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세 이하 아이 있는 가구의 32.5%,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
⊙ 홍콩 여성 소득 증가한 1990년대,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 늘어
⊙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에 기여… 2018년 78%
⊙ 저출산 해결책? 홍콩 합계출산율 3.18명→0.77명
⊙ “외국인 가사도우미 없었으면 출산율 더 떨어졌을 수도”(김현철 홍콩과기대 교수)
⊙ 홍콩 여성 소득 증가한 1990년대,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 늘어
⊙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에 기여… 2018년 78%
⊙ 저출산 해결책? 홍콩 합계출산율 3.18명→0.77명
⊙ “외국인 가사도우미 없었으면 출산율 더 떨어졌을 수도”(김현철 홍콩과기대 교수)
- 매주 일요일이면 홍콩섬 센트럴역 인근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로 북새통을 이룬다. 사진=월간조선
“홍콩에 일하러 오기 위해 중개사무소에 진 빚이 많아요. 빚을 갚고 열심히 돈을 모아 고향에 있는 세 아이 교육비에 투자하고 싶어요.”
홍콩섬 북쪽 빅토리아 공원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도우미 누르할리파(34) 씨는 이같이 말했다. 매주 일요일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은 고용주 집에서 나와 자유시간을 갖는다. 누르할리파 씨는 “쉬는 날인 일요일마다 이곳에 모여 친구들과 영어 공부를 한다”며 “가족이 그립지만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콩 노동 인구의 8.5% 이상
홍콩섬 중심부 센트럴역 인근도 이들의 휴식처 중 하나다. 이들은 거리 곳곳에 텐트를 치거나 박스를 깔고 앉아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하거나 서로 매니큐어를 칠해주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매주 일요일마다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며 “홍콩 정부는 이들을 위해 매주 일요일마다 이 일대 차량을 통제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출신 마리아나(23) 씨는 “여기서 친구들과 놀다 저녁 8~9시쯤 고용주 집으로 돌아간다”며 “한 주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홍콩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12세 이하 아이가 있는 가구의 32.5%와 60세 이상 노년층의 11.9%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 중 90% 이상이 외국인으로 2022년 기준 홍콩 내 외국인 가사도우미 수는 33만 명이 조금 넘는다. 코로나19 이전 40만 명이 넘었던 것과 비교해 20% 가까이 쪼그라들었지만, 올해 홍콩 전체 인구(약 741만 명)의 4.5% 이상을 차지한다. 또 홍콩 전체 노동 인구(약 382만 명)의 8.5%를 넘어선 수치다. 카오룽의 한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닐 총(26) 씨도 어린 시절 외국인 가사도우미 손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총 씨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3~16세까지 가사도우미와 함께 지냈다”며 “학창 시절 반 친구들 가정 절반 이상은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할머니 댁에 인도네시아 가사도우미가 함께 살며 돌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은 지난 1973년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홍콩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던 때였다. 같은 시기 필리핀 정부는 노동력 수출을 국가 산업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이때 필리핀 노동자들이 홍콩으로 모여들었다. 1970년대 후반 중국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 아래 외국과의 교역을 늘려나갔다. 홍콩의 노동 집약 산업이 중국으로 옮겨가고 금융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홍콩의 주 산업으로 자리 잡혔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건 1990년대 이후다. 홍콩 입법회의 2017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들어 중산층이 늘어나고 경제 성장에 따른 여성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1982년 2만1500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가사도우미 수는 1995년 15만7000명으로 7배 이상 불어났다.
이 제도가 홍콩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미친 영향도 크다. 지난 2019년 홍콩 내 비정부기구 엔리치와 글로벌 데이터 서비스 기업 익스페리언이 공동으로 펴낸 〈양육의 가치: 아시아 경제 성장과 가족 내 웰빙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공헌〉이라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홍콩 경제에 기여한 규모는 126억 달러(약 14조원)로 추산된다. 이들의 가사 노동을 종류별로 나눠 이를 돈으로 환산한 금액, 홍콩 내 이들의 소비, 이들이 가사 노동을 맡음으로써 홍콩 여성이 경제활동으로 거둔 수익 등을 합한 결과다. 이는 2018년 홍콩 국내총생산(GDP)의 3.6%를 차지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경제 공헌도가 전체 GDP의 2.4%(82억 달러, 약 11조원)를 차지하는 싱가포르, 0.3%(9억 달러, 약 1조2000억원)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보다 높은 수준이다.
