정, 양심, 연민 등을 최대한 악용하라고 주문한다. 그래서 공산주의자는 혁명이라는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윤리·도덕·양심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초한전》 저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악질적인 악마가 돼라!’ 이게 초한전의 윤리이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초한전은 마오쩌둥의 적극방어론, 인민전쟁론과 통전 공작을 현대 세계화라고 하는 국제정치·경제적 조건과 IT 과학기술의 성과에 맞추어 혁신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면서, 중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해 중공과 중화민족 중심으로 세계질서를 재편한다는 대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 전략이자 중공 특색의 신전쟁론이다.
즉 현재 중공 인민해방군의 주적(主敵)인 미국은 과거의 국민당에 비할 수 있고, 여타 자유서방 선진국은 과거 중국의 중심 도시 정도에 해당하며, 해외통전의 주 대상인 미국을 포함한 자유서방 국가의 엘리트와 좌파 시민단체 등은 과거 통전 공작의 대상이었던 중국의 농민, 노동자, 지식인, 종교인, 전문가 등에 해당하는 것이다.
‘미국 등에 대한 장악 공작 마무리 단계’
그런데 최근 미국을 포함한 자유서방 국가들에서는 초한전의 실체에 대해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분석이 이루어지면서 관련 보고서와 책 등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초한전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초한전이 직접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초한전 실행전법의 구체적 사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석조사 결과가 포함된다. 지면의 한계로 일일이 나열하기 곤란할 정도이다. 구체적 사례에 대해서는 일단 국내에도 일부 번역 소개된 다음의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초한전: 세계화 시대의 전쟁과 전법》 《중국은 괴물이다(Stealth War)》 《보이지 않는 붉은 손(Hidden Hand)》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 《판다의 발톱, 캐나다에 침투한 중국공산당(Claws of the Panda)》 등이다.
이런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중공이 지난 십수 년간 얼마나 치밀하게 초한전을 전개해오고 있으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특히 미국·호주·캐나다·유럽·대만 등지에서 밝혀진 초한전의 실태와 심각성을 보면 경악할 수준이다. 최고 엘리트부터 사회 저변에 이르기까지, 군사안보 핵심부에서부터 사회단체까지,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부터 사회기반시설에 이르기까지 초한전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 없을 정도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공작 대상 중 상당수가 자신이 고도의 정치 공작과 통전 공작에 넘어간 것을 인식조차 못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중국과 관련 있는 사람과 단체들이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를 휘감고 아래를 노려보고 있는 아나콘다(중공)에 비유한다. 중공 군부(軍部)와 정보 라인에서 시진핑에게 ‘이미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에 대한 장악 공작은 마무리 단계’라고 보고했다는 내부 소식이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미국과 서방 핵심 동맹국들이 중공 초한전의 실태를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초한전은 은밀성과 기만을 그 생명으로 한다. 상대국과 국민들이 일단 인식하고 자각만 하더라도 중공의 은밀한 침탈 전쟁인 초한전에 대한 대응의 반(半)은 이루어진 셈이다.
韓中은 이미 超限전쟁 중
우리의 얘기로 돌아와 보자. 한국은 예외일까?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중국공산당 초한전쟁의 최우선 당사국이다. 다만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증거는 수도 없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검색엔진에 다음과 같이 간단한 키워드를 넣고 검색해보자. ‘나는 개인이오’ ‘FOLLOW_THE_PARTY’ ‘사모펀드 중국 MOU 6000억’ ‘조선구마사’ ‘차이나타운’ ‘공자학원’ ‘중국학자학생연합회’ ‘중국우호연락회’ ‘중국평화통일촉진연합’ ‘파로호’ ‘핵심기술 중국 유출’ ‘태양광 중국 탈원전’ ‘화웨이 통신장비 한국군’ ‘중국 정보 유출 기무사 소령’ ‘저우위보’ ‘취환’ ‘정치인 중국 새해인사’….
여기에 나열한 예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예만 검색해 관련 자료를 살펴보더라도 국가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사안들이고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 단순히 나열된 사례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는 없었다. 이 중대한 사안들에 대해 무(無)반응, 무조사,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결과 위에 나열한 사례들은 각각 파편화된 개별사안으로 이슈화된 채, 그냥 일회성 해프닝으로 잊히고 있다.
