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멘터리 〈공자라는 미명 하에〉 감독한 도리스 리우 감독, 한국 찾아
⊙ 지금도 천안문 사태의 진실 모르는 중국인들, 특정 정보 검열하는 인터넷 검열 시스템 때문
⊙ “정부 승인 없이 공자학원 진출 못 한다”
⊙ “유학생, 기업인, 관광객… 중국 공산당 요원은 어디에나 있다”
⊙ 지금도 천안문 사태의 진실 모르는 중국인들, 특정 정보 검열하는 인터넷 검열 시스템 때문
⊙ “정부 승인 없이 공자학원 진출 못 한다”
⊙ “유학생, 기업인, 관광객… 중국 공산당 요원은 어디에나 있다”
- 사진=도리스 리우
도리스 리우(Doris Liu)는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진실이 그곳에 있었다. 1989년 천안문 사태가 일어났을 때 진압당하는 시민들의 모습, 고문당한 파룬궁 (法輪功) 수련자들의 사진이었다. TV 뉴스나 신문 보도에선 천안문 시위를 진압한 정부군이 희생당했지 시위대는 사망하지 않았다고 전하던 터다. 진실은 인터넷망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다. 도리스 리우의 전쟁은 그때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지난 5월 28일 서울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 도리스 리우 감독을 만났다. 인근의 은평제일교회에서 그의 영화가 상영되는 날이었다. 자그마한 체구의 40대 중국계 캐나다인인 그의 어조엔 힘이 실려 있었다. 도리스는 다큐멘터리 영화 〈공자라는 미명 하에(In the name of Confucius)〉를 제작했다. 201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공자학원’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을 다룬 영화다.
孔子 없는 공자학원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전 세계에 설립하고 있는 일종의 어학원이다.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다. 2004년 한국 서울에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서울 역삼동에 있는 서울공자아카데미다. 이후 2020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62개국, 총 541개의 공자학원이 세워졌다. 미국에 가장 많다. 110개의 공자학원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공자학원이 23개 있는데,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다.
이런 기관을 운영하는 나라는 중국 외에도 여러 곳이 있다. 독일의 ‘괴테인스티튜트’(독일문화원), 영국 ‘브리티시카운슬’(영국문화원),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문화원) 등이다. 한국도 해외에서 ‘세종학당’을 운영한다. 문제는 공자학원이 다른 나라의 문화원처럼 운영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시진핑 주석의 연설을 공부하고 마오쩌뚱의 시를 암송한다.
공자학원의 해외 진출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보통 정부에서 세우는 문화원은 다른 나라의 수도와 제2 도시 등 한두 곳에 세운다. 공자학원은 중국 내 대학과 다른 나라의 대학이 짝을 짓는 식이다. 예를 들면 연세대에는 쓰촨사범대학이 들어가 공자학원을 운영한다. 쓰촨사범대 교수와 학생 중에서 선발된 공자학원 교사들이 중국어를 가르친다는 말이다. 연세대의 시설을 이용한다.
일단 특정 대학 내로 공자학원이 진출하면, 대학생만 가르치지 않는다. 인근의 고등학교 학생들도 교육한다. 해외 어느 대학과 중국 어떤 대학이 맺어질지를 결정하는 기관은 ‘궈자한반(國家漢辦)’이었다. 공자학원의 본부다.
현지 대학 통해 진출
지금은 한반이 아니라 국제어학협력센터(Center for Language education and cooperation)가 공자학원을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 공자학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한반이 일종의 ‘기관 세탁’을 했다. 중국 정부의 색을 조금이라도 지우려고 관할 기관을 바꿨단 얘기다. 중국 정부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공자학원을 유지하기 위해 수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공자학원 실체 알리기 운동본부(CUCI)’라는 단체에서 공자학원의 문제를 알리고 있다. 이번에 도리스 리우 감독을 초청하고 상영회를 개최한 것도 CUCI다. 리우 감독은 자신의 출신 대학이나 일했던 기업명을 기사에 명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영화를 제작한 것만으로도 그는 중국 정부에 적대적인 인물로 분류됐을 터다.
― 어떻게 공자학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2013년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에서 공자학원을 폐쇄한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어요. 사실 그때까지는 공자학원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런 곳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어떤 교육을 하는지는 잘 몰랐지요. 조사를 해보고 깜짝 놀랐어요.”
영화는 소냐 자오(Sonia Zhao)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중국에서 대학을 다닌 소냐는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에 신설되는 공자학원의 교사에 지원했다. 문제는 교사 계약을 할 때부터 불거졌다. ‘파룬궁을 수련한 적이 없다’는 항이 있었다.
파룬다파(法輪大法)라고도 하는 파룬궁은 기공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심신수련법이다. 중국의 리훙즈(李洪志)가 창시했다. 진선인(眞善忍, 진실·선량·인내)을 표방한다. 중국 공산당은 파룬궁을 1999년 7월 20일 ‘사교(邪敎)’로 지정했다. 이후 지금까지 파룬궁 수련을 엄격히 금지하고 수련인들을 처벌하고 있다.
