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나라.’
계층 간 갈등이 극심했던 19세기 중엽 영국, 혹은 1930년대 내전(內戰) 직전의 스페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 역시 ‘두 개의 나라’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나라가 정확히 반으로 쪼개졌다. 이러다가 ‘이념적 내전’을 넘어 물리적 충돌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하다.
건국 77주년을 맞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그 빛나는 성취에도 불구하고 ‘네이션빌딩(nation building)’에 실패한 것 아닌가 하는 우울한 생각마저 든다. 아니, 금년이 ‘건국 77주년’이라는 사실조차 거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임진왜란 직전 이율곡의 탄식처럼 ‘나라가 나라가 아니다’.
‘국가적 거짓말’의 출발
이 책은 ‘겉보기엔 국민소득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나라에서 어떻게 하여 이 같은 정신적 지체나 탈구(脫臼)가 오랫동안 용인되고 심지어 조장까지 될 수 있었을까’를 탐구하는 책이다. 책의 주(主)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그 원인이 근본적으로 ‘이 민족이 오래전부터 하나의 정신적 통일체였다는 가설(假說)’에 바탕을 둔 종족주의(種族主義)에 있다고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혼돈을 책 제목 그대로 ‘반일 종족의 역사 내란’이라고 규정한다.
이 역사 내란을 가능케 한 사회 풍조는 한마디로 ‘거짓말 문화’다. “전문적인 직업의식의 결여, 학문하는 자세의 결여, 거짓말하는 습관, 듣기 좋으면 거짓말을 용인하고 격려까지 하는 문화, 그런 것들이 이후 나라를 망칠 수도 있는 국가적 거짓말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역사 학자, 정치인, 언론에 그 ‘국가적 거짓말’의 책임을 묻는다.
역사학자들은 조선이라는 나라, 구한말 망국(亡國)의 과정, 일제시대 독립운동에 대해 사실과 다른 역사 인식, 아니 신화(神話)를 만들어 내고 전파(傳播)해 왔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민족주의를 동원해야 했던 박정희 정권은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 건국과는 전혀 관계없는 위정척사(衛正斥邪)파 유생들, 그리고 업적에 대한 실증적 검토를 받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에게 건국훈장을 남발했다. 월북(越北)해 북한 정권의 장관을 지낸 김원봉에게 문재인 정권이 ‘최고 등급의 건국훈장’을 주려고 안달하고, 국군의 뿌리를 독립군에서 찾겠다면서 소련 공산주의자들 편에 섰던 홍범도의 흉상을 육사에 세우는 ‘역사 내란’을 자행할 수 있는 씨앗을 뿌린 셈이다. ‘천재적 능력의 복화술사(腹話術師)’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젊은 시절의 좌파적 세계관을 버리지 못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면서 그에 편승해 정권을 잡았다. 그는 ‘민중·민족 세력이 성장하여 이 나라의 정권을 몇 차례 장악하는 가운데 국민의 절반을 그의 전열(戰列)로 포섭하고 지배하는’ 데 기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민중·민족 세력에게 ‘현타(현실자각타임)’를 안겨준 것은 난데없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면서 통일을 거부하고 나선 김정은이다.
언론의 책임도 작지 않다. 언론은 일본에서부터 시작된 ‘위안부 사기극’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확대재생산하고서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 언론은 또 군함도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때마다 반일 선동에 동조했다.
역사의 忠逆이 갈린 해방 3년
그러는 사이에 그 의미조차 불분명한 ‘임시정부 법통(法統)’이라는 말이 헌법 전문(前文)에 들어가고, ‘1948년 건국(독립)’을 기념하는 날이던 광복절(光復節)은 슬그머니 ‘1945년 해방’을 기념하는 날로 둔갑했다. 기가 막힌 것은 대한민국 건국을 한사코 반대했던 김구가 대한민국 건국을 위해 고군분투한 이승만 대신 ‘대한민국 국부(國父)’처럼 숭앙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심찮게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곤 하는 독립운동과 건국 문제에 대해 이영훈 교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 민족의 독립운동사에서 해방 전 35년은 일종의 예선전에 불과했으며, 해방 후 3년이야말로 독립운동의 본선전이었다. 이 본선의 무대에서 역사의 충(忠)과 역(逆)이 확연하게 갈렸다. 자유민주 이념의 이승만을 선두로 하여 왜정하에서 근대문명의 실력을 익히고 키운 사람들, 그들을 양육한 전통 소농(小農) 사회의 구성원 대다수가 대한민국의 건국을 주도한 세력으로서 그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충이었다. 왜정하에서 또는 해외에서 독립운동가로 행세한 많은 사람들이 본색을 드러내고 북한으로 올라가 버렸다. 또는 남한에 남더라도 끝내 대한민국을 부정한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임시정부의 주석 김구가 그런 부류를 대표하였다. 이들은 예선전에서는 그럴듯하게 역사의 충으로 노릇 하였으나 본선전에 이르러선 그 지성의 한계와 이를 데 없는 사욕으로 인해 역사의 역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역사인식은 그와는 정반대다. 주익종 이사는 그에 대한 책임이 기본적으로 역사학자들에게 있다고 질타한다.
