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획취재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국의 ‘현재’와 우리의 ‘미래’ ② 싱가포르

“최저임금 차등, 외국인 수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김성훈 싱가포르경영대 교수)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싱가포르, 다섯 집 중 한 곳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
⊙ 월급은 필리핀 출신이 700SGD… 임신하면 추방
⊙ “기회 되면 돈 더 주는 한국서 일하고 싶다”(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 “한국이 추진하는 방식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만을 위한 제도”
⊙ 전문가·고용주·가사도우미 모두 “출산율에 도움 안 돼”
⊙ 싱가포르, ‘저출산 극복 정책(플랜 A)’에서 ‘이민자 확대 수용 정책(플랜 B)’으로 전환
오혜정씨 가정에서 일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틴틴이 만두를 만들고 있다. 미얀마 출신인 틴틴은 한눈에 봐도 착하고 순박해 보였다. 오른쪽은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신상정보가 담긴 문서.
  다민족, 다인종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 면적은 서울(605.2km²)의 약 1.2배인 734.3km². 총인구는 약 592만 명[시민권자 361만 명, 영주권자 54만 명, 비영주권자 177만 명(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등) 2023년 싱가포르 통계청 자료]으로 전년 대비 약 5% 증가했다. 인구는 늘었지만 2023년 합계출산율은 0.97명이었다.
 
  전체 외국인 노동자는 약 152만5500명으로 총인구의 약 25.8%, 4명 중 1명을 차지한다. 자국 내 노동력 공급에 제한이 있는 싱가포르는 외국 인력에 개방적이다. 외노자 중 집안일과 양육 등을 돕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이하 가사도우미)’는 약 28만6300명. 외노자 중 18.8%를 차지하는데 다섯 집 중 한 곳은 가사도우미를 둔 셈이다.
 
  2018년 자료에 따르면 가사도우미가 싱가포르 경제에 기여한 비중은 111억싱가포르달러(1SGD는 한화 약 1000원)로 평가됐다. GDP의 2.8%에 해당한다.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35억SGD)와 보육비 절감 효과(가구당 월 675SGD)를 더한 값이다. 반면 가사도우미는 본국으로 13억SGD를 송금했다.
 
  우리 정부는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하면 육아·노인 돌봄, 여성 경력 단절 해소, 출산율 제고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가사도우미가 저출산 극복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가사도우미 도입 45년을 넘긴 싱가포르에서도 ‘가사도우미가 출산율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가사도우미는 여성 경제 참여 활성화·출산율 제고를 위한 여러 정책 중 하나였고 이를 계량화해 가사도우미와 출산율의 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도입 배경도 저출산 해소가 아닌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가 목적이었다.
 
 
  여성 경제 활동 참여 늘었지만 출산율은 지속 하락
 
  싱가포르는 1978년부터 주변국 출신 여성을 가사도우미로 고용했다. 경제성장기에 내국인 여성을 섬유·전자 등 고부가 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돌봄 방식도 유치원·탁아소와 같은 공공 시설을 두는 것이 아닌 개인이 가정에서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도입 초기(가사도우미 약 5000명)에는 내국인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29.3%였지만 1988년에는 가사도우미가 4만 명으로 늘고 노동 참여율도 45.2%로 증가했다. 하지만 싱가포르도 동아시아 국가들처럼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가사도우미가 출산율 증가 효과와는 달리 돌봄·가사 노동 해소에는 효과가 있다. 싱가포르경영대에서 강의했던 알리야 라오(Aliya hamid Rao)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싱가포르는 경제·인구 구조상 호주, 미국, 일본 등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이런 정책적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인재 유치의 핵심은 가사도우미를 쉽고 저렴하며 편리하게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에는 최저임금이 없다고들 알고 있지만, 비자 등급에 따라 최저임금이 다르다. 송출국(12개국)과의 암묵적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 필리핀 당국은 월 600SGD 이상을 받는다고 계약해야만 비자를 승인한다.
 