소냐는 부모님과 함께 파룬궁을 수련했다. 고민 끝에 소냐는 맥마스터대학을 나와 망명 신청을 한다. 공자학원이 논란이 된 계기다. 맥마스터대학은 결국 공자학원과 연을 끊었다.
그런데 이번엔 토론토시(市)가 공자학원과 손을 잡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중국 후난대(湖南大)와 함께 개원 기념행사까지 열었다. 영화는 토론토 시민들의 항의와 토론토 교육위원회(Toronto District School Board·TDSB)가 공자학원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을 담았다. TDSB는 청문회를 열어 소냐를 비롯한 여러 시민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2016년 개봉한 이후 영화는 18개국에서 상영됐다. 한국은 19번째 상영국이다.
인터넷으로 파룬궁 박해 알아
― 파룬궁을 수련했나요.
“아니요. 그런 문제가 아니었어요. 저는 중국 남서부 지역에 있는 대학을 나왔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 정치 담당 조교를 했어요. 4년 동안요. 학생들이 중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발언하도록 단속하는 역할이었어요. 논쟁적이거나 반정부적인 생각이나 발언은 일절 하지 못하게 했지요.”
― 학생들이 세뇌(洗腦)당했네요.
“그렇죠. 제 친구는 다른 과(科)에서 가르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과에서 한 교사가 체포됐다는 거예요. 감옥에 갇혔어요. 단지 파룬궁을 수련했다는 이유만으로요. 학생들에게 무척 인기가 많은 교사였어요. ‘중국 공산당은 좋은 교사를 단지 파룬궁을 수련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넣는구나…’ 생각했죠. 제가 아는 파룬궁은 진선인(眞善忍)이라는 좋은 덕목을 가르치는 수련법이었는데 말이에요.”
― 충격을 받았군요.
“4년을 가르치다 대학을 떠났어요.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들어갔어요. 당시 회사 사무실엔 미국 본사와 직접 연결하기 위한 인터넷 망이 있었어요.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방화벽이 아직 완성되기 전이었어요.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게 되자마자 뭘 찾았게요?”
― 파룬궁이었나요.
“네. 그다음으로 천안문 사태에 대해 찾아봤어요. 천안문 사태 당시 저는 10대였어요. CCTV(중국의 국영방송)는 폭도들이 군인을 죽였다고 보도했어요. 시민들은 아무도 안 죽었다고요. 그 보도를 다 믿진 않았지만 사실이 뭔지 알 수 없었어요. 진실을 알려주는 책도 언론도, 아무것도 없었어요.”
― 그럼 그 전까진 천안문 사태에 대해 몰랐나요.
“오직 중국 공산당이 내보내는 하나의 목소리만 있으니까요. 그게 사실이 아닐 거라 생각해도,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었어요. 제가 중국에서 산 30년 동안 천안문과 파룬궁, 그 두 가지가 가장 중대한 사건이었어요. 검열 때문에 원래는 접속할 수 없는 인터넷 사이트에 우연히 접속해서 진상(眞相)을 알게 된 거죠.”
이후 리우 감독은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갔다.
학생들에게 ‘一帶一路’ 정책 지도
― 다큐멘터리에 학부모인 중국계 여성이 등장하잖아요. TDSB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분도 공자학원에 대해 처음엔 잘 몰랐어요. 교재와 교육 프로그램을 보고 놀라서 문제제기를 한 거예요. 자신의 아이가 공산당원으로 자라길 원치 않은 거죠.”
― 학생들이 꼭 공자학원에서 공부를 해야 하나요.
“공자학원이 진출할 학교에 이미 중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 프로그램을 공자학원이 대체하는 식이에요. 교과서와 선생을 보내주지요. 그러니 중국어를 배우려면 공자학원에서 배울 수밖에 없는 거예요.”
―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학부모들은 이렇게 주장했어요. ‘이미 캐나다 지역사회에 적합한 내용으로 교재가 만들어져 있는데 왜 우리 아이들이 공산당이 승인한 교재로 공부해야 하는가’라고요.”
― 대학은 왜 공자학원을 받아들이나요.
“돈이에요. 대학이 운영해야 할 수업 프로그램을 중국 정부가 대신해주잖아요. 공자학원에 참여하는 캐나다인 스태프들에게 중국 여행도 한번씩 보내줘요.”
― 중국어 교사도 보내주고 인건비도 중국 정부가 대는군요.
“공자학원 선생은 세 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감독관(director), 교사(teacher), 자원교사(voluntary teacher). 소냐는 자원교사였어요. 월급으로 1000달러가량을 받았어요.”
― 공자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가 한정적인가요.
“엄청나게 다양한 교재가 있어요. 사회가 발전하고 상황이 변하잖아요? 새 교재가 계속 나와요. 시진핑이 주석에 취임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발표했잖아요. 공자학원에서도 일대일로를 교육해요. 중국 공산당이 지난해 10월에 19기 5중전회를 열었잖아요. 그러면 수업시간에 그걸 TV로 시청해요.”
― 중국 공산당 회의를 어학원 학생들이 왜 보나요.
“시진핑 주석의 개회 연설을 시청하고 그 내용을 공부해요.”
