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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난파한 보수,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한국 보수가 지향해야 할 목표

진영논리 넘어서 중산층의 나라 복원해야

글 : 유재일  한국대전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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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역로 가치사슬체계’ 직시하고 우리의 국가적 몫을 확장해야
⊙ 부가가치 창출을 국가의 제1 어젠다로… 가족의 중요함을 사회정책의 중심에 둬야
⊙ 상속세·부동산·금융 문제 등에서 할말 못하는 우파의 비겁함

柳在一
1975년생.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전 미래대안행동 사무총장, 現 한국대전략연구소 대표
2024년 5월 28일 경기 평택항 기아자동차 수출 전용부두. 사진=조선DB
  자유민주주의의 삶의 방식을 정리해 보자. 개개인은 행복을 추구하며 성실히 살고 저축하며 집, 주식, 연금(年金) 등의 자산을 쌓고, 가족을 꾸리고 자식을 부양하며 노후(老後)를 준비한다. 이 중산층(中産層) 담론이 자유민주주의의 중핵(中核)이다. 봉건 영주와 그 가신(家臣)들만이 재산을 가질 수 있었던 봉건제(封建制)를 부수고 모두가 재산을 가질 수 있는 사유(私有)재산제를 확립하고 개개인의 천부인권(天賦人權)을 동등하게 간주하는 체제. 그게 자유민주주의다.
 
  자유민주주의를 극복하자는 비판이론은 “노동자 계급이 재산을 축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본주의 시스템은 노동자·농민을 착취하는 기구일 뿐”이라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파(右派)는 성실과 재산 축적을 강조하고, 좌파(左派)는 저항과 재산 분배를 강조한다.
 
  이제 시야를 확장하자. 자유민주주의가 봉건을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부(富)의 원천이 ‘땅에서 교역로(交易路)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교역로를 통해 이익을 얻는 회사들의 소유권은 신분이 아닌 투자 지분(持分)이 결정했다. 출자한 지분대로 나눠 가지는 원칙, 소유권을 규정하는 방식이 봉건이냐 자본이냐, 그게 근대로의 전환의 핵심이다. 그리고 국가 운영은 봉건 봉토(封土)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교역로 관리’를 중심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게 제국주의다.
 
  우리가 잊고 있던 이 교역로 쟁탈전이 다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중(美中) 패권(覇權) 갈등이 그것이다. 근래에 대한민국을 흔든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는 교역로 전쟁의 산물이다. 중국이 석유화학제품을 과잉생산하며 중동산 석유가 가공되고 유통되는 흐름 자체를 뒤틀어 버리자 롯데케미칼이 원가(原價)를 맞추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게 유동성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반도체·자동차에 이어 3대 수출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약진은 우리의 반도체와 자동차 교역로의 미래도 어둡게 하고 있다. 우리가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지키고 우리의 생명줄인 교역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근본적인 문제가 우리를 덮치고 있다.
 