월 257만원 벌면 고용 가능
필리핀 가사도우미에게 내국인과 똑같은 최저임금(월 9860원) 기준을 적용한 한국과 달리 홍콩 내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다. 홍콩은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과 내국인의 임금을 다르게 지급할 수 있다.
홍콩 노동청은 매년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최저허용 임금’ 기준을 발표한다. 올해 이들의 최저허용 임금은 월 4870홍콩달러(약 83만원)다. 이 금액은 홍콩인의 최저임금인 시간당 40홍콩달러(약 6895원)와 별도로 책정된다. 고용주로부터 식사를 제공받지 않으면 식비로 1236홍콩달러(약 21만원)를 추가 지급받는다. 이 밖에도 고용주는 건강보험료, 왕복 항공료 등 부수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가사도우미 중개수수료는 고용주와 피고용인 모두 중개사무소에 따로 지급해야 한다.
홍콩에선 월 1만5000홍콩달러(약 257만원) 이상의 수입이 있거나 계약 기간 고용을 책임질 수 있는 정도의 자산을 갖고 있으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다. 홍콩의 월 중위소득 3만 홍콩달러(약 515만원)에 비춰봤을 때 월 100만원 안팎으로 가사도우미를 둘 수 있어 큰 부담이 아니라는 게 고용주 측 입장이다.
홍콩 거주 12년 차 직장인 김클라라 씨는 “줘야 할 급여가 높지 않다 보니 홍콩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동반자”라고 말했다. 김씨는 “직장 내 아이가 있는 홍콩인 동료 중 거의 70% 이상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것 같다”며 “특히 한인들은 아이가 있든 없든, 맞벌이를 하든, 외벌이를 하든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근 후 자기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사도우미 고용의 최대 장점”이라고 했다. 김씨는 또 “가사 부담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며 “가족 간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할 일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홍콩에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가정이 많은 데 대해서는 “고용 환경이 열려 있다”는 점을 꼽았다. 복잡한 절차 없이 개인끼리 계약만 맺으면 곧바로 가사도우미를 들일 수 있다.
업무 범위 자세히 써야
홍콩 노동청은 고용주의 의무와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업무 범위를 ‘표준 고용계약서’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고용주와 가사도우미는 2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계약서에는 월 급여, 주 6일 근무일과 휴무일 등을 명시해야 한다. 가사도우미의 부업 활동은 금지된다. 계약 기간 연장 역시 자유롭다. 만약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 고용주가 고용 해지를 원할 경우, 한 달 전에 미리 통보하거나 한 달 치 급여를 주고 내보내야 한다. 새 고용주를 찾지 못하면 이들은 14일 이내로 출국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고용주 가구의 인원이 몇 명인지, 가족 구성원 중 가사도우미가 돌봐야 할 사람은 누구누구인지, 반려동물까지 돌봐야 하는지 등 업무 범위를 자세히 써야 한다. 그 가구의 구성원이 아니거나 계약 기간 중 아이가 태어날 경우 다시 계약을 맺지 않는다면 그 아이와 관련한 일은 업무 범위에서 제외된다.
홍콩섬 내 사이잉푼역 근처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출신의 한 가사도우미는 “고용주의 반려견 4마리를 돌보는 일을 한다”며 “낮 동안 개들을 산책시키고 목욕시키고 밥을 주는 게 내 업무다. 이 외 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어른이 먹을 음식 조리나 노인과 반려동물 돌봄, 식기·냉장고 등 정리, 쓰레기 배출 등은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김클라라 씨는 “육아와 가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정책 같다”며 “집안일을 일일이 구분해서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한 가사도우미는 고용주와 한 집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고용주는 가사도우미가 상주할 방의 크기를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 가사도우미를 고용주 집에서 함께 살도록 의무화했다. 이들의 비자는 가사도우미 업무에 한정되는데, 가사 업무 외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부업 활동을 막기 위해서다.