‘공자학원은 스파이 거점’
영화가 끝난 후 리우 감독은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공자학원을 위험하게 보는 이유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2018년 2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사상 선전과 스파이 활동에 이용되고 있어 수사 중이다. 공자학원은 미국 내 중국 유학생과 중국 민주화운동, 인권 활동과 관련된 재미 중국인 동향을 감시하는 거점으로 악용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미국 전역에 있는 공자학원을 모두 쫓아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재선에 실패해 실행하지 못했다.
―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 운영에 깊이 개입한다는 증거가 있나요.
“토론토의 경우 후난대와 결연했어요. 공자학원 개원 기념식에 후난성 관리들이 관여했어요. 토론토에서 공자학원 반대 시위가 일어나자 후난성에서 토론토 교육위원회와 위원 22명 모두에게 편지를 썼어요. 결연을 끊지 말라고 정중하게 압력을 넣는 내용이었죠.”
― 공자학원을 두고 중국 교민 간에도 갈등하는 모습이 영화에 나오는데요.
“다큐를 보면 공자학원 퇴출 시위가 TDSB 앞에서 열려요. 여기에 나와서 공자학원을 옹호한 사람들이 있어요. 중국 정부와 대사관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중국 교민들은 알죠. 얼굴을 보면 알잖아요.”
― 캐나다에 거주하는 일반적인 중국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51.CA’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어요. 캐나다에 사는 중국인들의 커뮤니티예요. 살 집이나 일자리, 식당 정보가 오가는 등 캐나다에 살거나 캐나다로 가려는 중국인이면 누구나 찾아보는 사이트예요. 여기에 토론 코너가 있는데 공자학원 문제가 항상 상위 토픽에 올라와 있어요.”
― 중국 교민들도 공자학원 문제에 관심이 많군요.
“체감상 최소 85%는 공자학원에 반대해요. 댓글 달린 걸 봤을 때요.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공자학원을 자신의 가족이나 친척을 외국에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중국 공산당이 여러 가지로 공자학원을 활용하네요.
“다큐를 보면 공자학원을 옹호하기 위해 시위에 나온 사람들이 보이는데, 그중엔 공산당을 위해 일하는 요원들이 있었어요. 세 번째 시위는 10월 1일에 일어났는데, 그날은 중국 국경절이에요. 배지를 옷에 달고 있더라고요. 국경절 기념행사 갔다가 시위 현장으로 바로 오면서 미처 배지를 못 뗀 거예요.”
― 이 영화를 본 해외 관객은 어떤 점에 가장 주목하던가요.
“중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프로파간다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에 다들 놀라더군요. 그것도 아이들을 타깃으로 해서. 일단 많은 관객이 공자학원의 존재 자체를 잘 몰랐어요. 자기 나라에 공자학원이 있는지도요.”
최초의 공자학원 보유한 한국
리우 감독은 이번 한국 방문을 위해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다. 주(駐)캐나다 한국대사관과 전화로 인터뷰하는데, 대사관 담당자가 공자학원 문제를 지금까지 몰랐다며 이것저것 물어왔단다.
한국은 공자학원 세계 진출에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한 나라다. 일단 세계에서 최초로 공자학원이 설립된 곳이 바로 한국이다. 2004년 서울공자아카데미가 세워졌다. 이후 22개 대학으로 넓혀나갔다. 충북대, 우송대, 호남대, 동서대, 강원대, 충남대, 계명대, 순천향대, 동아대, 세한대, 대진대, 우석대, 제주한라대, 인천대, 한국외대, 경희대, 안동대, 연세대, 원광대, 세명대, 한양대, 제주대다. 공자학원뿐 아니라 공자학당도 17곳이 있다.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곳이다.
리우 감독은 이번에 CUCI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제주 등 여러 곳에서 개최한 상영회에 참석했다.
― 한국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정경희 국회의원이 첫 상영회에 함께했어요. 영화가 끝나고 제 손을 잡고 ‘인상적이었다’고 말해주는데, 진심이 전해졌어요. 부산에서는 어떤 고등학생이 이런 말을 해요. ‘중국인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거예요. 왜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해요. ‘우리나라에 중국 정부가 위험한 것 같다. 중국을 더 알고 싶다’고. 고등학생이 그런 생각을 하다니 인상적이었어요. 게임이나 아이돌이 아니라 조국과 국제 관계를 고민하는 거예요.”
― 그런 일이 있었군요.
“행사 때마다 국가(國歌) 부르는 것 보고도 놀랐어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국가를 부르는 건 처음 봤어요. 한국인은 나라를 무척 사랑하는구나 싶어 감동받았어요. 전체적으로 한국인 관객들이 무척 강한 반응을 보여요. 공자학원과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한 의지가 큰 것 같아요.”
지난 3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영 2회 만에 폐지됐다. 시청자들이 항의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 오리알과 전병 같은 중국 음식이 등장하는데, 이 드라마를 제작한 회사의 모회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 중국 기업 텐센트가 1000억원을 투자한 사실과 맞물려 의혹을 불렀다. 김치와 김치의 중국식 표현 ‘파오차이’를 병기한 삼각김밥이 편의점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지금도 천안문 진실 모르는 중국인들
― 소냐는 어떻게 됐나요.