위의 사례를 중국의 대전략, 한반도의 지전략적(地戰略的) 위치, 대한민국의 전략적 가치와 위상 등과 같은 거시적 구도 속에서 조망해보면 얘기는 사뭇 달라진다. 중공이 한국을 친중(親中) 종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구도하에서 세밀한 전술을 동원해 초한전을 파상적으로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중국이 다양한 형식으로 진출하고 있는 한국의 지역을 지정학적으로 살펴보자. 서해안 벨트, 평택, 진도, 제주도, 강원도, 그 어느 곳 하나 군사안보 측면에서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동시에 한국의 중앙과 지방 정·관계, 기업인, 진보 시민단체 등에 대한 정치 공작전과 통전 공작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기업과 중국 사업에 이권이 걸려 있는 기업인과 중국 전문가, 영화와 드라마를 포함한 문화산업, 방송언론, 인터넷 포털, 포털사이트 각종 커뮤니티, 공자학원, 각종 중국인협회, 범죄 조직 등 전방위적이고 파상적이다.
한국은 이에 대해 실태조사라도 하고 있는가? 지금 한국은 중국과 초한(超限)전쟁 중이다. 우리의 자유, 우리의 독립과 주권, 우리의 번영, 우리와 자식 세대의 삶의 기반, 이것은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초한전?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이 질문을 먼저 던질 것이다. 참고로 ‘초한전’은 역사소설 《초한연의(楚漢演義)》의 배경이 된 ‘초한전쟁(楚漢戰爭)’이 아니다. 초한전(超限戰)은 문자의 의미 그대로 ‘한계(限界)를 초월해 벌이는 무제한(無制限) 전쟁’이라는 의미이다. 영어로는 ‘Unrestricted Warfare’ 또는 ‘Transfinite War’라고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한계를 초월해 벌이는 무제한 전쟁? 생소하다. 우리만 생소한 것이 아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그리고 군사안보, 중국정치, 국제관계 등을 다루는 대부분의 전문가도 생소해한다.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전쟁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성격의 새로운 전쟁 개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호주·일본·대만 등의 일부 군사정보 전문가를 중심으로 초한전을 간파하기 시작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수십 년간 중국 분석을 담당해온 고위 중국 문제 분석가인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의 얘기를 들어보자.
마이클 콜린스는 “미국은 중국과 전쟁 중이다. 다만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전쟁의 성격은 냉전(冷戰)이다. 그런데 ‘새로운 성격의 냉전’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중국과의 냉전은 미소(美蘇) 냉전 시기의 그 ‘냉전’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콜린스에 의하면, 중국공산당은 개혁개방 이후에도 국제사회로의 평화로운 편입과 공존(共存)을 한 번도 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미국에 대해 비밀스럽고 은밀한 ‘저강도(低强度) 전쟁’을 전개해왔다. 이 ‘저강도 전쟁’의 목적은 미국을 파괴하고 세계 패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저강도 전쟁’은 모든 형태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동원하는 새로운 성격의 전쟁이다. 중국공산당은 군사와 비군사,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全方位的)으로 동원해 미국의 모든 영역에 대해 파상적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콜린스가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공산당이 전개하는 초한전이다.
걸프전에서 교훈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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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량과 왕샹수이의 《超限戰》. |
저자들은 먼저 군사·과학기술 혁신을 반영한 현대전의 새로운 양상에 주목한다. 현대전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가 1991년 걸프전이다. 걸프전에서 미군은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최소한의 인명피해로 전쟁의 목적을 달성했다. 걸프전 사례를 통해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교훈을 도출한다.
첫째, 과학기술 혁신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었다.
둘째, 전쟁이 반드시 대규모 무력(武力)과 인명피해를 동반할 필요는 없다. 즉 적국(敵國)을 굴복시켜 아국(我國)의 의지에 따르도록 강제한다는 전쟁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만 하면 된다.
셋째, 전쟁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반드시 무력일 필요도 없다.
넷째, 중국은 최첨단 군사력에서 미국에 우위(優位)를 점할 수 없다.
다섯째, 따라서 미국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국 특색을 반영한 전혀 다른 차원의 전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새로운 차원의 전쟁으로 한계를 초월한 무제한 전쟁인 초한전을 제시한다.