  현재 싱가포르 가사도우미의 월 임금은 필리핀 700SGD, 인도네시아 600SGD, 미얀마 500SGD다. 필리핀이 전체 가사도우미의 50% 이상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출신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임금이 높은 이유는 영어가 상대적으로 능통하고 업무 적응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이등 노동자
 
럭키플라자 건물에 위치한 한 송금 업체 앞에 필리핀 가사도우미로 추정되는 이들이 송금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은 휴무일인 일요일이면 이곳에 모인다.
  싱가포르에는 한낮에 실내에서 근무하는지, 실외에서 근무하는지에 따라 일종의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외노자여도 비자 등급[▲EP(월급 5000SGD 이상) ▲S Pass(3000SGD 이상) ▲Work Permit[워크퍼밋, 취업 허가증(가사도우미, 건설노동자. 최저 임금 없음)]에 따라 대우가 다르다.
 
  싱가포르인들은 워크퍼밋에 속한 이들을 이른바 ‘이등 노동자’로 취급한다. 그럼에도 건설노동자는 고용법과 근로상해법에 따라 보호받고 노조도 결성할 수 있지만 가사도우미는 이 마저도 불가능하다. 가사 노동을 ‘비숙련 노동’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차별 대우 중 하나가 가사도우미의 임신 금지 조항(1986년 도입)이다. 취업 허가 조건에는 ‘고용노동부의 승인 없인 임신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이를 어기면 추방된 후 영구 입국 금지를 당하고 고용주는 벌금(5000SGD)을 낸다. 연평균 약 170명이 본국으로 송환된다. 일부는 일을 더하고자 불법 낙태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부 고용주는 가사도우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통제한다. 싱가포르 당국은 고용주로부터의 학대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6개월마다 가사도우미 신체검사를 실시하지만 그 이면에는 임신 여부 확인이 있다.
 
  이는 싱가포르의 이민 정책과도 관련돼 있다. ‘S Pass’ 이상만을 받아들이려 하기 때문이다. 가사도우미를 두고 ‘일회용 인구’라고도 표현한다. 일부 주택 단지에서는 함께 사는 가사도우미여도 수영장 사용을 금지하고, 고용주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쓰지 못하게 한다. 골프장 출입도 금지된다.
 
  싱가포르 생활 4개월 차인 필리핀 출신 밀드레드 훌라탄(32) 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대학에서 청소일을 했었다. 지금은 월급으로 700SGD를 받는데 고향에 있는 또래보다 두 배 정도 더 받아 만족한다고 했다.
 
 
  “임금 격차, 차별이라 생각 안 해”
 
  그는 “싱가포르 직장인(중위 소득 월 4752SGD)보다 가사도우미가 덜 받는 것이 불공평하지 않다”며 “근로자(worker)와 가사도우미는 하는 일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출산은 각 가정에서 부부가 결정하는 것이지 가사도우미 때문에 출산율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사도우미는 단지 보조자”라고 했다. 이어 “기회가 되면 (돈을 더 주는) 한국에서 일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필리핀 출신 메리 엔(44) 씨는 2005 년부터 싱가포르에서 일했다. 급여는 1000SGD다. 서양인 부부(주재원) 가정에서 일하는데 일과는 오전 7시부터 시작해 오후 7시30분에 마친다. 엔도 가사도우미와 일반 근로자의 임금 격차를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월급을 받으면 전부 고향으로 보내요. 자녀는 대학생 2명, 고등학생 1명이에요. 부모님이 아이들을 봅니다. 고용주가 월급과 별개로 100SGD를 용돈으로 주는데, 이걸로 생활해요. 싱가포르에선 전반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해요.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죠. 가사도우미가 출산율 증가에 도움이 된다? 전혀 동의하지 않아요.”
 
  제랄린 테헤로(42) 씨는 4년제 사범대를 졸업했다. 15년 동안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다섯 가정을 경험했는데, 대부분 주재원 가정이었다. 월 급여는 1000SGD다.
 