“망명 자격을 인정받았고, 캐나다 영주권을 얻었어요. 토론토에 살며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여전히 중국에 있는 부모님을 못 만나고 있어요. 파룬궁을 수련한 소냐의 엄마는 소냐의 증언 직후 공민증을 빼앗겼어요. 중국에선 공민증이 없으면 국내 여행을 할 수 없어요. 물론 여권도 발급받지 못하고요. 소냐는 부모님을 항상 걱정하고 있어요. 전화 도청 탓에 제대로 대화도 못 나눠요.”
― 중국인들은 지금도 천안문이나 파룬궁의 진실을 모르나요.
“알 도리가 없잖아요?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보세요. 물론 중국인들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요. 중국은 북한이 아니에요. 아예 인터넷을 못 쓰도록 하기엔 너무 커요. 허용하되 특정 정보는 볼 수 없도록 검열 시스템을 설치하는 거예요.”
― 외국인을 통해 진실을 들을 수 있지 않나요.
“생각해보세요. 외국인 친구 있는 사람이 전체 중국 인구에서 얼마나 되겠어요. 진실을 들어도 일부는 받아들이고 일부는 거부해요. 제 다큐에 보면 청문회에 나와서 중국 공산당을 옹호하는 중국 교민이 등장하잖아요? 자유 국가에 살아도 진실을 거부하는 거예요. 세뇌 효과를 제발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 최근에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나요.
“저는 중국에 갈 수가 없어요. 몇 년 전에 아버지가 뇌종양 진단을 받았어요.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토론토 중국대사관에 비자 신청을 했어요. 그러자 이상한 전화가 걸려왔어요. 저보고 불법적인 행동을 한 적이 있냐고 하는 겁니다. ‘내가 불법적인 행동을 했으면 캐나다 경찰이 체포하지 않았겠냐’고 답했어요. 직감이 왔어요. ‘이 사람들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아는구나’.”
중국 방문 비자 발급 거부당해
― 영화 제작 이후인가요.
“영화를 제작하기 전이었어요. 그때 저는 캐나다에서 중국을 알리는 보도를 하고 있었어요. 일종의 독립언론이었죠. 중국 정부는 제가 누군지 알고 있었던 거예요. 대사관 직원에게 애원했어요. ‘아버지가 너무 편찮으시다, 나를 보고 싶어 한다, 제발 비자를 달라’고.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더군요.”
― 결국 비자를 못 받았나요.
“중국대사관에 갔어요. 비자를 안 준다는 거예요. 왜냐고 물었어요. 답이 돌아왔어요. ‘당신이 이유를 알지 않느냐’고. 중국은 경찰국가예요. 누구든 감시당해요. 결국 아버지의 임종을 못 지켰어요.”
중국 기업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부회장인 멍완저우(孟晩舟)가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에만 3명의 캐나다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리우 감독은 중국에 가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는 영화가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이라고. 이 말에 대해 다시 물었다.
“최소한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공자학원에 대한 연구와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뤄보면, 정부와 지자체가 허가해야 공자학원이 들어서요. 모든 나라에서 마찬가지예요.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정부는 중국과 경제 교류를 하고 싶어 해요. 중국 정권이 좋은 정부가 아니라는 걸 모두 알아요. 지적재산권을 훼손하고 기밀을 훔치고 모조품을 만들고, 부패했죠. 코로나19도 중국에서 시작됐잖아요. 그런데도 중국 정부와 연관되고 싶어 해요. 결국 돈 때문이에요.”
공자학원의 손길은 한국 정계에도 뻗쳐 있다. 2019년 5월 10일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과 공자학원이 공동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주제는 ‘동북아 공동 변영을 위한 일대일로와 공유자원 활용방안’이었다. 이 행사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엔 인민망 한국지사가 주최한 제1회 ‘중국 고사성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인민망은 중국 《인민일보》의 글로벌 온라인 사이트다. 이 행사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강원도,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열렸다.
공산당 요원은 어디에나 있다
― 끝내 아버지를 못 만나셨네요. 왜 공자학원의 실체를 알리고 다니시나요.
“중국인으로서 제 의무예요. 저는 공산당의 일원이었어요. 공산당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모든 주요 도시엔 중국인들이 있어요. 유학생이든 관광객이든 교민이든, 그들 사이엔 공산당 요원들이 있어요. 중국대사관은 이들에게 지시를 내려요. 공자학원도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아요.”
― 일반 기업인 사이에도 공산당 요원이 있나요.
“중국에서 활동하는 사업가들은 모두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아요. 공적 사업이 아니고 개인 사업을 해도 마찬가지예요. 모두 공산당의 통제 아래 있어요. 사업을 하지 않는 일반인도 마찬가지예요.”
― 일반 여행객도요.
“중국 공산당은 외국에 나가는 모든 중국인에게 접근해 누구를 만나라고 지시하기도 해요. 해외에 사는 가족을 만나러 나가는 중국인이든, 여행 가는 중국인이든 정보수집에 적합한 후보라고 지목되면 공산당이 접근해요. 과제를 줘요. ‘한국에 가면 누구누구를 만나서 정보를 수집해와라’ 하고. 처음엔 돈, 차, 승진 같은 걸 대가로 작은 걸 뭘 해달라고 해요. 누굴 죽이라는 것도 아니고 정보를 좀 알아다 달라는 거니까 해요.”