〈그들은 일어났어야 마땅하다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상의 역사, 곧 한국인들이 일제에 항거했어야 하며 통일국가를 세웠어야 하는 것을 기준으로 실제 진행된 역사를 재단한다. 실제 일어난 사건과 관련 인물들은 이 기준에 따라 칭찬받거나 꾸짖음을 당한다. 하지만 그들이 세운 포폄의 잣대는 그들이 임의로 선택한 것에 불과하다. 이것이 실제 진행된 역사, 실제 일어난 일을 제대로 평가할 잣대가 되지 못함은 당연하다.… 그 결과로 지어낸 거짓말을 역사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내놓고 국민에게 배우라고 강요하는 것이 21세기 한국의 역사학과 역사교육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거짓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
“국가는 진실정신의 통일체”
이 교수는 ‘거짓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지혜를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1890~1957년)에게서 찾는다.
〈육당은 ‘국가’란 무엇인가를 논한다. 국가는 진실정신의 통일체이다. 그러한 정신적 통일이 없으면 국가는 성립할 수도, 유지될 수도 없다. 그는 결론을 내린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에의 민족혁명’이다. “진실하지 못하느냐로써 우리 민족 장래의 운명은 좌우되고 말 것이다.” “거짓과 악에 대한 정신혁명을 위하여 도덕적인 싸움을 용감히 전개하여야 이 사회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이승만학당 교장), 김용삼 기자, 주익종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승만학당 이사),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저자로 나섰다. 6년 전 《반일종족주의》로 한일 양국에 큰 충격을 주었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계층 간 갈등이 극심했던 19세기 중엽 영국, 혹은 1930년대 내전(內戰) 직전의 스페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 역시 ‘두 개의 나라’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나라가 정확히 반으로 쪼개졌다. 이러다가 ‘이념적 내전’을 넘어 물리적 충돌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하다.
건국 77주년을 맞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그 빛나는 성취에도 불구하고 ‘네이션빌딩(nation building)’에 실패한 것 아닌가 하는 우울한 생각마저 든다. 아니, 금년이 ‘건국 77주년’이라는 사실조차 거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임진왜란 직전 이율곡의 탄식처럼 ‘나라가 나라가 아니다’.
‘국가적 거짓말’의 출발
이 책은 ‘겉보기엔 국민소득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나라에서 어떻게 하여 이 같은 정신적 지체나 탈구(脫臼)가 오랫동안 용인되고 심지어 조장까지 될 수 있었을까’를 탐구하는 책이다. 책의 주(主)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그 원인이 근본적으로 ‘이 민족이 오래전부터 하나의 정신적 통일체였다는 가설(假說)’에 바탕을 둔 종족주의(種族主義)에 있다고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혼돈을 책 제목 그대로 ‘반일 종족의 역사 내란’이라고 규정한다.
이 역사 내란을 가능케 한 사회 풍조는 한마디로 ‘거짓말 문화’다. “전문적인 직업의식의 결여, 학문하는 자세의 결여, 거짓말하는 습관, 듣기 좋으면 거짓말을 용인하고 격려까지 하는 문화, 그런 것들이 이후 나라를 망칠 수도 있는 국가적 거짓말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역사 학자, 정치인, 언론에 그 ‘국가적 거짓말’의 책임을 묻는다.