그런데 어떠한 ‘한계’를 초월한다는 것인가? 오늘날 보편화된 전쟁의 개념, 규범, 법, 윤리, 수단과 방법이라는 ‘한계’를 초월한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전쟁이라는 것은 주권 국가와 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무력충돌로서 정규 군대와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선전포고(宣戰布告)와 같은 형식을 갖추고 전쟁 교리와 전투 교범에 맞추어 전개된다. 그리고 군사적 무력 충돌의 시점과 장소 및 대상 등이 정해져 있고, 전쟁행위에 대한 국제법과 규범이 갖추어져 있다. 초한전은 바로 이러한 모든 한계를 제거하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한계’ 설정이 바로 상대국의 최대 약점(弱點)이다. 전쟁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전쟁 규범과 윤리, 국제법 등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해서는 안 되는 것’ 등의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바로 이 약점, 상대 국가가 스스로 설정한 전쟁의 ‘한계’를 무너뜨리면서 최대한 역(逆)공략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초한전은 먼저 전쟁의 개념을 바꾸어 놓는다. 새로운 전쟁, 초한전은 현존하는 전쟁의 수단, 방법, 대상, 범위, 시기, 규범 등의 모든 한계를 제거하는 전쟁이다. 전 사회 전 영역이 전쟁의 대상이고, 전쟁과 비전쟁, 전시와 평시(平時), 전장(戰場)과 비전장, 군과 민간의 구분 등도 모두 제거해야 한다. 전쟁에 대한 고정된 사고(思考)는 모두 뛰어넘어야 한다.
다만, 전통적 전쟁 개념에서 바뀌지 않은 유일한 것이 있다. 바로 전쟁의 본질이다. 전쟁의 본질은 상대국을 정치적으로 굴복시키는 것이다. 초한전의 새로운 전쟁 개념은 바로 이 전쟁의 본질과 목적만을 유지한다. 그 외에는 모든 한계를 뛰어넘는 전쟁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조직·기업·개인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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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해상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해군력 현대화를 강조했다. 사진=신화/뉴시스 |
초한전은 중공중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핵심기관은 중공중앙의 중앙군사위원회(인민해방군) 정치공작부, 중앙통일전선부(중앙통전부)와 통전영도소조(領導小組), 중앙정법위원회와 국가안전부, 중앙대외연락부(중련부), 중앙선전부, 외사공작위원회, 대만·홍콩·마카오 공작위원회 등이다. 이들 핵심 조직을 중심으로 공산당, 중국 중앙정부(국무원)와 지방정부, 국유기업과 민간기업, 각종 사회단체, 그리고 해외 화교(華僑), 유학생, 현지 중국인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 중국의 그 어떠한 기관·조직·기업·개인도 초한전 수행에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중공의 실체를 철저히 감추고, 순수 민간조직, 기업, 교육기관, 지방정부 등의 위장된 외곽조직을 앞세워 진행한다. 공작의 형태는 주로 ‘친선’ ‘우호교류’ ‘투자협력’ ‘연구교류지원’ 등이다. 상대국과 개인들의 경계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중국과 관련된 거의 모든 대외관계는 중공중앙이 조직적으로 동원한 초한전 공작이라고 보면 된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국 엘리트 집단, 민간인, 언론방송, 시민단체, 학교, 기업, 지역사회 등에 대한 치밀한 공작활동을 전개해, 정치·경제·군사안보·기업과 금융·사이버 공간·언론방송·교육문화·사회기반시설 등 전 영역에 대해서 전방위적이고도 파상적 공격을 매우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전개해오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이를 위해 전 사회적 총동원 체제 구축(構築)을 명령했다. 2019년 10월 개최된 중공중앙 19기 4중전회에서는 공산당, 정부, 인민해방군, 전체 민간, 학계 모두를 의미하는 ‘당·정·군·민·학’이 전방위를 뜻하는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에 걸쳐 당을 중심으로 총동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은 필요로 하는 목적에 따라 언제든, 그리고 누구든지 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초한전의 목적은 중국이 상대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현대 정보화 기반시설에 대한 실질적 통제력을 장악하며, 사회적 분열을 조장해 자멸의 길로 유도함으로써, 종국적으로는 미국을 포함한 자유세계를 파멸시키고 세계 패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賢者의 칵테일’
전쟁 수행에 동원되는 전법 또한 무제한이다. 《초한전》에서는 일단 약 24개 전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예에 불과하다. 그 24개 전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4개 전법은 먼저 군사전, 유사(類似) 군사전, 비(非)군사전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군사전에는 전통적인 재래식 전쟁, 핵전쟁, 생화학전, 생태환경전, 우주전, 전자전, 게릴라(유격)전, 테러전 등이 나열되고 있다.