12년 차 교민 이지아 씨는 “가사도우미와 같이 사는 것이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문화라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다”며 “가사도우미가 여성이다 보니 아무래도 남편이 더 불편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씨는 “이제는 언제든 가사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콩의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지난해 기준 13.8㎡에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 중 최악의 수준이다. 홍콩 노동청은 가사도우미의 상주 공간을 ‘사생활이 지켜지는 적당한 공간’으로 정해놓았을 뿐, 크기나 조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상주 공간의 크기나 상태 등을 놓고 고용주와 가사도우미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의 말에 따르면, 빈방이 없어 화장실을 개조해 침대를 놓거나 아이 옆에서 자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2019년 이주 노동자를 위한 미션(MFMW)이 홍콩 내 외국인 가사도우미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개인 방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상윤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가정은 소득이 낮아서라기보단 도우미 상주 공간이 없어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은 서울 강남에 마련된 전용 공동숙소에서 생활한다. 민간 업체가 제공하는 숙소로 매달 숙소비 40만원과 식비, 생활비 등은 자신이 내야 한다.
“가사도우미가 보내는 돈, 본국 경제 지탱”
이들은 본국 임금 수준과 비교해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홍콩 물가를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한 액수라고 토로한다. 월 83만원 수준의 최저허용 임금으로는 돈을 모으기는커녕 중개수수료로 진 빚을 갚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양육의 가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에서 일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83%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최저허용 임금은 월 3270홍콩달러(약 56만원)였다. 20년간 월급은 약 48% 올랐지만, 같은 시기 홍콩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5.5에서 107.8로 약 64.6% 뛰었다. 여러 정부와 기관이 CPI를 토대로 임금을 조정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홍콩 내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생활은 도리어 팍팍해진 셈이다.
그럼에도 가사도우미가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 본국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상윤 교수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들이 보내는 돈이 가정 경제를 넘어 국가 경제를 지탱한다”며 “각 가정에서는 국가에 이바지한다며 딸이나 아내를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보내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높여
우리 정부는 외국 인력을 가사·돌봄 분야에 활용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 경력 단절을 막자는 취지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홍콩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경제학자인 패트리샤 코르테스 미국 보스턴대 교수와 제시카 판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공동 연구에서 홍콩에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도입된 이후 5세 미만 아이를 가진 엄마와 6~17세 아이를 둔 엄마의 경제활동 참가율 추이를 비교 분석했다. 두 교수는 가사도우미가 필요한 이들이 주로 5세 미만 아이를 둔 가정이란 점에 착안했다. 제도 도입 초기인 1980년대, 5세 미만 아이를 둔 엄마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17세 아이가 있는 경우보다 15%포인트 넘게 낮았다. 하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대중화된 1990년대 들어 그 차이가 사라졌다. 특히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평균 25%포인트 상승했다고 연구는 분석했다.