― 미인계를 동원할 수도 있겠네요.
“미인도 될 수 있고, 유학생이나 기술자도 공산당의 접근 대상이 될 수 있어요. 기업 엔지니어들은 거래하는 해외 회사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많잖아요. 독일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도 출장 온 중국인과 접촉한 독일 기업인이었어요. 여기에서 독일 코로나19가 시작됐어요. ‘당신이 중국 정부나 중국 기업 관계자를 만나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일러주는 전형적인 예 아닌가요.”
― 중국 공산당의 가장 큰 무기는 뭔가요.
“돈이죠. 돈을 타고 공산당의 선전·선동이 당신의 뇌로 들어가는 겁니다.”⊙
지난 5월 28일 서울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 도리스 리우 감독을 만났다. 인근의 은평제일교회에서 그의 영화가 상영되는 날이었다. 자그마한 체구의 40대 중국계 캐나다인인 그의 어조엔 힘이 실려 있었다. 도리스는 다큐멘터리 영화 〈공자라는 미명 하에(In the name of Confucius)〉를 제작했다. 201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공자학원’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을 다룬 영화다.
孔子 없는 공자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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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라는 미명 하에〉 한국 상영회를 알리는 포스터. |
이런 기관을 운영하는 나라는 중국 외에도 여러 곳이 있다. 독일의 ‘괴테인스티튜트’(독일문화원), 영국 ‘브리티시카운슬’(영국문화원),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문화원) 등이다. 한국도 해외에서 ‘세종학당’을 운영한다. 문제는 공자학원이 다른 나라의 문화원처럼 운영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시진핑 주석의 연설을 공부하고 마오쩌뚱의 시를 암송한다.
공자학원의 해외 진출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보통 정부에서 세우는 문화원은 다른 나라의 수도와 제2 도시 등 한두 곳에 세운다. 공자학원은 중국 내 대학과 다른 나라의 대학이 짝을 짓는 식이다. 예를 들면 연세대에는 쓰촨사범대학이 들어가 공자학원을 운영한다. 쓰촨사범대 교수와 학생 중에서 선발된 공자학원 교사들이 중국어를 가르친다는 말이다. 연세대의 시설을 이용한다.
일단 특정 대학 내로 공자학원이 진출하면, 대학생만 가르치지 않는다. 인근의 고등학교 학생들도 교육한다. 해외 어느 대학과 중국 어떤 대학이 맺어질지를 결정하는 기관은 ‘궈자한반(國家漢辦)’이었다. 공자학원의 본부다.
현지 대학 통해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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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앤드루 영국 왕자가 런던의 공자학원을 방문해 1000번째 교실 개설을 축하했다. 사진=뉴시스 |
한국에서는 ‘공자학원 실체 알리기 운동본부(CUCI)’라는 단체에서 공자학원의 문제를 알리고 있다. 이번에 도리스 리우 감독을 초청하고 상영회를 개최한 것도 CUCI다. 리우 감독은 자신의 출신 대학이나 일했던 기업명을 기사에 명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영화를 제작한 것만으로도 그는 중국 정부에 적대적인 인물로 분류됐을 터다.
― 어떻게 공자학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2013년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에서 공자학원을 폐쇄한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어요. 사실 그때까지는 공자학원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런 곳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어떤 교육을 하는지는 잘 몰랐지요. 조사를 해보고 깜짝 놀랐어요.”
영화는 소냐 자오(Sonia Zhao)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중국에서 대학을 다닌 소냐는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에 신설되는 공자학원의 교사에 지원했다. 문제는 교사 계약을 할 때부터 불거졌다. ‘파룬궁을 수련한 적이 없다’는 항이 있었다.
파룬다파(法輪大法)라고도 하는 파룬궁은 기공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심신수련법이다. 중국의 리훙즈(李洪志)가 창시했다. 진선인(眞善忍, 진실·선량·인내)을 표방한다. 중국 공산당은 파룬궁을 1999년 7월 20일 ‘사교(邪敎)’로 지정했다. 이후 지금까지 파룬궁 수련을 엄격히 금지하고 수련인들을 처벌하고 있다.
소냐는 부모님과 함께 파룬궁을 수련했다. 고민 끝에 소냐는 맥마스터대학을 나와 망명 신청을 한다. 공자학원이 논란이 된 계기다. 맥마스터대학은 결국 공자학원과 연을 끊었다.
그런데 이번엔 토론토시(市)가 공자학원과 손을 잡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중국 후난대(湖南大)와 함께 개원 기념행사까지 열었다. 영화는 토론토 시민들의 항의와 토론토 교육위원회(Toronto District School Board·TDSB)가 공자학원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을 담았다. TDSB는 청문회를 열어 소냐를 비롯한 여러 시민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2016년 개봉한 이후 영화는 18개국에서 상영됐다. 한국은 19번째 상영국이다.
인터넷으로 파룬궁 박해 알아
― 파룬궁을 수련했나요.
