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라 치기’ 목적으로 10~20%의 극우 성향 글도 올려”
⊙ “한국인 가장한 중국인 댓글은 분열 조장 목적, 중국인임을 드러낸 댓글은 ‘비정상의 일상화’ 전략”
⊙ 현역 장교, 정보사 전·현직 군무원, 중국에 포섭되어 기밀 유출
⊙ 카이스트 교수, 수십억원의 금품과 고급 주택 등을 제공받고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핵심 정보 유출
⊙ 안보 전문가 A씨 “왕하이쥔, 韓日中 정상회담 당시 서울공항에 나타나”
⊙ 政 “반간첩법 위반 혐의 등으로 中 당국에 체포되면 관할 한국 공관에 알려야”
⊙ “한국인 가장한 중국인 댓글은 분열 조장 목적, 중국인임을 드러낸 댓글은 ‘비정상의 일상화’ 전략”
⊙ 현역 장교, 정보사 전·현직 군무원, 중국에 포섭되어 기밀 유출
⊙ 카이스트 교수, 수십억원의 금품과 고급 주택 등을 제공받고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핵심 정보 유출
⊙ 안보 전문가 A씨 “왕하이쥔, 韓日中 정상회담 당시 서울공항에 나타나”
⊙ 政 “반간첩법 위반 혐의 등으로 中 당국에 체포되면 관할 한국 공관에 알려야”
- 사진=조선DB
중국 체류 한국인이 지난 5월 ‘반(反)간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중국 정부는 11월 8일부터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10월 28일 KBS는 중국 안후이성(安徽省)에 거주하던 50대 한국 교민이 지난해 12월 국가안전국 요원들에게 잠옷 차림으로 잡혀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반대로 한국에선 지난 6월과 11월 중국인들이 군사 시설 및 국가정보원 등을 드론(drone)으로 촬영해 경찰에 적발됐으나, 현행 형법상 간첩죄는 ‘적국(敵國)’인 북한을 위한 행위만을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어 반간첩법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처럼 간첩 혐의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11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들 사안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대한(對韓) 여론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학계의 분석이 나왔다.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와 지난 8월 30일 〈한중(韓中) 경쟁 산업 분야에 대한 중국 영향력 공작 실태 파악 연구〉 논문을 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적어도 2010년대 중반부터 댓글 공작을 통한 방법으로 국내 여론 몰이와 정치 개입, 갈등 조장, 친중(親中) 및 혐한(嫌韓) 분위기 조성, 한중 경쟁 산업 분야에서의 중국 측 지원과 한국 측 공격 등을 수행해 왔다”고 한다.
그간 중국의 온라인 공작에 대한 세간의 의심은 있어 왔지만 이에 대해 학계에서 직접 댓글 하나하나를 분석한 건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포털 사이트 ‘네이버’ 뉴스 댓글을 빅데이터 분석 기법으로 크롤링(데이터 추출)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김 교수는 “외국에선 중국의 온라인 여론 조작과 같은 ‘영향력 공작’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관련 학술지도 많이 나왔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12월 안에 SSCI(저명 사회과학 인용색인)에 이번 논문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4일 김은영 교수를 만났다.
좌우 진영 극단화, 역할 분담까지
김 교수는 국내 포털 사이트 이용자 중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대놓고 스스로 중국인임을 명확하게 밝히는 ‘중국인 정체성(正體性) 유형’이 있다. 이들은 중국어로 댓글을 다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로, 중국인임을 의도적으로 밝히진 않고 친중 성향의 댓글을 다는 ‘국적을 밝히지 않는 친중 정체성 유형’이 있다.
세 번째는 ‘한국인으로 가장한 친중 정체성 유형’이다. 한국인이라고 추정할 만한 단어들을 사용하지만 중국 관련 기사에 집중적으로 반응하고 친중 서사의 댓글을 다는 유형이다. 보통 중국의 댓글 부대라고 하면 이 유형을 떠올릴 만큼 전형적인 유형이다.
마지막이 가장 극단적인 ‘한국인으로 가장해 한국 비하 및 한국 사회 분열 조장 정체성 유형’이다.
김 교수는 이들에 대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극좌, 또는 극우로 가장해 이러한 정체성과 일치하는 내러티브(서사)를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극좌 90%대(對) 극우 10%, 또는 극좌 80%대 극우 20%의 비율로 내러티브를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여론 공작이 실재한다면, 어째서 해당 댓글들은 일관되게 한쪽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양쪽의 편을 들면서 제각각의 유형을 드러내는 것일까. 김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목적이 ‘갈라 치기’에 있으니까요. 이러한 여론 공작은 ‘극단화’를 부추겨 분열을 노리는 겁니다.”