2018년 25~54세 홍콩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8%였다. 앞서 살펴본 〈양육의 가치〉 연구 보고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없었다면 현재 이 수치는 49%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구를 주도한 루신다 파이크 엔리치 이사는 “많은 여성이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돌봄 노동을 하는 다른 여성들의 힘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고용 비용, 1990년대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여기엔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이 주요했다. 실제 1990년 월 3000홍콩달러(약 51만원)였던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최저허용 임금은 1999년 월 3670홍콩달러(약 63만원)로 책정돼 우리 돈 12만원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홍콩 인구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홍콩의 25~34세, 35~44세, 45~54세 여성 월평균 임금은 1990년 각각 4800홍콩달러(약 82만원), 3900홍콩달러(약 67만원), 3400홍콩달러(약 58만원)에서 1999년 1만 홍콩달러(약 171만원), 9000홍콩달러(약 154만원), 7000홍콩달러(약 120만원)로 모두 2배 이상 올랐다. 김현철 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1990년대 중·후반 홍콩에서 여성 임금이 빠르게 올랐다. 하지만 가사도우미 임금은 거의 그대로였다”며 “이 결과 가사도우미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현재 서울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국내 최저시급 적용을 받는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가정하면 각 가정은 월 238만원을 이들에게 지불해야 한다. 올해 기준 30대 가구 중위소득이 월 509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으로 써야 한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여성 139만7000명이 임신·출산·육아로 직장 경력이 단절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30~39세가 60만 명(43.0%)으로 가장 많았으며, 40~49세(58만8000명, 42.1%)가 뒤를 이었다. 이들 중 다수가 아이가 성장한 뒤 슈퍼마켓 점원 등 저임금 비숙련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사업이 확대된다면 여성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저출산 해결책?
하지만 이 제도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콩은 한국과 더불어 전 세계 대표적인 초저출산 국가로 유명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도입된 1973년 홍콩의 합계출산율은 3.18명이었다. 그런데 2012년 1.28명, 2019년 1.06명으로 줄어들더니 2021년 0.77명으로 추락했다.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집안일과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것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다만 김현철 교수는 홍콩의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출산율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는 건 쉽지 않다”며 “비슷한 집단을 비교해야 효과를 알 수 있는데, 출산 나이와 조건이 워낙 사람마다 달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이 사회 진출을 하면 출산을 좀 덜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며 “아직 완벽하게 증명되진 않았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출산을 늘린 개연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콩 출산율이 떨어지는 추세였는데, 외국인 가사도우미마저 없었으면 더 떨어졌을 것 아닌가란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1년 아야 스즈키 도쿄대 국제학부 교수의 〈가구 출산 결정에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미치는 영향 : 홍콩 사례 연구〉를 보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한 가정은 아이가 0.34~0.6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2만여 홍콩 가정을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 여부에 따라 분류한 뒤 남편과 아내의 소득, 재산, 학력, 연령 등을 고려해 가정별 합계출산율을 분석했다.
“좀 더 근원적인 부분을 바꿔야”
홍콩의 저출산은 비싼 주택 가격에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2023년 홍콩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44.9로 전 세계 15위에 올라 있다. PIR은 연평균소득을 반영해 특정 지역 또는 국가 평균 수준의 주택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평균 수준의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45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의 PIR은 25.8이었다. 두 국가 모두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합계출산율은 감소했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에릭 퐁 홍콩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은 많은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들어와 일하고 있지만 모두 출산율이 저조하다”며 “한국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한다면 일부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집값, 교육 등) 좀 더 근원적인 부분을 바꿔야 출산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윤 교수는 “홍콩의 출산율이 하락한 건 사실이지만 살인적인 주거비용을 따져봤을 때 꽤 선방한 수치”라며 “우리 정부가 너무 출산율 제고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족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높인다는 관점에서 제도를 운용해야 장기적으로 출산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홍콩섬 북쪽 빅토리아 공원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도우미 누르할리파(34) 씨는 이같이 말했다. 매주 일요일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은 고용주 집에서 나와 자유시간을 갖는다. 누르할리파 씨는 “쉬는 날인 일요일마다 이곳에 모여 친구들과 영어 공부를 한다”며 “가족이 그립지만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콩 노동 인구의 8.5% 이상