 
  우파의 비겁함
 
  자유민주주의는 교역로가 열려 있고, 그 교역로를 따라 신용이 창출되고 자본이 축적됨에 따라 유지되는 시스템이다. 시민들은 부동산·주식·금융상품 및 자산을 취득하며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간다. 그 중산층을 두텁게 한 후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을 위해 사회통합정책과 복지정책을 쓰는 것이다. 중산층이 두텁고 소외 계층이 적어야 이 시스템이 돌아간다. 지금 한국 사회는 이러한 자유민주주의 기본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중대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중산층이 신뢰하지 않는다. 작전 세력이 난무하고 대주주들이 주가(株價) 부양에 관심이 없다. 무거운 상속세에 짓눌린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는 주가가 오르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M&A 시 주가와 평상시 주가가 극단적으로 이중화되어 있다. 심지어 지금 당장 파산하고 자산을 정리해도 주식 가치 이상인 기업들도 부지기수다.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핀테크가 발달한 지금 한국 자본시장은 투자 매력을 상실했다. 대한민국 중산층도 이제 미국장을 하고 코인을 한다. 거래 총량에서 코인 거래에 뒤지는 한국 주식시장이다. 유니콘 기업들마저 한국장에 상장하지 않는다. 중산층의 재테크가 국적을 버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테마주들만 득실거릴 뿐 정치권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금투세·상속세·코인세 등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말만 외칠 뿐, 자산 증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대한민국 우파의 비겁함이다. 상속세를 폐지하잔 얘기도, 작전 세력을 토벌해 주식시장 질서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말도 못 한다. 세금 걷자는 좌파 담론을 막는 데 급급할 뿐, 자산시장을 활성화해서 나스닥 부럽지 않은 한국장을 만들자는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없다. 우파 담론의 실종이다.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2022년 3월 28일 열린 삼표레미콘 성수공장 철거 착공식. 산업적 측면은 도외시되고 있는 우리 현실을 보여준다. 사진=조선DB
  부동산 위기를 보자.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을 폐쇄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수천 대의 레미콘 차가 오가는 건 공해고 시민 불편이란다. 레미콘 특성 상 1시간 30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데, 레미콘 공장 대체부지를 확보 못 해 서울 레미콘 공급망이 교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규모 공사장에 현장 레미콘 임시시설을 건설하는 방법도 있지만 레미콘 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협상하고 조율해야 할 게 많다. 빌라 등의 소규모 건설 현장은 새벽에 레미콘을 타설해야만 한다. 1시간 30분 거리에 레미콘 공장 부지 확보, 이런 건 안중에 없고 성수동 삼표 부지에 주상(住商)복합 지을 생각들이 먼저다.
 
  여기에 더해 중대재해법을 필두로 각종 산업안전법들이 만들어졌다. 온통 원가 오를 요인들만 만들어 낸다. 안전과 노동자 보호 담론이 당위가 되고, 서민과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담론은 실종됐다.
 
  빌라 신축 건설은 빌라 사기와 겹쳐서 거의 붕괴 수준으로 가고 있고, 아파트 재건축시장은 추가 건설비용을 감당 못 해 현장이 멈추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높은 건설비는 재건축조합과 건설사의 협상 파기로 이어지고 재건축시장은 얼어붙어 버렸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실종된 우파 담론
 
  부동산시장의 자산 축적 사다리가 끊어졌다. 빌라→소형 아파트→대형 아파트로 이동하는 연결 고리가 끊어져 가고 있다. 전세는 붕괴하고 월세로 전환되며 시민의 자산 축적의 한 고리가 끊어지고 있다. 성실하게 살며 모기지를 갚아나가고 자산 축적 수단으로 아파트 하나만을 보고 살아온 삶의 패러다임이 붕괴하고 있다. 채산성 있는 34평 이상짜리 아파트만 남고 서울의 구석구석은 빠르게 슬럼화되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성을 테마로 한 진보 담론에 맞서 원가를 얘기하고 자산 축적 사다리인 부동산을 지키자는 우파 담론은 부재한다. 부동산이 자산이 되어 든든한 중산층의 기둥이 된 긍정적 효과는 입도 뻥긋 못 하고 아파트가 재테크 수단이 된 것만 죄악시한다.
 
  일종의 내숭이다. 부동산시장을 공격하던 좌파 인사들의 강남 부동산 취득기(記)를 보고 있자면 이율배반,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부동산을 취득하고 삶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의 주류적 삶의 태도라는 걸 인정하고 그 안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파 정치가 부동산시장에서마저 실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물적 토대의 근간인 교역로 관리는 전적으로 기업 몫으로 내팽개치고 정치는 지역구 관리에만 매몰돼 있다. 기업의 편의보다 ‘지역구의 편의’를 앞세우는 정치인들은 기업을 화수분쯤으로 생각한다. 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교역로 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 정비, 투자 환경 정비, 교육 정비는 늦어도 너무 늦다.
 