  그는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가 처한 환경”이라며 “한국에 가사도우미가 도입된다고 해 출산율이 유의미하게 상승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금 수준에 대해서도 “한국에서 2000SGD 받으면 좋겠지만, 1500SGD(약 150만원)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사도우미 고용비는 수입의 3%에 불과”
 
자녀 셋을 두고 있는 워킹맘 오혜정씨.
  맞벌이 부부 오혜정(44·여)씨는 싱가포르 생활 5개월 차인 틴틴이라는 미얀마 가사도우미를 두고 있다. 고향에선 약국에서 하루 8시간 일하고 월급 100SGD를 받았다. 틴틴의 월급은 600SGD다. 틴틴은 월급을 받으면 580SGD를 고향으로 보내고 20SGD로 한 달을 산다. 그는 “임금이 저렴하기에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가사도우미를 두는 게 훨씬 낫다”고 했다. 시민권자인 오씨는 고용세로 60SGD(비시민권자는 300SGD)만 내면 된다.
 
  오씨는 “싱가포르에서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게 큰 부담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가사도우미 제도는 자국민을 위한 정책이지만 한국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위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오씨네 가사도우미는 아침 6시에 일과를 시작해 오후 8~10시가 되면 끝난다. 중간에 조금 쉬는 시간을 빼면 자기 전까지 계속 일을 한다고 했다.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 여가를 즐기고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해요. 그런데 한국처럼 200만원을 내야 한다면 차라리 제가 집안일을 할 것 같아요.”
 
  —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습니까.
 
  “그런 걱정 때문에 영어를 할 줄 아는 필리핀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집안일을 하는 것이기에 언어는 큰 문제가 안 됩니다.”
 
  — 한국도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면 출산율이 오를까요?
 
  “그런다고 애를 낳을까요? 한국은 공공·사교육 분야 돌봄 서비스가 이미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해요.”
 
 
  가사도우미는 가정교사가 아니야
 
부킷티마의 한 쇼핑몰에 있는 직업소개소. 오른편에 앉은 이들은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이들이다. 새 고용주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일제히 일어나 자신의 신상정보가 담긴 문서를 책상 위에 놓는다.
  오씨 사례처럼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면 맞벌이 부부의 삶의 질이 개선된다는 공통된 연구가 있다. 싱가포르 여성단체 ‘AWARE’에 따르면, 가사도우미가 주당 25시간의 가사노동을 대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사노동 시간 증가는 부부의 행복도 감소로 이어지는데 아내에게 더 큰 악영향을 끼친다. 현지에서 가사도우미 고용주, 고용 경험자 10여 명을 만났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가사 노동을 하지 않아 육체적 여유가 생겼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가족 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종윤(남·50)씨는 미얀마 출신 가사도우미를 8년째 두고 있다. 매달 1300SGD(임금 1000SGD, 고용세 300SGD)를 지출한다. 수입의 약 20분의 1가량 된다.
 
  김씨도 싱가포르 생활 초기에 자녀의 언어 발달을 위해 필리핀 출신을 고용했지만 부작용도 있었다고 했다. 김씨네 가사도우미는 오전 5시에 일을 시작해 오후 9~10시경에 마친다. 그는 가사도우미와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신뢰 유지’라고 했다. 가족과 가사도우미가 함께 생활하니 모든 게 노출되고 예상할 수 없는 문제(사건·사고)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무슬림) 출신은 돼지고기를 만질 수 없어 이와 관련된 음식을 만들지 못하고 반려견도 다루지 못한다고 했다. 종교로 인한 문화(히잡 등 의상, 하루 5회 기도) 차이로 자녀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계약할 때부터 꼼꼼히 준비해 부작용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출퇴근 방식은 파출부와 다를 게 없어
 
김종윤 대표 가족. 첫째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아내 박도현씨(오른쪽)는 싱가포르한인여성회 회장이다.
  김씨는 “부모가 집을 비우기에 어린 자녀는 가사도우미와의 친밀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며 “가사도우미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자녀에게 전달하는 일도 있다. 어린아이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이를 간과하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에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이들이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텐데, 빈익빈 부익부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여기에 출퇴근 방식의 가사도우미는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파출부’와 다를 게 없죠. 가사도우미를 위한 생활 공간 부재도 문제입니다. 이는 인권(기본권) 문제로도 번질 수 있습니다.”
 