― 유형이 나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롤(role·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인 척하고 작성하는 댓글은 분열을 부스팅(Boosting)하는 테스크(task·과업)에 따른 것이고, 중국인임을 드러내는 댓글은 이른바 ‘회색 지대 전략’을 통해 비정상의 정상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해의 우리 영해에서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처음 시작했을 땐 충격적인 사건으로 파장이 컸지만, 요즘엔 그런 소식을 들어도 늘 있는 일인 것처럼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의식이 옅어지도록 비정상의 일상화를 노리는 역할이 따로 있는 거죠.”
장백산, 인조고기, XI, WANG…
― 학자들은 수사권이 없으니 중국인 추정 댓글이 실제 중국인이 작성한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듭니다.
“그게 제일 중요하죠. 실제 중국인이 작성한 댓글을 구분하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조직적인 댓글에 대해 ‘공작’이 있었는지를 분석하는 게 저희 연구의 가장 우선적인 목적이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오랫동안 댓글들을 분석하면서 중국인임을 확인할 수 있을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문헌 분석을 선행했어요. 그리고 외국의 인지전(認知戰·상대국에 거짓 정보를 유포해 잘못된 인지를 심는 전술) 사례들을 분석했고요. 우리나라는 관련 연구가 거의 없었지만 미국이나 프랑스, 호주 등에선 2017~2018년부터 정보기관 산하의 연구소 또는 사기업에서도 이러한 공작의 사례를 분석했어요. 이를 참고했죠.”
―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중국인으로 추정할 수 있나요.
“지금은 ‘챗GPT(ChatGPT·인공지능 대화)’가 발전해 번역이 매끄러워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주 서툰, 외국어를 직역한 듯한 댓글들이 보였어요. 예를 들면 ‘나는 어디에도 소속돼 있지 않아요’라는 걸 ‘나는 개인이오’라는 식이죠.”
― 직역한 듯한 문체라고 해서 모두 중국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요.
“기자님, 혹시 ‘외교관 잡지’가 뭔지 아세요?”
― 네?
“영어로 번역해 보시겠어요?”
― 디플로맷(diplomat)…. 아, 혹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프랑스의 국제 관계 월간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한국인의 언어 습관이 아닌 것들이죠. 대체육을 ‘인조고기’라고 쓰기도 합니다. 이러한 댓글들의 정체성은 작성자의 아이디(ID)에서 드러나요. 중국에서 많이 쓰는 라스트 네임(성·姓)을 쓰죠. XI(시), WANG(왕), CHEN(첸) 등이 있습니다. 단어를 쓸 때도, 중국에서 백두산을 가리키는 ‘창바이산(長白山)’이라는 말을 쓰거나 하는 등의 특징을 보입니다. 또 한국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중국 사람들에겐 예민한 주제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중국의 인권 문제, 티베트, 위구르 문제, 파룬궁,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 주석) 등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그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박합니다. 심지어 보통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샤오미 회장의 일대기, 옌리멍(閻麗夢·코로나19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중국 학자) 등에 대한 내용도 댓글로 적어놓아요.”
― 중국의 댓글 공작이 있다면, 그 배후엔 누가 있다고 봅니까.
“영향력 공작을 하는 추진 체계가 있어요. 중국 공산당, 중국 인민해방군, 중국 정보기관, 경찰, 그리고 민간인도 있습니다.”
서울공항 인근에 나타난 왕하이쥔
사실 정보 활동의 내밀한 특성상, 그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아무리 충격적인 주장이 나와도 여간해선 와닿지 않는다. 같은 날, 안보 전문가 A씨를 찾아갔다. A씨에게 중국의 공작 활동이 실제로 심각한 수준인지, 그렇다면 왜 국내에서 관련 ‘조직’이 적발되지 않는지 물었다. A씨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내더니 사진 여섯 장을 보여줬다. 그러고는 주위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국내 상황을…. 제가 우려하는 것들이 있긴 있어요.”
― 무슨 말입니까.
“이것 좀 보세요.”
A씨는 지난 5월 서울에서 ‘제9차 한일중(韓日中) 정상회의’가 열렸을 당시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 맞은편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한 중국인 무리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어? 이 사람….