“아니요. 그런 문제가 아니었어요. 저는 중국 남서부 지역에 있는 대학을 나왔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 정치 담당 조교를 했어요. 4년 동안요. 학생들이 중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발언하도록 단속하는 역할이었어요. 논쟁적이거나 반정부적인 생각이나 발언은 일절 하지 못하게 했지요.”
― 학생들이 세뇌(洗腦)당했네요.
“그렇죠. 제 친구는 다른 과(科)에서 가르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과에서 한 교사가 체포됐다는 거예요. 감옥에 갇혔어요. 단지 파룬궁을 수련했다는 이유만으로요. 학생들에게 무척 인기가 많은 교사였어요. ‘중국 공산당은 좋은 교사를 단지 파룬궁을 수련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넣는구나…’ 생각했죠. 제가 아는 파룬궁은 진선인(眞善忍)이라는 좋은 덕목을 가르치는 수련법이었는데 말이에요.”
― 충격을 받았군요.
“4년을 가르치다 대학을 떠났어요.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들어갔어요. 당시 회사 사무실엔 미국 본사와 직접 연결하기 위한 인터넷 망이 있었어요.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방화벽이 아직 완성되기 전이었어요.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게 되자마자 뭘 찾았게요?”
― 파룬궁이었나요.
“네. 그다음으로 천안문 사태에 대해 찾아봤어요. 천안문 사태 당시 저는 10대였어요. CCTV(중국의 국영방송)는 폭도들이 군인을 죽였다고 보도했어요. 시민들은 아무도 안 죽었다고요. 그 보도를 다 믿진 않았지만 사실이 뭔지 알 수 없었어요. 진실을 알려주는 책도 언론도, 아무것도 없었어요.”
― 그럼 그 전까진 천안문 사태에 대해 몰랐나요.
“오직 중국 공산당이 내보내는 하나의 목소리만 있으니까요. 그게 사실이 아닐 거라 생각해도,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었어요. 제가 중국에서 산 30년 동안 천안문과 파룬궁, 그 두 가지가 가장 중대한 사건이었어요. 검열 때문에 원래는 접속할 수 없는 인터넷 사이트에 우연히 접속해서 진상(眞相)을 알게 된 거죠.”
이후 리우 감독은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갔다.
학생들에게 ‘一帶一路’ 정책 지도
― 다큐멘터리에 학부모인 중국계 여성이 등장하잖아요. TDSB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분도 공자학원에 대해 처음엔 잘 몰랐어요. 교재와 교육 프로그램을 보고 놀라서 문제제기를 한 거예요. 자신의 아이가 공산당원으로 자라길 원치 않은 거죠.”
― 학생들이 꼭 공자학원에서 공부를 해야 하나요.
“공자학원이 진출할 학교에 이미 중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 프로그램을 공자학원이 대체하는 식이에요. 교과서와 선생을 보내주지요. 그러니 중국어를 배우려면 공자학원에서 배울 수밖에 없는 거예요.”
―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학부모들은 이렇게 주장했어요. ‘이미 캐나다 지역사회에 적합한 내용으로 교재가 만들어져 있는데 왜 우리 아이들이 공산당이 승인한 교재로 공부해야 하는가’라고요.”
― 대학은 왜 공자학원을 받아들이나요.
“돈이에요. 대학이 운영해야 할 수업 프로그램을 중국 정부가 대신해주잖아요. 공자학원에 참여하는 캐나다인 스태프들에게 중국 여행도 한번씩 보내줘요.”
― 중국어 교사도 보내주고 인건비도 중국 정부가 대는군요.
“공자학원 선생은 세 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감독관(director), 교사(teacher), 자원교사(voluntary teacher). 소냐는 자원교사였어요. 월급으로 1000달러가량을 받았어요.”
― 공자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가 한정적인가요.
“엄청나게 다양한 교재가 있어요. 사회가 발전하고 상황이 변하잖아요? 새 교재가 계속 나와요. 시진핑이 주석에 취임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발표했잖아요. 공자학원에서도 일대일로를 교육해요. 중국 공산당이 지난해 10월에 19기 5중전회를 열었잖아요. 그러면 수업시간에 그걸 TV로 시청해요.”
― 중국 공산당 회의를 어학원 학생들이 왜 보나요.
“시진핑 주석의 개회 연설을 시청하고 그 내용을 공부해요.”
‘공자학원은 스파이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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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대 학생이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공자라는 미명 하에〉 캡처 |
그는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공자학원을 위험하게 보는 이유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2018년 2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사상 선전과 스파이 활동에 이용되고 있어 수사 중이다. 공자학원은 미국 내 중국 유학생과 중국 민주화운동, 인권 활동과 관련된 재미 중국인 동향을 감시하는 거점으로 악용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미국 전역에 있는 공자학원을 모두 쫓아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재선에 실패해 실행하지 못했다.
―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 운영에 깊이 개입한다는 증거가 있나요.
“토론토의 경우 후난대와 결연했어요. 공자학원 개원 기념식에 후난성 관리들이 관여했어요. 토론토에서 공자학원 반대 시위가 일어나자 후난성에서 토론토 교육위원회와 위원 22명 모두에게 편지를 썼어요. 결연을 끊지 말라고 정중하게 압력을 넣는 내용이었죠.”