  글로벌 기업이 된 한국 기업들은 이제 한국의 인재들로 R&D 인원을 채우는 걸 버거워한다. 이공계 우수 인력이 청춘을 갈아가며 고된 노동 속에 실력을 키워가던 그 연결 고리가 끊어지고 있다. ‘워라밸’ 담론 속에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 수많은 시행착오를 근성으로 극복해 온 ‘대한민국 스피릿’이 사라지고 있다. 손과 발과 마음에 굳은살 박이도록 절대 쓰러지지 않는 강인함으로 무장했던 한국의 엔지니어들과 연구자들의 명맥이 위태롭다. 선진국이 돼도 잊지 말아야 할 대한민국 경쟁 우위의 포인트를 잃었다. 워라밸에 맞서 근성과 성취와 도약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저 꼰대일 뿐이다. 도전과 패기를 이야기해야 할 우파 담론의 실종이다.
 
  유니콘 기업들은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려 하지 않는다. 창업과 도전이 성과를 내고 그 청춘의 근성이 대업을 이루었을 때 그 몫을 온전히 보전받기엔 한국 주식시장은 너무도 약탈적이다. 성공한 창업가들은 자기에게 더 유리한 시장을 찾아간다. 투자가 활성화돼 있고 보상이 보장된 시장으로 이동한다. 우리의 투자시장은 매력이 없다.
 
  투자 환경, 창업 환경, 인력 충원 환경 등 신규 부가가치 창출의 근원도 무너지고 있다. 우선 의대부터 채우고 시작하는 대학입시로는 최고의 이공계 인재 확보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창업과 도전보다는 안정적 소득을 택하는 인재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분위기.
 
 
  세계와 역사를 잊다
 
  이런 분위기에서 부가가치 창출을 국가의 제1 어젠다로 삼는 우파 정치가 실종됐다.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대한민국’ 같은 표어도 사라졌다. ‘글로벌’은 교역이 아닌 여행으로 먼저 인식된다. 여행을 하며 구경하고 식도락을 즐기는 교양. 소비를 중심에 둔 교양이 시민의식의 중추가 되면서, 치열한 국제 교역망과 패권전쟁의 역사는 교양의 영역에서도 밀려난다. 생산적 우파 담론이 해외 주식투자 열풍과 함께 꽃피고 있으나, 여전히 글로벌 교양은 여행과 식도락이다. ‘물질적 토대 위에 핀 교양’이 아닌 ‘물질적 토대에 대한 교양의 절대우위’. 조선 선비의 유구한 전통이 시민의식의 근간이 되고 있다. 우리가 독립운동 조상들의 얼만 기억하고 한국전쟁을 잊어갈 때, 미국의 청춘들은 할아버지들이 오마하 해변(노르망디 상륙작전의 5대 해변 중 한 곳)에서 지금의 질서를 만든 것을 기억한다.
 
  개항(開港)을 강요받던 국가에서 바다로 박차고 나가 지금의 우리를 이룬 역사를 우리는 잊었다. 교역 국가 대한민국은 해상 쟁패의 역사를 모른다. 역사를 식민지 역사로만 기억하고, 우리가 제국이 된 걸 깨닫지 못하는 역사관. 교역 대국이 되고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식민지 조국’의 역사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우리를 약자로 인식하고. 중산층 의식을 소멸시키고, 분배와 복지만을 강조하는 담론이 정치의 주류 담론이 됐다. 포퓰리즘이 극성이다. 약자를 위한다며 ‘민생팔이’를 하지만 정작 약자를 위한 부가가치 창출, 일자리 창출, 주식시장 활성화는 잊었다.
 