“네. (한국 내 중국 비밀경찰서 논란의 당사자) 왕하이쥔(王海軍·중식당 ‘동방명주’ 대표)입니다. 이 중국인들은 유학생과 교민이에요. 여기서 리창(李强·중국 총리) 지지 시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잘 보세요. 왕하이쥔이 서 있는 위치, 그리고 동작을 봤을 때 마치 이 무리를 지휘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이 사람이 당시 그곳에서 중국인 무리를 조율하고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 무리 가운데, 옷깃에 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은 화교 관련 단체 소속인가요.
“네. 그리고 이 유학생들을 주도한 게 인천 소재 모(某) 대학교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 대표입니다. 그 사람이 서울, 경기 지역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요. 이 사람들이 여기에 모인 게 과연 자발적인 행동일까요? 이것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A씨는 중국의 공작 조직이 한국에서 적발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사진을 보여준 것이라며 “중국은 언론, 학계, 민간 등 각계가 중국 정보기관을 비롯한 당국과 ‘느슨한 고리’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해외에 각종 민간 단체, 유학생 단체 등을 조직해 모이는 자리를 만들고 인터널 코드(Internal code)를 주고받는다”며 “명확한 지휘 통제 라인이 있는 게 아닌, 척도 없는 네트워크로 활동한다”고 덧붙였다. A씨에게 사진 제공을 요청했지만 그는 “관계 기관 자료라서 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中, 의심만으로 출국 불허 가능”
중국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반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간첩죄 기준이 지나치게 선언적이고 포괄적”이라는 입장이다. 11월 8일, 정부 관계자는 반간첩법 제4조에 대해 “간첩 행위 판단 기준인 ‘국가 안전과 이익’ 등에 대한 개념 정의가 없어 중국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법 적용이 가능하다”며 “간첩 행위 유형에 ‘의탁’을 포함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간첩으로 판단한 사람과 친분 관계만 유지해도 간첩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에서 리서치(조사) 활동을 하거나 각종 통계를 확인만 해도 반간첩죄가 적용된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반간첩법 제24조, 제34조, 제39조, 제53조, 제54조에 대해서도 “사법부의 판단이나 물증 없이 안전 당국의 판단과 의심만으로 출국 불허, 경고, 구류, 과징금, 강제 추방 등 행정 처분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데이터’라는 개념이 동법 제4조, 제26조, 제28조, 제30조 간첩죄 적용 범위에 포함돼 있어 외국 기업의 활동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중국 당국이 반간첩죄 위반 혐의를 내밀며 조사에 착수할 경우 혐의자의 문건, 데이터, 자료 등의 검열 및 수거는 물론, 혐의자의 근무지 전체를 조사할 수도 있고 ‘혐의가 있는’ 장소와 재물에 대해서도 압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두고 ‘기업의 비밀 자료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中 방문 시 유의 사항
이처럼 반간첩죄의 내용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식이다 보니, 중국에 방문할 땐 불필요한 의심을 살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중국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에게 몇 가지 유의 사항을 당부했다. 우선, 공개된 자료라도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 관련성을 주장할 수 있는 문건·지도·사진·통계 등은 저장하거나 출력해 휴대하지 않는 게 좋다. 또 GPS(인공위성을 통한 위치 파악) 장치를 기반으로 하는 위치 애플리케이션(앱)은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지형 정보를 취득하는 것으로 오인을 받을 수 있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군사시설·방산업체·주요 국가기관 등 보안시설 인근에선 촬영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사적으로 해당 장소에 접근하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중국 영토·인권·지도자·종교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지속 표현하거나, 관련 게시물을 인터넷에 게재하는 등 중국 당국을 자극할 수 있는 활동도 자제해야 한다. 중국으로 출장을 갈 경우엔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만 취급하고 업무 자료 등을 휴대하거나 중국 밖으로 전송할 경우, 중국의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이나 연고자에게 중국 내 행선지·연락처 등 정보를 알려주고 비상 상황 발생 시 즉시 연락이 가능하도록 대비해야 한다.
중국 당국에 연행·수색 당하면…
만약, 중국 당국으로부터 연행되거나 수색을 당할 경우 도주하거나 정보 통신 기기와 자료 등을 파기하는 행동은 위법 혐의를 확신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반간첩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되거나 조사를 받을 경우엔 그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한국 공관 또는 외교부 ‘영사 콜센터’에 관련 사실을 알려야 한다. 부득이 직접 연락이 불가능할 땐 우리 공관을 대상으로 체포, 조사 사실을 통보하거나 영사 접견을 원한다고 중국 당국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이는 ‘한중(韓中) 영사협정’에 근거한 것으로, 양국은 상대국 국민을 체포하거나 구금할 경우 4일 이내에 영사 기관에 통보하고 영사 접견 신청 4일 이내에 접견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럼에도 중국 측이 영사 접견 주선을 거부한다면, 가족을 통해 영사 접견 희망 의사를 우리 당국에 전달해야 한다.