― 공자학원을 두고 중국 교민 간에도 갈등하는 모습이 영화에 나오는데요.
“다큐를 보면 공자학원 퇴출 시위가 TDSB 앞에서 열려요. 여기에 나와서 공자학원을 옹호한 사람들이 있어요. 중국 정부와 대사관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중국 교민들은 알죠. 얼굴을 보면 알잖아요.”
― 캐나다에 거주하는 일반적인 중국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51.CA’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어요. 캐나다에 사는 중국인들의 커뮤니티예요. 살 집이나 일자리, 식당 정보가 오가는 등 캐나다에 살거나 캐나다로 가려는 중국인이면 누구나 찾아보는 사이트예요. 여기에 토론 코너가 있는데 공자학원 문제가 항상 상위 토픽에 올라와 있어요.”
― 중국 교민들도 공자학원 문제에 관심이 많군요.
“체감상 최소 85%는 공자학원에 반대해요. 댓글 달린 걸 봤을 때요.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공자학원을 자신의 가족이나 친척을 외국에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중국 공산당이 여러 가지로 공자학원을 활용하네요.
“다큐를 보면 공자학원을 옹호하기 위해 시위에 나온 사람들이 보이는데, 그중엔 공산당을 위해 일하는 요원들이 있었어요. 세 번째 시위는 10월 1일에 일어났는데, 그날은 중국 국경절이에요. 배지를 옷에 달고 있더라고요. 국경절 기념행사 갔다가 시위 현장으로 바로 오면서 미처 배지를 못 뗀 거예요.”
― 이 영화를 본 해외 관객은 어떤 점에 가장 주목하던가요.
“중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프로파간다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에 다들 놀라더군요. 그것도 아이들을 타깃으로 해서. 일단 많은 관객이 공자학원의 존재 자체를 잘 몰랐어요. 자기 나라에 공자학원이 있는지도요.”
리우 감독은 이번 한국 방문을 위해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다. 주(駐)캐나다 한국대사관과 전화로 인터뷰하는데, 대사관 담당자가 공자학원 문제를 지금까지 몰랐다며 이것저것 물어왔단다.
한국은 공자학원 세계 진출에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한 나라다. 일단 세계에서 최초로 공자학원이 설립된 곳이 바로 한국이다. 2004년 서울공자아카데미가 세워졌다. 이후 22개 대학으로 넓혀나갔다. 충북대, 우송대, 호남대, 동서대, 강원대, 충남대, 계명대, 순천향대, 동아대, 세한대, 대진대, 우석대, 제주한라대, 인천대, 한국외대, 경희대, 안동대, 연세대, 원광대, 세명대, 한양대, 제주대다. 공자학원뿐 아니라 공자학당도 17곳이 있다.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곳이다.
리우 감독은 이번에 CUCI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제주 등 여러 곳에서 개최한 상영회에 참석했다.
― 한국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정경희 국회의원이 첫 상영회에 함께했어요. 영화가 끝나고 제 손을 잡고 ‘인상적이었다’고 말해주는데, 진심이 전해졌어요. 부산에서는 어떤 고등학생이 이런 말을 해요. ‘중국인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거예요. 왜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해요. ‘우리나라에 중국 정부가 위험한 것 같다. 중국을 더 알고 싶다’고. 고등학생이 그런 생각을 하다니 인상적이었어요. 게임이나 아이돌이 아니라 조국과 국제 관계를 고민하는 거예요.”
― 그런 일이 있었군요.
“행사 때마다 국가(國歌) 부르는 것 보고도 놀랐어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국가를 부르는 건 처음 봤어요. 한국인은 나라를 무척 사랑하는구나 싶어 감동받았어요. 전체적으로 한국인 관객들이 무척 강한 반응을 보여요. 공자학원과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한 의지가 큰 것 같아요.”
지난 3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영 2회 만에 폐지됐다. 시청자들이 항의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 오리알과 전병 같은 중국 음식이 등장하는데, 이 드라마를 제작한 회사의 모회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 중국 기업 텐센트가 1000억원을 투자한 사실과 맞물려 의혹을 불렀다. 김치와 김치의 중국식 표현 ‘파오차이’를 병기한 삼각김밥이 편의점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지금도 천안문 진실 모르는 중국인들
― 소냐는 어떻게 됐나요.
“망명 자격을 인정받았고, 캐나다 영주권을 얻었어요. 토론토에 살며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여전히 중국에 있는 부모님을 못 만나고 있어요. 파룬궁을 수련한 소냐의 엄마는 소냐의 증언 직후 공민증을 빼앗겼어요. 중국에선 공민증이 없으면 국내 여행을 할 수 없어요. 물론 여권도 발급받지 못하고요. 소냐는 부모님을 항상 걱정하고 있어요. 전화 도청 탓에 제대로 대화도 못 나눠요.”
― 중국인들은 지금도 천안문이나 파룬궁의 진실을 모르나요.
“알 도리가 없잖아요?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보세요. 물론 중국인들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요. 중국은 북한이 아니에요. 아예 인터넷을 못 쓰도록 하기엔 너무 커요. 허용하되 특정 정보는 볼 수 없도록 검열 시스템을 설치하는 거예요.”