홍콩섬 중심부 센트럴역 인근도 이들의 휴식처 중 하나다. 이들은 거리 곳곳에 텐트를 치거나 박스를 깔고 앉아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하거나 서로 매니큐어를 칠해주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매주 일요일마다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며 “홍콩 정부는 이들을 위해 매주 일요일마다 이 일대 차량을 통제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출신 마리아나(23) 씨는 “여기서 친구들과 놀다 저녁 8~9시쯤 고용주 집으로 돌아간다”며 “한 주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홍콩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12세 이하 아이가 있는 가구의 32.5%와 60세 이상 노년층의 11.9%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 중 90% 이상이 외국인으로 2022년 기준 홍콩 내 외국인 가사도우미 수는 33만 명이 조금 넘는다. 코로나19 이전 40만 명이 넘었던 것과 비교해 20% 가까이 쪼그라들었지만, 올해 홍콩 전체 인구(약 741만 명)의 4.5% 이상을 차지한다. 또 홍콩 전체 노동 인구(약 382만 명)의 8.5%를 넘어선 수치다. 카오룽의 한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닐 총(26) 씨도 어린 시절 외국인 가사도우미 손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총 씨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3~16세까지 가사도우미와 함께 지냈다”며 “학창 시절 반 친구들 가정 절반 이상은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할머니 댁에 인도네시아 가사도우미가 함께 살며 돌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은 지난 1973년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홍콩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던 때였다. 같은 시기 필리핀 정부는 노동력 수출을 국가 산업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이때 필리핀 노동자들이 홍콩으로 모여들었다. 1970년대 후반 중국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 아래 외국과의 교역을 늘려나갔다. 홍콩의 노동 집약 산업이 중국으로 옮겨가고 금융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홍콩의 주 산업으로 자리 잡혔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건 1990년대 이후다. 홍콩 입법회의 2017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들어 중산층이 늘어나고 경제 성장에 따른 여성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1982년 2만1500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가사도우미 수는 1995년 15만7000명으로 7배 이상 불어났다.
이 제도가 홍콩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미친 영향도 크다. 지난 2019년 홍콩 내 비정부기구 엔리치와 글로벌 데이터 서비스 기업 익스페리언이 공동으로 펴낸 〈양육의 가치: 아시아 경제 성장과 가족 내 웰빙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공헌〉이라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홍콩 경제에 기여한 규모는 126억 달러(약 14조원)로 추산된다. 이들의 가사 노동을 종류별로 나눠 이를 돈으로 환산한 금액, 홍콩 내 이들의 소비, 이들이 가사 노동을 맡음으로써 홍콩 여성이 경제활동으로 거둔 수익 등을 합한 결과다. 이는 2018년 홍콩 국내총생산(GDP)의 3.6%를 차지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경제 공헌도가 전체 GDP의 2.4%(82억 달러, 약 11조원)를 차지하는 싱가포르, 0.3%(9억 달러, 약 1조2000억원)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보다 높은 수준이다.
월 257만원 벌면 고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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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거리 곳곳엔 외국인 가사도우미 중개사무소가 자리해 있다. 유리창엔 가사도우미들의 이름, 나이, 경력 등이 적힌 이력서가 붙어 있다. |
홍콩 노동청은 매년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최저허용 임금’ 기준을 발표한다. 올해 이들의 최저허용 임금은 월 4870홍콩달러(약 83만원)다. 이 금액은 홍콩인의 최저임금인 시간당 40홍콩달러(약 6895원)와 별도로 책정된다. 고용주로부터 식사를 제공받지 않으면 식비로 1236홍콩달러(약 21만원)를 추가 지급받는다. 이 밖에도 고용주는 건강보험료, 왕복 항공료 등 부수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가사도우미 중개수수료는 고용주와 피고용인 모두 중개사무소에 따로 지급해야 한다.
홍콩에선 월 1만5000홍콩달러(약 257만원) 이상의 수입이 있거나 계약 기간 고용을 책임질 수 있는 정도의 자산을 갖고 있으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다. 홍콩의 월 중위소득 3만 홍콩달러(약 515만원)에 비춰봤을 때 월 100만원 안팎으로 가사도우미를 둘 수 있어 큰 부담이 아니라는 게 고용주 측 입장이다.