사실상 대내(對內) 방첩 수준을 넘어 중국 내 외국인에 대한 무한 통제에 나서겠다는 중국은 반대로, 대외 공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은 현행법상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인 ‘북한’에 대한 것으로만 한정하고 있음에도 중국의 대한(對韓) 공작은 관련자들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월간조선》은 정부 기관을 통해 중국이 벌인 굵직한 공작 사건 4건을 확인했다.
줄줄 새는 軍·産 기밀
2014년 중국으로 유학을 간 한국의 현역 장교가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돼 중국에 군사 기밀을 유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첩보를 입수한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는 합동 수사에 착수했고, 중국 정보기관이 현역 해군 소령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해 포섭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당 소령은 중국 측에 다수의 군사 기밀을 제공했고, 2017년 3월 대법원은 그에게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상비밀탐지죄와 수집죄, 그리고 군형법상 기밀누설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징역 4년의 형(刑)을 확정했다.
2015년엔 국군정보사령부 전·현직 군무원들이 외국에 군사 기밀을 다수 유출하고 있다는 첩보를 우리 정보기관이 입수해 검찰과 함께 수사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혐의자 2명의 신원을 특정하고 이들이 우리 군사 기밀인 주중(駐中) 한국 군인 신원 사항을 중국 측에 유출한 사실이 입증됐다. 이에 대법원은 2019년 10월 군사기밀보호법 및 형법상 일반이적죄, 뇌물죄 등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이들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중국은 산업 기술 분야에도 마수(魔手)를 뻗고 있다. 2018년 우리 정보기관은 삼성디스플레이사(社)와 ‘플렉시블OLED 패널’ 제조 장비를 공동 개발한 톱텍사(社)가 설비 제작 기술을 해외에 유출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조사 결과, 톱텍이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기밀 유지 협약을 어기고 ‘위장 업체’를 통해 공동 개발한 장비를 중국에 납품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톱텍 대표 등 관련자 9명 전원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또 우리 정보기관은 중국의 해외 고급 인재 유치 계획인 ‘천인계획(千人計劃)’ 관련 정보를 수집하던 201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교수 A씨가 중국 ‘천인계획’에 참여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해당 첩보를 검증한 결과, A씨는 수십억원의 금품과 고급 주택 등을 제공받고 중국에 한국과 동일한 연구 주제를 수행할 연구 센터를 건립, 여기에 한국 인력까지 동원해 중국의 모(某) 대학과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국가 R&D(연구 개발) 과제이자 핵심 기술인 ‘라이다(LIDAR)’ 등을 유출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법원은 지난 5월 A씨에게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확정했다.
政 “中, 최근 SNS로 포섭 시도”
이 사례들을 보면, 처벌을 받은 이들은 모두 내국인인 것을 알 수 있다. 정작 공작 행위를 한 중국 측 관련자들은 처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형법상 ‘외국을 위한 간첩죄’ 조항이 없어 군사기밀보호법·산업기술보호법 등 특별법에 근거하여 이에 대응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형법 개정을 통해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외국 정보 요원들의 국내 활동을 견제하기 위한 외국 대리인 등록법 마련 등 법 제도적 정비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원이 방첩 본연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외교·안보·국방 전략 및 정책에 관한 기밀 수집과 함께,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제재 이후 우리의 반도체 기술을 포함한 첨단 기술 입수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중국의 정보 활동은 민간 학자로 위장한 정보 요원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비대면으로 우리 공직자·학자·군인·기업인 등에게 접근하여 자료를 요구하거나 세미나 등을 빌미로 주요 인사를 현지로 초청하여 향응이나 금품을 제공하고 포섭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 유출 역시 과거에는 중국 정부가 전면에 나서 ‘천인계획’ 등의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해외 기술 인력 영입을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신창타이(新常態)’ ‘치밍’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 개입 사실은 숨기고 민간 업체를 내세워 해외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대한(對韓) 여론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학계의 분석이 나왔다.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와 지난 8월 30일 〈한중(韓中) 경쟁 산업 분야에 대한 중국 영향력 공작 실태 파악 연구〉 논문을 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적어도 2010년대 중반부터 댓글 공작을 통한 방법으로 국내 여론 몰이와 정치 개입, 갈등 조장, 친중(親中) 및 혐한(嫌韓) 분위기 조성, 한중 경쟁 산업 분야에서의 중국 측 지원과 한국 측 공격 등을 수행해 왔다”고 한다.