  가사도우미를 2년째 둔 양지은(가명, 여·30대)씨는 “장점은 육체적인 여유가 생기는 것이고, 단점은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가사도우미가 아이를 돌보면 부모-자녀 간 애착(愛着) 형성에는 문제가 없을까. 부모를 대신한 가사도우미·(외)조부모 양육에 대한 연구보고서 〈조부모와 가사도우미의 육아 지원(2024년)〉에 따르면, 자녀 양육은 엄마와 함께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며 조부모, 특히 외조부모가 가장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논문은 “가사도우미에게 양육된 아이는 10세가 됐을 때 그렇지 않은 또래와 비교할 때 더 높은 우울 증상을 보였다”고 했다.
 
  정신과 전문의 로빈 고(Robin Goh) 박사는 “‘대리 양육’으로 인해 부모-자녀 애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멀어지게 되고 부모는 자녀를, 자녀는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대리 양육으로 인해) 부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질 높은 시간을 갖고 유대감을 형성할 기회를 놓친다”고 했다. 또 “부모와의 애착이 적을수록 그루밍(grooming) 범죄, 디지털 중독, 성적 학대, 일탈 등에 취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만난 일부 한국인 가정 자녀도 부모보다는 가사도우미를 더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영주(가명, 여·7)는 태어났을 때부터 같은 가사도우미와 함께했는데 이날도 엄마가 불러도 오질 않고는 가사도우미의 한쪽 다리를 붙잡고 버텼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언어 발달에 도움
 
  일부 연구는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언어(영어) 습득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도쿄외대 아리아네 보를롱간 박사는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영어〉에서 “문법적(시제, 주어 수 일치 등) 측면에서 유아들이 가정에서 영어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공용어가 4개(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허선 교수는 〈이중언어 경험과 아동의 사회-정서적 및 행동적 기술: 싱가포르 취학 전 아동에 대한 횡단 연구〉에서 “이중 언어를 자주 사용한 아동들이 더 나은 사회-정서적 및 행동적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며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통한 영어 사용 증가가 언어 능력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마라공대 누룰 아지즈 박사는 〈가사도우미에 대한 고용주 자녀의 인식〉에서 싱가포르처럼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홍콩에선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영어 구사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하며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둔 아이의 유급 확률이 2~4% 낮았다고 했다. 특히 영어 성적 향상에 효과가 있었으며 워킹맘일 경우 가사도우미가 자녀에게 끼치는 학습 효과가 더 긍정적이었다.
 
  홍콩에서 살다가 싱가포르로 이주한 지 5년 차인 김주현(여·42)씨. 쌍둥이 자녀가 있다. 홍콩에서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는데 싱가포르에서도 함께하고 있다. 김씨는 가사도우미 덕분에 자녀들이 영어를 잘한다고 했다. 김씨도 영어를 잘한다.
 
  싱가포르에 8년째 거주하는 강수진(가명, 여·40대)씨는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영어 교육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강씨는 “대학을 나왔다고 해도 필리핀 출신의 영어 수준은 높지 않다. ‘스탠더드’가 아니다”며 “영어 때문에 필리핀 출신을 고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공통적으로 “고용주도 영어를 잘해야만 가사도우미를 통한 영어 학습에 시너지가 난다”고 했다.
 
 
  여성의 사회·경제 활동이 저출산의 원인
 
  싱가포르는 가임기 여성의 활발한 사회·경제 활동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파악한다. 여기에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도 부담이다. 싱가포르는 1987년부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대표적으로 ▲베이비 보너스(싱가포르 시민권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8000SGD, 셋째 이상은 1만SGD를 지급) ▲아이발달계좌(부모가 1달러를 넣으면 정부도 비례해 적립. 최고 1만8000SGD 지원) ▲유급 출산휴가(16주, 첫 8주는 회사, 이후 주 정부) ▲FDW 고용 시 세제 혜택(시민권자 60SGD, 비시민권자 300SGD) 등이 있다.
 
  이럼에도 출산율은 ▲1978년 1.87명 ▲1985년 1.61명 ▲1995년 1.67명 ▲2005년 1.26명 ▲2010년 1.15명 ▲2015년 1.24명 ▲ 2020년 1.10명 ▲2023년 0.97명으로 하락세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탄 포린(Tan, Poh Lin) 박사는 가사도우미 제도를 비롯해 각종 공공 지원 정책을 폈으나 싱가포르의 낮은 출산율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싱가포르 인구정책 담당관을 지냈다.
 