― 외국인을 통해 진실을 들을 수 있지 않나요.
“생각해보세요. 외국인 친구 있는 사람이 전체 중국 인구에서 얼마나 되겠어요. 진실을 들어도 일부는 받아들이고 일부는 거부해요. 제 다큐에 보면 청문회에 나와서 중국 공산당을 옹호하는 중국 교민이 등장하잖아요? 자유 국가에 살아도 진실을 거부하는 거예요. 세뇌 효과를 제발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 최근에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나요.
“저는 중국에 갈 수가 없어요. 몇 년 전에 아버지가 뇌종양 진단을 받았어요.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토론토 중국대사관에 비자 신청을 했어요. 그러자 이상한 전화가 걸려왔어요. 저보고 불법적인 행동을 한 적이 있냐고 하는 겁니다. ‘내가 불법적인 행동을 했으면 캐나다 경찰이 체포하지 않았겠냐’고 답했어요. 직감이 왔어요. ‘이 사람들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아는구나’.”
― 영화 제작 이후인가요.
“영화를 제작하기 전이었어요. 그때 저는 캐나다에서 중국을 알리는 보도를 하고 있었어요. 일종의 독립언론이었죠. 중국 정부는 제가 누군지 알고 있었던 거예요. 대사관 직원에게 애원했어요. ‘아버지가 너무 편찮으시다, 나를 보고 싶어 한다, 제발 비자를 달라’고.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더군요.”
― 결국 비자를 못 받았나요.
“중국대사관에 갔어요. 비자를 안 준다는 거예요. 왜냐고 물었어요. 답이 돌아왔어요. ‘당신이 이유를 알지 않느냐’고. 중국은 경찰국가예요. 누구든 감시당해요. 결국 아버지의 임종을 못 지켰어요.”
중국 기업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부회장인 멍완저우(孟晩舟)가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에만 3명의 캐나다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리우 감독은 중국에 가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는 영화가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이라고. 이 말에 대해 다시 물었다.
“최소한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공자학원에 대한 연구와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뤄보면, 정부와 지자체가 허가해야 공자학원이 들어서요. 모든 나라에서 마찬가지예요.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정부는 중국과 경제 교류를 하고 싶어 해요. 중국 정권이 좋은 정부가 아니라는 걸 모두 알아요. 지적재산권을 훼손하고 기밀을 훔치고 모조품을 만들고, 부패했죠. 코로나19도 중국에서 시작됐잖아요. 그런데도 중국 정부와 연관되고 싶어 해요. 결국 돈 때문이에요.”
공자학원의 손길은 한국 정계에도 뻗쳐 있다. 2019년 5월 10일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과 공자학원이 공동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주제는 ‘동북아 공동 변영을 위한 일대일로와 공유자원 활용방안’이었다. 이 행사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엔 인민망 한국지사가 주최한 제1회 ‘중국 고사성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인민망은 중국 《인민일보》의 글로벌 온라인 사이트다. 이 행사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강원도,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열렸다.
공산당 요원은 어디에나 있다
― 끝내 아버지를 못 만나셨네요. 왜 공자학원의 실체를 알리고 다니시나요.
“중국인으로서 제 의무예요. 저는 공산당의 일원이었어요. 공산당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모든 주요 도시엔 중국인들이 있어요. 유학생이든 관광객이든 교민이든, 그들 사이엔 공산당 요원들이 있어요. 중국대사관은 이들에게 지시를 내려요. 공자학원도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아요.”
― 일반 기업인 사이에도 공산당 요원이 있나요.
“중국에서 활동하는 사업가들은 모두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아요. 공적 사업이 아니고 개인 사업을 해도 마찬가지예요. 모두 공산당의 통제 아래 있어요. 사업을 하지 않는 일반인도 마찬가지예요.”
― 일반 여행객도요.
“중국 공산당은 외국에 나가는 모든 중국인에게 접근해 누구를 만나라고 지시하기도 해요. 해외에 사는 가족을 만나러 나가는 중국인이든, 여행 가는 중국인이든 정보수집에 적합한 후보라고 지목되면 공산당이 접근해요. 과제를 줘요. ‘한국에 가면 누구누구를 만나서 정보를 수집해와라’ 하고. 처음엔 돈, 차, 승진 같은 걸 대가로 작은 걸 뭘 해달라고 해요. 누굴 죽이라는 것도 아니고 정보를 좀 알아다 달라는 거니까 해요.”
― 미인계를 동원할 수도 있겠네요.
“미인도 될 수 있고, 유학생이나 기술자도 공산당의 접근 대상이 될 수 있어요. 기업 엔지니어들은 거래하는 해외 회사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많잖아요. 독일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도 출장 온 중국인과 접촉한 독일 기업인이었어요. 여기에서 독일 코로나19가 시작됐어요. ‘당신이 중국 정부나 중국 기업 관계자를 만나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일러주는 전형적인 예 아닌가요.”
― 중국 공산당의 가장 큰 무기는 뭔가요.
“돈이죠. 돈을 타고 공산당의 선전·선동이 당신의 뇌로 들어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