그간 중국의 온라인 공작에 대한 세간의 의심은 있어 왔지만 이에 대해 학계에서 직접 댓글 하나하나를 분석한 건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포털 사이트 ‘네이버’ 뉴스 댓글을 빅데이터 분석 기법으로 크롤링(데이터 추출)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김 교수는 “외국에선 중국의 온라인 여론 조작과 같은 ‘영향력 공작’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관련 학술지도 많이 나왔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12월 안에 SSCI(저명 사회과학 인용색인)에 이번 논문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4일 김은영 교수를 만났다.
좌우 진영 극단화, 역할 분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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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교수. |
먼저 대놓고 스스로 중국인임을 명확하게 밝히는 ‘중국인 정체성(正體性) 유형’이 있다. 이들은 중국어로 댓글을 다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로, 중국인임을 의도적으로 밝히진 않고 친중 성향의 댓글을 다는 ‘국적을 밝히지 않는 친중 정체성 유형’이 있다.
세 번째는 ‘한국인으로 가장한 친중 정체성 유형’이다. 한국인이라고 추정할 만한 단어들을 사용하지만 중국 관련 기사에 집중적으로 반응하고 친중 서사의 댓글을 다는 유형이다. 보통 중국의 댓글 부대라고 하면 이 유형을 떠올릴 만큼 전형적인 유형이다.
마지막이 가장 극단적인 ‘한국인으로 가장해 한국 비하 및 한국 사회 분열 조장 정체성 유형’이다.
김 교수는 이들에 대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극좌, 또는 극우로 가장해 이러한 정체성과 일치하는 내러티브(서사)를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극좌 90%대(對) 극우 10%, 또는 극좌 80%대 극우 20%의 비율로 내러티브를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여론 공작이 실재한다면, 어째서 해당 댓글들은 일관되게 한쪽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양쪽의 편을 들면서 제각각의 유형을 드러내는 것일까. 김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목적이 ‘갈라 치기’에 있으니까요. 이러한 여론 공작은 ‘극단화’를 부추겨 분열을 노리는 겁니다.”
― 유형이 나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롤(role·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인 척하고 작성하는 댓글은 분열을 부스팅(Boosting)하는 테스크(task·과업)에 따른 것이고, 중국인임을 드러내는 댓글은 이른바 ‘회색 지대 전략’을 통해 비정상의 정상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해의 우리 영해에서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처음 시작했을 땐 충격적인 사건으로 파장이 컸지만, 요즘엔 그런 소식을 들어도 늘 있는 일인 것처럼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의식이 옅어지도록 비정상의 일상화를 노리는 역할이 따로 있는 거죠.”
장백산, 인조고기, XI, 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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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즈’는 중국에서 한국인을 비하할 때 쓰는 단어다. 자료=김은영 교수 제공 |
“그게 제일 중요하죠. 실제 중국인이 작성한 댓글을 구분하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조직적인 댓글에 대해 ‘공작’이 있었는지를 분석하는 게 저희 연구의 가장 우선적인 목적이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오랫동안 댓글들을 분석하면서 중국인임을 확인할 수 있을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문헌 분석을 선행했어요. 그리고 외국의 인지전(認知戰·상대국에 거짓 정보를 유포해 잘못된 인지를 심는 전술) 사례들을 분석했고요. 우리나라는 관련 연구가 거의 없었지만 미국이나 프랑스, 호주 등에선 2017~2018년부터 정보기관 산하의 연구소 또는 사기업에서도 이러한 공작의 사례를 분석했어요. 이를 참고했죠.”
―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중국인으로 추정할 수 있나요.
“지금은 ‘챗GPT(ChatGPT·인공지능 대화)’가 발전해 번역이 매끄러워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주 서툰, 외국어를 직역한 듯한 댓글들이 보였어요. 예를 들면 ‘나는 어디에도 소속돼 있지 않아요’라는 걸 ‘나는 개인이오’라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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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김은영 교수 제공 |
“기자님, 혹시 ‘외교관 잡지’가 뭔지 아세요?”
― 네?
“영어로 번역해 보시겠어요?”