  탄 박사는 “저렴한 비용으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해 여성들의 보육과 가사를 비교적 쉽게 외주화했지만 출산율은 낮다. 가사 활동의 ‘완전한’ 외주화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부부가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는 환경이 출산율을 향상시키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출산율 하락은 비교·경쟁 문화 때문
 
싱가포르경영대학교(SMU) 김성훈 교수. 노동경제학을 전공했다. 보건경제학·공공경제학 등을 활용해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공공 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사진=싱가포르경영대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싱가포르경영대(SMU) 김성훈 교수는 “출산율 하락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문화다. 가사도우미가 출산율 향상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가사도우미를 동일하게 고용할 수 있음에도 2022년도 출산율은 인종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계 0.87명 ▲인도계 1.01명 ▲말레이계 1.83명. 문화 차이가 출산율 차이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합니다. 경쟁적이며 또래 집단 내 비교·평가하는 문화를 타파하지 않는 한 출산율은 개선되지 않습니다. 가사도우미 도입과 같은 정책은 부차적인 수단일 뿐입니다.
 
  싱가포르 젊은이들은 집 문제와 취업 걱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대학교수로 10년 넘게 있으며 학생들이 집 문제로 걱정하는 것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취업 문제도 어떤 회사에 가느냐의 문제지 취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는 고민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싱가포르가 한국만큼 출산율이 낮고, 특히 중국계가 말레이계의 절반도 안 된다는 사실은 문화적인 요소가 출산율을 낮추는 핵심 원인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김 교수는 “한국이 섣부르게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면 불법 이민자 증가, 이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가사도우미 고용 여력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 증가 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추가로 생길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가사도우미가 출산율 올린다는 명확한 근거 없어
 
  김성훈 교수는 “제가 아는 한에서 ‘가사도우미가 출산율을 올린다’는 신뢰할 만한 연구는 없다”며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난다’는 주장에도 의문이 든다”고 했다. 한국에선 싱가포르국립대 제시카 판(Jessica Pan) 교수가 2013년 홍콩 사례를 연구한 〈가사 생산의 외주화: 홍콩의 외국인 가사 노동자와 현지 노동 공급〉을 바탕으로 가사도우미가 출산율 향상과 여성 경제 활동에 긍정적이라고 밝힌다.
 
  — 위 논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결과 자체는 홍콩에서나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홍콩 현지서 비싼 돈을 들여 아이를 ‘시장’에서 돌보는 것과 저렴하게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의 차이에 대한 분석이죠. 한국은 이미 영유아 돌봄이 (사실상 공짜로) 잘 제공되고 있습니다. 상당 부분을 국가가 보조하기에 출산율은커녕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지금보다 늘어날지에 대해서도 의문입니다.”
 
  김 교수는 “가사도우미를 실제로 고용할 가정의 여성은 아마도 중산층 이상의 경제 수준을 가질 것으로 사료된다. 이들의 고용 목적은 돌봄보다는 영어 교육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 한국의 가사도우미 도입은 어떻게 봅니까.
 
  “임금이 굉장히 높게 책정돼 있어요. 도입 목적대로 여성의 경제 활동이 늘어난다면, 이는 대부분 (가사도우미의 높은 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의 참여일 겁니다. 이렇게 되면 고용 여력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상대적 저소득) 계층 간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외국어(영어) 사용 능력도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 주거 환경도 한국은 싱가포르와 다릅니다.
 
  “싱가포르, 홍콩은 주거용 건물에 대체로 가사도우미용 방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4인용 가구 위주로 집을 지었기에 가사도우미 수용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의 출퇴근 방식도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범사회적 합의 선행해야
 
  김성훈 교수는 한국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먼저 범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차등 지급 여부: 이는 ILO 규약 위반과 NGO 단체의 반발로 법제화가 어려울 수 있다. 낮은 임금 지급 시 불법 노동이나 직장 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외국인 이민 정책 개선과 한국인의 외국인 수용성(인권 감수성 향상): 싱가포르나 홍콩 사례처럼 가사도우미를 포함한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을 주고 이등 시민(Second-class citizen)처럼 취급할 것인지, 한국인과 동일한 임금을 주고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인종·출신국에 대한 차별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Loading...