유사전에는 외교전, 네트워크전, 정보전, 심리전, 최첨단 기술전, 밀수전, 마약범죄전, 공갈협박전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비군사적 전쟁 수행 방식으로 금융전, 무역전, 자원전, 원조전, 법률전, 경제제재전, 미디어전, 이념전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전법의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전쟁 하면 떠올리는 재래식 전쟁은 수많은 전쟁 방식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전법보다 더 중요한 초한전의 원칙이 있다. 바로 ‘현자(賢者)의 칵테일’이다. 다양한 수단과 전법을 창조적으로 융복합해 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초한전에서는 평시가 전시인 만큼 전쟁의 대상과 시기를 무제한으로 설정해놓고, 정규전+테러전+외교전+정보전+금융전+무역전+심리전+여론전+법률전+문화전+통일전선공작+마약범죄+생화학전+회색지대전+여타 비정규전+모든 민간과 민간영역+모든 사회영역에 대해 삼투(滲透)+기만+공갈+협박+회유+매수+탈취+암살+세뇌 등등을 상황과 조건에 맞게 유동적이고 유기적으로 조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합과 융합에 있어서는 ‘황금배율’이 중요하다.
이에 상대국 정치·사회 전반에 은밀히 기반을 조성하고 상황과 조건을 면밀히 탐색하면서 결정적 순간에 도달했을 때 전략적 총공세를 감행하기 위해 적의 상상을 불허하는 최고의 ‘황금배율’을 만들어내라고 주문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를 “마치 변화무쌍한 만화경(萬華鏡)을 마구 흔들어 대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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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미국 최대 신용평가업체 에퀴팩스 내부망에 침입해 미국인 1억5000만 명의 민간정보를 탈취한 혐의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해커 4명을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사진=AP/뉴시스 |
〈미국은 여전히 ‘사막의 폭풍’ 작전과 같은 형태의 신무기에 의한 압도적 전쟁 승리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미국은 여전히 전쟁과 군사전략에 있어 이러한 사고에 고착되어 있다. 바로 이것이 미국의 약점이다. 하지만 21세기 전쟁은 성격이 다르다. 중국은 21세기 신(新)사고에 기반한 신전쟁으로 미국을 패배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공산당은 압도적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군사적으로 압도하는 전쟁승리 방식은 지양(止揚)해야 한다. 미국이 상상하지도 못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파괴하고 승리를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초한전에서 전개하는 비군사전과 융합 적용의 중요성이 여기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24개 전법 중 비전통 전쟁 방식에 해당하는 테러리즘, 유사 군사전에 해당하는 사이버 해킹전과 컴퓨터 바이러스전, 그리고 비군사전으로 제시된 금융전 등을 조합해 공격하는 것이다. 특히 현대사회의 기술혁신과 최첨단 기술의 만개(滿開)는 비군사적 수단을 통해 적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대폭 증가시키고 있다. 바로 이것이 중국이 이용해야 하는 현대 최첨단 기술혁명의 성과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화웨이다. 중공은 화웨이를 이용해 전 세계 5G 정보통신망을 장악한다는 계획을 매우 치밀하게 전개해왔다. 외형상 민간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 중공 인민해방군의 기업인 화웨이가 전 세계 5G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중공은 전 세계 중추신경망을 장악하게 된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5G 통신서비스를 인민해방군이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그 위력은 가공할 수준이 될 것이다.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게 된 배경이다.
對美 超限戰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초한전을 전개할까? 역시 《초한전》에 예시되어 있다. 우선 순수한 경제적 투자의 형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미국에 투자한다. 그러고 결정적 시기가 도래하면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공격을 은밀하게 그러나 전면적으로 시작한다. 그 결과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적 교란이 발생하면, 사전(事前)에 미국 전산망에 심어놓은 컴퓨터 바이러스로 미국의 군사안보, 정부, 사회기반시설 등 전 영역의 정보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총공격을 감행한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전산망, 전력망, 교통통신망, 금융결제망, 미디어,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등 전체적인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공격을 동시적으로, 전방위적으로, 그리고 파상적으로 전개하면 미국은 정치·경제 및 사회적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는 사회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는 기반이다.