― 디플로맷(diplomat)…. 아, 혹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프랑스의 국제 관계 월간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한국인의 언어 습관이 아닌 것들이죠. 대체육을 ‘인조고기’라고 쓰기도 합니다. 이러한 댓글들의 정체성은 작성자의 아이디(ID)에서 드러나요. 중국에서 많이 쓰는 라스트 네임(성·姓)을 쓰죠. XI(시), WANG(왕), CHEN(첸) 등이 있습니다. 단어를 쓸 때도, 중국에서 백두산을 가리키는 ‘창바이산(長白山)’이라는 말을 쓰거나 하는 등의 특징을 보입니다. 또 한국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중국 사람들에겐 예민한 주제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중국의 인권 문제, 티베트, 위구르 문제, 파룬궁,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 주석) 등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그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박합니다. 심지어 보통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샤오미 회장의 일대기, 옌리멍(閻麗夢·코로나19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중국 학자) 등에 대한 내용도 댓글로 적어놓아요.”
― 중국의 댓글 공작이 있다면, 그 배후엔 누가 있다고 봅니까.
“영향력 공작을 하는 추진 체계가 있어요. 중국 공산당, 중국 인민해방군, 중국 정보기관, 경찰, 그리고 민간인도 있습니다.”
서울공항 인근에 나타난 왕하이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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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중국 비밀경찰서 논란’의 당사자, 왕하이쥔. 사진=뉴시스 |
“국내 상황을…. 제가 우려하는 것들이 있긴 있어요.”
― 무슨 말입니까.
“이것 좀 보세요.”
A씨는 지난 5월 서울에서 ‘제9차 한일중(韓日中) 정상회의’가 열렸을 당시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 맞은편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한 중국인 무리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어? 이 사람….
“네. (한국 내 중국 비밀경찰서 논란의 당사자) 왕하이쥔(王海軍·중식당 ‘동방명주’ 대표)입니다. 이 중국인들은 유학생과 교민이에요. 여기서 리창(李强·중국 총리) 지지 시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잘 보세요. 왕하이쥔이 서 있는 위치, 그리고 동작을 봤을 때 마치 이 무리를 지휘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이 사람이 당시 그곳에서 중국인 무리를 조율하고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 무리 가운데, 옷깃에 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은 화교 관련 단체 소속인가요.
“네. 그리고 이 유학생들을 주도한 게 인천 소재 모(某) 대학교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 대표입니다. 그 사람이 서울, 경기 지역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요. 이 사람들이 여기에 모인 게 과연 자발적인 행동일까요? 이것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A씨는 중국의 공작 조직이 한국에서 적발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사진을 보여준 것이라며 “중국은 언론, 학계, 민간 등 각계가 중국 정보기관을 비롯한 당국과 ‘느슨한 고리’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해외에 각종 민간 단체, 유학생 단체 등을 조직해 모이는 자리를 만들고 인터널 코드(Internal code)를 주고받는다”며 “명확한 지휘 통제 라인이 있는 게 아닌, 척도 없는 네트워크로 활동한다”고 덧붙였다. A씨에게 사진 제공을 요청했지만 그는 “관계 기관 자료라서 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中, 의심만으로 출국 불허 가능”
중국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반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간첩죄 기준이 지나치게 선언적이고 포괄적”이라는 입장이다. 11월 8일, 정부 관계자는 반간첩법 제4조에 대해 “간첩 행위 판단 기준인 ‘국가 안전과 이익’ 등에 대한 개념 정의가 없어 중국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법 적용이 가능하다”며 “간첩 행위 유형에 ‘의탁’을 포함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간첩으로 판단한 사람과 친분 관계만 유지해도 간첩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에서 리서치(조사) 활동을 하거나 각종 통계를 확인만 해도 반간첩죄가 적용된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반간첩법 제24조, 제34조, 제39조, 제53조, 제54조에 대해서도 “사법부의 판단이나 물증 없이 안전 당국의 판단과 의심만으로 출국 불허, 경고, 구류, 과징금, 강제 추방 등 행정 처분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데이터’라는 개념이 동법 제4조, 제26조, 제28조, 제30조 간첩죄 적용 범위에 포함돼 있어 외국 기업의 활동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중국 당국이 반간첩죄 위반 혐의를 내밀며 조사에 착수할 경우 혐의자의 문건, 데이터, 자료 등의 검열 및 수거는 물론, 혐의자의 근무지 전체를 조사할 수도 있고 ‘혐의가 있는’ 장소와 재물에 대해서도 압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두고 ‘기업의 비밀 자료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中 방문 시 유의 사항
이처럼 반간첩죄의 내용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식이다 보니, 중국에 방문할 땐 불필요한 의심을 살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중국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에게 몇 가지 유의 사항을 당부했다. 우선, 공개된 자료라도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 관련성을 주장할 수 있는 문건·지도·사진·통계 등은 저장하거나 출력해 휴대하지 않는 게 좋다. 또 GPS(인공위성을 통한 위치 파악) 장치를 기반으로 하는 위치 애플리케이션(앱)은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지형 정보를 취득하는 것으로 오인을 받을 수 있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군사시설·방산업체·주요 국가기관 등 보안시설 인근에선 촬영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사적으로 해당 장소에 접근하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중국 영토·인권·지도자·종교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지속 표현하거나, 관련 게시물을 인터넷에 게재하는 등 중국 당국을 자극할 수 있는 활동도 자제해야 한다. 중국으로 출장을 갈 경우엔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만 취급하고 업무 자료 등을 휴대하거나 중국 밖으로 전송할 경우, 중국의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이나 연고자에게 중국 내 행선지·연락처 등 정보를 알려주고 비상 상황 발생 시 즉시 연락이 가능하도록 대비해야 한다.