역사학자들은 조선이라는 나라, 구한말 망국(亡國)의 과정, 일제시대 독립운동에 대해 사실과 다른 역사 인식, 아니 신화(神話)를 만들어 내고 전파(傳播)해 왔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민족주의를 동원해야 했던 박정희 정권은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 건국과는 전혀 관계없는 위정척사(衛正斥邪)파 유생들, 그리고 업적에 대한 실증적 검토를 받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에게 건국훈장을 남발했다. 월북(越北)해 북한 정권의 장관을 지낸 김원봉에게 문재인 정권이 ‘최고 등급의 건국훈장’을 주려고 안달하고, 국군의 뿌리를 독립군에서 찾겠다면서 소련 공산주의자들 편에 섰던 홍범도의 흉상을 육사에 세우는 ‘역사 내란’을 자행할 수 있는 씨앗을 뿌린 셈이다. ‘천재적 능력의 복화술사(腹話術師)’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젊은 시절의 좌파적 세계관을 버리지 못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면서 그에 편승해 정권을 잡았다. 그는 ‘민중·민족 세력이 성장하여 이 나라의 정권을 몇 차례 장악하는 가운데 국민의 절반을 그의 전열(戰列)로 포섭하고 지배하는’ 데 기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민중·민족 세력에게 ‘현타(현실자각타임)’를 안겨준 것은 난데없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면서 통일을 거부하고 나선 김정은이다.
언론의 책임도 작지 않다. 언론은 일본에서부터 시작된 ‘위안부 사기극’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확대재생산하고서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 언론은 또 군함도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때마다 반일 선동에 동조했다.
역사의 忠逆이 갈린 해방 3년
그러는 사이에 그 의미조차 불분명한 ‘임시정부 법통(法統)’이라는 말이 헌법 전문(前文)에 들어가고, ‘1948년 건국(독립)’을 기념하는 날이던 광복절(光復節)은 슬그머니 ‘1945년 해방’을 기념하는 날로 둔갑했다. 기가 막힌 것은 대한민국 건국을 한사코 반대했던 김구가 대한민국 건국을 위해 고군분투한 이승만 대신 ‘대한민국 국부(國父)’처럼 숭앙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심찮게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곤 하는 독립운동과 건국 문제에 대해 이영훈 교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 민족의 독립운동사에서 해방 전 35년은 일종의 예선전에 불과했으며, 해방 후 3년이야말로 독립운동의 본선전이었다. 이 본선의 무대에서 역사의 충(忠)과 역(逆)이 확연하게 갈렸다. 자유민주 이념의 이승만을 선두로 하여 왜정하에서 근대문명의 실력을 익히고 키운 사람들, 그들을 양육한 전통 소농(小農) 사회의 구성원 대다수가 대한민국의 건국을 주도한 세력으로서 그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충이었다. 왜정하에서 또는 해외에서 독립운동가로 행세한 많은 사람들이 본색을 드러내고 북한으로 올라가 버렸다. 또는 남한에 남더라도 끝내 대한민국을 부정한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임시정부의 주석 김구가 그런 부류를 대표하였다. 이들은 예선전에서는 그럴듯하게 역사의 충으로 노릇 하였으나 본선전에 이르러선 그 지성의 한계와 이를 데 없는 사욕으로 인해 역사의 역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역사인식은 그와는 정반대다. 주익종 이사는 그에 대한 책임이 기본적으로 역사학자들에게 있다고 질타한다.
〈그들은 일어났어야 마땅하다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상의 역사, 곧 한국인들이 일제에 항거했어야 하며 통일국가를 세웠어야 하는 것을 기준으로 실제 진행된 역사를 재단한다. 실제 일어난 사건과 관련 인물들은 이 기준에 따라 칭찬받거나 꾸짖음을 당한다. 하지만 그들이 세운 포폄의 잣대는 그들이 임의로 선택한 것에 불과하다. 이것이 실제 진행된 역사, 실제 일어난 일을 제대로 평가할 잣대가 되지 못함은 당연하다.… 그 결과로 지어낸 거짓말을 역사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내놓고 국민에게 배우라고 강요하는 것이 21세기 한국의 역사학과 역사교육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거짓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
“국가는 진실정신의 통일체”
이 교수는 ‘거짓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지혜를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1890~1957년)에게서 찾는다.
〈육당은 ‘국가’란 무엇인가를 논한다. 국가는 진실정신의 통일체이다. 그러한 정신적 통일이 없으면 국가는 성립할 수도, 유지될 수도 없다. 그는 결론을 내린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에의 민족혁명’이다. “진실하지 못하느냐로써 우리 민족 장래의 운명은 좌우되고 말 것이다.” “거짓과 악에 대한 정신혁명을 위하여 도덕적인 싸움을 용감히 전개하여야 이 사회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이승만학당 교장), 김용삼 기자, 주익종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승만학당 이사),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저자로 나섰다. 6년 전 《반일종족주의》로 한일 양국에 큰 충격을 주었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