이때 사전에 조직, 지원, 연대를 구축한 미국의 진보·좌파 조직과 범죄 조직들을 총동원한다. 미국의 진보·좌파 조직들을 부추겨 이들의 폭력 시위와 사회 파괴를 조장하는 것이다. 동시에 가짜 뉴스, 루머, 거짓 내러티브 등을 인터넷을 통해 대대적으로 유포함으로써 민심을 교란시킨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사회적 혼란과 정치·경제적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고 무기력하게 될 것이다.
이 시점에 중공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전략적 총공세를 실시한다. 군사적 무력을 적절히 동원해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재적으로 무력화되고 치명적으로 내상을 입은 미국은 힘도 못 쓰고 중국에 굴복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것이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초한전에 적용한 한 예이다.
이쯤에서 제기될 수 있는 질문이 하나 있다. 중공 인민해방군이 실제로 초한전을 전개하고는 있나? 답은 “그렇다!”이다.
어떤 증거로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중국 어느 공식문건에서도 ‘초한전’이란 단어는 안 나오는데? 답은 “맞다. 안 나온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먼저 짚고 넘어갈 사실이 있다. 중국공산당이 실제로 취하고 있는 전략전술은 외부적으로 ‘블랙박스(black box)’라는 점이다. 중국공산당은 기본적으로 대외적 비밀을 철칙으로 한다. 따라서 중국의 정치·군사·대외전략 등에 대한 연구가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공표하는 문헌과 자료 등에만 의거할 경우, 그 연구는 ‘형식논리’와 ‘동어반복’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중국 정치에 대한 연구는 공식자료와 내부자료,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현실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행태(行態)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초한전의 경우에도 중국공산당 내부 논의는 대외적으로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중국공산당이 국내외적으로 자신이 택하고 있는 전략을 공식화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초한전의 성격 자체가 상대국이 그 실체를 알면 적용하기 곤란한 은밀성과 비밀, 그리고 기만과 책동 등을 그 생명으로 하기 때문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국민당과 국공내전(國共內戰)을 할 당시에 핵심 전략전술인 ‘인민전쟁론’과 ‘통일전선’ 공작을 당 중앙 지도부의 비밀회의에서만 밝힌 것과 같은 것이다.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게임의 기본 규칙을 어기고, 오히려 그 규칙이 갖고 있는 허점을 역이용하는 전략을 밝힐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중공과 마오쩌둥의 기만술은 항일(抗日)이라는 대의를 내건 2차 국공합작에서 선명히 나타난다. 국공합작을 통해 마오쩌둥은 국민당 내에 삼투해 첩보 및 내분 공작을 전개하면서 빼낸 군사정보를 일본군에 제공함으로써 국민당군에 궤멸적 타격을 입혔다. 동시에 공산군에는 일본군과 싸우는 척만 하라고 지시했다. 민족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명분도 얻고 일본군을 통해 국민당군을 약화(弱化)시킴으로써 공산당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이 없었으면 현재 중공과 신중국도 없었을 것이다!”
마오쩌둥이 나중에 실토한 말이다. 이 또한 마오쩌둥과 소수의 최고 수뇌부만 알고 있었던 전술이자 전형적인 중공의 기만책동술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중공은 자신의 실재 전략전술을 철저히 대외비로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한전이 중공 인민해방군의 신전쟁론으로 전개되고 있는 근거는 매우 탄탄하다.
장쩌민, 超限戰 극찬
우선 중공 인민해방군 최고 수뇌부의 반응이다. 《초한전》은 1999년 공식 출판되기 이전인 1998년 이미 중공중앙 수준에서 내부회람용으로 널리 읽혔다. 2000년 당시 중공 총서기이자 중국 국가주석이었던 장쩌민(江澤民)은 《초한전》이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 군사사상의 중대한 발전이자 성숙하게 무르익은 결과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쩌민을 비롯해 인민해방군 전략전술의 최고 수뇌부 핵심 인사인 츠하오톈(遲浩田)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포함한 중공 인민해방군의 핵심 지도부에 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중공 인민해방군 고급간부 교육용으로 사용되는 군사전략론이다. 책임 저자는 역시 당시 중공 인민해방군 전략을 짜는 최고 수뇌인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완녠(張萬年)이다. 이 ‘내부교재’에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는 대목을 잠깐 살펴보자.