 
  부족 정치, 진영논리
 
  포퓰리즘을 일삼는 정치적 주군(主君)과 그 계파원들은 자유민주주의적 정치를 잊었다. 주종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원시 부족 관계를 맺고 있다. 충성과 보상의 시스템으로 퇴행하고 법과 제도를 유린하기 일쑤인 주종관계 말이다. 그들은 미중 패권 갈등을 지켜볼 식견이 없으며 오로지 계파 정치에만 몰두한다.
 
  중국의 침투행위에 대한 경계의식도 없이 한중의원연맹에 100명 이상이 가입해 있고, 중국의 세력 투사를 걱정하는 의원들 협의체인 IPAC(Inter-Parliamentary Alliance on China·對중국 의회간연합체)에는 한 명도 가입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치인들은 종사제(從事制)에, 그리고 지지자들은 그 종사제를 서포트하는 부족으로 뭉쳐서 선거라는 전쟁에만 광분하고, 국가의 미래전략은 모두가 잊었다.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를 유린한 윤석열 대통령의 위법행위마저 진영논리로 옹호하는 지경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반공(反共)을 국시(國是)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가 곧 반공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시민들 서로서로가 신의성실(信義誠實)의 원칙에 따라 계약관계를 맺고 법과 사회규준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제도다. 자력구제(自力救濟)를 원칙으로 삼고, 사유재산권을 가진 시민들이 저축하고 투자하고 집을 마련하고 주식을 확보하고 안전망인 보험까지 가입하며 근면 성실하게 살아가는 걸 축으로 하는 제도다. 삶의 불운과 여러 요인으로 중산층 편입에 실패한 시민들에게 사회보험과 복지로 서포트하며 사회통합을 이루어 나가는 게 자유민주주의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대한민국
 
2024년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안이 부결되자 광화문 일대에 모인 보수단체 회원들은 환호했다. 사진=조선DB
  이 시스템이 돌아가려면 중산층은 많고 도움을 받는 서민층 숫자는 적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훨씬 못살던 1980년대에도 대다수 시민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고 살던 나라다. 그들의 소득은 중산층이 아니었으나 그들은 집을 마련하고 저축을 하는 걸 기본으로 삼았다. IMF 전까지 가계저축률이 20%에 육박했던 나라다.
 
  보수는 중산층 정신과 성실에 보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가족의 중요함을 사회정책의 중심에 둬야 한다. 나이 차면 결혼하고, 30년 모기지로 집을 사고, 자녀 학자금 준비하고 본인 노후(老後) 준비하는 그 ‘중산층 자력구제’ 정신을 보수의 중심에 둬야 한다. 교육·노동·자본·사회문화 정책을 중산층 육성과 보호를 위해 구상해야 하는 게 보수 정치다.
 
  지나친 청소년 보호와 학벌주의 속에 20대 후반에야 돈벌이를 시작하는 이 문화도 혁파하고, 일찌감치 독립해서 자산 형성의 길에 들어서는 청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부모의 희생이 아닌 강인한 독립의식을 고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약자 보호란 미명하에 모두가 제자리에 주저앉고, 모든 비용이 오르고, 모든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뭔가를 해달라 요구하는 사회를 만들면 우리의 국가는 가까운 미래에 파산한다.
 
  정치인들이 정치적 부족을 만들고 포퓰리즘 선동을 일삼고 사람들의 결핍을 자극해서 표를 얻어내는 정치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공멸(共滅)한다. 우리는 2025년 벽두 현재 미중 패권전쟁의 한가운데 있는 국가이고, 반도체와 방산 두 전략물자를 생산하면서 문명 갈등의 프론티어에 서 있다. 경제는 첨단, 안보 환경도 첨단, 그러나 정치는 고대 부족 주종관계. 그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한국 보수는 교역로 가치사슬체계를 직시하고, 우리의 국가적 몫을 확장하며 중산층을 육성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국가를 향한 투쟁이 해방의 길’이라는 좌파 정치에 맞서서, 중산층의 길이 열려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설파해야 한다. 우리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지켜야 그게 보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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