홍콩 거주 12년 차 직장인 김클라라 씨는 “줘야 할 급여가 높지 않다 보니 홍콩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동반자”라고 말했다. 김씨는 “직장 내 아이가 있는 홍콩인 동료 중 거의 70% 이상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것 같다”며 “특히 한인들은 아이가 있든 없든, 맞벌이를 하든, 외벌이를 하든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근 후 자기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사도우미 고용의 최대 장점”이라고 했다. 김씨는 또 “가사 부담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며 “가족 간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할 일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홍콩에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가정이 많은 데 대해서는 “고용 환경이 열려 있다”는 점을 꼽았다. 복잡한 절차 없이 개인끼리 계약만 맺으면 곧바로 가사도우미를 들일 수 있다.
업무 범위 자세히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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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익청빌딩의 모습. 빼곡히 들어선 집들에서 홍콩의 주택난을 실감할 수 있다. |
계약서에는 고용주 가구의 인원이 몇 명인지, 가족 구성원 중 가사도우미가 돌봐야 할 사람은 누구누구인지, 반려동물까지 돌봐야 하는지 등 업무 범위를 자세히 써야 한다. 그 가구의 구성원이 아니거나 계약 기간 중 아이가 태어날 경우 다시 계약을 맺지 않는다면 그 아이와 관련한 일은 업무 범위에서 제외된다.
홍콩섬 내 사이잉푼역 근처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출신의 한 가사도우미는 “고용주의 반려견 4마리를 돌보는 일을 한다”며 “낮 동안 개들을 산책시키고 목욕시키고 밥을 주는 게 내 업무다. 이 외 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어른이 먹을 음식 조리나 노인과 반려동물 돌봄, 식기·냉장고 등 정리, 쓰레기 배출 등은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김클라라 씨는 “육아와 가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정책 같다”며 “집안일을 일일이 구분해서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한 가사도우미는 고용주와 한 집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고용주는 가사도우미가 상주할 방의 크기를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 가사도우미를 고용주 집에서 함께 살도록 의무화했다. 이들의 비자는 가사도우미 업무에 한정되는데, 가사 업무 외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부업 활동을 막기 위해서다.
12년 차 교민 이지아 씨는 “가사도우미와 같이 사는 것이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문화라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다”며 “가사도우미가 여성이다 보니 아무래도 남편이 더 불편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씨는 “이제는 언제든 가사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콩의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지난해 기준 13.8㎡에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 중 최악의 수준이다. 홍콩 노동청은 가사도우미의 상주 공간을 ‘사생활이 지켜지는 적당한 공간’으로 정해놓았을 뿐, 크기나 조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상주 공간의 크기나 상태 등을 놓고 고용주와 가사도우미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의 말에 따르면, 빈방이 없어 화장실을 개조해 침대를 놓거나 아이 옆에서 자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2019년 이주 노동자를 위한 미션(MFMW)이 홍콩 내 외국인 가사도우미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개인 방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상윤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가정은 소득이 낮아서라기보단 도우미 상주 공간이 없어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은 서울 강남에 마련된 전용 공동숙소에서 생활한다. 민간 업체가 제공하는 숙소로 매달 숙소비 40만원과 식비, 생활비 등은 자신이 내야 한다.
“가사도우미가 보내는 돈, 본국 경제 지탱”
이들은 본국 임금 수준과 비교해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홍콩 물가를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한 액수라고 토로한다. 월 83만원 수준의 최저허용 임금으로는 돈을 모으기는커녕 중개수수료로 진 빚을 갚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양육의 가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에서 일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83%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최저허용 임금은 월 3270홍콩달러(약 56만원)였다. 20년간 월급은 약 48% 올랐지만, 같은 시기 홍콩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5.5에서 107.8로 약 64.6% 뛰었다. 여러 정부와 기관이 CPI를 토대로 임금을 조정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홍콩 내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생활은 도리어 팍팍해진 셈이다.