〈첨단기술 조건하에서 인민전쟁에서도 인민군중이 참전하는 데 적합한 많은 새로운 전법을 창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보전 중에서 경제정보전, 문화정보전 및 적의 컴퓨터망을 파괴하는 해커전, 그리고 융통성과 다양성이 풍부한 해상유격전, 첨단무기를 사용하여 적 후방을 깊숙이 침투하는 특수전, 습격파괴전 등등이다.… 창의성 있는 인민전쟁 전략전술을 사용해야 하며, (마오쩌둥이 강조한) “적(敵)은 적의 방식으로, 아(我)는 아의 방식으로” 적의 중심을 타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군·경·민을 결합하고, 군사수단과 비군사수단을 서로 결합하여 종합역량과 전체 위력을 형성함으로써 미래전쟁에서 더욱더 효과적으로 적을 공격해야 한다.〉
초한전 전략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오쩌둥 군사전략이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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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당시 옌안으로 향하는 마오쩌둥. 중국의 超限戰 개념은 이 시대 마오쩌둥의 군사전략에 뿌리를 두고 있다. |
그런데 중공 인민해방군 전략전술의 정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초한전이 그다지 새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초한전은 장쩌민이 극찬한 바와 같이 마오쩌둥이 발전시킨 군사전략 이론의 핵심을 현대적 조건을 반영해 발전시킨 중국 특색의 전쟁수행론이다.
마오쩌둥 군사전략의 핵심이 무엇인가? 바로 ‘적극방어론’ ‘인민전쟁론’ ‘통일전선공작’이다. 모두 마오쩌둥이 국공내전 과정을 거쳐 대륙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발전시킨 중공 인민해방군 전략의 핵심이자 상호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에 있는 개념이다. 마오쩌둥 군사전략이 현대 초한전으로 발전되어 전개되는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 핵심 개념을 간략하게 알아보자.
적극방어(積極防禦)론은 1935년 중국 산시성 와야오부(瓦窑堡)에서 마오쩌둥이 중공의 군사전략 원칙으로 도입한 것이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의 근거지를 방어하는 내선(內線)방어·유적심입(誘敵深入) 전술과 적의 심장부에 대한 적극적 공세를 동시에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적극방어의 핵심기반이 바로 인민전쟁론이다. 인민전쟁은 쉽게 말해 민간인을 전쟁에 전방위적으로 동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인을 공산당이 정치, 경제, 사상적으로 장악해 강력한 지원 세력으로 확보한 다음, 진지전과 같이 세력 보존을 위한 근거지를 제공받고, 민간인을 전 영역에 걸쳐 전쟁에 동원하면서 적 후방을 교란시키는 것 등을 의미한다. 반면 당시 대륙의 정부였던 국민당은 정규군에 기반해 공산당과 내전을 치렀다. 중공은 국민당의 이러한 허점을 집중적으로 역이용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당의 대중적 기반을 허물어뜨림과 동시에 국민당 핵심부에 대한 잠입, 삼투, 매수, 기만, 배신과 교란 등의 공작을 파상적으로 전개했다. 이 공작이 바로 ‘통일전선(이하 통전)’ 전술이다. 인민전쟁론의 핵심 중 핵심이다.
통전은 공산당이 반체제 동조 세력을 광범위하게 공산당 중심으로 결집시켜 잠정적 동맹을 형성하는 전술이다. 국공내전 과정에서 국민당을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전술이기도 하다. 그리고 통전을 외국으로 확장해 전개하는 것을 해외통일전선(이하 해외통전)이라고 한다.
마오쩌둥은 중공의 3대 보배로 ‘군, 당, 통전(武裝鬪爭, 黨的建設, 統一戰線)’을 꼽았다. 통전이 중공 군사전략에 있어 갖는 의미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대한 악질적인 악마가 돼라!’