중국 당국에 연행·수색 당하면…
만약, 중국 당국으로부터 연행되거나 수색을 당할 경우 도주하거나 정보 통신 기기와 자료 등을 파기하는 행동은 위법 혐의를 확신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반간첩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되거나 조사를 받을 경우엔 그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한국 공관 또는 외교부 ‘영사 콜센터’에 관련 사실을 알려야 한다. 부득이 직접 연락이 불가능할 땐 우리 공관을 대상으로 체포, 조사 사실을 통보하거나 영사 접견을 원한다고 중국 당국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이는 ‘한중(韓中) 영사협정’에 근거한 것으로, 양국은 상대국 국민을 체포하거나 구금할 경우 4일 이내에 영사 기관에 통보하고 영사 접견 신청 4일 이내에 접견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럼에도 중국 측이 영사 접견 주선을 거부한다면, 가족을 통해 영사 접견 희망 의사를 우리 당국에 전달해야 한다.
사실상 대내(對內) 방첩 수준을 넘어 중국 내 외국인에 대한 무한 통제에 나서겠다는 중국은 반대로, 대외 공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은 현행법상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인 ‘북한’에 대한 것으로만 한정하고 있음에도 중국의 대한(對韓) 공작은 관련자들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월간조선》은 정부 기관을 통해 중국이 벌인 굵직한 공작 사건 4건을 확인했다.
중화인민공화국 반간첩법 주요 내용 제4조 이 법에서 지칭하는 ‘간첩 행위’는 아래의 행위를 말한다. (1)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이 실행 또는 지시·후원을 통해 타인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국내외 기관·조직·개인이 이와 결탁해 중화인민공화국의 안보를 해치는 활동. (2) 간첩 조직에 가담 또는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으로부터 임무를 받거나 이에 협력하는 일(의탁). (3)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 이외의 국외 기관·조직·개인이 실행 또는 지시·후원을 통해 타인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국내 기관·조직·개인이 이와 결탁해 국가 기밀 및 정보 그리고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자료·물품을 절취·정탐·매수·불법 제공한 경우, 또는 책동·유인·협박·매수를 통해 국가 공직자가 반란을 일으키게 하는 활동. (4)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이 실행 또는 지시·후원을 통해 타인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국내외 기관·조직·개인이 이와 결탁해 국가기관·기밀 관련 부처 또는 핵심 정보 기반 시설 등에 대해 사이버 공격·침투·교란·통제·훼손을 하는 활동. (5) 적을 위해 공격 목표를 제시하는 일. (6) 다른 간첩 활동을 전개하는 일.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이 중화인민공화국 영역 내에서 중화인민공화국 공민과 조직 혹은 다른 조건을 이용해 제3국에 대한 간첩 활동에 종사함으로써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 안보를 해한 경우 이 법을 적용한다. 제24조 국가안보기관 실무자는 법에 따라 방첩 업무를 수행할 때, 규정대로 비표를 제시하면 중국 공민 혹은 외국인의 신분증을 확인할 수 있고, 연관된 개인과 조직에 관련 상황을 질의할 수 있으며, 신분이 불명확하거나 간첩 행위가 의심되는 사람은 소지품을 조사할 수 있다. 제26조 국가안보기관 실무자는 법에 따라 방첩 업무를 수행할 때, 국가의 관련 규정에 따라 관할 구역 시(市)급 이상 국가안보기관 책임자의 승인을 받으면, 관련 문건·데이터·자료·물품을 열람하고 수거할 수 있으며 연관된 개인이나 조직은 이에 협조해야 한다. 열람과 수거는 방첩 업무상 임무 수행에 필요한 범위와 한도를 넘어선 안 된다. 제28조 국가안보기관이 간첩 행위를 조사할 때, 관할 구역 시(市)급 이상 국가안보기관 책임자의 승인을 받으면 법에 따라 간첩 행위 혐의가 있는 사람·물품·장소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몸수색은 여성 실무자가 진행한다. 제30조 국가안보기관이 간첩 행위를 조사할 때, 관할 구역 시(市)급 이상 국가안보기관 책임자의 승인을 받으면 간첩 행위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시설 또는 재산을 법에 따라 봉쇄 및 압수 수색을 하고 동결할 수 있다. 제34조 국무원 국가 안보 주무부처는 입국 후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 안보를 해하는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 이민관리기관에 통지해 이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제39조 국가안보기관이 조사를 통해 간첩 행위에 범죄 혐의가 있음을 밝혀낸 경우, 중화인민공화국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입건하고 조사를 진행한다. 제53조 간첩 행위를 실행해 범죄가 성립된 경우는 법에 따라 형사 책임을 추궁한다. 제54조 개인이 간첩 행위를 했지만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 국가안보기관에 의해 경고 조치 또는 15일 이하의 행정 구금에 처하거나 단일 처벌 또는 동시 처벌로 5만 위안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하 생략) |