그럼에도 가사도우미가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 본국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상윤 교수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들이 보내는 돈이 가정 경제를 넘어 국가 경제를 지탱한다”며 “각 가정에서는 국가에 이바지한다며 딸이나 아내를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보내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높여
우리 정부는 외국 인력을 가사·돌봄 분야에 활용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 경력 단절을 막자는 취지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홍콩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경제학자인 패트리샤 코르테스 미국 보스턴대 교수와 제시카 판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공동 연구에서 홍콩에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도입된 이후 5세 미만 아이를 가진 엄마와 6~17세 아이를 둔 엄마의 경제활동 참가율 추이를 비교 분석했다. 두 교수는 가사도우미가 필요한 이들이 주로 5세 미만 아이를 둔 가정이란 점에 착안했다. 제도 도입 초기인 1980년대, 5세 미만 아이를 둔 엄마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17세 아이가 있는 경우보다 15%포인트 넘게 낮았다. 하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대중화된 1990년대 들어 그 차이가 사라졌다. 특히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평균 25%포인트 상승했다고 연구는 분석했다.
2018년 25~54세 홍콩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8%였다. 앞서 살펴본 〈양육의 가치〉 연구 보고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없었다면 현재 이 수치는 49%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구를 주도한 루신다 파이크 엔리치 이사는 “많은 여성이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돌봄 노동을 하는 다른 여성들의 힘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고용 비용, 1990년대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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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내 상주 공간 상태를 두고 고용주와 도우미 사이 갈등이 벌어질 때도 있다. 사진은 이주 노동자를 위한 미션(MFMW)이 공개한 가사도우미의 방 외관. 사진=MFMW |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현재 서울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국내 최저시급 적용을 받는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가정하면 각 가정은 월 238만원을 이들에게 지불해야 한다. 올해 기준 30대 가구 중위소득이 월 509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으로 써야 한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여성 139만7000명이 임신·출산·육아로 직장 경력이 단절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30~39세가 60만 명(43.0%)으로 가장 많았으며, 40~49세(58만8000명, 42.1%)가 뒤를 이었다. 이들 중 다수가 아이가 성장한 뒤 슈퍼마켓 점원 등 저임금 비숙련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사업이 확대된다면 여성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저출산 해결책?
하지만 이 제도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콩은 한국과 더불어 전 세계 대표적인 초저출산 국가로 유명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도입된 1973년 홍콩의 합계출산율은 3.18명이었다. 그런데 2012년 1.28명, 2019년 1.06명으로 줄어들더니 2021년 0.77명으로 추락했다.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집안일과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것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다만 김현철 교수는 홍콩의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출산율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는 건 쉽지 않다”며 “비슷한 집단을 비교해야 효과를 알 수 있는데, 출산 나이와 조건이 워낙 사람마다 달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이 사회 진출을 하면 출산을 좀 덜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며 “아직 완벽하게 증명되진 않았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출산을 늘린 개연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콩 출산율이 떨어지는 추세였는데, 외국인 가사도우미마저 없었으면 더 떨어졌을 것 아닌가란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1년 아야 스즈키 도쿄대 국제학부 교수의 〈가구 출산 결정에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미치는 영향 : 홍콩 사례 연구〉를 보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한 가정은 아이가 0.34~0.6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2만여 홍콩 가정을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 여부에 따라 분류한 뒤 남편과 아내의 소득, 재산, 학력, 연령 등을 고려해 가정별 합계출산율을 분석했다.
“좀 더 근원적인 부분을 바꿔야”
홍콩의 저출산은 비싼 주택 가격에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2023년 홍콩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44.9로 전 세계 15위에 올라 있다. PIR은 연평균소득을 반영해 특정 지역 또는 국가 평균 수준의 주택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평균 수준의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45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의 PIR은 25.8이었다. 두 국가 모두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합계출산율은 감소했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에릭 퐁 홍콩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은 많은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들어와 일하고 있지만 모두 출산율이 저조하다”며 “한국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한다면 일부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집값, 교육 등) 좀 더 근원적인 부분을 바꿔야 출산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윤 교수는 “홍콩의 출산율이 하락한 건 사실이지만 살인적인 주거비용을 따져봤을 때 꽤 선방한 수치”라며 “우리 정부가 너무 출산율 제고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족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높인다는 관점에서 제도를 운용해야 장기적으로 출산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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