중공의 전략전술을 요약하면 적이 관념, 제도, 윤리 등으로 ‘하지 못하고’ ‘상상도 못 하는’ 허점을 집중적으로 역공략하는 것이다. 그 주된 수단이 정치 공작전과 통전 공작이다. 이는 초한전을 전개하는 주요 수단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중공은 고도의 심리전과 매수전을 동원한다. 방법은 인간의 약점, 바로 이익, 이해, 특권, 특혜, 명예와 공명심(功名心) 등을 집중 공략해 들어가는 것이다. 동시에 인간의 가장 고귀한 가치인 사랑, 우정, 양심, 연민 등을 최대한 악용하라고 주문한다. 그래서 공산주의자는 혁명이라는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윤리·도덕·양심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초한전》 저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악질적인 악마가 돼라!’ 이게 초한전의 윤리이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초한전은 마오쩌둥의 적극방어론, 인민전쟁론과 통전 공작을 현대 세계화라고 하는 국제정치·경제적 조건과 IT 과학기술의 성과에 맞추어 혁신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면서, 중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해 중공과 중화민족 중심으로 세계질서를 재편한다는 대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 전략이자 중공 특색의 신전쟁론이다.
즉 현재 중공 인민해방군의 주적(主敵)인 미국은 과거의 국민당에 비할 수 있고, 여타 자유서방 선진국은 과거 중국의 중심 도시 정도에 해당하며, 해외통전의 주 대상인 미국을 포함한 자유서방 국가의 엘리트와 좌파 시민단체 등은 과거 통전 공작의 대상이었던 중국의 농민, 노동자, 지식인, 종교인, 전문가 등에 해당하는 것이다.
‘미국 등에 대한 장악 공작 마무리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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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超限戰의 실체를 폭로하는 책들. |
이런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중공이 지난 십수 년간 얼마나 치밀하게 초한전을 전개해오고 있으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특히 미국·호주·캐나다·유럽·대만 등지에서 밝혀진 초한전의 실태와 심각성을 보면 경악할 수준이다. 최고 엘리트부터 사회 저변에 이르기까지, 군사안보 핵심부에서부터 사회단체까지,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부터 사회기반시설에 이르기까지 초한전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 없을 정도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공작 대상 중 상당수가 자신이 고도의 정치 공작과 통전 공작에 넘어간 것을 인식조차 못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중국과 관련 있는 사람과 단체들이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를 휘감고 아래를 노려보고 있는 아나콘다(중공)에 비유한다. 중공 군부(軍部)와 정보 라인에서 시진핑에게 ‘이미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에 대한 장악 공작은 마무리 단계’라고 보고했다는 내부 소식이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미국과 서방 핵심 동맹국들이 중공 초한전의 실태를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초한전은 은밀성과 기만을 그 생명으로 한다. 상대국과 국민들이 일단 인식하고 자각만 하더라도 중공의 은밀한 침탈 전쟁인 초한전에 대한 대응의 반(半)은 이루어진 셈이다.
韓中은 이미 超限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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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학원 교재. 6·25를 중공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
여기에 나열한 예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예만 검색해 관련 자료를 살펴보더라도 국가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사안들이고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 단순히 나열된 사례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는 없었다. 이 중대한 사안들에 대해 무(無)반응, 무조사,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결과 위에 나열한 사례들은 각각 파편화된 개별사안으로 이슈화된 채, 그냥 일회성 해프닝으로 잊히고 있다.
위의 사례를 중국의 대전략, 한반도의 지전략적(地戰略的) 위치, 대한민국의 전략적 가치와 위상 등과 같은 거시적 구도 속에서 조망해보면 얘기는 사뭇 달라진다. 중공이 한국을 친중(親中) 종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구도하에서 세밀한 전술을 동원해 초한전을 파상적으로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중국이 다양한 형식으로 진출하고 있는 한국의 지역을 지정학적으로 살펴보자. 서해안 벨트, 평택, 진도, 제주도, 강원도, 그 어느 곳 하나 군사안보 측면에서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동시에 한국의 중앙과 지방 정·관계, 기업인, 진보 시민단체 등에 대한 정치 공작전과 통전 공작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기업과 중국 사업에 이권이 걸려 있는 기업인과 중국 전문가, 영화와 드라마를 포함한 문화산업, 방송언론, 인터넷 포털, 포털사이트 각종 커뮤니티, 공자학원, 각종 중국인협회, 범죄 조직 등 전방위적이고 파상적이다.
한국은 이에 대해 실태조사라도 하고 있는가? 지금 한국은 중국과 초한(超限)전쟁 중이다. 우리의 자유, 우리의 독립과 주권, 우리의 번영, 우리와 자식 세대의 삶의 기반, 이것은 지켜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