줄줄 새는 軍·産 기밀
2014년 중국으로 유학을 간 한국의 현역 장교가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돼 중국에 군사 기밀을 유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첩보를 입수한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는 합동 수사에 착수했고, 중국 정보기관이 현역 해군 소령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해 포섭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당 소령은 중국 측에 다수의 군사 기밀을 제공했고, 2017년 3월 대법원은 그에게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상비밀탐지죄와 수집죄, 그리고 군형법상 기밀누설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징역 4년의 형(刑)을 확정했다.
2015년엔 국군정보사령부 전·현직 군무원들이 외국에 군사 기밀을 다수 유출하고 있다는 첩보를 우리 정보기관이 입수해 검찰과 함께 수사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혐의자 2명의 신원을 특정하고 이들이 우리 군사 기밀인 주중(駐中) 한국 군인 신원 사항을 중국 측에 유출한 사실이 입증됐다. 이에 대법원은 2019년 10월 군사기밀보호법 및 형법상 일반이적죄, 뇌물죄 등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이들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중국은 산업 기술 분야에도 마수(魔手)를 뻗고 있다. 2018년 우리 정보기관은 삼성디스플레이사(社)와 ‘플렉시블OLED 패널’ 제조 장비를 공동 개발한 톱텍사(社)가 설비 제작 기술을 해외에 유출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조사 결과, 톱텍이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기밀 유지 협약을 어기고 ‘위장 업체’를 통해 공동 개발한 장비를 중국에 납품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톱텍 대표 등 관련자 9명 전원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또 우리 정보기관은 중국의 해외 고급 인재 유치 계획인 ‘천인계획(千人計劃)’ 관련 정보를 수집하던 201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교수 A씨가 중국 ‘천인계획’에 참여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해당 첩보를 검증한 결과, A씨는 수십억원의 금품과 고급 주택 등을 제공받고 중국에 한국과 동일한 연구 주제를 수행할 연구 센터를 건립, 여기에 한국 인력까지 동원해 중국의 모(某) 대학과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국가 R&D(연구 개발) 과제이자 핵심 기술인 ‘라이다(LIDAR)’ 등을 유출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법원은 지난 5월 A씨에게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확정했다.
政 “中, 최근 SNS로 포섭 시도”
이 사례들을 보면, 처벌을 받은 이들은 모두 내국인인 것을 알 수 있다. 정작 공작 행위를 한 중국 측 관련자들은 처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형법상 ‘외국을 위한 간첩죄’ 조항이 없어 군사기밀보호법·산업기술보호법 등 특별법에 근거하여 이에 대응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형법 개정을 통해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외국 정보 요원들의 국내 활동을 견제하기 위한 외국 대리인 등록법 마련 등 법 제도적 정비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원이 방첩 본연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외교·안보·국방 전략 및 정책에 관한 기밀 수집과 함께,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제재 이후 우리의 반도체 기술을 포함한 첨단 기술 입수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중국의 정보 활동은 민간 학자로 위장한 정보 요원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비대면으로 우리 공직자·학자·군인·기업인 등에게 접근하여 자료를 요구하거나 세미나 등을 빌미로 주요 인사를 현지로 초청하여 향응이나 금품을 제공하고 포섭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 유출 역시 과거에는 중국 정부가 전면에 나서 ‘천인계획’ 등의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해외 기술 인력 영입을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신창타이(新常態)’ ‘치밍’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 개입 사실은 숨기고 민간 업체를 내세워 해외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