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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국 노숙자와 일본 공산주의자의 엇갈린 운명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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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숙자들이 뉴욕 지하철에서 잠을 잤다가 ‘질서 파괴’라는 죄목으로 치안법정에 회부되었다. 치안판사는 “이 피고인들은 그 외양만으로 볼 때는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일지 모르나, 이들 역시 그 누구에 의해서도 유린당하지 않을 인간의 영혼이 지닌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2. 이토 리쓰(伊藤律)라는 일본인이 중국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는 베이징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던 일본공산당 간부였다. 그는 이미 그 1년 전부터 일본공산당과 소련공산당, 그리고 일본공산당 내 노선 갈등 와중에 일본공산당에서 축출되어 중국 공안기관에 연금되어 있었다.
 
  그가 투옥되면서 간수로부터 들은 말은 “당신은 여기서는 3호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한마디뿐이었다. 무슨 죄로 감옥에 갇히게 됐는지, 얼마나 감옥 생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도 없었다. 아니, 그 이전에 재판 자체가 없었다.
 
  이토는 중국공산당 간부에게 “사상 개조를 위해 수감된 데 대해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면서, “다만 죄목도 기한도 알려 주지 않은 채 수감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중국공산당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이는 일본공산당의 위탁이며, 일본공산당이 당신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의무를 다할 뿐이다.”
 

  이후 ‘3호’는 중국공산당으로부터도, 일본공산당으로부터도 잊힌 존재가 됐다. 그는 이후 중국의 감옥들을 전전하다가 27년 후에야 일본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위의 두 사건 모두 1953년에 일어났다. 이 두 사건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공산전체주의 체제의 모습, 특히 사법(司法)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후 7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크고 작은 많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두 체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어느 쪽을 향해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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